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가 사랑할 때 2
딩모 지음, 남혜선 옮김 / 현암사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원제 - 如果蝸牛有愛情, love and criminal minds, 2014

  작가 - 딩모

 





 

 

  지난 1권에서 서로의 마음을 의식했던 ‘쉬쉬’와 ‘지바이’는 결국 본격적으로 사귀기로 한다. 둘의 연애를 거의 모두가 축하하는 가운데, ‘야오멍’은 경찰을 그만두기로 한다. 한편 1권에서 외국으로 도망간 인신매매단의 주범을 잡기 위해, 둘은 미얀마로 향한다. 중간에 위험이 몇 번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돌아온 그들 앞에 또 다른 사건이 던져진다. 바로 여자들이 납치고문살해당하고 버려진 사건이었다. 쉬쉬는 그 유형이 예전에 미결로 끝났던 사건과 비슷하다는 걸 파악하고, 범인을 추리해낸다. 그런데 모든 증거가 가리키는 범인은 의외의 인물이었는데…….

 

 

  2권은 1권보다 두툼했다. 아무래도 2년이라는 시간을 다루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했다. 1권에서 둘이 처음 만나서 마음을 키워왔다면, 2권은 연애염장질을 시작해서 임신을 하고 결혼식을 올리고 아이 돌잔치까지 쭉쭉 진도가 나간다. 물론 그게 다 자세히 나오는 게 아니라, 몇몇 부분은 그냥 한두 문장의 설명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이번 책에서 주로 다룬 사건은 연쇄 납치 살인 사건이다. 거기에 연관된 사람이 둘의 주변인물이기도 하고, 가족이 위협을 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뭐랄까, 너무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마음도 들지만, 또 달리 보면 중국 인구가 10억인데 어떻게 그렇게 얽히고설키는지 신기했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영국 드라마 ‘셜록, Sherlock’에서 ‘셜록’이 ‘왓슨’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뭐더라,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가 선천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즐기는 성향이라,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 식으로 말했었다. 한국 표현으로 하면, 아마 끼리끼리 논다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꿀을 찾는 개미처럼, 범죄자들이 그 사람에게 꼬이는 모양이다. 그 사람이 누군지는 스포일러라 말할 수 없지만 말이다. 물론 작가는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이런저런 설정이라든지 관계를 만들어놓았지만, 흐음…….

 

 

  대신 두 주인공의 성격은 참 마음에 들었다. 임신을 했지만, 그것 때문에 결혼을 서둘러 하고 싶지 않다는 쉬쉬의 말에 조금 놀라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이니 당연히 결혼하고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깨를 볶을 것이다. 그런데 저런 생각을 하다니, 색다른 성격의 주인공이었다. 하긴 뭐든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해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지바이의 고부 갈등에 대한 대처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지바이의 어머니는 아들이 경찰이 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아들이 결혼하겠다고 소개한 쉬쉬마저 경찰이라는 사실 역시 불만이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쉬쉬에게 냉정하게 대한다. 이 때 지바이는 그건 어머니와 쉬쉬의 문제가 아니라, 어머니와 자신의 문제라고 인식한다. 즉, 고부 갈등이 아니라 모자 갈등이라고 파악한 것이다. 그런 인식과 이후 그의 행동이 꽤 괜찮았다.

 

 

  전반적으로 사건 해결과 로맨스의 비중이 적절하게 배치되었고, 주인공들의 성격도 마음에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로맨스 소설들은 남녀가 만나서 서로를 어떻게 의식하고 감정을 키워나가는지에 집중하는 게 많았다. 그리고 그 마무리는 결혼 내지는 임신이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좀 달랐다. 결혼과 임신은 두 남녀의 사랑이 깊어지는 과정에서 겪는 일이지, 마무리는 아니었다. 이야기는 그들이 이후에도 얼마나 서로를 깊이 신뢰하고 배려하는지 보여주었다. 그런 점은 주인공 커플 외에도, 번외편으로 등장하는 다른 네 명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배려와 믿음 그리고 기다림으로 만들어지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왜 사건마다 쉬쉬가 위기에 처하면 지바이가 구하러 가는 패턴이 반복 되냐는 것이다. 내가 생각한 쉬쉬는 지바이의 구조만 기다리는 약한 인물이 아닌데 말이다. 지바이의 용맹함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는 알겠는데, 그 때문에 쉬쉬가 머리는 좋은데 체력은 형편없는 인물이라는 뉘앙스가 풍겼다. 하지만 쉬쉬도 경찰 대학을 졸업했으니, 어느 정도 무술을 할 줄 알 텐데? 그 부분이 많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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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가 사랑할 때 1
딩모 지음, 남혜선 옮김 / 현암사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원제 - 如果蝸牛有愛情, love and criminal minds, 2014

  작가 - 딩모






  ‘쉬쉬’는 경찰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신입 프로파일러이다. 겉보기에는 작고 여리여리하지만, 머리가 좋고 집중력과 관찰력 그리고 분석 능력이 뛰어나다. 수습으로 발령받은 린 시의 경찰청에서, 그녀는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프로파일링을 선보이며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지바이’는 훤칠한 외모에 뛰어난 프로파일링 실력을 가졌으며 명사수이기도 한 형사이다. 스물여덟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의 높은 검거율과 능력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서, 쉬쉬는 내심 그가 자신의 사수가 되길 바라고 있었다. 결국 쉬쉬의 사수로 지바이가 임명되고, 연이어 여러 가지 사건이 일어난다. 둘은 서로의 능력에 감탄하며 조금씩 끌리기 시작하는데…….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국에서 경찰드라마는 경찰이 연애하는 것이고, 법조 드라마는 검사나 변호사끼리, 스포츠 드라마는 운동선수끼리 그리고 의학 드라마는 의사끼리 연애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주인공의 직업은 그냥 멋져 보이기 위한 소품에 불과하다. 그런 경향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소설에서도 비슷하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경찰이라는 조직에서 주인공끼리 연애하는 내용에만 치중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책장을 넘기면서 점차 줄어들었다. 아직 1권이라서 일까? 두 주인공 사이에서 점차 싹트는 연애 감정 못지않게, 둘이 해결하는 사건에 대한 분량도 넉넉했다. 또한 사건들 역시 단편 추리소설이라든지 장편으로 만들어도 충분히 괜찮을 내용이었다. 하지만 쉬쉬가 구해준 피해자의 사촌동생이 공교롭게도 쉬쉬의 오빠인 ‘쉬진’과 사업 상 아는 사이라는 말에는 너무 억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그 피해자는 예전에, 아 여기까지. 사건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생략하겠다. 10억이 넘는 중국 인구 중에서 어떻게 그렇게 얽히는지…….



  처음에는 스승과 제자라는 사이에서 시작한 쉬쉬와 지바이였지만, 조금씩 서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둘 사이에 끼어드는 다른 사람들, 예를 들면 지바이를 짝사랑하는 야오멍이라든지 쉬쉬를 따라다니는 ‘예쯔샤오’ 등이 나타나면서, 둘은 각자의 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나름의 방법으로 상대에게 어필하기 위해 애쓴다. 즈바이는 괜히 체력이 약한 쉬쉬를 단련시키겠다고 새벽부터 운동을 같이하고 심지어 주말에는 사격 훈련까지 봐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쉬쉬에게 접근하려는 다른 직원들이 없도록 뒷공작까지 벌인다. 또한 쉬쉬 역시 ‘자신의 아침을 준비하는 김에’라는 핑계로 즈바이가 좋아하는 요리를 준비한다.



  타인의 마음을 분석하는 프로파일러 두 사람이 상대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내지 못하고 전전긍긍해하는 것이 참 우스웠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에게 관심 있어 보이는 건 칼같이 알아내 거절하면서 말이다.



  아, 이 소설은 중국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검색해봤는데, 즈바이를 맡은 배우는 완전 딱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이미지와 너무 잘 어울렸다. 쉬쉬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작고 여리여리한 느낌은 어울리는데, 내 상상보다는 덜 귀여웠다. 그리고 제목의 달팽이는 즈바이가 쉬쉬에서 붙인 별명이다. 달리기가 너무 느리다는 의미로. 음, 그러면 운동 시킬 때부터 애칭으로 부를 정도로 마음이 있었다는 말인가!



  2권에서 본격적으로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릴 것 같은데, 너무 연애에만 치중하지 않길 빌어본다. 1권과 같은 비율이면 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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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John Wick: Chapter 2, 2017

  감독 - 채드 스타헬스키

  출연 - 키아누 리브스, 브리짓 모나한, 이안 맥쉐인, 존 레귀자모






  처음에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못 볼 줄 알았다. 지난달에 이 작품과 ‘23 아이덴티티 Split, 2016’ 둘을 놓고 고민하다가, 23 아이덴티티를 봤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이 영화가 동네 극장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헐, 무슨 영화를 일주일도 안 해주냐’라고 대기업의 독점 시스템에 욕을 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져보니 오오! 다행히도 오늘 왕십리에 있는 극장에서 오전과 오후 두 번 상영해준다는 사실을 알았다. 후다닥 예매를 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평소에 안 사던 팝콘마저 사들고 극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두 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 내내 지루한 줄 모르고, 깔깔대기도 하고 ‘헐! 대박!’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킬러들의 세계에는 두 가지 규칙이 있다. 하나는 ‘컨티넨털 호텔’에서는 싸움을 하지 말아야 하고, 다른 하나는 빚은 꼭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빚을 지면, ‘표식’을 주고 그것은 호텔 매니저의 장부에 기재된다. 만약 표식을 내밀고 부탁하는 요청을 거절하거나 표식을 가진 사람을 해하면, 최고 회의에서 징계를 받게 된다. 킬러 세계에서 파문을 당하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1편에서 그 규칙을 어긴 킬러가 살해당하는 장면이 있었다.


  1편에서 자신의 차와 강아지를 죽인 러시아 조직을 몰살시킨 ‘존 윅’. 이제는 편안히 집에서 은퇴 생활을 즐기려는데, 이탈리아 마피아의 아들인 ‘산티노’가 찾아온다. 그는 표식을 내밀며, 자신의 누나인 ‘지아나’를 죽여달라고 부탁한다. 아버지가 자신이 아닌 누나에게 조직을 맡긴 것이 불만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은퇴했다며 거절하지만, 표식을 내민 요청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결국 존 윅은 이탈리아로 건너가 마피아 두목인 지아나를 암살한다. 하지만 산티노의 배신으로 존 윅에게는 엄청난 현상금이 걸리고, 이제 암살자들이 그를 노리는데…….


  영화는 처음부터 빠른 속도로 사람을 죽여 나가는 존 윅의 액션을 보여준다. 언제나 총은 한 사람당 두 번, 위아래를 정확히 맞추며 확인사살까지 하고, 몸싸움에서도 역시 뒤지지 않는다. 비록 그도 사람인지라 맞으면 아프고 찔리면 피가 나지만, 결국 맨 마지막에 살아남는 건 존 윅이었다. 와, 진짜 어쩜 그렇게 멋지게 총질을 해대는지 감탄만 절로 나왔다. 게다가 1편에서부터 전설로만 전해졌던 연필 한 자루로 세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이번 2편에서는 직접 볼 수 있었다. 진짜 연필 한 자루로……. 음, 연필심이 쉽게 안 부러지던데 그게 가능한가? 하여간 존 윅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국적 인종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공평하게 다 죽여 나갔다. 이런 평등주의자 같으니라고!


  중간에 현상금 걸린 존 윅을 돕는 서양판 개방 방주인 남자가 나오는데, 그를 보자마자 빵 터졌다. 바로 ‘로렌스 피쉬번’, 영화 ‘매트릭스 The Matrix, 1999’에서 주인공을 돕는 ‘모피어스’로 출연한 배우였다. 존 윅을 연기한 키아누 리브스가 바로 그 매트릭스의 주인공이었다. 그가 ‘우리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라는 대사를 하는데, 너무 웃겼다. 너무 웃어서 옆 사람에게 미안했다. 누군지 모르는 옆자리 커플분, 미안했어요.


  내용은 무척이나 간단한 플롯이었지만, 싸우는 장면들이 무척 멋있었다. 너무 많이 죽여서 후반부에서는 ‘어, 또 죽이네’라고 별 감흥이 없어지는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지하 묘지에서의 대규모 총격 장면이나 뉴욕 도심에서 벌어지는 암살자들과의 대결, 그리고 거울 전시회에서 벌어지는 싸움 장면은 무척이나 멋졌다.


  3편도 나오면 좋겠다. 아, 지아나 진짜 멋졌다. 얼마 나오지 않았지만, 보스의 품위와 우아함이 물씬 풍겼다. 동생과 비교해보면 너무도 우월했다. 그러니 아버지가 그녀에게 조직을 물려준 거겠지. 1편에서도 러시아 조직의 두목이 참 멋지게 나왔다. 경박한 아들네미 때문에 다 망해서 그렇지. 음, 1편과 2편 둘 다 경박하고 자질이 없는 가족 때문에 조직이 흔들렸다. 역시 혈연지연학연에 얽매이는 건 옳지 않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적어보는데, ‘개방’이란 무협 소설에 나오는 거지들의 조직이고, ‘방주’는 거기 대장을 말한다. 이 작품에서 로렌스 피쉬번은 노숙인들을 이끄는 ‘킹’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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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후 시즌 4 : 보급판 (6disc) - 한국어 더빙 / 자막 수록
데이빗 테넌트 외 출연 / BBC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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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 - Doctor Who, 2008

  출연 - 데이빗, 테넌트, 캐서린 테이트, 존 바로우먼, 조지아 모페트, 알렉스 킹스턴




  닥터 후 네 번째 시즌으로, ‘마사’에 이은 새로운 동행자가 등장한다. 예전 크리스마스 스페셜에 등장했던 ‘도나’이다. 지금까지 등장했던 동행자, 그러니까 컴패니언 중에서 난 도나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로즈’나 ‘마사’는 닥터를 이성으로 좋아했지만, ‘도나’는 그러지 않았다. 물론 닥터를 좋아하긴 했지만, 이성이 아니라 동지로 여겼던 것 같다. 그래서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부부나 남매냐고 물을 때마다 큰소리로 아니라고 대꾸한다. 그게 너무 귀여웠다. 닥터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 같다. 지금까지는 다 그와 관계가 있다고 하면 좋아했는데, 그녀는 자기가 먼저 아니라고 답하니 말이다. 게다가 도나는 가끔이 아니라 종종 닥터를 놀리기도 하고, 혼을 내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들에 대해 냉소적인 표현을 쓰기도 한다. 지금까지 이런 성격의 컴패니언은 처음이었다.



  이번 시즌에서는 여러 가지 사건과 떡밥들이 잔뜩 뿌려졌다. ‘Silence in the Library’와 ‘Forest of the Dead’에 등장한 ‘리버송’ 교수는 도대체 닥터와 어떤 관계인지 궁금했다. 닥터에게 ‘자기’라고 부르다니! 그녀는 이미 닥터를 알았는데, 닥터는 아직 그녀를 알지 못한다. 한 사람의 과거와 또 다른 사람의 미래가 겹친다는 게 참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Planet of the Ood’에서 ‘오드’가 닥터에게 불길한 예언을 했는데, 어떻게 될 지 궁금하다. 닥터는 재생성을 할 뿐 죽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데, 그게 아닌가?



  역시 이번에도 닥터 후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닥터의 숙적인 외계 종족 ‘달렉’이 등장한다. 이번에 그들은 지구를 비롯해 여러 행성들을 납치하기에 이른다. 시즌의 마지막 두 이야기인 ‘The Stolen Earth’와 ‘Journey's End’가 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는 다른 차원으로 가버렸던 로즈와 미키, 지구에 있던 ‘사라 제인’과 외계 대응조직인 ‘토치우드’팀에 ‘마사’까지 총출동해서 달렉과 맞서 싸운다. 아, 결국 최후의 승자는 로즈였다. 제일 안타까운 사람은 도나였고. 그녀가 왜 안타까운지 얘기하면 시즌의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패스한다. 하아, 진짜 도나 생각만 하면 눈물이…….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에피소드인 ‘The Unicorn and the Wasp’에서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미스터리를 다룬다. 그녀가 처음 이름이 알려질 때 3일 동안 실종되었다가 기억상실 상태로 발견된 적이 있는데, 그걸 외계인과 연결시켰다. 그 이야기에서 등장인물들이 하는 대사를 주의깊게 들으면, 크리스티가 발표한 책 제목이 중간 중간 끼어있었다. 이건 크리스티의 열성적인 팬들이 쓴 대본이 분명했다. 그냥 대사에 책 제목을 집어넣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극의 흐름을 깨지 않고 더 나아가 힌트까지 줄 수 있도록 넣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다. 덕후는 대단하다!



  아! ‘The Doctor's Daughter’에서 닥터의 딸로 나온 배우가 나중에 닥터와 결혼을 했단다, 헐! 닥터 능력자구나. 음, 하긴 마지막 남은 ‘타임 로드’니 능력자가 맞긴 하다. 아니 잠깐! 딸이 있으니 마지막 타임 로드가 아니지 않나? 마스터도 있고! 닥터의 딸이 나중에도 나올지 궁금하다. 나중에 그녀까지 가세해서 달렉이나 사이버맨과 맞서 싸우면 재미있을텐데.



  마음에 들었던 컴패니언 도나는 아쉽게도 4시즌에서만 등장한다. 물론 로즈나 마사처럼 중간에 슬쩍 출연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5시즌에서는 새로운 닥터와 새로운 컴패니언이 등장한다고 한다. 쾌활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에 대한 냉소적인 분위기가 풍기고 닥터의 고뇌가 드러났던 4시즌과는 어떻게 달라질 지 기대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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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로 풀고 세기로 엮은 대세 세계사 1 - 인류 탄생부터 13세기까지 대세 세계사 1
김용남 지음, 최준석 그림 / 로고폴리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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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인류 탄생부터 13세기까지

  저자 - 김용남

  그림 - 최준석






  요즘 ‘대세’라는 말이 유행이다. 좋게 말하면 대다수의 호응을 얻고 있다는 뜻이고, 달리 보면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간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대세 세계사라는 건 뭘까? 책 제목을 보고 호기심이 들었다.


  목차를 보고 첫 장을 읽고 나서, 그 의미를 알았다. 지금까지 내가 배우고 읽은 세계사 책은 대개 나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었다. 이 책은 좀 달랐다. 나라 중심이 아니라, 시간대 별로 나누면서 동시에 그 시대에 전 세계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하고 있다. 그러니까 제목 그대로, 그 시간대에 어떤 사건이 대세였는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 각 챕터의 제목이 바로 그 때의 대세를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1챕터는 ‘인류 탄생부터 B.C.E. 1만년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제목이 ‘인류의 진화’이다. 이 시대에는 인류가 처음으로 등장해서 나름 무리를 이루면서 살기 시작한 때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챕터 10은 ‘C.E. 3세기’가 배경인데, 제목은 ‘군인의 시대’이다. 그럼 뭐가 떠오르는가? 전 세계적으로 무력이 흥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때 중국은 조조와 유비가 등장해서 한창 싸웠고, 로마 제국은 군인 황제 시대가 이어지며 위태로웠다. 챕터 14는 ‘C.E. 7세기’를 다루고, 제목은 ‘새로운 제국의 등장’이다. 그렇다. 여기서는 앞 챕터에서 다뤘던 혼란기가 안정화가 되면서 나름 전성기를 누림을 추측할 수 있다. 이 당시 중국은 당나라가 들어서면서 번영을 누렸고, 일본이나 인도 역시 나름 안정화되어갔다.


  나라 중심으로 배울 때는 그 시대에 다른 지역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연결시키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 책은 각각의 나라를 비교하면서 시간대를 연결시키기 쉬웠다. 한 나라가 발전하고 변화하는데, 온전히 자기들의 힘만으로 이루는 것을 불가능하다. 다른 나라와의 교류를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해왔다. 그 때문에 한 나라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원인을 내부에서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부도 역시 살펴봐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동서로마가 분열된 데에는 단순히 종교적인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지구가 추워져서 가뭄이 들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동아시아와의 육상 교역로가 끊긴 요인도 거들었다. 또한 중국에서 유비가 등장하여 삼국으로 나뉜 것은 왕실의 힘이 약해진 이유도 있지만, 철제 무기가 보급된 영향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책은 종합적으로 역사를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특히 마음에 든 부분은 중국이나 유럽 같은 나라들만 얘기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그리고 서남아시아까지 다루면서, 어떻게 세계가 연결되어 왔는지 알려준다.


  게다가 이 책은 단순히 사실과 설명의 나열이 아니라, 사회자와 세 명의 전문가가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서술되어 있었다. 이정치, 박문화, 그리고 김경제라는 이름의 전문가들은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그 시대, 그 지역에 어떤 문화가 발달하고, 경제는 어떤 식으로 성장하거나 쇠퇴하였으며, 정치는 어떠했는지 글자 그대로 얘기해주었다.




  정치와 문화 그리고 경제는 하나만 따로 떼어서 볼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같이 봐야 한다. 어떤 정권이 어떤 정책을 펼치는가에 따라 문화 주류가 바뀌고 경제 정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 봐도 어떤 대통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문화계에 자유가 보장되거나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지기도 하니 말이다. 게다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도 보여준다. 기존의 역사서에서 배제되거나 한 가지 이미지만 부여되었던 인물들에 대해 다루었다. 악녀로 평가받던 여성들에 대한 다른 견해를 알려주는 게 마음에 들었다.


  많은 사진과 삽화, 도표들과 함께 들려주는 네 사람의 대화를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책이 650쪽에 달하는 두툼한 두께였는데, 보기보다 많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많은 나라의 흥망성쇠를 보면서, 어쩐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망하는 나라의 사례를 보면 그 원인들이 대개 비슷했고, 흥하는 나라 역시 그 성장 패턴이 흡사했다. 문득 우리나라가 걱정되었다. 아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 세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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