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생길 것 같아
김일광 지음, 오정택 그림 / 현암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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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김일광

  그림 - 오정택

 

 

 

 

  『친구가 생길 것 같아』의 주인공 다운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인라인스케이트로 할머니를 돕다가 우연히 같은 반친구를 맞닥뜨리는데…….

 

  『하모니카』에서는 울릉도에서 전학 온 짝꿍 덕팔이를 마땅찮아하는 주남이의 이야기다. 아이들이 둘을 커플로 맺어 놀리는 것에 화가 난 주남이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 덕팔이는 사이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키 작은 나무』는 6.25때 포탄을 맞은 키 작은 나무와 그 나무를 평생 돌봐온 복상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못난 호랑이』는 폐교가 된 학교를 지키고 있는 호랑이 조각상이 주인공이다. 이제는 아무도 오지 않는 학교에서 호랑이는 예전을 회상하는데…….

 

  『주머니 달린 목도리』에서는 두 소년이 등장한다. 배를 갖고 있는 선주의 아들인 종찬이와 배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준석이. 가까워질 것 같지 않은 두 친구는 목도리를 계기로 서로를 바라보게 되는데…….

 

  『우리 아빠는 노총각』은 사고로 부모를 잃은 소라와 그녀의 보호자인 혁의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노총각인 혁이 소라를 기르는 것에 대해 오해와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 시선을 받은 소라는 마음에 상처를 받는다.

 

  『벌레』는 미국에 사는 아빠를 만나기 학수고대하는 소원은 시골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히 벌레를 좋아하는 자연이는 너무도 싫다. 그런데 소원이가 자연이를 밀어서 넘어뜨리고 며칠 후, 자연이가 심장 수술을 한다는 소식을 듣는데…….

 

  『내 친구 종근이』에서는 꽃 관찰원 지킴이인 자연이가 꽃밭을 엉망으로 만드는 게 누구인지 밝혀내려는 이야기다.

 

  모두 여덟 개의 짧은 이야기들이 수록된 단편 동화집이다. 학교에서 어린 친구들이 겪을 법한 갈등과 그것을 해결해가는 과정이 짧지만 감동적으로 그려졌다. 결국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하고, 지금까지 상대에게 가졌던 오해나 편견을 버리고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야기에 등장한 친구들은 어떤 계기로 기존과 다른 시선으로 보았기에, 지금까지 몰랐던 친구의 모습을 접했고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 때문에 자신이 상대방을 얼마나 오해하고 편견에 사로잡혀있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친구들의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 계기라는 것이 참 사소했다. 하모니카, 목도리, 인라인스케이트 같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상대방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도 아주 짧은 시간에 이루어졌다.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면 그 친구와의 인연은 그렇게 끝나는 것이었다. 그 때를 그냥 지나칠지 아니면 붙잡을지는 자신의 선택이다.

 

  문득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광고가 떠올랐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 식사 메뉴에서부터 진로라든지 취업, 배우자 선택까지 매일 수십 번의 선택을 해야 한다. 이 책은 어린 친구들에게 친구를 사귀는 것에 얘기하면서, 무엇이 중요한지 알려주고 있다. 상대방을 편견과 오해 없이 바라보기. 순간을 의미 없이 지나치지 않기. 그러면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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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vol.1 : 4번째 층 + 2월 29일 - 할인행사
김정민 외 감독, 김서형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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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Forbidden Floor, 2006

  감독 - 권호영

  출연 - 김서형, 김유정, 조영진, 이황의

 

 

 

 

 

  여섯 살 난 딸 '주희'와 오피스텔 504호에 입주한 '민영'. 다른 건물들처럼 그곳에는 4층이 없고, 3층 다음에 5층으로 되어있었다. 그런데 아래층 사는 남자가 자꾸만 시끄럽게 군다고 항의를 해온다. 하지만 바닥에 귀를 대고 있으면, 고함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시끄럽게 구는 것은 아래층이었다. 어린 딸을 혼자 집에 둘 수가 없어서 민영은 돌봐주는 사람을 구한다. 혼자 심부름을 갔던 주희는 낯선 꼬마를 만난다. 그날이후 주희의 몸에 석면으로 인한 피부병이 생기고, 성격이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한편 건물에서는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처음에는 여직원, 그 다음에는 폭력배, 민영의 아래층 남자까지 모두 사고사라고 하지만 민영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린다. 이 오피스텔에는 뭔가 있었다.

 

  영화를 보는데, 진짜 오싹했다. 모두가 잠든 밤, 혼자 컴퓨터로 작업을 하던 민영의 뒤에 스치고 지나가는 그림자라든지 어린 주희의 주위를 맴도는 소년의 그림자, 가끔 나타났다 사라지는 404호에 사는 여자 그리고 민영의 꿈에 자꾸만 등장하는 이상한 풍경들. 그런 일련의 일이 가리키는 것은 너무도 명확해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건 당연했다. 그래서 화면이 바뀌거나 주변이 어두워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조마조마해졌다.

 

  제일 조마조마했던 부분은 어린 주희가 혼자 오피스텔을 돌아다닐 때였다. 꼬마 아가씨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게 분명한데, 그래도 어린 아이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면서 불안했다.

 

  지금은 예쁜 숙녀로 자란 '김유정'이 주희로 등장한다. 처음에 귀엽고 깜찍한 어린 소녀의 모습을 보여 줄때는, 목소리마저 귀여웠다. 그런데 나중에는 목소리 톤도 낮아지고 눈빛에서는 표독스러움마저 느낄 정도로 바뀐다. 와, 보면서 어리지만 연기력이 엄청나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돌봐주러 왔던 아줌마가 며칠 만에 그만두고 도망갈 만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도 그렇고, 어린 꼬마가 그런 눈빛으로 하루 종일 자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으…….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영화는 재개발에 얽힌 비리와 비극적인 사건을 얘기하고 있었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이유가 보상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라고 한다. 사실 이주비용이라고 주는 것이 실제로는 전세하나 구하기 빠듯하기도 하고, 아파트가 건설되면서 비용이 더 들어가면 추가 비용을 내야한다. 그 때문에 넉넉지 않은 사람들은 결국 입주권을 포기하게 된다. 그러니 재개발을 반대하고 이주를 하지 않는 일이 생기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재개발을 추진하는 사람들과 마찰을 빚게 된다. 영화에서는 용역업체라지만, 폭력배가 더 어울리는 집단이 등장한다. 그 때문에 아무런 대비책이 없던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재개발로 살던 집에서 쫓겨난 사람들뿐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고 입주한 민영 같은 사람도 피해자였다. 왜냐하면 희생당한 사람들이 억울함을 풀기위해 민영과 주희를 이용했으니까 말이다.

 

  1편도 그랬지만, 2편 역시 무서웠다. 이 리뷰를 쓰는 지금도 어쩐지 이상한 기분에 뒤를 돌아보게 만들 정도이다. 갑자기 문이 쾅 닫히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꺅'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3편은 또 얼마나 무서울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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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vol.1 : 4번째 층 + 2월 29일 - 할인행사
김정민 외 감독, 김서형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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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February 29, 2006

  감독 - 정종훈

  출연 - 박은혜, 임호, 이대우, 이명진

 

 

 

 

  영화는 정신병원에 있는 '지연'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근무하는 지연은 어느 날 밤, 피 묻은 표를 받는다. 공교롭게도 그녀가 일하는 톨게이트에는 2월 29일에 얽힌 저주가 전해 내려온다. 교도소 수송차량이 사고가 나 탑승객이 다 죽었지만, 한 여자 사형수의 시신만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4년마다 돌아오는 2월 29일이 되면, 근처에서 이상한 사건이 발생한다는 내용이다. 표를 받은 날 이후부터, 지연의 주위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은 여자가 여기저기 나타나기도 하고, 근처 톨게이트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누군가 자신을 따라다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급기야 그녀는 습격을 받고, 친하게 지내던 동료가 살해당하는 일까지 일어난다. 경찰은 일련의 사건과 그녀가 겪는 일이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경호 겸 감시를 시작하는데…….

 

  거의 십 년 전에 텔레비전에서 이 작품을 방영해줬었다. 극장 개봉과 텔레비전 방영을 동시에 한다고 광고를 했었는데, 그 당시 무서워하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다시 보았는데, 여전히 무서웠다.

 

  최근 몇 년 동안 개봉한 한국 호러 영화 중에는 실망스러운 것들이 많았다. 공포를 느끼게 해주는 것도 아니고, 잔혹한 고어를 부각시킨 것도 아니고, 퇴마라든지 최면 같은 특이성을 부여하려고 했지만 이도저도 아니게 흘러가는 작품이 많았다.

 

  도리어 십 년 전에 만들어진 이 작품이 훨씬 좋았다. 확실히 공포 하나만 꽉 잡고 간다는 느낌이 강했다. 톨게이트라는 장소가 낮에는 몰라도, 밤에는 어두컴컴하고 한산하니 무서운 느낌을 준다. 또한 다른 부스가 옆에 있어도 거리가 떨어져있으니, 어떻게 보면 직원 혼자 부스 안에 외떨어져있다는 기분을 준다. 게다가 지연이 혼자 사는 아파트와 지하 주차장마저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렇듯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뭔가 나오겠다는 경고를 풀풀 날리면서 조금씩 사람들을 조여 오는 맛이 있었다. 특히 엘리베이터 창으로 보이는 여자의 변해가는 모습은……. 또한 지연이 있는 부스만 정전이 되고, 그녀 혼자 나오는 장면은 다른 사람과 있을 때와 달리 더 어둡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그래서 그녀가 조명을 환하게 켜놓을 수밖에 없고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갈수록 초췌해지는 지연의 얼굴이 마치 혼란스럽고 황폐해지는 그녀의 정신 상태를 드러내는 것 같았다.

 

  영화는 지연의 이야기와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 두 가지 버전을 보여준다. 지연의 이야기에서 중간에 '뭐지'?하는 이상한 장면이 있는데, 나중에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에서 설명이 나온다. 그렇게 보니, 어쩐지 의사의 이야기가 더 신빙성이 가는 듯 했다. 물론 공포 영화의 정석답게 미심쩍음과 의문을 남기고 마무리 지어진다. 누구의 이야기를 선택하느냐는 보는 사람의 몫인 것이다.

 

  영화를 다 보고 괜히 불안해서 문단속을 여러 번하고 잤다.

 

  극 중에서 살인마가 나타날 때마다 차에 틀어놓은 노래는 바로크 후기의 작곡가 '알비노니 Albinon'의 '아다지오 G단조 Adagio in G minor'이다. 전에는 좋아했는데, 어쩐지 이제는 무서운 느낌이 먼저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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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2-11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이걸 본 기억있어요!
세편인가 시리즈처럼 ..나온걸로 기억하는데..
저는 산에서 나가지 못하고 죽은 이들 이야기..
그게 가장 인상적 이었어요

바다별 2015-12-11 12:03   좋아요 1 | URL
네 편이 있고요 그 이야기가 아마 마지막 이야기일거예요!

[그장소] 2015-12-11 12:22   좋아요 0 | URL
으..그 이후 전 산에서 죽는것에 일종의 로망같은게
생겼어요..반 쯤..반은 싫고..반은 ..좋고
 
이욱정 PD의 요리인류 키친
KBS 요리인류 키친 이욱정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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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이욱정

 

 

 

 

  저자가 만들었다는 다큐멘터리 '누들 로드', 비록 본적은 없지만 몇몇 장면들을 캡처한 사진이나 움짤들은 봤었다. 음식에 관련된 방송을 잘 안 보려는 편인데, 밤에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야식 배달 가게의 전화번호를 찾기 때문이다. 실수라도 그런 방송을 보게 되면, 아아……. 잘 때까지, 가끔은 자면서도 '배고파'를 연발하기 때문이다.

 

  대신 책은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사진이었다. 이 책에 들어있는 음식 사진은 어쩌면 그리도 먹음직스럽게 보이는지, 낮 시간이나 배부른 상태에서는 유혹을 이겨낼 것 같았지만…….



 

  책은 저자가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다닌 각국의 대표적인 음식 내지는 그 지방의 명물 요리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이 요리의 기원이나 발전과정에 대한 부분을 세세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대신 간단하게 그 지방에 갔을 때의 상황, 그 요리를 만드는 사람과의 만남 또는 요리사의 이야기가 짧게 곁들여져 있었다. 물론 요리에 얽힌 배경이나 재료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네다섯 줄로 간략하게, 거부감 없는 양념마냥 살짝 뿌려져 있었다. 거기에 요리의 완성 사진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사진 내지는 요리사와 저자의 사진이 들어있다. 그런 식으로 한 요리 당 서너 장씩, 총 31가지의 요리 이야기가 펼쳐져있었다.



 

  각 나라의 대표음식이라고 하지만, 어떤 요리는 다른 나라의 영향을 받아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면 영국의 '치킨 티카 마살라'라는 음식은 인도 커리와 결합한 것이고, 일본의 '카레 우동' 역시 이름에서부터 커리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영국이 인도를 지배했을 때 커리라는 요리를 처음 만나 자기들 입맛에 맞게 변형시켰고, 일본이 영국과 교류를 맺었을 때 카레를 받아들여 역시 자국민들의 취향에 맞게 바뀌게 된 것이다.

 

  또한 한 나라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요리도 있었다. 스리랑카의 '스리랑카 게 커리'나 인도네시아의 '문어 삼발 고렝'같은 음식은 향신료를 듬뿍 사용하는데, 그 향신료를 얻기 위해 그 나라들이 강대국의 침략을 받았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향신료를 재배하고 수확하고 만드는 노예로 살아가야했던 그 나라 사람들의 사연은 마음이 아팠다. 식욕이 인간의 기본 욕구라지만, 그걸 위해 한 나라를 침략하고 사람을 노예로 부리다니……. 인간의 욕구 충족을 위한 집념은 어디까지일지 궁금했다.



 

  인간이 남긴 모든 흔적은 역사가 된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만들어진 음식은 그 나라가 과거에 어떤 교류를 맺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그 나라에만 있는 독자적인 요리는 그 곳의 풍습이나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책은 그런 부분에 대해 간단하고 쉬운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요리책으로 볼 수도 있고, 요리를 주제로 한 문화 입문서라고도 볼 수 있었다.

 

  문득 책을 읽다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저자의 사진 찍는 자세는 언제 어디서든지 다 똑같았다. 컨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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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없는 한밤에 밀리언셀러 클럽 142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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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Full Dark, No Stars, 2010

  작가 - 스티븐 킹

 

 

 

 

  오오, 이런 일이! 일 년 사이에 킹느님의 책이 두 권이나 나오다니! 몇 달 전에 읽었던 ‘미스터 메르세데스 Mr. Mercedes, 2014’의 감동이 사라지기도 전에, 또 다른 그의 작품을 읽을 기회라니! 전에도 말했지만, 이 리뷰는 스티븐 킹, 그러니까 킹느님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적은 것이기에 객관적이거나 냉정한 판단 따위는 없다. 무조건 닥치고 킹느님 찬양으로 뒤덮였다는 것을 미리 말해두겠다.

 

  이 책은 스티븐 킹의 중단편을 모은 작품집이다. ‘별도 없는 한밤에’라는 제목을 가진 작품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제목과 내용이 무슨 상관일까 궁금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느낌이 왔다. 별이 없는 밤이라면 무척 깜깜할 것이다. 어쩌면 달도 없을 것이다. 물론 요즘이야 별이 안 보여도 위성이나 항공기 내지는 건물의 불빛들 때문에 어둡지는 않겠지만, 그런 것들이 하나도 없는 하늘이라면……. 얼마나 깜깜할지 상상도 못하겠다.

 

  각각의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이 처한 상황이 딱 그런 어둠 속이었다. 모두들 앞을 밝혀줄 빛을 찾아 헤맸다. 그것이 그들을 어디로 인도할지 알지 못했지만, 하나밖에 없는 빛이기에 따라갔다. 그 과정은 무척이나 힘들고 괴로웠다. 그 길의 끝에서 어떤 사람은 나락의 길로 빠져들어 허우적댔고, 누군가는 마음의 평안을 되찾았다. 또 다른 사람은 오랫동안 자신을 억누르고 있던 열등감에서 해방되었다.

 

  『1922』은 농장의 처분 문제로 아내와 이혼을 결심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는 아내의 재산마저 차지하기 위해, 그녀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어린 아들까지 감언이설로 꾀어 살인극에 동참시킨 그는, 이후 엄청난 압박감과 불안증에 시달린다. 게다가 소심하고 여렸던 아들의 성격이 바뀌면서 두 부자의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하는데…….

 

  읽으면서 아들이 너무도 안쓰럽게 느껴졌던 이야기였다. 어린 나이에 아빠와 함께 엄마를 죽이고 시체처리까지 해야 했으니, 그 충격은 엄청났을 것이다. 엄마의 사랑이 그리울 나이에 자기 손으로 엄마를 지운 소년은 대신 다른 것에서 그 부족한 사랑을 채우려고 했다. 그 집착은 너무 집요해서 결국 소년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꿔야만 했다. 아버지가 겪는 환각도 무시무시했지만, 아들이 더 불쌍했다.

 

  『빅 드라이버』는 강연을 마친 작가가 안내받은 지름길로 가던 도중 끔찍한 사건을 당하는 내용이다. 여러 차례 강간당하고 목 졸려 배수로에 버려진 그녀. 그곳에서 여러 구의 시체를 발견한다. 범인은 상습적인 여성 강간 살인마였던 것이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그녀는 복수를 결심하는데…….

 

  복수하는 과정의 통쾌함보다는 망가지고 피폐해진 그녀의 정신 상태에 더 눈이 가는 작품이었다. 다중 인격자거나 정신분열증환자라 환청이 들리는 사람처럼 행동하면서도 냉정하고 차분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과연 그녀는 예전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남았다.

 

  『공정한 거래』에서는 악마와 거래를 한 남자가 등장한다. 암에 걸려 모든 의욕을 잃은 그의 앞에 정체불명의 사람이 나타나 거래를 제안한다. 그의 암을 다른 사람에게 전이시키는 대신 자기가 원하는 것을 갖다 달라는 것이다. 대신 암을 전이시키고 싶은 사람은 반드시 그가 제일 증오하는 대상이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는 자신의 절친이자 오랜 시간동안 마음속 깊이 증오를 품고 있던 친구의 이름을 대는데…….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떠올랐다. 두 사람이 어릴 때부터 친구였는데, 그런 생각을 속에 갖고 있을 줄은 몰랐다. 하긴 당한 입장이니까 모든 것을 기억하고, 친구라는 이름으로 같이 있기에 내색도 못하고 몇 십 년을 끙끙 앓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억이란 불확실한 것이고, 기억하는 사람의 의도대로 편집되기 쉬운 것이니 한쪽 말만 들어서는 안 된다. 물론 공정함이라든지 바른 기억 같은 걸 다 감안하면 악마가 아니겠지만……. 주인공의 불운을 몽땅 가져가야했던 친구가 많이 불쌍했다. 그러니까 남에게 원한 살 일은 하면 안 되는 것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은 남편이 몇 십년동안 살인을 해온 연쇄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여자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25년을 넘게 함께 살아온 남편의 비밀을 아주 우연히 알게 된 부인은 고민한다. 이 사실을 경찰에 알려야 하는가, 만약 남편이 체포되면 딸과 아들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사람들이 자기를 공범이라고 의심하지 않을까. 문제는 그녀가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는 것을 남편이 눈치 챈 것이다. 그는 거래를 제안하는데…….

 

  얼마 전에 리뷰를 쓴 영화 ‘굿 메리지 A Good Marriage, 2014의 원작 소설로, 이 책을 사게 된 이유다. 영화에서 어딘지 모르게 모호하게 느껴졌던 부분이 확실하게 드러나서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깔끔했다.

 

  범죄 드라마나 영화가 해일처럼 쏟아지는 요즘엔 적게는 한두 번쯤 접한, 흔한 소재들이다. 부인을 죽인 남편, 강간당한 여자, 악마와 거래한 남자 그리고 남편이 살인자라는 걸 알아버린 아내. 하지만 애인님에게도 말했지만, 킹느님이 쓰면 어딘지 모르게 달랐다. 같은 감자로 만들었지만 찐 감자나 감자튀김 그리고 으깬 감자가 맛이 다른 것처럼, 소재는 흔했지만 느낌이 달랐다. 600쪽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었지만,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아까울 정도였다. 이러니 킹느님이라 부를 수밖에 없다. 책을 다 읽고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것이, 어쩐지 행복한 12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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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2-07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편들은 어쩐지 보물상자를 보는기분예요 ㅡ
원석이라거나 ㅡ베이스가 거기 있어서 ㅡ어떤 소설의 원천이 올라오는걸 막 보게되는 거죠 .역으로 .
여기서부터 였구나 ㅡ랄까 ㅡ하는 ...^^

바다별 2015-12-09 11:4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아가사 크리스티 단편은 나중에 장편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

[그장소] 2015-12-09 17:06   좋아요 0 | URL
아 ㅡ아가사 ㅡ쪽이 아닌 ㅡ스티븐 킹 왕 짱!
님 ㅡㅋㅋㅋ단편이 베이스 ㅡ장편의 소스는 단편에....
아가사도 크게 다르지 않죠 ㅡ모든 작품이 그렇듯
작품이 작품을 낳는 걸 ㅡ읽다보면 ㅡ촘촘한 그물
망 같은게 보이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