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르 클레오파트라의 남자들
조지 버나드 쇼 지음, 김연수 옮김 / 히스토리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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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 『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르』(김연수 옮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클레오파트라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게 시작된다. 이 책에서 클레오파트라는 처음부터 위엄 있고 매혹적인 여왕이 아니다. 아직 어린 소녀 같은 두려움과 상상력, 감정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가 진짜 여왕이 되어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사랑과 권력, 성장과 용기를 느낄 수 있다.

총 5막으로 구성된 이 극은 클레오파트라가 어린 여인에서 진정한 여왕으로 성장해가는 여정을 카이사르와의 관계 속에서 정교하게 그려낸다. 단순한 로맨스도, 고전적인 위인전도 아니다.

이 작품은 권력, 두려움, 성숙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연극의 무대 위에서 유려하게 펼쳐낸다.


작품의 문을 여는 1막은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 클레오파트라가 피난처로 숨어든 스핑크스 근처에서 로마 장군 카이사르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클레오파트라는 어린 소녀의 상상력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존재다. “그들은 야만인이에요. 그의 코는 코끼리의 코 같다고 해요”라는 대사에서는 로마군과 카이사르에 대한 과장된 공포가 엿보인다. 그러나 이 만남은 단순한 충돌이 아닌 전환점이다. 카이사르는 클레오파트라에게 단호히 말한다. “그대가 피라미드 밑에 숨어 있다고 할지라도, 그는 그곳으로 바로 가서 한 손으로 피라미드를 들어 올릴 거요.” 이 장면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한 인간의 존엄과 권력을 어떻게 잠식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극의 후반부에서 클레오파트라는 스스로를 진짜 여왕이 됐어!라고 외치며 소란을 피우고, 자신의 격앙된 감정을 카이사르에게 던진다. 이 장면은 그녀가 권력의 상징을 흉내 내려 하지만 진정한 여왕의 품격과 내면은 아직 갖추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이사르는 그녀를 시험한다.

“여왕은 카이사르를 홀로 대면해야 하오. ‘알겠습니다’라고 말하시오.”

카이사르 앞에서 두려움에 떠는 클레오파트라에게 프타타티타는 단호하게 말한다.

“그대가 이 소리 때문에 죽겠다면, 그대는 여왕으로서 적합한 말을 해야 합니다.”

결국,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의 두려움을 인정하면서도, 로마 병사들의 환호 속에서 진정한 자기 자리를 받아들이며 성장의 첫 단계를 밟는다.


2막에서는 궁정 내에서 클레오파트라가 점차 정치적 자의식을 갖춰가는 모습이 드러난다. 단순한 감정의 동요가 아닌, 전략과 지혜의 균형을 맞춰가는 그녀의 모습은 고전적인 ‘성장 서사’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풀어진다. 카이사르와의 갈등과 협력은, 그녀가 그저 남성의 권력에 의존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3막 ‘그녀가 요람에서 깨어나다’에서는 클레오파트라의 의지와 신념이 구체화된다. 왕권에 대한 감각, 민중에 대한 감정적 책임이 조금씩 그녀의 사고에 스며들며, 그녀는 이제 ‘누군가의 왕비’가 아닌 ‘자기 의지로 이끄는 통치자’로 자각한다.


4막의 ‘그녀를 현명하게 만드는 존재’는 카이사르라는 타인이 아닌, 고난과 선택이라는 자신의 경험이었음을 드러낸다. 이 막에서는 사랑도 권력도 모두 일시적일 수 있으며 오직 내면의 의지와 신념만이 인간을 성숙하게 만든다는 저자의 철학이 강하게 반영된다.


5막 ‘이집트에서 그대를 기다리다’는 클레오파트라가 스스로 선택의 자리에 서는 순간을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 카이사르는 클레오파트라에게 로마로 떠나야 할 시점이 왔음을 알리고, 더 이상 그녀 곁에 머무를 수 없다는 사실을 전한다. 그는 “그대를 위해 고귀한 로마인을 남겨두겠다”고 말하며,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를 언급한다. 이 인물은 역사적으로 클레오파트라와의 비극적인 사랑을 나눈 인물로 저자의 희곡에서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미래를 예고하는 듯한 장치로 활용된다. 이는 이 극이 단순한 이야기의 종결이 아니라, 또 다른 서사의 문을 여는 시점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클레오파트라는 이제 사랑하는 사람과도, 자신이 익숙했던 보호와 지지의 자리에서도 이별한다. 하지만 그 이별은 끝이 아니라 자립의 시작이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나라, 자신의 백성, 그리고 자기 자신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는 진짜 통치자로 성장했다. 이는 곧 진짜 여왕이 된다는 것의 의미가 외적인 권력만이 아닌, 내면의 자율성과 두려움을 뚫는 의지에서 비롯됨을 강조한다.


『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르』는 두려움과 사랑, 권력과 성장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이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말하고 있다. 클레오파트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 안의 아직 성숙하지 못한 자아를 시작으로 성숙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녀도 처음엔 두려움에 떨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기를 원하지만, 결국 스스로를 통치하는 힘을 길러간다. 여왕의 진정한 자격은 스스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을 선택하는 내면의 힘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바로 그 용기야말로 누구든 통치자이자 인간으로 설 수 있는 첫걸음임을 이야기한다.

'히스토리퀸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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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 : (아주 진지하게). 오, 그들이 우리를 붙잡으면, 그들은 우리를 먹어버릴 거예요. 그들은 야만인이에요. 그들의 지휘자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이지요. 그의 아버지는 호랑이, 그의 어머니는 불타오르는 산이에요. 그의 코는 코끼리의 코 같다고 해요. (카이사르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자기 코를 문지른다.) 그들은 모두 긴 코와 상아색 엄미, 짧은 꼬리, 각각 100여 개의 화살을 쥔 7개의 팔을 가지고 있대요. 그리고 그들은 인간 고기를 먹고 살고요.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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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자궁 맑음
권용순 지음 / 고유명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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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출 없는 자궁보존 수술 세계 최초 개발!

자욱 수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의사 권용순이 전하는 자궁 이야기


『오늘 자궁 맑음』은 한 명의 산부인과 전문의가 ‘의사로 산다는 것’의 본질을 끊임없이 되묻고, 스스로의 진료 철학과 신념을 꿋꿋이 지켜온 기록이다. 권용순이라는 이름은 자궁을 적출하지 않고 보존하는 세계 최초의 수술법, TOUA(Transient Occlusion of Uterine arteries, 일시적 자궁동맥차단술)를 개발한 인물로 기억되지만, 이 책은 단지 의학 기술의 성취를 넘어, 사람을 돌보는 마음과 의료 윤리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고 있다.

2011년, S시의 한 병원에서 시작된 TOUA 수술은 출혈을 최소화하며 자궁을 온전히 보존하는 획기적인 방식이었다. 이 수술은 단순한 시술의 발전이 아니라, ‘출산이 끝난 여성의 자궁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의료계의 냉정한 통념에 맞선 저항이었다. 권용순은 자궁이 단지 생식기관이 아니라 여성의 삶과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임을 강조하며, 그것을 지켜내기 위한 마음으로 이 수술법을 만들었다.


환자들이 그를 찾는 이유도 단순히 명성 때문이 아니었다. 기존 치료 방식에 동의하지 못한 이들이 절박한 마음으로 그의 진료실 문을 두드렸고, 진료 후기를 통해 희망을 발견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병원을 찾아왔다. 그런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그는 진료와 연구에 몰두했고, 편파적인 국내 학회 대신 유럽과 선진국의 학술 무대를 택해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권용순은 명예나 커리어, 큰 병원의 권위보다 진짜 환자 곁에 있는 길을 선택했다. 학회의 위계 질서에 순응하기보다는 환자와의 관계를 우선시했고, ‘좋은 명함’을 얻기 위한 줄서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묵묵히 걸어갔고, 그렇게 진료실을 지키는 동안 수많은 환자들의 마음을 얻었다.


지방 병원에서 진료와 수술에 전념할 당시, 그의 진료는 입소문을 타고 퍼졌고, 병원 외래는 환자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수술 실적은 수백 퍼센트 증가했지만, 그는 자만하지 않고 늘 하루하루를 처음처럼 성실히 채워갔다.

그는 화려한 자리를 좇지 않았다. 몸이 아파도 쉴 수 없는 의료 현실, 아픈 동료조차 챙기기 어려운 병원의 구조는 그에게 큰 무력감을 안겨주었다. 결국 병원을 나왔지만, 다시 진료실로 돌아갔다. 일이 즐겁거나 편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가 거기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그는 국내 학회에서의 정체된 권력과의 갈등을 피하고자 국제 학회로 눈을 돌렸고, 보다 공정한 평가 환경 속에서 수술법과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의사가 안정적인 직장과 복지를 좇는 시대에 그는 오히려 ‘이상적인 의료’를 향해 거꾸로 걸어갔다. 주변에서는 “너무 바르게 살아서 걱정된다”는 말도 들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그 길을 후회하지 않았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환자를 대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책의 후반부는 의료계의 현실과 조직의 이기심, 그리고 그 안에서 느낀 분노와 고립감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아픈 동료를 외면하는 분위기, 누군가가 일을 그만두면 ‘왜 나만 손해 보느냐’는 식의 시선들은 그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의사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허울로만 존재하고,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은 부재한 현실 속에서도 그는 신념을 꺾지 않았다. “진짜 의사는 환자 곁에 있어야 한다”는 그의 믿음은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저자는 환자를 단순한 치료 대상이 아닌 하나의 사람으로 바라보았다. 그 진심은 결국 수많은 환자들을 그의 진료실로 이끌었고, 그가 말하듯 진심은 통한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자신만의 진료실을 묵묵히 지켜가고 있다.


『오늘 자궁 맑음』은 의사로서의 역할을 넘어, 한 인간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어떻게 진짜 삶을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말한다. 진짜 의료란 조직의 권위나 관행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목소리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진료를 이어가는 데 있다는 것을. 이 책은 그 믿음을 증명해온 한 의사의 고단하지만 단단한 여정을 통해, 진심이 결국 가장 강한 힘이 된다는 사실을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전한다.


'고유명사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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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 속 생물들은 저마다 다른 삶을 살다가 생을 마감하고, 다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 인간도 탄생과 사멸을 반복하면서 인간 존재 의미를 얻게 된다. 그러나 인간은 인간 중심의 세계관과 우주관을 가지고 있다. 세상의 중심이 자신이라는 생각으로 주변을 통제하고 자신만을 위해 살아간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인간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이해하기에 주변의 사회적 관계를 통해 강요되는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때로는 주변의 거센 반박에 부딪혀 내 삶의 방식을 바꾸기도 하지만, 절대 굴복하지는 않으려 한다. 내가 살아가는 이 유한한 삶은 주변 사람들의 영향 때문에 낭비할 만큼 하찮은 것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덫에 걸려들지 않으려면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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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의 자세 - 완벽을 권하는 세상에 맞서는 인생의 절묘한 포지션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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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하며 스스로를 다그친다.

“이왕 하는 거 잘해야지.”

“이렇게 대충할 거면 시작도 하지 마.”

그 말들은 자칫 의욕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하완은 그런 생각들이야말로 스스로를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대충의 자세』는 그런 완벽주의적 강박을 조금 내려놓고, 삶을 더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관점과 마음가짐을 담은 책이다.

하완은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부터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꺼내놓는다. 그는 오랜 시간 ‘게으른 완벽주의자’로 살았다고 고백한다. ㅡ 여기서 말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는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선뜻 시작하지 못하고 일을 미루는 사람’을 뜻한다. ㅡ 그는 자신이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완벽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미루고 주저했던 순간들을 돌아본다.

“어떻게든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시작도 못하는 사람.”

하완은 그런 자신을 자책하지 않고 이해하려 한다. 글쓰기조차 단 한 문장을 쓰는 데도 지나치게 신경 쓰며, 완벽한 표현이 떠오를 때까지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지 못했던 과거의 자신.

그는 그런 자신을 바꾸기 위해 ‘자세’를 바꾸기로 결심한다.

“잘하려고 하지 마. 틀려도 괜찮아. 대충 하면 되는 거야.”

그는 어느 날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했고, 그 순간부터 삶이 조금씩 달라졌다고 한다. 전에는 무엇이든 완벽하게 해내야 했던 삶이었다면, 이제는 ‘대충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마음이 가벼워졌다. 중요한 건 결과보다도 과정이었고, 그 과정에 들어서는 데 필요한 건 높은 의지가 아니라 편안한 자세였다.

책 전체를 읽다 보면, 작가의 자기 고백이자 우리 모두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글이다.

‘나는 왜 이렇게 미루는 걸까?’ ‘왜 시도조차 하지 못할까?’ ‘왜 자꾸 움츠러들까?’라는 질문을 반복하는 독자에게 말한다.

“당신의 삶에 필요한 건 더 많은 열정이나 동기부여가 아니라, 더 편안한 자세일지도 몰라요.”

이 책의 중반부에 인상 깊었던 내용은, ‘초심 잃어버리기’에 대한 고찰이었다.

그는 단호했던 과거의 자신을 돌아본다. 절대 변하지 않겠다, 지금 이 마음을 평생 유지하겠다는 다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허물어지는 경험을 하며 오히려 그것이 삶을 더 낫게 만든다는 걸 깨닫는다. 처음엔 자신이 변했다는 사실에 당혹스럽고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나중엔 이렇게 말한다.

“수많은 결심을 어겼지만, 삶이 크게 잘못되진 않았다. 오히려 결심을 지키지 않아 더 좋아진 부분도 많다.”

건축가 유현준의 말을 인용하며, 그는 소신이 굳은 사람보다 변화할 줄 아는 유연한 사람이 더 발전적일 수 있다고 덧붙인다. 자신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고,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사람, 그게 이 시대의 진짜 지성인이라는 말이 위로가 된다. 저자는 “나는 고쳐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요즘은 ‘절대’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계속 흔들리면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라고 말한다.

또 다른 흥미로운 대목은 ‘축의금’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우리가 종종 손해 보기 싫은 마음으로 삶을 계산하고 따지는 태도에 대해 지적한다.

축의금 액수 하나에도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내가 얼마를 냈는지, 상대가 얼마를 돌려주는지를 비교하는 피곤한 삶에 대해 이야기 한다

절대 손해 보지 않으려는 자세로 살면 오히려 손해 보는 일이 생긴다.”고 말한다.

이 말은 단순한 금전 문제를 넘어서 인간관계 전반에 적용되는 법이다. 언제나 공정하고 정확하게 맞추려는 태도보다 가끔은 손해를 감수할 줄 아는 마음이 인간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이렇듯 『대충의 자세』는 삶에 대한 철학이 담긴 에세이다. 단순히 ‘대충 살자’고 말하는 책이 아니다.

‘나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너무 무리하지 말고 살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다.

그 말이 무책임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작가가 그것을 삶의 실패 끝에서 체득했기 때문이다.

하완의 글은 가볍지만 결코 얕지 않다. 담담한 어조 속에서도 깊이와 진심이 느껴진다.

완벽을 향한 강박으로 지쳐버린 사람들, 결심을 어겼다고 자책하는 사람들, 삶에서 늘 이기고자 애쓰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말해준다.

“대충이라도 좋다. 그렇게 살아도 인생은 꽤 괜찮다.”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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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유현준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자기는 심지가 굳은 사람을 싫어한다고. 심지가 굳고 소신이 강한 사람은 고집이 세고 잘 바꾸지 않으려 해서 발전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이다. 그래서 자신은 갈대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다. 합리적인 설명을 들으면 자기 생각을 바꿀 줄 아는 사람, 자신이 틀렸다는 걸 인정할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이 시대의 지성인이라고. 아! 너무 멋진 말 아닌가.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잘 안변한다는 걸 비꼬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변한다는 건 오히려 우리 삶에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것은 유연한 것, 자연스러운 것, 갇혀 있지 않은 것이다. 나는 고쳐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요즘은 ’절대‘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결심 같은 걸 하는 일도 드물다. 가능하면 무언가를 정해두지 않으려고 한다. 계속 흔들리면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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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 레버리지 - 기록에 성공하는 8가지 전략
동감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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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다이어리를 쓰는 일을 ‘계획을 세우는 습관’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동감 작가의 『다이어리 레버리지』는 그 기록이 어떻게 삶의 방향을 바꾸고,

나를 성장시키며 결국 인생 자체를 설계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책의 시작점에서 이렇게 묻는다.

“왜 우리는 기록을 지속하지 못할까?”

성공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기록을 강조하고, 자기계발서에서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기록의 중요성.

그런데 막상 우리는 다이어리를 사놓고도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그 이유가 ‘기록의 기술 부족’이 아니라, ‘기록의 목적 부재’에 있다고 단언한다.

단지 해야 하니까, 남들이 하니까, 예뻐 보이니까 시작된 기록은 결국 우리의 삶과 연결되지 못한 채 멈춰버리고 만다.

그래서 이 책은 기록을 성공으로 이끄는 8가지 전략을 통해 기록의 본질부터 다시 짚는다.

첫 번째 전략은 기록의 목적을 정하는 것이다. 기록은 무작정 쓰는 행위가 아니라, 나의 내면을 변화시키고 외적인 성장을 이끌어내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왜 쓰는가’라는 질문 없이 쓰는 글은 결국 습관이 아니라 반복일 뿐이다.

두 번째 전략은 나에게 맞는 다이어리를 고르는 일이다. 사이즈, 레이아웃, 페이지 수까지 나의 생활 패턴과 목적에 맞춰야 기록이 일상의 리듬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책에서는 A5 사이즈의 적절함을 강조하며, 본인의 리듬에 맞는 다이어리 구조를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세 번째 전략은 무엇을 어떻게 쓸지를 고민하는 것, 즉 ‘기록 거리’를 설정하는 일이다. 단순히 할 일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 몰입도, 깨달음 등 삶의 중요한 관찰 지점을 담아내는 기록이 필요하다. 어떤 장면에 내가 반응했는지, 어떤 일이 반복되고 있는지 스스로 관찰할 수 있어야 기록은 ‘사유의 도구’가 된다.

네 번째는 기록 루틴 만들기다. 하루의 특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꾸준히 기록하는 루틴이 있어야 지속 가능성이 생긴다. 저자는 아침 10분, 하루 세 번 기록하는 습관처럼 나만의 리듬을 찾는 것이 기록의 힘을 배가시킨다고 말한다.

다섯 번째 전략은 질문 중심의 기록을 하는 것이다. “지금 나는 어떤 기분인가?”, “오늘 집중한 일은 무엇인가?”, “놓쳐버린 순간은 없었는가?”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답을 적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점점 더 나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된다. 기록은 결국 나 자신과의 대화이기 때문이다.

여섯 번째는 3단 기록법을 활용하는 일이다. 아침에는 오늘의 목표와 다짐을, 낮에는 중간 점검을, 밤에는 성찰과 복기를 적는다. 하루를 세 구간으로 나누어 관찰하는 습관은 우리가 쉽게 흘려보낼 수 있는 일상의 순간들을 붙잡는 데 유용하다. 이 방식은 곧 ‘하루를 세 번 사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일곱 번째 전략은 주간 및 월간 리뷰를 실시하는 것이다. 하루의 기록이 쌓이면 단순한 메모가 아닌, 삶의 데이터가 된다. 무엇을 반복했고, 어디에서 집중력이 높았고, 어떤 감정이 자주 드러났는지를 돌아보는 과정은 삶의 패턴을 알아차리게 하고, 나아갈 방향을 재설계하게 한다.

마지막 여덟 번째 전략은 기록을 사회적 자산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나만을 위한 기록에서 멈추지 않고, 콘텐츠로, 글로, 관계로, 브랜딩으로 확장해보는 것. 단순한 다이어리가 블로그 글이 되고, 책이 되고, 나를 설명하는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이 지점을 ‘성장형 기록의 더하기’라고 표현하며, 결국 기록은 나를 넘어서 세상과 연결되는 힘을 가진다고 말한다.

『다이어리 레버리지』는 하루 10분의 기록이 어떻게 방향 있는 삶을 설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꾸미기 위주의 다이어리가 아니라, 쓰는 순간마다 나의 감정과 생각, 관점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생생한 삶의 기록이 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단단하다.

그동안 “다이어리만 10권이 넘는데 매번 실패한다”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답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히 예쁘게 꾸미고 남들처럼 계획을 세우는 다이어리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나를 붙잡아주는 기록을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그 결과는 단순한 하루 관리가 아닌‘내 인생을 설계하는 힘을 불어 넣어준다. 누군가는 하루 10분의 다이어리가 무슨 인생을 바꿀 수 있냐고 말할 수도 있다. 이 때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기록하는 사람이 결국 인생을 바꾼다.”라고.

'미다스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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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기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꾸준히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매년 10월쯤이면 내년에 쓸 다이어리를 구매하고, 연초에 열심히 기록하다가 뜸해지고를 몇 년 동안 매번 반복해 왔다. 게을러서 그러는 것이라고 나 자신을 탓하면서도 매년 새해 계획으로 다이어리를 열심히 쓸 것을 다짐하곤 했다.

매년 기록을 정착시키는 해결책을 찾아 헤매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기록이 안정적으로 루틴화되고 삶의 일부러 정착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수년간의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필자는 매번 기록에 실패하는 이유를 다음의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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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컬러 팔레트 - 경단녀에서 창업자로
김희연 지음 / 이유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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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화면에서 뛰쳐나와 컬러풀한 나의 인생을 만들기로 했다. 넘어지고 부딪힐지언정 평생 나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인생의 큰 번개를 맞고 널브러졌을 때, 멍청한 판단으로 늪에 빠졌을 때, 내가 주인공이었던 무대에서 내려와야 할 때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실은 불안해서 가만히 있지 못했던 것이지만, 그 불안이 나를 삼켜버리지 못하게 “왜?”라고 외치며 답을 구하고 다녔다.

- 프롤로그 내용 중


김희연 대표의 에세이 『내 인생의 컬러 팔레트: 경단녀에서 창업자로』는 무채색 같던 삶에서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진솔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한때 사회의 한복판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그녀는, 결혼과 육아로 인해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 과정을 그는 그레이, 즉 회색이라는 색으로 설명한다.

그녀가 자신의 삶이 회색이라는 자각을 처음 한 건 아주 오래전, 아나운서 아카데미에서 함께 공부했던 남자 동기가 KBS에 먼저 입사하고 난 뒤 던진 말 때문이었다.

“너는 좀 그레이하잖아.”

그 말은 오랫동안 마음 한구석을 쿡쿡 찔렀다. 마치 뚜렷한 개성도, 강렬한 존재감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했다. 이후 광주 MBC 아나운서로 입사하며 전문적인 방송 경력을 쌓았지만, 결혼 후 방송계를 떠나면서 경력은 단절되었고 그의 색도 점점 바래갔다.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지만 아무도 써주지 않았다.

그저 결국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며느리라는 타이틀로 나의 정체성은 완성된 것인가? 어리둥절 해졌다. 그녀는 그 시절의 자신을 그레이, 회색빛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회색으로만 규정짓지 않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이화여대 여성학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보랏빛 페미니즘을 처음 만났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결혼생활은 결국 이혼으로 끝났고, 생계를 위해 다시 사회에 나섰다. 컴퓨터 앞에 앉는 것도, 회사에서 이메일을 보내는 것도 낯설었지만, 그는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계를 느꼈다. 하지만 작은 실무를 맡으며 조금씩 감을 익혔고, 휴맥스, 웹젠, 정상JSL 등 다양한 기업에서 마케팅·PR 업무를 맡으며 커리어를 재정비해나갔다. 이후 외국계 금융사 ING, PCA, 미래에셋생명 등에서 브랜드 행사, 기업 마케팅을 총괄하게 되며 그는 비로소 ‘내 일’을 되찾았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크리스탈 같은 사람이라 정의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날카롭게 찔러오는 칼이 되기보다는, 빛을 머금고 반사하는 사람. 이는 그가 처음으로 자신을 긍정하고, 자신의 고유한 색을 찾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이후 그는 ‘색’에 본격적으로 빠져든다. 단순히 컬러 컨설팅을 배운 것이 아니라, 컬러가 사람의 인상과 이미지, 더 나아가 삶의 태도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그렇게 2019년, 그는 퇴직금으로 퍼스널 컬러 컨설팅 회사 ‘브랜미’를 창업한다.


브랜미는 단순한 이미지 컨설팅 기업이 아니었다.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전국을 돌며 강연과 컬러 진단 워크숍을 진행했고, 기업 브랜드 컨설팅까지 확장해 나갔다. 창업 초기에는 카드 한도 100만 원으로 버텨야 했고, 악성 리뷰와 코로나19로 인한 직격탄도 맞았지만, 그는 이를 모두 버텨냈다. 온라인 사업 실패 후에는 오히려 초심으로 돌아가 고객과의 ‘현장 접점’을 더 강화했다.

그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명확하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색이 있다. 때론 흐릿하고, 때론 선명하며, 어떤 날은 투명하거나 반짝이는 골드 같기도 하다. 중요한 건 그 색을 ‘다시 꺼내어 보는 용기’다.

흰색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아무 색도 입히지 않은 캔버스처럼 가능성으로 가득한 상태. 금색은 존엄성과 성취의 색이며, 회색은 의미 없던 시절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 속에서도 존재했던 자신만의 ‘톤’이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말한다.

“나는 단지 무채색 같던 시절에서, 나의 색을 찾아온 사람이다. 누구든 퍼스널 브랜딩을 통해 자신만의 색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변화의 과정을 감성적으로, 또 실용적으로 기록한 자기만의 인생 팔레트다.

『내 인생의 컬러 팔레트』는 단순한 에세이 이상의 책이다. 자기 색을 잃어버렸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다시 팔레트를 손에 쥘 수 있도록 돕는 응원서다. 결국 인생은 회색으로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색으로 덧칠될 수 있는 무한한 여정이다.


'이유출판'을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내게 늘 불안을 주는 네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나. 둘째, 남녀 간에 어떻게 살아야 평화스럽게 살까. 셋째, 여자의 지위는 어떠한 것인가. 마지막으로 넷째, 그림의 요점이 무엇인가. 이것은 실로 알기 어려운 문제다. …… 이태리나 불란서 그림계를 동경하고 구미(유럽과 미국) 여자의 활동이 보고 싶었고 구미인의 생활을 맛보고 싶었다. …… 내일 가족을 위하여, 내 자신을 위하여, 내 자식을 위하여 드디어 떠나기를 결정하였다.
- <삼천리> (1932년 11월, 1933년 1월)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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