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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 잭슨과 번개도둑 - 아웃케이스 없음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 로건 러먼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원제 - Percy Jackson and the Lightning Thief, 2010
감독 - 크리스 콜럼버스
출연 - 로건 레먼, 피어스 브로스넌, 우마 서먼, 케빈 맥키드
"올해가 무슨 해인 줄 알아?"
"2016년?"
"그거 말고, 한자로 부르는 거 있잖아."
"아……그런데 며칠 전에 트윗에서 그걸 대놓고 부르면 장애인과 여성비하가 될 수 있어서 자제한다는 글을 본 거 같은데."
"그게 무슨 웃긴 소리야. 볼드모트도 아니고."
"그런데 올해는 왜? 몰라서 물어본 것 같지는 않은데?"
"내가 방금 영화를 하나 봤는데, 올해 이름과 잘 어울리는 등장인물이 나왔거든."
"무슨 영화를 봤는데?"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 들어봤지?"
"음, 소설? 아직 안 읽어봤는데. 그리스 로마 신들의 자식들이 나온다고는 들었어. 현대 배경이지? 그게 영화로도 있었구나."
"응. 퍼시 잭슨은 포세이돈과 인간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인데, 미국에서 살고 있었어. 몸에서 악취가 나는 새아버지와 엄마하고."
"그런데?"
"그런데 여기에 제우스가 나오는데 말이지, 아주 병시……웁! 왜 남의 입을 막고 그래! 화장실 갔다 와서 씻지도 않은 손으로!"
"씻었거든? 그리고 그 단어는 말하면 안 된다니까!"
"어우, 알았어. 별 걸 다 갖고 난리야, 진짜. 하여간 제우스가 아주 XX 중의 상XX이고 좆XX인거야. 얘가 얼마나 찌질하냐면, 걔 무기가 번개잖아. 그런데 그걸 잃어버렸어. 누가 훔쳐갔는지도 몰라. 그런데 포세이돈에게 와서는, 네 인간 아들이 내 번개를 훔쳐간 게 확실하니까 빨리 내놓으라고 억지를 쓰는 거야. 말이 되냐? 신이라며? 그 중에서도 왕이라는 새끼가 말이야, 괜히 증거도 없으면서 내놓으라고 생떼를 쓰는 거야. 안 내놓으면 전쟁을 벌이겠다고."
"그래서 CCTV가 필요한 거야. 블랙박스라도."
"아니 신인데, 그거 하나 못 알아내가지고 그 난리였다니까. 심지어 퍼시 잭슨한테 자객까지 보내서 내놓으라고 협박질을 해요. 아주 그냥 몇 천 년 산 노인네가 꼴랑 십 몇 년 산 애한테 별의별 지랄을 다 하더라니까. 가스통만 안 들었지 완전 막무가내야. 그래서 퍼시 잭슨이 친구의 도움으로 신과 인간의 혼혈이 모여 사는 캠프로 피신을 했어."
"그런 곳이 있어? 그러면 신과 인간의 자식들이 많다는 얘기구나."
"말이 캠프지, 어떻게 보면 옛날 미국에 있던 '인디언 보호 구역'이나 유대인을 격리시켰던 '게토'랑 다를 게 없겠더라. 더 웃긴 거 알려줄까? 거기서 애들한테 뭘 가르치는 줄 알아? 활쏘기, 칼싸움 같은 거야."
"배경이 현대라고 하지 않았어?"
"그래, 애들한테 현대 사회에서 살아갈 방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옛날 그리스 로마 시대 싸움 기술을 가르치더라니까. 제정신이 아닌 거지. 그러니까 애들이 바깥세상에 나가서 살 엄두를 못 내게 만드는 거야. 그냥 거기서 숨죽이고 자기들끼리 살다가 죽으라는 거지. 아니 그게 자기 자식들에게 할 짓이야?"
"신의 자식이지만, 신들은 전혀 아이들을 돌보지는 않았다는 걸로 들리는데?"
"내 말이. 인간하고 붕가붕가는 하고 싶고, 양육비는 주기 싫고. 그러니까 애가 태어나면 나 몰라라 도망갔다가 애가 좀 크면 캠프로 밀어 넣는 거지. 그리고 찾아보지도 않고 다른 인간하고 또 붕가붕가하고. 완전 발정난 개새...웁! 왜 또!"
"그 단어도 볼드모트라고! 그리고 좀 천천히 말해봐. 너 너무 흥분했어. 심호흡 좀 하고."
"후우~. 생각할수록 신들한테 화가 나서. 하여간 퍼시 잭슨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엄마를 저승에서 구해오고 번개를 찾아서 제우스에게 돌려주지."
"제우스도 못한 일을 했다니, 대단하네. 주인공 버프일까? 아니면……."
"아니면?"
"번개 도난 사건은 제우스의 자작극일수도 있다는 거야. 물론 번개를 훔쳐간 존재가 있었겠지만, 제우스가 다 알고도 모르는 척 했을 수도 있지. 다른 노림수가 있던 게 아닐까?"
"오, 나도 그런 생각했었어. 퍼시 잭슨이 번개를 찾아오니까 뭔가 마음에 안 드는 얼굴이었거든. 전쟁을 하고 싶었는데 못 하니까 김이 팍 새는 그런 느낌?"
"그럼 포세이돈을 죽이고 싶었나보네. 아니면 인간 자식들을 제거하거나."
"그럴 수도 있겠다. 하여간 영화를 보는 내내 신들 때문에 짜증이 났어. 신들이 그렇게 무능력한지 처음 알았다니까.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올림푸스 12신들인데, 인간 퍼시가 한 일을 못한다는 게 말이 돼? 하긴 그렇게 무능력하니까 갈릴리 청년에게 밀려났지."
"영화가 별로였나 보네."
"응, 두 번째 이야기가 있다는데 난 안 볼 거야. 배경 설정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 이건 완전 부잣집 자식이 원나잇해서 임신시켜놓고 튀었다가, 나중에 문제 생기니까 그제야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거랑 뭐가 달라? 그 아이가 좀 똑똑하고 그러니까, 그제야 자랑스럽구나라면서 인정해주는 척 하는 거잖아. 만약에 걔가 안 똑똑하고 안 예쁘고 별로였으면, 거들떠도 안 봤을 거잖아."
"음, 그럼 결국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노력하는 사생아들의 고군분투를 그린 영화란 말이군."
"그렇지. 거기에 능력은 쥐뿔도 없는 주제에 왕이라고 폼 잡는 상ㅂ……. 알았어, 그 단어 말 안할게. 그러니까 올해 이름과 딱 맞는 놈이 나오는 영화였어."
"고생했다. 그런 영화 보느라. 자, 한 잔 받아"
"너도 고생했어. 내 투정 들어주느라. 고마워."
"그래, 쭉 들이키고 그딴 영화는 잊는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