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터 2(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20세기폭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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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Predator 2, 1990

  감독 - 스티븐 홉킨스

  출연 - 케빈 피터 홀, 대니 글로버, 게리 부시, 루벤 블레이즈







  1편에서는 군인인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밀림에서 괴생명체와 사투를 벌였다면, 이번 2편은 10년 후, LA가 배경이다.



  마약 집단을 소탕하는 작전을 벌이던 '대니 글로버'는 현장에서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시체들을 발견한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FBI가 현장을 장악하고, 그와 팀원들은 사건에서 밀려난다. 그들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대니 글로브는 독자적으로 수사를 시작한다. 잔혹하게 살해된 시체들은 계속해서 발견되고, 대니 글로브는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미지의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마침내 그는 FBI에서 ‘프레데터’라 이름붙인 외계생명체와 마주치는데…….



  1편은 거의 끝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는 미지의 적과 싸우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계속해서 긴장감을 유지했었다. 잔혹하게 살해된 시체와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그래도 아놀드가 주인공이니까 이기겠지’라는 일말의 기대가 합쳐져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편은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지만 그리 긴장되지 않았다. ‘프레데터’라는 존재에 대해 설명을 해줘야한다는 생각을 했는지, 영화는 초반부터 그들에 대한 얘기를 줄줄 늘어놓는다.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밀림에서 그들과 싸운 이후, FBI에서 10년 동안 연구를 했다고 나온다. 그 조사 결과를 주절주절 늘어놓는 바람에 신비감이라고 해야 할까, 궁금증 같은 것이 별로 생기지 않았다. 굳이 프레데터의 일상적인 모습, 예를 들면 상처를 혼자 치료하면서 아파하는 모습 같은 건 굳이 보여줄 필요까지는 없었다고 본다. 외계에서 우주선을 타고 올 정도의 과학 기술을 가진 종족이 상처 치료는 왜 원시적으로 하는 거지? 만화 ‘드래곤 볼’처럼 치료 캡슐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처에 약을 들이붓고 비명 지르는 건 너무 심했다. 외계 종족에 대한 신비감이 지하 암반층까지 떨어지는 기분이 드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시체도 너무 많았다. 가끔 나와야 ‘으아’하면서 놀라고 불안해하는데, 너무 자주 나오다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정도였다. 어쩌면 게장을 연상시키는 프레데터의 모습이 너무 자주 나와서, 무섭다기보다는 배고프다는 생각만 들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외계인이 나오는 작품들을 보면, 정부가 무척이나 나쁜 놈으로 나온다. 여기서도 그랬다. 대도시에서 버젓이 외계인에 의한 인간사냥이 일어나는데, 뻔히 알면서도 쉬쉬하고 있었다니!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혼란과 공포심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명목이라지만, 그게 다는 아닌 거 같다. 혹시 그들에게 인간들을 제공하고, 다른 것을 얻어내고 있던 게 아닐까? 처음엔 별 생각 없었는데, 영화를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식으로 결론이 흘러갔다. 헐, 자연스럽게 음모론을 자아내는 영화라니! 이건 뭔가 이상하다. 제작진이 뭔가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해!



  뭐랄까, 설명만 많고 다소 밋밋했지만 음모론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영화였다. 아! 대니 글로버가 프레데터의 우주선에서 그들이 사냥한 종족의 박제를 보는 장면이 있다. 거기서 에이리언을 연상시키는 박제가 하나 등장한다. 흐음,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 AVP: Alien vs. Predator, 2004’도 봐야하나?




누가 따라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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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I Spit On Your Grave 2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 2)(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Starz / Anchor Bay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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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I Spit on Your Grave 2, 2013

  감독 - 스티븐 R. 몬로

  출연 - 젬마 댈렌더, 조 앱솔롬, 알렉산더 알렉시에프, 야보르 바하로프







  1978년 개봉되었고, 2010년 리메이크가 되었던 동명의 영화 두 번째 이야기다. 하지만 전편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등장인물이 연결되는 게 아니라, 주인공이 당한 상황과 사건 이후 취하는 행동이 비슷할 뿐이다. 그러니까 어떤 설정이냐면, 혼자 살던 여자가 다수의 남성들에게 강간을 당한다. 말이 강간이지, 영화를 보면 처참하고 끔찍하다. 그리고 겨우 목숨을 건진 여자가 그들에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원작이나 리메이크작도 여성이 처한 상황이 상당히 끔찍했는데, 이번 영화는 그 수위를 간단히 넘어선다.



  뉴욕에서 일하며 모델을 꿈꾸던 케이티는 무료로 화보를 촬영해준다는 사진작가 ‘이반’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가 계약에 없던 노출을 요구하자,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날 저녁, 이반의 동생인 ‘조지’가 형의 행동을 사과하겠다고 찾아와서는 갑자기 그녀를 강간한다. 옆집에 살던 친구가 비명을 듣고 찾아오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조지에게 살해당한다. 정신을 잃었던 케이티가 깨어난 곳은 어느 지하 창고, 그곳에서 그녀는 이반과 두 동생에게 계속해서 폭행과 강간을 당한다. 겨우 틈을 봐 탈출한 그녀는 뜻밖의 사실에 놀라고 만다. 분명히 뉴욕에서 정신을 잃었는데, 깨어보니 불가리아에 와있는 것이다. 폭행의 상처를 입은 그녀는 곧 경찰에 인도된다. 하지만 언어의 장벽에 마주친 그녀의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고, 자신을 대사관에 데리고 가 줄 사람을 만나게 되었지만…….



  처음에는 케이티가 불가리아에 유학을 온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다시 찬찬히 보니 헐? 뉴욕에서 납치되어 불가리아로 온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그러면 저 사진사 삼형제는 평범한 일반인이 아니라, 인신매매와 관련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어떻게 사람을 빼돌릴 수 있는지 알고 있었던 거겠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게 가능한가? 비행기가 아니라 배로 이동했을 텐데 그동안 한 번도 깨지 않았다는 게? 아니면 자기네 소유의 배라도 갖고 있는 건가? 전에 읽은 소설에서 자기네 소유 배를 갖고 다니면서 납치강간인신매매를 하던 조직이 나왔었는데, 설마 이들도 그런 건가? 그런데 그렇다고 보기에는 너무 허술하게 무너지던데……. 으음,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자. 영화는 영화일 뿐이니까.



  불가리아에 잡혀온 케이티가 당하는 온갖 고문과 폭행은 으……. 끔찍했다. 저러고 싶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잔혹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짓들을 킬킬거리면서 하는데, 진짜 화가 났다. 저런 놈들을 두고 사이코패스라고 하는 거겠지? 귀신이 나오거나 외계인 내지 괴물이 나오는 영화는 그러려니 하고 보겠는데, 인간이 인간을 괴롭히는 영화는 보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어쩌면 내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까?



  케이티가 당하는 고문의 강도가 세면 셀수록, 보는 내내 눈살이 찌푸려졌고 나중에 그녀가 어떻게 갚아줄지 기대가 되었다. 가능하면 당한 것보다 열배 백배 더! 살려 달라고, 아니 제발 죽여 달라고 빌 때까지! 그리고 그녀의 복수는 우와, 대단했다. 1편에서 나왔던 방법보다 더 강하면 강했지, 절대로 약하지 않았다. 범죄 드라마를 보면 흔히 나오는, ‘내가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나를 들여다본다.’는 니체의 말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순수하고 모델이 되겠다는 열정으로 가득했던 꿈 많은 소녀였지만, 납치감금폭행을 당하면서 변해버렸다. 복수를 하기 위해, 그들처럼 손에 피를 묻히기로 한 것이다. 언제까지 순수하게 살면 좋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자비롭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그녀의 그런 행보에 응원을 보냈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후회를 남기지 않게 갚아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힘내라, 케이티. 열심히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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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7-06-12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편을 보고 너무 끔찍해서 할 말을 잃었어요. 사람이 참 잔인해요. 자기들은 아무렇지 않게 욕망을 채운 거겠지만, 당한 사람은 죽는 것만큼의 고통을 겪었는데 그걸 모르니까요. 그래서 복수할 때 좀 통쾌한 면도 있었죠. 제발 이러지 말라고 애원할 때 자기들은 욕망을 다 채워놓고는 자기들이 고통받으니까 울부짖고...

성범죄와 관련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법이.. 아직도 못 따라가는 듯 해요. 살인에 가까운 죄임에도 그런 죄로 인정해주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자력으로 복수하는 게 때론 정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어요. 2편은 더 잔혹하다니 못 볼 거 같아요ㅠㅠ

바다별 2017-06-13 22:55   좋아요 0 | URL
2편은 ㅠㅠ 미국에서 갑자기 말도 안 통하는 외국으로 납치되고 고문도 받고 ㅠㅠ 너무 잔혹했어요 법이 좀 강력해지면 좋겠어요! 음주관련법도요!
 
내 직업은 직업발명가 생각을 더하면 6
강승임 글, 박민희 그림 / 책속물고기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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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강승임

  그림 - 박민희

 

 

 

 

 

 

  제목이 재미있다. 직업이 직업 발명가라니. 처음에는 내가 잘못 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걸 알고 호기심이 들었다. 직업 발명가라는 게 도대체 뭘까?

 

  어린 친구들을 자주 접하는데, 그들 중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확실히 알고 노력하는 경우를 본 적이 많지 않다. 그냥 게임이나 좋아하는 애니를 보는 걸로 하루를 보내는 게 대부분이었다. 컴퓨터로 너무 많이 해서 금지되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긴다. 물론 그러다 휴대 전화까지 압수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 경우에도 피씨방에 가거나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시간을 때우곤 한다. 또 어떤 친구는 자기가 하고 싶은 진로와 부모님이 원하는 것이 달라서 갈등을 겪기도 했다. 또 다른 경우에는 욕심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호기심이 많은지, 하고 싶은 일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주인공인 정우는 게임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친구이다. 그 때문에 엄마아빠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처음에는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다. 정우의 친구인 수민은 가수가 되고 싶지만, 할머니를 비롯한 어른들은 선생을 하라고 한다. 정우의 누나인 유나는 아픈 사람을 돕겠다는 꿈을 갖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한다. 칼질은 잘하지 못하지만 요리사가 되고 싶은 수민의 앙숙인 강현은 수민의 할머니에게서 요리를 배우면서 자신의 꿈에 한발 다가간다.

 

  이 책은 어린 친구들에게 과연 직업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주고 있다. 왜 그 직업을 택하려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을 때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지 등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고 시골로 내려가 마을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정우의 삼촌이나 부상으로 축구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축구 매니저로 일하는 강현의 삼촌 얘기를 곁들였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루지 못한다고 실의에 빠지지 말고, 다른 길로 들어서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었다. 꼭 그 길이 아니라, 비슷하게 갈 수 있는 길이 많다고 격려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직업에 대해 이런저런 힌트를 알려주고 있다. 어떤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 생겨나는 원인이라든지, 꿈을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 그리고 적성에 맞는 직업군 등등이 실려 있다.

 

  이제 중학생이 되는 막내 조카에게 알맞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는 거의 매년 되고 싶은 게 바뀌면서 잘 모르겠다고 대답을 하는데, 좀 더 본격적으로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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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톡 5 - 두 명의 왕비 조선왕조실톡 5
무적핑크 지음, 와이랩(YLAB) 기획, 이한 해설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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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두 명의 왕비

  작가 - 무적핑크

  감수 - 이한






  어째서인지 이 시리즈 5권이 없다는 사실에 부랴부랴 주문을 했다. 어쩐지 6권을 읽는데 이상하더라니……. 이번 5권은 부제에서 보면 알 수 있지만, 조선 왕조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바로 ‘인현왕후’와 ‘장희빈’이다. 요즘이야 그 모든 일이 ‘숙종’의 계략대로가 아닐까하는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예전에 숙종은 그야말로 유약하고 존재감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인물이었다. 하여간 이번 책은 ‘인조’의 결혼에서부터 시작해서, 현종 대에 일어난 ‘예송논쟁’을 거쳐, 두 왕비의 교체로 유명한 숙종 시대 그리고 뒤를 이은 ‘경종’까지 다루고 있다.




  표지를 보자, 풍선껌을 씹고 있는 예쁜 왕비와 선글라스를 낀 왕비가 대립하고 있다. 보자마자 누군지 짐작이 간다. 껌 씹는 왕비 옆에 서서 선글라스 낀 왕비의 옷자락을 잡고 있는 슬픈 표정의 어린 왕자는 아마 경종이 아닐까? 두 어머니 사이에서 방황해야했던 그의 아픔이 느껴진다. 그리고 왕비에 안긴 왕은 누굴까? 책을 읽고 다시 보니, 아마 현종이 아닐까 싶다.



  전에는 예송논쟁이 왜 그리 문제가 되나 싶었다. 아무 것도 아닌 상복 입는 일에 왜 그리 자존심과 핏대를 내세우나 생각했는데, 헐 그게 아니었다. 이건 왕의 정통성과 관련된 문제였다. 아버지가 왕이라서 내가 왕이 되었는데, 아버지가 왕이 되는 것에 이의가 있는 상황. 막말로, 여기서 밀리면 왕인데 왕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그런 문제였다. 신하들 입장도 비슷하다. 내가 모시는 분의 정통성이 흔들린다면, 권력을 휘두르는데 문제가 생긴다. 반대로 왕을 흔들어놓아야, 그 밑에서 관료를 하는 반대파를 몰아내기 쉬운 입장 정도? 처음에는 그냥 두 관료의 대립이었는데, 동조하는 자와 반대하는 자들이 몰리면서 범위가 확대되고 말았다. 이게 왕의 권력이 좀 강하면 억누른다거나 해보겠는데, 현종은 어렸고 병약했다.



  어떻게 수습이 되긴 했지만, 그 앙금은 계속 남아 나중에 숙종 대에 왕비가 교체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뒤끝 짱이다, 진짜. 사람의 원한은 진짜 무시무시하다. 왜냐하면 왕비가 바뀐다는 건, 왕비 한사람만 달라지는 게 아니라 그녀의 가문과 지지자들까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숙종이 너무 유약해서 신하들의 입김에 부인을 갈아치운다는 식의 인식이 강했다. 드라마를 봐도, 숙종은 하는 거 없이 그냥 장희빈의 애교에 넘어가 헤벌레했다가, 나중에 인현왕후에게 ‘내가 사람을 못 알아봤다.’고 미안해하면서 한탄하는 게 다였다.



  하지만 요즘은 좀 달라졌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혹시 왕비 자리를 놓고 신하들을 견제하고 억눌렀던 게 아닐까하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숙종의 재발견이라고 해야 할까? 흐음, 그러면 그는 인현왕후나 장희빈, 그 누구도 진심으로 대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아버지인 현종은 평생 후궁을 들이지 않고 왕비와 다정하게 살았다는데, 아들인 그는 그러지 않았다. 후궁도 많았고, 책에서 보면 바람둥이 같은 면모도 있었고 말이다. 흐음, 문득 이런 망상을 해보았다. 다른 사람에게는 차갑지만 내 여자에게만은 따뜻하지가 아니라, 처음부터 내 여자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드라마나 영화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던 경종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냥 슬펐다. 사실 경종에 대해 알고 있는 거라곤, 생모인 장희빈이 사약을 받으면서 아들인 그에게 행패를 부리는 바람에 고자가 되었다는 얘기뿐이다. 솔직히 내가 경종의 입장이었다면, 저렇게 착하게 지내지 못했을 것 같다. 친어머니와 새어머니 사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친어머니가 새어머니를 죽였다고 비난받고, 아버지라는 작자는 외삼촌을 비롯해서 친어머니를 죽이라고 명하고, 신하들은 예전 연산군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쑥덕거리며 동생을 왕위에 올리자고 음모를 꾸미고, 그 와중에 고자라는 의심까지 받고……. 비뚤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다, 진짜.



  아, 물론 책은 왕실의 얘기만 다루는 건 아니다.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라든지 궁녀들의 일상, 조선 시대의 제사 풍습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홍동백서라든지 남자만 제사를 지낸다는 조항이 사실 조선시대에는 없었다는 게 놀라웠다. 아, 조선의 유교 때문에 어쩌구하면서 욕했던 게 죄송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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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Wonder Woman, 2017

  감독 - 패티 젠킨스

  출연 - 갤 가돗, 로빈 라이트, 크리스 파인, 데이빗 듈리스

 





  며칠 전이 막내 조카 생일이었다. 예전에는 고모가 책을 골라 선물했지만, 이제는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중2라 원하는 것을 말해보라고 했다. 물론 몇 가지 선택지는 정해주었지만. 조카가 고른 것은 ‘건담 프라모델’. 음, 그 부분은 내가 아는 게 없어서, 애인님에게 SOS를 요청했다. 그래서 애인님과 막내 조카와 함께 극장엘 갔다가 건담 프라모델 샵을 가기로 했다.



  셋이서 함께 본 영화는 바로 ‘원더우먼’이었다. 어렸을 적에 빙글빙글 돌면서 변신하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본 나와, 코믹스로 접한 애인님,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조카라는 독특한 조합이었다. 덕분에 영화 초반에 조카에게 배경 설명을 조금 해줘야했고, 옆 좌석에 앉은 분의 째리는 시선을 접해야 했다. 그 분에게는 죄송했지만, 영화에서는 시대가 언제인지 장소가 어디인지 하나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 때문에 초반에 등장하는 건물을 보고 ‘저건 파리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이야. 저기 차에 적힌 웨인 컴퍼니는 배트맨 회사라는 뜻이야.’라고 말해줘야 했고,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비행기라든지 ‘카이저’라는 말에서 ‘지금은 1차 대전이야. 이 때 우리는 일제강점기였어.’라고 얘기해줘야 했다. 런던에 도착한 이후에는 ‘저 때는 아직 여자는 투표권이 없었어. 그래서 여자들이 투표권을 달라고 시위를 했대.’라는 설명까지. 아직 조카에게는 알아야하고, 배울 게 많았다.



  위에서 말했지만, 영화의 시작은 현대이다. 박물관에서 일하는 ‘원더우먼’에게 ‘브루스 웨인’이 오래 전에 그녀가 찍힌 흑백 사진을 찾았다고 보내온다. 엄청난 전투를 끝낸 것 같은 표정으로 네 명의 남자에게 둘러싸여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자신의 예전 사진을 보면서, 원더우먼은 회상에 젖는다. ‘데미스키라’는 여자들로만 이루어진 왕국으로, 인간 세계를 멸망으로 이끌 전쟁의 신 ‘아레스’를 막아야 한다는 사명을 갖고 있다. 그곳의 유일한 아이이자 공주이며 최강의 전사로 성장한 ‘다이아나’. 어느 날 섬에 비행기가 불시착하고, 그 뒤를 따라 총을 든 군인들이 상륙한다. 비행기에 타고 있던 영국군 장교인 ‘스티브’는 세계 대전이 일어났고 독일의 ‘에리히’ 장군과 ‘포이즌’ 박사가 엄청난 생화학 무기를 발명해 사람들을 죽이려한다고 얘기한다. 그 말을 들은 다이아나는 에리히 장군이 아레스라 생각하고, 악을 처단하기 위해 스티브와 함께 섬을 떠난다. 처음에는 낯선 영국 땅에서 혼란스러워하지만, 스티브와 함께 전장에 도착한 그녀는 원더우먼으로 능력을 발휘하는데…….



  영화는 좋았다. 과거와 미래가 만나 어떻게 현재를 만들어 가는지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데미스카라 왕국의 여자들은 신이 내린 임무를 위해 활쏘기와 검술을 익히면서 평생을 살아왔다. 과학의 발달로 인한 혜택을 누리고 살았던 스티브의 눈에 그들은 과거에 얽매여있는 존재들이었다. 신의 사명이라느니 선과 악, 사랑, 생명 존중은 어쩌면 스티브가 살던 시대에게 낡은 가치에 불과했을 수도 있다. 반대로 섬에서만 살았던 다이아나의 눈에 20세기의 영국은 처음 보는 낯선 문물로 가득한, 미래의 사회였다.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생명이고 악의 처단이었지, 협상이나 실리, 대의를 위한 희생 같은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공격받는 군인이나 시민을 죽게 내버려둘 수가 있는가? 그녀는 앞에 서지 않고, 뒤에서 계획만 짜는 고위층을 위선자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전쟁을 막기 위해 힘을 합쳤다. 이해할 수 없었던 서로의 가치관이나 문화를 다 떠나, 결국 인간에 대한 믿음과 생명 존중이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나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 뒤따라야만 했다. 그 과정 속에서 다이아나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고, 과연 인간은 지켜줄 가치가 있는 존재인가라는 회의에 빠지기까지 한다. 아무리 아레스의 부추김이 있었다고 해도, 같은 인간끼리 죽고 죽이며, 상대를 도구로밖에 보지 않는 인간의 이기심은 그녀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걸 극복했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믿을만한 면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진정한 영웅이 되었다고 본다. 인간의 장점과 단점을 다 포용했기에, 그녀는 인간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난 너희보다 능력이 뛰어나니까 지켜줄게, 난 정의니까’라는 우월의식을 갖고 자아도취에 빠져 활약하는 존재를 뛰어넘었다.



  아쉬운 점을 고르자면, 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래서일까? 중간에 약간 늘어지는 느낌이 드는 장면이 있었다. 숨을 고르기 위해 약간 쉬어가는 대목인 것 같았는데, 그 부분을 좀 줄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그것만 빼면, 나무랄 데 없는 영화였다.



  음, 뒷이야기를 하자면 영화보고 밥 먹으러 가서 막내 조카와 애인님 둘이서 아주 즐겁게 건담 프라모델과 ‘포켓몬 고’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난 그냥 옆에서 혼자 열심히 치킨만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두 사람이 친하게 지내는 건 바람직한 일인데, 어쩐지 심심했다. 그래도 치킨이 맛있었으니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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