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된 꼬마 아이들 - 예술가들의 진짜 어린 시절 이야기 꼬마 아이들 시리즈
데이비드 스테이블러 지음, 김영옥 옮김 / 레디셋고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원제 - Kid Artists: True Tales of Childhood from Creative Legends, 2016

저자 - 데이비드 스테이블러

그림 - 두기 호너

 

 

 

 

 

 

이 책은 여러 예술가들의 어린 시절이 어떠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위인전들은 출생부터 죽을 때까지 다루고 있지만, 이 책은 여러 인물들의 어린 시절만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어릴 때 어떤 어려운 일에 처했으며, 그것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이겨냈으며 어떻게 그것을 장점으로 전환시켰는지 다루고 있다. 물론 성장한 후의 얘기도 나오지만, 그건 간략하게 넘어간다.

 

 

1부는 ‘자연의 부름’이라는 제목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빈센트 반 고흐’, ‘베아트릭스 포터’. ‘에밀리 카’ 그리고 ‘조지아 오키프’를 얘기한다. 제목에서부터 어떤 주제로 묶였는지 알 수 있다. 자연을 관찰하고 생물들과 놀기 좋아했던 예술가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어린 시절의 경험이 커서 작품세계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말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동물들과 같이 놀고, 그들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기에 나중에 커서 그들을 주제로 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2부는 ‘힘든 삶’이라는 제목이다. 어렸을 적에 집안이 가난해서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없었던 ‘루이스 네벨슨’, ‘잭슨 폴록’, ‘장 미셸 바스키아’, 독일계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던 ‘닥터 수스’, 2차 대전과 집안의 과보호로 억눌린 어린 시절을 보낸 ‘오노 요코’ 그리고 너무도 수줍어서 외톨이였던 ‘찰스 슐츠’가 등장한다. 닥터 수스의 일화는 읽으면서도 너무너무 화가 났다. 다들 그런 힘든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3부는 ‘노력이 완벽을 만든다’였다. 어떤 점에서는 2부에 들어가도 될 인물들이 몇 명 있었다.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를 절게 된 ‘프리다 칼로’나 학교에 대한 공포증으로 등교 거부를 했던 ‘앤디 위홀’이 그런 예였다. 이외에 ‘클로드 모네’, ‘파블로 피카소’, ‘제이컵 로렌스’ 그리고 ‘키스 해링’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들은 재능도 있었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기법과 고민 그리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세계를 더 넓혀간 예였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어린 시절에 어려운 일을 겪었기에,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어른으로 자란 게 아닐까하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일을 겪었기에, 웬만한 어려움은 그냥 넘길 수 있는 강철멘탈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그들은 역경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사람들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조언자와 격려를 해준 사람들의 존재도 한몫했을 것이다. 특히 가족의 지지는 그들이 이겨낼 양분이 되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었다. 에밀리 카나 오노 요코의 가족은 그들의 자존감과 자립심을 갉아먹기도 하고, 반대로 프리다 칼로나 앤디 워홀의 가족은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주었다. 141쪽에 적힌 피카소가 한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입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예술가로 남아있는지가 문제일 뿐이죠.”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와 닿았다.

 

 

하지만 책은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예술가라고 하지만, 거의 미술계쪽 인물들이 많았다. 글이나 음악보다 그림에 더 개성이 드러나기 때문인 걸까? 게다가 서문에 저자는 그들의 작품을 감상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 때문인지 화가들의 그림 사진하나 수록되어있지 않다. 하지만 책은 계속해서 그들의 어린 시절 경험이 작품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그건 작품을 보라는 얘기 아닌가? 혼자 검색해보고 미술관을 가라는 배려일까?


마지막으로 다리는 ‘얇다’가 아니라 ‘가늘다’로 쓰는 게 아닌가?  ‘프리다의 오른쪽 다리는 왼쪽보다 훨씬 더 얇았습니다.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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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즌 그라운드
스콧 워커 감독, 니콜라스 케이지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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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Frozen Ground, 2013

  감독 - 스콧 워커

  출연 - 니콜라스 케이지, 존 쿠색, 바네사 허진스, 딘 노리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미국 알래스카에 한 미친놈이 있었다. 모범적인 가장이자 건실한 개인 사업자였고 지역 사회에서 후원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사람들에게 숨기고 있는 비밀이 있었다. 바로 여자들을 납치감금고문하는 것도 모자라, 알래스카 숲에 그녀들을 내몰고 사냥을 한 것이다. 감금과 납치로 허약해지고 공포에 질려 이성이 마비된 여자들은 그에게 좋은 사냥감이었다. 운 좋게 죽기 직전에 탈출한 한 매춘부가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의문점을 가진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그는 잡혔고, 17명을 살해한 혐의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 영화는 그 미친놈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이미 결론을 알기에,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나름 유명하다면 유명한 미친놈이 어떤 미친 짓을 했는지 봐주겠다는 생각도 조금은 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예상은 많이 빗나갔다. 영화는 미친놈의 미친 행각에 중점을 두지 않았다. 대신 살아남은 여자가 어떻게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려했는지, 사건 당시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경찰과 그 놈의 심리 전쟁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는 신디라는 매춘부가 납치당할 뻔 했다며 도움을 요청하면서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가 범인으로 지목한 남자가 누구인지 안 경찰들은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러던 중 몇 년간에 걸쳐 알래스카에서 여자들이 실종되고, 그 중 몇몇이 숲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베테랑 형사인 니콜라스 케이지는 사건에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행방을 감춘 신디를 찾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그녀가 범인으로 지목한 존 쿠삭을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영화 초반에 신고를 받은 경찰들이 신디의 증언을 거짓말이라고 하면서 낄낄대는 장면이 있다. 거기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창녀를 어떻게 강간할 수 있겠어?” 이후 경찰들이나 주위 사람들은 계속 저런 태도를 보인다. 피해자는 그녀인데, 마치 죄인을 취조하듯이 대한다. 어쩌면 그들의 눈에는 신디가 자신들의 좋은 친구인 한센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나쁜 년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눈으로 보이는 많은 상처를 입은 사람을 그런 식으로 다루어야 했을까? 그녀가 매춘부가 아니라 일반 여성이었어도 그랬을까?

 


  지난 토요일에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1960년대부터 정부가 후원하고 관리했던, 미군을 위한 윤락 사업에 대한 내용이었다. 성매매 여성들에게는 외화벌이를 해오는 애국자라고 추켜세우고, 직업소개소를 찾아온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소개시켜준다면서 강제로 성매매를 시킨 사람들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자기가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는 거였다고 담당자들은 말하지만, 프로그램에서는 그게 불가능했음을 보여줬다. 그들에게 성매매를 하는 여자들은 오직 미군의 쾌락을 위해 존재하는 외화벌이 수단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미군과 성매매를 하다가 그 어떤 가혹한 짓을 당하고 심지어 목숨을 잃어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여자는 또 구해오면 그만이었다. 성을 파는 그녀들은 가족은 물론이거니와 주변 사람들, 심지어 국가에서도 인간 취급도 받지 못했다.

 


  프로그램 말미에 이런 말이 나온다. “가장 낮은 곳의 인권이 가장 보편적인 인권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들려오는 억울한 얘기를 듣고 풀어줄 수 있는 사회라면, 그보다 좀 더 평범한 곳에서 들려오는 억울한 사연들을 더 잘 듣고 해결해줄 수 있다.”

 


  그 프로그램과 이 영화는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만약에 모든 형사들이 신디가 매춘부라는 사실 때문에 그녀의 말을 거짓말로 치부했다면, 한센은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더 많은 여자들이 납치강간감금고문 후에 살해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매춘부가 아닌 피해자로 본 형사가 있었기에 사건을 해결될 수 있었다. 매춘부가 아니라 피해자로 보는 것. 그것은 그녀들도 사람이고 인권이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알고 있다는 말이었다. 만약 누군가 매춘부들이 한두 명 실종되고 시체로 발견되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면, 17명이나 되는 여자들이 희생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직업이 무엇이건, 성별이 무엇이건, 성적 취향이나 종교가 어떻던,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것. 그게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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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에단 코엔 외 감독, 조쉬 브롤린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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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 - No Country for Old Men, 2007

  감독 - 에단 코엔, 조엘 코엔

  출연 - 토미 리 존스, 하비에르 바르뎀, 조쉬 브롤린, 우디 해럴슨

 

 

 




 

 다 보고 나서 한참동안 고민을 했다. 이걸 스릴러로 봐야할까 말아야 할까. 지금까지 본 영화들은 쫓고 쫓기는 관계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긴장감과 두근거림 속에서 위기에 처한 인물이 나오면 '어떡해'를 연발하고, 뛰어난 임기응변으로 상황에서 빠져나오거나 액션을 보여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 작품 역시 돈 가방을 들고 도망가는 한 남자와 그를 쫓는 해결사처럼 보이지만 살인마, 그리고 둘을 찾는 보안관 세 사람의 추격전을 보여주고 있다. 살인마가 길에서 사람을 만나면 죽이지 않을까 긴장하고, 총격 장면은 피가 철철 흐르며 공격적이었다. 그러니까 스릴러라고 봐도 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스릴러의 요소를 갖추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 스릴러 영화는 처음이었다.

 


  문득 예전에 봤던 코엔 형제의 '파고 Fargo, 1996'가 떠올랐다. 아마 이 형제 감독의 영화는 그게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 같다. 그래, 그 작품도 범죄 소재이지만 호흡이 느렸다. 물론 이 영화가 더 느린 것 같다. 느림의 미학을 하는 감독인 걸까?

 


  우연히 텍사스 황무지에서 사냥을 하던 중 총격 현장을 지나게 된 모스. 거기서 그는 엄청난 양의 마약과 돈 가방을 발견한다. 갈등 끝에 돈 가방을 들고 가지만, 그 대가로 그는 살인청부업자 쉬거의 추격을 받게 된다. 부인을 대피시키고 가방을 들고 길을 떠나는 모스와 사람 죽이는 일에 전혀 망설임이 없는 냉정한 살인마 쉬거. 상황은 당연히 모스에게 불리하다. 뒤늦게 사건 현장을 발견하고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보안관 벨. 그는 모스를 보호하고 쉬거를 잡기 위해 애쓴다.

 


  영화는 특이한 점이 몇 개 있었는데, 우선 진행 방식이다. 세 사람이 각각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도망치는 모스의 이야기가 끝나면 이어서 그를 따라가는 쉬거의 이야기, 그리고 둘의 흔적을 쫓는 벨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세 사람이 한 장면에 모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서로의 존재를 알지만 직접적으로 마주한 적이 없다. 전화 통화만 했거나 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했을 뿐, 직접 얼굴 대 얼굴을 마주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두 번째. 배경 음악이 없다. 등장인물이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틀어놓지 않은 이상, 영화의 배경에는 오직 자연적인 소리만 존재한다. 텍사스 황야의 바람 소리, 카우보이들의 구두 소리, 탄피 떨어지는 소리, 장전하는 소리 그리고 물소리만이 들린다. 그래서 더 쓸쓸하고 외롭다는 느낌이 든다.


 

  마지막으로 특이한 부분은 결말이었다. '응? 이게 끝이야? 설마?'하는 생각이 드는 마지막이었다. 어쩌면 죽을 놈은 죽고, 살 놈은 살고, 내가 없어도 세상은 흘러간다는 인생무상의 묘미를 드러내는 마무리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인과응보라든지 권선징악적인 결말을 드러내는 영화만 보던 나에게, 이 작품은 꽤나 허무하고 믿기지 않는 마무리를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사람은 뭐니 뭐니 해도 '쉬거'였다. 그야말로 엄청난 존재감을 뽐낸다. 기발한 방법으로 살인하는 캐릭터라는 얘기는 들었는데, 진짜 특이했다. 사실 그의 압도적인 위용 때문에 다른 두 인물인 모스와 벨이 살짝 밀리는 기분도 들었다. 사실 모스의 얼굴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단지 쉬거의 단발머리와 산소통만 뇌리에 남을 뿐. 동전의 앞뒤로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그의 살인행위는 조금 충격이었다. 어쩌면 그에게 살인과 죽음은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인 모양이다.

 


  갑작스런 행운에는 지불해야하는 대가가 있는 모양이다. 하긴 이벤트에 당첨되면 제세공과금을 떼어가고, 누군가 잘 되면 주변에서 한턱내라고 하니까. 어떤 행운은 목숨을 걸어야 하나보다.

 


  아직도 제목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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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셀 (The Cell)
20세기폭스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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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 - The Cell, 2000

  감독 - 타셈 싱

  출연 - 제니퍼 로페즈, 빈스 본, 빈센트 도노프리오, 마리안느 장-밥티스트

 

 

 

 

 

 

 

  우와! 애인님 집에서 빔프로젝터를 이용해 벽에 걸어놓은 스크린으로 본 영화는 너무도 멋졌다. 영상미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감독의 작품을 고른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영화 내용 상 잔인한 장면이 좀 나오긴 했지만, 화면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런 건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여자들을 납치해 밀폐된 방에 가둬두고 물을 채워 죽이는 연쇄 살인마가 있다. 오랜 추적 끝에 범인인 칼의 흔적을 찾은 FBI 요원 피터. 그러나 칼을 발견했을 때 이미 그는 혼수상태에 빠져버린 뒤였다. 마지막으로 납치된 여자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 무의식 세계로 접근해 환자의 심리를 치료하는 연구소가 있다. 캐서린은 그곳에서 일하는 심리학자로, 직접 상대방의 무의식 세계로 들어가는 역할을 맡고 있다. 피터는 칼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납치 피해자를 구할 수 있는 힌트라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칼의 무의식세계로 들어간 캐서린은 너무도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연쇄 살인범 칼의 무의식 세계는 그야말로 기괴하고 아름답고 오싹할 정도였다. 어떻게 저런 화면을 만들어냈는지, 감독이 자신의 상상력을 현실화하기 위해 엄청나게 애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덕분에 미술팀과 의상 담당은 엄청나게 고생했을 것 같다.

 

 

  어린 시절 학대받던 칼의 기억은 음울하고 비극적이었다. 저런 집에서 자랐으니 애가 정상적이 될 리가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그 때문에 어린 칼이 있는 공간은 공허하고 외로웠으며 빛이라곤 들지 않았다. 마치 미로처럼 이어진 어두컴컴하고 음습하며 냄새나는 하수도가 떠올랐다.

 


  반면 성인이 된 칼의 세계는 기괴했다. 그가 가진 비뚤어진 여성관을 반영한 듯이, 그가 보고 있는 여자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정상이 아니었다. 온갖 고문을 가해 여성의 신체를 변형시키고 인형처럼 만들어 관람하듯이 전시해놓은 그의 컬렉션은 기괴하다 못해 혐오감마저 느끼게 했다.

 

 

  그리고 그의 마음을 장악한 악이 지배하는 세계는 아름다우면서 오싹했다. 그곳에서 칼은 보는 이로 하여금 공포심을 자아내게 하는, 차갑고 전능한 왕이었다. 처음 등장하는데 와, 진짜……. 그냥 멋지다는 감탄만 나왔다. 이건 내가 뭐라고 말하는 것보다 직접 봐야한다. 내 글 솜씨가 그 엄청난 화면을 묘사하기에 너무 부족해서 안타깝기만 하다.

 


  무의식 깊숙한 곳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어린 칼과 자신의 강함을 뽐내며 지배하는 어른 칼의 대비는 극적이었다. 그래서 좀 안타깝기도 했다. 그가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랐으면 저런 괴물로 크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스릴러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이야기 구조가 좀 허술한 편이다. 하지만 영상이 너무 멋져서 그런 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 영화는 진짜 화면이 너무너무너무 멋졌다. 그것만으로도 모든 단점이 안 보일 정도였다.

 

 

  칼을 연기하는 빈센트 도노프리오의 연기는 진짜 미친 놈 같다. 이 배우를 처음 본 게 드라마 ‘로 앤 오더 Law & Order: Criminal Intent, 2001’ 시리즈였는데 거기서는 엄청 천재적인 형사였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악당 역할을 종종 맡는다. 영화 ‘체인드 Chained, 2012’에서도 연쇄 살인범이었고, 여기서도 또 살인범이다. 아,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본 드라마 ‘데어 데블’에서 엄청 카리스마 넘치는 악당 두목 역을 맡기도 했다. 배역을 맡을 때마다 변신이 뛰어나서 처음엔 못 알아볼 정도이다. 그의 형사 연기도 좋았지만, 살인마 연기도 꽤 멋졌다.

 

  누군가 내 무의식에 들어온다면, 그 사람은 무엇을 보게 될 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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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Panic Button, 2011

  감독 - 크리스 크로

  출연 - 스칼렛 앨리스 존슨, 잭 고든, 마이클 집슨, 엘렌 리스

 

 

 

 

 

 

 

  영화의 시작 부분에 '온라인상에 떠도는 여러 실화에서 착안하며 제작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도시 괴담이나 온라인 괴담 같은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 이야기들은 대개 인과응보나 묻지마 범죄 같은 것을 다루고 있다. 그러면 이 영화는 어디에 속할까?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SNS) 회사인 '올 투게더'에서 주최한 여행권에 당첨된 네 사람, 조, 그웬, 데이브, 맥스는 부푼 꿈을 안고 호화 전용기에 오른다. 이상하게도 탑승 전에 휴대 전화를 압수하고, 기내에는 승무원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모니터와 스피커를 통해서만 주최 측과 대화가 가능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주최 측은 새로운 게임을 제안한다. 처음에는 화기애애하게 평범한 질문들이 나오지만, 곧이어 분위기가 바뀐다. 그들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숨겼던 비밀들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네 사람이 반발을 하자, 주최 측은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인질로 잡은 영상을 보여주며 말을 따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영화 '쏘우 Saw, 2004'의 아류작이겠거니 생각했다. 사람들을 한 곳으로 몰아넣고 게임이라는 이름아래 고문해서 죽이는 그런 내용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주최 측이 참여자를 직접적으로 죽이는 게 아니라, 가족이나 연인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정신적인 고문을 가했다. 그들은 왜 자기들이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영화는 오직 스피커로 지령을 내리는 주최 측과 네 사람의 심리싸움을 그리고 있었다. 물론 인질이 잡혀있고 비행기 안에 갇혀 있는 이상, 넷에게는 더없이 불리한 조건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누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밝히고 탈출에 성공해야 한다.

 


  유명한 말이 있다.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것이다.

 

 

  SNS를 처음 시작하면 이런저런 활동하는 것이 너무 재미가 있다. 익명이라는 힘에 기대어 현재의 자신이 아닌, 자신이 되고 싶어 하던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가짜 인생을 사는 것도 재미있고, 현실에서라면 못할 언행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도 즐겁기만 하다. 그래서 아무 게시판에나 악플을 달고 계정 세탁을 하는 것이다. 또는 실명으로 활동을 하면서 '팔로워 숫자'와 '좋아요' 버튼에 목숨을 걸기도 한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릴 행동도 거리낌 없이 저지른다.

 


  저 두 가지 행동 다 결과가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 악플을 자꾸 달다보면 상대방에게서 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 그리고 너무 자신을 공개하다보면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고, 추천을 받으려고 도를 넘는 짓을 할 가능성이 있다. 몇 년 전에 모 사이트에서 추천수를 위해서 벌인 엽기적인 짓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아무리 말 못하는 동물이라지만 그런 짓(?)은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점을 말하고 있다. 아무리 익명성을 강조하는 온라인 세계라고 해도 절대로 만들어낸 캐릭터와 닉네임 뒤로는 숨을 수 없다고, 정보 보호법이라는 것이 있어도 유능한 해커 한 명이라면 무용지물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인과응보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익명이라는 게 알고 보면 아무런 보호 장치가 되지 못하니, 온라인이라고 마구 나대지 말라고 경고한다. 언제 어디서 내가 내뱉은 비수 같은 말과 행동이 고스란히 되돌아올지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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