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빈저 다운
알렉 길리스 감독, 랜스 헨릭슨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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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 - Harbinger Down, 2015

  감독 - 알렉 길리스

  출연 - 랜스 헨릭슨, 카밀 발사모, 맷 윈스턴, 지오보니 사무엘스

 

 

 

 

 

  대학의 연구팀이 알라스카 게잡이 배 '하빈저'를 타고 돌고래 연구를 하기로 한다. 학생 중의 한 명인 '세이디'의 할아버지가 그 배의 선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그들은 바다에 가라앉은 오래된 러시아의 우주선을 발견한다. 호기심에 그것을 인양하는데, 안에는 부패된 비행사의 시신이 들어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우주선이 우주에서 떨어질 때, 조종사만 있었던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정체불명의 그 미생물은 배 안의 생명체들 몸속에 들어가 변이를 일으키며 진화해간다. 사람들은 얼음이 가득한 바다 한 가운데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데…….

 

  영화는 우주선의 추락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 부분은 '오! 멋지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정도 퀼리티라면 전체적인 영상이나 괴생명체의 모습이 멋질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추측은 빗나갔다. 오프닝 제작에만 심혈을 기울여 하얗게 불태운 모양이다.

 

  이런 외계 생명체에 의한 감염과 인간의 변이를 다룬 영화들은 거의 존 카펜터의 작품인 '괴물 The Thing, 1982'과 비교되는 운명을 갖고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영화가 준 충격을 뛰어넘기가 어렵다.

 

  이 영화 역시 그렇다. 대학 연구팀과 선원들의 갈등, 연구팀 내부의 갈등, 소련과 미국의 갈등을 집어넣어 사건을 이리저리 복잡하게 만들고, 다른 느낌을 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복잡하게 일을 꼬아놓긴 했지만 주인공 반대편 인물들이 순서대로 죽어나가는 건 예측 가능했다. 반대편이기에 주인공 편의 경고를 무시하고, 우선권을 독점하고자 멋대로 행동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니 말이다. 또한 그 갈등이라는 것도 음, 내가 연구를 해본 적이 없어서 공감이 안가는 걸지도 모르겠다. 뭔가 이상하고 위험하다는 조짐이 보이는데도 그렇게 행동해야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러다보니 갈등 구조가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게다가 영화의 장면이나 설정들이 익숙했다. 위에서 언급한 존 카펜터 영화라든지 '더 소우 The Thaw, 2009' 그리고 미국 드라마 'X 파일 The X-Files, 1993'의 에피소드 등이 연상되었다. 그래서 더 예측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이런 괴생명체가 나오는 영화에서 제일 중요한 괴물이 그리 압도적이라거나 기괴하지 않았다. 에이리언 급의 퀼리티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음…….

 

  그냥 주인공 세이디의 할아버지이자, 하빈저 호의 선장역을 맡은 배우 랜스 헨릭슨의 얼굴을 본 것만으로 만족했다. 70이 훨씬 넘은 나이에도 이런 B급 호러 영화에서 몸을 사리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는 그의 열정에 감탄할 뿐이다. 꾸준히 저예산이건 블록버스터건 가리지 않고 연기를 한다는 점이 참 대단하다. 하아, 갑자기 그가 주연을 맡았던 미국 드라마 '밀레니엄 Millennium, 1996'을 다시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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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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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제 - 前進する日もしない日も, 2011

  작가 - 마스다 미리

 

 

 

 

  마스다 미리가 30대 후반부터 40세초까지 쓴 에세이집이다. 그녀 작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일상 속의 사소한 일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일들이 아주 솔직담백한 글로 담겨있다.

 

  책을 읽으면서 ‘뭐, 이런 쓸데없는 걱정까지 하고 있냐?’부터 시작해서 ‘이런 세심함을 갖고 있는 감수성이라서 이런 글을 쓸 수 있구나.’라는 생각까지 다양하게 들었다. 너무 소소해서 다른 사람들은 지나칠 법한 지점을 저자는 놓치지 않고, 그것을 들여다보면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 다음 자기만의 평범하면서 소박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읽으면서 ‘맞아, 맞아’라는 감탄사와 함께 공감되기도 하고, ‘아, 그렇게 볼 수 있구나!’라며 놀라는 부분들이 꽤 많았다.

 

  중년이라고 하기엔 너무 젊고, 그렇다고 젊은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나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 결혼해서 가정에서만 지내다보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기에 벅차다는 느낌이 간혹 들기도 한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만나는 친구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 때이다. 또는 기혼자인 친구들을 만났을 때 대화에 잘 끼지 못할 때도 있다. 또한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감상이라든지 이웃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일들, 친구들과 여행을 하면서 보고 겪은 일, 가족과 자신에 대한 일, 그리고 어떻게 늙어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들어있었다.

 

  저자는 그 나이대의 미혼 여성들이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감정들, 예를 들면 불안이라든지 소망, 슬픔, 기쁨 같은 것들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래서 나만 그런 슬픔이나 고민이 있는 게 아니라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고, 저자가 그런 고민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보면서 격려를 받기도 하고, 혹시 나도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도 좋겠다는 조언도 얻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힐링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던 문장을 적어보려고 책을 펼친 순간, 이상했다.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이랑 지금 다시 볼 때의 느낌이 달라진 것이다. 그 때는 이 문장이 참 좋았는데, 지금은 저 문장이 더 와 닿았다. 재미있다. 어쩌면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에 따라 공감되는 부분이 달라지는 모양이다. 그래서 문장을 적어보려던 건 패스.

 

  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만화는 만화대로, 에세이는 에세이대로 각각 느낌이 다른 듯 하면서 비슷한,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 그래서 마치 보슬비처럼 서서히 젖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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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 히어로 - [초특가판]
바즈 루어만 감독, 폴 머큐리오 외 출연 / 프렉스엔터테인먼트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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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trictly Ballroom, 1992

  감독 - 바즈 루어만

  출연 - 폴 머큐리오, 타라 모리스, 피터 휘트포드, 빌 헌터

 

 

 

 

  6살 때부터 볼륨댄서인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란, 자신도 부모처럼 당연히 범태평양대회에서 출전해야한다는 생각을 해온 스캇.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정해진 규칙이 아닌, 그것을 벗어나 자신만의 독자적이면서 자유로운 춤을 추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의 그런 생각은 시작에서부터 봉쇄당한다. 자신이 미는 선수를 우승시키기 위해 고의적으로 스캇을 방해하는 협회장과 그런 그의 장단에 아무것도 모르고 놀아나는 어머니와 코치 때문이다. 우연히 어머니가 운영하는 학원을 다니는프랜과 알게 된 스캇은 그녀와 함께 대회에 나가기로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우승을 외치는 어머니에 의해 좌절되고 만다. 상심한 프랜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그녀의 집에 찾아간 스캇은 그가 꿈꾸던 댄스를 접하게 되는데…….

 

  마마보이였던 소년의 자아 찾기라고 하면 좋을까? 아니면 부모의 과도한 집착이 천재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보여주는 영화라고 하면 좋을까? 그것도 아니면 헬리콥터 맘의 폐해와 무관심했던 아버지의 조합이 재능 있는 소년의 앞길을 어떻게 방해하는지 보여주는 영화? 또는 창의력을 무시하고 규칙만 준수하는 사회는 안으로 곪아간다는 걸 말하는 영화라고 하면 어울릴까?

 

  아, 물론 천재 소년은 망가지기 일보 직전에 겨우 되살아나긴 한다. 헬리콥터 맘이라 여겼던 엄마나 무관심하기만 했던 아빠가 사실은 소년을 너무 사랑했기에, 자기들처럼 앞날을 망치는 실수를 하지 않기 바라는 마음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엄마의 귀는 너무 얇아서 팔랑 팔랑거렸고, 아빠는 자신의 과거 실수와 배신감 때문에 아무 말도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무엇이 아들을 위한 것인지 막판에 깨닫게 된다. 자기들의 욕심이나 바람이 아들이 원하는 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안 것이다.

 

  6살 때부터 걸어온 부모가 만들어놓은 길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길을 걷는 순간의 스캇은 무척이나 멋져보였고 반짝거렸다. 물론 주인공에게 집중된 조명의 영향도 있겠지만, 자신이 꿈꾸던 일을 하는 사람의 열중하는 모습은 보는 내내 엄마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그나저나 영화에서 제일 놀라운 것은 프랜의 변신이었다. 처음 등장했을 때의 소녀가 나중에 그렇게 예쁘게 바뀔 줄은 상상도 못했다. 처음에 나왔을 때는 미안한 말이지만 자식을 여럿 둔, 곱슬파마를 한 아줌마 같았다. 그랬던 그녀가 단지 안경을 벗고, 눈썹을 다듬고 화장을 하고 입술을 붉게 바르고, 머리를 정돈하는 것만으로 완전 다른 사람이 되었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하지만, 여기서는 거의 사기 수준이다. 그건 유죄 아닌가?

 

  영화는 스캇과 프랜 이외의 사람들은 다 우스꽝스럽게 그려냈다. 특히 스캇의 파트너를 그만 둔 리즈나 라이벌인 캔이 등장하는 씬은 마치 코믹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또한 어떤 장면들은 음악을 위해 넣은 것 같은, 그러니까 마치 뮤직 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그래서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화면이나 음악이 멋져서 괜찮았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작품을 총 3편 보았는데, 다 음악과 영상이 아름다웠다. 그런 쪽으로 최적화된 감독인가보다.

 

  스캇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To Live With Fear Is Like To Half Live.” 자신은 그런 삶을 살았으니, 아들은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있는 대사였다.

 

  음, 마마보이와 사귀면 여자가 마음고생이 심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 영화였다. 보고 있나, 애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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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성술 살인사건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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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원제 - 占星術殺人事件, 1980

  작가 - 시마다 소지

 

 

 

 

 

  책을 중간까지 읽다가 깨달았다. 이 책의 작가와 미쓰다 신조를 헷갈렸다. 그의 작품 중에 '사상학 탐정'이라는 게 있다는 걸 얼핏 듣고는, 이 책의 제목과 혼동한 것이다. 점성술이나 사상학이나 뭐, 서양과 동양의 차이일 뿐이라고 하기엔 엄청난 오해였다. 작가 이름도 혼동하고 책 제목도 잘못 알아서 덜컥 질러버린 책이지만, 다행히 좌절 포즈를 그리면서 '이 놈의 기억력이! 내 돈! 내 시간!'하고 절규할 정도는 아니었다.

 

   1936년, 화가였던 '우메자와'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그의 죽음도 기이하지만, 그의 유품에서 나온 수기가 더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점성술에 빠져있던 그가 자신의 여섯 딸을 희생시켜 완벽한 존재를 만들려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그가 죽어서 그런 끔찍한 일은 안 일어날 거라 생각했지만,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 결혼 후 분가해 살던 큰딸이 살해당하고, 남은 여섯 딸마저 하루아침에 실종되더니 전국에 걸쳐 절단된 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그것도 우메자와의 수기에 적힌 방법 그대로 살해당한 채로! 이후 사람들은 이 비극적이면서 기괴한 죽음의 비밀을 밝히려고 했지만, 누구 하나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40년 후, 점성술사인 '미타라이'에게 한 여인이 찾아온다. 그녀는 경찰관이었던 아버지의 수기를 내놓으며, 자신의 아버지가 함정에 빠져 우메자와의 여섯 딸 사건에 연관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건의 진상을 밝혀 아버지의 명예를 지켜달라고 부탁한다. 미타라이와 그의 친구인 '이시오카'는 이렇게 40년 동안 아무도 풀지 못한 사건에 접근하는데…….

 

  위에는 여섯 딸이라고 적어뒀지만, 여섯 명이 다 화가의 친딸인 건 아니다. 재혼한 부인이 데리고 온 딸도 있고, 친딸도 있고, 조카딸도 있다. 하지만 친딸이건 아니건, 다른 사람을 죽이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미친놈이다. 그것도 그냥 죽이는 게 아니라, 누구는 머리를, 누구는 상반신을, 누구는 허리를, 누구는 다리를 잘라서 완벽한 존재를 만들겠다니! 어딘가에 너무 빠지면 안 된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는 예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생각만 했을 뿐,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살해당했다. 생각만 했다면 뭐…….

 

  진짜 미친놈은 그의 수기를 바탕으로 실행한 자이다. 얼마나 정체를 교묘히 숨겼는지, 40년 동안 놈의 머리카락 하나도 잡지 못했다. 읽으면서 오싹했던 부분은 살해당한 큰딸의 사체에서 정액이 나왔지만, 사건의 정황상 범인은 여자일수밖에 없다는 대목이었다. 큰딸을 죽인 사람이 아버지도, 다른 여섯 동생도 죽였다는데 그러면 범인이 여자라는 걸까? 하지만 여자라면 어떻게 혼자서 여섯 사람을 죽이고 사체를 운반하고 절단할 수 있었을까? 혹시 남자가 사람들을 혼란시키기 위해 거짓 증거를 심어둔 걸까?

 

  책의 3분의 1은 수기로 되어있다. 우메자와의 수기, 경찰인 분지로의 수기 그리고 범인의 수기이다. 수기 부분의 글자체가 눈에 조금 부담을 주었다. 왜 그걸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눈에 부담을 주니 자연히 가독성이 떨어지고, 집중하기 힘들었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최악의 글자체였다.

 

  나머지 3분의 2는 미타라이와 이시오카의 대화가 대부분이다. 다행히 두 사람의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서,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구별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미타라이의 신랄한 코난 도일과 셜록 홈즈 비판은 읽으면서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비판을 했지만, 미타라이와 이시오카 두 사람의 등장은 이미 셜록 홈즈와 왓슨과 비슷했다. 혼자서 열심히 수사하는 이시오카는 홈즈에게 매번 당하지만 발끈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왓슨이 절로 연상되었다. 나름 홈즈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다고 하지만, 왓슨의 그런 시도는 실패한다. 여기서 이시오카도 비슷하게 생각으로 조사하지만, 결국 미타라이의 추리를 듣고 억울해 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 전에 독자에게 추리를 해보라는 도전장이 나오는데, 그건 엘러리 퀸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던 방법이다. 작가가 '본격 미스터리'라고 자신의 작품을 말했다는데,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트릭과 논리는 엘러리 퀸의 장기였으니까.

 

  사건의 트릭이 무척 낯익었다. 저렇게 사람을 부분적으로 자르는 수법을 어디서 보았더라? 아! 일본 만화 '소년 탐정 김전일 金田一少年の事件簿, 1992'! 만화를 보면서 트릭이 신선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나온 것을 차용한 모양이다. 김전일 시리즈의 작가는 할아버지 이름도 멋대로 사용하고 트릭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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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이브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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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マスカレ-ド·イブ, 2015

  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

 

 

 

 

  얼마 전에 읽은 ‘매스커레이드 호텔’과 이어지는 시리즈이다. 하지만 다음 이야기가 아니라, 이전 이야기다. 형사 닛타와 호텔리어 나오미가 각각 초보 시절일 때 겪었던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니 둘 사이의 접점은 전혀 없다. 아, ‘매스커레이드 이브’편에서 어쩌면 만날 수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만약 그 때 서로를 알게 되었다면 ‘매스커레이드 호텔’에서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졌을 텐데…….

 

  『가면도 제각각』는 나오미의 이야기다. 호텔 프런트에서 일하게 된 그녀 앞에 등장한 전 남자친구 미야하라와 그 일행. 몇 시간 후, 미야하라가 곤경에 빠졌다고 나오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얽히고설킨 불륜과 집착이 만들어낸, 어떻게 보면 광대놀음 같은 일들이 펼쳐진다. 관찰력과 거기에 걸맞은 상상력과 실행력을 갖춘 나오미가 탐정을 하면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키 형사의 등장』은 제목 그대로 닛타가 등장한다. 새벽 조깅을 하던 중에 살해당한 남자의 사건을 맡아 말 그대로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이야기도 역시 불륜과 집착이 빚어낸 살인과 속임수가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불륜과 집착은 호텔에서도 일어나는 사건이지만, 역시 형사가 주인공이라 그런지 살인으로 이어졌다. 단순하고 쉽게 풀리는 사건 같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동기는 말 그래도 반전이었다.

 

  『가면과 복면』은 나오미가 주인공이다. 절대로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는, 인기 절정을 누리고 있는 미모의 작가와 그녀를 만나고 싶어 하는 스토커적인 광팬들이 벌이는 숨바꼭질을 다루고 있다. 꼭꼭 숨고 싶은 작가와 출판사, 그리고 만나고 싶어 하는 극성팬들의 두뇌 싸움이 볼만하다. 미모의 여자라는 말에 혹하는 남자들이란……쯧쯧쯧

 

  『매스커레이드 이브』는 순서에 맞게 닛타의 이야기다. 나오미도 등장해서 중요한 힌트를 주긴 하는데, 둘이 만나지는 않는다. 아쉽다. 한 교수가 살해당하는데, 유력한 용의자는 알리바이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의 행동은 의심스럽기만 하다. 닛타는 관할 경찰서에서 파견된 여 경찰과 팀을 이루어, 용의자의 행적을 추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 여인이 등장하는데…….

 

  『에필로그』는 ‘매스커레이드 호텔’의 사건과 연관되는 짧은 이야기다. 그 책에서는 몇 줄 안 되는 내용으로 흘러가는데, 여기서는 좀 더 자세히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이야기들은 계속해서 가면을 강조한다. 호텔리어는 고객이 쓴 가면 뒤의 얼굴을 알아도 다른 사람들에게 밝히지 않는다거나, 형사는 사람들의 가면 쓴 얼굴과 민낯을 구별해야 한다는 말이 자꾸 나온다. 흐음, 그러니까 호텔리어는 고객의 사생활을 지켜줘야 한다는 뜻이고, 형사는 사람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비밀까지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일까?

 

  두 사람이 함께 나오는 수사물을 더 보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나오미가 지켜야하는 부분과 닛타가 알아야 하는 부분이 충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사생활 보호와 정보 공개가 아슬아슬하게 지켜지는 경계선을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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