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 The Woman In The Window, 2020
감독 - 조 라이트
출연 - 에이미 아담스, 게리 올드만, 줄리안 무어, 안소니 마키
원작 – ’A. J. 핀‘의 소설 ‘우먼 인 윈도 The Woman In The Window, 2018’
‘애나’는 광장공포증으로 집 밖으로는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는, 전직 소아과 의사이다.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남편과 딸은 다른 곳에서 살고 있고 전화 통화하는 것이 그녀의 낙이다. 밖으로 나가야 하는 일은, 같은 건물에 사는 ‘데이비드’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어느 날, 애나는 앞집에 새로 이사 온 ‘이선’이라는 아이와 알게 된다. 할로윈 날, 현관문에서 쓰러진 애나는 이선의 엄마라는 ‘제인’의 도움을 받게 된다. 며칠 후, 애나는 제인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경찰에 신고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선의 엄마인 제인이 나타나지만, 애나가 본 여자와는 전혀 달랐는데…….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인물이 이웃을 관찰한다. 그런데 아무도 그 사람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현장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제 다른 집을 훔쳐본다는 비난을 받게 된 주인공은 지인의 도움으로 사건을 파헤친다. 이 설정, 익숙하다. 바로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이창 Rear Window, 1954’이다. 이후, 비슷한 설정의 작품들이 등장했다. 이번 영화 역시, 그런 기본 설정을 따왔다. 다른 점은, 주인공의 성별과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유 정도?
주인공인 애나는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다.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술을 자주 마시며 상담을 받아야 한다. 그 때문에 그녀의 말이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애나가 자기 자신조차 믿을 수 없게 된다면, 영화에서 보여주는 거의 모든 것이 거짓이 되기 때문이다. 이 점이 후반부에 가서 중요한 반전의 힌트가 된다.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기에 원작자의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영화에서는 그 부분이 반전이었다. 애나가 자신에 대해 믿음을 회복하는 지점 말이다. 그리고 그제야 그녀는 그 전까지 할 수 없었던 행동을 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그녀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대가는 좀 비쌌다.
영화는 잔잔했다. 너무도 평범하게, 그러니까 기본 설정에 충실하게 흘러갔다. 누가 제인을 죽였고 제인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풀어간다는 점에서는 스릴러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부르기엔 좀 많이 느슨했다. 주인공의 상황이나 성격에 변화를 주긴 했지만, 너무도 전형적으로 흘러가서 아쉬웠다. 증거를 찾을 때는 좀 놀라웠지만, 그게 다였다. 이후 벌어지는 일들이 그냥 답답했다. 분명 애나에게는 기존의 삶과 결별할 계기가 되는 사건이었는데, 그냥 흐지부지 흘러갔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는지만, 그와 동시에 아쉽기도 했다. 좀 더 긴박하게 만들면 더 좋았을 텐데……. 연기 못한다는 얘기를 듣지 않는 배우들을 데리고, 지금까지 비슷한 설정을 가진 작품들이 만들어질 정도로 괜찮은 기본 설정을 하고, 이런 느슨함이라니…….
음, 그러고 보니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광장공포증에 걸린 주인공이 살인범의 위협을 받는 영화가 있었는데……. 아, ‘카피캣 Copycat, 1995’! 오래전에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그게 더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