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톡, 보풀랜드입니다 - 제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53
공지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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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공지희





  중학교 3학년인 달림은 식당을 하는 엄마와 고등학생인 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비록 우등생인 언니와 자신을 차별하는 것 같은 엄마지만, 달림은 가족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남자친구라고 할 수 있는 지평과 베프인 미루와 함께 그녀는 그럭저럭 즐거운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미루가 울먹이며 임신했다고 말하는 순간, 그녀의 나름 평화로웠던 생활은 끝이 난다. 한 학년 위인 종하 선배와 사귀던 그녀는 기념일 날 사랑을 증명하라는 그의 요구에 잠자리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임신 소식을 들은 종하의 반응은 차가웠다. 같이 좋아서 한 것이고, 여자 책임이라는 식으로 회피한 것이다. 조언을 구할 어른도 없는 두 친구, 아니 지평까지 세 친구는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할 것인지 머리를 모은다.


  한편 달림은 아주 우연히 엄마를 찾는 어린아이를 만난다. 그런데 이 아이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 사는 곳이라며 안내한 곳은 동굴이고, 여러 꼬마들과 함께 살고 있다. 게다가 그들을 돌보는 것은 노인 한사람뿐이다. 달림은 바쁘다. 미루의 문제도 같이 고민하고, 꼬마의 엄마도 같이 찾아봐야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달림은 언니의 일기장을 발견하는데…….


  아, 책을 읽으면서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10대의 임신과 낙태라는 문제는 무척이나 민감한 사안이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외면하는 분위기이다. 그 때문에 대책도 없고 예방도 없다. 주위에 도움도 요청하지 못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은 혼자 끙끙대다가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아 버리는 극단적인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문제에 접근해서 아이들이 현실에서 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말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현실적인 문제보다는 판타지적인 설정을 넣었다. 바로 세상에 태어나지 못한 아이들의 존재였다.


  저 하늘 어딘가에는 낙태되어 태어나지 못한 아이들이 모여 사는 별이 있다. 노랑모자와 다른 아이들은 그곳으로 가기 전에 잠시 지구에 머무르고 있었다. 작가는 그 아이들의 존재를 통해 달림의 입을 빌어 태아도 하나의 인격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달림은 미루에게 낙태를 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자신이 본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또한 작가는 근처 산부인과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입을 빌어, 직접 낙태 수술을 해야 하는 사람의 괴로움과 자책감을 말해준다. 비록 엄마 뱃속에 있지만, 엄연한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는 태아를 죽이는 것은 살인이라고 얘기한다.


  낙태는 살인이 맞다. 뱃속에 있어도 생명은 생명이니까. 그래서 작가는 태아도 하나의 어엿한 인간이라는 얘기를 전달하고자, 이런저런 설정을 넣어두었다.


  하지만 어쩐지 난 그게 답답했다.


  결국 이 책에서 낙태를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미루의 몫이었다. 사랑을 증명하라며 성관계를 요구한 종호는 딱 한 장면 등장하고 사라진다. 돈을 모으려고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서술이 한 줄 나오긴 하는데, 이후 존재감이 없다. 어째서? 왜? 단지 '오빠는 날 사랑하지 않은 거 같아'라는 미루의 대사 하나로 그의 책임감과 존재가 없어질 수 있는 걸까?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은 자기를 별로 안 좋아하는 남자와 성관계를 가진 여자아이 탓이라는 걸까? 낙태를 해서 평생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든지, 아이를 낳아 어린 미혼모라는 딱지를 붙이고 살거나 아니면 아이를 입양시키고 역시 자책하며 살아야하는 건 여자아이의 몫이라는 것이다. 왜? 사랑을 증명하라는 오빠의 요구를 뿌리치지 못한 죄가 있으니까. 어쩐지 종호의 대사인 '여자가 알아서 조심했어야 하는 거 아냐?'라는 대사가 떠오른다. 이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내가 느끼기에는, 모든 것을 여자아이의 책임으로 돌리는 듯 한 분위기다. 그래, '오빠 믿지'라는 개소리를 믿은 순진함이 죄다. 어린 나이에 남자친구를 사귄 게 죄고, 손을 잡고 뽀뽀를 허용하고 사랑을 증명하라는 오빠 말에 'X까'라고 대꾸하지 못한 게 죄다.


  그런 생각이 들자, 어쩐지 이 책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태어나지 못한 어린 보풀들을 통해서 태아도 하나의 생명을 갖고 있는 인격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알게 된 미루와 종호 그리고 달림을 통해서 사랑과 그에 따르는 책임감을 느끼게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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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참견 - 김양수의 카툰판타지, 뉴시즌 생활의 참견 1
김양수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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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김양수의 카툰판타지, 뉴시즌

  작가 - 김양수






  이 만화는 현재 모 포털 사이트에서 963회까지 올라왔다. 첫 화가 2008년 2월에 올라왔으니, 9년 동안 연재된 것이다. 음, 10개월만 더 지나면 10년 연재다. 난 아마 거의 700회 정도 올라왔을 때부터 보기 시작한 것 같다. 애인님이 재미있다고 추천해서 봤는데, 이제는 올라오는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1화부터 정주행을 할까 생각했는데, 엄청난 편수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단행본을 발견하고 ‘심봤다!’를 외쳤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는데, 최근 연재분과 이 책의 그림체를 비교하면 미묘하게 다르다. 인물들이 좀 더 동글동글하니 귀여워졌고, 글자 크기는 좀 더 커졌으며 글자 수도 줄었다. 좀 더 자세히 보니 배경색도 좀 더 차분하니 여러 효과, 예를 들면 물방울무늬라든지 빗살무늬 등이 사용되었다. 음,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배가 나온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걸까?




  ‘마음의 소리’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일상 만화는 작가와 가족, 그리고 지인들의 일화를 소재로 삼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작가는 거기에 독자들이 보내온 사연도 소재로 사용했다. 지인들의 일상만 그리면 소재가 한정되기 마련인데, 이 작가는 사연을 모집하기에 소재가 바닥날 걱정은 없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어떻게 보면 소소한 사건들이지만 더 와 닿았다. 어떤 에피소드는 보면서 ‘어, 나도 비슷한 경험 있었어!’라며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아, 저런 일이 없어서 다행이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물론 그러면서 킬킬대고 웃고 있지만 말이다.



  1권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이 주를 이루고, 독자들이 보내온 사연도 있었다. 롤러 스케이트장이나 오락실, 비디오테이프에 얽힌 이야기들은 ‘예전에는 이랬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나도 좀 어릴 때 놀아볼 걸…….’하는 아쉬움을 느끼게 했다. 그랬다면 저런 문화를 아주 조금은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오빠라도 붙잡고 따라다녀 볼 걸 그랬다.



  단행본에는 중간 중간에 작가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에피소드에 관련된 추억을 얘기하는 부분인데,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추억 부분은 울컥하기도 했다. 만화는 유쾌하기만 한데, 그 이면에는 슬픈 기억이 숨어있었다. 사람의 인생이란 마냥 웃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울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슬픈 와중에도 웃을 수 있고, 반대로 웃으면서 울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런 일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한 사람의 일생이 되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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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펀: 천사의 비밀
자움 콜렛 세라 감독, 베라 파미가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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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Orphan, 2009

  감독 - 자우메 세라

  출연 - 베라 파미가, 피터 사스가드, 이사벨 펄먼, C.C.H. 파운더







  예전에 운영하던 블로그가 강제 폐쇄당한 적이 있다. 한동안 접속을 안했더니 그 틈을 타 외국어라든지 한국어로 이런저런 광고 링크가 잔뜩 달린 것이다. 뒤늦게 알고 댓글을 지우면서 게시글을 옮겨보려고 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다. 결국 꽤 많은 양의 영화 리뷰가 송두리째 사라지고 말았다. 분명히 썼다고 생각했지만 찾아도 없는 걸 보니, 이 영화의 리뷰 역시 그 때 없어진 모양이다. 그래, 다시 시작이다!



  세 번째 아이를 유산하고 괴로워하는 부인 ‘케이트’를 위해, ‘존’은 아이를 입양하자고 제안한다. 그들은 원장 수녀의 주선으로 첫째 아들 ‘대니얼’보다는 어리지만, 둘째 딸 ‘맥스’보다는 나이가 많은 ‘에스터’를 입양하기로 한다. 부부는 또래보다 조숙하고 차분하면서 영리한 그녀의 신비한 분위기에 매료된다. 하지만 소녀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성향을 갖고 있었다. 학교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여자아이를 다치게 하는가하면, 언니가 생겨 좋아하던 맥스를 협박하여 공범으로 만든다. 케이트는 에스터가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알아보려고 하지만, 존은 에스터의 애교와 연기에 속아 넘어가 그녀의 편을 든다. 케이트의 연락을 받은 원장수녀가 조사하기 시작하자, 에스터는 그녀를 저지할 음모를 꾸미는데…….



  전에 볼 때는 몰랐는데, 오프닝에 제작사 소개하는 화면이 영화의 반전과 연관이 있었다. 후반부에 에스터의 정체가 드러나는 장면에서 사용된 기법이 똑같았다. 그리고 케이트로 나온 배우가 영화 ‘컨저링 The Conjuring, 2013’에서 워렌 부인으로 등장한 사람이었다. 그 때는 몰랐는데, 지금 다시 보니 그 배우였다.



  이 작품은 에스터 역을 맡은 배우 ‘이사벨 펄먼’이 거의 혼자서 끌고 갔다고 할 수 있다. 어떨 때는 순진한 아이의 눈빛과 표정으로 사람들을 반겨주고, 또 다른 때는 서늘한 눈빛과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표정으로 보는 사람을 섬뜩하게 만드는가 하면, 어떤 장면에서는 자기감정을 억누르지 못해서 진짜 미친 사람처럼 광분하기도 하고, 또 필요할 때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섹시한 표정까지 지어보였다. 후반부에 케이트와 거의 일대 일로 대결을 벌이는데, 전혀 밀리지 않았다. 도리어 그녀를 압도하는 분위기였다. 와, 진짜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 작품을 찍을 때 11살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데, 연기 경력이 막 몇 십 년 된 성인이 아역분장을 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영화를 보면서 대니얼과 맥스가 너무 안타까웠다. 케이트와 존이야 자기들이 에스터의 연기에 넘어가 선택한 것이니 그러려니 해도, 부모의 선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에스터의 협박에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야했던 두 꼬마는 너무도 불쌍했다. 한 명은 결국 살해당하고 다른 한 명은 자기 눈앞에서 가족이 죽어나가는 것을 봐야했다. 살아남았다고 하지만, 과연 에스터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처음에는 리뷰의 제목을 ‘순간의 선택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라고 하려고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고 그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무리 심사숙고한다고 해도, 오랫동안 많은 이들을 속여 온 사람을 알아내는 건 무리일 것 같다. 사람을 믿는 것이 잘못된 게 아니다. 물론 요즘은 어느 정도 경계는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가는 어린아이까지 ‘얘는 사이코패스고 쟤는 잠재적 범죄자야!’라고 여길 수는 없지 않을까?



  애초에 에스터를 처음에 맡았던 곳에서 확실히 관리만 했다면, 설령 그녀를 놓쳤다고 해도 다른 기관과 연락을 했었다면? 제도가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비극을 막아줄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방지하고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보장은 해야 한다. 그러라고 있는 게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죽어버렸다.



  씁쓸한 뒷맛이 남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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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여자 스토리콜렉터 10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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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Eine unbeliebte Frau, 2009

  작가 - 넬레 노이하우스







  타우누스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다. 이 시리즈는 주위에서 보이는 대로 빌려 읽다보니, 순서대로 접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미 몇 권을 읽고 나서야 첫 이야기를 손에 쥐게 되었다.



  결혼한 지 16년 만에 남편과 이혼 후 다시 형사로 복직한 ‘피아’. 타우누스 강력반에 발령받자마자 전망대에서 추락사한 것으로 보이는 ‘이자벨’이라는 젊은 여성의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그런데 현장을 조사하던 중, 피아와 강력반 반장인 ‘보덴슈타인’은 그녀가 자살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는다. 그녀에 대해 수사하면 할수록 의문은 점점 더 커지고, 급기야 대형 승마클럽과 제약회사, 다수의 정재계 인사들이 그녀와 관련이 있었음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녀의 집에서 발견된 의문의 비디오테이프에서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자살한 부장검사와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데…….



  이 작가는 처음에는 평범한 살인사건으로 보이지만, 나중에 가면 엄청 스케일이 커지는 사건을 주로 다루고 있다. 그것도 특히 사회 지도층 내지는 집권층이라 불리는 집단에서 벌이는 일들이 많았다. 요즘은 민주주의 국가지만, 예전에는 독일에도 귀족 계급이 존재했었다. 그들은 전쟁 이후, 보유하던 성과 땅을 기반으로 재산을 축적하고 기업을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숨겨왔거나 현재도 저지르는 비리들이 작가가 쓰는 이야기의 핵심이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부실 사업을 들키지 않기 위해 무리수를 둔 사업가라든지 운송업을 하면서 뒤로는 밀매를 하는 사업가가 등장하여, 앞에서는 선량한 척하지만 뒤로는 온갖 나쁜 짓을 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이 얼마나 악독한지, 대놓고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이 의외로 착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사실 모든 기업가가 다 나쁜 것은 아닌데 작가는 무조건 그들을 악당으로 설정한다고 반박하고 싶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만 봐도 대기업 오너 중에서 법정에 불려가지 않은 경우가……. 으음……. 있던가? 내가 잘 몰라서 그렇지,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 모든 기업가가 다 재판을 받고 수감된 기록이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국가적 비극이잖아?



  이야기는 막판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엄밀히 따지면 반전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봐야 이자벨을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확실해진다. 그 정도로 그녀를 죽이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제목이 ‘사랑받지 못한 여자’이다. 이자벨은 사랑받는다고 믿고 싶었겠지만, 그들에게 그녀는 단지 유희의 대상에 불과했다. 어쩌면 그녀도 그들을 그런 대상으로 여겼으니, 그리 억울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상대를 진심으로 봐주지 않으면서 상대는 나를 진심으로 대해주길 바란다면, 그건 욕심이니까.



  사실 책을 읽으면서 이자벨의 죽음이 전혀 안타깝지 않았다. 피해자인데! 대개 살인 피해자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자벨은 전혀 아니었다. 으음, 그녀는 독자에게서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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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Guardians of the Galaxy Vol. 2, 2017

  감독 - 제임스 건

  출연 -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 빈 디젤







  <<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대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잘 생각해서 선택하세요. >>




  영화를 본 지 며칠 되었지만, 리뷰를 어떻게 써야하나 고민이 많았던 작품이다. 좋게 보면 한없이 좋은 평을 쓸 수 있고, 나쁘게 쓰면 역시 나쁜 평만 줄줄 쓸 수 있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좋은 내용만 쓰자니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이 걸렸고, 그렇다고 나쁜 점만 짚자니 괜찮았던 내용이 아쉬웠다. 이렇게 장점과 단점이 반반으로 갈린 영화는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애인님에게 이 얘길 하니, 두 버전 다 써보라는 말을 들었다. ‘오옷, 재미있겠는데!’라며 솔깃했지만 막상 그렇게 쓰려니 귀찮아서 패스!



  ‘소버린’ 행성의 의뢰를 받아 무사히 해결한 ‘스타로드’와 멤버들. 하지만 ‘로켓’이 막판에 엉뚱한 일을 벌이는 바람에, 소버린 여사제의 분노를 사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런 그들을 구해주는 의문의 남자가 나타나는데, 알고 보니 스타로드의 친부인 ‘에고’였다. 자신과 어머니를 버렸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아버지를 거부했던 스타로드였지만, ‘가모라’의 조언에 따라 그의 별인 ‘에고’ 행성을 방문해보기로 한다. 그곳에서 아버지의 따뜻한 정에 스타로드는 점차 마음을 열지만, 가모라는 ‘맨티스’의 이상한 행동에 불길한 예감을 느낀다. 한편 우주선을 고치던 ‘로켓’과 ‘아기 그루트’는 여사제의 의뢰를 받은 ‘욘두’ 일당에게 잡힌다. 하지만 쿠데타가 발생해 욘두와 로켓은 포로 신세가 되고, ‘네뷸라’는 복수를 위해 가모라를 찾아 나선다.



  상영시간이 거의 두 시간 이십분에 해당하는, 나에게는 상당히 긴 시간이었다. 그래서 중간에 조금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부분이 당연히 있었지만, 그래도 멋진 장면들이 많아서 흥미 있게 보았다. 시작하자마자 의뢰받은 일을 해결하는 멤버들을 배경으로 혼자 흥에 겨워 춤추는 아기 그루트가 시선을 끌어당기더니, 로켓이 욘두 일당을 함정으로 반격하는 장면 그리고 욘두가 휘파람을 불어 그의 무기인 화살로 적을 몰살시키는 부분은 ‘우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아기 그루트와 욘두는 그야말로 이번 편을 이끌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귀엽고 멋졌다. 오죽하면 집에서 혼자 휘파람 부는 연습을 해봤을까. 아쉽게도 난 휘파람을 못 불기에, 입에서 바람 새는 소리만 날 뿐이었다. 언제나 말하는 것이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덕분에 요즘 영화는 볼거리가 많아지고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기 그루트의 귀여운 표정과 몸짓이나 욘두의 화살 공격 장면 같은 건 꿈도 못 꿨을 것이다.



  영화는 또한 교훈적인 면도 동시에 갖고 있었는데,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1편에서는 친구 내지는 동지라는 개념이었는데, 이제 멤버들은 서로를 가족이라 말하고 있었다. 씨를 뿌렸다고 다 아버지는 아니라는 대사에서, 아기 그루트를 보호하고 귀여워하는 모습에서, 후반부에 보여주는 욘두와 스타로드의 대화에서, 피를 나누지 않은 관계에서도 충분히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요즘처럼 핵가족을 넘어서 솔로 라이프라든지 비혼주의가 팽배한 시대에, 굳이 결혼이라든지 핏줄에 연연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족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이를 위해서 제작진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데, 바로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하는 자식을 내세웠다. 네뷸라와 가모라 같은 경우에는 양아버지인 ‘타노스’를 증오한다. 특히 네뷸라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신체를 기계로 바꾸고 학대한 그를 찢어죽이겠다고 다짐한 상태이다. 그리고 스타로드 역시 처음에는 아버지를 만나 좋아하지만, 그가 어머니를 죽게 하고 자신을 이용하려고 데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죽기 살기로 덤빈다. 사실 그를 죽이지 않으면 멤버들을 비롯해서 여러 행성들이 위험한 상태이긴 했다. 하여간 영화에서는 이런 인물들의 배경을 통해, 굳이 핏줄이라든지 오랜 기간 같이 지낸 정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아무리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내고 피로 이어져있다지만, 그 관계가 나에게 옳지 못한 것을 강요할 때는 과감히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가끔 가족 때문에 더 상처받고, 피해를 입으며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읽은 적이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게 그래도 가족이니 참으라고 하는데, 이 영화는 벗어나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모 스님이 어떤 사람에게 했다는, 자신을 강간한 아버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보라는 충고보다는 훨씬 마음에 드는 말이긴 하다.



  음, 한국의 유교를 숭상하는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면, “이런 패륜적인 내용이!”이라고 화를 낼 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 하는 아들의 이야기는 예전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있던, 어쩌며 인간의 뿌리 깊은 습성인지도 모르겠다. 비록 오이디푸스는 그 대가로 가족과 지위와 명예와 눈을 잃었고, 루크 스카이워커는 손을 잃어버렸지만 말이다. 하지만 스타로드는 아무것도 잃지 않고 도리어 새로운 가족을 얻었으니 이득인 건가? 음, 거의 아버지와 비슷한 존재였던 욘두를 잃었으니 이득은 아닌가?



  영화에서 아쉬운 부분은 등장인물들의 성격이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주인공 급 캐릭터들이 공명정대하고 타에 모범이 되는 윤리사상을 갖고 바른 길로만 걷는 인물로만 이루어져있다면, 무척이나 재미없는 내용이 될 것이다. 그래서 악동 이미지도 있고,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사람도 있으며, 하다못해 츤데레나 왕재수 캐릭터까지 있어야 분위기도 살고 웃음 포인트가 생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게 너무 지나친 게 아닐까하는 느낌을 줬다. ‘드랙스’가 그 대표적인 예였다. 그가 맨티스에게 하는 말은 진짜 단어 하나하나가 혐오스럽고 차별적이며 보는 내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바깥세상을 몰라 그가 하는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맨티스와 이에 당황해하는 드랙스의 대조가 웃음 포인트인 것 같은데, 굳이 그런 혐오발언으로 뒤덮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드랙스는 얼핏 보면 문신을 잔뜩 한 스킨헤드 족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맨티스는 동양인의 외모로 그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 이건 마치 백인들이 영어를 잘 못하는 동양인에게 이상한 말을 던지면서 낄낄대는 상황 같았다. 또는 못된 아이들이 학교에서 다소 이해력이 떨어지는 학우를 놀려먹는 장면을 희화시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제작진은 두 캐릭터를 나란히 놓음으로, 인종차별에 성차별 그리고 장애인차별을 한꺼번에 드러낸 것이다. 둘의 대화는 전혀 웃기지도 않고, 불편하기만 했다. 설마 순수 그 자체인 맨티스의 하얀 마음에 정화되는 드랙스를 보여주겠다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인 것은 아니겠지? 아니, 그 전에 맨티스가 순수한지조차 잘 모르겠던데?



  거기에 로켓이 소버린에서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고, 왜 뜬금없이 욘두의 로켓 심리 상담소가 문을 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뭔가 많이 편집이 되어버린 것 같다. 스타로드가 하도 징징대니까, 그 때문에 로켓의 징징 부분을 빼버린 걸까? 아, 스타로드의 징징거림은 진짜 짜증이 났다.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슬픔은 알겠는데, 영화 내내 그 분위기를 기본으로 깔고 가는 느낌이었다. 난 엄마가 없어, 흑흑. 아니, 아빠가 있었어? 그런데 우리 아빠가 신급 외계인이래! 오옷 그럼 나도 반인반신? 그런데 아빠가 엄마를 죽였대. 씨발, 아빠를 죽여 버리겠어! 죽어라! 흑흑, 난 이제 엄마도 아빠도 없어. 이런 분위기?



  영상적인 면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멋졌는데, 캐릭터 부분에서는 별로인 영화였다. 진짜 아기 그루트와 욘두가 아니었으면, 욕만 잔뜩 남았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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