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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범스
롭 레터맨 감독, 잭 블랙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원제 - Goosebumps, 2015
감독 - 롭 레터맨
출연 - 잭 블랙, 딜런 미넷, 오데야 러쉬, 라이언 리
소문으로만 들었던 동화 시리즈가 있다. 아이들을 위한 공포 소설 시리즈인데,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동네 어린이 도서관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왜 그럴까? 만화로 된 공포 이야기 시리즈는 있던데……. 하여간 영화로라도 아쉬움을 달래볼까 생각했다. 음? 그런데 영화는 내가 들었던 동화와는 좀 달랐다. 동화책은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놓고 있다면, 영화는 무서운 이야기보다는 시리즈와 그 작가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아빠의 죽음으로 뉴욕에서 메디슨이라는 시골 마을로 이사 오게 된 ‘잭’. 옆집에 사는 ‘헤나’에게 관심을 갖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집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한다. 새로 사귄 친구라고는 ‘멍청이’라고 불리는 ‘챔프’뿐인 잭은 학교나 시골 마을 생활에 잘 적응을 하지 못한다. 어느 날 들린 헤나의 비명에 그는 몰래 옆집에 침입하는데, 서재에서 자물쇠로 잠긴 구스범스 책들을 발견한다. 잭은 호기심에 손을 대는데, 잘못해서 책을 펼치게 된다. 그러자 책 속에 봉인되어있던 괴물들이 세상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데…….
영화는 꽤 멋진 상상력을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작가가 쓴 시리즈는 진짜로 존재했던 괴물들에 대한 이야기였고,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사실 괴물을 책에 봉인하는 과정이라는 설정은 무척 멋졌다. 그 때문에 책을 펼치면 봉인이 풀려 괴물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었다. 작가가 쓴 시리즈에 어떤 무시무시한 것들이 나오는지 잘 모르지만, 아마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괴물들에 대한 걸 적기 않았을까? 지금까지 책이 60권이 넘게 나왔다니, 귀신은 기본이고 미라, 흡혈귀, 설인, 늑대인간, 에나벨이나 처키같은 인형, 저주 걸린 다양한 물건들에 거대 곤충이나 식인 식물 그리고 좀비 등등 아주 많을 것이다. 그런 것들이 다 진짜 세상에 존재한다면?
음, 어린이용 책에 등장하는 애들이니 괜찮을까? 하지만 어린이용 책에 있는 괴물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다면 성인용 책에 있는 것들도 나올 테고, 그러면 세상은……. 그리고 영화를 보니 어린이용 동화에 나오는 애들이지만 진짜 사악했다. 아동용이라지만 ‘공포’가 제목에 붙은 아동용은 차원이 다른 모양이다.
하긴 영화에서 구스범스 시리즈가 유아용이 아니냐는 잭의 말에 챔프는 이렇게 대꾸한다. ‘유아용 동화는 잠이 들게 하지만, 이 시리즈는 깨어있게 해줘.’ 어디선가 작가 ‘스타인’을 ‘어린이들의 스티븐 킹’이라고 부른다는 얘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걸 제작진도 알고 있는지, 영화에서도 대놓고 스티븐 킹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스타인이 스티븐 킹이 되지 않으려고 애쓴 것 같다고 잭이 약을 올리자, 스티븐 킹이 자기처럼 쓰려고 한 거라며 자기가 더 많이 팔렸다고 스타인이 버럭 화를 낸다. 두 사람이 그렇게 비슷하다면, 설마 책은 재미있지만 영화는 망작이 되는 것도 닮을까?
다행히도 이 영화는 재미있었다. 어린이용 작품이라 고어적인 면도 없고, 그냥 청소년 모험 액션 스타일의 영화였다. 무난한 전개에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모험과 역경에 적절한 해피엔딩까지. 남의 집에 몰래 숨어들어와 일을 벌여놓고 무슨 일인지 말해달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잭의 행동에 어이가 없었지만, 요즘 애들 버릇없는 걸 생각하면 뭐…….
스 타인 역을 맡은 사람이 잭 블랙이었다는 걸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 나중에 등장인물이름을 보고나서야 알았다. 영화에서 ‘스내피’라는 이름의 복화술용 인형은 어쩐지 영화 ‘데드 사일런스 Dead Silence, 2007’에 등장하는 인형과 비슷하다. 저주에 걸린 사악한 복화술용 인형은 비슷하게 생긴 걸까? 아니면 배역을 돌려쓰는 걸까?
책을 읽어보고 싶다. 우리 동네 도서관에도 비치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