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의 선 - 할인행사
조엘 슈마허 감독, 줄리아 로버츠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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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Flatliners, 1990

  감독 - 조엘 슈마허

  출연 - 키퍼 서덜랜드, 줄리아 로버츠, 케빈 베이컨, 윌리엄 볼드윈, 올리버 플랫

 

 

 

 

  영화 ‘라자루스 The Lazarus Effect, 2015’를 보면서, 저 설정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대놓고 호러를 표방한 건 아니지만, 사후 세계에 대해 얘기하는 영화가 있었다.

 

  한참 생각하다 겨우 떠올렸다. 바로 이 영화 ‘유혹의 선 Flatliners, 1990’이다. 지금 보니, 캐스팅이 엄청 나다. 그 당시 한창 뜨는 젊은 배우들을 다 모아놓은 것 같다. 드라마 ‘24시’의 ‘키퍼 서덜랜드’에 달리 설명할 필요 없는 ‘줄리아 로버츠’, 연기력도 좋지만 이름을 딴 법칙으로 더 유명한 ‘케빈 베이컨’, 이름은 몰라도 얼굴을 보면 아는 ‘올리버 플랫’ 그리고 요즘은 잘 안 보이는 ‘윌리엄 볼드윈’까지 등장한다. 그들의 젊은 모습을 보니, 세월이 참 많이 지나갔다는 걸 깨닫게 된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명성을 얻고자하는 공명심으로 가득한 다섯 명의 의대생이 모인다. 그들은 아무도 해보지 않은 실험을 해보기로 한다. 바로 사후 세계 체험이다. 직접 만든 장치와 약물을 통해 죽은 상태가 되었다가, 시간이 되면 자극을 줘서 돌아오는 것이다. 실험에 성공하자 그들은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흥분한다. 하지만 그 실험 이후 이상한 일이 그들 주위에서 일어난다.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 현실화가 되어 자꾸만 보이고, 급기야 그 환상들은 그들을 공격하는데…….

 

  생각하기 싫은 자신의 어두운 비밀이라든지 고통스러운 기억이 계속해서 자신에게 나타난다면 어떤 기분일까? 특히 누군가를 따돌리고 괴롭혔던 과거가 역전되어 자신이 피해자가 된다면? 다섯 명의 주인공들은 실험 이후 계속되는 악몽과도 같은 환상에 시달린다. 덕분에 일상생활은 엉망이 되고, 폐인이 될 지경에 놓인 경우도 있었다.

 

  영화는 사람이 죄짓고는 못산다는 말을 하려는 것 같다.

 

  겉으로는 외모가 출중하고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속을 보면 아닌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다섯 명의 학생 중에도 그런 경우가 있다. 어린 시절에 나쁜 짓을 한 사람도 있고, 지금 범죄에 해당하는 짓을 하는 인물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잘 살아왔다. 그 때문에 남보다 더 괴로운 환상을 경험해야했다. 현실과 환각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생생했기에 더 괴로워했다.

 

  어떻게 벗어날까 고민한 그들이 찾아낸 해답은 ‘화해’와 ‘용서를 구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영화는 자신만만하게 잘 나가던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죄를 자각하고 용서를 구하며 그리고 있었다. 그렇게 하고나서야 그들은 마음의 평안과 예전과 같은 평화로운 일상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예전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이 경험했던 그 일들은 아무나 쉽게 겪을 수 없는 것이었기에,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을 것이다. 과연 그들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궁금해졌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우리 주위에 있는 흉악범들에게 저런 형벌을 내리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범률이 줄어들까? 아니면 잡히지 않기 위한 완전 범죄가 늘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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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똑똑해 - 12명의 위대한 여성 발명가 지식 보물창고 8
캐서린 티메시 지음, 최지현 옮김, 멀리사 스위트 그림 / 보물창고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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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12명의 위대한 여성 발명가

  원제 - Girls Think of Everything, 2000

  작가 - 캐서린 티메시

  그림 - 멀리사 스위트

 

 

 

 

  이 책은 친구의 초등학생 딸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로 고른 책이다. 지켜본 바에 의하면 책읽기, 공주, 그림 그리기, 인형놀이, 그리고 예쁘고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작년에는 크리스마스 꾸미기와 겨울 왕국 책을 줬지만, 올해는 좀 다른 걸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라고 반드시 공주인형과 예쁜 것만 좋아하란 법은 없다. 매번 그런 것만 접하니까 그것밖에 모를 수도 있다. 혈연은 아니지만, 이모라 불리는 입장에서 조카가 그렇게 자라는 건 지켜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눈에 불을 켜고 검색을 했다. 독립심을 길러줄 수 있어야 해! 이왕이면 새로운 분야에 대한 것이어야 해! 세상엔 공주만 있는 게 아니야!

 

  그러다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오!’하는 느낌을 받았다. 여성 발명가라니! 여성 과학자라고 해봐야 겨우 퀴리 부인만 아는데, 세상에나 발명가가 12명이나 된다니! 당장 골랐다.



 

  목차를 보니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이 만들어낸 것을 보다가 ‘헐, 이런 걸 발명했단 말이야?’라는 놀라움이 들었다. 초콜릿 칩 쿠키와 배낭식 아기 포대기, 자동차 와이퍼를 비롯해서 우주선 범퍼까지! 실생활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것에서부터 공학적인 분야까지, 그 범위가 무척 광범위했다.

 

  아기 포대기는 우리나라가 시초가 아니었던가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배낭처럼 메는 것이란다. 예전에 조카들을 수시로 그걸로 안고 다녔는데, 참 편리했다. 볼펜을 지우는 수정액이라든지 맛좋은 초콜릿 칩 쿠키, 더러운 것이 묻어도 금방 지울 수 있는 옷감 같은 것은 그렇지 않은 것을 사용해본 사람만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어쩌면 그런 점 때문에 여자가 그걸 발명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녀차별일 수도 있겠지만, 저런 것들은 거의 다 여자들이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예전에 여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떠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여자는 특허권을 신청할 수 없어서 남편 이름으로 대신했다거나, 특허를 빼앗겨 법정 소송까지 갔던 경우 등등을 읽다가 저절로 화가 났다. 예전보다 여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이런 책들이 더 많이 나와서, 앞으로 독립심이 강한 딸들이 자기주장을 확실히 펼칠 수 있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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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사라기 미키짱 - HD 리마스터링
사토 유이치 감독, 오구리 슌 외 출연 / 디에스미디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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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キサラギ, Kisaragi, 2007

  감독 - 사토 유이치

  출연 - 오구리 슌, 유스케 산타마리아, 코이데 케이스케, 츠카지 무가, 카가와 테루유키

 

 

 

  갑작스럽게 자살한 ‘키사라기 미키’라는 아이돌의 1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다섯 명의 남자가 모인다. ‘오다 유지’, ‘야스오’, ‘스네이크’, ‘딸기소녀’, 그리고 ‘이에모토’. 실명인 자도 있고 닉네임인 사람도 있다. 이들은 미키짱의 열성팬으로 각자 모은 수집품을 자랑하며 그녀의 죽음을 애도한다. 그런데 갑자기 한 사람이 불쑥 이런 말을 내뱉는다. “그녀가 진짜 자살한 걸까?” 이때부터 다섯 명의 남자들은 미키의 평소 모습과 마지막 날의 행적을 되짚어보며, 그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기로 하는데…….

 

  장소는 추모회가 열리는 방. 물론 회상 장면에서 간혹 다른 곳이 나오기도 한다. 등장하는 사람은 모두 다섯 명. 맨 나중에 튀어나와서 한 마디 하는 노인과 회상 장면에 나오는 미키짱은 제외하겠다. 한정된 공간에서 남자 다섯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전부인 영화였는데, 재미있었다. 다섯 남자의 성격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대사와 행동, 교묘하게 얽히고설킨 이야기의 흐름은 잠시라도 한눈을 팔게 하지 않았다.

 

  극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은 것은 1주기 추모회를 주최한 이에모토다. 그는 미키의 거의 모든 앨범과 사진 그리고 친필 편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평범한 말단 경찰이다. 다른 네 명이 개인적으로 미키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자기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펑펑 우는,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다.

 

  오다 유지는 날카로운 추리력을 발휘해 사건을 재구성한다. 미키는 자살하지 않았다는 그의 말 한마디에, 모두들 동의하면서 얘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오다 유지가 누군가가 의심스럽다고 지목하면, 그 사람이 해명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러면 그 사실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되고, 다시 그 사람이 비밀을 털어놓는 방식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걸핏하면 화장실로 향하는 야스오는 극에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역을 맡았다. 한바탕 난리가 난 뒤에야 화장실에서 나와, ‘무슨 일이 생겼나요?’라고 물으며 과열된 방의 온도를 낮춘다. 그리고 누군가 어떤 사실이 밝혀졌는지 정리를 해주면, 또 다시 배가 아프다고 화장실을 가버린다. 스네이크는 줏대 없이 아무나 범인이라고 난리치는 성격이다. 껄렁대고 다소 경박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한다. 딸기소녀는 정체가 놀라웠다. 그건 여기서 밝히지 않겠다. 단순히 스토커이자 몰래 방에 숨어들어가는 사생 팬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결국 다섯 남자는 모든 사실을 종합해 미키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낸다. 아니, 그랬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각자 조금씩의 죄책감과 미키에 대한 끝없는 애정을 남기고 훈훈하게 마무리 짓는 줄 알았다. 1년 후, 미키의 2주기 추모회에 나타난 노인만 없었다면 말이다. 노인은 2년에 걸친 조사 끝에 범인을 알아냈다고 말한다.

 

  하지만 영화는 거기서 끝이 난다. 노인이 어떤 얘기를 풀어놓는지 궁금하게 만들어 놓고 말이다! 그렇다고 2편이 나온 것도 아니고! 다섯 남자의 이야기는 깔끔하게 맺어졌는데, 할아버지의 등장은 그야말로 궁금궁금 그 자체다. 2편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도 아무 소식이 없는 걸 보니, 2편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아주 그냥 사람을 궁금하게 만들어서 죽이려고 작정을 했다.

 

  그것만 빼면 작품은 훌륭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다섯 명의 개성이 잘 드러나 있었고, 누구 하나 튀지 않게 조화를 이루었다. 거기에 아무 연관이 없어보였던 작은 사실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가는 과정은 ‘오~’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다섯 명이 미키의 죽음에 얽힌 진상을 밝혀내는 과정은 진짜 대단했다. 분위기가 너무 칙칙하거나 진지하게 흘러가지도 않고, 적당하게 오버해가면서 개그 장면을 넣은 구성도 괜찮았다. 게다가 마지막에 다섯 명이 미키의 직캠 영상을 보면서 노래와 안무를 따라하는 장면은 너무 귀여웠다. 아저씨들이 저렇게 귀엽다니!

 

  아이돌과 팬에 대해 생각해보는 (강요된) 훈훈함도 있었다. 너무 귀찮게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 게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그 어느 곳에 있든지 행복을 빌어주는 것이 올바른 팬의 자세가 아닐까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키짱……. 그녀의 공연 영상을 보니 왜 뜨지 못했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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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런 세계사가 생겼대요 - 세계사 유래를 통해 배우는 초등 사회 13
우리누리 지음, 우지현 그림 / 길벗스쿨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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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유래를 통해 배우는 초등 사회

  저자 - 우리누리

  그림 - 우지현

 

 

 

 

 

 

  고모나 삼촌이 돈을 뜯기는 마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 연이어 두 달 동안 조카가 있는 고모와 삼촌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크리스마스 때는 뭘 해줘야 하나, 요즘 유행하는 로봇이랑 인형이 뭐지? 설날에 세뱃돈을 얼마를 줘야 좋은 고모 삼촌이라고 소문이 날까? 어떻게 하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을까?

 

  거의 매번 책을 선물해주는 나 같은 경우에는 지금부터 선물을 고르기 위해 검색하느라 바쁘다. 이미 읽은 책을 주면 안 되니까, 조카 방에 가서 목록을 훑어보기도 하고 신간 중에 어떤 것이 좋을까 찾아보기도 한다. 이번에는 내년에 중학생이 되는 막내 조카를 위해 역사에 관련된 책을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부터 글자가 많은 걸로 접하면, 지루하다는 인상을 줄까봐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가 이 책을 골랐다. 너무 쉽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에게만 쉽고 조카에게는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조카 방에는 세계사에 관련된 책은 없었으니까.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총 81개의 역사적 순간을 중심으로 관련된 사실이나 배경을 짧게 풀어내고 있었다. 총 5장으로 나뉘어, 『1장 고대 문명의 발전과 국가의 성립』,『2장 새로운 제국의 출현』,『3장 꽃피는 문화와 기술의 발전』,『4장 근대 사회로 가는 길』 그리고『5장 분열과 혼돈, 그리고 평화』라는 주제로 얘기하고 있다.

 

  전후 관계도 조금 나오지만, 그리 복잡하지 않게 아주 간략한 설명만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복잡한 인과관계를 무시하고 너무 겉으로 보이는 것에만 집중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그 모든 걸 다루려면 설명이 길어지고 책이 두꺼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음, 그런 책을 주면 처음 세계사를 접하는 막내조카가 그러면 싫어할지도…….



 

  이런저런 것들을 고려해보니,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는 다른 책을 읽으면 될 것이다. 그러면 같이 서점에 가서 골라봐야지. 생각만 해도 신난다.

 

  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이 한 가지 있다. 이야기의 후반부에 저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 문단 정도 되는 분량을 검은색이 아닌 다른 색으로 표시했다. 각 장마다 그 색이 다른데, 어떤 부분은 다른 검은 글자와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주황색이나 붉은 계열로 했으면 더 눈에 띄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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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검심: 전설의 최후편
오오토모 케이시 감독, 아오키 무네타카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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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るろうに剣心 伝説の最期編,

  감독 - 오오토모 케이시

  출연 - 사토 타케루, 타케이 에미, 아오키 무네타카, 아오이 유우

 

 

 

 

  시시오에게 납치당한 카오루를 구하려다 어느 바닷가 마을에 떠내려 온 켄신. 그를 구한 것은 다름 아닌 스승 '세이주로'였다. 시시오를 무찌르고자 켄신은 스승에게서 '비천어검류의 오의'를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스승은 켄신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면서 몽둥이찜질(?)을 해준다. 한편 시시오는 군함을 앞세워 정부를 압박해, 켄신을 지명수배자로 만드는데 성공한다. 그 협약 때문에 수련을 마친 켄신은 돌아오자마자 정부군에 잡혀가 사형을 당할 위기에 처한다. 시시오의 군함이 보이는 바닷가에서, 시시오의 부하가 지켜보는 가운데 켄신의 사형식이 거행되는데…….

 

  이 시리즈는 세 편이 다 두 시간을 넘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참 곤혹스러운 시간이었다. 다행인 건 극장이 아닌 집에서 보았다는 점이다. 극장에서 봤다면 아마 시간이 길다고 투덜대는 걸로 리뷰가 가득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달 말에 개봉하는 영화 '크림슨 피크 Crimson Peak, 2015'는 꼭 극장에서 보고 싶은데, 그것도 두 시간 가까이라니 어떻게 할 지 모르겠다.

 

  영화 얘기로 돌아와서, 이 작품은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이다. 속죄의 삶을 위해 애쓰던 켄신이 마음의 빚을 어느 정도 덜어내는 과정이 그러졌고, 시시오와의 악연도 마무리가 지어진다. 오의를 전수받는 과정이 거의 한 시간에 달해서 좀 지루하다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그 덕분에 앞으로 켄신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깨닫게 된다는 점에서 참을 수 있었다.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빚을 갚는 게 아니라, 살아남아야 속죄도 할 수 있다고 세이주로는 일깨워준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다 짊어질 필요는 없다고도 말해준다.

 

  좀 황당했다. 어린 제자가 홀로 싸우는 게 안쓰러우면 같이 가서 싸워줘야지, 왜 혼자 보내는 거람? 스승도 제자에게 모든 것을 떠맡긴 거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도 정부와 마찬가지였다. 아니, 차라리 정부가 더 솔직하다. 대놓고 너밖에 없다고 밀어붙이니까 말이다.

 

  앞선 이야기에 이어 이번 편에서도 정부는 얍삽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기들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 때문에 말단 경찰들이 눈앞에서 학살당해도 모른 척하고, 너밖에 없다고 매달렸던 켄신을 시시오에게 팔아넘기려고 한다. 이건 켄신과 시시오, 둘 중 누가 이겨도 손해 보지 않겠다는 속셈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들은 그것을 '정치'라고 칭했다. 내가 보기엔 고위층만 살아남는 방법인 것 같은데 말이다. 평화를 위해서라지만 시시오와 맞서 싸운 건 켄신과 그 일행이고 시시오의 부하들과 싸우다 죽어간 것은 말단 군인들뿐이었다.

 

  그들이 말하는 평화는 국민들의 평화라기보다는 정권의 평화였다. 정의란 무엇이며,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영화는 그런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토 히로부미가 '평화와 안정'을 얘기하는 장면에서는 그냥 웃음이 나왔다. 여기서 그는 카리스마 있고 머리 회전과 판단력이 빠른 대인배로 나온다. 특히 그가 엄청 폼 잡고 멋지게 나오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그냥 한숨만 나왔다. 이런 영화가 용케 극장 개봉을 했구나. 우리의 역사 교과서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어떻게 변할지 조금이나마 엿본 것 같다.

 

  제일 솔직한 사람은 시시오와 그 일행 밖에 없는 것 같았다. 적어도 그들은 자기들의 욕망을 표현하는 데 포장이 없었다. 당한 만큼 갚아주겠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들이 일반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지만 않았으면, 인기가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랬다면 주인공이 바뀌었겠지.

 

  결국 영화는 정부에게 무슨 일을 당하건 반항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그 순간을 즐기며 살라는 것 같았다. 죽은 척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순응해서 살아가라는 뜻 같았다. 아, 그래서 개봉을 할 수 있었던 걸가?

 

  사실 영화를 보면서 전반적인 평점이 좋았는데, 이토 히로부미를 보는 순간 마음속에서 점수가 팍팍 깎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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