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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더 비기닝
딘 이즈리얼라이트 감독, 소피아 블랙 디엘리아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15년 8월
평점 :
원제 - Back to the beginning , 2014
감독 - 딘 이스라엘리트
출연 - 조니 웨스턴, 소피아 블랙-디엘리아, 샘 러너, 엘렌 에반젤리스타
MIT 입학을 앞둔 과학 영재 데이비드는 집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아버지가 남긴 비디오카메라에 찍힌 자신의 생일 파티 영상을 보게 된다. 그런데 헐? 거기에 자신의 현재 모습이 찍혀있는 것이다. 어찌된 영문일까 생각하던 데이비드는 지하실에 있는 아버지의 예전 연구 자료를 뒤지다가, 타임머신 설계도를 발견한다. 동생인 트리스티나, 단짝 친구인 퀸, 애덤과 함께 기계를 만들기로 한 데이비드. 마침내 그들은 기계를 완성하고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 여행에 성공한다. 복권 당첨이라든지 낙제를 면하기 위한 시험 보기 등등의 활동을 하면서 기쁨을 누리던 아이들. 데이비드는 짝사랑하던 제시와 사랑을 이루고, 다른 아이들 역시 과거의 찌질 했던 자신을 버리고 ‘제 2의 인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식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의 미래에 영향을 주고, 그 때문에 불행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그들은 모든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강하게 든 생각은 ‘크로니클 Chronicle, 2012 시간 여행 버전이다!’였다. 꼬꼬마애들이 분수에 맞지 않은 힘을 가지면 어떻게 파멸하는가를 보여줬던 영화 ‘크로니클’. 그것처럼 이 작품은 꼬꼬마애들이 시간 여행 기계를 가지면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음, 어떻게 보면 초능력이나 시간 여행 기계는 꼭 꼬꼬마애들에게만 위험한 건 아니다. 자기 자신을 조절할 수 없는 사람이 가지면 다 위험하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꼬꼬마애들이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순수하게 즐거워할 줄 알기 때문에, 더 위험하게 보이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에서의 아이들은 거창하게 지구 정복이라든지 역사 바꾸기 같은 건 생각도 안 한다. 자기에게 창피를 줬던 애들에게 역공하기 같은 소소한 행동을 통해 즐거움을 맛보고 행복해했다. 애들이 너무 꿈이 없다고 해야 할지 순수하다고 해야 할지…….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과학 영재라지만, 과학 외의 분야에서는 완전 초보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지도.
그래서일까? 영화를 보면서 ‘아, 저거 저러면 안 될 텐데…….’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더러 있었다. 도대체 SF 영화들을 줄줄 외우는 애들이 그런 작품에서 보았던 흔한 오류라든지 실패의 원인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한다는 게 좀 어이가 없었다. ‘야! 너희 그 영화 봤다며! 거기서 그렇게 하다가 실패했잖아! 기억 안 나냐?’라고 한숨을 내쉬었던 게 몇 번인지 모르겠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아이들이 단순하게 생각하고 소소하게 즐겼지, 복잡하게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도 시간이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엄청난 사고가 일어난 뒤였다. 뉴스를 도배한 사건이라서 그들이 알아차렸지, 그렇지 않았으면 아마 몰랐을 것이다. 10대들이 뉴스 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설마 제작자들은 그런 점을 노리고 10대 주인공을 내세운 걸까?
거기다 영화는 ‘핸드 헬드 기법’이라 무척이나 산만했다. 그리고 어떤 장면에서는 도대체 누가 카메라를 들고 있는지 의아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다섯이 아니라 더 있었나?’라는 의문까지 들 때가 있었다. 그 때문에 영화에 집중하기가 좀 어려웠다. 특히 시간 여행을 다룬 작품은 머리를 쓰면서 봐야하는데, 화면까지 흔들리니 무척 힘들었다. 제일 황당했던 부분은, 데이비드가 제시와 밤을 보낸 아침을 카메라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와, 이 변태 새끼! 여친 몰래 섹스 테이프라도 찍은 거니?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게 10대가 나오는 최고의 시간 여행 영화는 ‘엑설런트 어드벤쳐 Bill & Ted's Excellent Adventure, 1989’를 능가하는 작품이 아직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