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드 : 첫 번째 습격
가레스 에반스 감독, 이코 우웨이스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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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Raid: Redemption, 2011 

  감독 - 가레스 에반스

  출연 - 이코 우웨이스, 조 타슬림, 도니 알람시야, 레이 사헤타피






  오래된 고층 아파트 한 채가 있다. 일반인들도 몇 가구 살고 있지만, 사실 그곳은 범죄 집단의 아지트이다. 그곳을 장악한 두목 ‘타마’는 거의 10년 동안 범죄 사회의 전설이 되어 경찰과 공무원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 손을 뻗치고 있었다. 심지어 그곳은 마약 제조까지 가능한, 그만의 요새였다. 계속해서 실패만 거듭하던 경찰 수뇌부는 최정예 SWAT 팀을 보내 타마를 제거하기로 한다. 1층부터 어렵지 않게 차근차근 조직원들을 제압하던 중, 갑자기 조직의 반격이 시작된다. 마치 그들이 온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SWAT팀은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간다. ‘라마’는 부상당한 동료와 함께 타마를 제거할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초중반까지의 흐름은 무척이나 좋았다. 계단으로 한 층씩 올라가 사람들을 제압하는 SWAT팀의 모습은 그야말로 긴장 그 자체였다. 게다가 조직의 반격이 시작되면서 이야기는 더 극적으로 흘러갔다. 물론 일방적으로 경찰이 당하긴 하지만, 매 장면이 긴장감이 흘러 넘쳤으며 보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특히 평범한 입주민인줄 알고 방심했던 사람이 조직원이었다는 설정도 괜찮았다. 당연히 경찰은 방심하고, 보는 나는 그가 함정이라는 걸 아니 ‘으아, 안 돼!’를 외치고.



  또한 주인공 라마가 혼자 조직원들과 싸우는 장면은 무척 멋졌다. 보면서 ‘처음부터 저 사람 혼자만 보내도 되는 거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준수한 외모의 남자가 싸움도 잘하고, 정의감 넘치고, 상황판단 빠르고, 배려심도 있고, 정도 있고…….



  아쉽게도 이야기는 중후반을 지나가면서 흐름을 유지하지 못했다. 영웅본색 같은 설정이 나오지만, 그건 이미 클리셰(cliché)가 되어버렸으니 넘어간다.



  하지만 라마가 그의 조력자와 함께 무술의 고수라는 악당과 싸우는 장면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냥 한숨이 나왔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라는 건 알겠지만, 그래도 너무 질질 끌었다. 저기 얘들아, 너희가 싸움 잘하는 건 이제 잘 알았거든? 그러니까 이제 그만 끝내줄래? 저기 내가 사람 죽이고 뭐 그러는 건 잘 모르지만 말이야, 조금 전에 상대방 목에 형광등을 박아 넣었잖아. 그거 뽑으면 과다출혈로 죽을 거야, 다른 영화에서 그랬거든. 그리고 주변에 쓸 만한 물건 꽤 많은데 왜 그거 안 써? 드럼통 같은 걸로 치면 즉사할 거 같은데? 싸우는 장면이 이렇게 지루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길었다.



  그리고 결말 부분.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아니, 그래서 뭐? 어쩌라고? 왜?’라는 질문이 절로 나왔다. 도대체 왜? 처음 고층 건물 소탕하는데 20명 정도 되는 경찰만 보내고 지원군도 안 보내는 걸 봐서 수상하다 싶었는데, 그래도 이건 너무 웃기잖아! 옆집 놀러왔다가 해가 지니까 밥 먹으러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그 전까지 넘실대던 긴장감과 화려한 액션이 싹 사라지는 마무리였다.



  음, 좋게 보면 주어진 목적에 충실한 관료주의를 보여준다고 해야 할까?



  초중반까지는 진짜 멋진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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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 얼라이브
윌리엄 프렌트 펠 감독, 프랭키 무니즈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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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tay Alive, 2006

  감독 - 윌리엄 브렌트 벨

  출연 - 존 포스터, 사미라 암스트롱, 프랭키 무니즈, 지미 심슨







  게임에 너무 집중하고 오래 하면, 현실과 구별하지 못한다고 어른들은 말한다. 그런 얘기는 호러 스토리의 단골 소재로 쓰이기도 한다. 게임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한 어린아이들이 살인을 게임처럼 즐기는 그런 설정으로 말이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은 아마 이야기를 들은 게 분명하다.



  게임을 즐기던 ‘루미스’가 갑작스런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이상한 건, 그게 게임에서 죽은 모습 그대로 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의 장례식에 온 ‘허치’는 유품인 게임기를 건네받는다. 그건 바로 루미스가 죽기 직전까지 하던 ‘스테이 얼라이브’라는 새 게임이었다. 허치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루미스를 추도한다는 이름으로, 그가 하던 게임을 해보기로 한다. 그런데 게임에서 죽은 친구들이 그 모습 그대로 하나둘씩 죽어가기 시작한다. 허치와 친구들은 살아남기 위해 게임을 깨야하는데…….



  루미스가 죽은 이후, 게임에서 죽으면 현실에서도 그대로 죽는다는 걸 보는 이는 알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속의 사람들은 그걸 모르기에, 아무런 의심 없이 게임을 시작한다. 게임 오프닝에 나온 주문을 음성 인식하는 기술이 어디 있다고, 그걸 철썩 같이 믿고 따라 읽는지……. 단 한 명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 있지만, 아무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렇다, 그는 집단에서도 약간 바보취급당하는 존재였다. 영화는 이후 게임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든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게임 속으로 들어가는 건 아니고, 게임 속에서는 우연히도 그들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 아바타가 움직인다. 그리고 게임에서 땅이 흔들리면,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진동이 느껴지는 정도?



  만약 누군가 게임에서 죽은 그대로 현실에서 친구가 죽었다고 하면,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특히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영화에서도 그런 존재가 등장한다. 형사이다. 그는 게임을 하던 아이들이 현실감각을 잃고 사건을 저지른 게 아닐까 의심한다. 뭐, 그건 당연한 수순 같다. 솔직히 나도 뉴스에서 게임 캐릭터가 살인을 하고 다닌다고 하면, 누군가 코스프레를 했을 것이라 여길 테니 말이다.



  이후 영화는 그 게임은 사실 엘리자베스 바토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녀의 부활을 위한 준비였다는 사실을 넌지시 밝힌다. 그리고 아이들이 개발자를 찾아가 저주를 깨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게 또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게임 속의 배경이 되는 저택과 현실의 저택이 똑같기에, 게임을 켜서 집 안을 탐색한다. 그런데 게임을 켜서 탐색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면 현실에서 죽는다. 그러니까 죽지 않고 집안을 탐색해서 저주를 풀 매개체를 찾아야 한다. 밖에서 게임으로 상황을 보는 인물이나 진짜 저택에 들어간 사람이나, 둘 다 목숨을 걸고 시간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설정이나 아이디어는 기발한데, 어쩐지 긴장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왜 인지는 모르지만,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보거나, 두 손을 꼭 잡고 ‘어떡해’를 연발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생각해보면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아이들의 갈등 장면이나 대화 장면이 너무 늘어지는 기분이었다. 특히 자기도 신나게 게임을 했으면서 친구들이 죽어나가자 ‘왜 이런 걸 가져왔어!’라고 원망하는 부분은 음……. 갖고 온 아이도 몰랐는데? 알고서 갖고 왔으면 그건 사이코패스겠지. 사실 친구를 원망하는 게 아니라, 개발자를 족쳐야 하는 게 아닐까?


  영화에서 아쉬운 점은, 개발자에 대한 부분을 대충 넘어간 것이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건 좋지 않은 거지만, 그 사람 눈빛이나 분위기 등을 봐봐! 사이비 종교 믿을 것 같이 생겼잖아! 그리고 경찰도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았다. 앞에서 뭔가 있을 것처럼 해놓고 뒤에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은 부분이 몇 개 있었다. 그런 점이 많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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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릭스 오브 네이처
로비 피커링 감독, 조시 패뎀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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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Freaks of Nature, 2015

  감독 - 로비 피커링

  출연 - 니콜라스 브라운, 맥켄지 데이비스, 조쉬 파뎀, 데니스 리어리








  좀비, 뱀파이어, 그리고 인간 같은 여러 종족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 그 때문에 여러 가지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공장에서 좀비와 노동조합을 결성한 인간도 있고, 학교에서 뱀파이어나 인간에게 왕따당하는 학생도 있다. 그 와중에 어느 정도 지능이 있어 의사소통이 가능한 좀비는 최하층계급으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하고, 보호 시설에 격리되어 혐오와 놀림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UFO가 나타난다. 인간은 인간대로, 뱀파이어는 뱀파이어대로 서로를 의심하고 자기네를 죽이기 위해 UFO와 외계인을 끌어들였다 의심한다. 좀비 역시 두 종족간의 다툼으로 배급용 뇌가 지급되지 않는다며, 자기네를 무시한다고 여긴다. 이제 세 종족의 격돌이 시작되는데…….



  주요 주인공들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다. 바람둥이 뱀파이어 때문에 뱀파이어가 되었지만 버림받은 ‘페트라’, 자신을 무시하는 가족대신 화목한 좀비 가족의 일원이 되고 싶었던 ‘네드’, 학교 퀸카에게 어장관리 당하는 ‘대그’ 등등 그들에 대한 소개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갈등이 시작된다. 서로 죽고 죽이는 마을 사람들의 살육전이 이어지는 것이다. 아주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다. 지금까지 그럭저럭 사이가 좋은 이웃이었고, 같은 학교를 다니던 이들끼리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이 죽고 죽인다. 



  본격적인 외계인의 공격이 시작되면서, 셋은 지하 벙커에 숨는다. 이후 모든 상황은 오직 환풍구를 통해 소리로만 들리는데, 그게 온갖 상상력을 더 자극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좀 지루하다.



  그런데 좀비가 뇌를 먹기 때문에 지능이 떨어진다는 이론은 좀 황당했다. 그 때문에 과학영재였다가 좀비가 된 네드에게 뇌를 먹이지 않아, 외계인에 대항할 방법을 찾는다는 설정은 많이 웃겼다. 뇌를 안 먹으면 배가 고프지만, 대신 똑똑함은 유지할 수 있다니……. 또 다른 황당한 설정은 외계인은 무생물만 볼 수 있어서, 옷을 하나도 입지 않으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셋이 외계인이 대항할 방법을 찾아내는 게 영화의 기본적인 줄거리이다. 그 와중에 학살극도 벌어지고, 종족을 뛰어넘는 우정과 사랑이 펼쳐진다. 물론 진지함은 별로 들어있지 않다. 다양한 여러 종족들이 힘을 합쳐 외계인의 침입을 막아내는 과정은, 서로에 대한 차별과 오해와 불신 그리고 편견을 거두면 이 세상은 좀 더 살만한 곳이 된다는 얘기 같다. 아, 그리고 화학물질은 쓰지 말고 순수 자연산으로 된 제품만 먹고 입으라는 것 같다. 유기농 면으로 된 옷은 외계인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았으니까.



  그냥 웃으면서 한 번 보기에 적당한 영화였다. 그나저나 인간은 학교 강당에, 좀비는 혈액은행에 그리고 좀비들은 교회에 모이다니, 참 재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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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체파리의 비법 팁트리 주니어 걸작선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지음, 이수현 옮김 / 아작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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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er Smoke Rose Up Forever, 2004

  작가 - 탑트리 주니어







  우선 이 책이 출판된 것은 2004년이지만, 수록된 작품들이 실제 발표된 것은 그보다 훨씬 전인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이다. 단편으로 소개되었던 것을 모아서 단편집 형식으로 낸 것이 2004년인 모양이다. 저 필명으로 처음 단편이 나왔을 때 모두가 다 남자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여자여서 모두가 놀랐다고 한다. 남자글과 여자글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게 좀 우스웠다. 하지만 지금도 그런 인식이 여전한 걸 보면, 인간의 진화는 무척이나 더디게 이루어지는 것 같다.



  책에는 일곱 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어떤 것은 거의 200쪽에 달하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10쪽이 조금 넘기도 했다. 하지만 긴 이야기건 짧은 이야기건 다 각각의 독특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단편집의 제목이기도 한 '체체파리의 비법 THE SCREWELY SOLUTION, 1977'은 예전에 미국 드라마 ‘마스터즈 오브 호러 Masters of Horror, 2006’에서 영상화되기도 했다. 그걸 보면서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책으로 읽어보니 더 대단했다. 여자들을 학살하는 남자들을 피해 숨어사는 주인공의 불안한 심경이라든지 놀라움이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하긴 우주의 존재가 보기에, 인간은 제거해야 할 해충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해충은 당연히 제거해야 한다. 그렇다는 걸 감안해도, 남자에 의한 여자 학살이라니……. 요즘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 특히 여자가 주로 피해자가 되는 사건 소식을 접하면서 ‘혹시?’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두 번째 이야기인 ‘접속된 소녀 THE GIRL WHO WAS PLUGGED IN, 1973’는 과학의 발달로 인해 몸과 정신을 분리시킬 수 있는 기술이 발명된 시대가 배경이다. 극도의 외모 지상주의와 자본주의, 미디어의 조작을 대놓고 비판하고 있다. 길거리 소녀가 아름다운 생체 로봇(또는 인형)의 정신체가 되어 원격조종을 하고,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로봇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열광한다. 그러니까 립싱크 가수는 입만 벙긋하고 뒤에서 다른 사람이 소리를 내는 것처럼, 외부에서 활동하는 것은 아름다운 소녀지만 사실 그녀는 먼 곳에 있는 별로 예쁘지 않은 여자애가 조종하는 것이다. 그 소녀를 모든 이의 우상으로 만들어 광고를 하고 이득을 얻는 조직이 등장하는데,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격조종은 불가능해도, 우리에겐 성형수술과 의느님이 계시니 말이다. 예쁘고 잘생기면 장땡이라는 말이 떠오고, 그게 잘 먹히는 요즘 풍조를 생각하니 어쩐지 기분이 씁쓸했다.



  세 번째 단편인 ‘보이지 않는 여자들 THE WOMEN MEN DON'T SEE, 1973’은 뭐랄까…….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무조건 자기주장을 내세우거나 억누르려고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 다른 한쪽이 결국 설득을 포기하고 반항하지 않고 그냥 따르는 것이 평화일까? 물론,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 좋은 세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양 쪽에 다 해당되는 얘기일까? 이 이야기에서 이해받지 못하고 억눌려 살던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그 사람에게는 지구인이나 외계 생명체가 별로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같은 지구인이 더 말이 안 통하니 외계인으로 여겨졌을 지도 모르겠다.



  네 번째 이야기인 ‘휴스턴, 휴스턴, 들리는가? HOUSTON, HOUSTON, DO YOU READ?, 1976’은 우주 비행사들이 우연히 미래로 가게 되면서 겪는 일을 그리고 있다. 예를 들면 자신의 남자다움을 자랑스러워하는 ‘버나드’나 그러지 못한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로리머’를 통해 남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를 비판한다. 또한 여자들만 남은 미래 사회를 보여주면서,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제일 짧은 ‘아인 박사의 마지막 비행 THE LAST FLIGHT OF DR. AIN, 1969’는 지구를 위해 인간은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진 과학자가 주인공이다. 이야기에 좀 더 살을 붙여, 그를 매드 사이언티스트로 설정해서 그의 계획을 막으려는 집단을 등장시키면 첩보 스릴러 액션물이 될 것이다. 그게 아니라 과학자를 주인공으로 하면 완벽한 지구 종말물이 될 것이고.



  여섯 번째 이야기인 ‘덧없는 존재감 A MOMENTARY TASTE OF BEING, 1975’는 솔직히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르겠다. 분량이 제일 긴데, 읽을 때는 인상적이었는데 다 읽고 나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와 닿지 않았다.



  마지막 이야기인 ‘비애곡 SLOW MUSIC, 1980’은 종말 이후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종말이지만, 지구 종말이 아니라 인간 종말의 세계이다. 인간이 사라진 후의 지구는 무척이나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그곳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여자와 남자로 추정되는 두 소년소녀가 주인공이다. 그 둘은 과연 새로운 아담과 이브가 될 것인가 아니면 결국 인류는 멸종하고 마는가? 결말을 읽으면서 허무하기도 하고,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오오, 이런 발상의 전환이!’라고 감탄하기도 했고, ‘이건 너무 암울하잖아…….’라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단편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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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Dark Tower, 2017

  감독 - 니콜라이 아르셀

  출연 - 아이드리스 엘바, 매튜 맥커너히, 톰 테일러, 수현







  소년 ‘제이크’는 일 년 전부터 계속해서 이어지는 꿈을 꾼다.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인간의 거죽을 뒤집어쓰고, 아이들을 이용해 거대한 탑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내용이었다. 그 무리를 이끄는 것은 검은 옷을 입은 남자이고, 이에 대항하는 ‘건슬링어’라는 사람까지 꿈에 등장한다. 이상한 것은, 꿈에서 탑이 공격을 받아 조금씩 부서지면 현실에서도 지진이 일어나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은 꿈에 집착하는 제이크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버지를 잃은 충격에 정신이 이상해진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그 무리는 진짜로 존재하고 있었고, 제이크의 능력을 이용하고자 그를 잡으려 한다. 제이크는 꿈에서 본 집을 찾아, 그들을 피해 다른 차원으로 여는 포털을 연다. 그곳에서 그는 건슬링어 ‘롤랜드’를 만나,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월터’라는 이름의 마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모든 차원의 균형을 유지하는 탑을 무너뜨리는 것이 그의 목표이고, 제이크가 가진 ‘샤이닝’능력이 너무 뛰어나 노리고 있다는 것까지 듣는다. 부수려는 월터와 지키려는 롤랜드 그리고 샤이닝의 소유자인 제이크, 세 사람은 쫓고 쫓기는 싸움을 시작하는데…….



  개봉 전부터 소문이 무성한 작품이 있었다. 킹느님이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죽기 전에는 완결 내겠다며 부지런히 집필한 작품을 원작으로, 킹느님이 보시기에 좋았다는 평을 남긴 영화였다. 하지만 이후 들리는 소식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원작에 미흡하다느니, 유명 배우를 썼으면서도 별로라느니 하는 얘기들이 알음알음 들려왔다. 음, 난 원작을 안 읽었고, 두 배우를 잘 알지 못하니까 괜찮겠지? 이런 생각으로 영화를 보러 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티븐 킹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보면 꽤 괜찮은 청소년 영화였다. 스티븐 킹 특유의 오싹한 느낌이 잘 느껴지지 않는, 다만 곳곳에 숨어있는 스티븐 킹과의 관련성을 찾아내는 것으로 즐거웠던, 그런 영화였다. 이야기의 설정이야 원작이 워낙에 좋으니까 당연히 좋았고, 이야기의 흐름도 그리 무리수를 두지 않았으며 결말도 깔끔했다.



  굳이 트집을 잡자면, 스티븐 킹 특유의 느낌이 별로 없었고 월터와 롤랜드의 최후의 결투가 너무 허무했다는 것 정도?



  요즘은 시리즈로 만드는 게 유행인데, 이 작품도 시리즈로 만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제이크의 성장하는 과정이라든지 모든 것을 포기했던 롤랜드가 다시 건슬링어로 돌아오는 모습 등이 더 잘 드러나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월터의 잔혹성도 좀 보여주고, 중간 중간에 셋이 싸우는 모습도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 아니면 제이크가 등장하기 이전에 있던 두 사람의 대결을 보여줘도 괜찮고. 아니, 이러면 그냥 평범한 액션 영화가 되어버린다. 감히 킹느님의 원작을 읽어보지도 않은 주제에 설정과 흐림에 배 놔라 감 놔라 하다니……. 이건 신도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후우, 잘못하면 이단이 될 뻔 했다. 킹느님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은 영화를 봐서 순간적으로 실수할 뻔했다. 다음 달에 개봉하는 영화 ‘그것 It, 2017'에서는 킹느님의 숨결을 가득 느낄 수 있길 빌어본다.



  하도 주위의 안 좋은 평 때문에 기대를 하지 않고 가서 그런가? 난 그럭저럭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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