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에드 맥베인.로런스 블록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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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hristmas at The Mysterious Bookshop

  엮음 - 오토 펜즐러

  작가 -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메리 히긴스 클라크, 앤드류 클레이번, 에드 맥베인, S. J. 로잔, 예레미야 힐리, 마이클 말론, 루퍼트 홈즈, 앤 페리, 에드워드 D. 호크, 조나선 샌틀로퍼, 론 굴라트, 찰스 아다이, 토머스 H. 쿡, 조지 백스트, 리사 미쉘 앳킨슨, 로런스 블록


 

 

 

 

 

  위를 보면 뭔가 달라진 부분이 보일 것이다. 원래는 원제와 작가만 적는데, 이번은 엮은이를 첨가했다. 왜냐하면 엮은이인 ‘오토 펜즐러’가 17년 동안 추리작가들에게 매년 크리스마스 단편을 의뢰했고, 그 작품들을 모은 것이 바로 이 책이기 때문이다. 펜즐러는 작가들에게 글을 의뢰하면서 몇 가지 조건을 걸었다고 한다. 시간적 배경은 크리스마스여야하고, 그가 운영하는 미스터리 서점과 연관이 있어야 한다는 것들이다. 그래서일까? 몇몇 이야기들은 서점이 있는 건물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파티장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라든지 소문으로만 전해졌던 희귀 서적에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원래 단편집 리뷰는 하나하나씩 짚어가면서 어땠는지 감상을 적어왔다. 하지만 17개나 되는 이야기들을 다 적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몇 개만 골라 적기엔 작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들이 이 감상을 읽을 리는 없지만 말이다. 하아, 그러니까 이 책이 참 재미있고 사건들이 깔끔하면서 유머러스하지만 어떤 것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거나 감동도 주고 기발한 트릭으로 읽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만, 그 좋은 점을 자세히 말할 수가 없어서 안타깝기만 하다. 적당히 아날로그적이면서 적당한 유머와 적절한 진지함이 절묘하게 뒤섞인, 그러면서 뒷맛이 개운한 추리. 딱 내 취향인 책이었다.

 

 

  읽으면서 제일 황당하면서 킬킬거렸던 대목은 199페이지에서였다.


 


 

  이미 112쪽에서 다른 작가가 ‘이 글이 단편이어서 아쉽다. 만약 장편이었다면 서 20번가 뒷길에 있는 마굿간 딸린 집을 세세하게 묘사했을 텐데 말이다.’라고 적었을 때부터 심상치 않다고 느꼈지만, 압권은 역시 119페이지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게다가 어떤 작가는 자기가 쓴 단편에서 본인 디스를 하거나, 다른 작가의 책을 인용하면서 말장난까지 하기도 했다. 아, 이런 센스쟁이들!

 

 

  단편집이라 기분이 우울할 때나 기분이 좋을 때, 날이 흐리거나 하늘이 너무도 맑을 때, 비가 올 때나 눈이 올 때, 아무 때나 집어서 한두 편만 골라 읽을 수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마스라서 이렇게 유쾌하고 깔끔한 단편들이 만들어진 거라면, 할로윈 주제였다면 얼마나 으스스하고 기기한 이야기들이 나왔을까? 아쉽다. 펜즐러가 크리스마스와 할로윈, 이렇게 일 년에 두 번 단편 의뢰를 했어야 한다.

 

 

  펜즐러 씨, 할로윈 버전도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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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Friend Request, 2016

  감독 - 시몬 베호벤

  출연 - 앨리시아 데브넘 캐리, 리슬 알러스, 윌리암 모즐리, 코너 파올로

 

 







  이 영화, 지난주에 개봉하자마자 보러갔는데 어영부영 리뷰를 쓰기 귀찮아서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미루면 영화를 볼 때 느꼈던 감상이 사라질까봐, 이제야 쓰게 되었다.



  ‘로라’는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남들에게 친절하며 예쁘기까지 한, 캠퍼스의 SNS 스타이다. 언제나 그녀를 사랑하는 유쾌한 친구들과 함께 행복한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수업을 듣는 외톨이 학생인 ‘마리나’가 친구 신청을 해온다. 평소와 다름없이 로라는 신청을 수락했는데, 그 때부터 마리나의 집착이 시작된다. 밤이건 낮이건 가리지 않고 답을 할 때까지 계속해서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한다. 결국 로라는 마리나와 대판 싸우고 난 뒤, 그녀를 친구 목록에서 삭제한다. 상심한 마리나는 끔찍한 방법으로 자살한다. 그런데 그 날 이후, 로라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그녀의 SNS에 마리나의 자살 동영상이 업로드 되고, 메시지가 날아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SNS인데 탈퇴도 삭제도 되지 않았다. 제일 친한 친구들이 하나둘씩 기이하게 죽어가고, 로라의 SNS에는 그 죽음의 영상이 업로드 되는데…….



  영화는 중반으로 접어가면서 초반과는 다른 분위기를 주었다. 처음에는 외톨이인 학생이 학교 인기인에게 집착하고 스토커짓을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외톨이였던 마리나가 죽은 후 로라의 SNS가 해킹을 당한 것 같은 상황이 되자, 혹시 뛰어난 실력의 해커가 배후에 있을 거라는 추측을 했다.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다니 마리나가 죽지 않았거나, 아무도 몰랐지만 그녀에게 친구가 하나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상황은 보던 나를 혼란에 빠트렸다. 마리나가 죽은 방법이 마녀들이 했던 주술의 하나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인터넷이나 전선을 통해 저주가 전달된다는 설정은 이 영화가 처음이 아니다. ‘링 リング: The Ring, 1998’부터 시작해서 ‘피어 닷컴 FearDotCom, 2002’으로 이어진 설정이다. 이 작품은 그것을 한층 더 발전시켜 마녀의 저주까지 접목시켰다. 과학의 발달로 시대가 변하니, 주술을 거는 방법도 맞춰서 발전해야하는 법인가보다. 이후 영화는 저주로 죽어가는 친구들의 끔찍한 모습과 이를 풀기위해 고군분투하는 로라를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로라를 멀리하거나 원망하는 친구들의 모습, 경찰이 로라를 의심하는 상황 그리고 마리나의 숨겨진 비밀 등이 하나둘씩 드러났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 ‘이 작품은 뭘 말하고 싶은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외톨이로 지내는 아이에게 친절히 대해주지 말자? 아무에게나 친절을 베풀지 말자? 친구는 가려가면서 사귀자? SNS는 인생의 낭비다? 조카들에게 친구는 골고루 다양하게 사귀는 게 좋다고 말해왔는데, 이 영화를 보고나니 과연 그 말이 맞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친구는 다양하게 사귀지만, 애가 이상한 거 같으면 사귀지 말라고 해야 할까?



  아무 생각 없이 SNS 친구 추가했다가 낭패를 본 한 소녀에 대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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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극장 - 제대로 풀어낸, 해부학 교과서 10대를 위한 지식만화 1
마리스 윅스 글.그림, 이재경 옮김 / 반니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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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제대로 풀어낸, 해부학 교과서

  원제 - Human Body Theater, 2015

  저자 - 마리스 윅스

 

 




 

 


 

  과학도서 독서 클럽인 사이언스 리더스 리더 (Science Reader’s Leader)’ 2기에 선정되었다. 그래서 과학 관련 도서 2권을 고를 수가 있었다. 중학교 1학년인 막내 조카와 함께 읽을 수 있는 종류로 고민하다가 고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조만간 학교에서 인체에 대해 배울 텐데, 이왕이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만화 형식으로 된 책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너무 재미있어서 조카에게 주기가 싫어졌다. ‘고모는 책 욕심쟁이!’라고 투덜댈 조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책은 모두 11장으로 이루어졌다. 우선 뼈부터 시작해서, 거기에 근육을 붙인 다음 숨 쉬고 피가 돌고, 음식을 먹고 소화시키며, 몸 밖으로 버리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외 호르몬이라든지 신경계 등등을 소개한다.

 



 

  극장이라는 제목답게, 해골이 무대에 나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상당히 성격이 좋고 유머감각도 있으면서 대인관계도 원만한 느낌이었다. 하긴 한 몸 안에서 같이 살아가는 애들이 사이가 나쁘면 곤란할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이 해골과 제일 친한 친구가 손가락인 것 같다. 상처가 나는 예를 들어 보일 때면, 꼭 손가락을 부르니 말이다. 음, 친구가 맞겠지? 혹시 손가락이 호구라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사실 10대를 위한 책이라고 하지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10대 조카를 둔 고모가 봐도 재미있었으니까. 아주 오래 전에 봉인시켜뒀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면서, 용어들이 동면에서 깨어 달려오는 것 같았다. 나 기억해? 나 왼 심방! 예전 과학 시간에 외웠었잖아! 나 몰라? 나 호중구! 까먹었어? 으앙, 너무한다! 적혈구는 기억하고 나는 왜 몰라! 너 공부 시간에 잤지! 이런 느낌?

 



 

  그림은 상당히 세밀했다. 귀엽게 미화된 존재들도 있었지만, 그러면서도 그 특징은 놓치지 않았다. 미화되지 않은 경우에는, ‘우와!’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정밀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해부학 교과서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어떤 부분은 예전에 학교에서 배웠던가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전문적이기까지 했다. 그래도 너무 나간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저자가 적절하게 끊어줬다. 독자가 호기심을 가질 정도의 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중간에 약간 고어틱한 그림도 있었지만, 코믹하게 처리되어 징그럽다거나 잔인하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하아, 이런 장면만 눈에 들어오는 나란 사람은……. 다행히 막내 조카는 그 부분을 무난히 넘어가 꽤 재미있게 읽는 눈치였다. 다행이다. 이번 기회에 조카가 과학은 어렵지 않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이 책처럼 전문적이면서 재미있는 표현으로 가득한 도서들이 많이 나오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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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 Cure for Wellness, 2017

  감독 - 고어 버빈스키

  출연 - 데인 드한, 제이슨 아이삭스, 미아 고스, 셀리아 임리







  예고편을 보고 어떤 내용일까 의문이 든 작품이었다. 요양원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이니 의학 스릴러일까? 그런데 어쩐지 화면 분위기가 예쁜데? 보자! 그런데 영화를 예매하고 나서야 두 시간 반 정도 되는 시간이라는 걸 알았고, 그건 어쩐지 불길한 뭔가를 예고하는 듯 했다.


  증권가에서 일하는 ‘록하트’는 심장마비로 숨진 전임자를 대신해 스위스로 향한다. 요양원에 갔다가 이상한 편지를 보내고 복귀하지 않은 회장을 데려오기 위해서였다. 그가 오지 않으면 합병 건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기에, 록하트의 책임은 막중했다. 하지만 금방 끝날 것 같던 일은 꼬여가기만 했다.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도리어 그가 요양원에 입원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요양원에서는 교묘하게 회장과 록하트가 만나는 것을 방해하는 느낌을 준다. 각박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와 달리, 모든 것이 한가롭고 자유롭게 보이는 요양원. 그렇지만 록하트는 그 뒷면에 비밀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다. 계속해서 이상한 환각에 시달리는 그. 또한 요양원에 들어온 사람은 있지만 나간 사람은 없다는 말과 예전에 이상한 실험을 하다가 주민들에게 살해당한 남작의 성을 재건축했다는 뒷이야기까지 들은 그의 의심은 거의 확신에 가까워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록하트가 치료의 영향으로 환각과 망상증에 시달린다는 원장의 말을 더 믿는데…….


  좋은 얘기를 먼저 하는 것이 대화의 비법이라고 하니, 우선 이 영화의 장점을 먼저 짚어보겠다.


  영화의 영상은 무척이나 멋졌다. 높은 산 꼭대기위에 있는 고풍스런 성과 자연 경관이 잘 어우러진 요양원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또한 하얀색과 푸른색의 대비가 어우러진 건물 내부와 물은 청량하고 깔끔하다는 인상과 함께 어딘지 모르게 마음을 편하게 하는 느낌을 주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록하트에게 보이는 장어의 이미지는 물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자연스레 뭔가 있다는 확신을 갖게 했다. 그리고 조금씩 시간차를 두고 툭툭 던져진 힌트들은 충분히 생각하고 분석하고 끼워 맞출 여유를 주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기도 한참 전에 요양원의 비밀과 원장이 꾸미고 있는 음모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다. 의학적 설명이 필요한 부분만 빼면, 영화는 거의 모든 것을 다 설명해주는 친절함까지 보였다.


  또한 주인공 록하트 역을 맡은 배우 ‘데인 드한’은 더없이 배역에 잘 어울렸다. 평상시에도 안색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 그의 이미지는 언제나 만성 피로와 온갖 질환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딱이었다. 또한 ‘한나’역을 맡은 ‘미아 고스’의 모나리자 화장법은 신비롭고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닌 분위기를 주기에 충분했고 말이다. 영화는 영상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다.


  모든 힌트를 다 보여주고 모든 것에 대한 설명을 구구절절 다 하고 심지어 생각할 시간마저 충분히 주었기에, 도리어 너무 느슨하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결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당연히 원인이 있어야 한다. 원인이나 동기가 불충분하면, 왜 그런 결론이 되는지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그렇게 생각하면 거의 모든 장면은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당연히 필요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몇몇 부분은 과감하게 쳐내고 좀 더 빠른 속도감을 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반까지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줬기에, 후반에 드러낸 사건의 진상은 그리 놀랍지 않았다. 이미 예상했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시간이 넘으면서 집중력이 흐트러져서인지 마무리가 그렇게 인상적이라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자연경관이 아름답긴 했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이 작품은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지, 내셔널 지오그래피 영상이 아니니까.


  영화를 보고나서 뭐라고 정의를 내려야 할까 고민했다. 시간을 뛰어넘는 영원한 사랑? 영생을 꿈꾸는 인간의 덧없는 욕망? 물질에 집착한 나머지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현대인에 대한 비판? 신기한 동물 세계? 그것도 아니면 완전한 사육을 원했던 변태의 집착? 이 모든 것을 집어넣으려했기에 그렇게 설명이 많아야했고, 상영 시간이 길어졌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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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비서들 - 상위 1%의 눈먼 돈 좀 털어먹은 멋진 언니들
카밀 페리 지음, 김고명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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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상위 1%의 눈먼 돈 좀 털어먹은 멋진 언니들

  원제 - The Assistants, 2016

  작가 - 카밀 페리

 

 

 

 

 

 

 

 

 

  ‘티나’는 세계적인 미디어 재벌 ‘로버트’의 비서다. 어느 날 그가 쓴 영수증을 처리하다가 카드회사의 실수로 공돈 2만 달러가 생긴다. 몇날며칠을 고민하던 그녀는 10년째 내고 있는 학자금 대출을 갚아버린다. 하지만 경비에 관련된 일을 처리하던 ‘에밀리’에게 그 사실을 들켜버리고, 이번에는 그녀의 학자금 대출을 갚도록 영수증 처리를 하라는 협박을 받는다. 은근슬쩍 공범이 되어 버린 두 사람. 그런데 공교롭게도 회사에서 제일 깐깐하다 일컬어지는 회계팀장 ‘마지’가 그 사실을 알아차린다. 고발당할줄 알았던 둘에게 마지는 의외의 제안을 한다. 자신이 아끼는 다른 비서의 대출금을 갚을 수 있게 일처리를 하라는 것이다. 이제 비밀을 아는 사람이 하나둘씩 늘어가면서 티나의 고민은 깊어간다. 설상가상으로 회사 회계팀에서 내부 감사에 들어간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는데…….

 

 

  언젠가도 말했지만, 난 ‘뤼팽’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리 그가 의적이라고 하지만 결국 도둑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 책을 올 초에 읽었다면, 혹평을 가했을 것이다. 결국 그들은 회사 공금을 횡령한 도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올 하반기에 이 나라를 휩쓴 엄청난 사건들을 보면서 그들의 행동을 응원하게 되었다.

 

 

  에밀리와 티나가 학교를 졸업한 후, 몇 년 동안 생활비를 아껴가면서 갚아야할 몇 만 달러나 되는 학자금은 로버트나 간부들에게는 별 거 아닌 푼돈이었다. 로버트가 호텔로 돌아가서 갖고 오기 귀찮다고 새로 구입하는 골프세트 가격이 두 사람의 대출금을 능가할 정도였고, 그가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손수건 값은 티나의 한 달 교통비와 맞먹었다. 그런 일들을 몇 년간 봐왔으니, 부의 불균형적인 재분배에 대해 불만이 생긴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 상황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본 짧은 만화가 생각난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기라든지 생활비를 조달하는 학생과 부모에게서 모든 것을 지원받는 학생을 비교한 만화였다. 전자는 학비를 버느라 공부할 시간도 없었고 결국 좋은 스펙을 갖지 못해 회사 취업에서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후자는 부모의 지원으로 어학연수라든지 자격증을 딸 시간이 넉넉해 취업에서 유리하다는 내용이었다. 남자 버전과 여자 버전이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참 씁쓸했다.

 

 

  어떻게 보면 시작점 자체가 달랐다. 누군가는 잘난 부모를 둔 것도 능력이고 돈도 실력이라고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 주변의 많은 티나와 에밀리, 웬디, 진저 그리고 릴리에게는 그런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능력이나 실력은 없었다. 자기 힘으로 스스로 공부를 해야하고, 학비를 벌어야 했다. 결국 그들은 학자 대출금 때문에 졸업하기도 전에, 사회에 발을 내디디기도 전에 엄청난 빚을 지고 말았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대학을 안가면 되잖아? 그렇게 되면 그건 또 다른 차별이고 새로운 계급사회의 성립이라고 볼 수 있다. 하아,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은 나오지 않는다. 개천은 말라버렸고, 어린 새끼 용들은 말라죽거나 굶어 죽어버렸다. 그런데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개천에서 죽기 직전의 용을 위해 그들은 횡령을 한 걸까? 그게 최선이었을까?

 

 

  책을 읽으면서 요즘 사회를 생각하니 통쾌하다가 답답해졌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티나와 에밀리처럼 일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음. 아마 집 앞에 마티즈가 와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차 안에는 번개탄이…….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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