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풀꽃과 놀아요
박신영 글.그림 / 사계절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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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 - 박신영

 

 

 



 

 

  책을 펼치는 순간, '와아-'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친구의 딸을 위한 어린이날 선물로 고른 책이다. 이제 막내조카까지 중학생이 되었으니, 어린이날 선물을 챙길 사람은 친구 딸들만 남았다.

 

  책장을 넘기면서 내가 가질까하는 욕심이 무럭무럭 생겨날 정도로, 이 책은 꽤 멋졌다. 세밀화로 그린 각 계절에 피는 여러 가지 풀꽃들의 그림과 그것의 특징이라든지, 그것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이런저런 놀이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이 나이가 먹도록 구경도 못하고, 이름도 몰라 스치고 지나간 여러 가지 풀꽃들이 각자 가진 개성을 뽐내면서 자기소개를 하고 있었다.


 


 

  첫 장을 열면 봄에 피는 풀꽃들이 '짜잔!'하면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우리가 누군지 맞춰봐'라고 물어보는 것 같다. 네가 누구냐고? 기다려봐, 분명히 이름이 어딘가 적혀 있……. 아! 작은 글씨로 적혀있어서 찾기가 어려웠구나. 하지만 나보다 눈이 좋은 아이들이라면 금방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넌 '개망초'구나. 개망했기 때문에 개망초인가라고 생각하면, 이름으로 놀리는 나쁜 짓이니 삼가도록 하자. 아이들이 소꿉놀이할 때 계란으로 사용해서 '계란꽃'이라고도 불린다는데, 왜 난 그런 놀이를 한 기억이 없는 거지? 난 도대체 어린 시절에 뭘 하고 살았던 걸까? 봄에는 워낙 많은 꽃이 피기 때문에 두 파트로 나뉘어져있었다. 음, 이번에도 처음 보는 식물들이 많다. 난 식물과는 별로 친하지 않은 모양이다. 아는 게 없어!

 



  여름 역시 두 부분으로 나뉘어 풀꽃들이 소개되고 있다. 첫 부분은 주로 풀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가 꽃이다. 음, 그나마 여름 꽃들은 놀러가서 본 것 같은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내 기억을 믿을 수가 없다. 내 눈에 낯익지 않은 것들은 다 그게 그거로 보이니까. 나중에 아이가 다 읽으면 빌려달라고 해봐야겠다.

 

 

  가을과 겨울은 각각 한 챕터만으로 되어있다. 겨울은 꽃이 핀다기보다는, '로제트'라는 모습으로 식물들이 살아남는다고 봐도 될 것이다. 줄기가 자라지 않고, 잎이 땅에 다닥다닥 붙어 자라는 것을 '로제트'라고 부른단다. 그런 식으로 최소한의 에너지로 겨울을 지내는 것이다. 어떻게든 자기 살 길을 찾아내는 모습이 참 신기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말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식물이라고 우습게보면 안 된다.

 

 



  아, 고민이다. 우선 애한테 선물로 주고 내가 읽을 걸로 다시 한 권 사야하나. 요즘 애들 책은 지름신이 달라붙었는지, 마구마구 사고 싶어지니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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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지도사와 빼뚜로 슈퍼키드 별숲 동화 마을 11
이성숙 지음, 김이조 그림 / 별숲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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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이성숙

  그림 - 김이조

 

 



 

 


 

  ‘오도리’, ‘왕송이’ 그리고 ‘구석기’는 학교에서 그리 인기 있는 아이들이 아니다. 인기가 있기는커녕, 따돌림을 당하거나 놀림감이 되고, 모든 사건의 원흉으로 지목되어 비난의 대상이 되기 일쑤이다. 그런 그들에게 ‘꽁지도사’라는 사람이 보낸 편지가 도착한다. 지구가 위험하니 슈퍼키드는 빨리 모이라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영화에서 본 히어로가 되어 멋지게 싸우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정작 현실은 많이 달랐다. 구석기는 물건을 밀어내거나 가져올 수 있는 능력을 가졌고, 왕송이는 하늘을 나는 능력을, 오도리는 투명해지고 주위의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도 망토를 걸쳐야만 가능했다. 망토를 비스듬히 몸에 두르고, 아이들은 냉장고 귀신과 맞서기 위해 나선다.

 

 

  깡마른 체구와 높은 목소리 때문에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하는 오도리, 할머니와 살면서 큰 체격 때문에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 왕송이, 그리고 자기 딴에는 잘해보려고 하지만 더 엉망으로 만들고 마는 구석기. 이 세 아이들은 친구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있었다. 아니, 어쩌면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보는 게 더 나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슈퍼 키드이고 위험에 빠진 지구를 구해야한다는 말에 아이들의 가슴은 벅차오른다. 지금까지 구박하던 다른 아이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 상상하니 기분이 너무 좋기만 하다. 그래서 꽁지 도사가 시키는 대로 훈련을 받기로 했다. 물론 그들이 싸워야할 냉장고 귀신을 처음 봤을 때는 너무 겁이 나서 어쩔 줄 몰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 아이들은 자신의 단점을 극복해나가며 훈련을 마쳤다. 오도리는 처음에는 귀신을 보고 무서웠지만 곧 마음을 바꿔 그들을 친절하게 대하기로 한다. 왕송이는 자신의 커다란 체구가 싫었지만,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면서 자신의 몸집이 좋을 때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구석기 역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알면서 주위 상황을 잘 파악하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이제 아이들은 냉장고 귀신과 맞설 준비가 되었다.

 

 

  냉장고 귀신과의 싸움이 끝났지만, 아무도 세 친구들이 슈퍼 키드로 활약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여전히 아이들은 오도리를 따돌렸고, 반 아이들은 왕송이를 슈퍼 뚱땡이라고 놀렸다. 그리고 석기가 짝사랑하는 여자아이는 쌀쌀맞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처음처럼 좌절하거나 분해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한층 더 성장했다. 자신을 좀 더 사랑하게 되고, 자존감을 갖게 되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오도리나 왕송이가 자기를 못살게 군 아이들에게 제대로 반격을 못해봤다는 것이다. 그랬다면 더 좋았을 텐데. 왕따 시키는 놈들은 자기들도 한번 당해봐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아쉬운 점은 왜 아이들 이름이 저 모양이냐는 것이다. 아이들 이름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얘네 학창 시절은 그야말로 캄캄하겠구나. 오도리라니 별명은 고도리 아니면 오소리겠고, 구석기는 당연히 원시인으로 불리겠네. 도대체 어느 부모가 자식 이름을 이렇게 지을까? 나중에 크면 꼭 개명 신청하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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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톡 3 - 조선백성실톡 조선왕조실톡 3
무적핑크 지음, 와이랩(YLAB) 기획, 이한 해설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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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조선백성실톡

  작가 - 무적핑크

  해설 - 이한

 

 

 

 

 

  드디어 3권이 나왔다! 꺄악!

 

  기존의 1,2권이 왕 중심으로 흘러갔다면, 이번 3권은 일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직장 생활 탐구', '라이프 스타일 탐구', '학교생활 탐구', 그리고 '사회 문화 탐구' 이 네 가지 주제를 갖고, 조선 시대의 일반 백성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보여주었다. 카톡 메시지와 그림으로 보여주는 내용은 재미있었고, 실록 돋보기는 부족한 부분을 설명하면서 보충까지 더했다.

 


 

  표지 중앙에 전화 통화를 하면서 한 손에는 커피 다른 손에는 제도용 도구들을 들고 있는 장영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펼쳐지는 '직장 생활 탐구'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에피소드들로 가득했다. 특히 '출산 휴가' 부분에서는 '헐, 대박!'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세종 시대에는 공노비도! 남편까지 30일! 산모는 100일까지! 그리고 직장으로 복귀! 임신하면 원하지 않아도 회사를 나가야하는 요즘과 비교하면……. '갓 세종'이다. 갓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나 쓰는 거다. 개그맨 앞에 붙이는 게 아니라. 명 장군은 잘 구슬렸지만 직속 선배 때문에 고달팠던 이순신 장군의 얘기, 조선시대 때 신하들이 임금에게 행했던 '필위보수타 必衛保守打' 까지, 놀랍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필위보수타 - 필히 좋은 뜻을 지켜내고자 임금에게 행하는 공격

 

 

  '라이프 스타일 탐구'로 넘어가자, 드라마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생활상이 가득 펼쳐졌다. 조선 시대에 남자들이 귀걸이를 즐겨했다거나, 여자는 가체, 남자는 갓끈으로 사치를 부렸다는 얘기는 흥미롭기만 했다. BJ 흥부의 먹방은 처음에는 전쟁이 끝나고 먹을 게 없어서 흙과 돗자리, 나무껍질을 뜯어먹는 얘기에 짠했지만 막판의 반전은 후덜덜했다. 가능한 일이라 더 오싹했던 것 같다.

 


 

  '학교생활 탐구'부분은 주로 성균관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하긴 그 시절에 대학이라고는 그거 하나밖에 없었으니……. 부정입학이라든지 컨닝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그 당시에도 신입생이 선배들에게 술을 대접하는 의식이 있었는데, 그 피해가 갈수록 심했다고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나온 군기 잡는 대학생들의 에피소드를 본 이후라 그런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그런 게 없었던 거 같은데? 있었는데 내가 관심이 없어서 다 무시하고 다녔었나?

 

 

  정조가 부정행위로 시험에 합격한 사람을 친히 불러서 잘못 쓴 부분을 일일이 첨삭지도 해줬다는 대목에서는 엄청난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왕이 한 모든 일은 실록에 실리니, 그 사람들의 이름과 한 짓은 조선왕조실록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영원히 남아있는 것이다. 와, 생각하니 진짜 잔인하다!

 

 

  '사회 문화 탐구'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새해소원 빌기'였다. 평범하게 '로또 1등 되게 해주세요!'가 아니라, '올해 로또 1등 되었다며? 축하한다.'라는 식으로 소원을 빌었다고 한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한 해를 시작한다니, 나도 한 번 따라 해봐야겠다. '마누라'와 '영감'이 좋은 뜻을 가진 단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러다가 19세기부터 의미가 바뀌었다는데, 다시 예전 의미로 사용되면 좋겠다.

 

 

  왕 중심의 이야기도 좋았지만, 백성 중심의 이야기도 마음에 들었다. 이제 조신하게 4권을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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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살인사건
질리언 그린 감독, J.K. 시몬스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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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urder of a Cat, 2014

  감독 - 질리언 그린

  출연 - 프랜 크란츠, 니키 리드, J.K. 시몬스, 블리드 대너

 

 

 

 


 

 

  자신이 만든 이야기에 등장하는 캐릭터 인형을 만들어 파는 것이 유일한 활동인 ‘클린턴’. 하지만 동네 꼬마조차 그의 이야기와 인형에 관심을 주지 않는다. 어머니를 제외하고 그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17년 동안 기른 고양이 ‘마우저’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마우저가 도로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것도 화살에 맞아서! 분노에 찬 클린턴은 범인을 찾아 복수를 하겠다고 결심한다. 동네 꼬마의 제보로 찾아간 집에서 그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마우저가 두 집 살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호라시오’라는 이름으로 마우저를 기르던 ‘그레타’는 처음에는 그를 도둑으로 오인했으니, 곧 오해를 푼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자기들의 고양이를 죽인 범인을 잡기로 한다.

 

 

  중반까지는 이야기가 꽤나 재미있었다. 가진 거라고는 몸밖에 없는 어수룩한 클린턴과 약삭빠른 그레타의 조합은 무척 흥미로웠다. 게다가 사건이 단순히 고양이 살해에 한정되는 게 아니라, 대형 마트에서 벌어지는 횡령사건까지 연결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내용이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어떻게 흘러갈 지 종잡을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후반은 후우……. 초중반까지의 코믹함과 그것에 적절하게 어울리는 긴장감, 적당한 가벼움과 무거움의 균형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냥 무모한 도전과 뒷걸음치다가 어이없이 밝혀진 사건의 진실로 ‘이게 뭐야!’라는 실망만 주었다.

 

 

  대책 없이 용의자를 점찍어 ‘네가 범인이야!’라고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클린턴의 모습은 무리수였다. 너무 대놓고 용의자에게 다가갔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숨기지 못했다. 비밀 첩보원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단순했다. 아, 그래서 그의 이야기나 캐릭터가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지 못했었구나. 그의 성격처럼 이야기나 등장인물이 너무 단순하고 전형적이었으니까.

 

 

  그 때문에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이야기는 우왕좌왕 정신이 없었다. 워낙에 사람이 단순해서, 클린턴은 인간의 다른 얼굴이라든지 변수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여기저기서 힌트가 튀어나오고 사건의 흐름이 바뀌는 것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니 그의 시선을 통해 사건을 따라가면서 답답한 마음이 드는 건 당연했다. 거기서 그냥 넘어가면 어떡하니! 다른 질문도 좀 해봐! 거기서 그렇게 무작정 치고 들어가는 건 아니지! 야! 그게 아니잖아! 보면서 이런 한탄이 계속해서 튀어나왔다.

 

 

  게다가 엄마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삐지는 모습에서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얘야, 그럼 엄마가 평생 네 뒷바라지만 해야겠니? 넌 운전도 못해서 어딜 가려면 매번 엄마한테 태워달라고 부탁하잖아!

 

 

  결국 엄마의 품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클린턴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어쩌면 이 작품은 둥지에 살던 청년이 그곳을 박차고 세상으로 나가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성장 영화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쩐지 그가 기댈 대상을 바꾼 것으로만 보이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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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트랙
마이클 페트로니 감독, 샘 닐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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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Backtrack, 2015

  감독 - 마이클 페트로니

  출연 - 애드리언 브로디, 샘 닐, 로빈 맥리비, 조지 셰브트소브

 

 

 

 

 

 

 

  자신의 부주의로 딸을 잃어버린 정신과 의사 '피터'. 환자들을 상담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초조해하던 그는 환자들의 기록을 살펴보는데, 그들이 오래 전에 일어났던 열차 사고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기억을 더듬던 그는 사고 당시 자신과 친구가 현장에 있었고, 둘이 자전거를 선로에 놓았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기차가 탈선하는 현장을 목격한 충격 때문에 그는 그 순산의 기억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경찰에 모든 것을 털어놓았지만, 여전히 그들은 피터의 주위를 맴돈다. 급기야 그 때 현장에 같이 있던 친구가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도대체 피터가 기억하지 못한, 하지만 기억해내야 하는 비밀은 무엇인가?

 

 

  영화는 인간의 연약함과 기억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인간은 너무도 나약하기 때문에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사실을 맞닥뜨리면, 어떻게든 자신을 보호하려고 애쓴다. 그 때문에 기억을 지워버리거나 왜곡시키려고 한다. 그렇게라도 해야 자신이 망가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일련의 행위를 벌이는 주체가 역시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에, 영원할 수 없다.

 

  건물을 세운 지 오래되면 조금씩 하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것을 제때 수리하면 괜찮은데, 그러지 않으면 큰 사고가 일어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잊거나 왜곡시켰던 기억들도 시간이 지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 피터가 그런 경우였다. 다만 그에게는 그 기억들이 실체화가 되어 나왔다는 사실이 좀 색달랐다. 어쩌면 그가 기억에 짓눌려 환각을 봤다고 할 수도 있지만, 결말 부분을 보면 꼭 그렇다고만 볼 수는 없었다.

 

 

  다시 떠오르는 기억에 자신을 잃을 것인지, 또는 다른 회피 방법을 찾아낼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감당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가능하면 그런 일이 처음부터 없으면 좋겠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사건사고를 피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니 가능하면, 쉽게 부서지지 않는 강인함을 가져야겠다. 요즘은 쿠크다스 멘탈로는 버틸 수 없는 세상이니까.

 

 

  아! 그래서 요즘 힐링에 관련된 것들이 유행인 모양이다.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들을 지켜주고 보호할 것이라 믿는 존재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위안을 얻고 치유를 받고 싶은 것이다. 난 괜찮다, 잘 할 수 있다, 고생했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그나저나 영화에서 피터 역할을 맡은 배우 '애드리언 브로디'는 원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얼굴에서부터 우울함을 뿜어냈다.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의사가 나보다 더 죽을상이면, 별로 가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 중반까지는 한없이 늘어지다가, 피터가 조금씩 기억을 되찾는 중반 이후부터 흥미진진해졌다.

 

 

  사실 자전거 때문에 기차가 탈선한다는 건 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중국에서 만든 기차와 독일에서 만든 자전거도 아닐 테고 말이다. 그래서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 추측했는데, 음…….

 


 

  귀신 영화라고 하기엔 스릴러적인 면이 강했고, 스릴러물이라고 하기엔 귀신의 비중이 너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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