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왓치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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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End Of Watch, 2016

  작가 - 스티븐 킹






  빌 호지스 3부작 시리즈 중에서 마지막 이야기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부터 이상한 능력이 있다는 조짐을 보였던 ‘메르세데스 킬러 브래드 하츠필드’. 이번 작품에서는 어떻게 그가 그런 능력을 갖게 되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그가 조력자들을 만들고 활용해왔는지 찬찬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병원에 갇힌 상태에서 사람들을 하나둘씩 죽여 나간다. 자신을 괴롭히던 간호사에서부터 시작해, 예전에 그가 직업 박람회에서 메르세데스 자동차로 질주를 했을 때 부상을 당해 살아남은 사람들까지. 그리고 그의 최종 목표는 당연히 자신을 잡아넣은 ‘호지스’와 자신의 머리를 때려서 병원에 입원시킨 ‘홀리’, 그리고 자신의 컴퓨터를 해킹했던 ‘제롬’이다.



  한편 의문의 자살 사건을 조사하던 호지스는 현장에서 단종된 게임기를 발견하고, 이것이 어떤 연관이 있을 것이라 추측한다. 그리고 마침내 하츠필드와의 관련성을 찾아내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홀리와 제롬을 제외하고는. 결국 ‘파인더스 키퍼스’의 세 사람, 호지스와 홀리 그리고 제롬은 하츠필드와 마지막 대결을 벌이기로 하는데…….



  처음 이 시리즈가 나왔을 때, ‘스티븐 킹’이 쓴 추리 소설이라는 광고를 했었다. 그래서 미심쩍었다. 추리 소설이라고? 스티븐 킹이? 유령이나 초자연적인 현상을 제외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고? 그런데 첫 번째 이야기를 읽어보니, 재미있었다. 추리라기보다는 스릴러적인 면이 더 강했지만, 킹 특유의 심령 현상이나 초능력 같은 것은 나오지 않았다. 물론 단편과 중편은 제외한 범위 내에서다. 하여간 그래서 ‘역시 킹느님은 못 하는 게 없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다시 그의 특기로 돌아왔다.



  물론 하츠필드가 그런 능력을 갖게 된 것에는 여러 가지 의학적인 원인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처치를 했다고 해서,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던 사람이 그런 능력을 갖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가능했다면 아마 그걸 알아낸 사람은 노벨 의학상을 수십 번 받았을 지도 모른다.



  이번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킹 특유의 초자연적 현상과 스릴러적인 면이 잘 결합하고 있었다. 하츠필드는 기이한 능력을 가졌고, 호지스와 홀리, 제롬은 탐정 사무소 일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츠필드가 능력을 사용해 사건을 일으키고 다니면, 셋은 현장을 조사하고 증거를 모으고 추리에 추리를 거듭하면서 그를 추격한다. 다행인 것은, 셋에게는 그동안 온갖 역경을 이겨낸 끈끈한 정과 우정과 사랑 등등이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 어떤 의견을 내면, 말도 안 된다고 내치기보다는 받아들일 점은 받아들이면서 사건을 추리해나간다. 그래서 하츠필드에게 이상한 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대개의 범죄자들이 다 그렇지만, 이 책에 나오는 하츠필드는 진짜 인간망종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단지 자신이 죽인 사람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말을 했던 범죄자가 있었다. 누구보다 더 많이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했던가? 그 말을 한 놈이 누군지, 그 놈이 라이벌로 삼은 놈이 누구인지 기억은 안 난다. 사람이라고 적으려다가, 그건 그들에게 너무 과분한 어휘 같아서 놈이라고 적었다. 그 놈의 쓰잘데기 없고 이상한 경쟁심 때문에 몇이나 희생되는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애초에 그 놈을 죽였어야 했다. 굳이 치료하겠다고 병원에 입원시킨 게 문제였다. 음, 이건 인권에 위배되는 생각일까? 하지만 나중을 생각해보면, 그가 병원에서 죽인 사람의 숫자도 만만치가 않다. 직접적으로 죽인 사람도 있지만, 자살하도록 유도한 사람도 있었다. 역시 애초에 병원에 가기 전에 죽여 버리는 게 나았다. 우리나라에도 왜 내 세금으로 저 놈들 옥바라지를 해야 하는지 의문인 놈들이 더러 있다. 으아, 또 생각났다! 조두순! 출소일이 3년 남았다는데, 으, 진짜! 내 세금으로 그 빌어먹을 XX 옥바라지 한 거 같아서 화난다. 세금을 안 낼 수도 없고! 왜 음주가 감형 사유가 되는 지 진짜 모르겠다. 술 마신 게 무슨 벼슬이라도 되나?



  빠져나갈 뻔 했던 정신줄을 부여잡고, 다시 책으로 돌아오자. 읽으면서 하츠필드의 또라이같은 짓이 어디로 튀어나갈지 몰라서 무척이나 조마조마했다. 게다가 스티븐 킹이 독자를 낚아보겠다고 작정을 했는지, 곳곳에 함정을 설치해둬서 속으로 ‘그러면 안 되죠!’라든지 ‘안 돼!’를 외치는 부분도 심심찮게 나왔다. 3부작으로 끝난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애완동물 공동묘지 Pet Sematary, 1984’로 이어지는 게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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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Gremlin, 2017

  감독 - 라이언 벨가드

  출연 - 아담 햄튼, 크리스티 K. 분, 캐쳐 스테어, 제프 바론






  예전에 ‘그렘린 Gremlins, 1984’이라는 귀여운 생명체가 괴물로 변신하는 영화가 있었다. 변신 전에 얼마나 귀여웠는지, 인형으로 있으면 갖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우연히 똑같은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리메이크인가? 왜 몰랐지? 표지에 등장하는 괴물이 기억 속의 모습과 달랐지만, 시대가 변했으니 비주얼도 바뀌었다고 단순히 생각했다. 그런데 음, 내 귀여운 기즈모가 나오는 옛날 영화와는 거의 관련이 없는 작품이었다. 그러니까 ‘거짓말’이라는 제목을 듣고 ‘g.o.d.’를 떠올리면 아재고, ‘빅뱅’을 연상하면 젊은이라는 그런 개그가 생각났다. 비슷한 다른 예로 ‘좋은 날’이라는 제목에 ‘이승환’을 생각하면 아재, ‘아이유’를 떠올리면 젊은이가 있다. 하지만 내가 장담하건데, 아무리 젊은이라고 해도 ‘그렘린’이라는 단어에 이 영화를 떠올릴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영화는 작은 상자에서 튀어나와 ‘짐’과 ‘리사’ 부부를 공격하는 괴물로 시작한다. 한편 회사 동료와 불륜중인 ‘아담’은 모든 것이 권태롭기만 하다. 같이 놀자고 다가오는 아들 ‘찰리’는 귀찮기만 하고, 사춘기 딸 ‘애나’는 반항 중이고, 아내 ‘줄리’와는 어딘지 서먹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처남인 짐이 찾아와 괴물이 나오던 상자를 들고 와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라는 말과 함께, 장모에게 주고 간다. 그리고 장모는 아담에게 상자를 건넨다. 그날 밤, 상자에서 괴물이 나와 그녀를 죽인다. 그 광경을 목격한 찰리는 괴물이 할머니를 죽였다고 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금 상자가 열리고 괴물이 나와 딸의 남자친구를 공격한다. 그제야 아들의 말을 믿게 된 아담과 줄리는 상자의 비밀을 풀고 아이들을 보호하려고 노력하는데…….



  대충 설정만 보면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었다. 괴물이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극대화하면 잔혹한 고어가 될 수 있고, 가족과 지인을 죽였다 의심받는 사람을 중점으로 하면 스릴러물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가족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장의 모습에 주력하면 가족물이 될 수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것저것 전반적으로 손대려고 하다가, 흐지부지되어버렸다. 괴물의 모습도 그냥 좀 허접했고, 인물들의 연기도 그냥 그랬고, 이야기의 흐름도 뭔가 많이 빼먹은 것 같았다.



  특히 가장 중요한 설정인 상자의 저주가 제일 이상했다. 누군가 그 상자를 갖고 있으면, 그 주변인들이 괴물에게 살해당한다는 게 저주의 내용이다. 그걸 피하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넘겨주면 된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자를 주면, 그 사람의 가까운 사람에 내가 포함되는 거 아닌가? 그러면 내가 죽을 확률이 높아지는 거 아닌가? 아니, 그보다 내가 갖고 있으면 적어도 나는 안 죽는 거 아닌가? 내가 안 죽고 싶으면, 상자를 갖고 있는 게 더 이득이지 않나? 뭔가 말이 안 된다. 게다가 마지막까지 상자를 갖고 있으면 미쳐버린다고 하는데, 영화에서는 그런 모습도 안 보였다.



  심지어 그 전까지 보여줬던 설정을 완전 뒤집어버리는 결말이어서, 더 황당했다. 그 사람이 왜 상자를? 그게 가능해?



  감독이 제작과 각본까지 맡았다고 하는데, 대본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감수라도 받았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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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It, 2017

  감독 - 안드레스 무시에티

  출연 - 빌 스카스가드, 제이든 리버러허, 핀 울프하드, 잭 딜런 그레이저, 소피아 릴리스, 와이어트 올레프, 초슨 제이콥스, 제레미 레이 테일러, 니콜라스 해밀턴






  출연자 이름이 많다. ‘루저 클럽’의 일곱 아이들 이름을 다 적어서 그럴 것이다. 영화를 이끌어 가는 건 저 일곱 아이들과 ‘페니 와이즈’인데, 저 아이들의 이름도 제대로 적어놓지 않은 사이트들이 있었다. 내 생각엔 저 일곱 아이들이 다 주인공 같아서, 다 적었다.



  어느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가을 날, 어린 ‘조지’는 우비를 입고 형 ‘빌’이 만들어준 배를 띄우며 놀고 있었다. 그러다 아뿔싸! 그만 배가 하수구로 빠져버렸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조지에게 하수구 안에서 누군가 말을 건다. 삐에로 복장을 한 ‘그것’ 페니 와이즈는 조지의 배를 주겠노라 말하더니 그를 잡아간다. 이후 조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동생이 사라진 이후 거의 일 년 동안, 그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아동 실종 사건을 조사하였다. 그리고 동생이 마을 하수구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베벌리’, ‘리치’, ‘스탠’, ‘마이크’, ‘벤’ 그리고 ‘에디’는 그를 돕기로 한다. 하지만 페니 와이즈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아이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는데…….



  올해는 스티븐 킹의 해인 것 같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 제일 기대가 되었던 작품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작품이다. 원작은 스티븐 킹의 ‘잇, It, 1986’이고, 감독은 영화 ‘마마 Mama, 2013’을 만든 사람이다. 기대가 되는 조합이었다. 원작은 성인이 된 아이들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다시금 뭉치는 내용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어린 시절만 다루었다. 성인 버전은 조만간 만들 예정이란다. 하긴 어린 시절만 해도 두 시간 반에 달하는 분량이 나왔는데, 성인 시절까지 같이 하면 대 여섯 시간은 나올 것이다. 두 편으로 나누길 잘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중에 그의 공포 세계를 제대로 구현해서 흥행에 성공한 것은 ‘미져리 Misery, 1990’ 뿐이다. ‘쇼생크 탈출 The Shawshank Redemption, 1994’이나 ‘그린 마일 The Green Mile, 1999’은 공포물을 완전히 다른 장르, 휴먼 감동 스토리로 바꾸어버렸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평이 안 좋았지만, 난 ‘미스트 The Mist, 2008’도 좋았다.



  이 영화는 공포와 유머, 그리고 감동이 적절하게 잘 버무려져 있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그대로 담겨있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아이들이 주연이라 다소 공포가 약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주인공인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공포일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저 아이들의 나이일 때 저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상상하기 싫은 엄청난 공포가 될 것이다.



  아이들은 각자 하나둘씩의 문제 내지는 공포의 대상을 갖고 있었다. 동생을 혼자 보낸 것에 대한 죄책감과 가족의 붕괴에 대한 두려움, 친부에 의한 성적 학대, 흑인이기에 받아야 하는 차별과 부모의 죽음을 눈앞에서 봐야했던 기억, 뚱뚱하다고 괴롭힘을 당해야하는 전학생, 온갖 질병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과보호, 랍비의 아들이기에 모범을 보여야하는 압박과 매일 봐야하는 무서운 그림, 그리고 삐에로에 대한 공포. 음, 사실 삐에로가 뭐가 무섭냐는 생각이었지만 공포는 개인적인 문제니까.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페니 와이즈는 아이들의 앞에 나타날 때는 그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모습을 했다. 물에 퉁퉁 분 동생의 시체로, 고름이 뚝뚝 떨어지는 나병 환자로, 눈동자가 없는 일그러진 얼굴의 그림 속 여자로……. 개인적인 생각으로 스탠이 두려워했던 그림의 여자는, 그 자체로도 무서웠지만 그것이 걸려있는 공간이 주는 의미도 있을 것 같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지만, 저런 것들을 즐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영화의 초반은 아이들에 대한 소개로, 중반은 아이들이 어떻게 공포를 느끼는지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아이들이 어떻게 그 공포의 대상을 이겨내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 작품은 단순한 공포 영화라기보다는, 성장 영화였다. 그들이 겪는 일상의 공포는 시간과 공간을 막론하고, 십대를 거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가지씩은 마주쳐야했던 것들이었다. 학대, 왕따, 성추행, 과보호 그리고 과한 기대에 대한 압박. 아이들의 행동을 따라가면서, 보는 이도 역시 그 공포를 같이 이겨내는 느낌을 주었다. 어쩌면 그것은, 떨쳐버리지 못한 어린 시절의 두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극복하는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아이들 수준의 공포가 이 정도였는데, 성인 버전은 어떠할지 너무 기대가 된다. 만약 예전에 나왔던 영화에서처럼 페니 와이즈의 정체를 이상하게 만들면 감독을 원망할거다. 아, 제발! 킹느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그의 작품을 제대로 구현해낸 영화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거잖아! 이건 거의 근접했다고! 내 생각이지만 말이야!



  리뷰를 며칠 전에 썼는데, 오늘 스티븐 킹의 70회 생일에 맞춰 올리려고 꾹꾹 참고 있었다. 킹느님 오래오래 살면서 작품 많이 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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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테이프 스토리콜렉터 57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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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怪談のテ-プ起こし, 2016

  작가 - 미쓰다 신조






  분명 인쇄된 글자를 읽고 있는데, 마치 그 정경이 바로 앞에서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작가들이 있다. 그런 작가들이 판타지나 SF 소설을 주로 쓴다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데, 호러를 쓴다면 그건 좀 위험하다. 평소에도 호러 영화를 즐겨보기에, 그동안 봐왔던 영화 장면들과 책의 글자들이 합쳐서 기괴한 영상을 눈앞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뭐에 홀린 듯이 신간이 나오면 자연스레 손이 가는 작가가 있다.



  ‘미쓰다 신조’는 그런 작가 중의 한 명이다. 읽고 나면 오늘 엄마랑 자야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읽으면서 자꾸 주위를 돌아보게 되고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들게 하는, 그러면서 신간이 나오면 ‘어머 이건 꼭 읽어야해!’라고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이번 책은 오랫동안 고민했다. 바로 표지 때문이다. 하아, 어쩜 표지마저 이렇게 오싹하게 만드는 건지. 내가 싫어하고 꺼려하며 가능하면 보지 않으려는 유형 중의 하나가 바로 사람의 얼굴 모양이 이상하게 되어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발 없는 미끄덩꾸물거리는 것들이고 말이다.



  책은 여섯 개의 이야기와 그들을 연결하는 막간과 서장과 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이야기 역시 작가인 미쓰다 신조가 주변 사람들의 경험담을 재구성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막간과 서장, 종장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미쓰다 신조와 그의 편집자들이다. 마치 ‘진짜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건 그의 다른 책에서도 사용되었던 방법이다. 작가가 아직 건강하게……는 모르겠지만 살아 있으니 실화가 아니라 창작이라고 믿고 있다. 그렇다. 이건 다 허구이고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그래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미쓰다 신조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는 자살한 네 사람이 죽기 직전에 남긴 유언장과 같은 테이프에 얽힌 이야기다. 읽으면서 어쩐지 그들이 자살이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테이프 내용을 읽으면서, 뭔가 이상한 연결 고리라고 할까? 그런게 느껴졌다.



  『빈집을 지키던 밤』은 읽을 때는 그냥 그랬는데, 다 읽고 나서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나쁜 이야기였다. 누구 말이 진실인지, 그 방에 있던 건 누구였는지. 어쩐지 제물을 바치는 이상한 집단이 떠오르면서 영 뒷맛이 좋지 않았다.



  『우연히 모인 네 사람』은 주최자가 오지 않아 처음 보는 네 사람이 등산을 하는 내용이다. 산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경험하지 않을 사건이 펼쳐진다. 과연 그의 과대망상일까 아니면 진짜 뭔가 있는 걸까?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하다.



  『시체와 잠들지 마라』는 읽으면서 언젠가 보았던 일본 공포 단편 드라마가 떠올랐다. ‘기묘한 이야기 世にも奇妙な物語’의 한 에피소드였던가? 그때는 주인공의 입장에서 봐서 그러려니 했는데, 여기서는 제 3자의 입장에서 서술되어 느낌이 색달랐다. 만약 내가 상상한 것이 맞는다면 으음. 아니길 빌어본다.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는 자연스레 표지가 연상되는 제목이다.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표지가 떠올라서 오싹했다. 표지처럼 생긴 사람이 내가 가는 곳마다 나타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스쳐 지나가는 것』은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던 주인공의 눈에 이상한 형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매일 조금씩 그녀의 집을 향해 오기 시작한다. 그것과 마주칠까 두려워 그녀는 집 밖으로 나갈 수가 없게 된다. 의식하지 않으면 모르는데, 한 번 의식하기 시작하면 떨쳐버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모르고 당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알고 당하는 것이 좋을까?



  여섯 개의 이야기 중에서 오싹한 것을 고르자면 『스쳐 지나가는 것』이다. 책을 먼저 읽은 애인님의 선택과는 좀 다른데, 공포는 취향이니까. 덧붙이자면, 이젠 작가의 책에 면역이 되었는지 전에 읽은 ‘붉은 눈 赫眼, 2009’보다는 좀 덜 무서웠다. 엄마와 자야하나 말아야하나 오래 고민하지 않고, 혼자 잤다. 혹시라도 편집부에서 이 리뷰를 읽는다면, 다음 책 표지는 좀 안 무서운 걸로 해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아! 이 책은 6개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막간과 종장도 오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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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퀸 - [초특가판]
데이비드 우 감독, 브리짓 폰다 외 출연 / 기타 (DVD)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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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now Queen, 2002

  감독 - 호대위

  출연 - 브리짓 폰다, 첼시 홉스, 제레미 가이볼트






  ‘젤다’는 시골에서 작은 호텔을 경영하는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겨울을 싫어하는 그녀였지만, 호텔 벨보이로 일하는 ‘카이’를 알게 되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아버지는 반대하지만, 몰래 스케이트를 타러 나가면서 젤다는 카이와 함께 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런데 어느 겨울밤, 호텔에 차가운 표정을 가진 미모의 여인이 투숙한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카이가 사라진다. 슬픔에 잠긴 젤다는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일에 대해 듣게 된다. 겨울만 되면, 스노우 퀸이 청년들을 데리고 간다는 것이다. 젤다는 카이도 그렇게 된 것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목숨대신 그를 돌려달라고 비는데…….



  처음에 영화가 무척이나 진행이 느리다고 생각했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보았는데 왜 아직도 초반을 벗어나지 못한 걸까? 그리고 상영시간을 확인해보니, 헐! 무려 세 시간짜리 영화였다. 처음 한 시간은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고, 나머지 두 시간 동안은 카이를 찾아 헤매는 젤다의 여정을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누군가를 구하러 가는 여정을 다룬 영화라면 막 액션 활극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영화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솔직히 영화의 전반적은 분위기는 많이 심심했다. 예전에 읽은 얼음 여왕이 나오는 동화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걸로 세 시간에 달하는 내용으로 만들 건덕지가 있었나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다. 음, 이건 감독과 각본가 두 사람의 의지가 이루어낸 결과인가?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도 많이 나오고,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네 왕국의 분위기나 배경도 화려하고 독특했다. 그런데 어쩐지 지루했다.



  우선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의 왕국에서 젤다가 겪는 일이 그리 흥미를 끌지 못했다. 가는 곳마다 환영을 받고 그곳의 사람들은 젤다가 머물러주길 원했다. 그녀가 싸워야했던 것은, 모든 것을 잊고 놀던 자신이었다. 그래서 실컷 놀고 즐기다가 ‘아, 맞아! 나 카이 찾아야 해!’라고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도망치다시피 하는 것이 반복되었다. 이게 유흥에 빠져 허우적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봐도 괜찮겠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또 너무 건전했다. 이건 마치 엄마 심부름으로 시장에 가다가 중간에 장난감 가게나 분식집 앞에서 발을 멈춘 아이와 비슷했다. 형들이 게임기하는 걸 옆에 서서 한참 구경하거나 어묵 하나 입에 넣다가, ‘맞다, 나 심부름!’하고 다시 발길을 재촉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카이가 여왕을 따라가는 과정도 좀 이상했다. 우연히 스노우 퀸의 거울 조각이 눈에 들어가면서, 그의 성격이 바뀌는 장면이 나온다. 원래의 카이와 거울 조각의 영향을 받는 카이, 이렇게 약간은 혼란스러운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다. 책에서는 확실히 변하는데, 영화에서는 서서히 변하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그런데 그 과정이 너무 길어서, 마치 카이가 스노우 퀸을 따라가게 된 계기가 불확실해보였다. 음, 이런 얘기를 써도 될까? 아직 어린 꼬꼬마 남자애가 성숙한 여인의 유혹에 넘어가 어떻게 한 번 해볼까하는 마음으로 따라가는 그런 거? 스노우 퀸을 따라 그녀의 성까지 갔는데, 그녀는 잠을 자야겠다며 카이를 방치하는 장면이 나온다, 거기서 그는 자신을 내버려둔다며 화를 내는데, 그 부분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나랑 어른의 놀이를 하자고 데리고 와놓고는 방치해서 화난 거니, 카이야?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탈출을 계획한다. 마을에 있을 때는 거울 조각의 영향을 받는 것 같더니만, 스노우 퀸의 성에서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아, 나중에 겔다가 찾아오니까 변하긴 했다. 음, 그러면 여친 앞에서만 변하는 거야? 그런 거야, 카이야?



  두 주인공의 역할이 뭔가 어정쩡하게 잡히는 바람에, 영화는 환상적인 배경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랬다. 특별한 사건도 없고, 사건이 일어나도 그리 극적이지 않고. 다소 많이 심심한 영화였다. 그리고 세 시간은 너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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