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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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제 - オレの宇宙はまだまだ리い, 2012

  작가 - 마스다 미리

 

 

 

 

 





  '수짱 시리즈'를 읽다보면, 그녀가 관심을 가진 남자가 두 사람이 나온다. 한 명은 그녀가 전에 일하던 카페 직원과 결혼을 했고, 다른 한 명은 여자 친구가 있다는 걸 알고 수짱이 마음을 접는 분위기였다. 그 당시 책을 읽으면서 여자 친구도 있는 놈이 양다리 걸치려고 한다고 욕했던 기억이 난다. 그 남자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쓰치다 신지'이다. 이미 그에 대해 안 좋은 선입견이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을까말까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모르고 욕하는 것보다 알고 욕하는 게 더 낫다는 신념 때문에 책을 읽기로 했다.

 

 

  쓰치다는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는 서점 직원이다. 결혼한 친구를 보면서 무척 부러워하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앞날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러면서 성실하게 자기 일을 해나가서 점장의 평판도 좋은 편이다. 얼마나 성실하냐면, 다른 서점은 어떻게 하고 있나 보러갈 정도이다. 책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진다.

 

 

  다만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해서 속으로 삼키기도 하고, 하고 싶은 말도 머뭇거리다가 제때 못하거나, 중간 단계를 건너뛰고 말을 해서 나중에 이불을 걷어차기도 한다. 책 얘기할 때는 180도 달라지지만, 그 외에는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이다. 좋게 말하면 차분하고 생각이 많은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혼자 속으로 꿍얼댄다고 보면 된다.

 

 

  책은 쓰치다가 서점에서 만나는 여러 손님들과 그들을 보며서 그가 생각하는 것들, 병으로 얼마 못사시는 큰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죄송스러움, 그리고 그 속에서 그가 생각하는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그걸 읽으면서 처음에 가졌던 선입견이 조금 달라지는 것 같았다. 작가가 다음 이야기를 만들어줘야 그에 대한 생각이 바뀔지, 아니면 욕을 하게 될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4년이 지났으면 슬슬 다음 편을 내놓아야 하는 게 아닐까요, 작가님?

 

 

  서점에서 일하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보니, 책에 대한 이야기가 꽤 많이 나온다. '따뜻한 책'이라든지 '어린 시절 좋아했던 책'은 무엇인가 등등. 책장을 덮고 내가 생각한 따뜻한 책은 무엇인지, 어린 시절 여러 번 읽었던 책은 어떤 거였는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따뜻한 책은 떠오르지 않는다. 도대체 난 어떤 책을 읽어왔단 말인가!

 

 

  어릴 때 여러 번 읽은 책은 '소공자'와 '비밀의 화원'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셜록 홈즈'를 접하면서는 셜록 홈즈 이야기만 반복해서 읽고, '크리스티'를 만나면서는 '포와로'와 '마플' 이야기만 계속해서 읽었다. 음, 어릴 때 읽은 책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셜록 홈즈 이후 난 추리 소설에 푹 빠지기 시작했으니까. 아버지가 오라버니를 위해 청소년용 세계 추리 소설 전집과 SF 소설 전집을 구입하지 않으셨다면, 난 어떤 책을 읽는 사람으로 자랐을까?

 

 

  아! 중간에 쓰치다가 서점에서 작가를 한 명 만나는데, 그야말로 깜짝 손님이었다. 바로 마스다 미리! 자기 책에 등장하는 작가라니……. 게다가 잘 찾아보면 수짱 시리즈의 인물들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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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초등학생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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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제 - おとな小學生, 2013

  저자 - 마스다 미리

 

 

 

 

 

 

 

  나는 언제부터, 어떻게 책을 읽기 시작했을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머니의 말씀을 들어보면 서너 살 무렵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 초등학생이던 오빠가 책 읽는 모습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때부터 책을 읽어주셨다고 한다. 오빠의 증언에 의하면 글자도 못 읽는 꼬꼬마 주제에 감히 오라버니가 보시는 교과서를 가져다가 이상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서 읽는 척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건 나 혼자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동생도 그랬고, 조카들도 감히 고모님이 보시는 책을 가져다가 읽는 척을 했었으니…….

 

 

  어린이는 동화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상하게 언니오빠아빠엄마가 읽는, 그림이라고 하나도 없는 책에 더 눈길이 간다. 어쩐지 그걸 읽으면 나도 언니오빠가 될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참 이상하다. 나이가 들면 줄글책보다 어린 조카들이 읽는 책에 더 손이 가니 말이다. 동화책을 집어 들면, ‘어! 이거 예전에 읽은 거다!’라는 생각과 함께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 든다. 평소에는 기억도 나지 않았던 어린 시절 살던 집의 모습, 그 책을 읽던 날의 날씨, 옆에서 같이 있던 친구가 했던 말, 교실의 분위기 등등이 떠오른다. 비록 HD화면처럼 선명하진 않고, 마치 하얀 베일을 뒤집어쓴 것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이 책은 마스다 미리가 어린 시절 읽었던 여러 동화와 그에 관련된 추억으로 이루어져있다. 글로 된 추억이 한 장 그리고 만화로 구성된 느낌이 한 장. 저자는 어린 시절과 달라진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그 당시에는 모르고 지나쳤던 감정이나 느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도 한다. 저자 특유의 감성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있다. 어떤 대사에서는 ‘맞아!’라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장면에서는 뭉클해지기도 했다.

 

 

  중간중간에는 과거의 저자와 현재의 저자가 캠핑을 가면서 대화하는 한 컷 만화도 들어있다. 어렸을 때 어른에 대해 가졌던 의문을 물어보는 꼬꼬마 저자와 거기에 숨김없이 대답하는 현재의 저자, 둘의 만남은 그 자체로도 귀여웠다. 그나저나 숲으로 캠핑을 가서 겨우 핫케이크만 만들어 먹고 오다니……. 이럴 수가! 캠핑은 무조건 고기! 고기! 고기인데 말이다. 고기의 낭만을 모르다니, 안타깝다. 내가 같이 갔으면 옆에서 구워줬을 텐데.

 

 

  그녀가 언급한 동화책 중에는 내가 읽은 이야기도 몇 편 있었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는 느낌과 그녀가 생각하는 것은 무척 달랐다. 그게 참 재미있었다. 한 권의 책을 두고 사람마다 느끼고 받아들이는 부분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구나. 하긴 똑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도 그때마다 와 닿는 것이 다른데, 아예 다른 두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럴 것이다.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거나, 그냥 넘어갔던 점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것. 이게 바로 다른 사람의 리뷰를 읽는 재미가 아닐까?



 

  여기서 수수께끼 하나.

 

 

  별다른 훈련을 받지 않아도 탈 수 있는 타임머신 중의 하나는? 접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느낌을 주고 뭉클하게 하는 것은? 잊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찾을 수 있는 장소는?

 

 

  그건 바로 동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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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똑같은 생각만 할까 - 문제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창의력 처방
데이비드 니븐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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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문제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창의력 처방

  원제 - It’s Not About the Shark, 2014

  저자 - 데이비드 니븐

 

 

 

 

 

 

 

 

 

  처음 작가의 이름을 읽고는 배우가 떠올랐다. 옛날 영화에서 보았던, 콧수염을 기른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짓던 배우였다. 물론 이 작가와는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사람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 배우가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갑자기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막힐 때, 지금까지 하고 있던 일에 변화가 필요할 때 어떻게 풀어야할 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평소에 일이 막힐 때 써먹던 방법을 쓴다거나 주위 사람들의 조언을 듣는 편이 많다. 때로는 그런 것들이 효과적인 경우도 있고, 또 어떤 때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뭔지 실감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럴 때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발상의 전환’에 대해 말하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밀쳐 버려라』,『두려움의 덫에 갇히지 마라』,『불확실함을 포용하라』,『노력하지 마라』,『조직의 힘을 믿지 마라』,『확신하지 말라』,『첫 번째 생각은 과감히 버려라』,『한눈을 팔아라』,『반대쪽을 용인하라』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라』라는 총 10개의 챕터로 나뉘어져있다. 각각의 챕터에는 소제목에 맞는 사례들이 들어있었다.

 

  예를 들면, 원제에서 얘기하는 상어는 바로 영화 ‘죠스 Jaws, 1975’를 뜻하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 상어는 별로 등장하지 않았고, 분위기와 노래만으로 사람들을 긴장시켰다. 그런데 저자의 말에 의하면, 처음에는 그런 각본이 아니었다고 한다. 원래 상어 역할을 맡을 로봇을 제작했는데, 계속되는 오류 때문에 영화를 찍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고민하던 스필버그는 문제가 되는 상어를 아예 등장시키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음향 효과와 배경음악 등으로 상어가 보이지 않아도 충분히 관객들이 공포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그의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바닷가가 아니어도, 주제가만 나오면 자연스레 물 위에 튀어나온 상어 지느러미를 연상할 정도이다.

 

 

  게다가 저자는 친절하게도, 각 챕터 말미에 ‘핵심정리’와 ‘문제에서 힘을 구하지 않으려면’이라는 부분을 집어넣었다. 말 그대로 그 챕터에서 얘기한 내용을 요약 정리해놓고, 소제목과는 다른 방향으로도 생각해볼 여지를 남겨두었다. 먼저 책을 천천히 다 훑어본 다음에, 나중에 필요할 때는 핵심정리만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발상의 전환이라는 단어는 글자로 적기는 쉽지만, 나에게 적용하기란 어려운 것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순식간에 바꿀 수 있다면,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왜 있겠는가? 고집도 있고, 그동안 쏟아 부은 시간과 노력이 아깝기도 하고, 낯설고 불확실한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말이다. 이 책은 그럴 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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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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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ふつうな私のゆるゆる作家生活, 2009

  저자 - 마스다 미리

 

 

 

 

 

 

 

  작가가 자신의 생활에 대해 얘기를 한다면, 사람들은 대개 이런 생각을 한다. 어떻게 작가의 길에 접어들었는지 이야기를 하겠군, 평소 어떤 스타일로 글을 쓰는지 말하겠지 등등. 그런데 마스다 미리의 책은 좀 달랐다. 제목에 들어있는 두 단어, '평범한'과 '느긋한'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성격이 느릿한 게 아닐까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책 속의 작가는 여유 만만했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던 어린 소녀가 우연히 잡지에서 열린 캐치프레이즈 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고,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어서 그런 회사에 들어가고, 이 길이 아니다 싶어서 무작정 도쿄로 혼자 상경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다가 우연히 4컨 만화 연재를 하게 되고, 에세이까지 쓰면서 지금의 마스다 미리가 되는 과정은 잔잔하지만 어쩐지 드라마틱했다. 결국 돌고 돌아서 어릴 때부터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책에서는 우연히, 어쩌다가 그런 일을 하게 되었다는 식으로 표현했지만, 어쩌면 어릴 때부터 그런 쪽으로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거기다 다양한 편집자를 만나면서 겪은 일들이라든지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을 찾기 위해 모임에 들어가 경험한 이야기 등등이 양념처럼 곁들여져있었다. 내키진 않지만, 뭔가 괜찮은 것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버섯 강좌라든지 밤에 하이킹하는 행사에 참여하는 부분에서는 '아~'하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감탄사가 나왔다. 버섯이라니……. 내가 제일 싫어하는 버섯! 냄새도 맡기 싫은 버섯! 그런 곳을 갈 생각을 하다니, 뭐가 평범하다는 거야!

 

  여러 편집자들을 만나면서 생각하는 대목은 무척 인상 깊었다. '서로 존경함으로써 사람은 서로 신뢰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장을 읽으면서 '아!'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남을 믿는다는 건, 이런 거구나. 그 사람이 하는 말, 행동, 생각을 믿을 수 있다는 건 이런 거구나.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이 작가의 느긋함은 단순한 여유만만이거나 느릿함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가면서 놓친 것들을 잡아내는 느릿함이 아닐까? 그것을 찾아내 자신의 안에서 충분히 소화를 하고 밖으로 내놓는 과정을 갖기 때문에, 그녀의 책에는 반짝거리는 문장이 많은 게 아닐까?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하기에 너무 평범해서, '이런 식이라면 작가 못할 사람이 누가 있어?'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결국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쓸 수 있는 모든 원동력은 자신의 타고난 재능덕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작가가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에 대한 것은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드는 걸지도 모른다. 책에는 혼자서 도시로 올라와 직장을 구할 때까지의 외로움이라든지, 막막한 앞길에 대한 불안 같은 것이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았다. 작가는 그런 어두운 일보다는 희망적이고 밝은 쪽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원래 성격이 낙천적일 수도 있고.

 

 

  문득 작가가 며느리도 모르는 자신만의 비법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저런 내용으로만 적은 걸지도 모른다는 뜬금없는 음모론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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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누나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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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僕の姉ちゃん, 2011

  작가 - 마스다 미리

 




 

 

 

  누나인 ‘지하루’와 동생 ‘준페이’는 둘 다 직장인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다.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동생의 눈에 누나는 여러모로 불가사의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때로는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곡을 찌르는 얘기를 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한없이 게으르거나 낙천적이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냉정한 커리어 우먼이면서 동시에 순수함을 갖고 있는 소녀 같기도 하다.

 


 

  두 사람 대화는 주로 퇴근 후에 이루어지고, 주제 역시 다양하다. 준페이가 회사에서 만나는 여직원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여자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지하루의 조언이 이어지기도 하고, 동생이 바라는 여성상과 누나가 바라는 남성상이라든지 누나의 일상을 보면서 느낀 준페이의 의문과 깨달음, 그리고 직설적이지만 얼굴 붉히지 않을 정도의 얘기까지 들어있다.

 

 

  남자들은 여자의 본성을 누나나 여동생을 보면서 배운다고 한다. 집에서는 내숭이라곤 없는 늘어진 모습을 보이지만 밖에 나갈 때는 한껏 멋을 내고, 집에서 하는 목소리와 전화 목소리가 다르기도 하고. 준페이도 생각하지만 ‘세상의 여자들이 모두 저렇지는 않겠지…….’라고 믿고 싶어진다는 얘기를 들었다.

 



  누나를 바라보는 남동생의 얘기를 읽다보니, 문득 난 어떤 누나였는지 궁금했다. 어릴 때는 내가 학교 가는 게 부러워서 따라다니기도 하고, 고등학생 때까지는 여름밤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같이 따라 부르면서 더위를 보내기도 했는데, 언제부터 서로 대화가 줄어들었을까? 아마 서로 직장생활을 하면서였던 거 같다. 책에 나오는 지하루와 준페이는 저녁 시간에 서로 잠깐이나마 얘기를 나누었지만, 나와 동생은 음……. 동생은 연애하느라 바쁘고, 난 취미 생활 하느라 정신없던 것 같다.

 

 

  하지만 만약 그 때 준페이처럼 동생이 질문을 해오면 난 지하루처럼 대답을 해줄 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다. 저런 식으로 유쾌하면서 적절한 비유와 날카로운 비수를 갖고 있는 대답은 내 능력 밖의 일이다. 그 때의 난 지금보다 훨씬 더 융통성이 없고, 좋고 싫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사람을 파악하는 게 서툴렀으니까. 지금도 그런 능력이 부족하긴 하지만, 동생과 살 때는 더 심했다. 음, 동생이 지하루이고 내가 준페이라고 생각하면 더 어울릴 것 같다. 지금도 그렇지만. 아, 난 동생에게 여동생 같은 누나였나 보다.

 

 

  부족한 누나를 둔 동생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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