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Phoenix Forgotten (피닉스 포가튼)(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20th Century Fox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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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Phoenix Forgotten, 2017

  감독 - 저스틴 바버

  출연 - 첼시 로페즈, 플로렌스 하티건, 제닌 잭슨, 저스틴 매튜스







  1997년 3월 13일은 피닉스에 사는 ‘소피’의 여섯 번째 생일날이었다. 온 가족이 모여 생일 파티를 하던 중, 하늘에 뭔가 이상한 것이 떠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불빛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던 브이 자 모양의 비행체였고, 사람들은 UFO라고 추측한다. 그리고 그것을 추적하기 위해 소피의 오빠인 ‘조시’를 비롯한 세 명이 사막으로 향하고, 며칠간의 수색 끝에 빈 차만 발견된다. 이제 성인이 된 소피는 오빠의 실종과 그 날 보았던 불빛의 정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한다. 그리고 오빠가 다녔던 학교에서, 창고 정리를 하다가 뭔가 발견했다고 연락이 온다. 그것은 바로 소포로 보내진, 오빠의 유품인 비디오카메라였는데…….



  얼마 전에 감상문을 적었던 ‘피닉스 라이트 사건 The Phoenix Incident, 2015’와 마찬가지로, 1997년 피닉스 상공에 나타났던 의문의 비행체를 다룬 영화이다. 그러고 보니 두 작품은 공통점이 많다. 우선 다루고 있는 소재가 똑같고, 페이크 다큐라는 형식도 일치한다. 게다가 그 와중에 실종된 아이들을 찾는 내용이라는 것도 비슷하다. 다만 ‘피닉스 라이트 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터뷰 영상과 남겨진 비디오카메라의 영상으로만 이루어진 반면에, 이 영화 ‘피닉스 포가튼’은 다큐를 제작하는 과정도 담겨있었다. 소피와 같은 팀원의 대화라든지, 인터뷰를 하기로 한 대위와의 접촉 등등. 물론 주된 것은 그 당시의 기록 영상이나 소피가 나중에 인터뷰하는 영상들이다.



  아, 그러고 보니 두 작품 다 사라진 아이들 중에 카메라 매니아가 있었고, 그들이 남긴 영상이 발견되었다는 공통점이 또 있다. 이 영화에서도 조쉬가 남긴 카메라가 발견되고, 그것을 소피가 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 영상에는 그 날 사막에 간 세 사람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급박하게 그들에게 닥친 위험한 장면들과 단편적으로 찍힌 뭔가의 모습 그리고 일반적인 과학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상들을 보면서, 세 사람에게 어떤 일이 생겼는지 추측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걸 누가 주웠는지, 왜 학교로 소포로 보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게다가 학교에서는 그걸 창고에 처박아뒀는지도 모르겠다. 착오가 있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의도적인 것 같았다.



  그나저나 진짜로 피닉스 라이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실종자가 있었던 걸까? 아니면 그게 더 그럴듯하니까 영화를 만들 때마다 기본 설정으로 실종자를 넣는 걸까? 앞선 감상문에서도 말했지만, 대놓고 UFO는 있다고 하는 것보다는 실종자가 남긴 영상이 발견되었는데 거기에 이런 게 찍혀있다고 보여주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 걸까? 사실 빨리 지나가서 그렇지, 조쉬의 비디오카메라에는 엄청난 것이 들어있었다. 그걸 보면 역시 UFO가 있다고 믿고 싶지만, 이건 영화니까 허구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영화에서 마음 아팠던 것은, 아들을 잃어버리고 난 후 소피의 부모가 이혼을 했다는 점이었다. 다른 작품에서 보았는데, 자식이 실종되거나 살해당하면, 이후 부모가 이혼하는 확률이 높다고 한다. 서로를 원망하거나, 배우자가 괴로워할 때 의지가 되지 못해 자책하기도 하는 등의 이유로 그런 선택을 내린다고 한다. 영화에서도 소피의 부모나 다른 실종자의 부모가 인터뷰를 하는데, 마음이 참 좋지 않았다.



  그러니까 뭔가 위험하다 싶으면 길도 모르는데 무턱대고 돌아다니지 말아야 한다. 특히 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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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갑이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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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長い長い殺人, 1992

  작가 - 미야베 미유키







  열 한 개의 이야기가 모여서 하나의 사건을 이루는, 연작 형식의 소설이다. 이야기는 열 한 개지만, 이야기를 들려주는 존재는 모두 열 개다. 음? 사람이 아니라 존재라고 하고 열 명이 아니라 열 개라 써놓은 것을 보고, 드디어 이 사람이 맞춤법은 물론이거니와 한글도 제대로 못 쓰는 건가라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적는 것이 맞다. 이 소설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지갑’이니 말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열 한 개인데 왜 지갑은 열 개냐면, 한 지갑이 두 번 등장하기 때문이다. 처음과 마무리를 맡고 있으니, 지갑계의 주인공이라고 해야 할까?



  한 남자가 사망한다. 처음에는 사고사일까 했지만, 곧 살인 사건일 가능성이 대두된다. 이후, 관련된 사람들의 지갑이 각자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서술한다. 『형사의 지갑』은 사건에 대한 대략적인 개요를, 『공갈꾼의 지갑』은 그 사건이 확실히 살인이라는 증거를, 『소년의 지갑』은 새로운 희생자의 등장을, 『탐정의 지갑』은 새로운 희생자와 처음의 희생자의 관계를, 『목격자의 지갑』은 점점 오리무중으로 흘러가는 사건을, 『죽은 이의 지갑』은 새로운 가능성의 제기를, 『옛 친구의 지갑』은 범인의 심리를, 『증인의 지갑』은 갑작스런 반전을, 『부하의 지갑』은 새로운 증거를, 『범인의 지갑』은 사건의 마무리를, 그리고 『다시, 형사의 지갑』은 사건의 뒷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지갑이라는 것이 원래 가방이나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것이기에, 보는 것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듣는 것에서도 왜곡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었다. 느낀 것이야 뭐 주인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일 테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사건의 대략적인 전개와 형사와 탐정의 초조함, 소년의 근심이 잘 느껴졌다. 거기다 범인의 지갑을 통해서는 범인의 심리까지 제대로 전달되었다. 지갑이 상당히 관찰력이 좋고 공감능력이 뛰어난 모양이다.



  보험금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일은 어떻게 보면 가장 가까운 사람을 희생자로 삼는, 무척이나 비정한 범죄이다. 대부분의 보험금 수령자가 자식이나 배우자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의 기분에 따라 타인을 해치는 것도 악질이지만, 자신의 혈육을 돈 때문에 해치는 것도 만만치 않게 악질이다. 이 책의 범인은, 돈 때문에 배우자를 제거했다. 사실 돈 때문에 상대를 골랐으니, 애정 따위가 있을 리 없다. 진짜 최악의 인간들이다. 상대는 진심이었는데!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하지만, 그러고 싶을까? 돈이 없어서 굶는 것도 아니고, 빚쟁이에 쫓기는 것도 아니면서! 책을 읽으면서 어이가 없었다.



  보험금을 노린 살인을 다룬 책으로는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 黑い家, 1997’이 있다. 그 책의 범인은 차갑고 음울하며 생계가 어려운, 사이코패스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책의 범인은 여유 있고 타인보다 자기들이 뛰어나다는 우월감에 사로잡힌 사이코패스 느낌이었다. 똑같이 일반인과는 다른 심성을 가졌는데, 하나는 음침하고 다른 하나는 밝은 느낌? 솔직히 우울하고 음침하면 사람들이 은근슬쩍 피하게 되는데, 밝고 자신만만하고 대인관계가 좋으면 사람들이 은연중에 믿게 된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그런 위험한 사람들을 지갑의 시점으로 바라본 것이 독특했다. 어쩌면 그 때문에 더 거리를 갖고 지켜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탐정이나 형사의 입장에서 서술되었다면, 어쩐지 감정 이입이 돼서 무척이나 부들부들거렸을 것이다. 지갑을 서술자로 선정한 것은 작가의 훌륭한 선택 같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지갑은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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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2017

  감독 - 케네스 브래너

  출연 - 케네스 브래너, 미셀 파이퍼, 페넬로페 크루즈, 윌렘 데포, 주디 덴치






  이 리뷰는, 어쩔 수 없이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다는 걸 알려드립니다. 원작이 나온 지 거의 80년이 되어가고 워낙에 유명해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겠지만, 생각해보니 아직 원작을 읽지 않은 세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런 분들은 알아서 패스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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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이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오오!’하면서 잔뜩 기대했다. 21세기의 감성으로 어떻게 만들어질 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고편을 보고는 ‘이게 뭐야!’하고 실망했다. 아무리 ‘포와로’하면 떠오르는 것이 그의 콧수염이라 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예고편을 보는 내내 기억에 남는 건, 포와로의 콧수염밖에 없었다. 그것도 멋져서가 아니라, 이상해서! 예고편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이 영화를 봐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크리스티와 포와로에 대한 나의 사랑은, 그깟 이상한 콧수염에 굴복할 수준이 아니었다.



  1934년, 이스탄불에서 런던까지 가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가 폭설과 눈사태로 중간에 탈선을 한다. 기차와 승객 모두 제설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꼼짝없이 갇혀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라쳇’이라는 사업가가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까지 일어난다. 열차 회사의 간부인 ‘부크’는 오랜 친구이자 우연히 기차에 타고 있던 ‘포와로’에게 사건 수사를 의뢰한다. 라쳇의 객실이 있는 열차 칸에 있던 사람은 모두 13명. 포와로는 그들 중에 범인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수사를 시작한다. 그는 라쳇의 진짜 정체가 몇 년 전 ‘암스트롱’ 집안의 어린 딸 ‘데이지’를 유괴 살해한 ‘카세티’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과연 그를 죽인 범인은, 사업상의 불화를 빚은 이탈리아 갱단일까 아니면 데이지 사건에 관련된 사람일까? 수사를 하던 도중, 포와로는 목숨의 위협까지 받게 되는데…….



  처음 우려와 달리, 영화를 보는 내내 포와로의 콧수염은 그렇게 문젯거리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는 ‘아, 저런 콧수염이 있었지.’라는 생각만 들 뿐, 그리 기억에 남지 않았다. 영화에 몰입해서 그런 걸까?



  그리고 원작 소설이나 1974년 영화, 또는 2010년 영국 BBC드라마와 비교했을 때, 나쁘지 않았다. 기본 설정은 그대로 가면서, 몇 가지 변형을 시도했는데 그것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소설이 사건 해결에 중점을 뒀다면, 74년 영화는 약간 코믹한 분위기로 역시 사건 해결에 초점을 맞췄었다. 2010년 드라마는 거기다가 약간 사람들의 죄의식 같은 것을 부각시켰었다.



  이 영화는 사건 해결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심리에 더 비중을 두었다. 라쳇이라는 한 사람이 저지른 범죄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삶이 비틀리고 엉망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줬다. 그들은 약이 없으면 잠들 수 없거나, 평생 자신을 자책하며 죄의식에 고통 받고, 유일한 삶의 희망이자 빛이었던 사랑을 잃고 모든 것을 포기하며 살고 있었다. 그런 심리가 절절하게 느껴지면서, 영화 후반부에는 아주 살짝 눈물이 날 뻔 했다. 세상에나, 포와로가 나오는 작품을 보면서 눈물이 나다니! 영화는 사건을 해결했다는 통쾌함보다는 안타까움과 서글픔이 먼저 와 닿았다.



  이 영화는 특이하게 포와로의 액션(?) 장면이 추가되었다. 포와로는 안락의자 탐정의 대표적인 주자인데, 여기서는 용의자를 추격하고 눈밭에서 구르고 넘어지고 심지어 총도 맞는다. 노인네가 체력도 좋다. 그래서일까? 그런 액션 장면을 추가하다보니, 용의자들과의 인터뷰 장면이 뭔가 빠진 느낌이었다. 그건 결말 부분에서 포와로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칠 때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런 부분은 좀 아쉬웠다.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인터뷰만 이어지는 내용이니, 사람들이 지루해할까 액션 장면을 넣은 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 왜 하필이면 포와로가! 더 젊은 부크도 있었구만!



  미셀 파이퍼의 연기는 그야말로 굉장했다. 초반에는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하는 수다스럽고 친화력 좋은 중년 여성으로 나오다가, 후반에서는 상처와 고통으로 가득한 슬픔을 잘 드러냈다. 특히 결말 부분에서 객실의 승객들이 모여 있는 장면은, ‘최후의 만찬’을 연상시켰다. 그것만으로도 이 사건에서 그녀가 맡고 있는 역할을 잘 알 수 있었다. 예수가 지상에 온 이유는, 사람들의 고통과 죄를 덜어주고 대신해서 희생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승객들은 다행히도 옛날 유대인들처럼 그녀를 십자가에 매달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 역시 고통과 상처투성이인 인간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에서 포와로가 ‘캐서린’이라 불리는 여성의 초상화를 가지고 무척이나 애틋해하는데, 누군지 모르겠다. 내 기억으로 포와로에게 여자라고는 ‘올리버’ 부인과 비서 ‘레몬’양과 백작 부인인가 공작부인밖에 없을 텐데? 그들과는 연애 감정이 아니라, 동업자 관계가 다였을 텐데? 궁금하다.



  라쳇 역을 맡은 ‘조니 뎁’이 일찍 죽어서 무척이나 좋았지만, 회상 장면에 계속 나와서 기분이 별로였다. 포와로의 액션 장면과 더불어 이 영화의 옥의 티 두 가지였다.



  하지만 미셀 파이퍼 누님의 멋진 연기와 원작보다 더 치열하게 죄와 벌, 정의에 대해 해석한 건 마음에 들었다.



  의아한 점 하나! 초반에 ‘스탐불’이라는 지명이 나오는데, ‘이스탄불’을 잘못 적은 건지 아니면 내가 눈이 나빠서 ‘이’ 자를 못 본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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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녹색 바람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
구라치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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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過ぎ行く風はみどり色

   작가 - 구라치 준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라고 한다. 선배 시리즈라고 하니 어쩐지 긴 생머리의 눈이 큰 소녀가 수줍은 얼굴로, 시니컬하게 생긴 안경 낀 남학생에게 ‘선배…….’라며 말을 거는 장면이 연상 되겠지만! 불행히도 여기에는 긴 생머리의 수줍은 얼굴을 한 소녀나 안경 낀 소년은 등장하지 않는다. 덧붙이자면 학원탐정물도 아니다. 대신 너무도 발랄한 여고생이 등장할 뿐이다.



  호조 가문의 가주인 ‘효마’는 오래 전에 죽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에, 영매를 불러들인다. 그런 그를 못마땅해 한 딸은 초심리학을 연구하는 연구원을 불러들이고, 두 세력은 충돌을 일으킨다. 결국 모두가 다 참관하는 강령회를 열기로 결정한 날, 효마가 살해당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사망한 시간에, 집을 드나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강령술을 통해 죽은 효마의 혼을 부르겠다던 영매마저 강령회 도중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모든 사람이 용의자이지만, 모두가 다 알리바이가 있는 상황! 도대체 누가 어떤 방법으로 두 사람을 살해했을까? 효마의 손자인 ‘세이치’는 알고 지내는 대학 선배 ‘네코마루’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책은 500쪽이 넘는 꽤 두툼한 두께였는데, 의외로 한 번 손에 잡으니 놓을 수 가 없었다. 영혼을 믿는 영매와 과학으로 모든 것을 증명하려는 연구원의 대결이 꽤나 흥미로웠다. 물론 영매가 중간에 죽어버리는 바람에, 그 대결은 맥없이 끝났지만 말이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가운데 집안에는 불길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으니, 무승부라고 해야 하는 걸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사촌인 ‘세이치’와 ‘사에코’ 두 사람이다. 세이치는 집안을 이으라는 할아버지와 싸우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다가 10년 만에 본가로 돌아온다. 공교롭게도 그가 돌아온 날 할아버지가 살해당해,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받는다. 사에코는 어릴 때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자신은 장애를 얻는다. 할아버지인 효마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데, 이번 사건 전후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다. 사에코 부분은 거의 그녀가 느끼는 감정들에 대한 내용이었고, 세이치 부분은 사건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거의 후반부를 읽다가 나도 모르게 ‘이건 반칙이잖아!’라는 소리가 나왔다. 그 전까지는 아무런 낌새가 없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힌트라니, 이건 좀 너무했다. 그 때문에 내 추측은 몽땅 헛수고가 되어버렸다. 히잉, 너무해! 앞부분에 암시가 있었는데 내가 놓친 걸까? 결정적인 그 힌트를 바탕으로 한 사건의 진상은 무척이나 정교했다. 그걸 착안해낸 범인도 놀라웠고, 그걸 밝혀낸 네코마루도 굉장했다. 솔직히 선배 시리즈라는 걸 몰랐다면, 주인공이 세이치가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네코마루의 활약은 적었다. 첫 등장은 뭐랄까, 그냥 오지랖 넓고 장난끼 많은 아는 사람 정도? 하지만 결말 부분에서는 아주 화려하게 모든 것을 장악하며 존재감을 내뿜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의 수만큼 지켜야 하는 가치나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 역시 다양하다. 그래서 법과 도덕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지키고 존중해야 할 가치와 경계선은 존재하니 말이다. 적어도 이건 서로 존중하고 지켜주자는 약속 같은 것이다. 범죄는 그걸 지키지 못해서 일어나는 법이다. 내 가치가 중요하면, 타인의 가치 역시 존중해야 한다. 이 책은 그걸 넘어서고 남의 것을 빼앗으려 했기에 사건이 벌어졌다. 누군가는 지키려고 했고, 누군가는 어기려고 했다. 그래서 마지막 살인은 슬프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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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 라이트 사건
키스 아렘 감독, 로이 베이커 외 출연 / 올라잇픽쳐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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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Phoenix Incident, 2015

  감독 - 키스 애럼

  출연 - 마이클 아담스웨이트, 유리 로웬탈, 트로이 베이커, 트래비스 윌링햄






  1997년 3월 13일 저녁, 미국 피닉스 상공에 부메랑 모양의 비행 물체가 여러 대 목격된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비행기라고 생각했지만, 곧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그 날 밤, 네 명의 청년들이 실종된다. 군에서는 비행 훈련이었다고 발표하고, 경찰은 청년들의 살해 용의자로 퇴역 군인이자 광신도인 한 남자를 체포한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에서 사건에 개입하여 용의자와 모든 자료를 가져가버린다. 17년 후, 피닉스 근처 공군 기지에 있던 파일럿이 그 날 있었던 일에 대해 인터뷰하는데…….



  미리 말하지만, 이 작품은 페이크 다큐 형식의 영화이다. 그래서 그런 형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지루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영화의 대부분이 사건 관련자와 동네 주민의 인터뷰, 경찰 기록 영상, 뉴스, 그리고 군대에서 갖고 있던 네 젊은이가 찍었던 비디오 영상으로 이루어져있다. 화면도 오래 전 것 같고, 비디오 영상은 흔들리고 가끔은 노이즈도 생긴다. 어쩐지 멀미가 날 것 같다.



  1997년 3월 13일, 피닉스의 밤하늘에는 진짜로 뭔가가 무리를 지어 비행하기는 했다. 그건 사실이다. 영화에서처럼 네 청년이 실종되었다는 것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늘에 뭔가 있었다는 건 확실하다. 영화는 거기에서 착안하여 만들어졌다. 실제 촬영 영상과 영화가 교묘하게 섞이면서, 진짜 다큐멘터리가 아닐까 착각하게 만든다.



  언제나 그렇지만, UFO와 관련된 문제라면 사람들은 미국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는다. 로즈웰 사건이나 크롭 서클, 그리고 외계인 해부 영상과 같은 것은 조작이나 가짜라는 발표가 있어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왜 전에 봤던 거랑 자료가 다르지? 어째서 이거는 설명을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지? 저 말대로 하면, 이건 말이 안 되는데? 도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야?’ 이런 계속되는 의심이 바로 음모론의 진리이자 재미이며 생존의 원동력이다.



  영화도 그런 분위기로 흘러갔다. 실종된 네 명 중에 사진 촬영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는 언제나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심지어 헬멧이나 바이크에 부착해서 자신과 친구들의 말과 행동을 빠짐없이 기록해왔다. 그 영상을 정부에서 숨기고 있었는데, 그게 발견되면서 거기에 그 날을 기록한 영상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초반에는 평범하게 그들의 하이킹 모습과 일상이 보이는데, 그 부분은 좀 지루했다. 그러다 13일 밤이 되면서 분위기는 급박해진다. 자세한 사항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넘어가겠다. 음, 그래도 약간 스포를 담은 결론을 내려 보자면, 선의를 갖고 행동했지만 그게 꼭 좋은 결과로 돌아오는 건 아니라고 하겠다.



  영화의 마무리는 대부분의 UFO 관련 작품들처럼 열린 결말인 ‘척’하면서 끝났다. 척이라고 쓴 건, 대놓고 말 못하고 은근슬쩍 ‘그럴 수 도 있을 걸? 아마도 그럴 걸? 믿거나 말거나.’ 라는 분위기를 가득 풍겼기 때문이다. 외계인과 UFO가 없다고 말 못하고 그렇다고 있다고도 100% 확신한다고 말은 못하지만 99% 그렇다는 뉘앙스인 결말이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UFO 관련 작품은 뭐니 뭐니 해도 미국 드라마 ‘X 파일X-files, 1993’이 제일인 것 같다. 아! 영화 말고,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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