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이요, 떡! 내 동생 돌떡이요! 달라질 수 있어요 2
이향안 지음, 이영림 그림 / 현암주니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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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이향안

  그림 - 이영림

 

 




 


 

 

  떡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해솔이’. 동생 ‘달이’의 돌을 맞아 맛있는 떡을 잔뜩 먹을 생각에 행복해한다. 그런데 엄마아빠가 돌떡을 이웃에게 나눠준다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심통이 났지만, 뜻하지 않은 칭찬에 신이 나서 떡을 돌렸다. 그런데 이럴 수가! 집에 왔더니 정작 해솔이가 먹을 떡이 하나도 안 남은 것이다. 울상을 짓는 해솔이 앞에 누군가 나타나는데…….

 

 

  그림이 너무도 귀여운 책이었다. 첫 장면에서 돌을 앞두고 아이들 옷을 입히는 엄마아빠 얼굴에는 땀이 흐르지만, 두 꼬마는 신이 나서 으쌰으쌰하고 있다. 상의 실종 패션으로 있는 해솔이를 보면서 ‘얘야, 아무리 어린아이라지만 아가씨가 그러고 다니면 어떡하니’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장난감으로 어질러진 집안과 힘들어하는 표정이 역력한 엄마아빠 그리고 해맑게 웃고 있는 두 꼬마의 표정 대비가 무척 재미있었다. 그리고 떡을 돌리는 장면에서 단 한 사람만 제외하고 모두가 다 웃고 있다. 떡을 주는 아빠와 떡을 받은 이웃들 다 행복해하지만, 해솔이는 인상을 쓰고 팔짱을 끼고 있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미간에 주름이 잡힐 정도였다. 그림만 봐도 다들 어떤 상황인지 잘 알 수 있었다. 특히 해솔이가 신나서 떡을 돌릴 때, 장기 두는 할아버지들, 옥상에 빨래 너는 아줌마, 운동하는 오빠, 옥상 텃밭에 물주는 아저씨 등등 동네 골목골목 집집마다 어떤 상황인지 세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 그림을 보고 있으니, 어쩐지 어릴 때 살던 동네가 떠올랐다. 그 당시만 해도 이웃과 왕래가 잦아서, 김장을 같이 한다거나 무슨 때만 되면 각자 만든 음식을 나눠먹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일이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인사하고 지내던 노인 분들이 돌아가시거나 병원에 입원하시면서, 뭔가 나눠먹는 일은 추석이나 설날 정도로 일 년에 한두 번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요즘 워낙에 사건사고가 많으니, 그러려니 생각한다. 이웃의 정도 좋지만, 내 안전도 중요하니까.

 

 

  물론 이 책은 동화라, 이웃 간의 소통과 나눔에 더 중점을 뒀다. 가까운 이웃분만 아니라 동네 골목골목에 돌떡을 돌리는 해솔이 아빠엄마의 오지랖에는 좀 고개를 저었지만, 아이들 교육에는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베풀고 나누는 즐거움을 해솔이가 직접 깨우치게 했으니까 말이다. 처음에 해솔이는 떡 돌리기가 싫었지만, 나누면서 듣는 덕담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더 나아가, 준 것 이상으로 받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건 평소에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건 책이나 영상으로도 느낄 수 없고, 학교에서도 배울 수 없는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이웃 간의 교류가 그래도 어느 정도 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그래서 책으로만 그런 걸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문득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이런 유의 책을 많이 읽어서, 지금부터라도 이웃 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사회를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떡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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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세계 사건부 - 조선총독부 토막살인
정명섭 지음 / 시공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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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조선총독부 토막살인

  작가 - 정명섭

 

 




 

 

  작가의 이름을 어디선가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조선이 명탐정들’과 ‘좀비 제너레이션’의 저자였다. 그 외에도 많은 책을 썼는데, 거의 역사와 미스터리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작가는 역사 미스터리에 강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1926년 9월 조선총독부의 완공을 며칠 앞두고, 조선인 건축기사가 살해당한다. 그의 시체는 참혹하게도 여섯 등분으로 나뉘어 거의 공사가 마무리되어가는 조선총독부 건물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그 모양이 흡사 큰 대(大)자를 연상시켰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한제국’의 ‘대’자가 아니냐는 의견이 대두되고, 이 사건을 쉬쉬하기에 급급해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를 의열단의 테러와 엮어 관리직에 있는 조선인을 몰아내는 등 탄압을 심화시킬 계획을 세운다. 이를 알아차린 ‘최남선’은, 한때는 촉망받는 기자였지만 지금은 통속잡지사에서 일하고 있는 ‘류경호’를 불러 사건을 비밀리에 조사할 것을 부탁한다.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던 류경호였지만, 일본에서 증거를 조작해 다른 조선인 건축사를 잡아가자 마음을 바꾼다. 그는 비밀리에 사건을 조사하는데…….

 

 

  현대사는 공부하면 할수록 화가 나서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다. 이걸 변명이라고 하기에 부끄럽지만, 그래도 미리 이 사실을 알리고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

 

 

  최남선이라는 이름을 보고 설마 ‘그 최남선’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계속해서 읽어가니 그 최남선이 맞았다. 국어책과 역사책에 나오는, 신문화를 소개하는데 앞장섰고 그 자신 역시 뛰어난 문인이었으며 ‘독립선언서’를 작성한 독립운동가로 고초를 겪었던, 하지만 나중에는 친일파로 변절한 바로 그 사람이었다. 이 책에서는 이미 그가 변절자로 낙인이 찍힌 뒤라고 나온다. 왜 그 사람이 그렇게 변해야했는지는 당사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작가가 그에 대한 나름의 배경 설정을 만들어 놓았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호랑이를 잡으려고 호랑이 굴에 들어갔다가 잡아먹힌 경우? 아니면 검은 것을 가까이해서 결국 자신도 검어진 경우? 책을 읽으면서 느낀 최남선에 대한 생각은 그러했다. 나름 조선을 발전시키기겠다는 일념으로 일본과 손을 잡았지만, 그는 조선에서도 일본에서도 믿음을 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그렇게 보면 주인공인 류경호 역시 비슷한 입장이었다. 일본에 유학까지 갔던 뛰어난 인물이지만 고향에서는 본처의 자식들에게 쫓겨나다시피 한 첩의 자식이었고, 도시에서는 시골에서 온 촌뜨기에 불과했다. 또한 일본 유학 시절, ‘2.8독립선언’을 하는 장소에 혼자만 없었고 체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본의 밀정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그 역시 어느 한 쪽에 속해있지 못한, 어딘지 모르게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존재였다.

 

 

  책의 뒤표지에 보면 이런 문장이 적혀있다. ‘이 경성 땅에 친일파와 독립 운동가만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처음 이 말을 읽었을 때는 그게 무슨 말일까 생각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그제야 이해가 갔다.

 

 

  주인공은 독립운동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친일파도 아니었다. 그냥 이 땅에서 평범하게 아등바등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건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하게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면서 살고 있었다. 비록 몇몇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약삭빠른 사람이 나오긴 하지만, 그 외의 인물들은 옳지 않은 일은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점은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을 준 사람이 일본인이라는 부분에서 두드러진다. 비록 일본인이지만, 그들은 권력자 앞에서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 할 수 있었다.

 

 

  어쩌면 작가는 이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옳지 않은 것을 깨달을 수 있는 눈과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사건의 추리보다, 주변 상황에 더 눈이 가고 화가 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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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후 : 시즌 5 (6disc) - 한국어 더빙 수록
애덤 스미스 감독, 맷 스미스 외 출연 / KBS미디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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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제 - Doctor Who, 2010

  출연 - 맷 스미스, 카렌 길리언, 아더 다빌, 알렉스 킹스턴

 

 

 




 

 

  이번 시즌부터 닥터가 바뀌었다. 닥터의 종족은 재생성을 통해 무려 12번이나 새로운 삶을 가질 수 있다는데, 벌써 두 번째 재생성이다. 닥터가 바뀌었으니 컴패니언도 당연히 바뀌었다. 아멜리아, 보통 ‘에이미’라고 불리는 귀여우면서 약간은 제멋대로인 아가씨다. 그녀는 지난 시즌들의 컴패니언인 ‘로즈’나 ‘마사’처럼 닥터에게 연애 감정을 갖고 있는 것 같으면서 ‘도나’처럼 그에게 명령하기도 하고 가끔은 구박도 한다. 닥터는 그녀의 그런 투덜거림을 잘 받아주는데, 아마 그녀의 어린 시절을 망쳐버린 것에 대해 미안함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둘이 처음 만난 것은 에이미가 이모 집에 와서 살 때였다. 그녀의 방에 커다란 금이 그어졌는데, 거기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끌린 타디스가 닥터와 함께 도착했고, 그녀에게 5분 후에 돌아오겠노라 약속한다. 하지만 타디스의 시공간이동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고, 닥터가 에이미를 찾아온 것은 12년이 지난 후였다. 닥터를 기다리던 어린 소녀는 그의 존재를 믿지 않는 어른들에 의해 정신과상담 치료를 받으며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했다. 아마 그 때문에 닥터가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두는 것 같다.

 

 

  새로운 닥터는 어딘지 모르게 나사가 하나 빠진 것처럼 행동할 때가 있다. 그 예로, 결혼을 앞둔 에이미의 약혼자인 ‘로리’에게 가서 “네 여자 친구 키스 잘하더라, 좋겠다.”라고 말하는 엄청난 만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뭐가 잘못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아무리 외계인이라지만 인간 세상에서 몇 백 년, 아니 몇 천 년을 살아왔으면서 그런 상식도 모르다니! 아무래도 재생성하면서 뭔가 생략되거나 그런 모양이다.

 

 

  이번 시즌에는 로리도 가끔 같이 여행을 하기도 하고, 지난 시즌에 등장했던 ‘리버송’도 간혹 등장해서 북적북적 시끄러운 팀을 이룬다. 물론 닥터의 오랜 적인 ‘달렉’과 ‘사이버맨’이 빠지면 섭섭하다. 분명 악당 캐릭터들인데 자주 봤더니 정이 들었나보다. 달렉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말이다. 으음, 달렉 피규어 사고 싶다.

 

 

  이번 시즌에서 제일 인상 깊은 건, 뭐니 뭐니 해도 에이미를 향한 로리의 사랑이다. ‘The Pandorica Opens’와 ‘The Big Bang’으로 이어지는 두 이야기에서 나오는데, 자세한 것은 스포일러라 말할 수 없지만 로리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그 오랜 시간동안, 자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을 위해서! 그 전에 미치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어떻게 그렇게까지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만약 애인님과 내가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난 로리처럼 할 수 있을까?

 

 

  그 에피소드 때문에 그 전에 보았던 다른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의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5시즌이었다. ‘우는 천사’도 나오고, 피 대신에 인간 몸의 수분을 흡수하는 외계인도 나오고, ‘고흐’에 얽힌 이야기도 있었고, 지하세계를 장악한 외계인도 나왔지만,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로리는 대인배였고, 그의 러브러브 파워는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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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Criminal Minds: Season 9 (크리미널 마인드: 시즌 9)(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Paramount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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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riminal Minds, 2013

  제작 - 글렌 커쇼, 카렌 가비올라, 더못 다운스, 래리 텡, 존 텔레스키, 롭 베일리, 더글러스 아니오코스키, 롭 하디

  출연 - 조 맨테그나, 토마스 깁슨, 쉐마 무어, 매튜 그레이 구블러, A.J.쿡, 커스틴 뱅스니스, 진 트리플혼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분명히 이 시리즈의 감상문을 다 썼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제 요즘 하는 12시즌만 다 보면 된다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애인님에게 전 시리즈를 다 보고 리뷰를 올렸다고 자랑하려고 검색을 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이게 뭐지? 왜 9시즌이 없어? 내가 리뷰를 올리는 모든 사이트를 다 뒤져보고 내 하드를 털어 봐도, 9시즌의 감상문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더 황당한 건, 이번 9시즌의 리뷰에서 어떤 문장을 썼는지 각 에피소드들에서 어떤 느낌이었는지 기억한다는 사실이다. 뭐지? 꿈에서 적었나? 아니면 적기는 했지만, 등록하지 않고 지워버렸나? 혹시 내 컴퓨터에 바로워즈들이 있어서 감상문을 갉아먹었나? 온갖 상상과 망상과 추측을 했지만, 영문을 알 수는 없었다. 결국 (다시) 쓰는 수밖에.


  이번 시즌에는 200번째 에피소드가 들어있다. 지난 100번째 에피소드는 5시즌 아홉 번째 이야기로, 소제목이 ‘100’이었다. 그 때는 진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내용이 전개되었다. 하아, 다시 생각해도 진짜 하치와 헤일리 부부한테 왜 그런 일이……. 그래서 이번 ‘200’를 앞두고 불안했다. 바로 그 전 에피소드에서 ‘JJ’가 납치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난 10시즌과 11시즌 감상문을 썼기에 그녀가 무사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혹시 관련된 누군가가 다치는 게 아닐까 불안했다. 하여간 이 시즌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 중의 하나라고 할 것이다. JJ를 펜타곤에서 강제로 스카우트해간 이유가 그런 거였다니, 놀라웠다.


  범죄 드라마를 보면, 부모의 강압적이거나 잘못된 훈육으로 아이가 비뚤어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야기인 ‘The Inspiration’과 ‘The Inspired’의 어머니는 진짜 사악했다. 드라마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Person Of Interest, 201’에서 ‘콘트롤’로 나올 때도 비정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와, 어떻게 자기 아들들에게 그럴 수가 있는지……. ‘To Bear Witness’ 역시 비뚤어진 가정환경이 아이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그 끝을 보여주었다. 부모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받고 싶어서 범죄행각을 벌이는 범인을 보면서 한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하지만 벌은 받아야 한다. 가정환경이 불우한 모두가 다 범죄를 저지르는 건 아니니까. ‘Gabby’ 역시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자기는 불행한데 다른 사람들은 행복해 보이는 것이 싫었던……. ‘Blood Relations’은 놀라움의 연속인 에피소드였다.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할까 했지만,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The Return’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아이들을 납치해 자폭테러범으로 세뇌시킨 범인이 나온다. 생각할수록 진짜 못되처먹은 XX다. 아, 욕하고 싶지만 블로그가 경고폐쇄될까봐 참겠다. ‘Strange Fruit’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인종차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세상에는 ‘이제부터는 안할게, 미안!’하고 끝나지 않는 일도 있었다. 아니, 끝날 수가 없다. 이 에피소드는 그런 내용이었다. ‘Bully’ 역시 ‘미안’이라는 말과 악수 한번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일을 얘기한다. 학교 다닐 때 친구들의 괴롭힘으로 자살한 학생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가해자와 방관하거나 묵인한 교사들은 잘 살고 있는데, 피해자들만 고통 속에서 살아야하는 게 무척 마음 아팠다.


  이번 시즌 역시 학교 폭력, 가정 폭력이 원인이 된 사건이 주를 이뤘지만, 전쟁 후 상이군인들에 대한 처우에 대한 문제도 부각되었다. 비록 그들이 범죄자가 되거나 비참한 삶을 사는 것으로 나오지만, 그 원인을 보여주는 것도 의미심장했다. 부상자나 제대한 군인들에 대한 처우가 적절하지 못하여, 그들이 질병과 정신이상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범죄 예방차원도 있지만, 나라를 위해 봉사한 사람들에 대한 예우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그걸 보면서, 성금모아서 동상이나 만들고 있는 어느 정부가 떠올라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상을 세우는 게 문제 해결이라는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는 누가 떠올린 걸까?


  아, 그래도 이번 시즌은 다음 시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로 마무리되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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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13
빅터 자코프 감독, 숀 캐리건 외 출연 / 에이스미디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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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13 Cameras, Slumlord, 2015

  감독 - 빅터 자코프

  출연 - 네빌 아챔볼트, PJ 맥케이브, 브리앤 몽크리프, 사라 볼드윈

 

 

 

 




 

 

  한글제목과 영어제목을 조합해보면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는, 제목이 스포를 하고 있는 영화이다. 한글 제목은 ‘카메라 13’, 그러니까 ‘13개의 카메라’로 볼 수 있고 영어 제목 ‘Slumlord’는 ‘악덕 집주인’을 뜻한다. 둘을 연결시키면, 집주인이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세입자들을 엿보는 내용일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보는 사람들을 위해서 거기에 몇 가지 설정을 더 집어넣었다.

 

 

  ‘클레어’와 ‘라이언’ 부부는 새로 이사 온 집이 마음에 들었다. 조만간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며, 둘은 행복해했다. 하지만 그건 클레어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아내가 임신한 이후, 라이언은 자신의 비서인 ‘한나’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그걸 제일 먼저 알아차린 것은 집주인인 ‘제랄드’였다. 집안 곳곳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부부의 사생활을 엿보던 그는 라이언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분노한다. 그리고 뭔가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결심하는데…….

 

 

  영화는 답답했다. 아내가 임신해서 관계를 못 갖자 비서와 바람피우고, 부인과 비서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라이언은 한심하고 너무도 찌질했다. 남의 아이도 아니고 자기 자식을 가진 부인인데, 그깟 섹스 몇 번 못한다고 그새를 못 참고 바람을 피워? 인간 말종도 이런 놈이 없다. 임신한 아내는 욕먹을 것 같으니까 헤어지지 못하고, 그렇다고 비서를 버리자니 몸매 좋은 섹파는 포기 못하겠는 심리 같다. 부인이 임신과 출산 준비로 정신이 없다고, 상담을 받아보자는 놈이 정상일 리는 없다.

 

 

  그런 놈을 믿고 부인과 헤어지고 자기와 결혼해 달라 조르는 한나도 못마땅하긴 마찬가지다. 아니, 세상에 남자가 없어서 유부남을? 그것도 임신한 아내가 있는 남자를? 세상물정을 그렇게도 모르나? 부인의 임신을 핑계로 자기와 바람피우고, 아내에게 미안해서 헤어지자는 말 못하고 시간만 질질 끄는 놈인데 믿음이 가? 지금은 임신해서 못 헤어진다는 핑계를 대지만, 나중에는 애가 어려서 그러다가 애가 학교에 들어가서 등등의 이유로 계속 질질 끌 거라는 생각을 못하나? 자기에게 말하는 달콤한 말과 행동들은 이미 예전에 부인에게 다 했던 거라는 걸 몰라?

 

 

  물론 제일 화딱지가 나는 인물을 바로 집주인 제랄드다. 몰래 남의 집을 엿보고 아무도 없을 때 들어와 이상한 집을 하는 그는 변태에다가 정신병자였다. 클레어의 칫솔로 자기 이를 닦고, 그녀의 속옷에 얼굴을 파묻기도 하고, 불륜 커플의 애정 행각을 보면서 혼자 즐기기도 하는 등 그의 이상 행동은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자기가 무슨 정의의 사도라도 되는 듯이, 불륜 커플을 응징하기로 한다. 음, 설마 클레어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걸까? 그래서 그녀를 안쓰럽게 여겨서 자신이 뭔가 해주겠다고 결심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이상한 야동을 보고 감명 받아서 자기도 따라 해보고 싶었던 걸까?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해서 결국 행동으로 옮겨보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가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이것저것 추측을 해보지만, 정확한 것은 없다. 작품 안에서도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슬픈 가족사가 있을지도 모르고, 그의 이상형이라서 그럴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배경이나 동기야 어떻든, 그가 변태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런 답답하고 한심하고 기만적인 사람들에 둘러싸인 클레어를 보면, 불쌍하고 안쓰러웠다. 남편 하나 믿고 고향을 떠나왔는데 비서랑 바람이나 피우고, 집주인이란 작자는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사생활을 엿보고 있으니…….

 

 

  인물들이 다 답답하고 안쓰럽고 화딱지가 나는 성격들이라, 영화 역시 전반적으로 그런 분위기였다. 조마조마하면서 ‘어떡해!’라고 발을 동동 구르는 장면이 몇 개 있기는 했지만, 그냥 그랬다. ‘왜 저래!’라는 말이 더 많이 나온 것 같다. 집주인의 희번덕거리는 눈과 땀에 젖은 옷 등이 그의 변태적인 면모를 더 부각시켰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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