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림 2
웨스 크레이븐 감독, 니브 캠벨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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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cream 2, 1997

  감독 - 웨스 크레이븐

  출연 - 데이빗 아퀘트, 커트니 콕스, 니브 캠벨, 헤더 그레이엄

 

 

 

 


 

  1편의 사건이 일어난 지 몇 년 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겨우 살아남은 시드니와 랜디는 대학에 진학했고, 게일은 1편의 사건을 책으로 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아주 잠깐 게일과 썸을 탔던 듀이는 그녀와 헤어지고 계속해서 마을 경찰관으로 일하고 있다. 게일이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하는 날, 극장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살인마의 손길은 시드니가 있는 교내까지 미치면서, 연쇄살인극을 벌이는데…….

 

  지난 1편에서 대놓고 공포 영화의 법칙에 대해 얘기했다면, 이번 2편에서는 속편의 법칙에 대해 얘기한다. 특히 이번에는 아이들의 전공을 영화라고 설정해 놓았다. 1편에서 극을 이끌었던 인물들이 단순히 영화에 푹 빠진 아이들이었다면, 이번에는 영화를 업으로 삼고자하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어쩌면 그들에게 영화와 현실의 구별은 무의미할지도 모르겠다. 강의실에서 아이들이 벌이는 토론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속편의 법칙’을 떠들면서, 극장에서 일어난 사건을 거기에 대입한다. 그들에게 영화는 삶의 반영이었고, 삶 역시 어떤 면에서는 영화보다 더 극적이고 때로는 영화처럼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었다.

 

  이야기는 1편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듯하지만, 살짝 비틀면서 변화를 주었다. 어쩌면 아이들의 입을 빌어 얘기했던 ‘속편의 법칙’을 입증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예를 들면 혼자 있던 여학생이 의문의 전화를 받고 공격을 받는다거나, 시드니를 경찰이 보호하지만 그 틈을 뚫고 범인이 공격해온다는 것, 게일과 시드니는 처음에는 서로 짜증을 내지만 결국 협력을 하는 등등의 설정이 1편과 2편이 비슷했다. 하지만 조금씩 달랐는데, 여학생은 이번에는 집이 아닌 기숙사였고, 경찰은……아, 이건 힌트를 너무 주는 것 같아서 패스.

 

  이번에 새로운 인물이 한 명 추가된다. 1편에서 시드니의 엄마를 죽였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은 코튼이다. 어떻게 보면 무척 불쌍한 캐릭터다. 그러게 왜 유부녀와 바람을 피워서…….

 

  이번 이야기에서는 꽤 많은 젊은 배우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는 이름을 아는 배우, 예를 들면 사라 미셀 겔러도 있고, 이름은 몰라도 낯이 익은 사람들도 있다. 분명 미드 ‘하우스’에서 하우스 박사의 밑에 있던 의사에 영화 ‘캠퍼스 레전드’에서 봤던 배우 등등.

 

  작품 안에서 개봉한 영화 ‘스탭 Stab'의 장면이 잠깐잠깐 나오는데, 완전히 다른 배우들이 1편과 똑같은 장면을 재연하는 게 무척 재미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감독은 역시 아예 대놓고 힌트를 던진다. 1편에서도 그러더니, 여기서도 또 그런다. 재미붙였나보다.

 

  2편까지 보고 든 생각은 이거다. 도대체 시드니 엄마는 살아생전에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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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부 선생님, 안녕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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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しのぶセンセにサヨナラ 浪花少年探偵團, 1996

  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

 

 

 

 

 

  ‘오사카 소년 탐정단’의 후속편인 책이다.

 

  자신을 따르는 꼬꼬마 초등학생들과 사귀자고 따라다니는 두 남자를 뒤로 하고 대학으로 떠났던 시노부 선생. 이제 초등학생이던 아이들은 중학생이 되어 마치 가족처럼 오가고, 두 남자는 이제 사귀자는 게 아니라 결혼하자고 따라다니고 있다. 학교를 떠났지만 시노부는 여전히 이런저런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물론 그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새로 부임한 학교에서 벌어진 사건도 들어있긴 하다.

 

  이번에도 그녀는 독특한 말빨과 번득이는 추리력으로 똘똘 뭉친 모습을 보여준다. 중학생이 된 제자들은 여전히 천방지축 뛰어다니지만 사춘기 소년다운 풋풋함을 보여주고, 두 남자 혼마와 신도는 예전보다 조금은 더 적극적인 모습이다. 힌트를 주자면, 이번 책에서 시노부의 마음이 한 쪽으로 기울어지는 걸 알 수 있다. 누구에게 더 마음을 주는지는 비밀!

 

  총 여섯 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시노부 선생님은 공부 중』은 한 회사에 스카웃 제의를 받고 간 시노부가 겪은 사건을 다루고 있다. 자살인 것 같기도 하고 타살인 것 같기도 한 직원의 죽음. 과연 그는 왜 죽어야 했을까? 상가 야구팀에서 활약하는 시노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도대체 이 여자, 못하는 게 뭘까?

 

  『시노부 선생님은 폭주족』은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학원을 다니는 시노부에게 닥친 일을 보여준다. 나도 운전을 못하기에, 어려워하는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교에게 일어난 교통사고와 강도 사건 그리고 개똥 사건이 절묘하게 엮이는 장면에서는 ‘헐!’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시노부 선생님의 상경』은 두 제자 뎃페이와 이쿠오와 함께 도쿄로 간 시노부가 맞닥뜨린 유괴사건을 얘기하고 있다. 예전에 전학 간 유타를 만나기 위해 갔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유타 동생의 실종이었다. 일본에 있다는 디즈니랜드에 가보고 싶어지는 이야기였다.

 

  『시노부 선생님은 입원 중』에서 시노부는 맹장 수술 때문에 병원에 입원한다. 병실을 같이 쓰는 약간은 밉살스런 할머니의 집에 일어난 강도 사건과 두 남자의 적극적인 구애가 주된 내용이다. 평소에는 점잖아보이던 혼마가 그렇게 격렬하게 반응할 줄은 몰랐다. 물론 동시에 그의 허당끼도 보이지만…….

 

  『시노부 선생님의 이사』는 이삿짐을 싸는 시노부를 도와준다기보다는 일꾼으로 불려온 두 제자가 너무 귀여운 이야기였다. 옆집의 귀여운 소녀 앞에서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쑥맥들 같으니라고. 신도는 그렇게 골탕 먹이고 뜯어먹더니만. 한 노인의 집에 침입한 단순 강도 사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럽쇼? 캐낼수록 뭔가 이상하기만 하다. 진상을 알고 나니 무척이나 마음이 쓰렸다.

 

  『시노부 선생님의 부활』에서 드디어 시노부는 학교로 돌아온다. 물론 예전에 있던 곳이 아니라, 다른 학교이다. 그녀의 전임이 무척이나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어서, 처음에는 시노부도 애를 먹는다. 그런데 아이들 사이에 괴롭힘이 있는 것 같아서 그것을 해결하려고 했더니,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음, 나만 엉뚱한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거의 모든 범죄의 원인인 돈과 사랑에서 파생되는 것들은 많으니까. 예를 들면 출생의 비밀 같은 거…….

 

  다음 이야기가 또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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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메르세데스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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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r. Mercedes, 2014

  작가 - 스티븐 킹

 

 

 

 

 

  우선 이 리뷰는 스티븐 킹, 이하 킹느님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적혔기에, 객관성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는 걸 적어두겠다. 객관성? 그게 뭐하는 건가요? 먹는 건가요?

 

  킹느님이 탐정 소설이라니, 처음에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설마 탐정이 등장하긴 하지만, 초자연적인 현상이라거나 영혼의 세계 같은 게 나오는 거 아닐까, 딜런 독처럼? 자신이 이미 잘 쓰는 분야가 있는데, 전혀 다른 분야인 순수 탐정물을 쓸 리가 없잖아? 하지만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계속해서 비슷한 내용을 쓰면, 쓰는 당사자도 지겨울 테니까. 하긴 매번 자가 복제를 하는 사람이 대가라는 호칭을 받을 리가 없잖아? 그리고 그런 사람이었다면, 그건 킹느님이 아니다.

 

  이 책은, 킹느님이 왜 킹느님인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초능력자, 귀신 내지는 사악한 악령,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 또는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 등장하지 않아도, 다시 말해 그가 제일 잘하는 장르가 아닌 다른 걸 써도, 흠잡을 데가 없는 글을 써낸다. 원래 책의 뒤표지에 적힌 글이나 광고 문구를 그다지 믿지 않는 편이다. 간혹 과장되게 적어놓은 경우가 있어서였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광고가 부족하다. 인터넷 서점에 적힌 찬사나 소개 글로는 킹느님의 뛰어남을 표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굳이 트집을 잡자면 두께가 어마어마해서 읽기 전에 망설이게 된다는 것 정도? 하지만 그것도 책을 손에 잡으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마지막 장을 덮고 시계를 보고 깜짝 놀랄 뿐이다.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흐른 거야? 아, 그러고 보니 아까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른 것도 같네…….'라고. 그리고 되도 않는 영어 실력으로 킹느님 트윗을 팔로우해서 '제발 이 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다른 이야기도 써주세요'라든지 '시리즈로 써주세요'라고 부탁하는 멘션을 보내야하나 고민한다.

 

  은퇴 경찰인 호지스는 고민 중이다. 재직 시절에는 완전 날아다니는 유능한 경찰이었지만, 막상 은퇴하고 나니 자신이 너무 무기력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살을 할까 고민하던 그에게 뜻밖의 편지가 하나 도착한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미제 사건, 일명 '메르세데스 킬러'라고 자칭하는 사람이 보낸 것이다. 직업 박람회장에 메르세데스 자동차를 몰고 들어가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치어죽인 메르세데스 킬러. 대놓고 조롱하는 연쇄 살인범의 도발에 호지스는 기꺼이 응하기로 결심한다. 다만 동료 경찰에게 알리는 것이 아닌, 개인적으로 사건을 수사하기로 한다. 그를 돕는 사람은 둘. 호지스의 이웃이자 잔디 깎는 알바를 하는 학생인 제롬과 메르세데스의 소유주였지만 공범으로 의심받고 자살한 트릴로니 부인의 여동생인 제이니. 살인범이 시키는 대로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들어가 상대하거나 컴퓨터 관련 분야는 제롬이, 죽은 트릴로니 부인의 주변을 탐문하는 것은 제이니가 도와주기로 했다.

 

  한편 '메르세데스 킬러'는 호지스와 가까운 곳을 맴돌며 기회만 엿본다. 자신을 무시하는 호지스를 혼내주기 위해서이다. 또한 그는 또 다른 엄청난 사건을 일으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과연 호지스는 범인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

 

  이야기는 호지스와 연쇄 살인범의 상황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처한 상황, 그들이 겪어야했던 아픈 과거, 그들의 변화되는 심리 상태 등등을 독자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사람이 미쳐 가는지, 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증오를 품게 되는지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역시 킹느님은 심리 묘사도 쩐다.

 

  쩌는 심리 묘사에 범인과 호지스 사이에 감도는 팽팽한 긴장감, 그리고 중간 중간에 숨 쉴 틈을 주는 농담이 합쳐지니, 책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는 건 당연하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서 빼낼 설정이나 소재가 보이지 않았다. 너무 좋았다. 아, 이 책을 내주셔서 감사해요 킹느님!

 

  다만 이 작품에는 옥의 티가 하나 있는데, 그건 킹느님이 아닌 편집부의 잘못이다. 314쪽 마지막 문단 첫 번째 줄에 '그는 소동이 벌어지지 모르겠다고'라고 적혀있다. '소동이 벌어질지 모르겠다고'가 맞는 표현일 것이다. 으아, 완벽한 킹느님의 작품에 흠집을 내다니, 황금가지 편집부는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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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Fantastic Four, 2015

  감독 - 조쉬 트랭크

  출연 - 케이트 마라, 마일즈 텔러, 제이미 벨, 마이클 B. 조던

 

 

 

 

 

  리드는 어릴 때부터 똑똑해서 이미 초등 학교 때 물건을 전송하는 기계를 만들고 있었다. 절친한 친구 벤과 함께 마침내 공간 이동 기계를 완성하지만, 아무도 그 진가를 몰라준다. 단 한사람, 스톰 박사만 빼고 말이다. 그의 추천으로 연구소에 들어온 리드는 마침내 차원 이동 기계를 만들어낸다. 드디어 침팬지를 보내는데 성공하자, 상층부는 사람을 보내기로 결정한다. 리드와 벤, 박사의 아들인 조니 그리고 위험인물인 빅터는 자기들이 만든 기계에 다른 사람을 먼저 태울 수 없다고 술김에 몰래 기계를 작동시킨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폭발이 일어나면서 뒷수습을 하고자 달려온 연구원 수까지 휩쓸리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엄청난 능력을 갖게 된다. 리드는 고무고무 열매를 먹은 루피와 비슷한 상태가 되고, 수는 자신은 물론 다른 것들도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 조니는 온 몸을 불로 바꿀 수 있고, 벤은 바위와 같은 몸을 가진 헐크처럼 변해버렸다. 지구에서 그들은 처음에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괴로워한다. 자기들을 실험체로만 보는 것을 못 견딘 리드는 연구소를 탈출하고, 수와 조니 그리고 벤은 정부와 함께 일을 하면서 차츰 변한 일상에 적응한다. 그런데 그들과 함께 돌아오지 못했던 빅터가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 나타난다. 그는 자신을 '닥터 둠'이라 칭하며 지구를 파괴하려고 하는데…….

 

  이 영화 역시 마블인지 디시인지, 하여간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물론 애인님의 취향이다. 예전에 똑같은 제목의 영화가 있었던 것 같아 물어보니, 이 작품은 리부트라고 한다. 리메이크는 다시 만든 것이고, 프리퀄은 앞선 이야기를 만든 것이고 리부트는 전과는 달리 새로 만드는 것이라는 설명까지 들었다. 아마 예전보다 CG기술이 많이 발달해서 그 때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다시 보여주거나, 인기 있던 예전 작품을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만들어서 새로운 팬을 유입하기 위해서와 같은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절대로 예전보다 재미없거나 못 만들었다는 평을 듣기 위해 리메이크나 리부트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새로 만든 작품이 이 정도였다면, 원래 만들었던 건 얼마나 재미없고 별로였다는 거야? 그게 아니라면 예전 작품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이번 것이 엉망이었다는 걸까? 더 형편없이 만들 거라면 도대체 왜 만든 거야?

 

  다른 코믹스 원작 영화들이 두 시간 남짓이었던 것에 비해, 이 작품은 1시간 40분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10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약 40분은 리드가 얼마나 똑똑한 아이인지 설명하는데 사용된다. 그리고 남은 30분은 네 사람이 자신의 변한 모습에 얼마나 괴로워하고 극복하는지 보여주느라 지나간다. 마지막 30분이 닥터 둠과 싸우는데 할애된다고 하면 좋지만, 싸우는 장면은 한 10분 정도? 그러니까 이건 뭐라고 해야 할까? 시리즈의 오프닝 같은 느낌? 미드가 새로 시작할 때 첫 회는 파일럿이라고 해서 배경에 대한 설명을 다른 편과 달리 긴 시간을 할애해서 방송하는 경우가 있다. 이 영화는 딱 그런 느낌이었다.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면 둠과의 전투 장면을 좀 더 길게 했어야 했다. 아니면 드라마로 이어지던가. 그것도 아니라면 결말 부분에 새로운 적의 출현에 대한 힌트라도 주던가. 그렇지 않고 이런 식으로 1편을 만들어버렸으니 2편에 대한 기대감이 생길 리가 없다. 2편을 만들 계획이 없었던 걸까?

 

  거기다 스토리는 둘째 치고, 아이들의 성격 설정이 참으로 엉망이었다. 술김에 기계를 작동시킨 것까지는 그럭저럭 이해가 된다. 그런데 그 다음 리드에 대한 감정 처리가 참 웃겼다. 자기들을 버리고 도망친 리드에 대해 아이들은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를 보면 한바탕 싸움이라도 벌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헐? 거의 일 년 만에 잡혀서 만나게 된 리드를 본 아이들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그나마 벤이 주먹으로 한 번 후려치긴 하지만, 곧 예전처럼 지낸다. 아니, 얘들아 그럴 거면 왜 그렇게 걔가 없을 때 비난을 했었니? 뒷담깐거니? 아, 설마 저들의 우정은 그런 일로는 전혀 타격을 받지 않을 정도로 깊은 거였나 보다. 그러면 왜 없을 때 그런 말을……?

 

  체처럼 꼼꼼하게 짜인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보면 볼수록 구멍이 숭숭 뚫린 창호지 문을 보는 느낌이었다.

 

  아! 어쩌면 이 영화는 지나친 음주는 좋지 않고, 술김에 뭔가 하면 X된다는 걸 알려주는 교훈적인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애들이 술김에 기계를 작동시키는 바람에 변형이 이루어졌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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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의 누 일반판 (2disc) - 초특가판
박용우 외, 김대승 / 시네마서비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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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Blood Rain , 2005

  감독 - 김대승

  출연 - 차승원, 박용우, 지성, 윤세아

 

 

 

 

 

 

  19세기 후반, 종이를 만들어서 조정에 납품도 하고 외국과의 교역으로 부를 누리는 섬 동화도. 조정에 바칠 종이가 실린 수송선에 불이 나는 사고가 일어나고, 나라에서 사건 해결을 위해 관리를 보낸다. 바로 차승원이었다. 그런데 섬에 도착한 일행을 기다리는 것은 참혹하게 죽음을 당한 시체였다. 이후 매일 한 명씩 각기 다른 방법으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들이 죽은 방식은 순서대로 효시(참수 후 시신을 공개하는 것), 육장(끓는 물이 집어넣는 것), 도모지(몸을 묶고 얼굴에 물 묻힌 종이를 여러 겹 바르는 것), 석형(돌로 쳐 죽이는 것) 그리고 거열(팔다리를 말이나 소에 묶어 절단하는 것)로, 다섯 가지의 극형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사건을 수사하던 차승원은 이 모든 범행 수법이 7년 전 천주교도로 몰려 몰살당한 강 객주 일가가 당했던 형벌과 동일하다는 것을 밝혀낸다. 그리고 살해당한 사람들도 그 일가와 관련된 자들이었다는 것도 알아낸다. 하지만 섬 주민들은 입을 딱 다물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뭔가를 무서워하는 것 같고, 한편으로는 숨기는 것이 있는 눈치다. 도대체 7년 전 강 객주의 죽음과 지금 벌어지는 사건들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설마 누군가 강 객주 일가의 복수를 하고 있는 것일까? 사건을 파헤칠수록 차승원의 목숨도 위협을 받는데…….

 

  영화를 보면서 ‘우와아!’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비록 이야기의 흐름이 중간에 끊기는 느낌이 드는 것이 불만이었지만,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복잡하기만 했던 모든 떡밥들이 적절히 회수가 되었고, 인물들의 성격이 대체적으로 잘 드러나 있었다. 또한 스릴러 장르답게 긴장감도 적당하게 유지시켰고, 밀고 당기는 것도 괜찮았다. 잔혹한 장면이 중간 중간 들어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다섯 가지 형벌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은 으……. 내가 당하는 입장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보면 진짜 오싹하고 소름끼쳤다.

 

  영화는 거의 모든 것이 적절했다. 왜 그런 잔인한 수법으로 사람을 죽여야 했는지도 개연성이 있었고, 그것을 위해 떡밥을 깔아놓고 회수하는 것도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다 패를 내놓는 듯했지만, 가장 중요한 정보는 중후반까지 꽁꽁 숨겨놓으면서 풀어내는 것이 꽤 멋졌다. 물론 그 정보가 나오기 전에 혹시 이 사람이 범인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버렸지만, 그래도 흐름은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

 

  다만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중간에 이야기가 끊기는 것 같은 느낌만 없었다면, 무척이나 좋았을 것이다. 아, 이런 괜찮은 영화를 왜 이제야 보았는지…….

 

  작품은 19세기 초반 혼란스러웠던 시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 중앙의 권력 다툼이 지방에 미치는 영향이라든지 천주교의 전래가 만들어낸 가치관의 혼란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 재산을 갖게 된 사람들의 욕심과 군중 심리에 대해 잘 말하고 있다. 강 객주 일가의 죽음은 권력욕과 탐욕에 눈이 먼 인간들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더 나은 생활을 주기 위해 애썼건만, 당장 눈앞의 이익 때문에 사람들은 모른 척했다. 더 나아가 벼랑 끝으로 내몰기까지 했다. 아, 그래서 조상님들이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는 말을 한 걸까?

 

  탐욕에 눈이 멀고, 공포에 귀가 막힌 사람들은 이성마저 마비된다. 그래서 군중 심리로 우왕좌왕하며 어찌할 바를 모른다. 설상가상으로 혈우마저 내리자, 사람들은 이성을 잃어버린다.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조금은 느릿했지만, 효과는 대단했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여가던 공포심이 어떻게 돌변하는지 잘 보여주었다. 보면서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인간이란 얼마나 이기적이면서 잔인하고, 또 그만큼 바보 같을 정도로 어수룩한 걸까?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그 사람도 인간이었다. 자신의 목숨과 권력을 떠날 수 없는 그런 인간. 정의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고 헌신하는 영웅은 그곳에 없었다. 단지 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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