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포스
알베르토 마리니, 조슬린 도나휴 외 / 비디오여행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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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ummer Camp, 2015

  감독 - 알베르토 말리니

  출연 - 디에고 보네타, 조슬린 도나휴, 마이아라 월쉬, 안드레스 벨렌코소







  스페인의 어느 캠프장에서는 여름 캠프 준비가 한창이다. 고용된 미국인 강사와 현지 직원, 이렇게 네 사람은 미리 캠프장에 와서 일정을 점검한다. 그런데 그 날 저녁, 갑자기 ‘안토니오’가 분노를 표출하며 친구들을 공격한다. 이에 놀란 이들은 밖으로 피신하는데, 이번에는 ‘미셀’이 검은 피를 토하며 분노에 가득한 공격을 퍼붓는다. ‘크리스티’와 ‘윌’은 겨우 도망을 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오프닝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간다. 또한 중간 중간에 바람이 불면서 날리는 민들레 씨앗 같은 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유의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은 그게 자꾸 화면에 잡힐 때부터 뭔가 있다는 걸 눈치 챌 수 있다. 영화는 이런 저런 힌트를 섞어, 도대체 사람들이 변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물론 후반부에 가면 그 모든 힌트들이 가리키는 것이 단 한가지라는 것을 밝혀주긴 한다. 바로 인간의 욕심이 빚은 결과였다. 나와 내 가족만 아니면 괜찮다는 그런 이기적인 마음. 그 때문에 그 가족이 아닌 사람들은 영문도 모르고 피해를 입고, 일이 더 심각해지면 그 가족까지 피해자가 된다. 그제야 후회하지만 이미 모든 일은 벌어지고 난 뒤였다.



  생각해보면, 영화는 은근히 잔혹했다. 어찌된 원리인지는 밝힐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일시적으로 영향을 받아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주위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할 뿐이다. 그런데 그 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들이 문제였다. 주변에 누가 있으면, 죽을 때까지 공격한다. 그러면 상대방 역시 살기 위해 반항을 할 것이다. 그 싸움은 누구 하나가 죽거나 도망가야만 끝이 난다.



  그런데 만약 정신을 차렸는데, 내 친구나 내 가족이 죽어있다면? 그런데 그게 내가 한 짓이라고 한다면? 난 그런 기억이 없는데? 정신이 돌아오지 않으면 내가 누굴 죽였는지 모르겠는데, 이건 그게 아니다.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 고통 받아야 한다.



  그런데 영화는 그런 끔찍함을 잘 살리지 못했다. 중반까지 사람들이 죽고 죽이는 장면은 긴장감이 넘쳤다. 특히 네 명이 있던 여름 캠프장뿐만 아니라, 주변에 놀러온 사람들과 마을까지 범위가 확장되면서 점점 조마조마해졌다. 하지만 정신을 차린 사람들의 감정 변화는 그리 와 닿지가 않았다. 음, 가족이 아니라 직장 동료라서 별로 애정이 없어서 그런가? 하긴 영화를 보면, 그 전까지 죽고 못 살던 친구라도 일이 터지면 돌변해서 죽이는 게 다반사였으니까.



  마지막 장면은 그 다음을 상상하는 게 더 끔찍했다. 그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나서, 자기들이 만들어낸 결과를 받아들일 수가 있을까? 어떤 종말이건 남은 사람들에게는 혹독하겠지만, 이 영화 같은 경우에는 더 처절한 삶을 살게 될 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들을 죽였다는 자책과 후회로 가득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테니…….적어도 핵폭발이나 외계인 침공 같은 경우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죄책감을 가질 이유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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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코미디 - 유병재 농담집
유병재 지음 / 비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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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유병재 농담집

  저자 - 유병재





  둘째 조카의 제대 기념이자 크리스마스 선물로 어떤 책이 좋을까 고민을 했다. 얘는 편식안하고 골고루 읽는 편이지만, 요즘 복학을 대비해 공부하고 있다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걸로 주기로 했다. 그래서 고른 것이 이 책이다. 짧고 재치 있는 문장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분량, 하지만 동시에 생각할 거리도 던져주니 딱 좋은 것 같다.




  유병재라는 사람을 처음 방송에서 본 것이 언제인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마 포털에서 그가 나온 방송 캡쳐 사진이 아니었을까 싶다. 특히 아프면 청춘이 아니라 환자라는 캡처 사진을 보고, ‘오오! 맞아 맞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 외에 그가 방송에서 한 말이나 SNS에 올린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는 일이 많았다. 촌철살인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문장이 많았다.



  이 책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제목을 보면 ‘농담집’이라고 적혀있는데, 흔히 어릴 적에 보았던 유머집과는 좀 달랐다. 그냥 말장난으로 웃기는 게 아니라, 읽으면 읽을수록 공감이 가면서, 어떨 때는 통쾌하고 또 어떨 때는 씁쓸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보면 자조를 넘어서 자기 비하와 자학에 가까운 자기 성찰을 보여주기도 하고, 그에 빗대서 다른 이들을 풍자하고 비판한다. 그의 자기 비하를 읽으면서 낄낄거리다가도, 문득 내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뜨끔하다. 또한 그의 풍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그 대상에 내가 포함되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어떤 문장이 마음에 들었는지 적고 싶은데, 고르기가 힘들다. 다 마음에 드니 말이다. 아, 나도 이런 재기발랄하고 풍자와 위트가 넘치는 문장을 쓸 능력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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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 이선 외 목소리 / 캔들미디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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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 Letter to Momo ももへの手紙, 2011

  감독 - 오키우라 히로유키







  아빠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엄마의 친척이 살고 있는 섬으로 오게 된 모모. 그녀에게 모든 것은 낯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엄마는 매일같이 취업준비를 하느라 자리를 비우고, 섬마을 아이들은 다리에서 다이빙을 하고 노는데 모모는 거기에 낄 수가 없다. 거기다 제일 싫은 것은, 다락방에 뭔가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모모가 집에 뭔가 있다고 해도, 엄마는 단지 그녀가 혼자 있기 싫어서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라 여긴다. 모모의 눈에만 보이는 집에 있는 존재는 바로 요괴였다. 하나도 아닌 셋씩이나 모모네 다락방에서 살면서, 마을에서 재배하는 과일이나 가게의 물건들을 몰래 훔쳐 먹고 사람들의 물건이 마음에 든다고 가져온다. 그러던 어느 날, 요괴들이 아빠가 엄마에게 선물했던 소중한 손거울을 깨트리고, 엄마는 모모가 한 짓이라 생각한다.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엄마에게 화가 난 모모와 계속해서 엇나가는 딸의 행동에 속상한 엄마는 대립하게 되는데…….



  제목에 요괴가 들어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선택한 만화였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피와 살점이 튀기고 비명이 마구 나오는 그런 장르는 아니었다. 전체 관람가 영화로, 내용이나 인물의 관계도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사건도 그리 자극적으로 벌어지지 않고, 나오는 사람들도 다 착했다. 도시에서 섬으로 온 모모를 따돌리거나 괴롭히고 또 뒤통수치는 아이도 하나 없었다.



  그녀를 괴롭게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다락방에서 사는 요괴들이었다. 요괴들이 아니었다면 모모의 아빠가 죽기 전에 그녀에게 쓰다 만 편지가 사라지는 일도 없고, 그걸 찾느라 마을에서 알게 된 남매와의 약속을 잊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의 손거울도 깨지지 않고, 모모가 도둑질을 했다는 의심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엄마의 지병이 악화되는 일도 없고…….



  이런! 모든 사건사고의 원인은 요괴들이었구나! 착한 요괴는 개뿔, 역시 요괴들은 사악하기 그지없다. 열한 살밖에 되지 않은 순진한 여자아이한테 들러붙어서 아주 그냥 온갖 진상에 사고는 다 치고 다녔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이 있지만, 그게 과연 맞는 건지 모르겠다. 어찌되었던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 모모는 상당히 이상한 아이였을 테니 말이다.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온 마을을 쏘다니고, 혼자 떠들고, 갑자기 팬터마임 같은 것을 하고……. 사실 요괴들의 성격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가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인물을 싫어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음, 그러고 보니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다 평범하고 밋밋한 인상이었다. 위에서 말했지만, 다 착해서 특이한 점이 없었다. 그래서 요괴들에게 그렇게 나대는 성격을 부여한 걸까?



  제일 인상적인 것은 배경이었다. 섬마을의 전경이라든지 골목길, 신사 그리고 바다와 물방울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평화로우면서 시원하다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요괴가 안 나오면 더없이 멋진 풍경이었다.


마무리는 전체 관람가답게 해피엔딩! 모모의 성장이 무척이나 뿌듯하게 느껴지는 마무리였다.



  그런데 섬에 멧돼지가 사나? 사람들이 자꾸만 농작물이 없어지는 걸, 숲에 사는 멧돼지가 먹어서라고 생각한다. 음, 섬이 그렇게 컸나?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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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한국사 세계사 : 근대.현대 편 - 현직 교사가 짚어주는 중학생을 위한 한 번에 끝내는 통합 역사 처음 시작하는 한국사 세계사
송영심 지음 / 글담출판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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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현직 교사가 짚어주는 ‘중학생을 위한 한 번에 끝내는 통합 역사’

  저자 - 송영심







  이제 막내조카마저 중학생이 되어, 조카들에게 줄 어린이 날 선물은 준비하지 않아도 되지만, 아직까지 남은 복병이 두 개 있다. 바로 설날과 크리스마스이다. 고모는 언제나 책을 선물로 주기에, 이맘때가 되면 어떤 책을 줘야 좋아할까 고민에 고민을 한다. 큰조카나 둘째 조카는 독서 취향이 확고하기에 책 선택이 어렵지 않지만, 막내 조카는 그렇지가 않아 좀 힘들다. 그래서 뭐가 좋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이 책을 골랐다. 역사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다른 장르보다는 괜찮아 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생각해보니 근현대사 관련 책은 선물해준 적이 없어서, 색다른 재미를 주기 위해 골랐다. 게다가 학교에서 한국 역사와 외국 역사를 배우고 있으니, 이제 슬슬 통합해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외국에서 이런 일이 있을 때 우리는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외국과 우리가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알아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우선 먼저 읽어보니 도표가 잘 정리되어 있고, 군데군데 그림과 기록 사진들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글이 너무 딱딱하지도 길게 이어지지도 않아금방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도표가 마음에 들었다. 그걸 보면서 요즘처럼 빠르지는 않지만, 몇 년에 걸친 연결 고리가 보이는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흐름이 이어졌군하면서 파악하는 재미가 있었다. 막내 조카도 그런 걸 느끼면서 읽으면 좋겠다.



  그런데 책 중간에 ‘미망인’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얼마 전에 그 단어의 뜻을 국립국어원에서 바꿨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났다. 그리고 그걸 다른 사람이 지칭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는 내용도 읽은 것 같다. 그러니 나중에 혹시라도 책을 개정하거나 재판할 때, 수정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나저나 막내 조카는 왜 추리 호러를 좋아하지 않을까? 그 나이 때 큰조카와 둘째 조카는 코난에 김전일을 휩쓸고, 홈즈를 같이 읽었는데. 슬프다. 나중에 막내 조카랑 팔짱끼고 호러 영화 보러 가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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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저블 게스트
오리올 파울로 감독, 마리오 카사스 외 출연 / 하은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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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ontratiempo, The Invisible Guest, 2016

  감독 - 오리올 파울로

  출연 - 마리오 카사스, 바바라 레니, 호세 코로나도, 안나 와게너






  잘나가는 젊은 CEO인 ‘도리아’에게는 부러울 것이 없다. 회사가 유럽을 넘어 아시아에까지 진출하고, 최근에는 올해의 사업가 상을 받은 데다,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딸까지 있었다. 하지만 불륜관계인 로라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으면서,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는 회사 변호사인 ‘펠릭스’의 조언으로 패한 적이 없다는 유명 변호사 ‘버지니아’를 소개받는다. 도리아는 버지니아에게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며, 3개월 전 있었던 교통사고에 대해 얘기하는데…….



  스릴러 영화는 중반까지 떡밥을 찾아내고, 후반에는 그걸 바탕으로 그동안 숨겨왔던 비밀이 드러나는 재미로 보는 장르이다. 이 작품은, 그런 스릴러 영화에 대한 내 정의에 딱 맞아떨어지는 멋진 영화였다. 후반부에 사건의 진상과 함께 반전이 드러날 때, 소름이 쫙 돋았다. ‘헐, 젠장! 대박! 와! 대본 미친!'이라는 감탄사와 함께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였다. 심지어 리뷰를 쓰기 위해 두 번째 볼 때는,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도 박수를 치고 있었다. 초중반에 떡밥을 충분히 던졌고, 후반에는 그걸 꼼꼼히 다 회수하면서 극적 반전까지 이끌어 내다니……. 극을 이끌어가는 버지니아와 도리아의 연기도 좋았지만, 이건 완전 대본의 승리였다.



  버지니아와 도리아의 사건 해석을 둘러싼 두뇌 싸움은 볼만했다. 음, 사실 그게 두뇌싸움인지 아니면 창의력 경쟁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간 도리아가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대해서 털어놓자, 버지니아는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다며 사건을 새롭게 해석한다. 모든 것이 도리아의 입에서 나온 진술밖에 없으니, 그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말했을 수도 있다는 전제를 깔고 말이다. 그런데 그게 또 말이 되었다. 버지니아가 무척이나 유능한 변호사라는 걸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이 처벌받기를 바란 적은 드물었다. 제발 누명을 벗고 진짜 악당을 찾아내라고 비는 것이 대부분이고, 간혹 더 나쁜 놈을 만나 호되게 당하는 것이 불쌍해서 제발 살아남기만 바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진짜 나쁜 놈이었다. 개XX라고 쓸까 했지만, 언젠가 말했듯이 개한테 미안해서 쓸 수가 없다. 개가 얼마나 충직한 동물인데! 그러니 바람이나 피우고, 그거 들통날까봐 교통사고 내고는 119도 안 부르고 증거 인멸이나 하는 놈에게는 개XX도 과분한 욕이다. 아, 저런 놈에게 적절하게 붙일 욕이 없을까? 고민 좀 해봐야겠다.



  운전할 때 딴 짓 하지 말자. 야생동물 핑계도 한 두 번이다. 그리고 교통사고가 나면 보험회사를 부르거나 경찰에 신고하자.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하다가 더 큰 일이 생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람피우지 말자. 다른 사람 만나고 싶으면, 먼저 이혼부터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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