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
모르텐 틸덤 감독, 시뇌브 마코디 룬드 외 출연 / 올라잇픽쳐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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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odejegerne, Headhunters, 2011

  감독 - 모튼 틸덤

  출연 - 악셀 헤니, 쉰뇌베 마코디 룬드, 니콜라이 코스터 왈도, 이빈드 샌더






  노르웨이 영화로, ‘요 네스뵈’의 소설 ‘헤드헌터 Hodejegerne, 2008’ 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헤드헌터로 일하는 ‘로저’에게는 두 가지 비밀이 있다. 하나는 그가 자신의 키에 대해 엄청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그는 다른 것에 열중한다. 바로 비싼 집과 아내에게 선물하는 고가의 물품들로 충족하는 것이다. 사실 아내인 ‘다이아나’는 그를 사랑하고 그의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데, 로저는 자신의 콤플렉스 때문인지 아내를 믿지 못한다. 대신 그는 비싼 선물을 하는 걸로 그녀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의 비밀 두 번째는, 아마 첫 번째에서 파생되었을 것이다. 고가의 선물과 비싼 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헤드헌터 수입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 때문에 그는 명화를 훔치는 일에 가담하고 있다. 헤드헌터라는 이점을 살려 사람들의 집안 상황 등을 알아내고, 그들이 갖고 있는 명화를 위작과 바꿔치기하고 있었다.



  어느 날, 로저는 아내의 갤러리 오픈 파티에서 ‘클라스’라는 사람을 소개받는다. 그가 루벤스의 사라진 명화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안 로저는, 그 그림을 훔치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이번 일은 그의 예상처럼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는데…….



  영화는 로저의 처절한 생존기를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속여 넘어왔던 사람들과는 완전 차원이 다른 상대를 만나, 속된 말로 피똥 싸는 내용이었다. 알고 보니 클라스가 추적 전문 특수 부대 출신이었다니, 게다가 초소형 송신기를 제작하는 회사에서 개발 부장으로 일했다니! 설상가상으로 사냥개까지 기르고 있었다니! 심지어 다이아나와 불륜이었다니!



  로저의 생존기는 너무도 험난해서,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만약 그가 선량한 사람이었다면 안타깝고 그랬겠지만, 명화를 훔쳐 파는 범죄자였기에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너무 불쌍하게만 보였다. 어떻게 그가 하는 일은 다 오해와 실수의 연속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사건이 더 복잡하게 꼬여만 갔다.



  이 작품은 처음에 나오는 대사라든지 화면을 주의 깊게 봐야한다. 나중에 그게 다 복선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뭔가 더 감상을 적고 싶은데, 스포일러를 하지 않으려니 어렵다. 그 정도로 막판에 반전과 그 동안의 떡밥 회수 장면이 압권이었다. 그냥 이 말만 하고 싶다. 직접 보시라!



  아, 클라스를 피해 똥통에 들어가는 로저의 모습은 진짜 안습 그 자체였다. 그러니 사람은 죄짓고 살지 말아야 한다. 키가 작다고 주눅 들지 말고, 콤플렉스를 잊겠다고 이상한 데 돈 쓰지 말고.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게 제일 어려운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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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쓰여 있었다 - 어렸을 적이라는 말은 아직 쓰고 싶지 않아, 일기에는…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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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そう書いてあった, 2015년

  부제 - 어렸을 적이라는 말은 아직 쓰고 싶지 않아, 일기에는…

  저자 - 마스다 미리





  앞표지에 적힌 문장이 인상적이다.



  내 안의 ‘그 아이들’은 잘 살고 있을까?



  나이가 들면서, 어릴 적의 내가 어땠는지 생각이 나지 않은 경우가 많아진다. 예전에 접했던 작품을 다시 읽으면서, 그 때는 어떤 기분이었는지 어떤 느낌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가 있다. 기억하면 지금과 비교할 수 있을 텐데. 그리고 예전에는 지금의 내 나이를 어떻게 상상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또한 어린 시절 내가 꿈꿨던 지금의 내 모습과 그 시절 내가 갖고 있던 모든 열정과 순수함과 용기와 같은 것들이 지금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알고 싶기도 하다. 혹시 지금의 내 모습이 과거에 꿈꿨던 것과 달라 화를 내고 있을지, 아니면 두 손을 꼬옥 모르고 용기를 주고 있을지 궁금하다.



  책은 저자가 친구들, 편집자, 그리고 가족과 함께한 시간들에 대해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과 나눈 대화와 함께 한 여러 가지를 통해, 저자는 과거를 회상한다. 그러면서 저자 특유의 잔잔하고 차분한 어조로 소소한 감동을 주고 있다. 마치 누군가 옆에서 ‘어제 내가 이랬잖아, 글쎄.’라고 미소를 지으며 얘기해주는 기분이었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어린 시절의 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숨어있던 어린 내가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저자도 그러했다. 친구들과 요리를 할 때 조리법에 없는 다른 재료를 섞어보고 싶어도 하고, 어렸을 때처럼 친구들과 계단에 주저앉아 수다를 떨기도 한다. 그리고 반대로, 어린 시절 동경했던 어른의 생활을 즐기기도 한다. 어린 시절의 경험을 그리워하면서, 그 때 느꼈던 감정을 다시 되살리기도 하고, 그 때 못했던 것을 추억하면서 아쉬워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생각한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이건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과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얘기라기보다는 먹방 아니 먹글(?)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넓고 먹을 건 많다지만, 책에서 저자가 먹고 즐겼던 먹거리가 상당히 많았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마스다 미리는 달달한 음식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어른으로 살아가는 고단함과 사회를 살아가면서 겪는 씁쓸함을 달달한 디저트로 보상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난 고단함과 씁쓸함을 고기를 씹는 걸로 달래는데…….



  독신으로 살아가는 저자를 걱정한 엄마에게 건넨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엄마, 아이도 없는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는 어쩌나 걱정돼? 엄마, 나는, 내 뜻대로 살아서 행복해. 혹시 혼자 죽음을 맞게 되더라도, 괜찮아.” (p.49-50) 글의 분위기는 상당히 부드럽고 조용하며 상냥한데, 저자는 무척이나 강하고 단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엄마에게 당당하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을 때, 도서 리뷰 말고 미션이 하나 더 있었다. 함께 발송된 공책에 ‘나만의 글’ 또는 ‘일기’를 적어보는 것이다. 하아, 난 진짜 글씨를 못 써서 내 글씨를 나도 못 알아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책의 내용과 부합되는, 내 어린 시절의 추억에 관한 짧은 단상과 악필에 대한 징징거림을 적어보았다. 이걸 다 해독한 분은 안 계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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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or: Ragnarok, 2017

  감독 -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톰 히들스톤, 케이트 블란쳇






  ‘토르’는 ‘로키’의 계략으로 지구에 유배된 아버지 오딘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오딘은 앞으로의 일을 맡기겠다는 말과 함께 세상을 떠난다. 그와 동시에, 오딘에 의해 봉인되어있던 ‘헬라’가 돌아온다. 그녀는 원래 자신의 자리였던 왕좌를 내놓으라며 토르와 로키를 공격한다. 토르는 다른 행성에 떨어져, 검투사로 팔리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챔피언으로 활동하고 있는 ‘헐크’와 오래 전에 아스가르드를 떠났던 ‘발키리’를 만나는데…….



  ‘라그나로크’라는 건, 북유럽 신화에서는 신들의 황혼을 의미한다. 그 때가 되면 지하세계에 갇혀있던 로키와 그의 세 자식, ‘펜레르’, ‘요르문간드’ 그리고 ‘헬’이 신들을 공격한다. 로키파와 오딘파의 대결은, 결국 거의 모든 신들의 죽음을 초래한다. 영화에서는 신화의 설정을 살짝 바꾸었다. 하긴 로키가 자식을 셋이나 뒀다는 설정은 없었으니, 갑자기 만들어내기는 무리였을 것이다. 대신 헬을 오딘의 첫째 자식으로 바꾸었고, 펜레르를 그녀의 수하로 설정했다. 또한 신화에서는 적이었던 토르와 로키가 여기서는 끈끈한 형제애를 자랑하며 같은 편이 되었다.



  영화는 1,2편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제일 바뀐 것은, 토르의 캐릭터였다. 내가 본 것은 토르 시리즈뿐이라 ‘어벤져스’ 시리즈에서는 어떠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말이 많았다. 전작에서도 대사는 있었지만, 이 정도로 장난끼 많고 수다스럽지 않았다. 원래 그런 성격은 동생인 로키의 것이었는데, 여기서는 로키와 거의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막상막하의 개그와 수다를 자랑한다. 설마 2편에서 목숨 걸고 살려내려고 했던 ‘제인’과 헤어진 후유증 때문인 걸까? 주인공의 성격이 바뀌니, 전반적인 극의 분위기도 달랐다. 분명 아버지의 죽음과 존재조차 몰랐던 누나의 등장과 공격, 아스가르드를 비롯한 모든 세계의 종말을 앞두고 있는데, 무척이나 가볍고 유쾌했다. 음, 유쾌한 종말에 관한 작품도 아닌데 이러니 좀 당황스러웠다.



  영화를 보고 내린 결론은, 이미 1편에서부터 주장했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오딘의 잘못된 빅 픽쳐 때문이었다. 신화나 외계인이 아닌, 현대판으로 배경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어느 야심만만한 기업가가 있었다. 그는 다소 공격적인 정책으로 다른 회사들을 하나둘씩 집어삼키며 그룹을 일궈냈다. 여기에는 아버지를 도와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은 딸의 공헌이 컸다. 하지만 딸의 야망이 너무 커서 자신의 회장 자리가 위험해지자, 사업가는 어린 아들에게 모든 것을 물려주기로 한다. 그래서 그동안 벌였던 탈세, 조폭 비리, 그리고 뇌물 수수 등등의 모든 죄를 딸에게 뒤집어씌운다. 그리고 변호사도 제대로 붙여주지 않아, 이례적으로 딸은 무기징역! 이제 사업가는 어린 아들을 위해 회사의 이미지 변신을 꾀한다. 그 전까지는 갖고 있던 악덕 기업에서, 자선사업과 기부도 많이 하는 착한 회사로 탈바꿈한 것이다. 하지만 아들은 자신의 바람과 달리 그리 똘똘하지 않게 자란다. 그래서 양자를 이용해 아들을 각성시키려고 했지만, 결국 양자에게 뒤통수를 맡게 된다. 한편 모범수로 조기 출소한 큰 딸은 자신의 반에 반도 못 미치는 어리석은 동생을 보자, 분노가 차오른다. 내가 겨우 이런 놈 때문에 감옥에서 그 고생을 한 건지 자괴감이 들고,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동생에 대한 증오를 주체할 수가 없다. 그래서 회장 자리를 빼앗기로 결심한다.



  그러니까 이 모든 일은, 오딘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 노인네, 딸내미인 헬라가 반격해오자 토르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고 튀어버린다. 문제는 그가 너무 어리석어서, 로키도 알고 있던 자기 집안의 과거사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도대체 토르는 그동안 뭘 배웠고, 오딘은 뭘 가르친 건지 의문이다. 설마 왕좌만 토르에게 넘겨주고, 뒤에서 모든 것을 좌우하려고 했던 속셈일까?



  코믹한 상황과 유쾌한 대사, 그리고 화려한 영상은 두 시간 반 정도 되는 상영 시간을 그리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줬다. 물론 다 보고 나니, 기억에 남는 건 ‘레드 제플린 Led Zeplline’의 노래 ‘Immigrant Song’밖에 없지만 말이다.







배우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이건 변신이 아니라 환골탈태아닌가?

특히 에오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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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라 2017-10-31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면서도 헬라가 아스가르드를 왜 공격한거야 권력욕 때문인가 했는데 현대판으로 정리하니까 정말 한방에 내용이 머리 속에 다 정리되는군요..
 
전쟁터의 요리사들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권영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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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戦場のコックたち, 2015

  작가 - 후카미도리 노와키






  잡화점을 운영하시는 부모님과 요리 실력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하실 할머니, 누나와 여동생 이렇게 다섯 명의 가족 사이에서 사랑을 받고 자란 ‘팀’. 유럽에서 벌어진 전쟁 소식은 그뿐만 아니라 마을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열일곱 살이 되던 해, 팀은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원 입대한다. 2년간의 훈련 뒤에, 그는 조리병으로 차출되어, ‘에드’, ‘디에고’, ‘라이너스’와 함께 1944년 노르망디로 향하는데…….



  책은 개그 캐릭터도 없고 코믹한 내용이 잔뜩 들은 것도 아닌데, 술술 읽혔다. 비록 팀의 첫 전장이 노르망디 전투라 처음부터 죽은 사람들을 등장하지만, 처음은 그래도 약간은 가벼운 느낌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그가 독일로 향해 진군하면 할수록 그가 겪는 사건들은 무겁고 무서워졌다. 유령이 나오거나 연쇄 살인마가 나와서 무서운 게 아니라, 방금 전까지 웃고 떠들던 전우들이 순식간에 죽어버리는 상황이 무서웠다. 한발자국만 옆으로 더 나갔으면 적의 사격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 오싹했다.



  그리고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팀을 비롯한 부대원들은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 시작한다. 그들은 전쟁만 아니었으면, 인간과 사회를 믿고 삶을 즐겼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 청년들이 상대를 증오하고 언제 죽을지 몰라 두려워하거나 타락해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안타깝게 느껴졌다. 누구에게 그 책임을 떠맡겨야 할지 모르겠다. 책에 나온 인물의 말을 빌자면, 이 모든 일을 시작한 히틀러와 그 부하들? 아니면 저 앞에서 총을 겨누고 있는 독일군들? 그것도 아니면 히틀러를 선택한 독일 국민들?



  이 책은 어쩌면 전쟁터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조리병들의 사건 일지라기보다는, 열아홉 살 된 소년이 전쟁터라는 참혹한 현장에서 성장하는 소설이라고 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그가 맞닥뜨린 다섯 개의 사건들은 왜 그런 일이 일어나야했는지 알고 나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들이었다. 가족과 마을밖에는 아무것도 모르던 팀은 바깥 세상에 대해 알게 되고 다양한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갖고 자란 여러 전우들과 대화를 하면서, 점점 변화한다. 때로는 고뇌하고 후회하고 반성하면서 성장한다. 책은 그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다섯 개의 사건들은 미스터리 물답게 반전도 갖고 있었다. 특히 마지막 사건은 진짜 그럴 줄 몰랐다. 앞에서 무심코 넘겼던 대사 하나가 그런 복선을 갖고 있었다니…….



  그런데 이 책의 진정한 반전은 내용에 있는 게 아니었다. 이야기를 다 읽고 작가가 1983년생인 일본인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그와 동시에, 중간에 약간 고개를 갸웃거렸던 대목이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미국인이 쓴 ‘그 시대에는 미국이나 독일이나 별로 다를 게 없다.’와 일본인이 쓴 ‘그 시대에는 미국이나 독일이나 별로 다를 게 없다.’는 같은 문장이지만, 어쩐지 느낌이 다르다. 또한 미국인이 적은 미군의 점령지에서의 여러 행위와 일본인이 적은 미군의 점령지에서의 똑같은 행위 역시 분위기가 다르게 다가온다. 이건 아마도 내가 일본과 미국은 다른 시선으로 보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독일군을 몰아낸 미군을 환영했다가, 미군이 후퇴하는 바람에 돌아온 독일군에 의해 더 혹독한 처분을 받게 된 마을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독일군이 후퇴하자 독일에 부역했던 사람들을 자체적으로 처벌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역시 강한 인상을 주었다. 한국은 어땠더라?



  군대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나 같은 사람이 봐도, 무척이나 재미있는 책이었다.



  그나저나 분말달걀이 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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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 메트로DVD, 할인행사
시드니 J. 퓨리 감독, 브루스 그린우드 외 출연 / 메트로 DVD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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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ord, 2000

   감독 - 시드니 J. 푸리에

   출연 - 대릴 한나, 제니퍼 틸리, 브루스 그린우드, 빈센트 갈로






  어느 날 밤, 집에 침입한 강도에게 납치당한 ‘앤’. 그녀를 납치한 커플 ‘헬렌’과 ‘프랭크’가 노린 것은 바로 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기였다. 그들은 앤이 사고로 죽은 것처럼 위장하고, 그녀를 출산 때까지 지하실에 감금할 목적이었다. 아이를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헬렌과 그녀를 위해 범죄를 저지른 프랭크. 앤은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하지만, 계속해서 실패하기만 한다. 그러던 중, 프랭크가 앤에게 묘한 감정을 품으면서, 헬렌과의 사이가 엉망이 되는데…….



  처음에 제목 때문에 조금 헷갈렸던 작품이다. 포스터를 보면 ‘Hide and Seek'이라고 적혀있다. 영화에서도 시작부분에 ‘Hide and Seek’이라는 글자가 나온다. 그런데 포털이나 imdb에서는 ‘Cord’라고 검색된다. 막판에 제목을 바꾼 걸까?



  영화는 잔혹한 장면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마구 죽어나가지도 않는데, 잔인했다. 헬렌은 아기를 갖고 싶어 거의 미쳐버렸다. 그래서 산부인과에서 일하는 프랭크를 시켜, 임산부를 납치해오라 시킨다. 프랭크는 앤을 납치하고, 그녀가 차사고로 죽은 것처럼 현장을 꾸미기까지 했다. 대개 여자를 납치해 감금하고 출산을 시키는 설정의 영화는 그 정도까지는 하지 않는다. 그냥 납치하면 끝이다. 사람들은 그럼 가출했거니 여기고 실종자 명단에 올릴 뿐이다. 그런데 이 커플은 아예 앤이 죽은 것처럼 만들어놓았다. 게다가 침대에 족쇄로 다리를 묶어둬서 운동량이 부족할까봐 호르몬 주사를 놓고, 영양제 주사도 놓고, 수면제도 주사하고, 억지로 이상한 영양제도 먹이고…….



  왜 앤을 지목했는지 확실히 나오지는 않지만, 아마 그녀가 부유한 집안 출신에 교양 있고 배운 것이 많아 적당하다고 생각했던 거라고 추측한다. 그리고 그녀가 죽은 것처럼 꾸민 것은, 실종이나 납치라면 남편인 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면서 왜 신생아를 납치하지 않았고, 산모도 젊은 여자가 아닌 약간 나이가 있는 앤이어야 했을까 상상을 해보았다. 그런 상상은 점점 뻗어나가 이 모든 사건의 뒤에는 음모가 있었고, 배후라고 지목한 인물까지 있었다. 그리고 프랭크가 앤을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장면에서는, 혹시 그걸 이용해 앤이 복수하는 건 아닐까 추측도 해봤다. 영화는 다양한 막장 대본을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 말은, 즉 중간에 다른 생각을 해도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다는 말도 된다.



  미쳐가는 헬렌의 모습은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 같았다. 완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 같았다. 아기에 대한 집착은 무시무시했고, 어떻게 보면 떼쓰는 어린아이 같았다. 윤리라든지 도덕 같은 걸 아직 깨우치지 못한 미취학 어린아이. 그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것은 다 이루어져야했고,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했다. 제니퍼 틸리의 앵앵대는 목소리가 그런 헬렌의 성격과 비슷하게 어울렸다. 특히 후반부에 그녀가 보여주는 모습은, 으……. 오싹했다. 역시 처키의 신부가 될 자격이 충분했다!



  헬렌이 아닌 다른 여자와의 일탈을 꿈꾼 프랭크는 어딘지 소심한 바보 같았고, 앤을 향한 잭의 순애보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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