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1 - 빅뱅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래리 고닉 글.그림, 이희재 옮김 / 궁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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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부제 - 빅뱅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

  원제 - The Cartoon History Of The Universe, 1990

  작가 - 래리 고닉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건 모르겠고, 내가 읽은 세계사 관련 책 중에서 제일 재미있었다. 예전에 우연히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는데, 그 때는 출판사가 달랐다. 고려원 미디어였던 것 같다. 2권은 누군가에게 빌려줬는데 받지를 못했고, 1권은 조카들까지 신나서 읽다가 너덜너덜해졌었다. 그러다 우연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작가 이름으로 검색해보니 헐! 출판사가 바뀌어 전 5권이 다 나와 있었다. 나이스! 하면서 즉시 질렀다.

 

  처음 볼 때는 그림 선이 거칠고 해서 별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확실히 종종 보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미국 그래픽 노블같이 예쁘거나 선이 세밀한 그림은 아니다. 거기다 흑백이고, 나름 역사서라 대사라든지 설명이 많다. 그래서 글씨가 좀 작다.

 

  하지만 읽다보면 중간 중간에 들어있는 재치 있는 대사, 여러 분야에 대한 작가의 해박한 지식 그리고 꼼꼼하게 고증을 한 그림이 빠져들게 된다.



 

  작가는 각각의 종교,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 야사 심지어 창조 과학 분야까지 다루고 있었다. 게다가 그림을 자세히 보면 ‘헐!’하고 놀라게 된다. 세포도 각각의 특성에 맞춰 그렸고, 공룡도 딱 보면 ‘이게 뭐구나’라고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인물 역시 기본 형태는 비슷비슷하지만 인종이나 나라의 특색에 맞춰서, 각 나라와 시대별로 다른 부분을 눈치 챌 수 있었다. 그러니 복식이나 건축양식은 뭐 말할 것도 없다.

 

  1권은 빅뱅부터 시작한다. 공룡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 이후 자연스럽게 4대 문명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아쉽게도 중국과 인도 문명은 나오지 않는다. 그 부분은 2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여기서는 지구 생성과 생명체의 진화에 대해 다루고, 이어서 원시인의 생활과 도시의 형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후 수메르와 고대 이집트를 거쳐 구약 성경 시대의 이스라엘, 아시리아와 바빌론, 그리고 에게 문명과 그리스 신화로 유명한 그리스 지역으로 이어진다.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등장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중국과 인도가 1권에 들어가지 못한 이유를 알겠다. 시간대도 길고 다뤄야할 내용도 꽤 많다. 작가는 그 분량을 꼼꼼하고 재미있게, 또 편견이나 선입견이 생기지 않게 나름 공정하게 서술했다.

 

  그런데 예전에 구입했던 책이랑 이 책을 비교해보니, 대사들이 많이 다르다. 예전 것이 더 재치 있었다. 번역가의 개성 차이겠지만, 예전 버전으로 읽는 게 더 재미있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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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처럼 나남신서 1834
김병일 지음 / 나남출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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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김병일

 

 

 

 

 

  언제부턴가 '선비'라는 말이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온라인에서 진지하게 댓글을 달거나 참견하는 사람을 지칭하며, 괜히 분위기 깬다고 비난하는 뉘앙스로 쓰고 있다. 그냥 선비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 '씹선비'라고 하며 비하하고 놀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진지충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벌레라는 '충'자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좋게 볼 일은 아니다.

 

  예전에는 고고하고 학식이 높은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였던 '선비'가 왜 이렇게 변질되어버렸을까?

 

  이유야 많을 것이다. 우선은 그 단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에게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자녀수가 적어서 맹목적인 애정을 받기에, 남을 배려한다기보다는 자기만 아는 성향으로 자라는 경향이 있다. 또한 학교를 줄 세우는 성적 우월주의 때문에, 은연중에 아이들끼리 성적으로 친구를 나누고 계급화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물론 성적뿐만 아니라, 집안의 재산 유무에 따라 자연스레 정해지기도 한다.

 

  이런저런 환경아래,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아이들의 수는 늘고 있다. 심지어 또래 친구건 연장자건, 얼굴을 알건 모르건, 익명이건 실명이건, 그냥 자기에게 싫은 소리하는 사람에게 대놓고 '씹선비'라고 대꾸하며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요즘을 안타깝게 여긴 것은 저자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저자는 문제가 많은 요즘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해결책으로 예전으로 돌아가자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과학 기술의 발달을 뿌리치고 예전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개발과 선진화의 바람에 밀려 뒤로 밀려난 우리의 전통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예전에 좋았던 우리 조상들의 생활 방식과 사고방식을 되찾고 활용하자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위에서 언급한 아이들의 문제점 중의 대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요즘은 대개 맞벌이 가정이 많고 자녀수가 적어서 아이들이 이기적으로 자랄 수 있지만, 대가족 중심이었던 예전의 생활 방식을 이용하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남을 배려하는 성격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전처럼 몇 대가 모여 살 수는 없지만, 조부모와 같이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여기에 저자는 선비들의 생활과 교육 방식을 받아들이자고 얘기한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변질되고 비하하는 의미가 부가되었지만, 진짜 조상들의 선비 정신은 그런 것이 아니라 말한다. 자기 자신을 수련하여 남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지향하는 자세가 현 사회의 문제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탓하기보다 어른들부터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맞는 말 같았다. 모두가 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면, 부정부패나 범죄를 저지르고 큰소리를 치며 고개를 들고 다닐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공감도 가지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부분도 있었다.

 

  저자는 마치 선비 정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저자도 밝혀놓았지만, 선비 정신에도 분명히 단점이 있다. 계급주의라든지 편 가르기, 문 이외의 다른 직업군 무시하기 등등의 문제점이 존재한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대충 얼버무리고, 무조건 선비 정신으로 교육하고 생활하면 모든 문제가 사라진다는 뉘앙스로 얘기하고 있다. 이거 하나만 먹으면 다 좋아진다는 건, 시장에서 약 파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이 아니었나? 거기다 같은 내용의 말을 표현만 달리해서 계속 반복하고 있다. 처음에는 '오오!'하면서 읽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결국 앞과 다르지 않은 내용 때문에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차라리 단점을 어떻게 극복해서 현대 교육에 도입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해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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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의 숲
럭키 맥키 감독, 아그네스 브루크너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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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Woods, 2006

  감독 - 럭키 맥키

  출연 - 아그네스 브루크너, 패트리시아 클락슨, 로렌 버켈, 레이첼 니콜스

 

 

 

 

 

  1965년, 반항적인 성격의 헤더는 엄마와의 불화로 어느 한적한 숲에 있는 기숙학교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여왕벌 사만다와 그 일행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마시와 친구가 된다. 하지만 사만다의 괴롭힘은 마시에서 헤더로 옮겨오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선생들은 헤더에게만 벌을 내린다. 유일하게 밤에 마시와 몰래 듣는 대중가요만이 낙이던 헤더의 눈에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이 들어온다. 나뭇잎만 남기고 사라지는 학생들, 밤마다 꿈에 나타나는 낯선 소녀의 유령, 그리고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숲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까지.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마시가 그녀를 멀리하기 시작한다. 영문을 몰라 하는 헤더에게 사만다가 다가오더니, 그들이 노리고 있으니 학교를 빨리 떠나라는 경고를 남긴다. 그런데 얼마 후 사만다가 식당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심각함을 느낀 헤더는 아버지를 설득해 학교를 떠나기로 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들은 숲을 벗어나질 못하는데…….

 

  예전에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2015'를 보면서 어디선가 익숙한 느낌이 든다 싶었다. 여학생만 있는 외딴 곳에 위치한 기숙학교, 어딘지 모르게 비밀을 숨기고 있는 교직원들, 그리고 하나둘씩 사라지는 학생들까지 확실히 어디선가 본 설정이었다. 뭐였을까 곰곰이 생각하고 키워드를 검색하다 '아!'하고 떠오른 것이 바로 이 영화였다. 물론 소녀들이 사라지는 이유는 달랐다.

 

  영화는 적절히 잔잔했고, 적당히 오싹했으며, 또한 무난하게 이어졌다. 초반을 넘어가면서 아이들끼리 밤에 무서운 얘기를 한답시고 학교에 얽힌 전설을 말하는데, 무척이나 결정적인 힌트였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헤더가 보고 듣는 것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그래서 일의 원인을 추측하는 것보다 이제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는 예상치 못한 설정이 하나 들어있다. 그걸 보는 순간, 왜 헤더가 이 학교로 오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학교는 무작위로 아이들을 부르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어쩌면 전 세계적으로 그들만의 조직망이 뻗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그러면 설마 독일에 지부가 있어서 그 학교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설마 '서스페리아 Suspiria, 1977'? 어쩐지 말이 안 되는 상상이지만, 그런 식으로 연결하려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비슷한 설정의 영화가 또 뭐가 있더라? 이런 식으로 연결하는 것도 꽤 재미있을 것 같다.

 

  헤더와 마시가 밤에 몰래 즐겨듣던 노래는 '레슬리 고어'의 'You don't own me'였다. 자기들을 억압하려는 학교에 '넌 날 마음대로 못 해.'라고 소극적으로 반항하는 느낌이었다. 대놓고 반항은 못하고 하지 말라는 걸 몰래 하면서 좋다고 키득거리는 것 같았다. 그런 둘의 모습에 전반적으로 귀엽다는 기운이 느껴졌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생각하니, 사만다는 아무래도 츤데레였던 것 같다. 그리고 헤더가 수업 시간에 몰래 연필 세우기를 성공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떠오르……. 여기까지.

 

  그나저나 여기서 헤더, 마시, 사만다, 또는 헤더, 교장, 사만다의 삼각관계를 연상하다니! 난 썩었나보다. 으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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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화를 내봤자 -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자의 나답게 사는 즐거움
엔도 슈사쿠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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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자의 나답게 사는 즐거움

  저자 - 엔도 슈사쿠

 

 

 

 

  이 책의 저자는 1996년에 이미 사망했다. 이름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지만, 저서들은 읽어본 적이 없다. 어떤 작가일까 궁금해 검색을 해보았더니, 그의 다른 작품들은 '사해 부근에서'라든지 '예수의 생애' 또는 '침묵'처럼 제목이 묵직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혹시 에세이집인 이 책도 그러지 않을까 추측해보았다. 하지만 그런 예상은 빗나갔다. 책은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한 이야기들이 고루 섞여 있었다.

 

  책은 저자의 주변 지인들과 이웃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한 『곁에 있어 좋은 자네들』, 저자가 일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착각과 오해 그리고 저자가 겪은 일화가 담긴 『삶은 비극이라네, 웃을 때 빼고』, 그리고 다른 사람과 다른 저자만의 독특한 일상에 대한 『나는 나, 이대로 좋다』, 거기에 저자가 일상에서 겪은 일들에 대해 사색한 내용이 담긴 『인생에선 무엇도 하찮지 않다』, 마지막으로 지병으로 자신을 고물이라고 지칭하면서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겪고 생각한 일들을 적은 『고물이 되어서도 힘을 내는 게 인간』, 이렇게 다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져있었다. 뒤에 보니까 저자가 살아생전 여러 군데에 올렸던 글들을 엮은 것 같다.

 

  읽기 전에는 저자의 다른 작품들 제목과 만년 노벨상 후보자라는 글 때문에 어딘지 모르게 점잖고 근엄한 이미지가 연상되었다. 그런데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저자가 무척 가깝게 느껴졌다. 부인과의 말싸움에서 이기고 싶어서 전전긍긍하고, 농담을 자주하는 모습에서 어쩐지 외할아버지가 떠올랐다. 사진을 보니 외모는 전혀 다르지만…….

 

  저자가 자신의 모교가 명문고가 되면서 학생들의 성적이 좋아지고 대부분 도쿄대를 지망한다는 것을 듣고, 관료나 의사 같은 학생들이 많아지겠지만 소설가나 화가는 더 이상 나오지 못할 것이라 안타까워하는 부분에서는 어쩐지 마음이 아팠다. 국어 교과서의 좋은 문장을 느끼기보다 시험 문제에 불과하다고 저자가 생각하는 부분에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좋은 시 한 구절이나 소설의 인상 깊은 문장을 감상하고 마음에 새겨두는 일은 이제는 거의 없다고 한다. 오직 논술이나 국어 시험에 자주 나오는 소설이고 시이기 때문에 외울 듯이 읽는 것이지, 느끼고 감상하기 위해 읽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우리의 역사이기에 아는 것이 아니라, 시험에 잘 나올 부분만 골라서 외운다. 괜히 사람 이름이 많이 나오면 짜증부터 난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캡처 사진이 생각난다. 인강 국사 선생님의 강의 내용인데, 근현대사 부분에서 독립 운동에 대해 얘기하는 내용이었다. 한참동안 강의하던 그는 이 시대에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 독립 운동가는 없다고, 그분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있는 것이라 말한다. 그런 생각을 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리고 요즘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상하는 일, 그러니까 배려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때문에 자기 생각만 고집해서 분쟁이 일어나는 것이다. 호의가 반복되면 권리인 줄 안다거나, 호의를 계속하면 호구가 된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요즘이다. 그래서 사람사이의 관계가 더 각박해지는 모양이다. 어쩌면 이런 현상들도 아이들에게 시험만 강요하고, 마음으로 느끼는 문학을 접할 기회를 박탈했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멍하니 있는 시간에 대해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장면을 읽으면서, '오호!'하고 메모를 했다. 나도 비슷한 방법으로 그 시간을 사용하긴 하지만, 저자가 더 적극적으로 잘 보내는 것 같았다. 멍하니 있지만, 사실 그런 몸은 쉬게 하고 뇌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그건 다음에 할 활동에 엄청난 추진력을 줄 수 있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방향으로 생각이 뻗어나가는 부분은 참 좋았다. 하지만 '이건 좀…….'이라는 부분도 있었는데, 바에서 젊은 호스티스들에게서 인기를 끌고 싶어서 애쓰던 장면이 그랬다. '왜 굳이 술이나 차를 젊은 여자를 옆에 두고 마셔야 하나!'라면서 속으로 버럭 했다. '하여간 남자들이란…….'이러면서 혀를 찼다. 내용은 호스티스들에게 인기 있는 지인을 따라하려다가 실패하고, 결국 자기다움을 되찾았다는 것이었다. 사실 주제적인 면에서는 호스티스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다움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이 그리 개운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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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4 (1disc) - [할인행사]
팀 스토리 감독, 제시카 알바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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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Fantastic Four, 2005

  감독 - 팀 스토리

  출연 - 요안 그리피스, 제시카 알바, 크리스 에반스, 마이클 치클리스

 

 

 

 

 

  올해 개봉한 ‘판타스틱 4 Fantastic 4, 2015’ 리부트는 너무도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혹시나하는 마음에 예전에 만들어진 ‘판타스틱 4’를 보기로 했다. 더 잘 만들려고 리부트나 리메이크를 하는 것이니, 오리지널이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로 리부트만 엉망이고 예전 것은 훌륭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토탈 리콜 Total Recall’은 1990년 작이 백만 배 더 뛰어났다. 반대로 예전 것은 엉망이고 리부트나 리메이크는 뛰어난 경우도 있긴 하다. 하지만 2015년 리부트 작이 워낙에 망작필이라, 2005년 버전은 과연 어떨지 기대를 갖고 영화를 보았다.

 

  친한 친구이자 같은 팀인 리드와 벤은 우주 탐사를 위해 대학 동기이자 라이벌인 빅터에게 지원을 요청한다. 그래서 빅터와 그의 애인인 수지, 수지의 동생 쟈니와 함께 우주 탐사에 나선다. 그런데 계산 착오로 우주선은 거대한 우주 폭풍에 휩싸이고 방사선 구름에 다섯 명은 노출된다.

 

  지구로 돌아온 그들은 자신들의 DNA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아차린다. 리드는 고무고무열매를 먹은 루피처럼 몸이 늘어나고, 벤은 직접적으로 노출이 되어서인지 온 몸이 바위처럼 딱딱해지고 외모까지 거대하게 변해버린다. 그리고 쟈니는 몸을 불꽃으로 바뀌는 것도 모자라 하늘을 날아다니고, 수지는 몸을 투명하게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쉴드를 펼칠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 그들 넷이 자칭 '판타스틱 4‘라고 자기들끼리 옷을 맞춰 입고 영웅행세를 하는 동안,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던 빅터의 몸에도 변화가 일어나는데…….

 

  영화를 보면서 ‘2015년 버전은 중2병 네 꼬꼬마가 펼치는 활극이라면, 2005년작은 바보 어른 넷이 벌이는 영웅 놀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재 과학자라고 하지만 헤어진 여자 친구 수지를 되찾을 기회만 엿보는 리드, 지능지수가 분명 두 자리 수일 것이 분명한 청순한 뇌를 가진 발정난 쟈니, 구 남친과 현 남친 두 사람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수지, 그리고 돈과 여자를 빼앗기자 눈이 돌아버린 빅터까지, 제대로 된 인물이 없었다. 과학적인 부분의 지능은 높지만, 그 이외의 것은 갖고 있지 못한 모양이다. 신은 공평하신 건가?

 

  하여간 제일 불쌍한 사람은 벤이다. 다른 친구들은 그래도 외모 변화는 없었는데, 이 사람은 거의 괴물처럼 변해서 사랑하는 부인마저 떠나버린다. 그 와중에 쟈니의 놀림감이 되어 고생한다. 와, 쟈니 개쓰레기! 아니 이건 쓰레기와 개에게 미안한 표현이다. 진짜 내가 벤이었다면 쟈니 팔다리를 부러뜨렸을 것이다. 어디서 애새끼가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 사람의 외모를 갖고 놀리는지……. 거기다 고쳐주겠노라 다짐했던 친구 리드는 구 여친과 희희낙락거리느라 정신이 없었고, 빅터는 뒤통수를 제대로 쳤다. 보면서 너무 안쓰러워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빅터! 이 남자도 좀 안타까웠다. 우주 탐사에서 뭔가 잘못되어 몸이 이상하게 변해 가는데, 애인은 구 남친과 찰싹 붙어서 영웅 놀이를 하고 있다. 말로는 검사를 하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라지만, 아무리 봐도 너무 가깝게 지낸다. 게다가 회사는 우주 탐사의 실패로 망하기 일보직전이고……. 이놈의 빌어먹을 세상 망해버리라고 저주를 내뱉지 않으면 이상하다. 그리고 결국 슬픈 예감대로 애인은 구 남친과 팀을 이뤄 자신을 공격한다. 아놔 이런 나쁜 XX들! 돈 들여서 우주 탐사 보내줬더니만 이렇게 배신을 때리나! 그가 비뚤어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이 영화는 헤어졌던 두 남녀가 다시 사귀기까지의 여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와중에 여자가 사귀었던 남자를 나쁜 놈으로 만들어 차버리고, 둘을 다시 연결시켜주기 위해 다른 친구들은 몸 바쳐 희생해야했다. 하아, 예전 것이 이 모양이니 리부트도 그 모양이었구나.

 

  어쩌면 ‘판타스틱 4’라는 작품은 그냥 코믹스로 내버려둬야 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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