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니셔
소니픽쳐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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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Punisher, 2004

  감독 - 조나단 헨슬레이

  출연 - 토마스 제인, 존 트라볼타, 레베카 로민, 윌 패튼

 

 

 

 


  '프랭크'는 무기 거래상을 위장하여 비밀 업무를 수행하던 경찰이었다. 뜻밖의 사상자가 생기긴 했지만, 그는 성공적으로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고 했지만, 세상은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마지막 사건에서 사망한 사람의 아버지가 복수를 감행한 것이다. 세계적인 무기 밀매상이자 정재계는 물론 경찰 조직까지 검은 돈을 뿌리고 있는 거대 기업의 총수 '세인트'가 바로 그 아버지였다. 가족을 다 잃고 쫓기는 몸이 된 프랭크. 이제 그의 복수가 시작된다.

 

 

  주연을 맡은 '토마스 제인'를 처음 봤을 때, 영화 '하이랜더 Highlander, 1986'에서 출연했던 '크리스토퍼 램버트'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영화 검색을 해보고 이름이 다르다는 사실에 '엉?'하고 놀랬다.

 

 

  주인공이 경찰에서 위장 근무를 하다가 범죄 조직과 맞서고, 그 때문에 가족을 잃는다. 그리고 다들 그가 죽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지만, 몇 년 후에 완쾌되어 나타나 복수하는 구조는 무척 흔한 설정이다. 영화는 그런 설정에 판에 박힌 소재들을 잡다하게 집어넣었다. 예를 들면 부패한 경찰이라든지, 복수에 얼어붙은 주인공을 위로해주는 옆집 이웃들 등등. 그 중에는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강인하면서도 여린 감성을 가진 매력적인 글래머 여자도 꼭 들어있다.

 

 

  다른 작품들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영화라면, 뭔가 멋지거나 특이한 부분이 있어야 기억에 남는다. 가령 주인공이 특수 능력이 있으면 좋다. '척 노리스'나 '스티븐 시걸'처럼 손만 대면 목이 부러지는(...) 기이한 현상을 보여주면 인상적일 것이다. 아니면 악당이 카리스마 넘치고 주인공과의 최후 대결이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긴장감 넘치고 아슬아슬해도 괜찮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는 다른 작품들과 그리 차이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주인공이 신출귀몰하게 여기 번쩍 저기 번쩍하면서 악당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기는 했다. 게다가 나쁜 놈들에게 의리라는 건 사전에서만 볼 수 있는 모양이다. 협박 좀 했다고 조직의 비밀, 예를 들면 거래 장소, 금고 비밀 번호 같은 걸 술술 불다니. 지조도 없고 의리도 없고 가진 거라곤 구슬 두 개뿐인 한심한 놈들이다. 아니, 설마 구슬도 없는 게 아닌가? 차라리 프랭크의 옆집에 살던 이웃이 더 의리가 있었다. 그는 고문을 받으면서도 끝내 프랭크가 어디 숨어있는지 불지 않았다. 약쟁이보다 못한 놈들 같으니. 그런 형편없는 놈들을 이끌고 악당 두목이 어떻게 암흑가의 실세가 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국 조폭 영화에 나오는 건달들이 그 놈들보다는 몇 백배 낫겠다.

 

 

  그런 한심한 놈들을 이끌고 있는 두목 역시 나을 게 없었다. 그냥 폭탄 몇 번 터트리고, 총 몇 발 쏘니 말끔하게 정리되었다. 하아, 저렇게 쉽게 끝장날 놈이었다니……. 도대체 경찰이나 FBI들은 저런 놈을 그 때까지 처리도 못하고 뭐한 거지? 주인공과 악당의 마지막 대결을 보면서 한숨만 나왔다. 지금까지 거창하게 쌓아놓은 것들이 일순에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존 트라볼타'의 이름값이 아까웠다. 별로 위압감이 느껴지는 악당이 아니었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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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4 : 실버서퍼의 위협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팀 스토리 감독, 크리스 에반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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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Fantastic Four: Rise of the Silver Surfer , 2007

  감독 - 팀 스토리

  출연 - 요안 그리피스, 제시카 알바, 크리스 에반스, 마이클 치클리스

 

 




 

  지난 편에서 실망감을 던져주었지만, 2편이 나왔으니 뭔가 달라진 것이 있을까하는 마음에 본 영화이다. 하지만 그 실망감은 여전했으니, 3편이 만들어지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할 것이다. 아! 그 대신 리메이크 판이 있었지……. 시리즈로 나온 작품들은 첫 번째 이야기를 보면 그 다음 것도 이어서 봐야한다는 이 집착증을 고쳐야 할 텐데, 고민이다.

 

 

  지구 곳곳에서 이상 현상이 발생하는 가운데, '판타스틱'과 '인비져블'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다. 그 와중에 '파이어'와 '씽'은 여전히 사사건건 시비가 붙어서 말싸움하기 바쁘다. 두 사람의 결혼식 날, 태양에 발생한 이상 현상과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은빛의 사람 형상을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다. 서핑 보드와 비슷한 것을 타고 다녀서 '실버 서퍼'라 불리게 된 그것은 우주 밖에서도 움직일 수 있고, 물체를 통과하는 능력마저 갖고 있었다. 심지어 그것과 접촉한 파이어는 변이를 일으켜 다른 사람의 능력을 흡수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판타스틱 4'가 미덥지 않은 군부는 '닥터 둠'에게도 도움을 요청하는데…….

 

 

  여전히 저 팀원들의 머리에는 개념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유일한 적은 닥터 둠뿐이었다. 심지어 그들이 이길 수 있었던 것도, 순전히 완벽주의자였던 둠이 순간적인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네 명이 별 시답잖은 것으로 싸우느라 돌아가는 상황을 모르고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둠은 이미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어떻게 대처를 해야 자신에게 유리할 지 계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겨우 사건의 진상을 파악했을 즈음에, 둠은 이미 모든 준비를 끝내고 반격할 타이밍만 재고 있었던 것이다.

 

 

  파이어는 1편에서도 그랬지만, 여기서도 하나도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다. 나이를 어디로 처먹었기에 그따위 행동만 하고 다니는지……. 지난번에 그렇게 혼이 났으면 뭔가 달라지는 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저번에 너무도 쉽게 이겼기에,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의 왕자병은 더욱 더 심해지고, 옆에서는 그런 그를 제지할 사람은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누나는 결혼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 있었고, 판타스틱이나 씽이 뭐라고 하면 장난으로 넘기기 일쑤니 말이다. 심지어 최종 보스를 이긴 것은 자기 팀이 아닌데도 자기가 지구를 구했다고 으스댄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온단 말이야? 도대체가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알고 싶지 않다.

 

 

  또한 씽은 온 몸이 돌이 되면서 머리도 돌이 된 것 같다. 애송이 하나가 깐족거린다고 거기에 일일이 반응하는 것이 참 유치하다. 그 놈이나 이 놈이나 도긴개긴이다.

 

 

  차라리 악당이인 실버 서퍼와 닥터 둠이 훨씬 괜찮았다. 상대방을 처리하기위해 자신의 능력을 파악하는 자세하며, 적을 대했을 때 방심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 등이 참 멋졌다. 특히 모든 것은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실버 서퍼의 능력과 막판에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모든 것을 자신의 승리로 돌릴 수 있었던 둠의 재능이 아까웠다.

 

 

  판타스틱 포는 아주 그냥 확실하게 혼쭐이 나봐야 했다. 그래야 '아, 우리가 그동안 너무 자만했었구나.'하고 깨달을 텐데 말이다. 도대체가 악당과 싸운다는 핑계로 도시건 자연이건 다 파괴하고 다녔는데, 반성하는 기색이 하나도 없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애꿎게 죽은 사람들에게 미안해하는 표정 하나 짓지 않는다. 이래서야 누가 악당이고 누가 영웅인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보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자기별이 파괴된다는데, 그런 사람에게 '지구를 구해줘!'라고 말하다니 양심은 있는 거니,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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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ai Hong, Still, 2010

  감독 - 포이 아논, 찻차이 카테눗, 탄와린 수카피싯, 마누사 보라싱하

  출연 - 마이 차로엔푸라, 아카라 아마타야쿨, 수팍손 차이몽콜


 

 




  네 명의 감독이 각각 한편씩 감독한, 총 네 개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태국 공포 영화다. 그러고 보니 전에 본 '포비아 4 bia, 2008' 시리즈도 태국에서 만든 작품이다. 그것도 네 가지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설마 태국도 '죽을 사 死'를 믿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무서운 분위기나 코믹한 면이나 포비아가 열 배는 더 재미있었다. 내가 본 태국 공포 영화들은 '셔터 Shutter, 2004'를 제외하고, 거의 다 코믹한 장면이 들어있었다. 무서운데 웃겼다. 울다가 웃는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첫 번째 이야기는 한 커플의 이야기다. 유학을 가기 전에 남자는 친구들을 만나고 싶었고, 여자는 자신과 시간을 보내길 원했다. 말다툼을 한 뒤, 여자는 자기 친구들과 클럽에 가지만 화재사건에 휘말린다. 여자의 사망 소식에 망연자실한 남자 앞에 죽은 여자가 나타나는데…….



  두 번째 이야기는 감옥에 갇힌 한 남자가 주인공이다. 첫 날, 같은 방에 있던 다른 죄수가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런데 이후, 그의 눈에 죽은 죄사가 자꾸만 나타난다.



  세 번째 이야기는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마약을 파는 남자가 약을 사러 온 여자를 죽이게 된다. 그는 시체를 아파트 물탱크에 넣어 숨기기로 한다. 그 때부터 그에게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죽은 여자 귀신이 나타나고, 아파트 주민들은 수도를 틀 때마다 이상한 것을 보게 된다.



  네 번째 이야기는 한 매춘부가 두 남자와 함께 호텔로 향한다. 그런데 호텔 방에서 사람이 죽었다고 얘기하는 노파를 만나는데, 자꾸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제일 역겨운 것은 세 번째 이야기였다. 여자 시체가 물탱크에 들어있는데, 사람들이 아무 것도 모르고 그 물로 밥을 해먹는 장면에서는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 특히 부러진 손톱이라든지 물에 불어 뜯어진 시체의 살점과 피부 조각들이 밥에 들어있는 걸 클로즈 업 해서 보여주는 데 으……. 예전에 외국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났다. 그걸 모티브로 해서 만든 것 같다. 신문 기사를 볼 때는 그냥 그렇게 넘어갔는데, 영화로 보니 무척 끔찍했다. 아무래도 과장이 들어갔겠지만, 영상으로 보는 충격은 예상 밖으로 컸다.



  웃긴 부분이 제일 많이 있는 건 네 번째 이야기다. 그리고 충격적인 결말을 갖고 있는 것도 역시 그 이야기다. 세 번째 이야기와 연결고리를 만들더니 놀라운 마무리를 짓는다.



  첫 번째 이야기는 안타까우면서 한편으로 사랑은 대단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애초에 둘 사이에 대화가 충분히 있었고 배려를 했다면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남자가 잘못했다. 같이 저녁을 먹기로 해서 준비를 다 했는데 친구 만나러 간다고 하면, 당연히 화가 나지! 안 날 사람이 어디 있어!



  두 번째 이야기는 그냥 그랬다. 무섭지도 않고, 재밌지도 않고, 이유도 없고…….



  그냥 시간낭비까지는 아니었지만, '강추! 좋아요!'를 누를 정도는 아닌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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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맨
페이튼 리드 감독, 마이클 더글라스 외 출연 / 월트디즈니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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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nt-Man, 2015

  감독 - 페이튼 리드

  출연 - 폴 러드, 마이클 더글러스, 에반젤린 릴리, 코리 스톨

 

 

 

 

 

 

 

 

  신체를 자유자재로 늘리고 줄일 수 있는 '핌 입자'를 개발한 '행크 핌' 박사. 하지만 ‘하워드 스타크’와의 불화로 은둔 생활에 들어간다. 그의 후계를 노리는 '대런 크로스'는 핌 입자를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려 하지만, 실험은 계속 실패로 돌아간다. 그의 목적은 '옐로우 자켓'이라는 것을 만들어 군대와 계약하는 것이다. 대런의 눈을 피해 몰래 후계자를 찾던 핌 박사는 뛰어난 도둑 기술을 갖고 있는 '스콧'을 점찍고 그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자신을 도와달라고 말하는데…….

 

 

  '앤트맨'은 글자 그대로 변신하면 몸이 작아지는 캐릭터이다. 몸이 커지는 헐크와는 정반대의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그 어떤 곳이라도 작은 틈이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능력자이다. 아! 그래서 핌 박사가 도둑 출신으로 후계자를 고른 걸까? 아무래도 잠입이라든지 비밀 금고를 여는 등의 실전에 능할 테니까.

 

 

  영화는 핌 박사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스콧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초반과 앤트맨이 되기를 수락하고 훈련하는 중반, 그리고 악당과의 결전을 다룬 후반으로 나뉘어져있다.

 

 

  스콧이 앤트맨이 되는 이유는, 그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감옥을 들락날락하고 양육비는커녕 제대로 된 직장도 없기 때문에, 전부인은 그가 딸과 만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게다가 전부인의 남자친구는 바로 형사! 하나밖에 없는 딸을 떳떳하게 만나기 위해서, 그는 히어로가 되어야만 했다. 입으로는 싫다고 하면서도 혹독한 훈련을 견디는 건, 여기서 도망치면 다시는 범죄의 길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겨우 잡은 마지막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그와 맞서는 악당 대런은 스승인 핌 박사에게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다가 결국 좌절한 사람이다. 그의 냉정한 태도에 대한 반감으로, 그를 능가하겠노라 노력한 사람이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건 그 어떤 것도 용납하지 않았기에, 위협적이 되어버렸다. 핌 박사가 스콧을 가르치는 것처럼 대런을 이끌어줬다면, 그가 그렇게까지 변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원래 천성적으로 인성이 쓰레기였을 수도 있다.

 

 

  스콧이 앤트맨으로 변신하여 겪는 사건사고들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청소기에 빨려 들어간다거나, 사람들의 구두에 밟히지 않기 위해 도망 다니고, 개미 등을 타고 날거나 쫓기는 장면들은 웃겼다. 나중에 훈련을 마치고 개미들을 이끌고 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본 만화 '후르츠 바스켓 フル-ツバスケット, 1998'이 떠올랐다. 그 만화에서 자신의 띠에 해당하는 동물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물들이 나오는데, 스콧도 그런 거 같았다. 물론 개미 띠는 없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핌 박사가 어떤 기준으로 스콧을 선택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단지 도둑질을 잘해서라고 하기엔, 그렇게 뛰어난 도둑 같지도 않다. 유능한 도둑이었다면 잡힐 리가 없잖아? 정의감이 넘치는 성격도 아닌 것 같고. 어떤 기준으로 골랐는지 궁금했다. 그 점만 해결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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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러 라이브 : 일반판 (2disc)
김병우 감독, 이경영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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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The Terror Live, 2013

  감독 - 김병우

  출연 - 하정우, 이경영, 전혜진, 이다윗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인 ‘하정우’는 전화로 청취자의 의견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한 남자가 주제와 다른 개인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자 전화를 끊으려는데, 갑자기 그의 태도가 돌변한다. 그리고 전화를 계속 연결시키지 않으면 한강 다리를 폭파하겠다고 협박한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전화를 끊는데, 그 순간 한강 다리에서 폭탄이 터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테러범의 요구는 예전에 있었던 근로자들의 사고에 대해 적합한 보상을 하고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하라는 것이었다. 시간 내에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기울어지는 다리 위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죽이겠다고 그는 협박한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텔레비전 뉴스에서 라디오로 쫓겨난 하정우는 천재일우의 기회라 생각하고, 폭탄테러범과의 전화 내용을 독점으로 생중계하기로 한다. 그 대가로 다시 텔레비전 뉴스를 맡기로 보도국장과 거래를 한다. 하지만 다리 위에 남은 사람들 가운데 자신의 전 부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하정우는 사건은 단순한 특종이 아니게 되는데…….

 

 

  영화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시작한 지 5분 만에 테러범의 협박 전화가 오고 폭탄이 터진다. 하정우의 머리도 빨리 돌아가고, 정부의 대응도 신속하고, 타 방송국의 취재도 발 빠르게 움직인다. 그 뿐일까? 경찰에서 전화 내용을 바탕으로 범인의 신원을 밝히는 것도 금방이었다. 그래서 꼼꼼히 살펴보면 허술한 점도 있었다. 왜 그런지 쓰다가 아차 싶어서 지웠다. 그걸 다 밝히면 범인이 누군지 금방 알게 된다. 사실 영화를 보다보면 눈치 챌 수 있긴 하다. 속도의 함정에 빠지지만 않으면 말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배신하는 사람과 배신당하는 사람. 권력을 가진 자들은 배신을 하는 부류였고, 권력을 갖지 못한 사람은 배신을 당하는 입장이었다. 영화에서는 그런 대립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목표를 달성했으니 하정우가 어떻게 되건 상관하지 않고 떠나가는 방송국 책임자나, 무조건 사살하라고 외치는 정부 관계자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는 것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보여줬다. 그런데 그런 확실함이 너무 뜬금없어서, 도리어 어리둥절해졌다. 시청률이 자기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했다고 해서 그렇게 갑자기 손을 뗄 수가 있는 건가? 그러다 갑자기 하락하거나 엉망이 되면 어떡하라고? 그리고 방송에 나왔던 경찰관계자는 뭐지? 협상의 기초도 모르는 고위 간부라니……. 상황의 극대화를 위해 과장했다는 건 알겠는데, 그 때문에 갑자기 이야기의 흐름이 끊긴 느낌이었다. 그 전까지 존재했던 현장감이나 현실감이 팍 사라졌다는 걸 감독은 알까?

 

 

  믿었던 도끼가 발등을 찍었으니, 배신당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상처를 치료해야하는데, 그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이 택한 것은 폭력이었다. 말로 할 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들어주지 않으니, 최후의 방법으로 고른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런 그들의 선택은 너무도 순진하고 멍청했다. 이왕 폭탄을 터트리려면 자신이 상대하려고 하는 대상과 관련이 있는 곳을 택해야했다. 그들과 아무 관련 없는, 자신과 비슷하게 가진 게 없이 배신당하기만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면 역공을 당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상대방이 자신과 비슷한 사고방식과 감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는 오류를 범했다. 자신이 망설이고 죄책감을 느끼는 부분에서 상대방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이라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그랬다면 처음부터 배신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데, 그들은 상대를 몰랐다.

 

 

  마지막 장면을 보고 애인님과 영화에 나오는 방송국 건물과 비슷한 것이 여의도 국회 의사당 근처에 있는지 검색해보았다. 과연 영화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상상해보았다. 그리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 정도 높이 되는 건물의 건설이 허가될 리가…….

 

 

  몇몇 부분이 좀 허술하긴 했지만, 빠른 속도감 때문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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