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인사이드 [dts] - [할인행사]
롤랑 수소 리히터 감독, 라이언 필립 외 출연 / 씨넥서스 / 2006년 11월
평점 :
일시품절


  원제 - The I Inside, 2003

  감독 - 롤란드 수소 리흐터

  출연 - 라이언 필립, 사라 폴리, 파이퍼 페라보, 스티븐 레아

 

 

 



 

 

  원래는 SF로 분류했다가 다 보고 나서 스릴러로 재분류한 작품이다.

 


  병원에서 의식을 찾은 사이먼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다. 그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2000년인데, 의사는 2002년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아내까지 있다고 하지만, 그는 결혼한 기억이 없다. 지난 2년간의 기억이 송두리째 사라진 것이다. 의사는 단기 기억상실증이라고 말하지만, 그는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그에게 자꾸 일어난다. 누군가 그를 죽이려고 하고, 어느 순간부터 사이먼은 시간을 뛰어넘어 2000년과 2002년을 오가게 된다. 그는 자신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하는데…….

 


  보면서도 보고 나서도 한참동안 아무 말도 못했다. 영화를 볼 때는 시간대를 왔다 갔다 하는 내용 때문에 제대로 따라가지 못할까봐 집중하느라 아무 말도 못 했고, 다 보고 나서는 ‘헐…….’하는 마음에 아무 말도 못 했다. 이게 그것과 연결되고, 저건 이거랑 이어지고, 저건 그거였단 말이지? 볼 때도 그랬는데 본 뒤에도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처음에는 어느 일당이 부유한 상속자인 주인공에게 사기를 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큰 세트장을 만들어 병원이라 하고 주인공을 속이는 것이라 여겼다. 그러니까 병원을 돌아다니다가 사이먼이 두 시간대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한 층은 2000년이고, 다른 층은 2002년. 이렇게 해서 그를 정신병자로 몰아 재산을 빼앗으려는 것이라 추측했다. 아내라는 사람까지 등장시켜서 유언장에 사인만 하면 모든 것이 완성된다.

 

 

  그런데 그런 예상은 사이먼이 기억을 되찾아가면서 흔들렸다. 자신이 형의 약혼녀와 바람피우는 장면을 형이 목격한다. 그 때문에 말다툼하다가 사이먼이 실수로 형을 밀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한 간호사가 형이 마지막 순간에 사이먼이 자길 죽였다고 말했다는 녹음을 들려준다. 그는 절망한다. 내가 형에게 그랬을 리가 없어! 그리고 그는 과거로 돌아간다. 형과 싸움을 하던 그 장소로. 그 장면을 보면서 앞서 떠올렸던 가설을 지워야했다. 설마 얘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걸까? 2000년에 실수로 사이먼이 죽인 환자가 2002년도엔 살아있었지만 곧 죽는 장면에서 이게 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든 과거에 일어났던 일은 현재에도 일어난다는 뜻인가? 바꾸려고 해도 소용이 없다는 의민가?

 


  사이먼은 형을 살리기 위해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그리고 형 약혼녀의 사랑 고백도 거절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아니, 상황은 더 비극적으로 끝이 났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기회를 달라고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차갑기만 하다. 얼마나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거야? 언젠가 누구나 다 멈춰야해.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시지프스의 신화’가 떠올랐다.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고통의 여정. 사이먼이 겪는 모든 일이 그런 것 같았다. 더 잘해보려고 하지만 상황은 좋아지지 않고, 주위 사람들이 진실이라 말해주지만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깨닫는다.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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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인범이다 (1disc)
정병길 감독, 정재영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영제 - Confession of Murder, 2012

  감독 - 정병길

  출연 - 정재영, 박시후, 정해균, 김영애

 

 





 

 

  헐, 스토리 대박!

 

  영화를 보다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보는 사람의 뒤통수를 아주 제대로 후려쳤다. 그런데 맞아도 그리 기분 나쁘지 않았다. 도리어 '이야, 이거 진짜 확실히 당했네.'라며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이런 식이라면 기꺼이 몇 대를 맞아줄 수 있었다.

 

  정재영에게 뼈아픈 상처를 남기고 사라진 연쇄살인범이 있다. 거의 잡았는데 눈앞에서 놓쳐버린……. 사건들이 공소시효만료가 되고 2년이 지난 어느 날. 자신이 살인범이라 주장하는 남자가 등장한다. 일반인들은 모르는 세세한 부분들까지 다 알고 있는 남자 박시후. 자신이 진범이라는 주장 때문에 사건을 다룬 그의 책은 기하급수적으로 팔리고, 훤칠하게 생긴 외모덕분에 그에게는 광적인 팬들까지 생길 지경이다. 그러나 정재영은 박시후가 마지막 실종 사건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점에서 진범이 아니라 생각한다. 한편 실종된 피해자의 엄마인 김영애는 다른 유가족들을 모아서 박시후를 처단하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한 남자가 생방송 토론 중인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박시후는 가짜이고 자신이 진범이라고 주장하는데…….

 

  누가 진범인지, 마지막 실종자는 죽었는지, 피해자 유가족들은 과연 목적을 이룰 수 있는지, 정재영은 진범을 잡을 수 있는지와 같은 여러 가지 설정들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게다가 마지막 실종자와 정재영의 관계가 중반이후부터 조금씩 드러나며, 왜 그가 그런 행동을 보였는지 알 수 있게 했다. 처음부터 밝혀졌으면 신파로 흘러갈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액션도 괜찮았다. 도로에서 박시후를 납치해가는 유가족들과 그를 막으려는 경호원의 충돌은 너무도 아슬아슬하게 보여서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특히 진범이라 주장하는 전화가 정재영의 집에서 걸려왔다는 게 밝혀졌을 때, 그 전에 본 '악마를 보았다.'가 떠오르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해졌다. 정재영은 세차장을 하는 노모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설마 어머니를 죽인 건가? 계속 두근두근 거렸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결말 부분의 추격 장면은 너무 길었고 진부했다. 적당히 치고 빠졌어야 했는데, 스케일을 키우기 위해서인지 계속해서 부수고 치고 다니는 게 너무 길어서 지루했다. 좀 분량을 줄여서 압축해도 좋았을 거라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그리고 유가족 중의 한 명에게 개그 캐릭의 역할을 맡긴 것 같은데, 그게 좀 별로였다. 그렇게 웃음을 주지도 않았고, 웃음을 유발하는 대사나 행동도 그리 재미있지 않았다. 간혹 거슬릴 때도 있었다.

 

  그래도 영화는 좋았다. 얼굴만 보고 광팬이 되는 속칭 '얼빠'에 대한 은근한 디스도 괜찮다. 박시후가 잘생기지 않았으면 변호사도, 출판사 직원도, 여자 팬들도 그렇게 열광적으로 지지를 보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러지 않았으면 그가 쓴 책이 그렇게 잘 팔리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경호원들이 몸 바쳐 보호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의 완성은 얼굴과 돈이란 말인가…….

 

  시청률과 특종에 혈안이 된 언론의 모습 역시 고개를 젓게 만들었다.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요즘 기사를 보면서 느꼈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유가족들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겠다는 명목 아래 마구 파헤치는 그들의 모습은 혀를 차게 했다. 저들은 배려라든지 보호라는 말을 모르는 걸까? 그들의 행동이 너무도 한심하게 여겨졌다.

 

  유가족의 개인적인 응징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도 주었다. 어쩌다보니 주말에 연달아 본 '악마를 보았다'와 이 영화 둘 다, 피해자 가족의 개인적인 응징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내가 그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니, 흐음. 할 수 있다면 할 것 같다. 그것도 가능한 아주 고통스럽게.

 

  웹서핑을 하다보면 교도소 시설을 보여주는 사진을 간혹 볼 수 있는데, 우리 집보다 더 좋은 곳도 있었다. 그리고 가끔 재판 기사를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저지른 죄에 비해 형량이 적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피해자들이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내용의 작품들이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형량은 조정이 필요한 게 아닐까? 그때그때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법을 바꾸는 것도 문제이지만, 너무 반영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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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보았다 (2disc)
김지운 감독, 이병헌 외 출연 / 플래니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영제 - I Saw the Devil, 2010

  감독 - 김지운

  출연 - 이병헌, 최민식, 전국환, 천호진

 

 

 



 

 

 

 

  우와, 잔인해…….


 

  영화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저런 말이 튀어나왔다. 지금까지 본 외국 고어 영화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화면들이 계속해서 튀어나왔다. 아! 11월의 파워문화 블로그 주제는 ‘스릴러’이다. 그런데 첫 타자로 너무 강한 걸 고른 것 같다. 주말 내내 영화의 몇몇 충격적인 장면들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결혼을 앞둔 어느 날, 약혼녀가 처참한 시체로 발견된다. 연인의 복수를 다짐한 이병헌은 국정원 직원이라는 신분을 활용하여 용의자들을 처단해 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범인을 찾아낸다. 바로 학원차를 운전하는 최민식. 외딴 곳에서 차가 고장 나거나 늦은 시간에 혼자 있는 여자들을 납치 감금 고문 살해 시체 유기를 하는 연쇄 살인범이었다. 그런데 이병헌은 최민식에게 독특한 방법으로 복수를 시작한다. 마치 고양이가 쥐를 갖고 놀듯이, 최민식을 잡아서 폭행하고 풀어주기를 반복한다. 물론 그때마다 폭행의 강도는 점점 더 강해진다. 하지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 법. 최민식은 마지막 반격을 시도하는데…….


 

  최민식이 여자들을 납치해 죽이는 장면도 잔인했고, 점점 더 잔인해져가는 이병헌의 폭행 장면도 무시무시했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최민식이 여자를 잡고 강간을 시도하려는 찰나에 이병헌이 쳐들어와서 줘 패는 흐름이었다. 그런데 그게 몇 번 반복되자, 나중에는 어떤 내용이 펼쳐질 지 예상이 가면서 저절로 긴장하고 주먹을 꽉 쥐게 만들었다.

 


  그런데 솔직히 이병헌의 복수 방식이 마음에 안 들었다. 게임의 폭력성을 시험하기 위해 PC방의 전원을 내리는 것도 아니고, 최민식이 최고의 절정을 맛보려는 순간 방해하는 게 참……. 당하는 최민식이야 엄청 화나고 억울하고 짜증나고 속이 터져 죽을 기분이긴 할 것이다. 그렇지만 당하는 여자들은 무슨 죄인지 모르겠다. 비록 목숨은 건지지만 트라우마는 엄청날 것이다. 굳이 다른 사람들까지 그런 피해를 입혀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병헌의 목적이 다른 사람에게 더 이상 죄를 짓기 전에 잡아야겠다는 게 아니라, 단지 최고로 잔인한 복수를 하는 것이라면 적절한 방법일 수는 있었다. 신나게 게임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엄마가 그만하고 심부름 다녀오라고 하면 입이 튀어나오고 짜증이 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게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된다? 엄마는 왜 내가 꼭 게임만 하면 부르냐고 화를 내다가 등짝 스매싱 당하고 방문 쾅 닫고 들어가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최민식 같은 경우에는 등짝 스매싱이 아니라 완전 팔다리가 부러지고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일까지 당했으니, 약이 바짝 오를 만하다.

 


  그게 비극이었다. 결국 최민식은 최후의 반격을 꾀했고, 그 때문에 이병헌은 치명타를 입는다. 그가 마지막 장면에서 우는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닌 묘한 표정을 지은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너무 갖고 놀았다. 적당히 놀다가 처리했어야 했는데, 방심했다. 궁지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특히 이 영화의 쥐는 교활했고 잔인했다.


 

  영화를 다 보고 든 생각은 제목을 바꿔야한다는 것이었다. ‘악마가 되었다.’가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심연을 바라보면 그 심연도 나를 바라본다.’라는 말이 있다. 최민식이라는 악을 처리하려다가 이병헌 자신도 그 악과 비슷한 짓을 저지르게 되었다. 복수물은 통쾌한 맛에 보는 것인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통쾌하다기보다는 마음이 답답하고 시원한 것이 마시고 싶어졌다.

 


  최민식의 연기는 참 대단했다.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장면에서는 진짜로 잘리는 줄 알았다. 진짜 살아있다는 게 뭔지 확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이병헌은 아직까지 연기를 잘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광해’에서 좋았다는 데 아직 그건 보지를 못해서……. 이번 영화에서도 감정을 숨기고 무표정하게 복수하는 역할이었는데, 의외로 어울린다는 생각이었다. 음, 감정 표현을 잘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던 사람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역할을 하니 제격인 모양이다.

 

 

  영화의 별점은 시간이 너무 길어서 좋게 줄 수가 없었다. 인간적으로 두 시간 반 정도 되는 시간 내내 고문당하는 사람을 보여주는 것도 일종의 고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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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도럼
크리스티앙 알버트 감독, 데니스 퀘이드 외 출연 / 대윤비디오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원제 - Pandorum, 2009

  감독 - 크리스티앙 알바트

  출연 - 데니스 퀘이드, 벤 포스터, 캠 지갠뎃, 안트예 트라우에

 

 



 

 

  제목인 ‘팬도럼’은 검색해보니 ‘인간이 고립된 우주선 안에서 장기간 생활할 때 나타나는 공황상태’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작품인 것이다. 제목만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자꾸만 생각이 바뀌었다. 괴물이 나와서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것을 보면 호러 같기도 하고, 과연 우주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려는 걸 보니 스릴러 같기도 하고……. 요즘은 퓨전이 대세라서 그런지 여러 장르가 뒤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SF라고 영화 소개에 나와 있으니 SF라고 우겨보겠다.


 

  늘어난 인구와 고갈되는 자원 때문에 지구는 분란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다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가진 행성 ‘타니스’를 발견하고, 선발대를 태운 ‘엘리시움’호가 출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면상태이고 몇 명만이 조별로 돌아가며 깨어나 우주선을 관리하기로 되어있었는데, 문제가 생긴다. 수면상태에서 깨어난 ‘페이튼’과 ‘바우어’는 전임 관리자들이 모두 죽어있고, 우주선 안에 이상한 괴물들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선은 멈춰버린 동력을 재 작동시키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하여 바우어는 동력실로 향한다. 그 와중에 그는 시체와 살아있는 몇몇 사람을 만나 같이 행동하기로 한다. 또한 페이튼 역시 ‘갤로’라는 남자를 구하는데, 이 사람 뭔가를 알고 있다! 한편 바우어는 우연히 만난 자칭 요리사를 통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되는데…….

 


  감독은 괴물의 탄생 배경을 통해 인간의 광기를 보여주려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안에서 인간이란 얼마나 나약하고 무자비하며 비이성적인 존재인지 잘 드러나 있었다. 물론 그것이 ‘팬도럼 증후군’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있기는 하지만, 결국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얘기였다. 만약에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능력을 가졌다는 환상에 빠진다면,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을 받는다면, 과연 인간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 영화는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이런 얘기가 떠올랐다. 한 사람이 광맥을 발견하려고 한참동안 땅을 파다가 포기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뒤이어 조금만 더 파보자, 보석이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생각도 들게 하는 이야기였다. 여기서도 그랬다. 진짜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끝나는구나.’라는 말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 순간 반전이 드러난다. 거기서 포기하지 않았기에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감독은 비록 인간이 부족한 점이 많은 존재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하면 부족한 부분이 많으니까 인간이고, 그러니까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아쉬운 부분도 더러 있다. 인물에 대해 설명이 부족한 경우도 있고,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대가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특히 요리사가 그러하다. 도대체 그는 얼마나 오래 살아왔기에 그 모든 일을 다 알고 있는 건지 진짜 궁금하다. 그도 누군가에게서 들은 것인지 아니면 직접 겪은 것인지.

 

 

  이것저것 꼼꼼히 따져보면 의아한 부분이 많지만, 문득 얼마 전에 본 ‘스크림 4 Scream 4, 2011’의 한 장면이 생각나서 멈췄다. 거기서 이것저것 따지면서 공포 영화의 말도 안 되는 부분을 짚던 소녀가 살해당한다. 영화 보는데 말이 너무 많다고……. 그래서 감상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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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퍼 - 렌티큘러 없음
라이언 존슨 감독, 브루스 윌리스 외 출연 / UEK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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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Looper, 2012

  감독 - 라이언 존슨

  출연 - 조셉 고든-레빗, 브루스 윌리스, 에밀리 블런트, 폴 다노

 

 

 

 

  

 

  배경은 2044년. 그 시대에는 '루퍼'라는 직업이 있다. 미래에서 시간여행 장치를 통해 조직이 죽이고 싶은 인물을 보내면 처리해주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2074년도에는 시체 처리라든가 시간 여행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루퍼들은 미래에서 타깃이 된 사람과 함께 보내온 은괴를 보수로 받아 챙긴다. 주인공 '존'도 그러한 일을 하는 루퍼 중의 한 명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타깃은 뜻밖에도 '존'을 공격하고 도망친다. 놀랍게도 그 남자는 바로 '미래의 존'이었다. '미래의 존'은 2074년도에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을 죽인, 조직의 새로운 보스 '레인메이커'를 제거하기 위해 과거로 온 것이다.

 


  '현재의 존'은 조직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래의 자신을 추적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이 그를 죽일 것이다. 그와 동시에 '미래의 존'은 새로운 보스가 될, 아직은 어린 꼬마를 죽이기 위해 찾아 나선다.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다. 과연 '현재의 존'과 '미래의 존' 중 누가 먼저 미래의 레인메이커를 찾고 목적을 이룰 것인가?

 


  시간적 배경은 2044년, 앞으로 30년 정도 남은 미래인데 처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만 왜 오토바이가 하늘을 떠다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을 뿐이다. 그 이외에는 현재와 별로 다른 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2044년이건, 2074년이건, 영화가 만들어진 2012년이건 사람들이 입고 다니는 옷이라든지 주거형태와 도시 경관 등이 현재와 별로 다르지 않다. 게다가 아무리 시대가 흘러도 금과 은이 최고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역시 금을 모아야겠……지만 나 같은 가난뱅이가 무슨……. 아, 눈에서 물이 떨어지네?

 


  이 영화는 시간 여행을 다루고 있지만, 미래 사회의 디스토피아적 모습을 보여주면서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말살된 인간애의 회복을 다루고 있지 않았다. 또한 엄청난 CG로 뒤범벅이 된 영상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면서 모험을 즐기는 주인공도 나오지 않았다.


 

  작품은 내가 나를 죽여야 하는 다소 황당한 상황을 보여주면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과거의 내가 있기에 현재의 내가 있고, 또한 그 때문에 미래의 내가 있는 법이다. 즉,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가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고,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내가 만든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의 나를 바꾸면 미래의 내가 바뀌니 현재에 충실히 살라는 말도 있지만, 영화에서는 그것까지 다루지는 않는다.

 

  다만 모든 것은 정해져 있는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미래의 존'이 미래에 보스가 될 아이를 공격하는 바람에, 소년은 엄마를 잃고 부상을 당했다. 증오를 품고 성장한 소년은 보스 '레인메이커'가 되어 세상에 있는 루퍼들의 씨를 말리기로 다짐한다. 그 와중에 존의 부인까지 살해당하고 만 것이다. 그래서 존은 과거로 돌아와 소년을 죽이려고 한다. 그 때문에 소년은 엄마를 잃고 증오를 품고 자라나……. 이야기는 계속해서 반복된다.

 


  만약에 '미래의 존'이 소년을 공격하지 않는다면? 소년이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다면, 과연 그는 커서 미래의 그 무시무시한 보스가 될까? 모든 것이 정해져있다면 그는 엄마의 존재와는 별개로 보스가 될 것이다. 반대로 미래란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엄마의 존재 유무에 따라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두 존은 이 문제를 가지고 대립한다. 모든 것은 일어날 일이니 소년을 죽여야 한다는 입장과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니 두고 봐야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나이 든 브루스 윌리스는 거침없이 화려한 액션 장면을 연속해서 보여주고, 젊은 조셉 고든 래빗은 고뇌에 빠져있는 모습이 많았다. 젊으면 철없이 앞으로 나가기만 하고 나이 들면 차분하게 행동을 자제할 것이라는 내 편견을 가뿐하게 깬 작품이었다.

 


  미래의 존이 현재의 존에게 '네 미래의 삶을 찾아주려는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아들(또는 딸) 이건 다 너의 행복을 위해서 이러는 거야!'라고 항변하는 부모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어떤 부모들은 자신의 만족을 위해 자식의 삶에 관여하고 좌우하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개 표면적인 이유는 자식의 행복을 위해서였다. 이 작품에서도 현재의 존에게 행복을 되찾아 주기 위해서라지만, 어떻게 보면 그건 미래의 존 자신을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현재의 존은 그녀를 만나보지도 못했으니까. 그녀를 잃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미래의 존뿐이다.

 


  영화의 결말은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예상 가능하다.

 

 

  아! 이 작품은 의외로 소소한 재미가 있었는데, 특히 두 장면이 압권이었다. 두 존이 식당에서 마주보고 앉아 나누는 대화가 참 살벌한데 웃겼다. 현재의 존이 미래의 자신에게 넌 이미 살만큼 살았고 난 앞길이 창창하니 죽어달라고 말하는데 그냥 웃겼다. 아, 이건 뭐지? 이게 그 유명한 유체 이탈 화법인가? 아니면 자신의 객관화? 그리고 프랑스어를 배운다는 현재의 존에게 현재의 보스가 미래에는 중국이 뜰 거라고 말하는 부분도 웃겼다. 지금도 대세라느니 조만간 뜰 거라는 말을 듣는 중국인데, 30년이 흘렀건만 여전히 뜨지도 못한 건가?

 


  그리고 아쉬운 부분은 조셉 고든 래빗이 브루스 윌리스로 늙어가야 하기 때문에 분장을 했는데, 어딘지 모르게 많이 어색했다. 나중에는 그냥 익숙해져서 봤지만, 처음에는 몰입을 방해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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