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怨靈, Haunted Road, 2014

  감독 - 동역견

  출연 - 홍수아, 강조, 팽릉, 예모사

 

 

 

 

 

  출연자 목록에 ‘홍수아’의 이름이 들어있다. 최근 들어 한국 배우의 중국 진출이 늘고 있다더니, 이 사람도 그랬나보다.

 

 

  일곱 명의 친구들이 결혼식 참석을 위해 길을 떠난다. 남자 셋, 여자 넷으로 묘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한적한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난 차량을 발견하지만, 갈 길이 멀다는 핑계로 그들은 사고 현장을 외면한다. 혼자서 커플이 아니었던 ‘설련’은 그런 친구들의 행동에 화를 내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갑자기 차가 고장 나자 그들은 휴게소까지 가기로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곳은 텅 비어 있었다. 그들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일탈을 즐기지만, 하나씩 기이한 일을 겪으면서 죽어나가기 시작하는데…….

 

 

  평소에 공포 영화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가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그러면 꼭 무슨 일이 생기니까. 남자건 여자건 절대 혼자서 불빛도 없고 사람도 없는 곳에 가면 안 된다. 하지만 이 작품의 아이들은 공포 영화를 본 적이 없었는지, 아니면 겁과 개념이 없는지 혼자서 어두컴컴한 장소를 잘도 들어간다. 그리고 급기야 가판대에 있는 물건을 마음대로 꺼내간다. 저기 너희들 혹시 CCTV라는 거 들어본 적 없니?

 

 

  설련은 여전히 이런 친구들의 행동을 못마땅해 하면서도 절대로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속으로 투덜댈 뿐이다. 어쩐지 그녀는 그 모임에서 겉도는 분위기다. 다들 술 마시는데 혼자 안 먹고, 다른 애들과 달리 나대지도 않고 조용히 웃으면서 뒤에서 챙겨주기만 한다. 어떻게 보면 내성적이면서 조용한 성격이고, 달리 보면 순진하고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성격이다. 하지만 음, 속으로는 친구들의 모든 행동을 평가하는 게, 그렇게 착하고 순진한 것 같지는 않다. 진짜로 그런 짓을 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으면 뭐라고 한마디라도 해봐야하지 않았을까? 미움 받기는 싫으니까 입 꾹 다물고, 속으로 이러쿵저러쿵. 난 저애들과는 달라, 하지만 아무 말도 안하는 걸 보니 나도 비슷한 부류구나. 이런 식으로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기만 한다.

 

 

  세 커플과 한 명의 솔로. 대개 이런 구도면 커플 중의 한 사람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여기서도 그랬다. 한 커플 중의 남자애가 설련에게 관심을 보인다. 급기야 이 남자는 위기 상황에서 자기 여자 친구는 버려두고 설련의 손을 잡고 도망간다. 와, 저런 놈도 여자 친구가 있는데!!

 

 

  영화는 젊은 배우들의 외모도 괜찮았고, 한명씩 죽어가는 흐름도 좋았다. 다음 죽을 장소나 죽을 사람의 사진이 휴대전화로 예고된다는 설정도 재미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인공인 설련이 너무 속으로 꿍얼꿍얼거려서 짜증이 났다. 게다가 얼마나 맹하게 구는지 보면서 답답했다. 그 사람만 나오면 영화가 급지루해지는 효과까지 났다. 대단한 존재감이다. 그리고 귀신의 비주얼이 인형이거나 분장이라는 티가 너무 났다.

 

 

  게다가 결말은 ‘뭐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자기가 한을 품었으면, 그 대상에게 화풀이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왜 아무런 연관도 없는 제3자에게 난리야? 한심해서 죽은 게 안타깝지도 않았다. 결말 전까지는 그나마 흐름이 좋았는데, 결말 부분에서 점수를 몽땅 다 까먹었다. 나름 감독은 반전이라고 넣은 거 같은데, 제 역할을 못했다.

 

 

  많이 아쉬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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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범스
롭 레터맨 감독, 잭 블랙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원제 - Goosebumps, 2015

  감독 - 롭 레터맨

  출연 - 잭 블랙, 딜런 미넷, 오데야 러쉬, 라이언 리

 

 

 

 


 

 

  소문으로만 들었던 동화 시리즈가 있다. 아이들을 위한 공포 소설 시리즈인데,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동네 어린이 도서관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왜 그럴까? 만화로 된 공포 이야기 시리즈는 있던데……. 하여간 영화로라도 아쉬움을 달래볼까 생각했다. 음? 그런데 영화는 내가 들었던 동화와는 좀 달랐다. 동화책은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놓고 있다면, 영화는 무서운 이야기보다는 시리즈와 그 작가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아빠의 죽음으로 뉴욕에서 메디슨이라는 시골 마을로 이사 오게 된 ‘잭’. 옆집에 사는 ‘헤나’에게 관심을 갖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집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한다. 새로 사귄 친구라고는 ‘멍청이’라고 불리는 ‘챔프’뿐인 잭은 학교나 시골 마을 생활에 잘 적응을 하지 못한다. 어느 날 들린 헤나의 비명에 그는 몰래 옆집에 침입하는데, 서재에서 자물쇠로 잠긴 구스범스 책들을 발견한다. 잭은 호기심에 손을 대는데, 잘못해서 책을 펼치게 된다. 그러자 책 속에 봉인되어있던 괴물들이 세상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데…….

 

 

  영화는 꽤 멋진 상상력을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작가가 쓴 시리즈는 진짜로 존재했던 괴물들에 대한 이야기였고,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사실 괴물을 책에 봉인하는 과정이라는 설정은 무척 멋졌다. 그 때문에 책을 펼치면 봉인이 풀려 괴물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었다. 작가가 쓴 시리즈에 어떤 무시무시한 것들이 나오는지 잘 모르지만, 아마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괴물들에 대한 걸 적기 않았을까? 지금까지 책이 60권이 넘게 나왔다니, 귀신은 기본이고 미라, 흡혈귀, 설인, 늑대인간, 에나벨이나 처키같은 인형, 저주 걸린 다양한 물건들에 거대 곤충이나 식인 식물 그리고 좀비 등등 아주 많을 것이다. 그런 것들이 다 진짜 세상에 존재한다면?

 

 

  음, 어린이용 책에 등장하는 애들이니 괜찮을까? 하지만 어린이용 책에 있는 괴물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다면 성인용 책에 있는 것들도 나올 테고, 그러면 세상은……. 그리고 영화를 보니 어린이용 동화에 나오는 애들이지만 진짜 사악했다. 아동용이라지만 ‘공포’가 제목에 붙은 아동용은 차원이 다른 모양이다.

 

 

  하긴 영화에서 구스범스 시리즈가 유아용이 아니냐는 잭의 말에 챔프는 이렇게 대꾸한다. ‘유아용 동화는 잠이 들게 하지만, 이 시리즈는 깨어있게 해줘.’ 어디선가 작가 ‘스타인’을 ‘어린이들의 스티븐 킹’이라고 부른다는 얘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걸 제작진도 알고 있는지, 영화에서도 대놓고 스티븐 킹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스타인이 스티븐 킹이 되지 않으려고 애쓴 것 같다고 잭이 약을 올리자, 스티븐 킹이 자기처럼 쓰려고 한 거라며 자기가 더 많이 팔렸다고 스타인이 버럭 화를 낸다. 두 사람이 그렇게 비슷하다면, 설마 책은 재미있지만 영화는 망작이 되는 것도 닮을까?

 

 

  다행히도 이 영화는 재미있었다. 어린이용 작품이라 고어적인 면도 없고, 그냥 청소년 모험 액션 스타일의 영화였다. 무난한 전개에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모험과 역경에 적절한 해피엔딩까지. 남의 집에 몰래 숨어들어와 일을 벌여놓고 무슨 일인지 말해달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잭의 행동에 어이가 없었지만, 요즘 애들 버릇없는 걸 생각하면 뭐…….

 

 

스  타인 역을 맡은 사람이 잭 블랙이었다는 걸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 나중에 등장인물이름을 보고나서야 알았다. 영화에서 ‘스내피’라는 이름의 복화술용 인형은 어쩐지 영화 ‘데드 사일런스 Dead Silence, 2007’에 등장하는 인형과 비슷하다. 저주에 걸린 사악한 복화술용 인형은 비슷하게 생긴 걸까? 아니면 배역을 돌려쓰는 걸까?

 

 

  책을 읽어보고 싶다. 우리 동네 도서관에도 비치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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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Nightlight (나이트라이트)(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Lions Gate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원제 - Nightlight, 2015

  감독 - 스콧 벡, 브라이언 우즈

  출연 - 쉘비 영, 밋치 휴어, 클로에 브리지스, 카터 젠킨스

 

 

 

 

 

 

 

 

 

 

 

 

 

 

  많은 사람들이 자살했다고 알려진 숲이 하나 있다. 어느 날 밤, 다섯 명의 아이들이 개 한 마리와 함께 그 숲으로 들어간다. ‘로빈’은 혼자 좋아하던 ‘벤’과 가까워지고 싶어서, 모임에 참가한다. 아이들은 손전등과 카메라 불빛에 의지해 떠들썩한 밤을 보내기로 한다. 그들은 ‘나이트라이트’라는 숨바꼭질을 시작한다. 그런데 두 번째 게임을 할 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아무리 ‘나이트라이트’라고 외쳐도 숨은 친구들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상한 생명체가 아이들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하는데…….

 

 

  영화는 좀 정신이 없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한꺼번에 보여주어서 이름과 얼굴을 익히기 전에, 숨바꼭질을 시작한 다음부터는 따로 따로 보여준다. 또한 비슷한 헤어스타일에 비슷한 옷을 입은 아이가 둘이나 나온다. 그래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누가 누군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건 절대로 내 머리가 나쁘거나, 안면인식장애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하여간 숨바꼭질을 하면서 좀 더 잘 숨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뭐에 홀린 거였는지, 아이들은 밤의 숲을 혼자서 헤맨다. 중간에 친구를 만났나 싶었지만, 그건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였다. 이에 놀라 정신없이 도망 다니다가, 아이들은 덫에 걸리고 절벽에서 구르면서 점점 더 숲의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 영화는 주로 로빈의 시점으로 영화를 보여준다. 그녀가 아마 카메라를 들고 있었던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다. 휴대 전화였을까? 하여간 그렇기에 그녀가 보지 못하는 것은 관객도 볼 수 없다. 또한 그녀가 보았다고 해도, 놀라 도망가기 바빠 카메라에 제대로 잡아주지 않으면 확실히 볼 수가 없다. 달빛도 잘 보이지 않는 숲에 불이라고는 손전등과 카메라가 다라서 어둡기도 하고, 이래저래 숲에서 그들이 뭘 봤는지는 알 방법이 없다. 그래서 ‘왜 저래? 뭔데?’이런 생각이 자꾸 들면서 비명 소리만 들리니 정신도 없고 집중도 안 되고 그랬다.

 

 

  게다가 결말 부분에 고해성사는 도대체 왜 하는 것인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 전까지 그 내용에 대한 힌트가 있었던가? 끝까지 다 보고 나서 무슨 내용인지 감 잡을 수 없는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그러니까 이런 거 같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이 있다. 거기서 독자는 주인공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다 알 수 있고 감정이입까지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주인공에게 왜 그러는지는 알 방법이 없다. 그들의 행동을 주인공이 짐작하거나 대화를 통해 풀어가든지 다른 사람이 알려주면 그제야 깨달을 수 있다. 또는 작가가 대사나 행동으로 눈치 챌 수 있게 판을 깔아주어서 주인공보다 먼저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만약에 그런 거 전혀 없이 소설이 진행되면, 도대체 애들이 왜 저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래서 결말을 봐도 ‘왜 이런 마무리가?’라고 의문을 갖기도 하고 말이다.

 

 

  이 영화도 그런 것 같았다. 감독이나 각본가야 자기들이 썼으니 누가 무슨 행동을 하고, 어떤 일이 어떻게 왜 벌어지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 그런데 관객들이 그걸 모를 거라는 생각을 안 한 모양이다. 설마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못 본 사이에 이심전심이 가능할 거라고 믿었던 걸까? 어쩌면 설명을 일일이 다 넣으면 시간과 분량이 늘어날까봐, 빼고 생략하다보니 불친절한 영화가 되어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다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게 만드는 게 감독의 역량이 아닐까 싶지만…….

 

 

  그냥 정신없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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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루시아 4권 루시아 4
하늘가리기 지음 / 조아라 / 2015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작가 - 하늘 가리기

 

 

 

 




  전 8권짜리에서 네 번째니까, 반 정도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여전히 ‘휴고’와 ‘루시아’ 사이는 뜨겁기만 하다. 시도 때도 없이 들이대는 휴고 때문에, 루시아는 이제 겨우 스무 살인데 보약을 먹어야 할 신세가 되었다. 닷새하고 하루 쉬는데도 말이다.

 

 

  지난 3권에서 데미안의 후계문제로 북부의 몇몇 귀족부인들에게 티파티 보이콧을 당한 루시아. 그녀는 자기가 창피 당했다는 생각보다는, 어린 데미안이 상처받지 않았을까 더 걱정했다. 이번 4권에서는 그 사건에 대한 뒤처리가 이어진다.

 

 

  휴고는 자기 부인을 상처 줬다고 대놓고 귀족들에게 으르렁대고, 보이콧을 주도한 집안이 뭔가 사고를 치자 ‘나이스!’하고 쾌재를 부르며 탈탈 털기 시작한다. 데미안은 여덟 살 답지 않게, 자기 때문에 새어머니가 그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힘을 길러야겠다고 결심한다. 누구도 자신의 출신을 핑계로 가족을 비웃지 못하게 하기위해, 어머니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 아니, 무슨 여덟 살짜리가! 그 나이 때는 헤헤거리면서 겨울에는 콧물을 훌쩍이고 여름에는 까맣게 타면서 뛰어놀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하여간 타란 공작가의 두 남자는 그들이 사랑해마지않는 한 명의 여인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4권에서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난다. 데미안이 사실 휴고의 쌍둥이 동생이 남긴 아이라든지, 공작가의 주치의 필립은 수를 써서 루시아에게 가문의 비약을 먹이려고 하고, 왕이 서거하는 일이 일어난다. 그래서 루시아는 남편과 함께 수도로 돌아오게 된다.

 

 

  아무래도 수도에는 새로 즉위한 왕을 두고 귀족간의 암투가 벌어지고, 예전에 휴고를 좋아했던 여자들이 많이 있으니 이래저래 루시아는 시달릴 것 같다. 특히 그녀를 둘러싼 온갖 루머들이 장난이 아니게 퍼져있어서 곤란해질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그녀가 절세미인이라 홀딱 반한 휴고가 납치하다시피 데리고 갔다는 등등. 낮에는 사람들이 괴롭히고 밤에는 휴고가 잠을 못 자게하고……. 불쌍한 루시아. 빨리 두 사람이 계약 결혼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나, 서로 숨기고 있던 마음을 확인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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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루시아 3권 루시아 3
하늘가리기 지음 / 조아라 / 2015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작가 - 하늘가리기

 

 

 

 

 

 

  3권에서는 ‘휴고’와 ‘루시아’의 갈등이 이어진다.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되지 않고, 두 사람은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기로 합의한다. 그리고 외부에는 휴고의 친아들로 알려져 있는 여덟 살 난 ‘데미안’이 돌아온다. 친아버지로 알고 있는 휴고에 의해 여섯 살 되던 해에 기숙학교로 보내진, 냉담하고 조숙한 소년이다. 하지만 그 역시 루시아 앞에서는 영락없이 어린 소년이 되어버린다. 지금까지 사랑이라고는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그녀를 따르게 되었다. 루시아는 휴고를 쏙 빼닮은 어린 데미안이 너무 귀여워 어쩔 줄 몰라 하고, 자신의 친아들처럼 여긴다.

 

 

  그런데 북부의 귀족 집안 부인들을 초대한 정원 파티에서 사건이 일어난다. 일부 부인들이 사생아를 공작가의 후계로 인정할 수 없다는 반대의 표시를 내보인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어린 루시아의 기를 죽여 제압하겠다는 계산도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루시아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휴고와 루시아의 초반 대립은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애초에 두 사람은 상대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갖고 있었다. 휴고는 가문의 출생에 얽힌 비화가, 루시아는 꿈일지도 모르는 다른 삶에 대한 기억이 각각 있었다. 게다가 ‘계약’이라는 조건에 묶여있었기에, 섣불리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지 못했다. 혹여 자신이 상대에게 느끼는 감정과 비밀을 털어놓으면 외면당할까봐, 둘은 두려워했다. 겉으로는 당차고 씩씩한 두 사람이었지만, 속으로는 무척이나 여린 성격이었다. 어쩌면 그건 휴고와 루시아가 서로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관심이 없는 상대가 하는 말에 상처받을 리는 없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건 네 생각이지. 이런 생각으로 코웃음 치며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진짜로 마음을 주고 날 미워하지 않기를 바라는 상대라면, 그 사람이 내뱉은 의미 없는 말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둘은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의미 없는 신경전만 벌인 것이다. 휴고와 루시아가 자신의 비밀을 거리낌 없이 털어놓는 시점이 아마 이 소설의 끝이 아닐까 싶다.

 

  데미안과 관련된 출생의 비밀은 2권에서 힌트가 주어졌기에,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다만 어린 아이가 너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집안의 유전자가 원래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아이가 아이답지 못하고 어른스러움을 강요받는 상황이 참 마음이 안 좋았다. 하지만 그런 조숙한 척 하는 소년이 의외의 상황에서 어린 모습을 보이는 것도 모에 요소이긴 하다. 집사인 제롬이 회장으로 있는 루시아 팬클럽에 최연소 신입회원이 들어왔다.

 

  데미안 보는 재미가 있던 3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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