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날개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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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麒麟の翼, 2011

  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

 

 

 



 

 

  가가 형사 시리즈의 아홉 번째 이야기.


  갈릴레오 시리즈와 달리, 이 시리즈는 가족이라든지 인간 사이의 도리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그래서 주인공은 가가 형사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느낌을 준다. 어떻게 보면 가가 형사는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그들의 마음 한구석에 잠들어있는 양심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느 날 밤, 한 중년의 남자가 가슴에 칼이 찔린 채 발견된다. 그리고 근처에서 수상한 거동을 한 청년이 발견된다. 하지만 그는 도망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에 빠진다. 칼에 찔렸던 남자는 ‘다케아키’로 한 부품회사의 중역이었고, 청년은 몇 달 전에 그 회사에서 산재 보상도 못 받고 쫓겨난 ‘야시마’였다. 경찰에서는 회사에서 쫓겨난 앙갚음으로 야시마가 다케아키를 공격했다고 생각했지만, 가가 형사는 어딘지 모르게 석연찮음을 느낀다. 사고가 난 현장은 지하도인데, 다케아키는 왜 한참을 걸어와 다리 중앙에 있는 기린 조각상 아래에서 발견되었을까? 야시마의 임신한 애인 ‘가오리’는 그가 그런 일을 했을 리 없다고 주장하고, 다케아키의 남겨진 가족은 엉겁결에 아빠를 잃은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하지만 장례식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건의 양상이 바뀌게 되는데…….


  이번 이야기에서는 가가 형사는 예전에 ‘붉은 손가락, 赤い指, 2009’에서 팀을 이뤘던 사촌동생 ‘마쓰미야’와 다시 한 번 뭉친다. 게다가 이번에는 가가 아버지의 3주기 기일까지 겹쳐서, 어쩐지 ‘붉은 손가락’의 속편 같은 느낌을 준다. 그 때는 아버지의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때가 배경이었다. 음, 그러고 보니 저번 책은 어머니의 사랑이었다면, 이번 책은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자식이 올바르지 않은 길로 가길 바라지 않는, 그것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자신을 낮추고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는 ‘부모의 사랑’을 말하고 있었다. 그 전까지 아무것도 몰랐던 자식은, 그제야 부모의 마음을 깨닫고 후회하고 슬퍼한다. 하지만 옛말에도 있듯이, 모든 것은 이미 끝난 뒤였다. 문득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떠올랐다. 으음, 아까 엄마한테 투덜댔는데 죄송하다.


  이 책에서는 또한 ‘어른의 책임과 올바른 가르침’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었다.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누군가에게서 배울 때, 첫 단추를 어떻게 끼워야하는가에 대해 보여주고 있었다. 시작을 올바르게 하지 않으면, 중간이나 마무리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작가는 그 중요성을 두 남자의 죽음을 통해 보여주었다. 처음이 올발랐다면, 그들은 아마 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기에, 두 여자는 남편을 잃었고 세 아이는 아버지를 잃었다. 그 중에 한 아이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지도 못했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알려준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이 무척이나 무겁다는 걸 깨달았다. 어설픈 지식을 뽐내거나 비양심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그게 그 순간은 편하고 이득이라 여길지 몰라도, 언젠가는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물론 좋게 돌아올 리는 없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가가 형사는 주요 발표는 사촌 동생인 마쓰미야에게 시키고, 자신은 열심히 거리를 돌아다녔다. 의심이 가는 가게와 절에 들러 얘기를 나누고, 증거를 수집하고, CCTV를 확인하고, 불확실하거나 틀린 증거는 제거하고 확실한 것만 남겼다. 이런 식으로 수사하는 탐정이 누가 있더라……. 아! 소설 ‘점과 선 点と線, 1958’이랑 ‘통 The Cask, 1920’에서 나오는 형사와 탐정이 그랬다. 아마 끈질긴 탐문이 형사의 기본인가보다.


  주인공이지만 관찰자 같은 느낌을 주기에, 가가 형사 시리즈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그의 생각이나 감정이 별로 드러나지 않기에, 읽으면서 직접 느끼고 추론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쩐지 독자에게 많은 것을 시키는 책 같다. 그래도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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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plit, 2016

  감독 -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 제임스 맥어보이, 안야 테일러-조이, 헤일리 루 리차드슨, 베티 버클리

 

 




 

  소재도 재미있을 것 같고, 감독도 좋게 보는 사람이라 망설이지 않고 골랐다. 비록 다른 사람들은 ‘나이트 샤말란’은 이제 한물갔다고 하지만, 난 망했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그의 영화도 재미있게 보았으니까.


  딸의 생일파티를 끝내고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다주려던 아버지가 습격당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고 차에서 기다리던 세 명의 소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납치당하고 만다. 정신을 차린 그들을 맞이하는 건, 한 명의 남자. 그런데 이 사람,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 어느 날은 결벽증이 있는 냉정한 남자로 말하다가, 다른 때는 요염한 여자처럼 얘기하고 또 어느 순간에는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칭얼댄다. 이 남자의 이름은 ‘케빈’으로 무려 23개나 되는 인격이 몸속에서 공존하는, 흔히 말하는 ‘다중인격’ 즉 ‘해리성 정체 장애’를 갖고 있는 정신질환자였다. 탈출을 시도하던 ‘클레어’와 ‘마르샤’는 독방에 갇히고, 혼자 남은 ‘케이시’는 어떻게든 케빈의 다른 인격을 달래 도주할 계획을 세운다. 한편 케빈을 오랫동안 상담 치료하던 ‘플레쳐’ 박사는 어딘지 모르게 그가 달라졌다는 것을 눈치 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인격이 나타나는데…….


  다중인격이라는 설정 자체도 흥미로웠는데, 거기에 감독인 자극적이면서 관심이 가는 여러 가지 소재를 적절하게 집어넣었다. 예를 들면 케빈이 어떻게 다른 인격들을 갖게 되었는지, 케이시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그리 침착하게 반응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과거의 영상들을 조금씩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리고 감독은 다중인격인 경우 각각의 인격에 따라 몸의 형질이 바뀐다는 가설을 확장시키면서 얘기를 이끌어갔다. 그 때문에 어떤 인격은 미술적인 감수성이 풍부했고, 또 다른 인격은 당뇨병이 있었다. 거기에 감독의 상상력을 발휘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24번째 인격을 만들어냈다. 그게 진짜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우와…….


  케빈과 케이시, 케 남매(?)의 상처를 보면서, 샤말란 감독의 영화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뭔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식스 센스 The Sixth Sense, 1999’에서 주인공 꼬마는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었고, ‘빌리지 The Village, 2004’의 사람들은 폭력적인 세상을 떠나길 원했다. ‘해프닝 The Happening, 2008’에서도 인간에 의해 고통 받던 자연이 복수를 하는 내용이었고, ‘더 비지트 The Visit, 2015’의 남매 역시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었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들 역시 마찬가지로 아픈 과거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상처를 극복하고 아픈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보며, 앞으로 더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꼭 평화적으로 일어나는 건 아니었다. 해프닝과 이번 작품은 상당히 폭력적이었다. 그리고 가해자였다가 피해자가 된 사람들은 그걸 깨닫지 못했다. 해프닝은 폭력적인 방법으로 되갚아줬지만, 이번 작품은 좀 달랐다. 케빈은 확실히 폭력으로 보복을 했지만, 그를 위해 자신의 선량한 인격을 말살시켜야했다. 어쩌면 그는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보다 더 독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주인공인 케이시는 좀 달랐다. 마지막 부분에서 그녀가 어떤 말을 했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 열린 결말처럼 끝맺었지만,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보면서 단 한 가지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과격한 방법은 쓰지 않겠지만, 전략적으로 영리하게 되갚아줄 것 같았다.


  이번 작품은 케빈 역을 맡은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력이 참으로 훌륭했다. 각각의 인격을 확실히 구별해서 보여주었다. 어린 인격을 연기할 때는 앞니가 빠진 아이들의 혀 짧고 발음이 새는 억양으로 대화했고, 여자를 연기할 때는 손가락 마무리까지 다소곳하니 우아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줬다. 게다가 안경을 낀 냉정한 납치범일 때와 자유분방한 예술가일 때는 같은 옷이지만 옷매무새와 눈매마저 차이를 뒀다. 물론 억양이나 말투가 다른 건 기본이다. 이 영화에 별점을 높이 준 이유에는 그의 연기가 한몫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보면 두 명의 반가운 사람이 등장한다. 한 사람은 감독인 샤말란이고, 다른 한 명은 비밀로 해두겠다. 그리고 그가 한 대사 역시 비밀이다. 후훗후훗후훗


  참, 이 작품을 보면서 예전에 읽은 ‘빌리 밀리건’이라는 실존했던 다중인격 범죄자에 대한 책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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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이트웨이 미술사

데브라 J. 드위트 외 지음, 조주연 외 옮김 / 이봄 / 2017년 1월











 

  부제 - 미술의 요소와 원리, 매체, 역사, 주제 - 미술로 들어가는 4개의 문

  저자 - 데브라 J. 드위트, 랠프 M. 라만, M. 캐스린 실즈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샘플북을 제공받아 적었습니다 *


  지금까지 내가 읽은 미술사는 조카들을 위한 어린이용이 전부였다. 그 책들은 대개 고대 미술부터 현대 미술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유명 작가와 작품, 그리고 당대를 이끈 미술사조에 대한 설명을 다루고 있었다. 말 그대로 역사를 중심으로 한 작가와 작품 소개였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달랐다. 제목은 미술사였지만, 부제에서 풍기는 뉘앙스가 달랐다. 미술로 들어가는 4개의 문이라니,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샘플북을 다 보고나서 내가 뭘 읽은 걸까 잠시 생각해보았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어린이용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와 연관된 미술 작품 소개서가 아니라, 미술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부제에 적힌 4개의 문이, 바로 소제목으로 그것을 기본으로 미술이 어떻게 발전해왔고 이어져왔는지 얘기하고 있었다. 1부인 『기초』, 그러니까 요소와 원리는 중고등학교 미술 이론 시간에 배웠던 선과 면 그리고 색채를 다루고 있었다. 여러 작품들을 보여주면서, 여기에 사용된 여러 선이나 색채 그리고 면이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보여주었다. 과거에 그려진 ‘나스카 지상화’에서부터 현대 작품인 클램프의 만화에까지, 선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집중과 몰입, 그리고 자유와 열정에 대해 얘기한다.


  2부인 『매체』에서는 작가가 자신의 예술세계를 표현하는 여러 가지 재료와 과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고전적인 드로잉이나 판화에서부터 현대적인 비디오 아트와 디지털 아트 그리고 건축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여기서 특징적인 것은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라는 장르였다. 글자에 대해 다루고 있었는데, 보면서 ‘우와-’했다. 중세의 채색 필사본이라든지 현대 광고에서 쓰이는 로고나 삽화에 대한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이게 이렇게 연결되는 구나.


  3부인 『역사』는 목록을 보니 어린이용 책에서 본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이 샘플북에서는 20세기와 21세기 부분이 실려 있었다. 설치 미술과 비디오 아트 그리고 포스트모던 건축에 대한 얘기를 알 수 있었다. 음, 왜 난 현대에 살고 있는데 현대 미술이 낯선 걸까?


  마지막 4부 『주제』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미술가들이 공통적으로 다룬 주제에 대해 말한다. 여기서는 과학과 관련된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단순히 과학적인 내용의 그림뿐만이 아니라, 과학을 활용한 미술 창작까지 다루고 있었다. 현미경을 사용한 미세한 조각이라든지 ‘인체의 신비’ 전시회 등이 그 예였다. 인체의 신비가 과학전시라고 알고 있었는데, 여기서는 미술 관련 전시회였구나.


  그리고 이 책만의 특징을 꼽자면 8점의 대표 작품일 것이다. 각 챕터에서 다루는 주제별로 저 그림들을 설명하길 반복하면서, 한 작품을 다른 관점에서 감상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작가가 선을 어떻게 활용해서 보는 이가 어디로 집중하게 만들었는지, 어떤 재료와 어떤 표현법을 사용했는지, 역사적으로는 어떤 배경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주제와 의의가 있는지 볼 수 있게 도움을 준다.




  나중에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읽을 만한 난이도는 아니겠지만,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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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째 카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6 링컨 라임 시리즈 6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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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Twelfth Card

  작가 - 제프리 디버

  링컨 라임 여섯 번째 이야기.





  할렘에서 사는 열여섯 살 된 ‘제네바’에게는 목표가 있다.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명문대로 진학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그녀는 과제에 쓰기 위해 흑인 박물관에서 해방 노예 ‘찰스 싱글턴’에 대한 자료를 찾고 있다. 그런데 문득 자신을 노리는 듯한 수상한 사람을 발견한다.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하지만,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한편, 사건을 의뢰받은 ‘링컨 라임’은 어색함을 느낀다. 제네바를 공격했던 남자는 명백히 강간범 특유의 흔적을 남겼지만, 그의 직감은 뭔가 다른 게 있다고 속삭였던 것이다. 그의 짐작대로 현장은 조작되어 있었고, 그 남자는 일반인이 아닌 살인청부업자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도대체 살인청부업자가 할렘에 사는 고등학생을 노릴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심지어 그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아무 상관없는 지나가는 사람마저 총으로 쏴죽일 정도로 냉혈한이었다. ‘링컨 라임’와 ‘아멜리아 색스’를 비롯한 팀원들은 소녀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살인자와 공범을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청부업자는 언제나 반발자국 앞서 나가며 그들을 위험에 빠트리는데…….


  이번 이야기는 동기를 알 수 없는 사건의 연속이었다. ‘아하, 이거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뒤에서 스윽 다른 게 튀어나오고, 그래서 ‘그럼 저거냐?’라고 추측하니 옆에서 불쑥 엉뚱한 게 튀어나와 ‘메롱, 속았지!’를 외친다. 지난 이야기도 그랬지만, 이 작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말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반전에 반전을 넣어서 마지막 부분이 될 때까지 제네바를 죽이라고 청부한 사람이 누구인지, 왜 그녀를 죽이려고 했는지 확실해지지 않았다. 물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거라는 건 알고 있지만, 끝까지 사람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중간에 헷갈리게 만드는 함정들까지 집어넣어서, 읽는 사람이 ‘나는 바보인가!’라는 자괴감마저 들게 했다. 아니 왜 그게 그렇게 연결이 될 수……있구나. 헐, 그걸 놓쳤네. 읽으면서 이런 감탄사가 계속해서 나왔다.


  도주로를 확보하기 위해서 보행자들을 무작위로 골라 총을 쏘는 청부업자의 행동에는 ‘헐!’하는 놀라움이 들었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지금까지 본 악당은 적어도 자기가 해야 할 일과 관련된 사람들만 죽였는데, 이번 이야기의 악당은 그런 게 없었다. 자신의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면, 차에 독가스를 집어넣기도 하고 경찰을 공격하기도 하고 심지어 특공대마저 함정에 빠져 죽을 위기에 처한다. 그래서 혹시 저번 이야기에서처럼 링컨 라임을 공격하는 건 아닌지, 제네바가 위험해지지는 않는지, 아멜리아가 사고를 당하지는 않을지 책장을 넘길때마다 조마조마했다.


  물론 모든 페이지가 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건 아니었다. 읽다가 웃기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문장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흑인 남자 둘이 할렘 길거리에서 돈을 주고받는다면, 설령 침례교 오순절 교회 목사에게 십일조를 내는 장면이라 해도 일단 경찰의 의심을 받을 것이다.-p.115' 같은 문장은 흑인이 하는 행동이라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회의 분위기를 적절하고 재치 있게 표현했다. 아, 난 이런 문장이 참 좋다. 진지하지 않으면서 묵직하고, 직설적이지 않고 약간 돌아가면서 말하는 표현이 참 마음에 든다.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어쩐지 책의 패턴이 비슷해진다는 느낌이 든다. 반전은 적어도 두 번 정도 주고, 중간에 의심스러운 사람이 두세 명 나오지만 거기에 현혹되면 안 되고, 절대로 범인이라 생각을 0.0001%도 안 했던 사람이 공범이고. 흐음, 이정도면 다음 이야기에서는 범인을 맞출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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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구스타보 쿠퍼 감독, 캐스퍼 반 디엔 외 출연 / 에이스미디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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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제 - June, 2014

  감독 - L. 구스타보 쿠퍼

  출연 - 캐스퍼 반 디엔, 빅토리아 프랫, 애디 밀러, 에디 제미슨






  아기를 제물로 바치는 의식을 행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중간에 의식은 제대로 행해지지 않았고, 제물이었던 아기와 어린 여자아이 하나만 살아남는다. 시간이 흘러, 위탁가정에서 학대를 받으며 살고 있는 ‘준’이라는 여자아이가 등장한다. 준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는데, 그녀가 화가 나면 ‘에어리’라는 상상 속의 친구가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괴롭힘을 참다못한 준은 마침내 폭발을 하게 된다. 그녀는 결국 파양을 당하고, ‘릴리’와 ‘데이브’라는 젊은 부부의 집으로 가게 된다. 그런데 그녀를 담당한 복지사가 알고 보니 예전에 의식을 행하던 조직의 일원이었다. 그들은 준을 이용해 실패했던 의식을 성공시키려고 하는데…….


  포스터를 보면 이렇게 적혀있다. ‘캐리는 잊어라!’ 헐, 감히 킹느님의 작품을 잊으라니! 이런 건방진! 좋아, 어떤 영화인지 보고 욕해주겠어! 음, 어쩐지 광고카피를 만든 사람의 노림수에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 낚인 건가?


  영화는 그냥 그랬다라는 말이 아까울 정도였다. 긴장되지도 않았고, 막 ‘어떡해!’라는 조마조마한 마음도 들지 않은 느슨한 구조였다. 또한 내레이션이다. 쓸데없는 군더더기 정보가 내레이션을 통해 전달되는 바람에, 긴장감은 1도 느껴지지 않았다.


  의식이 한창 진행되다가 엉망이 되는 바람에 준은 능력은 있지만 그걸 잘 제어하지 못했다. 또한 아기 때부터 위탁 가정을 전전하는 바람에 그녀의 그런 능력을 잘 이끌어줄 존재도 없었고 말이다. 그래서 그녀가 감정의 급격한 변화, 예를 들면 슬픔이나 분노 같은 것을 느끼면 힘이 발휘된다. 대개 물건이 깨지고 돌풍이 부는 정도이다. 그런데 문득 ‘왜 애가 저런 집에서 자라야했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복지사가 조직의 일원이었다면, 처음부터 조직원의 집에서 기르게 하면 되는 거 아니었나? 왜 굳이 아홉 살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릴리에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꼭 릴리 부부가 맡아서 길러야했다면, 그 전에라도 다른 조직원이 길러도 되는 거 아닌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릴리의 심경의 변화 역시 좀 억지스러웠다. 그녀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하면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서 패스하겠지만, 그녀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따라가기 힘들었다. 단지 꿈 하나 꿨다고 그렇게 바뀌기엔 중간 과정이 너무 생략되었다.


  또한 결말! 와, 이건 진짜 뭐라고 해야 할까? 화장실 갈 때는 마치 엄청나게 나올 것처럼 우르릉 쾅쾅했지만, 막상 나온 건 새끼손가락 한마디 정도 밖에 안 되는 경우? 네 시작은 거창했지만 결말은 허무하리라, 뭐 이런 거?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이걸로 끝이야?’라는 허무함이 들 정도였다. 음, 허무하고 화가 나서 잠시 ‘캐리 Carrie, 1976’은 잊었다. 헐, 포스터의 문구가 과대과장광고가 아니었던 건가! 하지만 이 영화를 두 번 보느니, 차라리 캐리를 세 번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여러분, 오리지널 캐리 보세요, 두 번 보세요. 아니, 열 번 봐도 괜찮아요. ‘클로이 모레츠’가 나오는 ‘캐리 Carrie, 2013’도 좋지만, ‘씨씨 스페이식’이 나오는 ‘캐리 Carrie, 1976’이 더 오싹해요. 아, 캐리 또 보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애 머리 좀 묶어줘라. 준의 머리가 등을 덮을 정도인데, 학교 갈 때나 밥 먹을 때 제대로 빗질도 안 해준다. 단정하게 하나로 묶거나 양 갈래로 땋아주면 얼마나 깔끔하고 좋아?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예쁘고 깔끔하게 잘 꾸민 여자아이가 귀엽게 미소 지으며 사람들을 공포에 빠트리는 영화가 나오면 좋겠다.


  데이브 지못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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