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 도법 스님의 삶의 혁명
도법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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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쓰셨다는 생각때문인지  생로병사, 그 당연한 길에 있는 어려움에 위로를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붓다가 깨우침을 얻기전, 성 밖 사람들의 모습에서 얻은 질문처럼 우리 역시 살아가면서 "이것이 원래 그런 것인가?","이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나는가?" 등등의 질문 할 일이 많아지게 된다. 특히나 요즘은 힐링이 대세인지라 저마다  마음에 위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들이 많아서일까,  나 역시 괜히 그 가운데 앉아 '나도 위로가 필요해.'라고 말하고 있는 중이라 '지금 당장,'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해지게된다.

 

누구나 크게보면 같은 길을 걸어가는 중에,  부딪히는 일이 왜 이리 많은지 자꾸 기가 꺽인다는 생각이 들때  필요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다. 청정불교 운동과 귀농학교, 대안학교, 환경 운동 등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운동과 5년동안 3만리를 걸으며 8만 명의 사람을 만나셨다니, 아무래도  다르지않은 고민을 안고 사는 똑같은 우리들을 많이 보신것인지  우리를 잘 알고, 뭐가 고민인지 알고 계시는  도법스님의 따뜻하지만 솔직한 이야기이다.   주인으로 사는 삶을 한순간도 미루지 말라며  "지금 당장, 내려놓기.", "지금 당장,깨어있기.", "지금 당장, 다시 살기" 이렇게 3부로 나누어 어떻게 사는 것이 나은 것인지 고민이 되는 이들에게 바꿔야 할 것들을 일러주고, 4부 '도법스님의 즉문즉설'에서는 질문들에 대한 스님의 답을 볼 수가 있게 되어 있다.

 

제일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은 "삶의 매 순간이 완성의 상태입니다."라는 구절이 아닐까 싶다. 매번, 지금의 선택, 그리고 난 최선, 최상도 아닌 언제나 99% 모자란 사람이기에 당연히 모자란 선택이요. 실수가 당연하다면서도  난 또  왜 이럴까 란 자책이 늘 있어왔는데, 다음 걱정보다는 현재의 삶을 얼마나 의미있게 살것인가, 늘 지금 현재가 그 삶의 전부다 라는 말에서 힘을 얻게된다. 지금 삶이 매순간 완성된 존재이므로 있는 그 곳에서 주인이 되면 바로 내가 있는 그 곳이 진리라는 말씀, 다른 어딘가에  있을 행복만 바라보지 말고 그 곳에서  어떻게 더운 여름, 갑작스런 비, 차가운 겨울 모두가 고맙고 행복한 존재로 여기고, 그 마음을 생활로 만들어 보라는  스님의 말씀에서 자비란  일부러 내야하는 것이라는 것부터 생명은 온통 관계로만 존재한다는 이야기로 우리들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우리가 더 해야 할일도 알려주신다.

 

삶을 더 깊게 하기위해 던져야 할 우리의 질문은 당연한 것이고, 그것을 바로 바라본다면 행복도 그 옆에 있다는 걸 알게될꺼라는 말씀에 오늘의 고민은  조금 더 가볍게, 그렇게 하다보면 왠지 스님의 맑은 웃음까지 닮을 수 있을까란 욕심을 살짝 내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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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북멘토 가치동화 5
박상률 지음, 이욱재 그림, 5.18 기념재단 기획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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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 운동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정확히 뭔지는 모르는 아이들에게 그 곳에 있었던 사람들이 어떤 상황이였는지 알수있게 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3.1일절마저도  무슨 날인지 모르겠다는 아이들도 많다고 하는데, 5.18이 뭔지 아는 아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렇다고 어른인 우리라고 해서 잘 아는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잔인하고 아픈 일이 있었는지  아는 대로라도 알려주기가 아직 초등학생에게는   처음 말떼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에 아이들 눈높이로 써간  이 책을 읽어본다면  아이들에게 미리 생각할 시간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또래 아이인 꽃님이의 눈으로 바라본 그 당시 모습 이야기이기에 자세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솔직하게 들리지 않을까 해봅니다.

 

 엄마와 동생이 태어나길 기다리며,    직장때문에 서울에 간 고모와  먼 곳에서 일하느라 한달에 한번 정도만 집에  오는 아빠를 기다리느라 심심한 꽃님이에게는 꽃과 꽃밭, 그리고 강아지 똘똘이가  최고의 친구입니다.  군인이 나타나면서  술렁거리는 곳곳의 분위기가 예전과 달라지게되고  밖으로 직장을 갈수 없게 돼 같이 살게 된 아빠마저도   군인들과 싸울것 같기도 한 일이 생기게 됩니다. 그렇게 모든 걸 군인들이 사람들을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길거리마저 돌아다니기가 힘들어집니다.

 

그렇게 고립된 광주는  이유도 모르고 다친 사람, 죽은 사람 사이로 가족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로 가득차게 됐지만 같은 나라에 사는 다른 지역 사람들은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게  된답니다. 아이들이 제일 이해가 가지않는다는 부분이기도 하고, 그 시대를 보낸 저 역시 아직 이해가 잘 안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서울에 간 고모와도 연락이 되지않는 꽃님이는 처음엔 학교 안가는게 너무 좋았지만  같은 매일이   심심하고 갇혀 지내는 게 너무 싫어 고모의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돌고오기로 합니다.

 

 

"봄은 뭐든 다시 살고 싶어진께." 하던 아빠 이야기가 마음에 오래도록 남게됩니다. 세상 일이 궁금해 밖에 나갔다 올 때마다 꽃님이가 집에 있는지 확인하던 아빠, 아빠가 집에 오지않자 너무 걱정이 된 나머지 거리를,  병원을 마구 헤매던 용감한 꽃님이. 역사에 휩쓸린 한 가족이야기에서  저자는 그 누구라도  역사의 주인공이라며 어느 시절을 살든 그래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그 해 봄도 물론이고 기억하기 아프더래도 역사속에 있었던 일로 이름을 잃은 많은 이들을  우리가 먼저 제대로 기억해야한다 합니다.

 

"꽃도 제자리에서 지는데

너는 어디로 갔느냐"

....

라며 눈물로 시를 읊는 아빠와 우리의 안타까운 마음을 타고,  잊지 말아야 할  5.18이라는 아픈 기억속에 봄꽃 같던 한 소녀의 이야기가 슬픔을 더하게 됩니다.  '우리를 부디 잊지 말아주십시요' 라는 말을 남긴 이름 모를 시민군, 그리고 1980년 잔인한 5월이야기가 아이들에게 역사와 지금을 사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을 알려줄꺼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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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철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8-2 프로파일러 토니 힐 시리즈 2
발 맥더미드 지음, 안재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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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 아멜리아 색스가 수집해 온 현장 이야기만으로 범인의 윤곽을 잡아가는  링컨 라임이나 희미한 흔적으로  범인의 심리, 인종, 성격, 가족환경까지 파고 들어가는 '크리미널 마인드' 팀등  현장에 놓인 증거로 연속된 사건의 유사성을,  뛰어난 과학적 증거분석과 빛나는 촉으로  정확하게 잡아서  범인의 형상을 만들어가는 범죄 심리학자들의 거의 신기에 가까운 범인 찾기는 볼 때마다 "어,진짜? 드디어 범인을!!!"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뜻맞는 경찰과 뛰어난 프로파일러와의 조합은 다행스런 사건해결을 만들어 내곤 하는데, '피철사'에서는   계속 방화를 저지르는 방화범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그리고 그의  목적까지도 추측해내는 능력을 순식간에 보여주는    토니 힐 박사조차도  사건을 풀기 위해  경찰들과  표정맞추기, 감정 조절을 해야 한다거나   계속 사건을 만드는 범인들의 머릿속에 들어가 있다보면  생기게 될, 누구보다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을 잘 알기에 오히려 빠지기 쉬운 '범죄의 유혹' 등으로 그들에게 생각보다 더한 갈등이 숨어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보통의 "어" 하니 "아,범인은,,,"이 나오기위해선  범죄학자들의 능력에 끈질긴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과 사건의 우위에 있으려는  경찰과 빚게 되는 마찰,  보통 인간이 상상하지 못하는 연속적인 사건들을 접하다보니 생기게 되는 인간의 고뇌가 얼마나 어둡게 사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훈련받은 경찰들조차  살인마에게 노출됨으로써 얼마나 위험하게 되는지, 그런 위협속에서도  공정한 법 아래 민간인을 지켜주겠다는 경찰마저   여자, 남자, 백인,흑인을 예전 그대로 나누어 바라보는 현실을 사실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살인이란 마술과도 같은 거야."라며 자신의 다음 대상자를 본능적으로 알게된다는 연쇄 살인마 재코 밴스는 자신이 어떤 매력으로 아직 어린 10대들의 무지개빛 꿈을 이용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수년에 걸친 그의 살인행각은 대상자가 가출하기 쉬운 10대소녀라는 점, 그리고 그들이 가장 좋은 옷을 따로 챙겨 갔다는 점에서 흔히 생각하는 '10대의 가출'로 분류되어 아무도 그들을 찾지않았기에  드러나지 않은채 계속되고 있었다. 그 사건들이  토니 박사가 새로 조직된 국가 범죄자 프로파일링 특별수사대 장이 되면서 6인의 형사들을  숙련된  프로파일러로 만들기 위한 과제로 주어지면서 그들에게 밴스란 인물에 대한 관심이 주어지게 된다. 실종된 10대 사건들이  연쇄 살인마의 싸인이 들어있는 사건으로 분류되면서 주요 단서로 밴스와의 만남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선행으로 유명한 연예인 밴스, 그 혹은 주변 인물이 관련되어 있을거란 추측만 가지고 사건 조사를 하던 토니 팀원이 당하게 되면서  토니팀을 용의자 선상에 두려는 경찰과 그들의 약점을 캐서 자신의 어둠을 덮으려는 밴스의 냉철함이 더해지며 사건은 토니에게 불리하게 흘러가게 된다.

 

잡힐듯 잡힐듯, 이미 드러난 범인이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다 없애버린 밴스이기에   뛰어난 프로파일러 토니조차도  밴스와 사건과의 연관성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모든 증거를 자신이  해놓은 선행 뒤로 감추려는 밴스와의 이야기가 토니,밴스,그리고 각 주인공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며 사건에 같이 참여하게되는 긴장감을 높이게 된다. 토니 힐 시리즈 2편이라는 걸 모르고 잡았기에 토니를 변하게 하고 괴롭게 만든 전 편 사건이 뭘까 궁금해 하면서  아직  빠져나갈 수 있다고 믿는 소름끼치는 밴스 이야기가 마치 실제 있었던 일인양 우리의 마음을 술렁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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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칫솔에 머리카락 끼웠어?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2
제리 스피넬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룡소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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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모래성을 쌓으며 신나게 놀 나이였을때, 제일 부러운 건 우리 윗층 아이의 자전거타기 실력이였다. 세발 자전거 뒤에 자신보다 두 세살은  어려보이는 여동생을 태우고 쌩~~하고 놀이터를 돌아주던 아이의 모습은 너무도 흐뭇했기에 세발 자전거 탈 나이만 되면 울 집 아이도 그런 오빠가 되리라... 하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워보니 오빠가 그렇게 살갑게 누이를 대하는 건 두 집 걸러, 한 집에만 있는 일이라는 걸 알게되었고, 그 한 집에 우리집이 안 들어간다는 사실은 당연히 나를 무지 실망스럽게 했다. 하지만 그래도... 나이들면 사이좋은 오누이가 되겠지 라는 또 다른 꿈을 꾸기도 하고, 그리 크게 싸우지않으니 그게 어디야 하는 생각이였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이들의 논리력 또한 좋아져    상대방에 대한 서로의 비난이  청문회 수준이 되고부터는 국회안에서 벌어지는 열띤 현장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게된다  . 매사가 서로의 논쟁거리가 되고 보니 언제나  제일 괴로운 건  그 가운데서 중심을 잘 잡아줘야 하는 부모들이다.  나 역시 그럴때는   화제를 엉뚱하게  돌리거나 잘 모르는 일인양 얼렁뚱땅 하는게 이제 불 붙기 시작한 전쟁을 조용히 사라지게 하는 제일 빠른 방법이란 생각이기에 비슷한 그레그 아빠의 행동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서로를 '왕재수', '왕수다쟁이' 라 부르며 매일 전쟁중인 메긴과 그레그의 엄마, 아빠는 언젠간 끝나겠지 싶어 우리가 그랬듯이 잘 해보려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하지만,  모든 일에 경쟁이 된 메긴과 그레그에게는 별 소용이 없다. 아이들은 무조건 공격. 샤워 하는 동안에도  뜨거운 물과 찬 물 공격을 하거나 도넛으로 서로가 싫어할 장난을 치는 것부터 시작해서 상대가 좋다고 하는 일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 우직스러움을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이럴때만은 한결같은 녀석들이다.)  하지만 이상한건 똑같이 하고 다시 분풀이를 한 듯 보이는데도,   서로가 더 당했다 생각에  다시 전의를  불태우게 된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기만 하던 싸움이  한참 사춘기인 오빠 그레그의 짝사랑에 대한 놀림과  메긴이 좋아하는 하키 스틱이 사라지면서는   온 가족이 이 활활  타오르는 전쟁에 함께 하게된다.

 

아마 우리 가족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게  비슷한 부분이 순간 순간 보이게된다. 그래도 어떨 때는 엄마보다 오빠의 비밀을 먼저 알게 되는 여동생, 역시 여동생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음을 공공연히 알리는  오빠가 될 때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인걸까.  똘똘 뭉쳐 한 팀으로 같은 편에서 날 공격하고 서로를 보호해주다가도 순식간에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으르렁대는 야수들로 변하는 녀석들이, 이 책에서  사소한 일로  흥분하고 서로를 화내게 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언제나 곁에 있고  자신을 다 들여다 보고 있다는 생각에  '괜히' 라는 걸 알면서도 짜증내는 동생이나 오빠,언니,형에게는   자신들이  싸움걸때의 너무한 모습을 발견하거나 중간에 있는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해 볼 시간을, 그리고 우리에게는 한참 변해가고 강해 보이는 아이들이 아직도 상처받기 쉬운 아이들이라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 나이쯤되는 오빠가 할지도 모르는 그레그에게 시작되는 가슴 두근거리는 사랑, 그리고 아직은  운동이나 친구가 더 좋은 둘째같은 동생 메긴의 재미와 가슴 아픈 이야기,  그들의 싸움과 성장 이야기가 지금 그 나이 아이들 모습을 보고 써 간듯하기에,  서로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되는 커다란 사건으로  가족과 당분간의(?) 평화를 찾은 그들에게서   울 아이들도  당분간은 평화 협상을 하게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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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야성 불야성 시리즈 1
하세 세이슈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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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차게 한 인간의 뒤를 쫓아가게된다. 

삼합회,대만 류망,야쿠자, 마피아 등 무서운 이름들이 줄지어  목숨을 걸고 사방 팔방에서 덤벼드는 가부기초 거리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남자 류젠이는 대만인 아빠와 일본인 엄마라는 반반이라는 피 덕분에 이쪽에도 저쪽에도 갈 수가 없는 처지이다. 그런 그에게 사고를 치고 도망갔던 한 때 친구 우푸춘이 돌아오면서 그의 목숨이 더 간당거리게 된다.

 

'영웅 본색'의 주윤발이래도 이 가운데서 살아날 수 있었을까 싶게, 그에게 다가오는 인간들은 모두들 어느 한 순간 마음 놓지 못하게 한다. 거기에 나 이외의 인간은 모두 타인이라는 그에게 자신의 눈빛과 같은, 내 것을 빼앗으러 오는 인간은 어떻게든 없애버리겠다는 여인 샤오롄이 등장하면서 단칼에 모든 걸 정리하고 배신하기에 살아남았던 류젠이가 흔들리게 된다. '그녀와는 여기까지'라는  차가운 머리와는 다른 마음의 결정이 반복되게 되면서,  드디어... 다른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그가 변하기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그가  그토록이나 지키고 싶어했던 자신의 자리, 그리고 목숨을 잃게 하는 일의 작은 구멍은 이 여인으로부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가 승자가 되든 그건 언제고 다시 일어날 이 거리의 지나가는 오늘의 피바람일뿐이지만, 어쨌든 그 바람에 지금 휩쓸리지 않기위해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사람들, 특히나 자신이 아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 류젠이는 '설마, 이 사람은 배신하지 않겠지.' 하는 우리의 작은 바램까지 당연하게 부셔가며 모든 인간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땡겼다 놓았다 하는 비열한 모습을 보이게된다. 그 앞에는 누구도 자신 앞 날을 위한 보험일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스에겐 충성을, 여자에겐 사랑을, 가족과 친구에겐 의리를 보이는 뒷골목 신사는 이 곳엔 나타나지않는다. 그 중에서도 목숨빼고 모든 걸 당연히 걸었던 제일 비열한 남자가 '내가 아는 인물중에서도 최악의 거짓말쟁이다.'라면서도 하필이면 그런 여자에게 필요한 인간이고 싶어한다.  둘 중의 누군가는 살기위해  언제고 서로를 배신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아니라는 그의 절절한 독백은 금새 무너질 걸 알기에, 살인,강간,폭력,동성애라는 끔찍함에도  주저하지 않는 잔인함을 보이는 그의 뒤에 누가 먼저 서 있을지 같이 '흠칫'놀라게 된다.

 

과연 류젠이는 자신이 벌려놓은 죽음의 판에서 살아남을수 있을까? 뒷골목에서 배신의 아이콘이 되버린 류젠이와 샤오롄의 사랑은 이어질수 있을까? 

 

 영웅없는 영웅 본색, 적나라하다는 생각이 들만큼의 뒷골목 묘사, 그리고 외로운 한 남자. 80년대의 거친 홍콩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였는데, 이 이야기가 저자의 데뷔작이라는 사실도 놀랍지만  이 이야기가 벌써 영화로 나왔는데  나는 몰랐다는 점 또한 놀라게된다. 쫓고 쫓기는 머리싸움, 몸싸움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가  다음은 어떤 전개를 해갈지 궁금해지게된다.

 

"한 방울의 물을 마실 수 있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소중한 인간일지라도 배신하고 마는 인물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내 가슴을 통렬히 후벼 팠다. 하지만 내 가슴에서는 피가 나오지 않는다. 바싹 마른 모래만 흘러나온다."- p.457

 

"가슴속 동굴은 한없이 넓어지기만 했다. 그런데도 나는 알았다. 내가 뭘 했고 뭘 하지 않았는지. p.537

"총알이 한 발밖에 없었는지 몰랐단 말이야!  그러니까 너한테 그 총을 준 거야." p.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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