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제 - The Chosen: Forbidde Cave, 2015

  감독 - 김휘

  출연 - 김성균, 유선, 천호진, 차예련

 

 

 

 

 

  감독의 전작인 ‘이웃사람, 2012’을 재미있게 보았고, 출연 배우를 보는 순간 ‘이건 괜찮겠다.’라는 느낌이 온 영화이다. 특히 유선씨! ‘검은 집, 2007’에서 그녀의 연기를 후덜덜하게 보았기에, 이번엔 또 어떤 역으로 날 놀라게 할까 기대까지 되었다.

 

  하지만 이런 노래가사가 있다. ‘난 너를 믿었던 만큼 난 내 친구도 믿었기에 …….’ 이걸 내 경우로 바꿔보면 이렇다. ‘난 감독을 믿었던 만큼 난 출연 배우도 믿었기에…….’ 도대체 이 영화는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만남이었는지, 그것이 알고 싶었다. 그러자면 온갖 요소를 다 따져봐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너무 스포일러를 남발하게 되는 게 아닐까하는 걱정도 들었다. 가능하면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해봐야겠다.

 

  유명 무속인의 아들이자 꽤나 유능한 정신과 의사인 김성균. 조수이자 영매인 김혜성과 빙의 치료와 정신과 상담까지 병행하고 있다. 어느 날 그에게 선배가 의문의 메일을 보내온다. 하지만 그 선배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두 사람은 장례식장에서 선배의 부인에 관련된 여러 가지 소문을 듣게 된다. 유명 미술관 관장인 유선은 감정 변화가 심하고, 눈동자가 붉게 변하는 등의 신체적 변화를 겪고 있었다. 처음에는 김성균의 접근을 꺼려하던 그녀는, 자신과 똑같은 증상이 어린 딸에게 나타나자 도움을 요청한다. 그녀를 치료하던 중, 김성균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몇 십 년 전 있었던 제주도 여대생 납치 감금 사건의 피해자가 바로 그녀였다는 사실이었다. 또한 그녀가 입양아였고, 선배가 보내온 사진의 주인공은 제주도의 유명한 무당이었다는 사실까지 알아낸다. 그들은 모든 것을 해결한 열쇠를 가진 제주도로 내려가는데…….

 

  이런 설정만 보면 영화는 꽤나 흥미를 끈다. 무속인의 아들이자 정신과 의사라는 주인공의 직업, 거기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선천적인 재능과 현대적인 의술을 이용해 사람들을 치료한다는 부분은 확실히 특이하고 매력적이다. 잘하면 ‘컨져링’의 워렌 부부 경우처럼 시리즈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조수는 영매라니, 더없이 좋은 조합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주인공의 매력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과거가 아주 조금 나오긴 하는데, 그것이 현재 어떤 영향을 주는지 말이 없다. 그냥 몇 장면 휙 지나가는 걸로 끝이다. 왜 그걸 보여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권총이 등장한다고 반드시 발사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옛날에는 그런 법칙이 있었다지만 요즘은 꼭 그럴 필요는 없는 모양이다. 눈속임을 위해서 일부로 등장시키는 경우도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개여야지, 이 영화는 그런 장면이 너무 많았다. 왜 그 상황에서 저 장면이, 저 소품이 등장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왜 그랬을까 라고 곰곰이 생각을 하다보면, 어딘지 모르게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텔링에 어색함을 깨닫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결말 부분에 보여준 결혼사진이다. 그 전까지의 상황을 따져보면 신랑은 천호진이고 신부는 저주를 물려받은 여인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그들은 유선과 관련이 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유선을 어릴 때 죽이지 왜 굳이 입양을 보내고 성인이 되어 아이를 낳을 때까지 기다려서, 주변 사람들 다 죽게 만들고 사건을 키운 걸까? 잠깐. 저주에 의하면 관련자만 죽인다고 했으니, 유선의 남편도 알고 보니 그 집안의 후손이라는 건가? 그래서 일부로 살려둔 걸까? 그 집안을 망하게 하려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급기야 젊은 기자가 제주도 방언을 알아듣는다는 설정도 말이 안 된다고 여길 정도였다. 요즘 누가 어눌한 발음으로 내뱉은 제주도 방언을 알아듣는다는 건지……. 물론 있을 수도 있다. 그냥 하나가 이상하다고 느껴지니까, 다 이상하다고 여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중반을 접어들면서 방향이 바뀐다. 처음에는 그냥 신내림을 거부한 사람에게 닥친 시련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중반을 넘어가면서 제주도에서 일어났던 역사적인 비극과 맞물린 한이 부각되었다. 단순한 괴담에서 사회적 역사적 사건을 보여주는 것이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진행자가 확실한 개성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었다. 반면에 이 영화는 등장인물 각자의 개성이 그렇게 드러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들이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발연기 전문 배우들도 아닌데, 왜 자신의 배역을 잘 살리지 못했을까?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대본이라든지 연출이라든지 편집이라든지 배우의 연기력이 과대평가되었다든지…….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괜찮았는데, 좀 더 파고들어서 생각을 해보면 엉성하기 그지없는 영화였다. 음, 빠진 부분은 관객의 상상력으로 채워보라는 감독의 배려였을까? 상상력이 빈곤하고 생각할 여유가 없는 현대인에게 잠깐이마나 머리를 쓸 시간을 주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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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9-03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보고싶어요!!^^

바다별 2015-09-03 16:51   좋아요 1 | URL
극장은 지금 찾기힘들고요 예스나 네이버는 다운가능하신대요 가격이 만원정도해요

[그장소] 2015-09-03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굉석화로 극장판은 끝난?^^ 전 영화관은 안가니까요. 굿다운로더 ㅎㅎ

바다별 2015-09-03 16:59   좋아요 1 | URL
저희집근처에서는 없더라구요 저도 그래서 ㅋ 근데 만원은 좀 아까웠어요 ㅜㅜ

[그장소] 2015-09-03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 다운될때까지 기다려야겠어요~^^

바다별 2015-09-03 17:01   좋아요 1 | URL
네 저도 기다릴걸 그랬어요 ㅜㅜ

[그장소] 2015-09-03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하하하~^^ 한국영화발전을위해 좋은일하신거예요! ^^
제가 영회관에 거부감이없음저도 옛날같음걍 영화봤을거예요.
더구나 장르영화는 더 발전기금도 소중했을겁니다!
 
샤이닝 걸스
로렌 뷰키스 지음, 문은실 옮김 / 단숨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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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Shining Girls, 2013

  작가 - 로런 뷰커스

 

 

 

 

 

  소설의 설정을 보는 순간, 반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살인마라니! 예전에 딘 R. 쿤츠의 소설 '운명의 추적 Lightning, 1985'에서도 시간 여행자가 나오긴 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주인공을 도와주는 역할이었다. 평생을 따라다니면서 그녀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음, 좋게 보면 수호천사이고 나쁘게 말하면 스토커!

 

  이 소설의 시간여행자 '하퍼'는 좋게 표현할 말은 못 찾겠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스토커 살인마고 달리 말하면 연쇄 살인마이다. 그것도 여자들만 골라서, 칼로 난자해서 죽이는 아주 나쁜 놈이다. 어떻게 알고 들어갔는지 모르지만, 그는 '더 하우스'에 들어가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그 집에 들어선 순간, 그는 알게 된다. 소녀들을 죽여야 한다. 그들의 이름이나 사는 곳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집이 이끄는 대로 시간 여행을 하면서 소녀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들이 제일 빛날 때 죽여야 한다.

 

  이렇게 보면 집이 모든 원흉인 것 같다. 음, 집이 모든 사건사고의 원인인 소설로는 스티븐 킹의 '로즈 레드 The Diary of Ellen Rimbauer, 2001'이 생각난다. 물론 킹의 다른 소설인 '샤이닝 The Shining, 1977'도 집이 문제이긴 하지만, 시공간을 무너뜨리는 건 로즈 레드가 더 강력했었다.

 

  아쉽게도 이 소설에서 작가는 집에 대해서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누가 그 집을 만들었는지, 왜 소녀들을 죽여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그냥 딱 보자마자 "어머, 이 시대에서 얘는 꼭 죽여야 해!" 이러면서 여자애를 죽이는 것이다. 혹시 이것은 속편을 대비한 복선일까?

 

  '커비'는 하퍼의 공격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소녀이다. 모두가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살아남았고 복수를 결심한다. 우선 그녀는 신문사에 들어가 자신의 살해 사건을 담당했던 기자 댄 밑에서 프로야구에 대해 배운다. 그러면서 커비는 자신과 비슷한 수법으로 살해당한 여자들을 찾기 시작한다.

 

  애초에 설정만 보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오가며 살인을 저지르는 놈을 무슨 수로 잡겠는가? 비록 그가 피해자 옆에 시대가 맞지 않는 소품을 남기지만, 그걸 보고 '오, 이번 범인은 시간 이동자군!'하고 생각해낼 사람은 또 얼마나 되고? 그런 생각하는 사람을 미친놈이라 여기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래서 작가는 두 가지 설정을 더해놓았다. 하나는 모든 살인은 완벽히 수행되어야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하퍼가 1930년대 인간이라는 점이다. 커비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하퍼는 다시 그녀를 공격하려고 찾아온다. 그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은, 다른 여자를 살해할 때 CCTV에 그의 얼굴이 정확하게 찍혔다는 것이었다. 이제 사태는 역전되어, 커비가 하퍼를 뒤쫓기 시작한다.

 

  소설은 장면 단위로 나뉘어져있다. 하퍼와 키버, 댄 그리고 그 외의 많은 피해자들을 장면별로 세분화시켜 보여주고 있다, 처음 목차를 보았을 때,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록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같은 날이지만 등장인물에 따라 나뉘어져있기도 했다. 마치 만화처럼 컷이 나뉘어져있는 느낌이었다. 영화로 만들면 콘티짜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책띠를 보니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적혀있다. 너무 컷이 나뉘면 처음에 집중하기 어렵다. 게다가 시간대까지 왔다 갔다 하니, 연도도 확인하고 이 시대의 피해자가 누군지 기억도 해야 한다. 중간에 키버나 하퍼가 만나는 다른 사람들까지 등장하면 뭐……. 그러다가 어느 정도 설정이 머릿속에 정리가 되면 그 다음부터는 쭉 집중할 수 있다.

 

  이야기는 상당히 냉혹했다. 피해 여성들의 상태를 덤덤히 말하는 묘사는 그야말로 간결하면서 정확했고 그 때문에 잔인했다. 거기에 불안정한 하퍼의 심리 상태와 냉철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커비의 성격이 곁들여지면서 이야기는 냉정한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그래서 소녀들의 죽음은 무척이나 안타깝게 느껴지고, 하퍼는 더욱 더 미친 놈 같다.

 

  하퍼가 소녀들의 살해 현장에 남긴 소품들이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그걸 바탕으로 그를 뒤쫓는 시간 여행 탐정이나 형사가 나오는 추적물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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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의 연애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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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す-ちゃんの戀, 2015

  작가 - 마스다 미리

 

 

 

 

  수짱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다. 아, 물론 작가가 다음 이야기를 내놓으면 마지막이 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뒤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 지 궁금하다.

 

  지난 이야기에서 카페 점장 일을 그만 둔 수짱. 어느 어린이 집에서 급식 담당을 맡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과 그 많은 다름을 보듬어주는 원장 부부를 보면서, 수짱은 카페에서 일할 때와 또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급식을 만들어주기 위해 어린이 책을 구입하려 서점에 들른 수짱은, 예전 카페의 단골이었던 쓰치다를 만난다. 카페 옆에 있던 서점 직원이었던 그의 도움으로 재미있는 어린이 책을 추천받은 수짱. 그걸 계기로 둘 사이는 조금씩 가까워지는데…….

 

  ‘드디어 우리 수짱도 연애를 하는구나!’라는 기특함과 등장한 지 4년이 되어야 연애를 시켜줄까 말까하는 작가의 배려(?)에 감사해하기도 했다. 그런데 읽다가 ‘헐?’하면서 좀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이게 뭐란 말입니까 작가님? 쓰치다에게 애인이 있다니요? 지금 수짱을 여자 친구 있는 사람에게 반하게 만드신 겁니까? 수짱을 불륜녀 내지는 남의 남자 뺏는 여자로 만드시려는 겁니까? 이건 아니지요, 작가님! 제가 왜 마이코를 마땅찮아 했는데요. 엉엉엉. 책장을 넘기면서, 수짱이 그와 가까워질 때마다 이런 소리 없는 아우성이 마구마구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아기 엄마가 된 마이코와 이제 혼자 살기로 마음을 굳힌 듯한 사와코도 같이 등장한다. 엄마가 되면서 그 전까지의 삶과 모든 것이 달라진 상황에 혼란을 느끼는 마이코의 얘기로 생각해볼만했고, 혼자 살기로 결심한 여성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한 사와코의 생각도 무척이나 감동적이었다.

 

  특히 ‘엄마가 되는 인생과 되지 않는 인생’이라는 문장이 무척이나 와 닿았다.

 

  모든 여자들이 엄마가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의건 타의건 엄마가 되지 않는 길을 가는 사람들은 이상한 시선을 감수해야한다. ‘왜’라는 질문에서부터 ‘어디가 잘못되었나?’ 내지는 ‘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라는 유쾌하지 않은 시선까지.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면 모성애도 없는 사람은 여자가 아니라는 말까지 들어야 할 때도 있다. 자기와 다른 길을 간다고 이상한 사람 취급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난 아무 생각 없는데 상대가 별나게 호들갑을 떨면, ‘미친 건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으니까.

 

  내 불안과 달리 수짱은 깔끔하게, 또는 철벽녀다운 결론을 내린다. 마음에 든다. 역시 나의 수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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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Jurassic World , 2015

  감독 - 콜린 트레보로우

  출연 - 크리스 프랫,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타이 심킨스, 닉 로빈슨

 

 

 

 

  ‘쥬라기 공원’이 문을 닫은 지 22년 후. 새로운 테마 파크가 문을 연다. 예전에는 단순히 공룡의 DNA를 이용해 복제하는 것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생명체의 유전자를 이용해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뭐가 잘못된 것일까? 너무 똑똑하게 만들었는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지, 새로 만들어낸 공룡이 잔머리를 써서 우리를 벗어난다. 이를 잡기 위해 파견된 헬리콥터가 추락하면서 갇혀있던 익룡들이 풀려나고, 그 여파로 최고 책임자가 사망하고 만다. 그러자 공룡을 군사 무기로 써야한다고 주장하던 사람이 외부 군대를 이용해 제어실을 장악한다. 이 와중에 2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들은 공룡의 공격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는데…….

 

  위에 적은 간략한 줄거리만 보면, 인간이 만들어낸 똑똑한 공룡이 다른 공룡들과 함께 인간들을 마구 죽이는 내용이라고 생각이 가능할 것이다. 인간이 과학 기술로 무장해 어찌어찌 맞서 싸우고, 사람들이나 순한 공룡들이 죽어나가고, 테마 파크 건물이 무너지는 등등, 마치 자연 재해가 일어나서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다른 작품들과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라 상상할 수 있다. 그랬다면 이 영화, 아마 15세 관람가나 17세 관람가가 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12세 관람가이다. 사람들은 처참하게 죽어나가지 않을 것이고, 죽는다 해도 그 장면은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갈 것이다. 그러니까 육식 공룡이 인간을 잡아먹는다거나 무참히 죽이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다. 또한 감독은 바뀌었지만, ‘쥬라기 공원’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스필버그 특유의 감성을 생각하면 모든 고난을 이기는 원동력은 결국 가족애가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하고 보면, 영화는 그럭저럭 볼만했다. 초등학생인 막내 조카와 손잡고 가서, ‘우와!’라고 놀라는 녀석의 감탄사를 들으며 뿌듯해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평소에는 동생을 챙기지 않던 형이 듬직하게 행동한다. 이른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동생을 보호하고 살 길을 찾아 나선다. 비서에게 조카들을 맡겼던 고모는 아이들이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수색에 나선다. 보호 장비도 없이! 또한 사람들의 뒤통수를 쳤던 악당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여 악은 패배한다는 교훈을 주기도 했다. 역시 초딩 조카와 같이 보면 딱 좋을 영화이다.

 

  하지만 애인님과 같이 보러 갔다면 어딘지 모르게 무척이나 아쉬워하면서 극장 문을 나섰을 영화였다.

 

  좀 더 피가 튀었어야 했는데! 좀 더 긴박하게 흘러가야 했는데! 흐름이 너무 늘어져! 게다가 주연급인 여자는 조카들 찾으러 공룡 서식지로 향하면서 하이힐을 신고 다닌단 말이야? 명색이 관리 책임자라면서 그렇게 상식이 없나? 혹시 그런 몰상식한 사람이 관리 책임자라서 이 난리가 난 건가? 하긴 사장이라는 사람은 헬리콥터 조종 배웠다고 자기가 무슨 영웅이라도 된 듯이 공룡 잡겠다고 나섰지. 그러다가 익룡 우리에 추락해서 사태를 더 키웠잖아. 사장이 그렇게 죽어버리니까 지휘 계통이 엉망진창이 된 거고. 그래서 제어실에 있던 자기들만 쏙 빠져나가고, 아무 것도 모르는 관광객들은 건물 안에서 불안에 떨어야 했잖아. 이거 어디선가 본 상황이다. 거기다 급마무리지은 것 같은 결말은 뭐지? 아니 이건 그 전까지의 엄청난 위용에 비하면 너무 허무하잖아. 어쩌면 그 장면이 이 영화의 최대 볼거리일수도 있는 건데 이게 뭐야! 이런 말이 줄줄줄 튀어나왔을 것이다.

 

  인간보다 공룡들이 더 멋졌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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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싫은 사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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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서 - どうしても嫌いな人, 2013

  작가 - 마스다 미리

 

 

 

 

  수짱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다. 이번 책에서 수짱은 무척이나 괴로워한다. 그 괴로움이 절절하게 느껴져, 보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불편할 정도였다. 앞선 두 개의 이야기에서 겨우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고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떨쳤다 싶었더니만, 이번에는 외부적인 요인으로…….

 

  수짱을 괴롭히는 싫은 사람은, 같은 카페에서 일하는 정직원 무카이다. 큰아버지가 카페 사장이라는 이유로 그녀는 점장인 수짱을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일을 처리하기 일쑤다. 그리고 수짱이 그녀가 하는 일에 제동을 걸면, ‘자기 가게도 아니면서’라든지 ‘큰아버지에게 말해서 내일부터 점장 할래.’라는 말을 내뱉는다. 와, 진짜 앞에 있으면 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수짱처럼 나도 무척이나 소심하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며 아무래도 사장이 내려 보낸 낙하산 인사인 그녀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아, 투서를 넣는 방법도 있겠다! 물론 순해빠진 수짱은 그런 일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기만 한다. 오죽하면 매일 아침 일하러 나가는 것이 고역이 되어버렸다.


 



  이번 책에서 함께 등장하는 인물은 수짱의 사촌 동생인 아카네다. 사귀는 남자가 있지만 어쩐지 그는 결혼에 대한 얘기를 미루기만 한다. 덕분에 동생이 그녀보다 먼저 결혼하게 되었다. 게다가 요즘 들어 그의 안 좋은 점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예를 들면 식당 점원에게 함부로 말하는 것이라든지…….

 

  보는 것도, 목소리를 듣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다 싫은 사람이 주위에 있으면 진짜 힘들다. 게다가 그런 사람이 하는 말이나 행동은 더욱 더 신경에 거슬린다. 혹시 일부로 나한테 이러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론 눈치가 없어서 그런 것일 확률이 더 높겠지만 말이다.

 

  결국 수짱은 선택을 내린다. 아무리 편하고 좋은 곳이라도 싫은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 싫은 사람의 행동이나 말을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면, 그 사람에게는 상처주지 않으려고 하고 나 혼자 상처받아 전전긍긍해한다면, 그런 내 모습이 너무도 보기 싫어진다면, 떠나는 수밖에 없다고.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지만, 이런 경우에는 피할 수 있으니 즐기지 않고 미련 없이 떠난 것이다. 그것도 괜찮은 것 같다. 피할 수 있으면 굳이 즐길 이유가 없다. 즐기고 싶지 않으니 피하면 된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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