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기 좋은 방 - 오직 나를 위해, 그림 속에서 잠시 쉼
우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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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오직 나를 위해, 그림 속에서 잠시 쉼

   저자 - 우지현







  ‘방’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혼자 조용히 쉴 수 있는 곳? 여러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 방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 쓰임 또한 다양하다. 그 중에서 특히 ‘내 방’이라는 공간은 모호한 경계에 있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곳이고 또한 내 물건들로 가득 차 있지만, 가끔은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안식처이기도 하고 때로는 도피처이기도 하다. 나만의 은밀하고 비밀스런 보물창고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신기한 관광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여러 가지 ‘방’을 그린 화가와 그들의 작품을 얘기한다. 그 방에는 진짜 방이 있고, 작업실이나 미술관, 카페, 욕실이 있었다. 또한 방에서 바라본 발코니라든지 거리 풍경 내지는 교통수단도 등장한다. 또한 위의 저런 방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화가들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한다. 사실 카페나 미술관 또는 버스 안 같은 곳은 방이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좀 더 확장된 개념으로 생각하면 그럴 듯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 섞여 있지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기만의 세상에 빠질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색조와 화가가 대상을 보여주는 각도에 의해, 방이 주는 느낌은 달랐다. 빛에 의해 화사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역시 빛과 그늘에 의해 어둑어둑하니 금방이라도 잠을 자야 할 것 같았다. 게다가 카페에서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어쩐지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았고,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무슨 일이 있는지 토닥여주고 싶었다. 어떻게 색과 구도로 그런 분위기를 자연스레 보여주는지, 역시 화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만약에 내가 방을 주제로 그린다면 어떤 그림이 나올지 궁금해졌다. 내가 생각하는 방,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방, 그리고 내가 꿈꾸는 방의 이미지는 어떨까? 그리고 난 그 그림을 통해 무엇을 얘기하고 싶을까? 위에서 언급했지만, 내 방은 나만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보물 창고이고 도피처이자 안식처이다. 과연 그런 느낌을 한 번에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어쩌면 같은 방이지만 어떤 느낌으로 와 닿는가에 따라 다른 그림이 나올 것 같다. p.22에 있는 ‘마르셀 리더’의 ‘벽난로 앞에 있는 여인’처럼 아늑하고 쉬기 좋은 공간처럼 그리기도 하고, p.353~354에 있는 ‘프레데리크 바자유’의 ‘바자유의 아틀리에’처럼 보물 창고로 표현할 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가 그 정도의 그림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겠지만 말이다.



  p.360에 수록된 ‘마리 드니즈 빌레르’의 ‘그림 그리는 젊은 여자’에 관련된 이야기는 읽으면서 한숨이 나왔다. 화가가 누군지 잘 모를 때는 극찬을 늘어놓더니, 화가가 여자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혹평을 쏟아내는 평론가들이라니……. 그런 사람들을 평론가라고 부를 수나 있을까 싶다. 아직도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 인간은 이제 진화를 멈춘 모양이다. 아니면 퇴보를 하고 있거나.



  그동안은 별로 생각 없었던 ‘방’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쩌면 온전히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그런 존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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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eadpool 2 , 2017

  감독 - 데이빗 레이치

  출연 - 라이언 레이놀즈, 조쉬 브롤린, 재지 비츠, 모레나 바카린







  연휴 때 애인님과 본 영화이다.



  청부업을 하던 ‘데드풀’은 뜻하지 않은 사고로 ‘바네사’를 잃게 된다. 죽기로 결심한 그였지만, 그의 능력 때문에 이루지 못한다. 그런 그에게 ‘콜로서스’가 찾아와 ‘엑스맨’ 팀으로 들어오라고 권유하고, 견습생으로 활동하게 된다. 하지만 한 고아원에서 ‘러셀’이라는 소년의 폭주를 막던 중, 데드풀은 그가 원장을 비롯한 여러 직원들에게서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엑스맨 팀의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규칙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던 데드풀은 결국 러셀과 함께 감옥에 갇힌다. 그런데 미래에서 온 ‘케이블’이라는 존재가 러셀을 죽이려 하는데…….



  1편보다 시간도 좀 길어지고, 액션 장면과 CG는 더 화려해졌으며, 사람들은 더 잔혹하고 어이없게 죽어나갔고, 인용과 패러디는 더 많아졌으며, 데드풀의 외설 농담 수준은 더 높아졌다.



  그리고 이제는 두 사람의 사랑을 넘어서, 가족에 관한 얘기로 주제가 확장되었다. 1편이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였다면, 2편은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오직 바네사만 생각하던 데드풀이, 어린 러셀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니 고아인 ‘애니’가 진정한 가족을 찾는 내용의 뮤지컬 ‘애니 Annie’의 주제가인 ‘Tomorrow’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애니’에서도 나쁜 악당은 고아원 원장이었다.



  다른 사람을 가족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내 선 안으로 그 사람을 집어넣는다는 말이다. 그건 그 사람에게 관심과 신경을 더 기울이고, 배려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데드풀이 자신이 내뱉는 말의 무게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모든 것을 조롱하고 비아냥거리며 농담거리로 삼는 그였지만, 케이블의 곰 인형에 대해서는 미안함을 느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러셀에게 마구 내뱉었던 말에도 나중에 미안해한다. 어떤 의미로는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그건 러셀도 마찬가지였다. 양 손에 불타는 붉은 용을 갖고 있던 그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을 배웠다. 아무도 믿지 않고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던 러셀이었지만, 결국 자신을 진정으로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제야 그는 자신의 붉은 용을 제어할 수 있었다.



  물론 1편과 마찬가지로, 그걸 깨닫기 전에 서로 오해하고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을 겪는다. 새는 세계라는 알을 깨고 나온다는 말처럼, 이 영화에서도 가족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기 위해 많은 것들이 깨어졌다. 건물도 부서지고, 차도 뒤집히고, 기차고 탈선하고, 사람 머리도 깨지고…….



  영화는 거의 두 시간 동안, ‘이래도 지루해할 거야? 딴 짓 할 거야?’라고 묻는 듯이 쉴 틈 없이 몰아붙였다. 진행이 상당히 빨라서 대사 하나, 장면 하나라도 놓칠 수 없었다. 그래도 꽤나 유쾌하게 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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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데드풀 : 일반판
팀 밀러 감독, 라이언 레이놀즈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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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eadpool , 2016

  감독 - 팀 밀러

  출연 - 라이언 레이놀즈, 모레나 바카린, 에드 스크레인, T.J. 밀러







  애인님과 2편을 보기 위해, 부랴부랴 본 1편이다.



  특수부대원이었던 ‘웨이드 윌슨’은 해결사를 하면서 살아가던 중, 우연히 ‘바네사’와 사랑에 빠진다. 행복하던 날도 잠시, 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고 절망에 빠진다. 그러다가 암 치료를 위해 비밀 실험에 참여하는데, 그곳은 사실 치료보다는 생체 실험을 통해 초인을 만들어내는 곳이었다. 그곳의 책임자였던 ‘프란시스’는 웨이드에게 온갖 실험을 가한다. 그 과정에서 웨이드는 화상을 입은 것처럼 온 몸이 변하고 동시에 죽지 않는 능력을 갖게 된다. 겨우 실험실을 빠져나왔지만, 웨이드는 자신의 흉측한 얼굴 때문에 바네사에게 돌아가지 못한다. 그는 자신을 ‘데드풀’이라 이름하고, 자신을 엉망으로 만든 프란시스와 그 일당에게 복수하겠노라 결심하는데…….



  이 작품의 등급은 청소년관람불가이다. 왜 그런지는 초반부터 확실히 보여준다. 주인공의 말이나 행동은 다소 외설적이고, 전투 장면은 상당히 잔혹했다. 비록 주인공의 가볍고 발랄하며 장난스러운 말 때문에 분위기는 더없이 경쾌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팔다리가 잘리고 피가 분수처럼 치솟으며 목과 몸이 분리되는 장면이 빠르게 지나간다. 마치 앞에서는 동화 속의 주인공이 ‘세상은 아름다워, 하하하하’하고 웃고 있지만, 뒤에서는 동물 친구들이 팔다리가 잘리고 피범벅이 되어 쓰러져 있는 그런 분위기?



  영화는 상당히 빠르게 진행된다. ‘데드풀’이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가 누구와 왜 싸우는지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그를 돕는 여러 조력자와 싸우는 상대에 대한 얘기도 조금씩 끼워 넣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바네사와 웨이드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재회는 절대 빠질 수가 없다. 이 영화는 결국, 웨이드가 바네사를 다시 만나기 위해 온갖 역경을 뛰어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죽음도 떼어놓을 수 없는 두 남녀의 사랑에 관한 얘기라고 봐야 할까?



  물론 그 가운데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은 덤이다. 주인공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떠들고 행동하는 스타일이라, 앞을 가로막는 존재들에 대해서는 자비가 없었다.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들에게조차 ‘저런 말을 해도 괜찮을까?’라는 수준의 비아냥거림이 섞인 농담을 하기에, 앞을 막아도 넘어가는 상대는 ‘엑스맨’ 팀의 ‘콜로서스’ 정도? 물론 그도 조롱 섞인 웨이드의 농담에서 자유롭지는 않지만 말이다.



  주인공이 꽤나 발랄해서 한시도 쉬지 않고 수다를 떠는데, 그런 캐릭터가 처음이나 초반에는 신선했다. 하지만 그런 상태가 후반까지 계속 이어지니, 나중에는 누가 쟤 입 좀 막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한없이 낙천적이고 무한 긍정적인 성격이지만, 오래 같이 있으면 옆 사람 짜증나게 할 스타일이었다. 프란시스가 괜히 웨이드를 싫어하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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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어야 하는 밤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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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chtNacht, 2017

  작가 - 제바스티안 피체크





  방금 밴드에서 퇴출당한 ‘벤’은 전부인인 ‘제니퍼’의 전화를 받는다. 이주일 전 자살시도를 한 딸 ‘율레’에 관한 얘기였다. 그녀는 율레가 자살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았노라 말했다. 경찰에 가져갈 정도는 아니지만, 부모에게는 믿음을 주기에 확실한 그런 증거. 벤은 딸이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를 기억한다. ‘아빠가 위험에 빠진 것 같아.’ 그런데 그날 밤부터 모든 사람들이 그를 쫓기 시작한다. ‘8N8’이라는 사이트에서 사냥 게임을 시작했는데, 벤이 사냥감으로 뽑힌 것이다. 그를 잡으면 받을 수 있는 상금은 무려 천만 유료! 처음에는 다들 가짜뉴스라거나 낚시라고 여겼지만, 어마어마한 상금과 게임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일당이 개입하면서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그를 뒤쫓는다. 거기에 과거에 그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은 그를 처단해야 한다는 광기에 휩싸인다. 물론 그 범죄는 누명이었지만, 이미 선동된 사람들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벤은 사냥감으로 같이 지목된 ‘아레추’와 함께 생명을 건 도주를 감행하는데…….



  작가의 이름이 어딘지 모르게 낯익다. 그렇다. ‘제바스티안 피체크’. 바로 ‘눈알수집가 Der Augensammler, 2010’와 ‘눈알사냥꾼 Der Augenjager, 2011’ 그리고 ‘차단 Abgeschnitten, 2012’의 작가로, 책제목만으로 엄마의 이상한 시선을 받게 만든 그 사람이다. 글자를 읽는 것만으로 떠오르는 끔찍한 장면 연출로 한동안 속이 울렁거리게 만든 그 사람이다. 사실 그 때문에 한동안 이 작가의 책을 멀리하기도 했다. 읽고 나면 그 참혹함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말처럼, 몇 년 지났으니 괜찮을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에 과감히 책을 집어 들었다.


이야기는 마치 내가 벤과 아레추의 도주에 동반한 것처럼,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어느 한 구석에 주저앉아 숨 돌릴 틈도 주지 않는다. 이미 온라인과 방송을 통해 신상이 탈탈 털렸기에, 나는 상대를 모르지만 상대는 나를 안다는 사실에서 오는 공포는 엄청 났다.



  책은 온라인과 대중 심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간혹 온라인에 올라와있는 글을 진실이라 믿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이 믿는 사이트에 있는 글만이 진실이라 믿으며, 그것을 아니라 말하는 사람들에게 반박하며 공격하거나 아예 상대하지 않는다. 자기들끼리 뭉쳐서 모든 것을 배척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의 의견에 쉽게 선동되어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사람도 만날 수 있다. 첫 댓글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감동적인 얘기에 우스운 댓글이 처음 달리면 뒤를 이어 웃긴 댓글이 달리고, 첫 댓글이 비판적인 내용이면 다음 댓글들도 비슷하게 흘러간다는 뜻이다. 예전에 이에 관한 무슨 실험이 있었던 것 같다. 모두가 다 ‘아니요’라고 할 때, 맞는다는 걸 확실히 알지만 다른 사람을 따라서 ‘아니요’라고 말하는 그런 실험이었던 것 같다. 다수를 따라가는 것은, 오프라인이건 온라인이건 똑같은 모양이다. 이런 경우는 너무 많아서, 일일이 세기 어려울 정도이다.



  여기서도 그런 사람들이 등장한다. 남들이 욕하니 같이 욕하고, 남들이 죽이라 하니 같이 죽이라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 사람들은 다수였지만, 정작 그들을 움직이는 것은 소수였다. 그 한두 명의 사람들이 의도한대로 사람들은 움직였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했다. 문득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댓글 부대’가 떠올랐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너무도 높아서, 기본적인 교육 수준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렇게 쉽게 선동되고, 남의 말을 쉽게 믿는 걸까? 물론 온라인에 올라오는 모든 글을 개인이 일일이 검증할 수는 없다. 그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100% 진실이라 믿는 건 문제가 있지 않을까? 언제부터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걸 그만뒀는지 모르겠다.



  중간 중간 생각하기 위해 멈춰야 할 정도로, 책은 진행이 빨랐다. 영상물을 보는 것도 아닌데, 읽는 내내 숨을 골라야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눈알 시리즈만큼의 충격은 없었다는 것이다. 뭐 그렇다고 섬뜩한 느낌을 주는 장면이 없었다는 건 아니다. 아마도 ‘제바스티안 피체크’ 일 년치가 넉넉하게 충전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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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물맴이다 - 새벽들 아저씨와 떠나는 물속 생물 관찰 여행, 2016년 미래창조과학부 선정 우수과학도서 새벽들 아저씨와 떠나는 관찰여행
손윤한 지음 / 지성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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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새벽들 아저씨와 떠나는 물속 생물 관찰 여행

   저자 - 손윤한



 


 

  처음에 제목을 물뱀으로 읽고는, ‘우리나라에도 물뱀이 있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음, 자세히 보니 ‘물맴’이었다. 노안인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었던 물속 생물들에 대한 관찰이라고 해서, 물고기에 대한 책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어쩌면 흔히 알고 있는 부레옥잠 같은 식물이나 소금쟁이 같은 곤충들이 부록처럼 곁들여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책을 받아들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수서 곤충’ 그러니까 물에 사는 곤충들에 대한 책이었다.

 

  ‘영서’와 ‘진욱’이 ‘새벽들 아저씨’와 함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수서곤충들에 대해 알아가는 내용이었다. 논 위쪽에 있는 물웅덩이(둠벙), 계곡, 하천, 동네 물웅덩이 그리고 식물원의 습지 생태원을 두루 돌아보면서, 그곳에 살고 있는 곤충들의 특징이나 습성을 체험할 기회를 주고 있다. 사진이 무척 많아서, 직접 접하지 않아도 꽤 실감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중간에 사진을 보고 너무 놀라서 책장을 덮어버릴 정도로…….




  ‘물맴이’는 물 위에서 맴돌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것을 처음 보는 순간 든 생각은 ‘으악! 바퀴벌레!’였다. 아, 눈앞에 등장한 사진 속에 있는 반질반질한 검정색의 타원형 몸을 가진 곤충은 그 혐오스런 바퀴벌레와 너무도 닮았다. 설마 물에 사는 바퀴벌레가 물맴이란 말인가! 나중에 검색을 해서 확대 사진을 보니 두 곤충의 차이점이 보이긴 했지만, 처음 봤을 때는 그게 그거 같았다. 아, 진짜 너무 놀랐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저번에 물가에 놀러갔을 때 ‘여긴 왜 이렇게 바퀴벌레가 많아!’ 이러면서 인상을 쓰다가 금방 돌아왔는데, 설마 그게 저 물맴이들이었던 걸까? 무식해서 미안해, 얘들아. 너희들을 오해했던 거 같아. 미안. 그래도 난 아직 너희들이 똑같다고 생각된단다.


  이후 책은 여러 종류의 잠자리와 그 유충을 소개한다. 심지어 오랜 시간 동안 촬영한 잠자리의 ‘날개돋이’ 과정까지 보여주었다. 번데기에서 나오는 것을 날개돋이라고 한다는데, 무려 19시간이나 걸렸단다. 19시간동안 옷을 벗다니! 하지만 옷을 벗는 게 아니라 피부 껍질을 벗는 거라고 생각하면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닐 것이다. 그 외에도 물방개 종류나 하루살이, 깔다구 등등의 많은 곤충들과 그 애벌레, 심지어 다슬기 같은 것들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나올 때마다 내 얼굴은 잔뜩 일그러졌다. 언젠가도 말했지만 난 다리가 너무 많은 거나 하나도 없는 걸 무척 징그러워한다. 애벌레라는 것들은 다리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였고, 물방개나 물매미들은 바퀴벌레를 닮았고, 유충들 중에는 발이 많이 달린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아, 사진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몸이 근질거리고 자연스레 발이 의자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나만 그렇고, 조카는 ‘흐응’그러면서 책장을 잘만 넘겼다. 처음 보는 곤충들이라 신기한 모양이다. 조카가 읽을 책이니, 그 아이 마음에 들면 되는 것이다.

 

  이제는 보기 힘든 곤충들에 대한 기록이라 생각하니, 어쩐지 마음 한편이 짠해졌다. 미안하다는 생각과 죄책감 비슷한 감정도 들었다


  음? 그러고 보니 이 책을 읽으면서 오싹하다고 느꼈는데, 어쩌면 나에게는 최고의 여름 피서법이 될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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