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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다크 월드 - 아웃케이스 없음
앨런 테일러 감독, 나탈리 포트만 외 출연 / 월트디즈니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원제 - Thor: The Dark World, 2013
감독 - 앨런 테일러
출연 - 크리스 헴스워스, 나탈리 포트만, 톰 히들스톤, 안소니 홉킨스
이번 주에 개봉하는 3편을 보기 위해 시작한 시리즈다. 누누이 말하지만, 원래 로봇물이나 마블 또는 DC 코믹스 원작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이건 다만 애인님을 위해서 보는 것이다. 그래서 감상문이 어딘지 모르게 비아냥대거나 좋지 않은 느낌을 준다면, 그건 착각이 아니다.
아주 오래 전에, 어둠의 종족인 다크 엘프들은 ‘에테르’라는 검은 에너지를 이용해 어둠을 지배해왔다. 하지만 ‘오딘’의 아버지인 ‘보어’와의 전쟁에서 패하고, 에테르를 빼앗긴다. 보어는 에테르를 다크 엘프들이 찾지 못하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 봉인해둔다. 하지만 몇 천 년이 지나 아홉 세상이 일직선으로 정렬하는 시기가 되자, 각 차원의 경계가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지구에서 이상 현상을 연구 중이던 ‘제인’은 우연히 차원의 틈 사이로 빠지게 되고, 에테르를 얻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다크 엘프의 수장 ‘말레키스’는 제인을 추적하고, 제인이 위험에 처한 사실을 알게 된 ‘토르’는 그녀를 아스가르드로 데리고 온다. 다크 엘프들은 아스가르드로 침입을 시도하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는 막장 중의 막장을 보여주는 신들이 등장하고, 북유럽 신화는 종말을 맞이하는 신들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적인 면을 가진 신을 통해, 두려움과 동시에 친근함을 준다. 어쩌면 ‘신도 실수를 하는데, 인간인 내가 실수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라는 면죄부내지는 마음의 안도를 얻기 위함이 아닐까? 북유럽 신화를 차용한 이 영화 ‘토르’ 시리즈는, 신화보다 한 술 더 떠서 너무도 인간적인 신들이 등장한다. 여기서는 신이 아니라, 다른 차원 또는 다른 별의 거주자로 보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영화에서도 그런 부분이 나온다. 인간보다 수명이 훨씬 길 뿐, 별로 다를 바가 없다고 말한다. 정리하자면,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과학기술과 초능력을 가진 외계인 정도? 그 때문에 이들은 인간처럼 권력욕을 갖기도 하고, 사랑에 올인하기도 하며, 암투와 배신, 뒤통수 때리기 등등과 같은 면모를 보여준다. 물론 인간처럼 욕심이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도 한다.
1편의 리뷰에서도 썼지만, 이 모든 것은 친아들인 로키를 진정한 군주로 만들기 위한 오딘의 빅 픽쳐였다. 일반적으로 보면 영특한 아이가 왕좌에 오르고, 용맹한 아이가 군대를 이끄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오딘은 영리하진 못하지만 용맹한 토르를 위해, 영특한 양자 ‘로키’를 희생시켰다. 로키는 뭐랄까,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어 몸부림친 꼬맹이였다. 형보다 자신이 뛰어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형을 억누르고 짓밟으려 했다. 그 때문에 그는 지하 감옥에 갇혔지만 말이다. 게다가 그가 그토록 갈구하던 아버지의 애정은 사실 헛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토르에 의해 잡혀온 로키에게 오딘은 자신이 구해주지 않았으면 죽었을 꼬꼬마가 건방지게 군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결국 그는 아기였던 로키를 토르를 위해 데려왔다는 것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 사실 로키가 지구의 몇몇 도시를 폐허로 만들었다고 벌을 내렸지만, 오딘은 하나의 종족을 거의 멸종시킨 전적이 있었다. 오딘의 아버지 역시 다크 엘프의 세상을 폐허로 만들었고 말이다. 설마 로키가 하나의 세상이 아니라 도시 몇 개만 파괴했다고 실망한 것일까?
영화의 구성은 단순했지만, 1편보다는 좀 긴장감이 있었다. 하지만 1편과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1편이 다른 종족의 침입, 토르의 반격 실패로 인한 추방과 로키의 왕위 찬탈 노력, 지구의 위기, 토르의 각성과 복귀로 이어졌다면, 2편 역시 다른 종족의 침입, 토르의 반격 실패, 지구의 위기 그리고 토르의 역습 순이었다. 그러니까 다른 종족의 침입에 토르가 반격하지만 실패하고 지구를 위기에 빠트린 다음, 제인을 비롯한 지구인들의 도움으로 종족을 물리치는 구성이었다. 음, 지구가 위험에 빠진 원인은 결국 토르 때문이라는 건가! 1편에서도 감히 자기들을 공격했다고 열 받아 쳐들어갔다가 실패했는데, 이번에도 또 그랬다.
지금 우리의 과학 기술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옛날 사람들은 우리가 보여주는 것을 마법 내지는 초능력이라 놀라워할 것이다. 반대로, 지금의 우리보다 뛰어난 과학 기술을 가진 자들이 나타나 뭔가를 보여준다면, 우리 역시 그것을 보고 마법이나 초능력이나 신기해할 지도 모른다. 영화는 그런 부분에 착안했다. 그래서 우리가 신화를 읽으면서 마법이나 초능력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어쩌면 뛰어난 과학 기술의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설정을 했다. 신들이 타고 다니는 신비한 마차는 스텔스 기능을 장착한 우주선으로, 신들이 시공간을 뿅하고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사실 텔레포트였다는 것으로 말이다.
그런 설정들을 드러내는 부분은 보면서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1편의 영상도 멋졌는데, 이번 2편의 영상은 훨씬 더 훌륭해졌다. 이거라도 없었으면, 아마 3편은 절대로 안 본다고 했을 것이다. 주인공이나 내용보다, 영상에 대한 기대 때문에 3편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