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놀란 한국의 과학기술
그레고리 포코니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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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그레고리 포코니, 린 일란, 조중행, 토비아스 C. 힌세







  이 책은 네 명의 저자가 각각 한 파트씩 나누어, 한국의 과학 기술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한국에 대해 얘기하는데 외국 사람이 세 명이나 된다. 그러니까 외국 과학자의 시선에서 본 한국 과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장은 천문학에 대해 얘기한다. 농사를 주로 짓는 나라였기에, 태음력과 24절기를 사용하면서 끊임없이 하늘을 관찰해야했다. 그래서 중국의 역법이 아닌, 한국의 지형에 맞는 자체적인 역법 ‘칠정산’을 만들어 외편과 내편, 두 가지 역법을 사용해왔다. 별자리를 관찰하여, 이를 응용한 놀이인 ‘윷놀이’를 즐겼다. 특히 ‘천상열자분야지도’는 고구려 때부터 내려온 한국 천문학 기술의 집대성이라 일컬어진다고 한다.



  2장은 의학을 짚어본다. 장기려 박사와 이호왕 박사에 대한 얘기를 중심으로, 한국에서 현대 의학이 어떻게 자리 잡고 발전하고 있나 설명하고 있다. 한국엔 뇌사자가 장기기증을 하는 경우가 다른 나라보다 적다고 한다. 아마 유교의 영향 때문 일 것이다. 그런데 그 때문에 생체 간이식 기술이 발전했다는 건, 좀 놀라웠다. 그 외에도 로봇을 이용한 수술기법이라든지 정밀 의료 분야에서 한국이 꽤 앞서나가고 있다는 점도 신기했다.



  3장은 정보통신기술을 다룬다. 한국의 인터넷 속도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빠르다고 한다. 하긴 자주 가는 포털 카페에서 외국에 나갔을 때 제일 답답한 것이 느린 인터넷이라는 경험담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여간 저자는 한국의 인터넷과 IT산업에 대해 긍정적인 평을 내놓았다.



  하지만 왜 문득 이 파트에서 매번 뭔가 설치하라고 하고, 익스플로러에서 작동하는 주제에 걸핏하면 익스플로러를 끄라고 명령하는 액티브액스가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마지막 4장은 지식정보에 대한 부분이다.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레 떠오른 분야인 것 같다.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 것은, 이제 인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저자는 그런 부분에서 한국이 빠른 정보통신기술을 갖고 있어서 주목하게 된 모양이다. 특이하게 이 파트의 저자는 한국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다. 미국과 달리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여 아이디어가 있어도 사업화하지 않으려는 풍조를 이상하게 여긴 것이다. 음, 그건 실패하면 그걸로 끝이기라는 사회 분위기 때문인데, 저자는 잘 몰랐던 모양이다.



  우리가 몰랐던 조상들의 업적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또한 그것을 잃어버리지 않고 발전시키고 있다고 하면, 어깨가 절로 으쓱거린다. 하지만 책을 읽다가 문득 이런 문장을 보았다.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과연 그러한가? 어쩌면 저자가 만난 사람들과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많이 다른 모양이다. 하긴 누군가에게는 해피한국이겠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헬조선일테니 말이다. ‘국뽕’이라는 비속어가 있다. 국가와 필로폰(히로뽕)을 결합한 것으로, 무조건적으로 한국을 찬양하고 다른 나라는 비하하는 태도를 비꼬는 말이다.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이다. 저 문장들을 보는 순간, 국뽕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외국인의 입을 빌어, 그것도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 사람을 통해, 무조건적으로 ‘한국 좋아요! 김치 맛있어요! 강남 스타일 알아요!’라는 칭찬을 받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이 책에 나온 이야기들은 상당히 고무적인 내용들인데 말이다. 우리는 잘 몰랐지만, 여러 분야에서 한국은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런데 왜 굳이 저런 말을 집어넣은 걸까? 어쩌면 저자들이 한국의 과학 기술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그 외에는 몰랐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니면 위에서 말했지만, 그들이 만난 사람들과 내가 만난 사람들이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부분만 제외하면, 꽤 괜찮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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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전염병 - 세균과 바이러스에 맞선 인간의 생존 투쟁 세계사 가로지르기 14
예병일 지음 / 다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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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세균과 바이러스에 맞선 인간의 생존 투쟁

  저자 - 예병일







  바이러스, 그리고 전염병. 말만 들어도 온갖 무시무시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디스토피아적 지구 멸망을 다룬 작품의 주요 소재 중의 하나이다. 다른 흔한 소재로는 혜성 충돌,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나 혹한의 도래, 그리고 핵전쟁 등이 있다. 이 책은, 거의 인류의 존재를 위협했던 과거의 전염병과 그에 대한 인간의 반격, 그리고 현재의 상황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1장에서는 전염병이란 무엇인지, 세균과 바이러스 그리고 미생물에 대해 간략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어떻게 세균에 대해 관심을 갖고 현재에 이르렀는지 대략 보여준다.



  2장은 과거에 퍼졌던 여러 전염병들에 대해 시간 순으로 서술한다. 로마 시대에 퍼졌던 두창(천연두)와 말라리아, 중세에 세계 인구수를 팍 줄인 페스트, 잉카와 아즈텍 문명을 멸망시킨 두창 등등. 비록 효과는 미미했지만, 나름 병을 다스리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의 모습도 그림으로 곁들여서 보여준다.




  3장은 드디어 과학의 발달로 인간이 반격에 나서는 과정을 말한다. ‘백신’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때이기도 하다. 종두법부터 시작해서 페니실린과 여러 항생제의 개발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보여주고 있다. 지금 우리가 맞는 여러 예방 접종이 어떤 고비를 거쳐 발달했는지 잘 알 수 있다.



  4장은 이러한 전염병의 존재와 함께 변화된 인류의 생활 방식에 대해 얘기한다. 특히 강조하는 것은 ‘손 씻기’이다. 저자는 이러한 개인의 위생뿐만 아니라, 병원의 위생이 어떻게 사망자의 수를 감소시켰는지도 말한다. 그렇다. ‘나이팅게일’이 여기서 등장한다. 그나저나 이미 오래 전에 습관화가 되어 굳이 말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손 씻기’가 요즘 화두가 되고 있다. 설마 인류는 진화하는 게 아니라 퇴보하는 건가?



  5장은 현대의 전염병을 다루고 있다. 어떤 전염병은 이미 멸종되었지만, 약에 내성이 생긴 새로운 변종들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너무 깨끗해서 생기는 병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흐음, 너무 더러워도 문제고 너무 깨끗해도 문제다. 중용이라는 건, 단지 정신 수양에만 언급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습관에도 적용되는 모양이다. 역시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치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인가보다. 하지만 역시 더러운 것보다는 깨끗한 게 좋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세균이 없는 건 아니니까. 결벽증에 걸리지 않을 정도만 유지하면 되겠지, 뭐.




  사실 인간이 질병을 정복했다는 말은 믿지 않는다. 바이러스는 인간이 이 세상에 나타나기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그 오랜 시간동안 살아남은 비법이 있을 것이다. 인간이 나태해지는 순간, 이미 멸종되었다고 선포된 병들이 다시 활동을 재개할 지도 모르겠다. 기후 변화로 말라리아가 다시 나타난 것처럼 말이다. 우선은 나부터라도 개인위생에 소홀히 하면 안 되겠다. 가장 기본인 손 씻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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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 로건 밀러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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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couts Guide to the Zombie Apocalypse, 2015

  감독 - 크리스토퍼 랜던

  출연 - 타이 셰리던, 로건 밀러, 조이 모건, 사라 듀몬트







  하라는 청소는 안하고 호기심에 연구실을 기웃거리던 한 청소부가 있다. 그런데 그만 그의 실수로 혼수상태였던 환자가 깨어나고, 학살이 시작된다. 무슨 연구인지는 모르지만, 그가 좀비가 되어 깨어난 것이다. 한편 스카우트 캠핑을 떠나는 세 명의 단원이 등장한다.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학교에서 스카우트는 그리 매력적인 동아리가 아니라, 다소 놀림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이들은 밤이 되자 몰래 산을 내려와 마을 클럽에 들어가는데, 뭔가 이상하다. 낮에는 사람이 많던 마을이었는데, 밤이 되자 지나가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 등장한 것은 이미 좀비화가 되어버린 마을 사람들이었다. 더 문제인 것은, 정부에서 통제 불능이 된 마을을 통째로 날려버릴 계획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마을을 구하기 위해 무장을 하는데…….



  영화는 십대 생존물인 것 같은데, 수위를 보면 또 그렇지만도 않다. 주인공들이 철없는 십대이긴 하지만, 노출 수위나 고어 장면은 십대가 보면 안 될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몰래 들어간 클럽은 사실 스트립 클럽이었고, 그곳에서 좀비가 된 스트리퍼의 섹시 댄스를 볼 수 있다. 또한 좀비들에게서 도망치다가 철창에 걸린 여자 좀비의 옷이 벗겨지면서 가슴이 부각된다거나, 이층에서 뛰어내리다가 엉겁결에 남자 좀비의 생식기를 구명줄로 잡고 버티는 부분 등등 웃기면서 ‘헐’하고 놀라는 장면들이 있었다.



  아, 물론 제일 재미있는 부분은 ‘브리트니 스피어스’ 광팬이었던 좀비와 함께 그녀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었다. 아, 덕질의 세계는 끝이 없는 모양이다. 좀비가 되어서도 좋아하던 가수의 노래를 기억하고 따라 부르다니……. 뭐, 누구나 인생 곡쯤은 한두 개 갖고 있기 마련이고, 그 좀비에게는 ‘Baby One More Time’이었던 모양이다.



  정부에서 마을을 날려버리기 전에 비밀 파티에 간 다른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아이들은 마트에서 온갖 무기를 만든다. 평소에 스카우트에서 배운 여러 가지 생존 비법을 이용해서 말이다. 그나저나 네일 건과 폭탄을 직접 만들다니 대단한 아이들이었다. 설마 스카우트에서 그런 걸 다 알려준 건가? 애인님도 그런 것들을 만들 줄 아는지 물어봐야겠다. 아람단인가 그런 걸 한 둘째 조카를 보면 그냥 텐트 치고 밥해먹는 것만 배웠다고 하던데……. 스카우트가 아니라 아람단이라서 그런가?



  영화는 세 아이들의 성장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비주류로 다른 아이들 다 가는 비밀 파티에 초대도 못 받고, 가족에게서도 놀림감의 대상이 되었었다. 하지만 좀비와의 일전을 통해, 세 아이들은 점차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고 자신감을 되찾게 되었다.



  엔딩 크래딧이 나오면서 이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 휴대폰 사진으로 보여주는데, 다들 행복해보였다. 물론 마을 사람들의 상당수가 좀비가 되어 죽어나갔는데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들긴 했다. 매일 얼굴을 보던 이웃이라든지 같은 학교 아이들을 마구 죽였는데 말이다. 인간이 아니라 좀비라고 여겼기에 가능한 걸까? 그나저나 이제 좀비가 된 스트리퍼의 등장은 ‘좀비 스트리퍼스 Zombie Strippers!, 2008, 이후 기본 설정이 된 것 같다.



  영화는 노래와 화면이 적절하게 잘 어우러졌고, 또한 아기자기한 재미로 가득했다. 스카우트 아이들의 개성도 잘 드러나 있었고, 귀여웠다. 꽤나 유쾌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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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Vampire Sisters, 2012

  감독 - 볼프강 그루스

  출연 - 마르타 마르틴, 라우라 안토니아 로제, 스티페 에르체그, 크리스티아네 파울





  인간인 엄마와 뱀파이어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뱀파이어 쌍둥이 ‘니아’와 ‘다카.’ 트란실바니아에서 살다가 독일로 이사 오는데, 처음으로 인간 사회에서 살려니 하면 안 되는 것투성이다. 비행금지, 초능력 사용 금지, 살아있는 건 먹기 않기, 그리고 십자가와 마늘 금지 등등. 엄마를 닮아 인간이 되고 싶은 니아는 학교에서 적응도 잘하고 호감이 가는 남자아이까지 생긴다. 하지만 아빠를 닮아 뱀파이어로 사는 게 더 좋은 다카는 인간 생활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우연히 길에서 소원을 들어준다는 마법사 가게를 발견한 둘은 한 명은 완전한 인간으로, 또 다른 한 명은 100% 뱀파이어로 변하고 싶다는 소원을 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둘의 소원이 바뀌는 일이 벌어진다. 한편 옆집에 사는 ‘더크’가 자매의 가족이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고는, 그들을 죽이려고 하는데…….



  제목만 보고 호러 영화라고 생각했는지, 애인님이 한참 보다가 이런 말을 했다. “뭐예요, 이 간지러운 작품은!”



  그렇다. 이 영화는 호러라기보다는, 어린 자매의 성장 영화였다. 비록 그들이 뱀파이어의 혈통이라 온갖 환상적인 장면이 펼쳐지고, 죽이려는 자와 추격전 및 몸싸움을 벌이긴 하지만, 기본은 가족 간의 사랑과 우정에 대해 얘기하는 작품이었다. 비록 외모와 취향 그리고 성격은 다르지만, 자신과 똑같은 체질에 비밀을 간직하고 평생 서로를 돌보면서 살아가야할 자매간의 다툼과 화해,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고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감동적이었다.



  또한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왕따 주도자들과의 충돌과 소심하지만 속 깊은 아이들과의 만남은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물론 친구가 되는 과정 중에 꼭 생기는 일인 오해와 갈등의 심화 그리고 화해는 꼭 빠지지 않는다. 그걸 기회로 아이들의 우정은 더 깊어지고, 서로의 비밀을 지켜주는 사이가 된다.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아니면 그만큼 아이들이 순수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옆집 사는 더크의 사연도 처음엔 좀 안쓰럽긴 했다. 그의 어머니가 어느 날 뱀파이어에게 공격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정신병원에 갔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자매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밝혀서 어머니의 누명을 밝히고 싶었다. 처음에는 진실을 알리겠다는 생각이었지만, 나중에는 자매와 친구들을 다 죽여 버리겠다고 총을 들고 설친다. 흐음, 왜 자기보다 어린 아이들을 목표로 삼는지 모르겠다. 아빠나 엄마에게는 덤빌 용기가 없었나보지? 그래서 그가 허탕을 치거나 실수하는 부분에서는 고소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제일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공격 대상을 잘못 정하는 바람에 나쁜 역이 되었다.



  그나저나 독일은 성수라든지 성수 물총, 나무 말뚝 같은 뱀파이어 사냥 도구를 인터넷에서 그냥 살 수 있는 모양이다. 하긴 영화 시작 부분에 엄마가 독일엔 아직 뱀파이어 사냥꾼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긴 하다. 그래서 다 파는 모양이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으로 뱀파이어가 개최하는 대회 사이트가 나오다니, 뭐라고 해야 할까? 시대를 잘 따라간다고 할 지, 보안이 부실하다고 해야 할 지……. 아, 자매의 친구인 ‘헬레나’로 나오는 아역배우가 참 인상적이었다. 외모가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고 분위기가 있어서, 지금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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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battoir, 2016

  감독 - 대런 린 보우즈만

  출연 -제시카 론디스, 조 앤더슨, 데이턴 칼리, 린 샤예







  통신사에서 매월 두 편의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혜택을 주기에, 애인님과 같이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아쉽게도 지난 6월에는 호러스릴러SF에 마음이 가는 별다른 영화가 없었기에, ‘원더 우먼 Wonder Woman, 2017’ 하나로 끝나나 싶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귀에 익은 감독의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에는 ‘오오!’했지만, 이제는 ‘또 나와?’라며 인상을 쓰게 되는, 하지만 정으로 볼 것 같은 ‘쏘우 시리즈’ 중 2,3,4편의 감독이었다. 그의 영화중에 그렇게 재미있는 걸 본 기억이 없어서, 잠시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예고편과 설정이 마음에 들어서 보기로 했다.



  6월말에 본 영화인데 그동안 리뷰를 썼는지 안 썼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기억에서 지우고 싶었다. 같은 쏘우 시리즈 감독인데 ‘제임스 완’과 어쩌면 이렇게 다른지……. 아, 쏘우는 3편부터 망이었지 참.



  어느 날 ‘줄리아’의 언니 가족이 괴한의 습격을 받아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신문기자인 그녀는 범인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알아내려고 했지만, 그는 알 수 없는 말만 내뱉을 뿐이다. 언니네 집을 정리하려고 들른 줄리아는, 이미 집이 팔렸고 살해 현장이었던 조카의 방만 사라져버린 것을 알게 된다. 의문을 품은 그녀는 부동산 중개인을 찾아가고, 그에게서 살인 사건이 벌어진 현장만 갖고 가는 인물이 있다는 사실을 듣는다. 줄리아는 그 인물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어느 외딴 마을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그녀는 몇 십년동안 숨겨져 있던 마을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살해 현장만 모으는 사람이라니! 우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러니까 거실에서 살인이 일어났으면, 거실의 모든 것 벽지와 장식품까지 고스란히 다 가져간다는 의미다. 그래서 현장을 거의 100% 복원시켜 정리해놓는다는 얘긴데, 이건 그냥 취미를 벗어난 집착과 기괴함이 느껴지는 행위다. 이 기본 설정 하나만으로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들었다. 살인 박물관을 만드는 게 아니라면, 왜 그러는 걸까? 그러다가 그 인물이 이단적인 종교 지도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두근거리는 마음을 달래며 영화를 보았다. 이거 혹시 ‘존 카펜터’의 ‘매드니스 In The Mouth Of Madness, 1995’같은 류의 영화일까? 그 작품 정도만 되어도 좋겠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영화에 집중하려고 했다. 그렇다. 하려고 했다.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왜? 지루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냥 지루한 게 아니라, 아주 많이 지루했다.



  공포 영화를 보면, 초반은 배경 설명에 집중하면서 드문드문 오싹한 장면을 몇 번 보여주고, 중반은 본격적으로 사건이 벌어지면서 본격적으로 몰아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게 극에 달하면서 결말로 이어지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초반, 중반 그리고 후반까지 설명의 연속이었고, 오싹한 장면이라고 보여주는 것도 오싹하려고 준비하는 데 끝나버렸다. 거기다 배우들의 연기도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고, 극의 흐름이 전형적으로 흘러갔으며 구성은 느슨했다. 엔딩 크레딧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 말은 ‘자, 이제 무서운 장면을 보여줘.’였다.



  앞으로 이 감독의 영화는 극장에서 볼 일은 없을 것 같다. 나카다 히데오에 이어서 대런 린 보우즈만까지 나에게 커다란 똥을 줬다. 아니, 똥은 냄새라도 남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애인님의 얘기가 없었으면, 보았다는 기억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무색무취했다. 하아. 이제 남은 공포 영화감독은 제임스 완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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