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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트랙
마이클 페트로니 감독, 샘 닐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6년 3월
평점 :
일시품절
원제 - Backtrack, 2015
감독 - 마이클 페트로니
출연 - 애드리언 브로디, 샘 닐, 로빈 맥리비, 조지 셰브트소브
자신의 부주의로 딸을 잃어버린 정신과 의사 '피터'. 환자들을 상담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초조해하던 그는 환자들의 기록을 살펴보는데, 그들이 오래 전에 일어났던 열차 사고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기억을 더듬던 그는 사고 당시 자신과 친구가 현장에 있었고, 둘이 자전거를 선로에 놓았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기차가 탈선하는 현장을 목격한 충격 때문에 그는 그 순산의 기억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경찰에 모든 것을 털어놓았지만, 여전히 그들은 피터의 주위를 맴돈다. 급기야 그 때 현장에 같이 있던 친구가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도대체 피터가 기억하지 못한, 하지만 기억해내야 하는 비밀은 무엇인가?
영화는 인간의 연약함과 기억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인간은 너무도 나약하기 때문에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사실을 맞닥뜨리면, 어떻게든 자신을 보호하려고 애쓴다. 그 때문에 기억을 지워버리거나 왜곡시키려고 한다. 그렇게라도 해야 자신이 망가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일련의 행위를 벌이는 주체가 역시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에, 영원할 수 없다.
건물을 세운 지 오래되면 조금씩 하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것을 제때 수리하면 괜찮은데, 그러지 않으면 큰 사고가 일어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잊거나 왜곡시켰던 기억들도 시간이 지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 피터가 그런 경우였다. 다만 그에게는 그 기억들이 실체화가 되어 나왔다는 사실이 좀 색달랐다. 어쩌면 그가 기억에 짓눌려 환각을 봤다고 할 수도 있지만, 결말 부분을 보면 꼭 그렇다고만 볼 수는 없었다.
다시 떠오르는 기억에 자신을 잃을 것인지, 또는 다른 회피 방법을 찾아낼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감당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가능하면 그런 일이 처음부터 없으면 좋겠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사건사고를 피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니 가능하면, 쉽게 부서지지 않는 강인함을 가져야겠다. 요즘은 쿠크다스 멘탈로는 버틸 수 없는 세상이니까.
아! 그래서 요즘 힐링에 관련된 것들이 유행인 모양이다.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들을 지켜주고 보호할 것이라 믿는 존재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위안을 얻고 치유를 받고 싶은 것이다. 난 괜찮다, 잘 할 수 있다, 고생했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그나저나 영화에서 피터 역할을 맡은 배우 '애드리언 브로디'는 원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얼굴에서부터 우울함을 뿜어냈다.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의사가 나보다 더 죽을상이면, 별로 가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 중반까지는 한없이 늘어지다가, 피터가 조금씩 기억을 되찾는 중반 이후부터 흥미진진해졌다.
사실 자전거 때문에 기차가 탈선한다는 건 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중국에서 만든 기차와 독일에서 만든 자전거도 아닐 테고 말이다. 그래서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 추측했는데, 음…….

귀신 영화라고 하기엔 스릴러적인 면이 강했고, 스릴러물이라고 하기엔 귀신의 비중이 너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