
요즘 따라 ‘부’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무엇을 기준으로 살아야 할까? 내가 원하는 ‘마땅한 부’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런 고민을 품고 있을 때 고명환의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가져야 할 부에 대하여』를 읽게 되었다.
책의 첫 시작점에 이런 내용이 있다.
“세계는 얼마나 좁으며 네모난 책은 얼마나 넓은가.“
중국 명나라의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이지(이탁오)가 남긴 이 문장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와도 같다. 세상이 갈수록 답답하고 막막하게 느껴진다. 뭘 해도 잘 안 될 것 같고, 괜히 움츠러들게 된다. 고명환은 이럴수록 책이 답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 막혀 있던 길이 보이고, 다시 세상이 넓어지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코미디언 후배 김숙이 침구류 사업을 시작하고 싶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올해는 아무것도 하지 마”라고 말렸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 모두가 멈추는 쪽을 택했다. 현실이 너무 어렵고 불안정하니 도전보다는 관망을 선택하라는 이야기였다.
고명환 역시 그 말에 수긍할 뻔했지만, 도서관에서 마주한 한 문장이 그의 생각을 바꾸어놓았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게 하려면, 내가 직접 앞으로 달려 나가야 한다.”
이 문장은 책을 읽는 나에게도 강하게 다가왔다. 기다리기만 해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스스로 바람을 만들어야 바람개비는 돈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걸 할 수 있는데 세상은 자꾸 우리를 축소시키고 있다.
이 책은 그런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고전 안내서다.
고전의 문장을 단순히 인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문장을 오늘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사유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개츠비와 이노크’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소유’라는 개념에 대해 우리 각자가 스스로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예쁜 새를 소유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새장을 만들 것인가, 자유롭게 날게 할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저자는 옳고 그름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런 질문을 자주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삶도, 돈도, 사고방식도 언제나 변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고정된 존재가 아니기에, 생각을 자주 점검하고 되풀이해야 방향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부’는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을 말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깊이 묻고, 그 기준을 바탕으로 삶을 설계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생기는 가치다. 그래서 고명환은 철학자 최진석 교수와 한 학생 기자의 대화를 인용한다.
“기자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라고 말한 학생에게 교수는 되묻는다.
“기자가 되는 건 과정일 뿐, 진짜 꿈은 그걸 통해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에 있어야 한다.”
꿈은 직업 자체가 아닌 방향이고 목적이라는 점을 다시금 상기시켜준다.
가장 공감됐던 파트는 ‘자발적 피로’에 대한 이야기였다. 저자는 오랜 친구 송은이와 나눈 대화를 통해 자발적 피로의 개념을 설명한다. 남이 시켜서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원해서 선택한 일에 몰입하며 생긴 피로는 지치면서도 개운하다. 그 피로는 고통이 아니라 쾌감이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끝냈을 때 느끼는 ‘좋은 피로’는 삶의 의미를 만들어주고, 돈을 벌기 위한 수단적 노동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만족감을 준다.
저자는 말한다. “돈은 자발적 피로를 감당할 줄 아는 사람에게 보상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발적 피로를 가장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독서’다.
처음엔 지루하고, 졸리기도 하지만, 스스로 선택한 고통 속에서 결국 몰입하게 되면 그 독서는 곧 쾌감으로 바뀐다.
생각 없이 책을 읽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고전을 읽는다는 건, 책 속의 이야기를 곱씹고, 삶에 적용할 해답을 찾고, 다시 내 삶의 질문으로 돌려보는 과정을 포함한다. 그것이 고전을 읽는 사람의 태도이자 책 읽는 사람의 의무라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돈에 대한 관점을 바꿔볼 수 있었다.
돈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고, 수단이 아니라 결과다.
삶을 잘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 자신의 길을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 돈은 따라오는 것이지 쫓아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그런 태도는 고전을 통해, 그리고 책을 읽는 사람의 깊은 사유를 통해 길러진다.
어쩌면 이 책은 단순한 ‘재테크 책’이 아니라, 인생의 방향성을 다시 점검하게 만드는 일종의 철학서일지도 모른다. 샘플북이라 가벼운 분량이지만 던지는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1년이 조금 넘는 기간동안 몇 백 권의 책을 읽은 나에게도 이 책은 짧지만 묵직하게 사유의 숲으로 이끌었다.
혹시 지금, 삶의 방향이 흐릿하게 느껴진다면.
아무것도 하기 두려운 마음이 커져 있다면, 그럴수록 이 책을 펼쳐보길 권한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들고 달려 나가야 하는 순간이 있다.
그 시작을 이 책과 함께 한다면 그 길을 찾는 과정이 덜 고단하고 덜 막막할 것 같다.
추우우우우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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