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The Conjuring 2, 2016

  감독 - 제임스 완

  출연 - 베라 파미가, 패트릭 윌슨, 매디슨 울프, 프란시스 오코너

 

 

 

 

 

 

  영화에 대한 감상을 얘기하기 전에, 이건 짚고 넘어가야겠다.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국내 포털에서 검색하면, 위에 적은 ‘매디슨 울프’라는 배우는 이름이 아래쪽에 적혀있다. 하지만 imdb에서는 워렌 부부 역할을 맡은 ‘베라 파미가’와 ‘패트릭 윌슨’에 이어 세 번째로 적혀있다. 그 말은 그 배우가 영화에서 주연급이라는 뜻이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악령에 고통 받는 ‘자넷’을 연기한 어린 배우의 연기에 감탄하게 된다. 워렌 부부가 아니라, 그녀가 주연이라는 인상을 줄 정도였다. 그 배우가 바로 매디슨 울프이다. 포털이 빨리 배우 정보를 고쳤으면 좋겠다. 설마 아역이라고 무시한 건 아니겠지?

 

 

  영국 엔필드에 엄마 ‘페기’와 어린 네 자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밤부터, 둘째딸인 ‘자넷’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악몽을 꾸기도 하고, 이층에 있는 자신의 침대에서 일층 거실로 옮겨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몽유병이라 생각했지만, 증상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위협적으로 변한다. 언론과 인터뷰를 한 이후 이 가족과 집은 유명해지고, 마침내 교회에서는 워렌 부부에게 진상 조사를 부탁하는데…….

 

 

  아, 영화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멋지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1편보다 몇 배 훨씬 더 좋았다. 앞으로 뭔가가 나올 순서라는 걸 알고 또 뭐가 나올지도 알고 있다면, 영화는 시시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달랐다. 뭔가 나올 분위기이고 어떤 것이 나올 것이라 예측 가능하지만, 전혀 식상하지 않았다. 나올 타이밍을 반 박자 잠깐 쉰다거나, 그 뭔가의 등장을 느릿하게 연출해서 두근거림을 극대화시키는 지점까지 이끌어갔다.

 

  이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탈 때 천천히 올라가면서 ‘이제 내려가겠군.’, ‘엄청 빨리 내려가겠지?’, ‘아, 하늘은 왜 이리 맑은 거야?’ 또는 ‘내 안경 떨어지지 않게 잘 잡아야지.’ 내지는 ‘그동안 저지른 죄를 용서해주옵시고…….’ 같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속도를 즐길 준비를 하는 것과 비슷했다. 올라가면 내려가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그런데 헐? 롤러코스터 코스가 좀 바뀌었다! 전에는 두 번 회전을 했다면, 이번에는 살짝 비틀면서 두 번 반을 돈 것이다. 으악! 난 아직 거기까지는 마음의 준비를 못했는데!

 

  이 영화는 그런 느낌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을 몰랐어! 그래서 놀랐잖아! 아잉, 좋아!

 

 

  아쉬운 점은 결말이 너무 쉬웠다는 것이다. 아니 왜 그렇게 정교한 함정을 팔 줄 아는 존재가 저리도 쉽게 무너지는 건지……. 그러다 문득 이건 어쩌면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계로 넘어오는 악령들은 대개 평범한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엄청난 괴력에 공간이동은 기본이고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능력까지. 그러니 그들이 자꾸만 넘어오면 인간계가 아니라 악령계로 바뀌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조절하는 누군가가 계약서를 쓰게 한 게 아닐까?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악령들에게 ‘인간계로 넘어가는 대신, 치명적인 약점 하나 갖기’ 같은 계약에 서명하도록 말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리도 허무한 결말은 있을 수가 없다.

 

 

  그래도 간만에 ‘제임스 완’이라는 이름이 붙은 영화중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그가 기획만 한 것과 연출까지 맡은 건 확실히 달랐다.

 

 

  그나저나 여기 나오는 수녀님 악령은 어쩐지 마릴린 맨슨을 연상시켰다. 그리고 마릴린 맨슨은……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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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Boy, 2016

  감독 - 윌리엄 브렌트 벨

  출연 - 로렌 코핸, 루퍼트 에반스, 제임스 러셀, 짐 노튼

 

 





 

  포스터를 보면 소년의 얼굴을 한 인형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죽은 아들, 살아있는 인형’ 이라든지 ‘착한 아이가 될게요.’라는 문장이 적혀있다. 흐음, 이러면 머릿속에서는 이런저런 영화들이 떠오른다. 인형이 나와서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게 뭐가 있더라, 우선 ‘사탄의 인형 Child's Play, 1988’이 있고 ‘데드 사일런스 Dead Silence, 2007’에 ‘애나벨 Annabelle, 2014’까지 생각난다. 그러고 보니 저 작품들 다 초자연적인 존재가 인형 몸속에 들어가 사건을 일으키는 내용이다. 그러면 이 영화 역시 그런 류인가? 대놓고 죽은 아들 어쩌고 하는 걸 보니, 설마?

 

 

  ‘그레타’는 외딴 마을의 대저택에 유모로 일하게 된다. 그런데 노부부가 아들이라며 소개한 것은 다름 아닌 커다란 소년 인형이었다. 처음에는 장난이라 여겼으나, 부부는 인형을 ‘브람스’라고 부르며 마치 살아있는 아이를 대하는 것처럼 대한다. 그들은 10가지 규칙을 그레타에게 알려주며 여행을 떠나고, 커다란 저택에는 그녀와 인형만이 남게 된다. 그녀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마을에서 식료품을 배달하는 ‘말콤’ 뿐. 그리고 그때부터 그녀 주위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그레타는 자신 말고 누군가 또 있는 게 아닐까 의문이 들고, 자기도 모르게 인형을 진짜 아이처럼 대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도망치다시피 벗어났던 폭력적인 전 남자친구가 찾아오는데…….

 

 

  영화는 이런저런 분위기를 흘리면서, ‘이렇게 생각해봐.’, ‘후훗, 지금 이 장면으로 아까 생각한 게 어긋났지?’, ‘자, 다시 한 번 생각해봐.’ 라고 계속해서 도전을 해온다. 처음에는 노부부가 정신병자가 아닐까하는 추측을 하게 하더니, 말콤을 의심하게 하고, 귀신들린 인형이 아닐까하는 예상을 하게 한다. 이럴 것이라 생각할 힌트를 주더니 그걸 부정하고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그러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여지를 준다.

 

 

  추리 작가 엘러리 퀸의 ‘국명 시리즈’를 읽어보면, 범인이 밝혀지기 전에 독자에게 도전하는 페이지를 넣는다. 지금까지 힌트를 다 줬으니, 다음 장을 넘기기 전에 생각해보라는 의미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마치 관객에게 도전장을 내민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많은 힌트와 복선과 암시 등등을 다 갈아 넣었으니, 한번 맞춰봐라! 이런 분위기?

 

 

  하지만 아쉽게도 결말 부분은 좀 아쉬웠다. 그 전까지 차곡차곡 카드 탑을 잘 쌓다가 맨 꼭대기 부분을 올리면서 손을 떤 것 같았다. 거기서 삐끗하면 탑이 무너지기 마련이다. 차라리 아니, 그건 말하면 안 될 것 같다. 엄청난 스포일러가 될 테니까. 하여간 밝혀진 사건의 진상은 좀 시시했다. 물론 그게 제일 무난하고 적절한 해결 방법이긴 했겠지만.

 

 

  어제 리뷰를 올린 ‘클로버필드 10번지 10 Cloverfield Lane, 2016’도 그렇고, 이번 영화도 남자친구에게서 벗어나려는 여자가 주인공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도망치려다가 더 큰 위험에 처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흐음. 그러니까 제대로 조사를 해보고 철저한 준비를 한 다음에 헤어지라는 것인지, 아니면 맞아도 그냥 참고 사는 게 좋은 거라고 얘기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마 전자를 얘기하는 거겠지? 그럴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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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10 Cloverfield Lane (클로버필드 10번지)(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Paramount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원제 - 10 Cloverfield Lane, 2016

  감독 - 댄 트라첸버그

  출연 -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존 굿맨, 존 갤러거 주니어, 더글러스 M. 그리핀

 

 

 

 

  몇 년 전에 ‘클로버필드 Cloverfield, 2008’라는 영화가 개봉했었다. 갑자기 뭔가가 나타나서 도시를 공격하는 바람에 도망 다니기 바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음, 상황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적절한 예가 뭐가 있을까? 아! 갑자기 나타난 빌런들과 맞서 히어로 팀이 공중에서 싸우는 바람에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을 생각해보자. 그 순간 그냥 길을 걷거나 때마침 그 건물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클로버필드라는 영화는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영문도 모르고 무너지는 건물에서 대피하고, 어디서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가고……. 영화는 아무런 능력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죽어라 도망 다니는 내용이었다. 그러다 운 나쁘면 죽고.

 

 

  그러다 제목이 아주 비슷한, 전작의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 등장했다. 바로 이 영화, ‘클로버필드 10번지’였다. 전작의 포스터가 목이 잘린 자유의 여신상을 등장시켜 충격을 주었다면, 이 영화는 평범한 집의 뒷마당 깊숙한 곳을 보여주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설마 땅 속에서 뭔가 나오는 건가?

 

 

  남자친구에게서 도망치듯 떠나던 ‘미셸’은 시골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한다. 정신을 차리고 다리에 쇠사슬이 묶이고 링거를 맞으며 감금된 상태. 그녀 앞에 나타난 ‘하워드’라는 남자는 자신이 사고를 당해 정신을 잃은 미셸을 데리고 왔으며, 안정을 취하라는 의미로 다리를 묶어놓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구는 오염되어 밖으로 나가면 위험하다고 말한다. 그는 오래 전부터 위기 상황에 대비해 지하 대피소를 만들었고, 몇 년 동안 살아도 괜찮을 정도로 준비를 해왔다고 설명한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열쇠는 하워드가 가진 상태. 결국 미셸은 대피소의 주인인 하워드와 우연찮게 이곳으로 대피하게 된 ‘에밋’과 함께 지내게 된다. 처음에는 평화롭게 지내는 것 같았지만, 미셸이 하워드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모든 것은 바뀌게 되는데…….

 

 

  전작이 위험한 상황에서 도망치고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면, 이번 이야기는 지하에 숨어 외부와 단절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정보를 알고 있는 남자와 아무 생각 없는 또 다른 남자 그리고 모든 것에 의문을 품은 여자. 각자 상황에 대해 오직 단편적인 것들만 알고, 비밀을 덮기 위해 거짓을 말하거나 사실을 말하지 않았기에 의심은 더욱 더 커져간다. 진짜 공기가 오염된 걸까? 혹시 이 모든 것은 하워드의 망상이 아닐까?

 

  영화를 보는 나도 의심이 들었다. 설마 이건 위기 상황을 빙자한 하워드라는 남자의 납치감금물인가? 하긴 워낙에 다양한 인간들이 있으니, 그런 유형의 사람이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진짜로 뭔가가 지구를 공격하고 모두가 다 정신이 없는 가운데, 자신의 배를 채우려는 인간이 등장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주로 나오는 사람은 세 사람, 중간에 잠깐 등장했다 사라진 사람까지 합하면 네 명이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아, 그리고 등장시기와 정체를 말 할 수 없는 누군가까지 포함하면 다섯인가? 주로 나온 건 셋, 대사를 한 번이라도 한 건 넷, 그리고 대사 없는 것까지 포함하면 다섯. 이렇게 적은 수의 인원이 나왔지만, 그들이 나타나는 시기나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지는 순서가 적절했다. 그러니까 제대로 밀당을 할 줄 아는 고수를 만난 느낌? 물론 밀당이 너무 과하면 흥미가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이 영화도 중간에 조금 그랬다.

 

 

  영화는 전편과 동시대에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누구는 도심에서 뛰어다니고, 누구는 땅 속에 숨어있고. 만약에 3편이 나온다면 그 때는 어떤 상황에 놓인 사람을 보여줄까? 궁금해졌다. 하지만 3편을 꼭 볼 거냐고 물어보면, 음……. 지금은 뭐라고 말하기 어렵고, 그 때 가서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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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리들리 스콧 감독, 맷 데이먼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원제 - The Martian, 2015

  감독 - 리들리 스콧

  출연 - 맷 데이먼, 제시카 차스테인, 마이클 페나, 세바스찬 스탠

 

 




 

 

 

  왜 그런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이 다 재미있다고 난리를 치면 어쩐지 그 작품은 보기 싫을 때가 있다. 그래서 남들 다 보는 천만 관객 한국 영화나 SNS에서 난리가 난 외국 영화를 개봉 당시에 본 적이 별로 없다. ‘괴물’이나 ‘디 워’ 정도만 조카들이 보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가느라 보았을 뿐이다. 이 작품도 그런 경우에 해당되어, 이미 유행이 한차례 지나간 이제야 보았다. 아, 물론 호러 영화는 예외다.

 

 

  화성에 착륙해 이런저런 실험을 하던 아레스 탐사팀. 갑작스런 모래폭풍 때문에 이륙을 하는데, 그 와중에 ‘마크 와트니’라는 대원이 낙오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팀원을 비롯한 지구에 있는 나사에서는 그가 죽었다고 생각해 장례를 치른다. 하지만 그는 살아있었다. 정신을 차린 마크는 화성에 혼자 남았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며, 식물학자라는 전공을 살려 작물을 재배하기로 결심한다. 감자 재배를 하면서 그는 지구와 연락할 방법을 모색하고, 아주 우연히 그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나사에서 알게 된다. 그리고 그를 구할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하는데…….

 

 

  혼자 화성에 남았다는 걸 알았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즐겁거나 신나지 않았을 거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고 자살하지 않은 건, 언젠가는 누군가 자신을 구하러 와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자기를 그곳에 홀로 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팀원과 국가를 믿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하지만, 보면서 무척이나 부러웠다.

 

 

  만약에 내가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누군가 나를 구하러 올 것이라 믿고 기다릴 수 있을까? 물론 내가 그런 곳에 갈 능력도 없고, 우리나라도 그런 기술이 없긴 하지만……. 으음……. 그냥 집에 있어야겠다.

 

  영화는 유쾌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혼자 남은 자의 외로움과 고독, 좌절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노력, 동료를 남겨둔 일행의 죄책감과 우울은 별로 드러나지 않았다.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못하는 게 거의 없는 만능 천재의 화성 체류기와 그를 지구로 데려오기 위해 활기차게 일하는 나사 직원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마크를 구하면 지구로 귀환하는 날짜가 5백일이나 늦어지지만, 팀원들은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 마치 옆집에 있는 친구를 태우러 가는 것처럼, 쉽게 여긴다. 평소 마크가 친구들에게 잘 해줬는지, 아니면 다들 ‘예스’하는데 혼자 ‘노’를 못해서인지는 모르겠다. 삐딱하게 생각하지 말자. 동료애가 투철한 것이다.

 

 

  혼자서 화성에서 살아가는 마크를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있는 것들을 사용한다고 하지만, 혼자서 배에 박힌 파편도 끄집어내는 수술도 하고, 작물을 재배할 공간도 만들고, 급기야 혼자서 이륙할 준비마저 끝낸다. 단순한 식물학자라고만 생각했는데, 의학에 공학까지 못하는 게 없었다.

 

 

  ‘와, 대단해!’라고 감탄을 하다가 문득 떠올랐다. 아, 저 사람 ‘제이슨 본’이지. 혼자서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게 수분 공급을 충분히 해주고, 수많은 첩보원들에게 좌절을 안긴 그 제이슨 본. 그런 생각을 하니 후반부에 우주에서 팀장과 벌이는 구출 장면이 이해가 되었다. 구출하는 팀장은 아이스 퀸의 오른팔인 헌츠맨이었고, 구출되는 팀원은 제이슨 본이었다. 그러니 그런 구출 작전이 가능한 것이다.

 

 

  영화에서 흐르는 노래들을 마크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난 괜찮았다. 물론 그 노래만 계속해서 들으면 지겨웠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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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 아웃케이스 없음
루버트 와이어트 감독, 앤디 서키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원제 -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1

  감독 - 루퍼트 와이어트

  출연 - 제임스 프랑코, 프리다 핀토, 앤디 서키스, 브라이언 콕스

 

 

 


 

 

 

  ‘윌’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 신약을 개발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유인원 실험에서 효과가 좋은 약을 발견하여 인간에 대한 임상 실험을 허가 받으려고 한다. 하지만 임신한 실험체가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실험은 취소된다. 그는 그 실험체가 보호하려던 어린 새끼에게 ‘시저’라는 이름을 붙이고 몰래 집으로 데리고 와 실험을 계속한다. 그는 시저를 거의 가족처럼 돌봐주고, 시저 역시 그의 보호 아래 나날이 똑똑해진다. 하지만 윌의 아버지가 이웃과 시비가 붙자, 시저는 그를 보호하기 위해 상대를 공격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결국 시저는 유인원 보호 시설로 보내지고, 그곳에서 그는 자신이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왜 자기 종족이 실험체가 되거나 인간의 유희거리로 살아야하는지 생각한다. 결국 그는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되는데…….

 

 

  영화를 보면서 문득 시저의 행동이 성경에 나오는 모세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저는 유인원이지만 인간에게 거둬져, 거의 인간처럼 자랐다. 모세 역시 이스라엘 인이지만 이집트 공주에게 키워져 자신이 이집트 왕자라고 믿었다. 우연한 사고로 인해, 시저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종족이 받는 부당한 대우에 대해 알게 된다. 모세 역시 우연히 자신이 이스라엘인이며 자신의 종족이 대대로 노예로 살아가는 현실에 충격을 받는다. 엄마 뱃속에서 투여 받은 신약의 영향으로 시저는 나날이 똑똑해졌고, 모세는 하느님에게서 능력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시저와 모세는 각각 자신의 종족을 약속의 땅으로 이끈다. 시저는 도시 인근에 있는 숲으로…….

 

 

  특히 금문교를 지나가려는 시저 일행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의 대치 장면은 그런 생각을 더 확신하게 했다. 모세가 홍해를 갈라 이스라엘 민족이 대피할 수 있도록 했다면, 시저는 금문교의 위아래 쪽으로 유인원들을 이동시켰다. 다리를 가를 수 없으니 일행의 방향을 양쪽으로 나눈 것이다.

 

 

  영화는 그 유명한 고전 영화 ‘혹성 탈출 Planet of the apes’ 시리즈 중에서 네 번째 이야기인 ‘혹성 탈출 노예의 반란 Conquest Of The Planet Of The Apes, 1972’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1편이 유인원들이 지배한 미래를 보여줬다면, 4편은 어떻게 유인원들이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는지를 얘기했다.

 

 

  지금까지 원작을 리메이크한 영화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별로 없었는데, 이 작품은 너무 좋았다. 아무것도 몰랐던 철부지 소년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자신에 대해 고뇌하고 자아를 찾으면서 성장하는 흐름이 무척 자연스러웠다. 처음에는 윌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해 삐지지만, 결국 인간의 보호에서 벗어나 독립하기로 결심하는 시저의 변화가 잘 드러났다. 물론 그의 그런 결정이 인간들에게는 좋지 않겠지만…….

 

 

  영화를 끝까지 다 보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것은 시저밖에 없다. 주인공이라는 윌을 연기한 배우는 얼굴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오직 남는 것은 시저의 분노한 표정, 윌에게 등을 돌리고 한숨을 쉴 때 보여줬던 그 온갖 감정을 다 담은 얼굴, 처음으로 말을 한 장면, 말을 타고 경찰들에게 저항하는 장면 등등. CG로 만들어낸 원숭이 주제에 그런 표정과 카리스마를 내뿜어도 되는 건가? 시저가 자기들을 괴롭히던 보호소 직원에게서 전기 충격기를 빼앗으며 ‘NO!’라고 외치는 장면에서는 전율마저 느낄 정도였다.

 

 

  시저 얼굴에 김이 붙었네~ 잘생김. 시저가 짐을 들었구나~ 멋짐.

 

 

  시저가 다른 유인원들을 각성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을 보니, 예전에 읽은 론 허버드의 소설 ‘배틀 필드 Battle-Field Earth'가 떠올랐다.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을 안 읽어봐서 모르겠는데, 누가 먼저 그런 방법을 생각해냈는지 궁금하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말포이’ 역을 맡았던 배우가 재미로 유인원들을 괴롭히는 직원으로 나왔는데, 진짜 등장만으로도 재수 없는 느낌을 팍팍 주었다. 왜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애들이 ‘입 닥쳐, 말포이.’를 외쳤는지 알 것 같았다.

 

 

  영화는 인간에게는 그리 좋지 않은 미래를 예고하면서 끝이 난다. 신약의 부작용으로,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전염병이 번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고전 ‘혹성탈출’의 세계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한다.

 

 

  아, 간만에 참으로 마음에 드는 영화였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시저 역할을 했던 ‘앤디 서키스’는 이제 인간이 아닌 존재 전문 배우로 고정된 것 같다. 골룸에 유인원까지……. 하지만 그 사람의 진짜 얼굴은 못 알아본다는 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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