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Major Crimes: The Complete Second Season (메이저 크라임 시즌 2)(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Warner Home Video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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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ajor Crimes, 2013

   제작 - 제임스 더프, 록산 도슨

  출연 - 매리 맥도넬, G.W. 베일리, 안소니 존 데니슨. 마이클 폴 챈, 레이몬드 크루즈, 키어런 지오반니, 그레이엄 패트릭 마틴







  이번 시즌에는 새로운 인물이 한 사람 등장한다. ‘필립 스트로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리오스’ 검사이다. 상당히 패션 감각이 뛰어나고 매력적인 여성인데, 사건에 대한 열의가 지나쳐서 주위 사람들의 기분을 배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시체라든지 피에 약해서, 사건 현장에 와서 우연이라도 시체를 보게 되면 거의 비명을 지르고 울먹인다. 하여간 그녀의 다소 융통성 없고 사건에 올인하는 성격은 주요 증인인 ‘러스티’와 마찰을 빚는다.



  이제 러스티는 주요 범죄 수사국의 마스코트가 되어버렸다. 프로벤자에게는 언제든지 고민을 털어놓는 귀여운 손자이고, 버즈에게는 손이 많이 가는 동생 그리고 다른 팀원들에게는 사춘기의 툴툴거리는 사촌 동생 정도의 느낌이랄까? 그래서 뒤처진 학교 진도를 따라잡으라며 개인 지도도 해주고, 그가 여자 친구를 데리고 오자 모두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본다. 덕분에 부모에게서 버림받고 길에서 생활하던 러스티는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 그는 타인에 대한 믿음이라든지 기대 같은 걸 하지 않고, 오직 살아남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점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넓혀가고, 조금씩 의지하고 남을 배려하기에 이르렀다.



  어쩌면 이번 시즌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이를 기르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과거에 무슨 짓을 했었건, 현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믿어주며 제대로 나갈 수 있게 봐주는 팀원들이 있었기에 러스티는 변할 수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없었다면, 아마 그는 지금도 예전처럼 길에서 매춘을 하고 엄마를 따라 마약 중독자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물론 러스티가 중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었기에 팀원들이 너그럽게 이해해주는 거였을 수도 있다. 범죄의 목격자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으니 보호해주는 걸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색안경을 쓰고 피해자를 대하는 경우가 있다. 가해자는 남자니까 그럴 수도 있다거나 순간의 욕정을 참지 못했다고 옹호를 해주면서, 피해자에게는 여우같은 년이 먼저 꼬리를 쳤다느니 꽃뱀이라며 온갖 비난을 가할 때가 있다. 마치 피해자인데 가해자가 된 것 같은 이상한 분위기가 있다.



  이 드라마에서 러스티와 그를 둘러싼 팀원들의 태도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와 다른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러스티는 미성년자였고 동성 매춘을 했다. 우리 나라에서였다면 그가 피해자건 아니건 꽤나 많은 비난과 욕설을 들을 위치였다. 하지만 드라마의 팀원들은 그를 감싸줬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기회를 주었다. 그게 참 마음에 들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섀런은 조용조용한 말투로 사람을 죽여 놨고, 프로벤자는 안경에 얽힌 귀여운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팀원들이 해결한 사건도 상당히 다양해서, 성전환에 관련된 갈등이라든지 게이만을 노린 범죄, 마약, 이별 범죄, 권력을 이용한 성폭행, 신분 도용, 사제지간의 사랑, 오래 전에 실종된 아이, 그리고 가출 청소년을 이용한 범죄 등이 있었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니, 그 밑바닥에는 ‘사랑’과 ‘돈’이 들어있었다. 역시 거의 모든 범죄의 원인은 저 두가지인가보다.



  사건들은 상당히 흉악한데, 그걸 해결하는 형사들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시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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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가 있었다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김예진 옮김 / 검은숲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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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re Was An Old Woman, 1943

  작가 - 엘러리 퀸






  언젠가도 말했지만, 거의 30년 전에 사망한 작가의 책이 새로 나오는 것은 설레는 일이지만 어떻게 보면 이상한 일이기도 하다. 어떻게 죽은 사람의 신간이 나올 수 있는 거지? 설마 죽은 작가의 혼이 영매를 통해 책을 집필하는 걸까? 물론 아니다. 그건 그러니까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엘러리 퀸의 작품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소개되었던 적이 있지만, 절판되었다가 다시 재출간되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이 책, ‘노파가 있었다.’는 후자의 경우이다. 


  어릴 적에 아빠가 아동용 추리 소설 명작 전집을 사주셨는데, 거기에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과 ‘노파가 있었다’가 들어있었다. 물론 아동용이라 상당히 많은 부분이 순화되어 있었고, 제목도 달랐다. 아동 버전을 읽다가 완역본을 보니, 어쩐지 어른들의 은밀한 세계를 엿보는 기분이다.


  판사를 기다리던 ‘엘러리’와 아버지 ‘퀸’ 경감은 우연히 ‘포츠’집안의 재판을 구경하게 된다. 그리고 엘러리는 그 집안의 고문 변호사인 ‘찰리 팩스턴’의 초대로 포츠 집안에 발을 디디게 된다. 그는 세계적인 구두 회사를 일군 여장부 ‘코닐리아’와 그녀의 여섯 아이 가문의 이름에 집착하는 마마보이 장남 ‘설로’, 이상한 물건을 발명하는 것에 몰두하는 ‘루엘라’, 동화 작가이자 자기 혼자만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허레이쇼’, 부사장으로 회사를 이끌어가는 쌍둥이 ‘로버트’와 ‘매클린’ 그리고 막내 ‘실라’를 소개받는다. 앞의 셋은 첫 번째 남편에게서 얻은 아이고, 뒤의 셋은 두 번째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았다. 그런데 코닐리아는 이상하게 첫 번째 남편에게서 낳은 아이들에게는 다정한데, 두 번째 남편에게서 얻은 아이들에게는 냉담하게 군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스티븐은 회사 경영 문제로 설로와 말다툼을 벌인다. 화가 난 설로는 동생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결투를 말리려다 실패한 엘러리와 찰리, 매클린 그리고 실라는 결국 권총의 총알을 바꿔치기하기로 한다. 하지만 로버트가 실탄에 맞아 사망하는 일이 일어나는데…….


  사건의 등장인물이나 배경이 ‘마더 구즈’ 이야기와 비슷해서, 어딘지 모르게 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사건의 동기나 범인의 트릭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진행이 무척이나 좋았다. 어쩐지 범인이 밝혀졌는데도 페이지가 많이 남아서 이상하다 싶었다. 그랬더니 막판에 그런 반전이 뙇!! 


  페이지를 넘기면서, 진짜 그 사람이 범인이냐는 충격과 범인의 트릭을 깨부술 때는 역시 내 탐정이라는 감동과 뿌듯함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그리고 안타까움과 동시에 그 사람의 새 출발에 박수와 자랑스러움까지 느껴졌다. 그 사람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빨리 나오면 좋겠다. ‘포와로’에게 ‘헤이스팅즈’ 이외에도 ‘레몬’ 양과 ‘올리버’ 부인이 있어서 소소한 재미를 주는 것처럼, 엘러리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을 때가 되었다. 퀸 경감이나 ‘벨리’ 경사 그리고 ‘주나’도 좋지만, 다른 사람이 주위에 있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그래서 다음 이야기가 더 기대가 된다.


  하지만 동시에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왜 코닐리아가 아이들을 차별하는지 이유가 빈약했고, 엘러리가 두 번째 남편의 친구라는 ‘고치’의 정체에 대해 가설을 늘어놓았지만 그게 진짜인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설마 독자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칠 기회를 주는 건가? 헐, 엘러리 상냥해. 역시 내 최애 탐정 중의 하나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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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Major Crimes: The Complete First Season (메이저 크라임 시즌 1)(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Warner Home Video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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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ajor Crimes, 2012

  제작 - 제임스 더프, 마이클 M. 로빈

  출연 - 매리 맥도넬, G.W. 베일리, 안소니 존 데니슨. 마이클 폴 챈, 레이몬드 크루즈, 키어런 지오반니, 그레이엄 패트릭 마틴






  ‘클로저 The Closer, 2012’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7시즌으로 완결된, LAPD 특수 수사팀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수사물이었다. 팀의 반장인 ‘브렌다 리’는 일에는 엄격하지만 일상생활은 서툰, 카리스마 넘치면서 동시에 귀여운 여성이었다. 법에 저촉되지 않을 정도의 아슬아슬한 선을 지켜가면서 범인을 잡던 그녀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시리즈는 끝이 났다.



  그런데 이 드라마 ‘메이저 크라임’은 ‘섀런 레이더’라는 내사과 출신의 팀장이 브렌다의 후임으로 오면서 시작한다. 그러니까 클로저의 스핀오프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브렌다와 달리 섀런은 법을 지키면서 차분하고 조용히 사람 피를 말려가는 스타일이다.



  클로저에서의 팀원들과 상사 역시 그대로 출연한다. 얄미운 ‘테일러’ 청장과 개그 담당인 ‘프로벤자’와 ‘플린’, 듬직한 ‘산체스’, IT에 능통한 ‘타오’ 그리고 민간인 신분으로 영상과 녹음 담당인 ‘버즈’까지. 여기에 군인 출신으로 새로 팀에 합류한 ‘사익스’와 살인 사건의 목격자로 섀런의 보호를 받는 사춘기 소년 ‘러스티’가 추가 되었다.



  사건 수사도 중요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관련자들의 관계도 무척이나 비중 있게 다뤄진다. 아빠는 누군지도 모르고 중독자인 엄마에게 버림받아 거칠기만 했던 러스티는 처음에는 팀의 골칫거리였다. 섀런이나 다른 팀원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반항만 했고, 팀원들 역시 그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그들의 관계는 많이 달라졌다. 러스티는 섀런과 팀원들을 믿기 시작했고, 팀원들 역시 그를 무척이나 아꼈다. 특히 그가 어디선가 맞고 들어오자 모두들 눈초리가 달라지는 것이, 마치 ‘누가 우리 애를!’이라는 분위기였다.



  브렌다가 물러나고 자신이 팀장이 될 것이라 예상했던 프로벤자는 처음에 섀런이 부임하자 툴툴거리기만 했다. 하지만 수사를 거듭하면서, 그녀의 수사 방식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말로는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지만, 업무적으로나 인간적인 면에서는 그녀가 나름 공정하고 뛰어나다고 인정하고 있었다. 음, 그는 예전에 브랜다가 부임했을 때도 툴툴거리긴 했다. 나중에는 그녀의 추종자이자 충실한 동료가 되었지만 말이다. 아마 이번에도 그럴 것 같다.



  프로벤자와 플린, 두 사람의 개그가 줄어서 아쉬웠다. 전에는 두 사람이 나오면 그야말로 빵빵 터지는 개그가 한 번씩은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장면이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첫 시즌이라 팀의 분위기를 잡아가는 단계여서가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브렌다와 달리 섀런은 차분하고 개그감이 그리 느껴지지 않는 캐릭터이니 말이다.



  마지막 편까지 보면, ‘가족’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한다. 핏줄이라지만 자신의 체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척을 하고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가족인지, 아니면 혈연관계가 없어도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가족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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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Kill Zombie! (킬 좀비) (한글무자막)(Blu-ray) (2012)
Well Go USA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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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Zombibi, Kill Zombie!, 2012

   감독 - 마틴 스미츠, 에르윈 반 덴 에스호프

   출연 - 야히아 하이어르, 히히 라베리, 미마운 아울레트 라디, 세르히오 하셀               바잉크







  네덜란드에서 만든 좀비 영화다.



  회사에서도 잘리고, 형 ‘모’가 있는 파티에 갔다가 싸움에 휘말려 경찰서에 갇힌 ‘아지즈’. 그런데 경찰서에서 하룻밤 지내고 나오자, 세상이 완전히 바뀌어있었다. 전날 밤, 그들은 몰랐지만 위성이 하나 추락했다. 그런데 거기서 흘러나온 녹색 액체에 닿은 사람들이 모두 좀비로 변해버린 것이다. 변하지 않은 건, 아지즈와 형, 그들을 감독하던 경찰, 같이 갇혀있던 사람들 그리고 몇 명의 사람들뿐이었다. 모두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던 중, 아지즈는 전화를 받는다. 회사에서 몰래 좋아하던 ‘테스’가 사무실에 갇혀있다며 구해달라고 요청을 한 것이다. 아지즈는 그녀를 구하러 가고 싶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그의 말에 호응하지 않는다. 그러다 어찌어찌해서 모두가 다 같이 위성이 추락한 건물, 그러니까 아지즈가 다니던 회사로 가게 되는데…….



  꽤나 폭력성이 높고, 다소 잔인한 장면도 많으며, 황당해서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 많은 코미디 영화였다.



  영화의 폭력성과 잔인함은 좀비 영화니까 당연하다고 보면 된다. 좀비를 죽이는 방법은 머리를 날려버리는 것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좀비에 물린 친구가 죽여 달라하여 그 소원을 들어주는데, 그걸 죽어가는 친구의 시점으로 보여준다. 한 번에 죽이지 못해서 여러 번 머리를 내려치는데……나머지는 생략하겠다. 게다가 좀비를 조련해서 서로 싸움을 붙이기도 하고, 잘린 손발을 보여주는 건 기본이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제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장면은, 영화 초반에 유치장에 갇힌 사람들이 소란을 피우자, 경찰이 테이저건을 머리에 쏘는 부분이었다. 그걸 맞은 사람이 기절하는데, 이후 그가 멍청한 행동을 하는 건 아마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민폐도와 황당함은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그런 설정의 인물이어야 이 영화가 코미디가 되니 말이다. 하지만 아지즈의 형은 좀 짜증이 날 정도로 막무가내식의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 하나쯤 있어야 주인공 일행에게 시련을 던져줄 수 있겠지만, 이 사람은 좀 너무했다. 사실 아지즈가 회사에서 잘린 이유에는 형도 한몫했다. 그래도 화도 안내고 끝까지 형을 감싸고 사랑하는 아지즈가 참 대단했다. 그러니 호구처럼 그 사람에게 이용당한 거겠지만.



  마지막으로, 줄 서서 공격당하길 기다리는 좀비들의 시민의식이 무척 뛰어났다. 죽어서도 줄을 서다니, 인상적이었다.



  그나저나 좀비와 흡혈귀가 붙으면 누가 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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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눈동자에 건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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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素敵な日本人, 2017

  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







  언젠가도 얘기했지만, 살아있는 작가의 작품을 모으는 것보다는 돌아가신 분의 작품을 모으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다. 끝이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가 살아서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게, 팬 입장에서는 ‘역시 내 작가! 역시 상상력천재!’라는 뿌듯함과 그 사람과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행복감을 느끼게는 한다. 혹시 지금 내가 마시는 공기에 혹시 몇 년 전에 내 작가가 내뱉은 숨이 섞여 있는 건 아닐까하는 이상한 상상에 좋아할 순간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내 지갑은 얇기에, 신작 소식을 들으면 안타까워할 때가 많다. 날 고민에 빠지게 하는 다작하는 작가 중의 한 명으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있다.



  이번에는 단편집이다. 게이고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잡지에 발표한 총 아홉 편의 단편이 들어있다. 소소한 추리물에서부터 SF적인 내용까지,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몇몇 작품들은 마지막 부분의 반전이 멋졌다. 그리고 역시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는 요소도 들어있었다. 미스터리와 반전과 훈훈함이라니, 안 어울리는 것 같지만 게이고의 소설에서는 그게 가능하다.



  『새해 첫날의 결심』은 새해 첫날 신사 참배를 떠난 노부부가 속옷차림으로 쓰러져있는 군수를 발견하면서 일어나는 소동을 그렸다. 새해 첫날부터 사건이라고 투덜대는 경찰의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그렇지만 모르는 척하고 지나갔으면, 또 신고하지 않았다고 난리 피울 거면서……. 사건의 해결보다는 사람들의 위선이 더 추악한 이야기였다.



  『10년 만의 밸런타인데이』는 인기 미스터리 작가인 주인공에게 십 년 전 사귀던 친구가 연락을 해온다. 그런데 처음에는 추억에 젖어서 즐겁기만 하던 저녁 식사였다. 하지만 그녀가 난데없이 오래 전에 자살한 동기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주인공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데…….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 설정인데, 어딘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늘 밤은 나 홀로 히나마쓰리』는 결혼을 앞둔 딸을 가진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우연히 그는 죽은 부인에 얽힌 알지 못했던 비밀을 알게 된다. 현명함이란 어떤 건지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그대 눈동자에 건배』는 소개팅에 나간 주인공의 이야기다. 그는 거기서 자신과 말이 잘 통하는 여자를 만난다. 그런데 그녀가 수상하다! 이야기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유쾌하고 마무리도 깔끔했다. 다 읽고 나서도 입가에 미소가 걸려있는 단편이었다.



  『렌털 베이비』는 아마 미래가 배경일 것 같다. 아기를 갖기 전에, 육아 체험을 할 수 있는 회사가 배경이다. 주인공은 그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로봇 아기를 임대한다. 로봇이지만 진짜 인간 아기처럼 울고 먹고 열도 나고 대소변을 누는 아이를 돌보는 동안, 주인공은 점차 진짜 아이를 기르는 느낌을 갖는다. 진짜 있으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는 설정이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에도 면허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반전이…….



  『고장 난 시계』는 의뢰받은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해주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오랜만에 만난 브로커는 그에게 간단한 일이라며 의뢰를 한다. 어떤 집에 들어가 물건을 빼내오라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던 중, 그는 갑작스런 일을 맞닥뜨리는데……. 사람이 당황하면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게 확실히 드러나는 이야기였다. 거기다 어떻게 보면 오지랖도 너무 심하면 역효과가 난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사파이어의 기적』은 게이고의 다른 소설이 떠오르는 설정이었다. 처음에는 연관이 없는데, 후반부에 가니 문득 그 이야기가 연상되었다. 크리스티는 단편을 장편으로 만들었는데, 게이고는 장편의 프리퀄을 단편으로 쓴 걸까?



  『크리스마스 미스터리』는 자기 꾀에 빠진 한 남자의 이야기다. 자신이 연예계에서 성공하는데 도움이 되는 여자에게서 벗어나고자 살해하기로 결심한 주인공. 하지만 모든 것이 그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수정 염주』는 추리물이라기보다는 판타지였다. 아버지와 진로 문제로 다투고 집을 나온 주인공.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아버지의 임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가문에서 이어지는 유품을 받게 되는데……. 아, 아버지의 사랑에 마음 한구석이 찌릿했다. 게이고의 이야기 중에는 이렇게 울컥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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