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마저도 코니 윌리스 걸작선 2
코니 윌리스 지음, 김세경 외 옮김 / 아작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원제 - The Best of Connie Willis, 2013

   작가 - 코니 윌리스






  작가 소개를 보면 ‘SF계의 수다쟁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처음 그 단어를 봤을 때, 의아했다. 원래 소설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열심히 얘기하는 것이니, 어떻게 보면 작가들은 다 수다쟁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이었다. 그런데 첫 번째 이야기를 읽는 순간, 왜 그녀를 저렇게 부르는지 한 번에 이해가 갔다. 그 때의 심정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 친구에게 얘기하는 투로 말해보자면 ‘내가 어떤 모임에 나갔는데, 거기 모인 사람들이 웃기게도 각자 할 말을 하고 있어. 누구는 종교 얘기, 누구는 철학 얘기, 누구는 일상생활 얘기 같은 거. 그런데 잘 들어보니까 그 말들이 또 연결이 돼. 각자 얘기하는데 대화가 이어지는 거야. 제일 황당한 게 뭔지 알아? 나중에는 또 그게 다 통합돼서 결론이 내려져. 아, 그렇구나하고 수긍이 되더라니까.’ 이런 식의 느낌이라고 할까?



  모두 다섯 개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사실 이 책은 코니 윌리스 걸작선 두 번째 책이다. 원래 시리즈는 첫 번째부터 읽는 게 인지상정이라지만, 도서관에 두 번째 이야기만 남아서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중단편이니 상관없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었다. 특이하게 각각의 이야기 뒤에는 작가의 후기가 들어있다. 본편도 재미있었지만, 후기도 흥미로웠다.



  『모두가 땅에 앉아 있었는데 All Seated on the ground, 2008』는 어느 날 지구에 도착한 외계인에 관한 이야기다. 대개 우리가 본 작품들 속의 외계인은 지구에 오자마자 둘 중의 한 가지 행동을 한다. 공격을 하거나 손을 내밀거나. 그런데 이 이야기의 외계인들은 그런 예상을 깨고, 지구인들을 마땅찮은 눈으로 째려보기만 한다. 도대체 왜! 이 외계인들은 아무 말도 안하고 그냥 노려보기만 하는 걸까? 그런데 갑자기 이들이 철푸덕 바닥에 앉아버린다. 왜? 그 때 들려온 캐럴 송과 관련이 있는 건가? 지구인들은 혼란에 빠진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는지 감탄을 하면서 읽었다. 그러면서 또 상당히 코믹한 분위기를 잃지 않는다. 캐럴 송이 그렇게 잔인한 줄 누가 알았을까? 머리 속으로 E.T처럼 생긴 외계인들이 그 큰 눈으로 째려보는 장면을 상상하니, 어쩐지 끔찍했다. 음, 그러면 E.T 말고 에이리언이나 프레데터가 째려본다고 생각할까? 상상해보니 그건 그것대로 괴로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연애질하는 주인공!



  『여왕마저도 Even the Queen, 1993』는 생리가 사라진 미래가 배경이다. 그런데 그 시대에도 생리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단체가 있다. 주인공의 둘째 딸이 그 모임에 가입하겠다고 선언하자, 집안의 여자들이 모두 모여서 얘기를 한다. 그들이 경험했던 생리가 어땠는지 알려주기 위해서다.



  아, 너무도 적나라한 생리에 대한 표현이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생리통과 리지 보든이나 대처를 연결시키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그냥 막 터져나왔다. 후기에 작가가 적은, 남자도 생리를 했다면 생리진통제를 발명한 사람은 노벨상을 받았을 거라는 대화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마블아치에 부는 바람 The winds of marble arch, 2000』는 잔잔한 이야기다. 어느 날, 런던에 학회 참석차 온 부부가 겪는 이상하나 경험을 그리고 있다. 런던 지하철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냄새의 근원을 찾아 헤매는 주인공의 모습이 어쩐지 특이하다. 후반부에 가서는 어쩐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신화가 생각났다.



  『영혼은 자신의 사회를 선택한다 The soul selects her own society, 1997』은 몇 장 안 되는 짧은 분량인데, 읽으면서 ‘으아!’했다. 에밀리 디킨슨에 대해 관심이 없던 내 자신을 반성한다. 그녀의 작품을 찬찬히 읽어봐야겠다.



  『마지막 위네바고 The last of the Winnebagos, 1989』는 멀지 않은 미래에, ‘개’가 멸종된 이후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은 길에서 우연히 차에 치어 죽은 자칼을 발견하고, 그 사건 때문에 어린 시절 자신이 기르던 개와의 마지막 추억에 잠기게 된다. 하지만 동물 애호 협회에서는 혹시 그가 사고를 낸 것은 아닐까 의심하는데…….



  개가 사라진 세상이라는 설정에 좀 놀랐다. 하긴 요즘 닭이나 돼지들이 죽어가는 걸 보면, 다른 동물들이라고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다. 닭이나 소, 돼지들이 병에 걸려 살처분되는 이유는 아마 비위생적이고 불결한 주거 환경과 제대로 된 방역 처리 부재 때문일 것이다. 개나 고양이도 비슷하지 않을까? 집에서 기를 때는 귀여워하지만, 버릴 때는 가차없는 게 인간이니까. 길고양이가 길개가 위생적이고 깨끗한 주거 환경에서 제대로 된 의료 시설을 이용할 리는 없잖아? 멸종된 개와 마지막 차종 위네바고. 이 두 가지를 연결해 작가는 우리 일상에서 사라진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음, 그러고 보니 요즘 꼬꼬마 아이들은 전화기가 사각형 모양이라고만 알아서, 예전에 나온 송수화기가 달린 전화를 보면 그게 뭔지 모른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하나둘씩 사라지면서, 세대 간의 단절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박물관은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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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다크 월드 - 아웃케이스 없음
앨런 테일러 감독, 나탈리 포트만 외 출연 / 월트디즈니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원제 - Thor: The Dark World, 2013

  감독 - 앨런 테일러

  출연 - 크리스 헴스워스, 나탈리 포트만, 톰 히들스톤, 안소니 홉킨스






  이번 주에 개봉하는 3편을 보기 위해 시작한 시리즈다. 누누이 말하지만, 원래 로봇물이나 마블 또는 DC 코믹스 원작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이건 다만 애인님을 위해서 보는 것이다. 그래서 감상문이 어딘지 모르게 비아냥대거나 좋지 않은 느낌을 준다면, 그건 착각이 아니다.



  아주 오래 전에, 어둠의 종족인 다크 엘프들은 ‘에테르’라는 검은 에너지를 이용해 어둠을 지배해왔다. 하지만 ‘오딘’의 아버지인 ‘보어’와의 전쟁에서 패하고, 에테르를 빼앗긴다. 보어는 에테르를 다크 엘프들이 찾지 못하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 봉인해둔다. 하지만 몇 천 년이 지나 아홉 세상이 일직선으로 정렬하는 시기가 되자, 각 차원의 경계가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지구에서 이상 현상을 연구 중이던 ‘제인’은 우연히 차원의 틈 사이로 빠지게 되고, 에테르를 얻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다크 엘프의 수장 ‘말레키스’는 제인을 추적하고, 제인이 위험에 처한 사실을 알게 된 ‘토르’는 그녀를 아스가르드로 데리고 온다. 다크 엘프들은 아스가르드로 침입을 시도하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는 막장 중의 막장을 보여주는 신들이 등장하고, 북유럽 신화는 종말을 맞이하는 신들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적인 면을 가진 신을 통해, 두려움과 동시에 친근함을 준다. 어쩌면 ‘신도 실수를 하는데, 인간인 내가 실수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라는 면죄부내지는 마음의 안도를 얻기 위함이 아닐까? 북유럽 신화를 차용한 이 영화 ‘토르’ 시리즈는, 신화보다 한 술 더 떠서 너무도 인간적인 신들이 등장한다. 여기서는 신이 아니라, 다른 차원 또는 다른 별의 거주자로 보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영화에서도 그런 부분이 나온다. 인간보다 수명이 훨씬 길 뿐, 별로 다를 바가 없다고 말한다. 정리하자면,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과학기술과 초능력을 가진 외계인 정도? 그 때문에 이들은 인간처럼 권력욕을 갖기도 하고, 사랑에 올인하기도 하며, 암투와 배신, 뒤통수 때리기 등등과 같은 면모를 보여준다. 물론 인간처럼 욕심이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도 한다.



  1편의 리뷰에서도 썼지만, 이 모든 것은 친아들인 로키를 진정한 군주로 만들기 위한 오딘의 빅 픽쳐였다. 일반적으로 보면 영특한 아이가 왕좌에 오르고, 용맹한 아이가 군대를 이끄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오딘은 영리하진 못하지만 용맹한 토르를 위해, 영특한 양자 ‘로키’를 희생시켰다. 로키는 뭐랄까,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어 몸부림친 꼬맹이였다. 형보다 자신이 뛰어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형을 억누르고 짓밟으려 했다. 그 때문에 그는 지하 감옥에 갇혔지만 말이다. 게다가 그가 그토록 갈구하던 아버지의 애정은 사실 헛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토르에 의해 잡혀온 로키에게 오딘은 자신이 구해주지 않았으면 죽었을 꼬꼬마가 건방지게 군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결국 그는 아기였던 로키를 토르를 위해 데려왔다는 것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 사실 로키가 지구의 몇몇 도시를 폐허로 만들었다고 벌을 내렸지만, 오딘은 하나의 종족을 거의 멸종시킨 전적이 있었다. 오딘의 아버지 역시 다크 엘프의 세상을 폐허로 만들었고 말이다. 설마 로키가 하나의 세상이 아니라 도시 몇 개만 파괴했다고 실망한 것일까?



  영화의 구성은 단순했지만, 1편보다는 좀 긴장감이 있었다. 하지만 1편과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1편이 다른 종족의 침입, 토르의 반격 실패로 인한 추방과 로키의 왕위 찬탈 노력, 지구의 위기, 토르의 각성과 복귀로 이어졌다면, 2편 역시 다른 종족의 침입, 토르의 반격 실패, 지구의 위기 그리고 토르의 역습 순이었다. 그러니까 다른 종족의 침입에 토르가 반격하지만 실패하고 지구를 위기에 빠트린 다음, 제인을 비롯한 지구인들의 도움으로 종족을 물리치는 구성이었다. 음, 지구가 위험에 빠진 원인은 결국 토르 때문이라는 건가! 1편에서도 감히 자기들을 공격했다고 열 받아 쳐들어갔다가 실패했는데, 이번에도 또 그랬다.



  지금 우리의 과학 기술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옛날 사람들은 우리가 보여주는 것을 마법 내지는 초능력이라 놀라워할 것이다. 반대로, 지금의 우리보다 뛰어난 과학 기술을 가진 자들이 나타나 뭔가를 보여준다면, 우리 역시 그것을 보고 마법이나 초능력이나 신기해할 지도 모른다. 영화는 그런 부분에 착안했다. 그래서 우리가 신화를 읽으면서 마법이나 초능력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어쩌면 뛰어난 과학 기술의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설정을 했다. 신들이 타고 다니는 신비한 마차는 스텔스 기능을 장착한 우주선으로, 신들이 시공간을 뿅하고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사실 텔레포트였다는 것으로 말이다.



  그런 설정들을 드러내는 부분은 보면서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1편의 영상도 멋졌는데, 이번 2편의 영상은 훨씬 더 훌륭해졌다. 이거라도 없었으면, 아마 3편은 절대로 안 본다고 했을 것이다. 주인공이나 내용보다, 영상에 대한 기대 때문에 3편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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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Autopsy Of Jane Doe (오텁시 오브 제인 도)(한글무자막)(Blu-ray)
Shout Factory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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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Autopsy of Jane Doe, 2016

  감독 - 안드레 외브레달

  출연 - 에밀 허쉬, 브라이언 콕스, 올웬 캐서린 켈리, 오펠리아 로비본드






  어느 사건 현장에서 땅 속에 파묻힌 젊은 여성의 시체가 한 구 발견된다. 경찰은 그녀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왜 죽었는지 알아내기 위해 부검을 하기로 결정한다. ‘토미’와 ‘오스틴’ 부자는 부검을 하던 중, 그녀의 사체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겉으로는 멍이나 상처 하나 보이지 않았지만, 몸속은 완전 전혀 아니었다. 손목과 팔목은 관절이 박살났고, 혀는 잘렸으며 장기는 부패했고, 제일 놀라운 일은 피부 안쪽에 이상한 글자가 적혀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토미의 말을 빌면, 머리에 총을 맞았는데 총상이 없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런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놀라는 것도 잠시, 두 사람만이 있는 부검소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데…….



  부검소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주요 등장인물도 겨우 네 사람밖에 없는, 그 중에 한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누워있기만 하는, 단출한 영화였다. 주로 거의 모든 대화와 행동은 토미와 오스틴 두 사람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 때문에 처음에는 좀 심심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부검을 하면 할수록 조금씩 밝혀지는 시체의 상태와 이상한 일이 하나둘씩 계속해서 일어나면서, 보는 이를 긴장하게 만든다. 그리고 사체를 해부하는 과정이 여과 없이 보여, 상당히 잔혹하다는 인상도 들었다. 제목에 해부라는 뜻의 ‘Autopsy’가 떡하니 들어있으니, 당연한 걸까? 흉부가 절개되어 벌어진 장면이라든지, 피부 껍질을 분리하는 부분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노래와 함께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어떻게 보면 별 거 아닌 장면들인데, 자꾸만 시체의 눈동자라든지 얼굴을 보여주고 저절로 문이 닫히고 사체에서는 이상한 증거들이 발견되고 이러면서 뭔가 일어날 것 같다는 느낌을 들게 했다.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시체의 겉모습 때문에, 혹시나 해부가 된 상태로 벌떡 일어나지 않을까하는 상상마저 하게 했다. 그리고 부검소에는 신원미상의 그 시체이외에도 다른 시체가 많아서, 어떤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시체들의 역습 같은 거. 음, 어쩐지 무기를 들고 달려오는 되살아난 시체와 한판 맞서 싸워야 할 것 같은 제목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게 액션활극적인 면보다는 잔잔하다가 갑자기 뭔가 몰아닥치고, 또 다시 고요해졌다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면서 사람을 쫄게 만드는 흐름을 보였다.



  또한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과 보여주지 않고 힌트만 던져주거나 소리 같은 것으로만 드러낸 것이 적절하게 나뉘어져 있었다. 그래서 보이지 않은 부분은 상상하고 추측해서 메워야했다. 감독의 의도가 그런 거였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어떤 호러 작품들을 봐왔나에 따라 상상의 정도가 달라지는 영화였다. 중후반까지는 딱 좋았다. 다만 결말에 거의 다 와서 너무 설명조로 흐르는 것에 좀 실망이었다. 지금까지 주었던 떡밥을 정리하려는 의도로 인물의 입을 빌어 모든 것을 설명했는데, 거기서 의아했다. 어떻게 그 모든 것을 다 확신할 수 있지? 오랜 부검의 생활로 얻은 경험과 지식 때문인가? 아니면 뭔가 영향을 받은 걸까? 그 부분이 좀 ‘잉?’하고 석연찮게 느껴졌다.



  신원미상의 여인을 연기한 배우가 독특한 매력을 가졌다. 어쩐지 그녀만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는데, 그게 영화의 으스스한 분위기에 일조한 것 같았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일어날 때마다 흐르던 노래는 이 영화에서 처음 들었는데 다시는 듣고 싶지 않다. 가사는 희망적인데, 영화에서는 영상과 어우러지니 너무 오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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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콜러
매튜 파크힐 감독, 루이스 구즈만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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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Caller, 2011

  감독 - 매튜 파크힐

  출연 - 레이첼 르페브르, 스테판 모이어, 루이스 구즈만, 에드 퀸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 ‘스티븐’과 이혼한 ‘메리’. 허름하고 낡은 집이지만, 그만뒀던 대학도 다시 다니고 예전부터 길렀던 개와 마음 편히 살기로 한다. 어느 날 ‘바비’라는 남자를 찾는 전화가 걸려오는데, 그런 사람이 없다고 해도 상대는 전혀 듣지를 않는다. 접근금지명령을 받은 스티븐이 끈질기게 찾아오는 것도 신경이 쓰이는데, ‘로즈’라는 낯선 여인의 전화는 거의 매일 밤 걸려와 메리를 괴롭힌다. 다행히 위로가 되는 것은, 대학에서 만난 ‘존’이었다. 그러던 중, 메리는 그 전화가 과거에서 걸려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로즈가 위험한 사람이라는 것도…….



  영화의 기본 설정은 공간은 같은데 시간이 다른,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공존하는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작품이 꽤 있기에, 설정만 보면 그리 신선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 작품은 거기에 몇 가지 더 첨가해서,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바로 로즈의 정체였고, 과거의 그녀가 저지른 일이 현재의 메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표현이었다. 예를 들어, 자신이 미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로즈는 집에다 무언가 숨기는데, 그녀가 그런 짓을 한 순간 현재의 집에 그게 생겨난다. 그 전까지는 그런 것이 없었는데 말이다. 처음에는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해 친절하게 전화를 받아준다. 둘 다 남자에게 상처받고 슬퍼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과거와 현재의 두 여인이 서로에게 받은 상처를 보듬어가면서 다시금 세상을 살아가는 힐링영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둘의 관계가 달라졌다. 메리가 무심코 한 말에 로즈는 자신을 괴롭히던 남자를 살해했고, 광적으로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이상 전화하고 싶지 않다는 메리의 말에, 로즈는 과거의 어린 메리를 데려다가 상처를 입힌다. 그 순간, 현재의 메리에게는 상처자국이 생기고, 동시에 그 기억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로즈가 주도권을 갖게 된 순간이다. 이제 이야기는 어떻게 메리가 로즈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된다. 미래에 있는 그녀가 과거의 로즈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가 있을까?



  요즘은 뭐랄까, 나도 못 가본 중국이나 전국을 내 전화번호가 혼자 돌아다니고 있는 상황이라 여러 곳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다행히 과학기술의 발전덕분에, 걸려온 전화번호가 어디서 온 것인지 구별해서 받을 수도 있고 안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불행히 메리의 집 전화에는 그런 기능이 없었다. 그 때문에 벨이 울리면 무조건 받아야했다. 그리고 처음에는 외로웠기 때문에 전화를 받았을 수도 있다. 로즈 역시 외로워서 메리에게 전화를 계속해서 의지했고 말이다.



  결국 외로움이 문제였다. 로즈는 메리를 외롭게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상처를 줬다. 어제까지 자신과 얘기하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는 기분이 어떨지는 상상할 수 없다. 자신은 그 사람을 기억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의 존재조차 모를 때 어떤 생각이 들까? 로즈는 메리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래야 자신에게 의지할 테니 말이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혼자 지낼 수 있는 용기를 길러야겠다. 그리고 아무 전화나 막 받아주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도 좀 생각해봐야겠다. 안 그랬다가는 잘못해서 과거와 현재의 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폭력적인 남자와는 절대로 가까이 지내지 말자. 사람 본성이라는 건 다른 사람이 고치려고 한다고 고쳐지는 것도 아니고, 사람은 원래 고쳐서 쓰는 게 아니라고 하는 게 다 이유가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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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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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 2002

  작가 - 테드 창






  애인님이 재미있는 책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생겼다. 물론 애인님의 ‘재미있다’와 나의 ‘재미있다’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이 단편집을 다 읽고 든 생각은 내가 과학 분야로는 완전히 무지하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과학이 아닌 다른 분야도 학문 그 자체로 깊이 파고들면 하나도 모른다고 해야 할까? 이 책에 실린 여덟 개의 이야기들은 언어학이라든지 미학, 철학, 종교학, 수학 그리고 명명학 (命名學) 등등과 같은 여러 가지 분야와 연결되어 있었다. 거기에 성경, 그 중에서 구약에 있는 이야기들까지 연상시키고 있었으니, 읽으면서 ‘여긴 어디? 난 누구?’라고 중얼거리는 상황에 빠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바빌론의 탑」은 구약 성경에 나오는 ‘바벨 탑’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바벨탑을 세우는 일에 참여했던 주인공을 통해, 인간과 우주 그리고 우주와 차원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우주의 모양에 대해 깨닫는 장면에서는 무슨 말인가 했는데, 대충 종이를 구부려보니 ‘헐!’하고 놀랐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지금까지 인류가 행했던 우주여행은 다 삽질이 되는 걸까?



  「이해」는 인간의 뇌를 개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 사람들은 뇌의 10%만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걸 100% 사용할 수 있으면 그 사람은 어떤 능력을 가질 수 있을까? 여기서는 거의 초능력자라고 부를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뇌손상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 실험에 참여했다가 능력을 얻게 된 주인공. 정부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던 그는, 우연히 자기보다 먼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능력자들 간의 배틀 물로 만들 수 있을 이야기였다.



  「영으로 나누면」은 한 천재적인 수학자 이야기다. 그녀는 지금까지의 수학을 지지해온 바탕이 되는 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 속에서 오직 한 가지 변하지 않고 자신을 지탱해줬다고 믿었던 가치가 흔들린다면, 단단하다고 믿었던 바닥이 사실은 모래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걸 알아버린다면,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네 인생의 이야기」는 영화 ‘컨택트 Arrival, 2016’의 원작이라고 한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기에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이야기만 보면 상당히 슬펐다. 만약 자식의 미래를 볼 수 있다면, 그게 비극적으로 끝날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난 어떤 선택을 내릴까? 외계인과의 접촉도 신비로웠지만, 주인공의 이야기는 무척 안타까웠다. 끝이 보이는 길이지만 그 과정에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우니, 가도 되는 걸까?



  「일흔두 글자」는 현대판 아담들의 이야기 같았다. 구약 창세기에 보면, 하나님의 명을 받은 아담이 이 세상 모든 것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의 입에서 이름이 나왔을 때, 비로소 그 물질은 의미를 갖게 되었던 것이다. 작가는 그걸 골렘 제작과 결합시켜서, 이름을 통해 그 물질의 능력과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가정을 세웠다. 과연 인간은 다른 인간의 운명을 결정지을 권리가 있을까?



  「인류 과학의 진화」는 제일 짧은 분량인데 제일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과학의 발달이 너무 빨라서 인류의 발달과 맞지 않게 되는 경우를 가정한 걸까?



  「지옥은 신의 부재」는 신에 대한 믿음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었다. 처음에 천사 강림이라는 것이 핵물질을 가리키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계속 읽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진짜 천사가 왔다가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누구는 병이 낫거나 죽고, 또 어떤 이는 없던 병이 생기기도 한다. 주인공은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분노하고 절망하다가 결국 신의 뜻을 알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리고 마침내 신을 사랑하고 따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된다. 그런데 그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을 믿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 다큐멘터리」는 ‘칼리’라는 기계의 존재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 기록이다. 그 기계는 다른 사람들의 외모를 평균적으로 보게 하는 기능을 갖고 있었다. 지나친 외모 지상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을 비슷하게 보게 하는 기계를 달고 살 것인지 아니면 그건 인간의 개성을 무시하는 것이니 사용하지 말아야 할지, 작가는 두 집단의 이야기를 나름 공평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한 쪽에 마음이 기울었는데, 읽다보니 반대편 이야기도 공감이 되었다. 이런 팔랑귀같으니라고!



  나중에 ‘컨택트’를 한 번 봐야겠다. 책을 읽으면서 잘 모르겠는 부분을 영상으로 적절하게 표현해주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은, 나중에 내가 좀 더 지식이 많이 쌓이면 다시 한 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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