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2disc) - 화보집(80p)+아웃케이스+2단 디지팩
류승완 감독, 황정민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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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Veteran, 2014

  감독 - 류승완

  출연 -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정웅인

 

 

 


 

 

  특수 강력사건 담당 광역수사대원인 서도철. 국제 불법 중고차 매매 사건을 처리하고 쉬는 그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평소에 자신을 도와줬던 트럭 운전사 배씨가 병원에 있다는 소식이었다. 임금체불과 갑작스런 계약 해지로 1인 시위를 하던 그가 본사 건물에서 투신을 했다는 것이다. 신진 그룹의 재벌 3세인 조태오와 최 상무를 비롯해 관할 경찰서와 다른 관련자들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서도철. 그가 사건을 캐기 시작하자, 위에서 엄청난 압박이 들어온다. 이에 서도철은 이 사건이 단순 투신 사건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는데…….

 

 

  전반적으로 영화의 흐름은 좋았다. 빠르게 흘러가다가 쉬는 시간도 좀 주고, 그러다 다시 빠르게 진행되고, 그 와중에 웃으면서 여유를 가진 시간을 또 주는 식으로 호흡 조절이 좋았다. 마치 탁구를 치듯이 서도철과 팀원들이 한 번 공격하면 조태오와 그 실무진들이 반격을 하고, 그러면 수비를 하면서 다시 공격하고, 또 그걸 받아넘기면서 역공을 하고……. 두 시간이 넘는 시간이었지만, 전혀 지루하거나 눈을 돌릴 틈이 없었다.

 

  감독은 조태오를 통해 그동안 뉴스에서만 접했던, 재벌과 유명인이 일으켰던 여러 가지 사고들을 다시 보여주었다. 그동안 문자나 다른 사람의 입을 빌어 들을 때는 그냥 ‘그랬구나. 하여간 미친놈들이 너무 많아.’라는 생각만 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이번에 직접 영상으로 재연되는 걸 보니, 와, 진짜……. 와……. 욕이 절로 나왔다. 그러다 개한테 미안해서 욕하던 것을 멈추긴 했다. 개야 미안해. 널 비하하려던 건 아니었어. 영화라서 상상으로 넣은 사건들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들이라 생각하니 한숨도 나왔다. 도대체 그들은 무슨 생각으로 저런 짓을 벌인 걸까? 문득 ‘대중은 개돼지’라는 발언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연기에 한해서는 구멍이라 불릴 인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매 장면이 다 인상적이었고 멋졌다. 그 중에서 제일 인상 깊은 장면은 최 상무 역할을 맡은 유해진이 서도철 역을 맡은 황정민과 일대 일로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었다. 특히 유해진의 연기에는 그냥 감탄만 나왔다. 와, 저렇게 차분하면서 재수 없고 확신에 찬 연기가 가능하구나. 상사에 아부하면서 제대로 대접도 못 받고, 비굴하고 야비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사실 그가 내부 고발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런 대접을 받으면서, 그렇게까지 자존심 다 버리고 설설 기면서 살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사람마다 지향하는 삶의 목표가 다르니까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그런 피해를 주면서까지 살고 싶을까하는 의문은 들었다.

 

 

  그 다음으로 인상적인 장면은 서도철의 부인인 주연 역을 맡은 진경이 남편 사무실로 찾아가는 부분이었다. 그 전에 최 상무가 고가의 선물과 현찰을 들고 그녀를 회유하고자 찾아가는 사건이 있었다. 그의 제의를 거절하고 남편을 찾아간 그녀는, “쪽팔리게 살지 말자.”고 말한다. 남편이 혹시 부패 형사의 길을 걷는 게 아닐까, 남편에게 실망할까 걱정되는 마음이 잘 드러나 있었다. 당차게 남편의 팀원들 앞에서 할 말 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남편 정신 차리라고 가차 없이 패는 장면은 진짜 멋졌다. 음, 역시 영화 ‘암살’에서 친일파 남편 앞에서 당당하게 독립운동 한다고 말하고, 자신을 겨눈 총구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모습이 인상 깊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고 보니 역시 영화 ‘암살’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죽은 분이 여기서 팀장 역을 맡고 있다. 환생해서도 나라를 위해 일을 하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뼛속까지 애국자!

 

 

  결말이 통쾌해서 보고 나서 기분이 좋은 영화였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과연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하니, 급우울해졌다. 병 주고 약 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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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구경하는 들러리양 2 구경하는 들러리양 2
엘리아냥 지음 / CL프로덕션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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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엘리아냥

 

 




 

 

  소설의 여주인공인 ‘이벨린’의 친구가 되어 나중에 죽게 되는 운명을 피하겠다는 ‘라테’의 계획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다. 우선 최연소 공작이며 검술의 달인인 ‘케네스’에게는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그냥 아는 척해줄 정도의 관계가 되었고, 황태자에게는 하는 짓이 웃긴 특이한 존재로 기억되었다. 또한 마탑주 ‘아윈’에게는 마탑의 우수 고객이자 재미있는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게다가 라테가 쓰는 비모르 소설의 광팬인 황녀와 친구가 된다. 그런데 이상하다. 소설 내용대로라면 아윈은 이벨린에게 껌뻑 죽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이벨린 역시 어딘지 모르게 이상한 표정을 보일 때도 있고, 하지만 라테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소설의 주인공들이 벌이는 밀당을 구경하는 재미에 폭 빠진다. 드디어 그녀가 고대하던 소설의 최강 악녀 ‘페리도트 가넷’이 등장하는데…….

 

 

  지난 1권에 이어, 라테의 개드립과 오버액션은 이어진다. 속으로 엉뚱한 상상을 하는 것도 모자라서, 겉으로도 표현하는 그녀를 따라가다 보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저렇게 유쾌하고 생기발랄하면서 때로는 발칙한 상상을 하는 친구가 옆에 있으면 무척 신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너무 오지랖이 넓거나 오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매일매일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런 그녀의 성격 때문인지, 라테의 주위에는 유쾌하고 엉뚱한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이 그렇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우선 라테의 시녀이자 온 도시의 소문을 다 듣고 다니는 ‘에슐라’. 그녀는 호박에 줄을 그어 수박으로 만들어 버리는 화장술의 대가이다. 그녀가 축제를 위해 라테에게 화장을 해준 날, 라테는 자신이 수박이 되었다고 에슐라의 화장술에 무서움을 느끼고 비숏은 처음에 라테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런데 꽤나 재미있는 성격으로 비숏이 처음 라테네 집에 온 날, 처음으로 본 마법사가 신기해서 그를 괴롭히기도 한다.

 

 

  그리고 불량 마법 스크롤을 만든 죄로 라테네 집에서 한 달 동안 봉사하기로 한 비숏. 아윈의 마법실력을 존경하지만 동시에 그의 인성을 무서워하는, 소심하고 여린 성격이지만 은근히 할 말 다하면서 눈치 없는 캐릭터다.

 

 

  거기에 소설대로라면 케네스를 짝사랑하는 안타까운 소녀여야 하는데, 라테가 쓴 비모르 소설을 읽다가 때를 놓쳐버린 황녀 ‘로젤리아’. 그녀 역시 상당히 귀여우면서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그녀는 라테가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을 쓴 작가라는 것을 알자. 거의 숭배 수준으로 그녀를 따르고 좋아한다. 장르를 달리하면 집착 백합물 하나 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정상적이지 않아 보이는 주연들과 엉뚱한 조연들이 만나서 유쾌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2권이었다. 아! 깨알같이 작가가 라테의 입을 빌어 유행어를 인용한 개드립의 향연을 펼치고 있는데, 그걸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런데 의아한 점이 있다. 내용은 아니고 편집에 대한 것인데, 캡처를 보면 5번은 네모칸 안에 들어있지 않다. 의도적인 것일까 아니면 편집 실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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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 한정판 (2disc) - 시나리오포토북 + 선언문 + 지도 + 엽서 7종
최동훈 감독, 이정재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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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Assassination, 2015

  감독 - 최동훈

  출연 -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1933년, 김구와 김원봉은 친일파 ‘강인국’과 조선주둔사령관 ‘카와구치 마모루’의 암살을 계획한다. 그러기 위해 일본이 모르는 세 명의 요원을 파견한다. 저격수 ‘안옥윤’,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 그리고 폭탄 전문가 ‘황덕삼’이 그들이다. 순조롭게 경성의 아네모네 마담과 접선한 세 사람은, 목표인 두 사람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 때를 노리기로 한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에는 변수가 있었으니, 김구의 심복이지만 사실 일본군의 밀정인 ‘염석진’ 대장과 그가 고용한 킬러 ‘하와이 피스톨’이 사건에 개입했다는 점이었다. 밀정이라는 사실이 들통난 염석진은 상해에서 경성으로 건너와 그들을 잡아 공을 세우려고 혈안이 되었고, 하와이 피스톨은 셋을 죽이려고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덕분에 세 사람의 암살 계획은 무산되는데…….

 

 

  영화는 긴박감이 넘쳤다. 믿었던 사람이 배신을 하는 바람에 위험에 처한 요원들. 하지만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고자 노력했다. 비록 그렇게 되면 거의 100% 확률로 죽지만 말이다.

 

 

  왜 그들은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그래야했을까? 영화는 국가의 중요성이 어떻고 애국이 어떻다고 노골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일본군이 죽인 가족의 원수를 갚기 위해, 또 다른 이는 돈을 준다고 하기에 그 일을 했다. 하지만 단순히 돈과 복수를 위해 목숨을 내던질 수 있을까? 감독은 자연스레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한 밑바탕에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뭔가가 있었음을 암시한다.

 

 

  일본이 2차 대전에서 패한 뉴스를 보면서, ‘집에 가자!’를 외치는 독립군들의 모습은 뭉클하게 만들었다. 그들이 그토록 돌아가고 싶었고 지켜내려 애썼던 ‘집’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그들이 집으로 돌아와 뭐라고 말할지 들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꽤 재미있었다. 등장인물들의 연기도 그렇고 극의 흐름도 무척 좋았다. 염석진이 왜 김구를 배신을 해야 했는지 심리 묘사도 훌륭했고, 하와이 피스톨이 청부살인업자에서 애국 청년으로 돌아서게 되는 흐름도 괜찮았다. 두 사람의 심리 묘사는 그럭저럭 좋았다.

 

 

  안타까운 점은 안옥윤에 대한 부분이었다. 영화에서 그녀는 출생의 비밀이라기보다는 성장과정의 비밀이 있었는데, 그게 극의 흐름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여 년 전, 강인국은 데라우치 총독 암살에 관여한 부인을 무참히 죽여 버린다. 자신의 앞길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였다. 그때 부인은 쌍둥이 딸을 데리고 있었는데, 한 명은 강인국이 기르고 다른 한 명은 만주에서 독립군으로 자라게 된다. 그 딸이 바로 안옥윤이었다. 그러니까 그녀는 자신의 친부를 죽이라는 밀명을 받은 것이다.

 

 

  여기서 극은 무척이나 어색해진다. 과연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강인국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그 부분을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바람에, 그녀의 심리가 애매모호해졌다. 생각해보자. 아기일 때 헤어진 쌍둥이 자매가 있었다는 얘기는 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길에서 자기와 똑같이 닮은 사람을 만난다. 그러면 놀랄까 안 놀랄까? 영화에서 강인국이 기른 ‘미츠코’나 안옥윤은 별로 놀라지 않는다. 그냥 어릴 때 자매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는 식으로, 마치 어제 신문에서 본 기사를 말하듯이 별다른 감흥을 보이지 않는다. 이미 성인이 되었기에 가족 간의 정 같은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안옥윤의 처소를 알아낸 강인국은 미츠코를 그녀로 오해하고 직접 쏴 죽인다.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말이다. 그걸 안옥윤은 숨어서 지켜본다. 또한 그 자리에서 친엄마를 죽인 것이 그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정이라든지 반가움을 느낄 기회는 하나도 없었다. 대신 증오심만 커졌을 것이다.

 

 

  결국 그녀가 친부가 누구인지 알았건 몰랐건, 그에게 가족의 정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었다. 알고 왔으면 독한 것이고, 모르고 왔어도 별로 놀라지 않는 것을 보니 그냥 타깃으로만 여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강인국에게 총을 겨눈 안옥윤은 망설인다. 왜? 그 전까지 냉철한 저격수 이미지였는데, 갑자기 여기서는 더없이 여린 효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니 이보시오, 감독님! 각본가님!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이오! 그 전까지 그녀가 아버지에게 정을 느낄 건덕지도 주지 않았으면서, 이 무슨 갑작스런 망설임과 가족애란 말이오! 이게 말이 되오? 그 때문에 그녀의 후반 심리가 흐트러지면서, 나중에는 주변 사람에게 휘둘리는 아무것도 못하는 여자가 되어버렸다. 아니 뭐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감정 흐름이 있지?

 

 

  영화는 다 좋았는데, 안옥윤의 심리만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그게 무척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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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Ghost Theater, 劇場霊, 2015

  감독 - 나카타 히데오

  출연 - 시마자키 하루카, 아다치 리카, 타카다 리호, 마치다 케이타

 

 



 

 

  ‘사라’는 주로 단역만 맡아온, 아직은 무명인 연기자이다. 그러다 유명한 감독이 제작하는 바토리 백작을 소재로 한 연극에 지원해 조연으로 발탁된다. 연기에 대한 강한 열망과 성실함을 가진 사라. 하지만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주연을 따낸 ‘아오이’는 그런 그녀를 질투하고 괴롭힌다. 그러던 어느 날, 극에 등장하는 마네킹을 담당하던 소품 관리자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다. 게다가 주연인 아오이마저 누군가의 습격에서 도망치다가 옥상에서 떨어지고 만다. 뒤를 이어 주연이 된 사라. 하지만 그녀도 아오이처럼 마네킹이 움직이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감독의 성상납을 거절한 괘씸죄로 배역에서 탈락하고 만다. 사라는 무대 스태프인 ‘이즈미’와 마네킹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기로 하는데…….

 

 

  ‘무서운 집’이라는 한국 영화가 있다. 등장인물은 주인공과 마네킹이 전부였지만, 상영 시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했었다. 귀신들린 마네킹과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의 기상천외한 대응방식은 웃음을 주었고, 동시에 어디서 어떻게 공격을 받을지 몰라 조마조마하면서 본 기억이 난다. 또한 주부의 단조로운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현대 핵가족 사회의 문제점과 끝없는 집안일의 무서움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공포와 사회 비판 그리고 코미디, 세 마리 토끼를 잡은 영화였다.

 

 

  갑자기 왜 그 작품 얘기를 꺼내냐면, 이 영화에도 마네킹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마네킹의 모습은 진짜 굉장했다. 역시 ‘나카타 히데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특히 목이 돌아간 상태에서 움직이는 마네킹의 기괴함은 ‘혹시 이 장면을 위해 감독이 영화를 만든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로테스크하고 멋졌다.

 

 

  게다가 영화는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었다. 연예계를 둘러싼 비리도 은근히 비꼬고 있었다. 아오이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연기에 대해 이야기한 이후, 감독은 그녀가 어떤 실수를 해도 봐주었다. 하지만 사라는 그의 저녁식사 요구와 성추행에 가까운 스킨십을 거부했다. 그 결과 연습 시간에 대놓고 핀잔을 받고, 급기야 배역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그 장면을 보면서 그냥 욕이 나왔다. 자기 딸과 비슷한 또래의 어린애한테 그러고 싶을까? 아주 자연스레 손이 내려가는 걸 보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그래놓고 나중에 습격이 있자, 제일 먼저 도망간다. 치사한 놈.

 

 

  그 뿐만 아니라, 영화는 성공에 대해 갈망하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잘 보여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친구로 지냈지만, 모두가 같은 것을 원하게 되면서 그 관계는 파탄 나버렸다. 그토록 원했던 연예계에서의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주연 자리. 그것을 앞에 두고 모두의 마음에는 질투와 시기라는 싹이 무럭무럭 자랐다. 영화는 어린 소녀들의 그런 미묘하면서 시기어린 시선을 잘 포착했다.

 

 

  역시 나카다 히데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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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위에 쓴 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여러분? 나카다 히데오가 왜 이런 영화를 만든 건지. 아직 감이 떨어질 때가 아닌데, 그의 감은 이미 떨어졌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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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죽이기 - 엘러리 퀸 앤솔러지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외 지음, 엘러리 퀸 엮음, 정연주 옮김, 김용언 해제 / 책읽는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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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asterpieces of Mystery, 1976

  작가 - 버트런드 러셀,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윌리엄 포크너, 스티븐 빈센트 베네, 싱클레어 루이스, 아서 밀러, 맥킨레이 캔터, 수잔 글래스펠,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마크 코널리, T. S. 스트리블링, 제임스 굴드 커즌스

  엮은이 - 엘러리 퀸

 

 





 

 

   엘러리 퀸 신간이 나왔다는 알림을 받고 제목을 보니 ‘응? 헤밍웨이 죽이기? 헐, 엘러리 퀸이 나라 이름을 살인에 엮는 것도 모자라 이제 유명인까지 엮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자세히 설명을 읽어보니, 그는 ‘엮은이’였다. 그가 당대 유명 문인들의 추리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작품들을 모았다는 것이다. 작가 이름을 보니, 어디선가 한 번씩은 접했던 사람들이다. 문학 시간에 배운 사람도 있고, 다른 소설을 읽을 때 본 사람도 있다.

 

   그걸 보면서, 엘러리 퀸이 미국 추리 소설을 발전시키고 유지하기 위해 꽤 노력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터피스라는 이름으로 엮을려면 많은 작품을 읽고 또 읽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물어보고 또 엄선하고 재확인하는 작업을 거쳐야 했으니 말이다. 자기 소설쓰기도 바쁠 텐데……. 그는 자기 소설으로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고, 다른 사람들의 작품으로도 감동을 주었다. 그런 엘러리 퀸의 노력에 감사하며 책을 읽기로 했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

 

 

   책은 인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도둑을 맞았지만 신고할 수 없는 이야기, 유명한 범죄자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찰들의 이야기, 국제 첩보와 관련된 이야기, 보험금을 노린 살인, 교묘한 트릭을 사용한 은행 강도 이야기, 부인을 그리워하는 레스토랑 주인 이야기, 남자들은 보지 못하는 부분을 파악한 여자들의 이야기, 우연히 기차를 기다리다가 살인사건에 맞닥뜨리게 된 이야기, 사기 치려다가 된통 당하는 이야기, 배우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 그리고 유명 인사 암살 사건에 휘말린 이야기까지 모두 12개나 되는 무척이나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단편이라 뭐라고 자세히 쓸 수 없어서 좀 안타깝다. 잘못하면 스포일러가 되어버릴 거 같아서 패스.

 

 

   어떤 것은 무척이나 기발해서 ‘헐! 대박! 쩔어!’라는 말이 절로 나왔고, 또 어떤 것은 도대체 왜 그렇게 흘러가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단편을 읽고 이해를 못하다니, 난 아직 멀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어쩌면 소설이 나온 시대와 지금이 많이 달라져서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래, 내가 바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저렇게 생각하는 게 더 낫겠다.

 

   개인적으로 제일 기발했던 이야기를 고르자면, ‘제임스 굴드 커즌스’의 ‘기밀 고객’이다. 제일 분량은 짧았는데, 막판 뒤통수를 아주 세게 때린 작품이었다. 진짜 이런 맛에 단편을 읽는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제일 유쾌하게 흘렀던 이야기는 ‘T.S. 스트리블링’의 ‘한낮의 대소동’을 고르겠다.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 나눈 대화가 온 마을의 관심을 끌고,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마치 마을 축제처럼 그려졌다. 원래 마을 분위기가 저랬을까? 제일 안타까운 사건은 음, ‘마크 코널리’의 ‘사인 심문’을 뽑겠다. 마지막 줄을 읽으면서 ‘하아…….’하는 한숨과 함께 가슴이 먹먹해졌다. 인간이란 진짜, 하아…….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그걸 다 밝히면 스포일러가 되니까.

 

 

   아직까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는 ‘아서 밀러’의 ‘도둑이 필요해’이다. 도대체 왜? 내가 뭔가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 모양이다. 대충 읽은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아직까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제일 황당했던 내용은 ‘버트런드 러셀’의 ‘미스 X의 시련’이다. 분위기 상으로는 엄청난 음모이고 비밀인 것 같은데, 어째서 만나는 사람마다 다 알고 있는 거지? 그럼 비밀이 아니잖아? 음, 그 당시는 SNS나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서, 아니 아예 없어서 그 정도는 비밀로 유지될 수 있는 수준이었나 보다.

 

 

  무척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과거의 여러 다른 공간을 왔다 갔다 하는 시간 여행을 한 기분이었다. 물론 여행의 주제는 ‘범죄’였다. 그렇다 고해서 범죄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었다. 그게 특히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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