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A Good Marriage , 2014

  감독 - 피터 아스킨

  출연 - 조앤 알렌, 안소니 라파글리아, 크리스틴 코넬리, 스티븐 랭

 

 

 

 

 

  포스터가 상당히 강렬하다. 욕실에 나란히 걸린 수건에는 각각 'Mrs.'와 'Mr.' 라고 적혀있는데, 그 중 'Mr.' 수건은 누가 사용했는지 구겨져있고, 피가 잔뜩 묻어있다. 거기에 다음 영화 소개에 '남편의 커다란 비밀'이라고 나와 있었다. 포스터와 연관시켜 상상하면, 대충 어떤 내용일지 예상이 되었다. 만약 '스티븐 킹 원작 영화'라고 적힌 포스터 문구를 보지 않았다면, 아마 볼까말까 고민할 영화 30000위쯤 매겨질 작품이었다. 하지만 '스티븐 킹'이라는 이름 덕분에 단번에 봐야할 영화 1순위로 뛰어올랐다.

 

  달시와 밥은 결혼 25주년을 맞이한, 딸의 결혼식을 앞둔 사이좋은 부부이다. 주위 사람들이 다 그들을 부러워할 정도였다. 특히 밥은 부인에게 애정이 듬뿍 담긴 쪽지를 집안 곳곳에 숨겨놓기를 좋아하는 자상한 남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밥이 출장간 사이 달시는 차고에서 뭔가를 찾다가, 남편이 꼭꼭 숨겨놓은 철제 상자 하나를 발견한다. 호기심에 열어본 상자 안에는 여러 사람들의 신분증이 들어있었다. 바로 도시를 공포에 몰고 있는, 연쇄 살인 사건의 피해자들 것이었다. 달시는 애써 태연한 척하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달시는 처음에는 남편이 자기를 죽이는 악몽까지 꾸지만, 결혼을 앞둔 딸의 행복을 위해 덮어버리기로 한다. 그런데 딸의 결혼식 날, 의문의 남자가 두 사람을 지켜보는데…….

 

  달시의 표정 변화가 볼만했던 영화이다. 처음 등장할 때 그녀의 눈에는 남편 밥을 향한 사랑이 듬뿍 담겨있었다. 입가에는 언제나 온화한 미소가 지어져있고, 더없이 자상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밥의 비밀을 알게 된 다음부터는 표정이 확 달라진다. 남편을 보는 눈빛은 불안했고,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때로는 남편을 두려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한 밥이 옆집 여자를 흘낏 보기라도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해하기도 했다. 그러다 딸과 전화 통화를 끝내고는 뭔가 결심을 한 사람처럼 입가가 단단하게 굳어있었다. 딸의 결혼식에서는 너무 딱딱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표정만으로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심리인지 조금이나마 추측할 수 있었다.

 

  딸의 결혼식 전, 그녀는 환상을 보고 듣기까지 한다. 그 정도로 심리 상태가 불안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모든 것이 그녀의 환상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걸핏하면 나오는 다중인격이라든지 기억상실증 같은 거. 하지만 킹느님이 그런 진부한 설정을 쓸 리가 없다.

 

  결혼은 좋은 사람을 만나서 함께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좋은 사람이란 뭘까? 남에게는 차갑지만 나에게는 따뜻한 남자? 그러니까 남에게는 싸가지 없고 재수 없지만, 나한테만 잘해주면 된다는 말일까? 그걸 과장해서 표현하면, 이 영화에서처럼 될 것이다. 밖에서는 연쇄 살인마지만, 집에서는 가정적인 천사표 남편. 남에게는 차갑지만 나에게만 따뜻한 남자의 표본 맞잖아? 하긴 뭐, 밖에서는 장애인을 고문하고 장기매매까지 모의한 여고생이지만 집에서는 너무도 착한 딸이라고 하는 세상이니.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딱 알맞은 영화였다. 25년을 함께 살았어도 그 정체를 몰랐으니 말이다.

 

  영화는 뜻밖에 잔잔했다. 밥이 아닌 달시의 시선에서 영화를 진행했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랑하고 평생을 믿은 남자에게 배신당한 여인의 시점이기에, 고문당하고 죽는 피해자는 나오지 않는다. 단지 그녀의 시선과 표정의 변화를 통해, 정신적인 충격이 얼마나 컸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려하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참고로 이 영화의 원작인 단편은 이번에 밀리언셀러 클럽에서 내놓은 중편집에 수록되어있다고 한다. 소설이 영화보다 달시의 심리를 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사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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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어데블 [dts] (2disc) - 할인판
벤 애플렉 감독, 마크 스티븐 존슨 외 출연 / 베어엔터테인먼트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원제 - Daredevil: The Man Without Fear, 2003

  감독 - 마크 스티븐 존슨

  출연 - 벤 애플렉, 제니퍼 가너, 콜린 파렐, 마이클 클라크 던컨

 

 

 

 

 

 

  요 몇 년 간 아주 히트를 치고 있는 영화 시리즈가 있다. 이른바 디시와 마블로 나뉘는 초능력을 갖거나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다. 예를 들면 ‘어벤져스 The Avengers, 2012’ 시리즈라거나 ‘엑스맨 X-Men, 2000’ 시리즈 그리고 ‘배트맨 Batman, 1989' 시리즈와 ‘슈퍼맨 Superman, 1978’ 시리즈를 들 수 있다. 음, 배트맨과 슈퍼맨은 최근이 아니라 몇 십 년 전에 만들어진 거니까 빼야할까? 이 영화도 그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디시인지 마블인지 모르지만, 보통 인간의 능력을 웃도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사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애인님은 이런 유의 영화를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드라마 시리즈도 보고, 영화도 보고 그런다. 하긴 내 취향의 공포 영화만 보자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받아주고 그래야 공평하다. 이 영화도 그래서 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 사고로 시력을 잃은 머독은 다른 감각이 초인적으로 발달하게 된다. 범죄조직의 요구를 거절하여 살해당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그는 한 스승에게서 무술 훈련을 받는다. 언젠가 아버지의 복수를 하게 될 날을 꿈꾸면서 말이다. 낮에는 변호사로, 밤에는 가면을 뒤집어쓴 데어데블로 활약한다. 그는 필연적으로 도시를 장악하고 있는 범죄왕 ‘킹 핀’과 맞서게 된다. 그 역시 겉으로는 건실하고 성실한 사업가의 모습이지만, 뒤로는 온갖 부정행위를 일삼으며 세력을 키우고 있었다. 킹 핀의 해결사 ‘불스아이’와 싸우고, 사랑하는 연인 ‘일렉트라’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오해도 받으면서 머독은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 가는데…….

 

  아무리 시력을 잃었다지만 어떻게 저런 능력을 가질 수 있지?라는 의문이 드는 주인공이었다. 높은 건물 사이를 훌쩍 뛰어넘고, 주변의 소리를 다 듣고 분석할 수 있고, 눈이 보이는 사람보다 더 잘 싸우고……. 그러다 문득 만화 ‘쿵후보이 친미 鉄拳 てっけんチンミ, 1983’에서 봉술의 대가인 스승 역시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그런 거였어.

 

  머독은 낮에는 얌전히 법정에서 내린 결과를 수긍하지만, 밤에는 재판 관계자들을 찾아가 줘 팬다. 특히 뒷공작을 해서 무죄로 풀려난 범죄자는 죽여 버리기도 한다. 음, 역시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모양이다. 하긴 변호사니 더러운 꼴을 많이 봤겠지. 아무리 법을 들이대도 법 위에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는 걸 직접 당해봤겠지. 그러니 법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하긴 일반 서민들은 한번이라도 마약을 하면 즉각 구속에 파혼당하고 취직도 잘 못하지만, 있는 사람들은 수십 번 마약을 해도 풀려나서 결혼하고 잘 먹고 잘 사니까. 머독이 데어데블이라는 존재를 만들어서 활동하는 이유를 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아쉬웠다. 겨우 막판에 몸싸움 한 번 진 걸로 끝이라니…….게다가 명색이 암흑가의 왕이라면서 그렇게 어이없이 지다니……. 기밀을 경찰에 내어준 내부 고발자가 있었던 것도 아니잖아? 막말로 기자의 기사 하나로 망가질 정도의 기업체였다면 그게 무슨 암흑가의 왕이야! 동네 골목대장도 안 되는 거지! 한국을 봐! 기사 하나로 기업체가 무너지는지! 그동안 매수했던 판사와 검사, 경찰이 하나둘이 아니면서! 한국 기업 좀 벤치마킹 해보라고!

 

  도대체가 두 시간이 넘게 킹 핀의 기업이 얼마나 크고 그의 해결사 불스 아이가 얼마나 능력 있는 또라이 암살자인지 보여주더니, 갑자기 우르르 무너뜨린다. 건물을 해체할 때 폭탄을 꼼꼼하게 설치해놓으면 한순간에 우르르 무너지긴 한다. 그렇지 않고 건물이 무너진다면, 그건 부실 공사가 원인이다.

 

   영화는 폭탄을 꼼꼼히 설치하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게 너무 아쉬웠다. 두 시간 넘게 내가 뭘 기대하고 본 것인가 허무하기까지 했다. 개봉 당시 혹평을 받았다는데, 그럴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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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이그니스, 불을 찾아서 - 횃불에서 원자로까지, 경이로움과 두려움의 패러독스
오쓰카 노부카즈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원제 - 火の神話學 ロウソクから核の火まで

  저자 - 오쓰카 노부카즈

 

 

 

 

  앞표지에 ‘횃불에서 원자로까지, 경이로움과 두려움의 패러독스’라고 적혀 있다. 그것만 읽고는 ‘오오~’하고, 불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있을 것 같은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서문에서 ‘이게 뭐지?’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저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후, 일본인들에게 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책을 썼다고 했다. 불에 대한 경각심을 알려주려면, ‘위기탈출 넘버원’을 보여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과거 인류의 조상들이 바라보았던 불에 대한 시각과 그 문화에 대해 알면, 현재 우리가 불을 보는 시선과 대응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궁금함이 앞섰다.

 

  책의 목차는 이러하다.

 

  프롤로그 불과 생명의 탄생

  1장 불과 인류의 진화

  2장 고대인과 불

  3장 신화 속의 불

  4장 민속 안의 불

  5장 종교와 불

  6장 불빛이 여는 근대

  7장 예술과 불

  에필로그 불의 패러독스

 

  목차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 지 짐작이 가능하다.

 

  1장은 불의 발견과 그에 대해 바뀐 석기 시대인들의 생활 유추이다. 그리고 다른 학자들의 책을 인용하면서, 인간에게 최초의 불이 어떤 존재였는지 서술하고 있다. 불을 이용한 요리의 시작이 사회화의 시초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2장에서는 고대 일본 문화에서 나타난 불의 이용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3장은 동서양의 신화에 나온 불에 얽힌 이야기를 보여준다. 4장은 불을 어떻게 이용해서 서민들의 생활이 이어졌는지 말하고, 5장은 불과 관련된 민간 신앙과 조로아스터 교에 대해 알려준다. 6장은 램프와 전구의 발달에 대해 적고 있다. 7장은 불과 연관성이 있는 예술 작품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책은 별로 와 닿지 않았다.

 

  그 이유 하나는, 일본 중심으로 진행이 되어서가 아닐까 한다. 전공을 한 것도 아니고, 솔직히 그 나라의 난방 기술의 발달 과정까지 굳이 알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것이 문화의 하나니 알면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별로였다. 신화 부분은 재미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삽화의 부재이다. 모든 책에 삽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굳이 그림이 없어도 읽는데 별로 상관이 없다. 처음부터 그림이나 삽화가 없는 책이라면 태클을 걸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책에는 그림이 들어 있다. 문제는 그게 6장과 7장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7장은 예술에 관한 부분이니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앞부분에 토기라든지 난방 제도를 설명하는 부분에는 그림이나 삽화가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6장에는 1930년대 일본의 가로등이나 교차로 사진이 생뚱맞게 들어있다. 정작 필요한 부분에서는 없고,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곳에 들어 있었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저자나 출판사에서는 그게 더 어울렸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니 하지만 1930년대 일본 가로등 사진보다는, 고대 유적지에 대한 사진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무척이나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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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노트에 이름을 쓰면 살인죄일까? - 대중문화 속 법률을 바라보는 어느 오타쿠의 시선 대중문화 속 인문학 시리즈 1
김지룡.정준옥.갈릴레오 SNC 지음 / 애플북스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부제 - 대중문화 속 법률을 바라보는 어느 오타쿠의 시선

  저자 - 김지룡,정준욱,갈릴레오 SNC

 

 

 

 

 

  제목이 눈길을 끈 책이다. 그렇다. 만화책을 읽으면서 궁금하긴 했다. 키라가 잡힌 다음에 단지 공책에 이름을 적었을 뿐이라고 말하면, 과연 그를 처벌할 수 있을까? 괜히 경찰들이 난리를 치면서 삽질하는 게 아닐까? 이건 키라를 잡아서 노트를 빼앗으려는 정부의 속셈이다!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은 우리가 만화나 영화를 볼 때, 흔히 궁금하게 여기는 사항들을 법률적인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예를 들면 40인의 도적을 끓는 기름으로 죽인 알리바바와 시녀 마르자나는 과연 정당방위인 걸까 아니면 과잉방위를 한 걸까?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이 악당과 싸우면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누가 보상해줄까? 트랜스포머 같은 외계인을 죽이는 건 살인죄에 해당할까? 등등.

 

 

  1장은 '[데스노트]로 알아보는 형법'이다.

 

  왜 죄형법정주의가 나왔는지,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의 차이는 무엇인지, 왕따를 했을 때 최대 몇 년형까지 받을 수 있는지를 만화 '데스노트', '라이프', 동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그리고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를 통해 말하고 있다.

 

  로봇 태권V는 그 무게 때문에 도로교통법에 걸려 길에 돌아다닐 수 없다는 부분에서는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하긴 로봇의 무게가 엄청나면, 도로가 심하게 손상되긴 할 거다.


  제일 감명 깊게 읽은 부분은 왕따에 대한 것이다. 모든 항복을 조목조목 따져볼 때, 왕따를 시키면 36년의 형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모욕은 1년 이하, 협박은 3년, 감금은 5년, 상해는 7년, 폭행은 3년, 그리고 공갈은 10년. 벌금도 있고, 민사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책에서는 말한다. 그러니까 아이들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고 훈계만 하지 말고, 이런 예를 보여주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할 것이다. 그래야 법이 무서운지 알지.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니까 안 될 거야, 아마.

 

 

  2장은 '[스파이더 맨]으로 알아보는 형법'이다.

 

  위에서 언급한 스파이더 맨이 싸우느라 부순 건물은 누가 보상하냐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또한 일본 드라마 '라이어 게임'의 예를 들며, 신의성실의 원칙을 얘기한다. 누가 나를 믿으면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영화 '킹콩'과 '주라기 공원'의 예를 들면서, 민법상의 고의와 과실을 얘기한다.

 

  그러면서 민법의 '과실책임의 원칙'은 사람의 행동을 자유롭게 하기 위한 원칙이라고 말한다. 부주의로 인한 피해가 아니라면 배상하지 않아도 되니, 자유롭게 행동하라는 의미가 숨어있다고 한다.

 

  아마도 어떤 사고가 부주의인지 과실인지 아니면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어났는지 알아내는 것이 큰 문제일 것이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이 다르니까, 결정을 내리는 쪽이 합리적으로 잘 내려야할 것이다. 어느 한쪽이 불공평하다고 느끼면 안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법이 어려운 것이다.

 

 

  3장은 '[트랜스포머]로 알아보는 헌법'이다.

 

  외계생명체인 크랜스포머를 죽이는 것은 살인죄에 해당하는 것인지, 우연히 만난 E.T를 국가가 마음대로 빼앗아 가도 되는지, 피터 팬은 웬디와 결혼할 수 있는지 얘기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외계인'에 '사람 인 人'자가 들어가니, 살인죄를 적용해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외계인이 사람과 다른 모습이라면? 이 문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충격을 받았다. 사람과 같은 외계인은 무조건 착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나쁘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혀있었기 때문이다. 이럴 수가! 이런 어리석은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다니!


  거기에 피터 팬은 무국적자라서, 한국 법으로는 웬디와 결혼할 수 없다는 사실에 놀라고 슬펐다. 뭐, 그 두 사람이 한국에서 살 일은 없을 거다. 아마 두 사람의 고향인 영국에서 살겠지.


  책을 읽으면서, 형법과 민법 그리고 헌법이 추구하는 것이 뭔지 대충이나마 알 수 있었다. 사람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최대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가장 시류를 늦게 타고, 자의적으로 바뀔 수 없는 것이리라. 아, 그래서 현실과 법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 거구나.


  그래도 가능하면 현실과 법이 일치했으면 좋겠다. 죄를 지으면 당연히 벌을 받는 현실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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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충성 - 충성과 배신의 딜레마
에릭 펠턴 지음, 윤영삼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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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Loyalty: The Vexing Virtue

  부제 - 충성과 배신의 딜레마

  저자 - 에릭 펠턴

 

 



  왜 역자가 Loyalty를 충성이라고 번역을 했는지,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어쩌면 난 충성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우리 과거를 살펴보면 과한 충성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적이 더러 있었다.

 

  책을 읽다보면 충성이라고 하기 보다는 신뢰라고 표기하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하는 부분도 많았다. 국가나 회사에는 충성을 바치지만, 가족이나 친구는 신뢰하는 것이 더 어울리니까. 처음에는 충성이란 단어가 익숙하지 않았지만, 상황에 따라서 신뢰라는 말로 바꿔서 생각하니 책장이 잘 넘어갔다.

 

  저자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제기하면서,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행동하겠냐고 묻고 있다. 이런 걸 ‘가치 충돌’이라고 해도 될까?

 

  군대에서의 예를 보면, 상관에게 무조건적인 충성과 동료들 사이의 신뢰를 중요시하고 그것이 부대의 화합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런데 상관이 이치에 맞지 않는 명령을 내린다면? 동료가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이 때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고발하거나 따르지 않겠다고 한다면, 의리와 충성을 최고로 여기는 군대의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믿음이 가지 않는 동료나 상관과 목숨이 달린 전투 현장에 나갈 수 있을까? 그런 사람에게 뒤를 부탁하고 폭탄이 터지는 앞으로 전진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부당한 명령을 따르고, 부정을 저지르는 동료를 눈감아준다면 그것은 무엇을 위한 충성일까? 그게 과연 군인이 지켜야할 국가를 제대로 지키는 것일까? 우린 그런 일이 어떤 사태를 초래하는지 현대사를 조금만 공부하면 알 수 있다. 군인들이 자신들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휘하 부대를 어떻게 움직였는지, 그래서 사회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경험해왔다.

 

  비슷한 예로 회사 생활에서 상사와 회사에 신뢰가 없으면, 과연 충성을 다해서 일을 할 수 있을까? 부하직원과 상사가 믿음이 없으면, 비밀을 지켜야하는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또한 지나친 기밀엄수의무는 혹시 회사의 비리를 숨기기 위한 게 아닐까?

 

  저자는 이런 난감한 문제를 자꾸 들이민다. 그리고 한쪽 편만 드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보여준다. 그렇다. 결론은 독자가 내리라는 말이다. 읽고 생각하고 예측하고 자신의 기준에 맞춰서 행동하라는 뜻이다.

 

  결국 이 복잡한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가치관을 확고히 구축해야한다. 팔랑팔랑 너무도 얇아서 여기저기 흔들리는 사시나무 같은 주관이 아니라,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옳다고 믿으면 끝까지 할 수 있는 뚝심. 하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편견 없이 듣고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까지. 모든 사람이 순수이성과 실천이성을 판단할 수 있는 칸트가 아니기에, 노력해야한다. 아마 그게 현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인 것 같다.

 

  어색한 부분 발견 ‘굳이 유다에게 묻지 않아도 들은 누가 예수인지 알 수 있었다. -p.175’ 여기서 ‘들은’ 앞에 뭔가 생략된 거 같다. 대충 문맥상 파악하면 군인들이 맞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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