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기차 여행 앙코르 꼬마 니콜라
르네 고시니 지음, 장 자크 상뻬 그림, 이세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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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르네 고시니

  그림 - 장 자크 상뻬

 

 

 

 

  웹서핑을 하다가 '꼬마 니콜라 시리즈'라는 제목을 보았는데, 내가 봤던 것들과 표지가 달랐다. 뭘까? 궁금해서 클릭을 해보니 '앙코르 꼬마 니콜라'란다. 미발표 원고를 모아 내놓은 것이라는 설명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우연찮게 그 중의 한 권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책에 등장하는 친구들은 여전했다. 니콜라는 호기심 많은, 부모의 관심을 바라고 외할머니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소년이다. 그의 부모는 이런 아들을 무척 사랑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의 시선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화도 낸다. 특히 아빠는 급하고 으스대는 성격 때문에 이웃과 다투기도 하지만, 그럭저럭 교우관계는 좋은 편이다. 다만 장모는 많이 어려워한다.

 

  니콜라의 친구들 역시 예전에 읽은 책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알세스트, 조프루아, 아냥, 클로테르 등도 예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알세스트는 맛있는 것을 좋아하고 여전히 성격이 좋았으며, 조프루아는 아빠가 부유하다는 것을 뽐냈다. 클로테르는 아직도 수업 시간에 잘 자고, 아냥은 어떻게 하면 자신이 똑똑하다는 것을 밝힐 수 있는지 기회만 노렸다. 이렇게 성격이 완전히 다른 아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으니 소란스러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 예전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에는 책을 읽으면서 어린아이들의 엉뚱하면서 귀여운 행동에 웃음이 나왔었다. 전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친구들끼리 싸우고 사건을 크게 만들지만, 5분도 지나지 않아 화해를 한다. 싸우는 이유와 사건이 커지는 과정이 너무 웃겨서 킬킬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금방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노는 것을 보면서, '역시 애들이야'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또한 책에 나오는 어른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는 왜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걸까라는 의문을 품었었다.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금지하지만 정작 자기들이 몰래 갖고 노는 장면이라든지 어린아이들보다 더 좋아하는 부분을 보면서, 어른들도 마음 속 한구석에는 어린 시절의 동심이 남아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숨기고 엄숙하고 권위를 내세우며 지내야 하니, 어른들, 특히 남자 어른들은 딱딱하고 융통성 없는 모습만이 남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이번의 '앙코르 꼬마 니콜라'는 그 전과는 달랐다. 귀여운 아이들은 그대로였지만, 이번에는 어른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산만하고 자유분방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꼬꼬마들을 돌보려면 어느 정도 딱딱함은 필요할 것 같다. 그럼에도 책에 나오는 어른들 너무 과장되게 엄숙했다. 특히 니콜라가 다니는 학교의 몇몇 선생님들은 좀 황당할 정도로 꽉 막힌 모습을 보여주었다. 진짜 저런 사람이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어떻게 보면 이 꼬마 니콜라 시리즈는 자유와 규율에 대한 문제를 던지는 책 같았다. 아니,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교육 방식의 차이일까? 음, 어쩌면 내가 변해버려서일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니콜라와 친구들의 입장이었다면, 이젠 부모와 부이용 선생의 입장을 이해하는 융통성 없는 어른이 되어버린 걸지도……. 아, 그런 거라면 너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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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세계사 1 : 고대 이야기 - 교과서 속 세계사 이야기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
김현숙 지음, 원혜진 그림, 역사사랑 감수 / 계림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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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교과서 속 세계사 이야기 고대 이야기

  저자 - 김현숙

  그림 - 원혜진

  감수 - 역사사랑

 

 

 

 

  역시 막내 조카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위해 준비한 책이다.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은 세계사 너로 정했다!'라는 기분으로 선택했다. 사실 처음에는 만화로 보는 이라고 생각하고, '왜 만화대신 그림이 많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왜 제목을 잘못 봤는지 모르겠다.

 

  지난 책이 전반적으로 세계사의 기본 흐름을 잡아주는 것이라면, 이 책은 조금 더 세세하게 파고들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어린이용이라 아주 자세하거나 복잡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고대만 다루고 있기 때문일까? 나중에 본격적으로 동서양의 국제적인 교류가 생기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1장 인류의 등장과 문명의 발생』은 지구의 생성에서부터 구석기, 신석기 그리고 청동기 시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인류의 시작이라든지 각 시대별 특징을 그림과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뗀석기 사진을 여기서 처음 봤다. 이렇게 생겼구나. 어떻게 유물을 발굴하는 분들이 일반 돌과 뗀석기를 구별하는지 신기했다. 내가 보기엔 별로 다를 게 없는 것 같은데…….



 

  『2장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문명 지역을 차지한 페르시아』는 제목 그대로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지역의 흥망성쇠에 대해 얘기한다. 지도를 곁들여 시대별 변화를 잘 알아볼 수 있게 도와준다.

 

  『3장 유럽 문화의 바탕이 된 그리스와 로마』는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해 보여준다. 트로이 전쟁과 같은 이야기는 물론이고, 로마의 발전과 크리스트교의 등장까지 다루고 있다. 아! 하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서는 별로 내용이 없다. 역사서라서 신화를 배제한 걸까?

 



  『4장 인더스 문명과 불교의 탄생』은 불교와 인도의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인도하면 빠질 수 없는 카스트 제도까지 들어있다.

 

  『5장 황허 문명과 중국의 역사』에서는 황허 문명이후 중국의 분열과 통일을 다루고 있다. 진시황을 거쳐 한나라까지 보여준다.

 

  이 책에서 제일 마음에 든 것은, 지도이다. 시대별이나 권력별로 색을 달리 하여, 흐름과 세력 판도를 알아보기 쉽게 했다. 그리고 각 문명이 어떻게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었는지 사진으로 비교하는 부분도 좋았다. 직접 눈으로 보니, '그렇구나.'하고 이해가 절로 되는 것 같았다.



 

  막내 조카도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다. 설마 그림이 많이 들어간 책을 준다고, '고모는 날 뭐로 보고!'라고 하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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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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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マスカレ-ド ホテル, 2011

  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

 

 

 

 

  경찰은 세 번이나 일어난 연쇄 살인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살해 수법도 다르고 피해자간의 연관성도 하나도 없는 살인이지만, 현장에 놓인 종이 때문에 연쇄 사건이라는 것을 밝혀진다. 암호를 푼 경찰들은 다음 살인이 일어날 장소가 도쿄의 초일류 호텔 ‘코르테시아도쿄’라는 것을 알아낸다. 그 때문에 호텔에 협조를 구하여 곳곳에 경찰을 직원으로 변장시켜 감시하기로 한다. 프런트에서 접수와 안내를 맡은 직원 ‘나오미’는 ‘닛타’ 형사를 담당하게 된다. 호텔리어로 일하는 것에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는 나오미와 엘리트 형사로 승승장구해오던 닛타. 두 사람은 처음에는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투기도 하지만, 곧 서로를 이해하고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기로 의기투합하는데…….

 

   작품은 연쇄 살인범에 대한 수사를 위해 호텔리어로 변신한 닛타 형사가 프런트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형사로 사람들을 무조건 의심하는 눈초리로 보며 위압적으로 응대하는 그였지만, 점차 변해가기 시작한다. 형사로 사람들을 윽박지르던 자세에서 상대방이 어떤 상황인지 생각하는 태도를 갖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자기가 공을 세워야한다는 마음 때문에 자신을 프런트에 보낸 지휘부에 불만을 갖기도 했지만, 점차 그 생각이 바뀐다. 자신이 잡고 못 잡고를 떠나, 누구든지 범인을 잡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가 그렇게 바뀐 뒤에는 나오미의 도움이 컸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그녀의 프로의식, 배려, 그리고 성실함 등이 닛타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것이다. 물론 그녀도 연쇄 살인마에 대한 걱정 때문에 의심스럽다 생각하는 고객 앞에서 허둥대고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격려하고 보완하면서 배워가고 서서히 변화한다.

 

  그 때문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서 드디어 썸타는 남녀가 등장하는 것인가 호기심이 일었다. 그리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사건에 연결된 두 남녀가 나중에 연인 사이로 발전되는 경우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기껏 두 남녀가 나와도 발전성이 안 보이거나 어정쩡하게 끝이 나기도 하고, 심지어 둘 중의 하나가 범인인 경우도 있었다. 오죽했으면 혹시 이 작가 연애 소설방면에는 고자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랑이 원인이 되어 일어난 범죄 소설을 쓰지만, 범죄와 관련이 없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는 본 기억이…….

 

  두 사람이 프런트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이 갈등하는 원인도 어떻게 보면 사랑이었다. 시각장애인인 남편을 위해 사전 답사를 온 노부인의 행동도 사랑이었고, 불륜 남녀도 나름의 사랑(...)이었다. 또한 고등학교 시절 닛타가 저지른 의미 없는 장난 때문에 자존감을 잃고 복수하겠다는 사람의 행동도 어떻게 보면 자기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도 있었다. 또한 호텔 고위층이나 나오미의 고민도 자신의 직장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고 말이다.

 

  사람들이 사랑하는 방식이나 대상이 다양하듯이, 갈등의 원인이나 해결책 역시 다양했다. 그것을 깨달으면서 두 사람은 사건의 진상에 한발씩 다가간다. 모든 것이 매뉴얼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때로는 우회해야할 때도 있고, 변칙적인 길을 가야할 때도 있다. 어디서는 후퇴를, 또 다른 곳에서는 뒤를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알아낸 사건의 진상은 참 교묘했다. 그토록 좋은 머리를 왜 그런 식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지 안타까웠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은데, 왜 하필 그 사람일 수밖에 없는지……. 처음에는 사랑이었겠지만, 나중에는 집착과 증오가 뒤섞인 관계로 변해버렸다는 게 마음이 아팠다. 사랑은 상호작용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닌 경우에는 결국 범죄로 끝나는 모양이다.

 

  범죄로 끝날 사랑은 하지 말자.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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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Ghoul, 2015

  감독 - 페트르 자클

  출연 - 제니퍼 아무어, 제레미 이사벨라, 알리나 골로블료바, 폴 S. 트레이시

 

 

 

 

  1930년대, '우크라이나'에는 대기근이 닥쳤다. 자연재해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면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하겠지만, 그것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고의적인 기근이었다. '스탈린'이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농장 집단화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엄청난 양의 식량을 수탈해갔기 때문이다. 약 3년에 달하는 기근 기간 동안 약 400만 명 이상이 죽어나갔고, 어느 지역에서는 식인 행위까지 일어났다고 한다. 어느 기록에 보면 차마 자기 자식을 잡아먹을 수가 없어서 옆집 아이와 바꿔먹었다고도 하는데,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다.

 

  1970년대 후반에서 1990년까지 러시아에는 살인을 일삼던, 우크라이나 출신의 '치카틸로'라는 인물이 있다. 결국 1990년 11월에 잡혀서 1994년에 총살되었지만, 그가 남긴 충격은 대단했다. 50명이 넘는 사람들을 강간하고 살해했다고 하는데, 그 중 대부분은 어린 아이들이었다. 게다가 그는 사체 중의 일부를 먹는 식인 행위까지 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저 두 가지 역사적 사실을 교묘히 엮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B급 저예산 호러 영화이지만, 자기들의 아픈 과거를 이런 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대놓고 이런 일을 당했다고 얘기하는 신파 형식의 드라마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다양한 장르로 역사를 얘기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이 영화를 감상하다보면 우크라이나 대기근이라는 주요 소재에 대해 듣게 되고, 리뷰라도 쓰려고 검색하다보면 그게 스탈린이 고의로 저지른 짓이라는 걸 알게 되니 말이다. 또 그런 내용을 담은 리뷰를 읽다가 '스탈린 개객끼!'라고 생각을 0.001초라도 한다면, 성공이지 않을까? 물론 감독이 그런 의도로 영화를 만들었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세 명의 미국인이 우크라이나 대기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자, 우크라이나에 도착한다. 시골 마을에서 인터뷰를 하던 셋은 안내원의 제의로 술김에 귀신을 부르는 의식을 하고 만다. 문제는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을 기억도 못하다가, 녹화 필름을 돌려보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날 이후, 그들에게는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자기들은 기억도 못하는 일이 카메라에 기록되었다거나, 차에는 피가 뿌려져있고, 몸에 원인을 모르는 상처들이 계속 생긴다. 게다가 전파조차 잡히지 않고 우크라이나 어를 못하는 까닭에 그들은 고립되고 마는데…….

 

  일행이 머물게 된 외딴 집이 치카틸로의 생가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 그들이 불러낸 귀신이 누구의 것인지 짐작하지 어렵지 않다. 또한 무엇이 그들을 집에서 떠나지 못하게 막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우크라이나 기근에서 연쇄 살인마로의 연결이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치카틸로가 어릴 적에 대기근으로 사람들이 자기 형을 잡아먹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정신이상이 되었다고 주장했다는 기록이 있으니, 생뚱맞은 흐름은 아닌 걸로 보인다.

 

  아쉬운 점은 등장인물들이 찍고 있는 카메라를 통해서만 보이는 형식이기에 좀 답답한 면이 많았다. 가령 카메라 든 애가 공격받을 때는 발버둥치는 하반신만 보인다거나 비명소리만 들리기도 하고, 카메라 밖에서 벌어지는 것은 소리로만 파악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나중에는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한 곳에서 사건이 벌어지기에 랜턴이 비추는 범위 이외는 알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좀 산만하기도 하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섭지가 않았다. 고립된 일행을 서서히 조여 오는 뭔가가 느껴져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 영화보다는 영화 외적인 상황들, 우크라이나 대기근이나 치카틸로에 대해 검색해본 얘기가 더 무서웠다.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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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키즈 고우 투 헬
매튜 스프래들린 감독, 알리 포크너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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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Bad Kids Go to Hell, 2012

  감독 - 매튜 스프래들린

  출연 - 벤 브로우더, 저드 넬슨, 카메론 딘 스튜어트, 오기 듀크

 

 

 

 

  '버릇없는 애새끼들은 지옥으로 꺼져버려'라는 제목답게 온갖 악동들이 등장해서 하나둘씩 죽어나가는 영화다. 그 애들이 지옥으로 가는지는 의문이지만.

 

  폭풍우가 몰아치는 토요일 오후, 명문 사립 고등학교 도서관에 여섯 명의 아이들이 모인다. 평소에 워낙 사고를 치고 다녀서 그 벌점을 만회하기 위해 특별 수업을 받기 위해서이다. 부유한 부모를 둔 덕에 무서운 것이 없는 학생들과 우연히 사고 현장마다 끼어있는 탓에 벌점을 받게 된 제일 운 없는 소년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모인다. 상담선생이 다시 올 때까지 잠긴 도서관 안에서, 아이들은 학교의 연혁에 대해 조사하라는 과제를 받는다. 하지만 그보다는 서로 싸우고 각자가 알고 있는 서로의 비밀을 폭로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아무리 기다려도 선생이 오지 않자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려는 온갖 시도를 한다. 그러다 하나둘씩 사고를 당하는데…….

 

  예전에 초반 설정이 비슷한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제목이 뭔지 생각이 안 나지만, 그 작품도 도서관에서 벌을 받는 아이들이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그 영화는 그러다가 시간 여행으로 전개가 흘러갔고, 이 영화는 살인극으로 이어진다. 음, 역시 도서관은 위험한 곳인가 보다. 특히 고등학교 도서관은.

 

  영화는 그냥 그랬다. 꼬꼬마애들이 빽빽거리면서 고함지르고 맘대로 나대다가 죽어나가는 내용은 이미 '데스티네이션 Final Destination, 2000'에서 질리도록 다루었으니까 말이다. 아, 두 작품을 비교하는 건 '데스티네이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의 잔인도를 비교하자면, 데스티네이션이 훨씬 더 잔인하고 보는 사람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또한 거기 애들은 적어도 나름 논리적으로 생각을 하고 능동적으로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이라도 했다. 하지만 여기 애들은 든든한 부모만 믿고 온갖 사고란 사고는 다 치고 다녔다. 학교에서 스트립쇼를 하고, 파티를 엉망으로 만들 궁리를 하고,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등등의 짓을 해댔다. 부모가 거액의 기부금을 냈으니 학교가 자기들에게 설설 기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영화는 두 개의 반전이 있었다. 첫 번째 반전이건 두 번째 반전이건, 결국 망나니 같은 아이들에게 역겨움을 느낀 나머지 저지른 살인극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반전은 좀 충격이었다. 아무리 애들이 개념 가출에 버릇없고 개만도 못한 짓을 하고 다녔지만 어떻게…….

 

  영화를 보면서 아이들을 기른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무조건 과보호하고 돈으로 처바른다고 해서 아이들이 자라는 건 아니었다. 신체적인 면은 쑥쑥 자랄지 몰라도, 정신적인 면은 영 아니었다. 우쭈쭈하면서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다가는 나중에 땅을 치며 후회할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처음에 버릇을 잘못 들여놓으면, 그걸 고치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그러다 안 되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손을 놓아버릴 지도 모른다. 영화는 그걸 얘기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키울 때는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곳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다. 아이들이 서로의 치부를 폭로하면서 증거 영상을 들이미는 장면이 있다. 도대체 아이들은 그 영상을 어디서 구한 걸까? 학교 곳곳에 몰래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던 걸까? 아니면 누군가 몰래 촬영을 한 걸까?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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