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캐쳐
워너브라더스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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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reamcatcher, 2003

  원작 - 스티븐 킹의 소설 ‘드림캐쳐 Dreamcatcher, 2001’

  감독 - 로렌스 캐스단

  출연 - 모건 프리먼, 토마스 제인, 제이슨 리, 데미안 루이스






  ‘드림캐쳐’는 아메리칸 원주민의 전통 장식물로, 좋은 꿈을 꾸도록 도와준다는 전설이 있는 장식물이다. 그러니까 제목만 보면, 꿈속에 나타나 사람들을 괴롭히는 뭔가가 나온다는 걸 알 수 있다. 게다가 원작자 이름을 보니 ‘스티븐 킹’ 이건 의심할 여지없이 공포물이다. 물론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중에 그의 공포 세계를 제대로 구현한 작품 찾기가 힘들어서, 그리 믿음이 가지 않지만 말이다.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헨리’, ‘피트’, ‘비버’, 그리고 ‘존시’는 어른이 되어서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어울려 지냈는데, 다른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더디츠’와 관련된 특별한 추억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렵게 한자리에 모인 그들은, 사냥여행을 떠난 숲에서 부상당한 한 남자를 구한다. 그런데 그가 끔찍한 모습으로 죽으면서, 네 친구들에게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어린 시절 동네 꼬꼬마시절부터 친했던 남자아이들의 모험 이야기는 스티븐 킹이 좋아하는 소재 같다. ‘스탠 바이 미 Different Seasons, 1982’와 ‘잇 It, 1980’이 그런 설정을 취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세 작품들이 자기 복제의 결과물이라 비슷비슷한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소년들이 어른이 되가는 과정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들이 겪는 사건의 기본이 공포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각각 달랐다. 원작을 읽어보지 않아서 뭐라고 하긴 어렵지만, 이 작품에서는 소년시절은 회상에서 잠깐씩 등장하고 주로 어른 시절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래도 그들이 겪는 사건이 어린 아이들이 감당하기에는 조금 버거울 수도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몇몇 장면에서 상당히 끔찍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더 끔찍한 것은 인간이었다.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는 책임자의 모습이 참으로 오싹했다. 어쩌면 그 상황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영화에서는 다른 방법도 존재했으니 말이다. 아마 자기주장이 제일이고 최선이라는 고집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볼 생각도 안 한 모양이다. 이래서 책임자를 잘 뽑아야 하는 것이다.



  마음의 방을 만들어 놓고, 그곳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외부의 공격에서 자신을 방어하는 장면이 신기했다. 영드 ‘셜록’에서는 주인공이 사건을 분석할 때 사용했는데, 여기서는 비슷하지만 좀 다르게 사용했다. 어떻게 보면 부러운 기술이지만, 달리 보면 정신분열로 여겨질 수 있지 않을까 우려도 되었다. 더디츠가 사람들에게 저능아라고 놀림 받은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는 말과 행동이 느린 게 아니라, 외부에서 오는 자극에 신경 쓸 여유가 별로 없었던 게 아닐까? 자신의 내부와 보통 사람들을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해 신경 쓰기도 바빴던 게 아닐까?



  영화는 어쩐지 너무 싱겁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결말을 맺는다. 그 전까지는 엄청난 게 터질 것 같은 분위기를 잡더니만……. 역시 스티븐 킹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답다. 별로 생각도 없었던 독서를 자연스레 권하니까 말이다. 설마 독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염려한 감독의 빅 픽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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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We Are Still Here (나를 찾아봐)(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Dark Sky Films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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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We Are Still Here, 2015

  감독 - 테드 조지건

  출연 - 바바라 크램턴, 앤드류 센세닉, 리사 마리, 래리 페센덴







  아들이 사망한 후, ‘앤’과 ‘폴’ 부부는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로 이사한다. 조용하고 주민도 별로 없는, 눈이 가득한 마을에서, 부부는 조용히 지내려고 했다. 집에서 자꾸만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말이다. 지하실 공사를 하러 온 인부는 이상한 것에 공격을 받아 다치고, 인사차 들른 이웃 주민은 몰래 집에서 떠나라는 쪽지까지 남긴다. 소리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부부는 아들의 친구였던 ‘해리’와 강령술을 할 줄 안다는 그의 부모를 초대하는데…….



  제목이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다. 몇 년 전에 ‘나를 찾아줘 Gone Girl, 2014’라는 제목의 작품이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제목만 비슷할 뿐, 그것과는 장르가 달랐다. ‘나를 찾아줘’가 스릴러였다면, 이 작품은 호러였다.



  영화를 보고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까? 다른 사람에게 희생을 강요하면서, 정작 자신은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는 건 정당한가? 인간은 이기적이고, 다른 사람의 고통에는 둔감하다. 아니, 둔감하기보다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는 게 더 옳을까? 나에게 손해가 없고 이득만 생긴다면, 다른 이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영화는 그런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비극적이었고, 무서웠다. 영상이나 극의 분위기는 보통이었는데, 그런 인간의 이기심을 생각하니 오싹했다.



  거기다 인터넷에서 읽은 귀농한 사람들의 괴담까지 생각나면서, 무척이나 으스스한 느낌이었다. 도시도 괴담이 있고, 시골도 괴담이 있다니! 괴담 없이 살 수 있는 곳은 없다는 말인가! 아니면 인간과 괴담을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는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원래 인간이 살아가는 데 흉흉한 일이 생기는 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니, 어쩐지 영화보다 현실이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쉽게도 깜짝 놀라거나 불길한 일이 있을 거라는 징조에 조마조마해하면서 긴장하게 만드는 연출은 좀 약했다. 그랬다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아, 이 영화는 끝까지 딴 짓하지 않고 봐야한다. 그래야 어째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조금이나마 답을 주기 때문이다. 역시 제일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라 사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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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 코니 윌리스 소설집
코니 윌리스 지음, 이주혜 옮김 / 아작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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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 Lot Like Christmas, 2017

  작가 - 코니 윌리스




   몇 달 전에 리뷰를 썼던 ‘고양이 발 살인사건’과 세트인 작품이다. 작가인 코니 윌리스가 집필한 많은 단편들 중에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이야기들만 묶어놓았다. 그러니까 이 책도 단편집이라는 얘기다.


『기적』의 주인공 ‘로렌’은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선물 준비를 담당하고 있다. 동료들에게 줄 선물과 파티에서 입을 드레스까지 마무리했을 때, 그녀의 앞에 ‘크리스마스 선물의 유령’이 나타난다. 그는 요즘 크리스마스 선물에 정성과 환경 보호가 빠져있다고 혀를 차면서, 그녀가 준비한 모든 것들을 바꿔놓는데…….



  선물과 현재의 영어 단어가 똑같다는 점을 이용해,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 A Christmas Carol, 1843’의 현재의 크리스마스 유령을 크리스마스 선물의 유령으로 바꿔놓은 시작부터 재미있다. 거기다 환경 보호론자인 유령 식물성 잉크를 쓰지 않고, 재생지로 만든 카드를 쓰지 않았다고 화를 낸다. 텔레비전에서 해주는 크리스마스 특별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채널을 바꾸기도 하고 말이다. 유령 때문에 로렌은 뜻하지 않은 인연을 만나게 되는데, 이건 아무래도 유령의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 싶다.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는 인공 지능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소녀 ‘에밀리’와 ‘하빌랜드’라는 여배우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인간의 직업을 빼앗지 않기 위해 원하는 것이 없도록 프로그래밍되어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에밀리는 무용단원이 되고 싶어 했다. 하빌랜드는 그녀를 도와주기로 하는데…….



  사건의 전개는 어떻게 보면 인간적이었는데, 결말 역시 너무도 인간적이었다. 연구소 측의 대응도 당연해보였고, 하빌랜드의 반응 역시 이해가 갔다. 어쩌면 하빌랜드와 그녀의 지지자들이 연구소의 박사보다 더 에밀리를 인간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박사에게 에밀리는 단지 자신의 연구 실적을 뽐낼 수 있는 결과물이었지만, 하빌랜드에게 에밀리는 인간과 비슷한 감정을 지닌 새로운 인격체이자 친구였다.



  『우리 여관에는 방이 없어요.』는 크리스마스 공연을 준비하는 한 교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샤론’은 교회에 나타난 두 젊은 노숙자 부부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 한겨울에 샌들을 신고 있으며 여자는 임신 중이었다. 처음에는 불쌍해서 교회 안에서 쉬도록 했지만, 샤론은 알아차린다.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어찌된 일인지 모르지만 시공간을 이동한 ‘마리아’와 ‘요셉’ 부부였다. 다른 사람들 눈에 들키면 노숙자로 몰려 센터로 쫓겨 가게 된다. 샤론은 아무로 모르게 그들을 숨겨주면서, 동시에 베들레헴으로 돌려보낼 방법을 찾기로 하는데…….



  초반에 노숙자들이 다른 교회에 숨어들거나 비품을 훔쳐가는 일이 많다는 얘기를 하면서, 여관에 방이 없다고 쫓겨나는 마리아와 요셉 연극을 대비해서 보여주는 구도가 참 의미심장했다.



  『모두가 땅에 앉아 있었는데』는 코니 윌리스의 다른 단편집인 ‘여왕마저도 The Best of Connie Willis, 2013’에서 이미 리뷰를 썼었기에 여기서는 패스!



  『코펠리우스 장난감 가게』는 연애는 좋아하지만, 그들의 아이는 싫어하는 남자가 등장한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아이를 따라 장난감 가게에 들어간 그는, 뜻하지 않은 곤경에 빠지는데…….



  장난감 가게가 아이들에게는 천국이지만, 왜 어른들에게는 곤혹스러운 장소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장식하세닷컴』의 주인공 ‘리니’는 고객 맞춤형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사람들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종류의 컨셉으로 집안을 꾸며준다. 그런 그녀에게 새로운 의뢰가 들어오는데…….


  과연 크리스마스라는 게 뭘까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남들과 다르게, 특이하게, 그리고 멋지게 집을 꾸미는 것이 크리스마스일까?



  이 책의 다른 이야기들도 다 비슷한 말을 하고 있었다. 과연 크리스마스는 무엇을 위해서 있는 걸까? 우리는 왜 그 날을 기념하는 걸까? 유쾌하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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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win Peaks, 2017

  감독 - 데이비드 린치

  출연 - 카일 맥라클란, 셰릴린 펜, 다나 애쉬브룩, 레이 와이즈,나오미 왓츠,  

           아만다 사이프리드, 애슐리 주드, 로라 던, 팀 로스, 제임스 마샬.






  ‘쿠퍼’ 요원이 사라진 지 25년이 흘렀다. 그동안 ‘사악한 쿠퍼’는 온갖 나쁜 짓을 하면서 살고 있었고, ‘착한 쿠퍼’는 아름다운 부인과 귀여운 아들을 두고 성실히 살아가고 있었다. 한편 평화롭기만 하던 ‘트윈 픽스’ 마을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는데…….



  2시즌에서 ‘로라’가 쿠퍼 요원에게 속삭였다. 25년 후에 다시 만날 것이라고. 그리고 그 말대로 2시즌이 끝나고 25년이 되는 해에, 3시즌이 돌아왔다. 나의 90년대에서 어느 정도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드라마이기에, ‘우왕!’하는 설레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출연한다는 배우들 이름을 보니, 세상에나! ‘아만다 사이프리드’에 ‘나오미 왓츠’에 ‘애슐리 주드’에 ‘팀 로스’에 ‘로라 던’도 모자라서, ‘모니카 벨루치’라니! 또한 지난 1,2시즌 동안 출연했던 배우들이 그대로 등장해서 반갑기도 했다. 몇몇은 등장하지 않아 아쉬웠지만 말이다. 모니카 벨루치가 너무 짧게 출연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녀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인상적인 등장이었다.



  지난 1,2시즌 평에서도 ‘여백의 미’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다. 요즘 드라마처럼 장면 전환이나 드라마의 진행이 빠르게 넘어가는 게 아니라, 느릿하니 천천히 흘러가고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번 3시즌은 그보다 더 느릿하게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총 18부작이었는데, 요즘 감독들에게 맡기면 3~4편으로 압축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어쩌면 감독이 자신이 어디까지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이것저것 실험해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라는 추측도 해보았다. 공간에 아무 것도 없는 게 아니라, 비어있지만 뭔가 느껴지는 것이 여백의 미다. 이 드라마에는 느릿하게 지나가는 화면이나 멍하니 먼 곳을 응시하는 인물들의 시선, 움직임 없이 한 장소에 고정된 카메라의 시선, 대사 하나 없이 동작으로만 이루어진 장면들이 꽤 많았다. 방송사고가 아니라, 의도적인 것이었다.



아쉽게도 이번 드라마는 나에게는 그냥 그랬다. 아무래도 요즘 드라마의 빠른 진행에 익숙해졌기 때문인  가 보다. 게다가 마지막에 명쾌하게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잡는 범죄 수사물만 보았더니, 이 작품의 결말은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진행이 너무 느려서 도리어 집중하기 힘들었는데, 결말마저 아리송하다니! 현실 세계는 사실 많은 모순과 알 수 없는 일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졌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이미 답을 줬는데 내가 못 알아먹는 걸까?



  기대와 달리 막상 뚜껑을 열어 본 이번 이야기는 예전처럼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지난 시즌의 사람들에 대한 온갖 궁금증은 잔뜩 던져놓고, 그냥 매듭을 지어버린 느낌이었다.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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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win Peaks, 1990

   감독 - 데이비드 린치

   출연 - 카일 맥라클란, 마이클 온키언, 셰릴린 펜, 다나 애쉬브룩, 라라 플린 보일, 

           레이 와이즈, 조앤 첸, 헤더 그레이엄






  꿈과 환상 속에 나오는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쿠퍼’요원은 드디어 ‘로라 팔머’를 죽인 범인을 알게 된다. 거기에 그는 범인의 내부에 있는 ‘밥’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악의 결정체라 할 수 있으며, 사람들의 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범죄를 저지르게 만드는 존재였다. 로라를 죽인 범인은 결국 죄를 뉘우치지만, 밥은 그의 마음에서 뛰쳐나와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간다. 그 때문에 잠시나마 평화를 되찾은 것처럼 보였던 ‘트윈픽스’ 마을은 또 다른 사건에 휘말리는데…….



  여덟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졌던 1시즌이 ‘누가 로라 팔머를 죽였을까?’라는 한 가지 주제에 집중했다면, 20여 편이 넘는 에피소드를 가진 2시즌은 두 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전반부에서는 1시즌과 마찬가지로 ‘로라 팔머를 죽인 범인은 누구인가?’였고, 후반부에서는 ‘밥은 어디에 있는가?’를 다루고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인간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마을 트윈픽스이기에,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었고 동시에 약함도 존재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그 속마음은 다른 사람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이 얽히고 설기면서 만들어내는 사건들은 복잡하고 그 뿌리가 깊었으며 막장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러니 밥이 누구의 마음에 들어가 있는지 알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후반부에 드러나는 한 사람의 비밀을 보면서, ‘이건 쫌…….’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문득 그 상황을 보면서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 설정 하나가 떠올랐는데, 외모나 재력을 가지고 몸을 함부로 굴리는 남자들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존재하는 모양이다.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존재로 등장하는 것은 ‘밥’이다. 범죄자의 영혼이 사람들에게 옮겨 다닌다는 설정의 영화 ‘영혼의 목걸이 Shocker, 1989’처럼, 여기서도 밥은 사람들의 마음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전반부에서 해결된 것처럼 보이는 살인이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악이라는 것은, 아주 작은 틈만 보여도 점점 커진다는 걸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마치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같은 뉘앙스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 사람이 나쁜 게 아니라, 그 사람 마음속에 들어간 악이 나쁘다는 말처럼 들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모든 사람에게 밥이 들어갈 수 있는 기회와 동기는 충분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범인의 마음이 약하거나 더 여지가 많았기에 밥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는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걸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죄를 저지를 수 있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하긴 드라마에서도 그런 비슷한 말이 나온다. 밥이 노린 것은 로라였지만, 그녀는 강했기에 그에게 굴복하지 않았고 결국 살해당하고 말았다. 제일 어렸고, 약해보였으며, 자존감은 바닥까지 내려갔고, 믿었던 어른들의 노리개가 되었던, 누구보다 사람들을 증오하고 미워할 것 같았던 그녀가 제일 강했다. 으음, 그러면 설마 범죄자가 되느니 차라리 죽으라는 말인가…….



  ‘제임스’는 2시즌에서도 징징이 캐릭터가 여전했고, 그런 그를 계속해서 보듬어주는 ‘다나’가 보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왜 그딴 놈에게……. 그리고 첫사랑은 역시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평생을 그리워한 사랑이 이루어지기 직전에 무산되는 걸 보면서, ‘인생사 뭐 별 거 있나’라는 해탈의 경지도 아주 잠시 느낄 수 있었다.



  전반부를 훌륭하게 이끌어간 로라를 죽인 범인의 연기는 그야말로 감탄 그 자체였다. 그가 너무 강렬했기에, 후반부에 등장하는 악당의 카리스마는 한참 부족했다. 그래서일까? 후반부는 집중도 잘 되지 않았고, 흥미도도 떨어졌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결말은 마음이 아팠다. 결국 악이 승리한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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