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톡 6 - 조선의 두 번째 영광 조선왕조실톡 6
무적핑크 지음, 와이랩(YLAB) 기획, 이한 해설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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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조선의 두 번째 영광

  저자 - 무적핑크

  해설 - 이한







  조선시대 역대 왕들의 톡을 엿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정신을 차리니 벌써 여섯 번째 묶음까지 나왔다. 그리고 이제 조선도 초반을 지나 중후반을 향해 달리고 있다. 부제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이번 책의 배경은 두 번에 걸친 외국의 침략을 견뎌내고 다시 한 번 번영을 누리는 시기를 다루고 있다. 바로 ‘영조’와 그의 손자인 ‘정조’ 때를 그리고 있다.





  이 두 왕의 시대를 잘 보여주는 것은 표지이지만, 둘의 관계가 제일 잘 드러나 있는 것은 속지일 것이다. 표지 위쪽에는 뒤주에 들어가서 셀카를 찍는 한 남자와 이에 화가 나서 팔을 걷어붙이는 왕, 그리고 이를 말리는 왕비가 보인다. 그렇다. 바로 영조와 그의 아들인 사도세자이다. 영조가 아무리 많은 업적을 이룩했다지만, 아들을 뒤주에 가둬 굶겨 죽인 일을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 조선시대를 통틀어서 그런 짓을 한 왕은 영조가 유일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왕을 둘러싼 세 사람이 그려져 있다. 한 명은 손에 음료수를 들고 노트북을 보는 것으로 보아 유능한 관료 같고, 다른 한 명은 뜻밖에도 여성이다. 나머지 한 사람은 잘 모르겠다. 아마 왕을 중심으로 여러 인재들이 나라를 움직였다는 의미인 것 같다.



  이번 책은 ‘간장게장’에서부터 시작한다. 지금이야 ‘밥도둑’이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불리지만, 예전에는 왕을 죽이는데 사용되었다는 무시무시한 의혹을 받은 반찬이었다. 왕 암살자에 비하면, 밥도둑은 그야말로 귀여운 애칭이다. 이후 저자는 형을 죽이고 왕이 되었다는 꼬리표가 얼마나 영조를 집요하게 따라다녔는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실시간 검색어 도배라든지 댓글 이모티콘 등등으로 표현했는데 보는 나조차 질릴 정도였다. 물론 그 당시에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는 없었지만 말이다.



  이후 영조 시대는 그의 업적과 자식들에 대한 편애로 이루어져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그에게는 두 개나 있었던 모양이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사도세자와 딸 화협옹주가 주인공이다. 어릴 적에는 세자를 그렇게 예뻐했는데, 왜인지 모르지만 커가면서 영조는 점차 아들을 외면한다. 이 책에서는 그런 그의 태도에 대해 여러 가지 가설을 알려준다. 또한 아들인 사도세자가 그렇게 비뚤어진 여러 가지 원인도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난 아버지의 지나친 기대와 엄한 훈육 때문인지 아니면 그 집안이 유전적으로 가끔 이상한 아이가 나오는 건지, 단정 지어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부모의 지나친 과욕 때문에 망쳐버린 아이들에 대한 얘기가 많기에, 아무래도 그런 영향이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예체능에 뛰어난 아이를 억지로 문과에 보내서 경제라든지 법을 배우게 한 거니까……. 하여간 백성을 사랑하는 만큼 아들을 미워하는 그의 심리는 참 묘했다.





  사도세자의 죽음 부분은 아들 정조 때에도 종종 등장하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참 안 좋았다.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죽였는데 의외로 자신에게는 자상하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요즘 애들이라면 ‘그 할아버지 혹시 싸이코패스?’라고 생각할 것이다. 게다가 아버지가 그리 되는데 일조를 한 것이 외가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이라는 사실 역시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어긋난 행동을 하면 아버지처럼 살해당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두려웠는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온전한 자기편을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사람인 줄 알았던 홍국영이……. 정조가 탕평을 외친 것은 어쩌면 주위에 믿을 사람이 없어서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믿으려고 하지 않거나.



  책에는 왕실 얘기 외에도 일반 백성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보여준다. 예를 들면 살아있지만 산 게 아닌 형벌이라든지, 선글라스의 유입, 군역이라든지 금난전권의 폐지 그리고 거상 ‘김만덕’에 대한 얘기들이 들어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꼰대질하고 똥군기잡는 인간들은 존재했고, 권력욕에 눈이 먼 사람도 많았다. 문득 과학기술만 발전했다 뿐이지, 현재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걸까?



  이제 앞으로 조선은 내리막길로 가는 여정만 남아있다. 지금처럼 웃으면서 읽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면서, 일곱 번째 묶음을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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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닷컴
소네 케이스케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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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殺し屋.com (2013

  자가 - 소네 케이스케







  인터넷은 익명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개인 정보의 유출을 쉽게 만들었다. 이 두 조건은 범죄의 성립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나만 있어도 범죄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조건인데, 두 개가 다 갖춰줘 있으니 금상첨화일 것이다. 아, 물론 범죄자들에게만 좋지, 일반 사람들에게는 하나도 좋지 않은 일이다. 이 책은 그런 인터넷이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사이버 범죄를 주로 다루는 게 아니라, 아는 사람만 알고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인터넷 사이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책에는 ‘암살자 닷컴’이라고 하여, 게시판에 의뢰가 들어오면 암살자들이 입찰을 해서 낙찰을 받는 형식인 사이트가 등장한다. 서로 낙찰을 받기 위해 가격 경쟁을 한다는 말은, 그만큼 암살자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서 활동하는 암살자들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프로페셔널로 여러 가지 총기류를 다루고 몰래 건물에 숨어들어가 잠복을 하는 그런 유형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 예를 들면 복지사로 활동하는 가정주부나 무능력하다 평가받는 경찰 등이다. 그나마 킬러 같은 인물은 세 번째 이야기에 등장하는 ‘자칼’이다. 프레드릭 포사이드의 유명한 소설 ‘자칼의 날 The Day Of The Jackal, 1973’에 나오는 킬러의 이름을 딴 모양이다.



  암살자 얘기라고 해서, 평범한 이웃인 사람들이 냉철하게 사람을 죽이는 내용을 상상하고 읽는다면 오산이다. 책은 그런 것보다는 그들이 왜 그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과정 속에서 작가는 현대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은근슬쩍 보여주고 있었다.



  형사가 주인공인 『사부리 고로의 결단』에서는 학벌 위주의 사회에서 높이 치솟는 등록금과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로 인간성이 매몰되는 학생들, 그리고 자신의 승진을 위해 다른 직원들을 괴롭히는 직장 내의 위계질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또한 『훼방꾼』에서는 경제 위기로 인한 대규모 실직 사태와 이에 따른 생활고를 다루고 있다.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인을 한다는 주인공의 변명과 자기합리화를 보여주는데, 자칫 잘못하면 그녀의 주장에 동조할 뻔 했다. 위험했다. 하여간 작가는 그녀를 통해 인간은 자기 자신과 가족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자칼의 타협』에서는 정의를 빙자한 무분별한 신상 털기를 비난한다.



  위에서 적은 걸 보면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들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막상 읽어보면 또 그렇지 않다. 문장은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고, 어떻게 보면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피식하고 웃음이 나오는 재미있는 문장도 간간히 섞여 책장이 쉽게 술술 잘 넘어간다.



  그런데 그렇게 속도감 있게 읽다가 『에필로그』를 보면, ‘헐?’하는 놀라게 된다. 그 앞선 이야기인『어린 의뢰인』을 보면서 이름이 익숙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이렇게 연결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가시를 다 발라냈다고 안심하고 생선구이를 마구 흡입하다가 예상치 못한 큰 가시 하나를 씹은 느낌이었다. 막판에 이런 충격을 준비하다니, 이 작가 어쩐지 마음에 든다. 기회가 되면 이 사람의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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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세계기록유산 - 우리가 지켜 온 소중한 기억
한미경 지음, 윤유리 그림 / 현암주니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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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한미경

  그림 - 윤유리







  우선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세계 문화유산’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떻게 분류되는지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이 뭐가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 그냥 막연히 흔히 들어본 유명한 것들, 예를 들면 ‘훈민정음’이라든지 ‘팔만대장경’ 같은 게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인 ‘세계 기록 유산’이라는 게 대체 뭘까 의아했다. 문화유산은 들어봤는데 기록 유산? 음, 책 맨 뒤에 있는 부록을 읽어보니, 내가 참으로 무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유산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뉘는데, ‘기록 유산’과 ‘무형문화유산’ 그리고 ‘세계 유산’이 있다. ‘기록 유산’은 말 그대로 전 세계에서 기록된 자료들 중에서 마땅히 보존되고 알려져야 할 것들을 말하는데, 자세한 것은 책에서 살펴볼 것이니 넘어가겠다. ‘무형문화유산’은 구전으로 전승된 기술이나 공연예술을 말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종묘제례악’과 ‘판소리’ 등이 등재되어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세계유산’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그리고 ‘복합유산’이 포함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석굴암과 불국사’, ‘수원화성’, ‘경주 역사 유적지구’, ‘제주 용암동굴’, ‘조선왕릉’, 그리고 ‘하회마을’ 등이 등재되었다고 한다. 더 많은 자료들이 있는데, 그건 ‘유네스코와 유산’이라는 사이트에 가면 자세히 알 수 있다.





  그러면 기록 문화유산에는 무엇이 있을까? 목차를 보고 놀랐다. ‘훈민정음’이나 ‘팔만대장경’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헐! ‘5.18 민주화 운동 기록물’과 ‘새마을 운동 기록물’ 그리고 ‘KBS 이산가족 찾기 방송’까지 들어있었다. 아, 하긴 그 각각의 의의를 생각해보면 후대에까지 보존되어야 할 자료들이긴 하다. 전쟁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아픈 상처를 남기고, 독재 정권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무자비할 수 있는지 잘 알려줄 테니 말이다.



  조선왕조실록이 편찬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서, 그 꼼꼼함에 놀라고 중립을 지키려는 노력에 감탄했다. 물론 그 노력이 언제나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키려고 시도를 했다는 점이 대단했다. 최고 권력자의 요구에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고, 또 사관들이 그렇게 말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그것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놀라웠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을 하는데, 조선 시대에는 적어도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 태도가 엿보였다.





  ‘동의보감’이 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있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동의보감’하면 ‘허준’, ‘허준’하면 드라마에서 유행했던 ‘줄을 서시오!’만 알았는데, 중국과 일본에까지 번역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와 조선 왕들의 일기인 ‘일성록’도 목록에서 볼 수 있다. 내가 만약 어릴 때부터 일기를 꼬박꼬박 적었는데, 후손들이 그걸 공유해서 돌려보고 외국 사람들까지 읽는다면? 아, 뭔가 부끄럽고 민망하고 이불을 뻥뻥 차면서 내 흑역사를 지워달라고 절규할 거 같다. 돌아가신 조상님들도 그런 기분이실까?



  기록이란 중요한 것이다. 오늘 저지른 과오를 내일 또 저지르지 않기 위해, 오늘 좋았던 일을 내일도 기억하기 위해 어딘가에 적어 둬야한다. 사람들이 맛집이나 좋은 곳에 가서 사진만 찍는 건 다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 기억조차 희미해졌을 때, 남는 것은 기록뿐이니까. 아, 그래서 그렇게 가짜 뉴스를 만들고, 인터넷백과사전을 임의로 조작하고, 언론을 통제하고, 댓글 부대를 만드는 거구나!





  문득 나중에 후손들이 2000년대의 한국을 대표할만한 기록 유산을 찾는다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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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누나 속편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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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僕の姉ちゃん 續

  작가 - 마스다 미리







  30대 직장인인 ‘지하루’와 초보 직장인인 ‘준페이’는 꽤나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남매다. 누나인 지하루는 시니컬하지만 한편으로는 소녀 감성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동생에게 건네는 말은 낭만을 추구하는 것 같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현실적이고 직설적이기까지 하다. 게다가 준페이가 회사 여직원의 행동에 두근거리면서 돌아오면, 그 환상을 무참히 깨뜨려버리는 비정함도 갖고 있다. 하지만 어쩐지 얄밉거나 너무하다는 생각보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맞아 맞아’를 중얼거리게 된다.



  아직은 순진한 구석이 있는 준페이는 그런 누나의 말에 황당해하기도 하고 어이없어하기도 한다. 어떨 때는 누나에게 말로 당하는 모습이 좀 불쌍하긴 하지만, 그는 도리어 뭔가 배우고 깨닫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마음속에서 누나에 대한 존경심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고 해야 할까?




  두 남매의 저녁 시간은 아무리 생각해도 요즘 보기 드문 경우 같다. 우선 두 사람 다 직장인인데 야근이라거나 회식 얘기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예전에 동생과 같이 살 때를 떠올려보면, 걸핏하면 회식에 야근으로 바빴는데 말이다. 음, 일본과 한국의 차이인가? 게다가 준페이는 요즘 청년답지 않게 휴대전화 게임도 안하고 PC게임도 안하고 친구들과 술을 먹고 다니는 것 같지도 않다. 왜 지하루가 동생에게 대놓고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아! 그래서 매일 퇴근하면 집에 와서 누나와 대화하는 건가? 현실 남매라면 서로 으르렁대면서 장난치는 모습이 상상되는데, 이 둘은 차분하고 흡사 가르침을 내리고 받는 관계 같다. 어른의 품격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지하루가 하는 말들은 뭐랄까, 상당히 독특하다. 보편적인 생각의 기준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내 자신과 비교해보면 그녀는 상당히 독특하다. 마스다 미리의 다른 주인공들과 비교해 봐도, 상당히 개성적이다. 생활방식은 주말엔 숲으로’의 ‘하야카와’가 특이했는데, 사고방식은 이 책의 ‘지하루’가 독특하다. ‘수짱 시리즈’의 주인공인 ‘수짱’이 깊이 생각하고 속으로 삼키는 스타일로 눈길을 끌었다면, 지하루는 은근히 계획적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무심하게 그러면서 무척이나 신랄하게 내던지는 스타일이다. 예를 들어 여자들이 네일 아트를 하는 이유는 ‘요리 못할 것 같다’라고 말하는 남자에게 걸리지 않기 위해서라든지, 운명의 붉은 실이 있다면 그걸로 그물을 떠서 다 잡아버린다는 등 발상의 전환이 기발하고 재미있다. 하지만 그러면서 읽는 사람이 심쿵할 말을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기도 한다. 명언 제조기인 ‘하야카와’와는 다른 매력의 멋진 문장을 줄줄 만들어낸다.





  그런데 둘의 대화를 보다가, 문득 이건 준페이에게 독인가 약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여자들이 절대로 밝히고 싶지 않은 이런저런 꼼수를 적나라하게 알아버린 그가 연애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상대가 그런 의도로 한 행동이 아닌데 누나에게 들은 얘기가 생각나 오해할 수 있지 않을까? 또는 처음 만나 알아가는 두근거림과 설렘을 느끼지 못한다거나, 여자 심리를 너무 잘 알게 되서 오히려 선수라고 오해를 살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여자 친구와 문제가 생겼을 때 더없이 든든한 지원군을 두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음, 지하루같은 언니(누나)라니! 부러워하면 지는 거라는데, 이미 져버렸다. 쳇, 왜 이 작가의 책을 읽으면 난 만날 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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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가 인격이다 - 당신의 품격을 좌우하는 단어 활용 기술
배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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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당신의 품격을 좌우하는 단어 활용 기술

  저자 - 배상복







  우리 옛 속담에는 ‘말’과 관련된 것들이 꽤 있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만으로도, ‘말로 흥한 자 말로 망한다.’라든지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또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등이 있다. 그리고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하나인 이유는 많이 듣고 적게 말하라는 의미라는 얘기도 있고 말이다. 관련된 명언이나 속담이 한두 개가 아닐 정도로, 말하는 것에 대해 예전부터 조심하고 신중하라고 강조를 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을. 그래서 몇 백 년 전부터 조심하고 신중하고 또 주의하라고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들어왔지만, 여전히 말 때문에 오해하고 다투고 상처받고 있다.



  똑같은 의미의 말을 해도 어떤 사람은 참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주는 단어를 쓰는가 하면, 누구는 참 저열하다는 느낌을 풍기는 어휘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기분이 안 좋다는 말을 할 때, 누구는 ‘속상해, 기분 나빠.’라는 무난한 말을 하기도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아, 기분 존나 구려.’라는 듣는 사람이 눈살을 찌푸릴 말을 내뱉기도 한다. 이왕 말을 할 거면, 나를 돋보이게 하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이 책은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주의하면 좋을 단어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차별적인 의미를 갖고 있거나 어원을 알면 낯 뜨거워지는 단어, 직장 생활에서 무심코 실수하기 쉬운 단어, 그리고 SNS에서 흔히 틀리기 쉬운 단어들을 알려준다. 읽으면서 어쩐지 부끄럽기도 하고, ‘이런 말까지?’라고 놀라기도 했다. 그 정도로 나 역시 옳지 않은 언어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승에서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사들이 이렇게 사용되라고 한글을 만들었나 자괴감을 느끼고 있을 것 같다.



  제일 많이 뜨끔했던 대목은 『1장 차별에 관한 단어들』에서였다. 최근 들어 그런 쪽에 관심이 많아 나름 고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나온 단어들을 보니 아직까지 멀었다. ‘촌스럽다’라는 말이 차별적인 단어였다니, 헐…….



  그리고 다시 읽어봐도 잘 모르겠는 건, 『5장 상황에 따라 바꿔써야하는 단어』였다. 원래 단어도 제대로 못 쓰는데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니! ‘한글 너무 어려워요!’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계발’이나 ‘개발’의 차이, ‘되요’와 ‘돼요’의 옳은 사용법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음, 잘못해서 틀리느니 비슷한 뜻을 가진 다른 단어로 바꿔 쓸까? 아, 그래서 어휘를 많이 알고 있으라는 거구나!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너무 억지스러운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라는 단어에 대해서 얘기할 때였다. 이미 너무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고, 대체할만한 마땅한 말이 없으니 그냥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공감된 부분은 아주 많지만, 그 중에서 몇 개를 골라보자면 ‘~같아요’와 ‘너가’,와 ‘니가’의 지적은 무척 공감했다. 요즘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너가’라든지 ‘니가’라고 쓰는데, 바로 잡아줘야 한다. 드라마나 노래 가사에서 저런 식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저 표현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같아요.’라는 말도 너무 싫다. 좋으면 좋은 거지, 좋은 것 같은 건 뭐람? 오늘부터 나라도 올바른 단어를 사용하도록 노력해야겠다.



  한 번 읽고 휙 책장에 꽂아만 두기엔 너무 아까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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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 것 같아요.”와 같은 이도저도 아닌 어법에 대해
    from 마음―몸―시공간 Mind―Body―Spacetime 2017-04-17 17:53 
    “~인 것 같아요.” 같은 경우, 저도 처음에는 좀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는데요.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대체로 저 표현에 대한 비판자들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고 봅니다. ① 표현 주체의 생각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 ② 자기 의견을 정확하고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얼버무리는 어법은 역비판을 두려워해 그 비판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책략적 언술이 반영된 것이다. ③ 즉 명확한 자기 의견 제시에 뒤따르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교묘한 언술 행위다. ④ 줏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