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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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結婚しなくていいですか, 2010

  작가 - 마스다 미리

 

 

 

 

 

  일본 만화가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중 두 번째 이야기이다. 지난 번 이야기에서는 카페 알바를 하면서 혼자 살아가는 것에 대해 고민하던 수짱이 이번에는 결혼에 대해 고민한다.

 

  수짱의 나이 이제 30대 중반. 그동안 주위에서 온갖 이야기를 다 들었을 것이다. 남자 없니, 결혼할 생각은 없니, 왜 남자를 안 사귀니, 여자 나이는 크리스마스 케이크 어쩌고저쩌고 등의 온갖 성차별적인 발언이 '걱정'이라는 핑계로 가해진다. 걱정인지 오지랖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제 수짱은 본격적으로 걱정하기 시작한다. 지난 이야기에서 카페 점장으로 승진을 해서 직장 걱정은 조금 덜었지만, 혼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나중에 나이 들어 혼자 살아갈 때 외롭고 쓸쓸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 거동도 못하는 나이가 되었을 때 주변에 아무도 없다면 열심히 살아온 삶이 부정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등등.

 

  이번 이야기에 같이 등장하는 사와코는 40대가 얼마 남지 않은 직장인이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돌보는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회사에서는 최고참이지만 점심을 같이 먹을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안타까워한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면서 문득 내 방 주위를 둘러보았다. 혹시 마스다 미리씨가 내 방에 도청 카메라를 설치해놓은 건 아닐까하는 마음에서였다. 설마 국정원이 민간인 사찰을 한 이유가? 물론 이건 쓸데없는 망상이다. 아, 난 가끔 이런 이상한 상상을 해서 탈이다.

 

  그 정도로 수짱과 사와코가 불안해하는 순간이나 생각하는 내용이 내가 경험했고 겪고 있는 것과 비슷했다. 30대 이상인 미혼 여성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국적을 떠나 공통적인 게 있는 모양이다. 이 책에서 수짱은 비록 불확실한 미래가 두렵긴 하지만, 현재에 더 충실하기로 결론 내린다.

 

  난, 아직 모르겠다. 사귀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꼭 결혼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물론 하면 좋겠지만, 그냥 연애만 하면서 사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고. 지금 하는 일을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도 있고,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음, 어찌되었건 지금 닥친 일을 미루지 말고 착실하게 하다보면 나아질까? 결국 수짱과 비슷한 결론이……. 아니, 그러니까 민간인 사찰은 금지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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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서 좋아 - 도시 속 둥지, 셰어하우스
아베 다마에 & 모하라 나오미 지음, 김윤수 옮김 / 이지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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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도시 속 둥지, 셰어하우스

  저자 - 아베 다마에, 모하라 나오미

 

 

 

 


  셰어하우스. 낯선 용어이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서는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원룸에서 한발 더 나아간 주거 형태라고 한다. 이 책은 일본에서 셰어하우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를 분석하고, 종류는 무엇이 있는지 분류하고, 장점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우선 셰어하우스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어떻게 보면 원룸과 뭐가 다를까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커다란 차이가 있다. 원룸이 한 공간에 방과 부엌, 화장실을 다 갖추고 있어서 무척 좁은 반면에, 셰어하우스는 각 개인이 방을 하나씩 갖고 부엌이나 화장실, 거실을 공동 사용하기에 넓은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난방비나 수도세 같은 것을 분담해서 내고, 청소라든지 요리는 당번을 정해서 돌아가며 하거나 하나씩 전담하는 경우도 있다고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서양 드라마를 보면, 미혼의 주인공들이 친구들과 한 집을 빌려서 같이 사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셰어하우스라는 말을 보자마자 떠오른 것은 미국 드라마 ‘빅뱅 이론 The Big Bang Theory’의 레너드와 쉘든이었다. 그 둘이 사는 것이 셰어 하우스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저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세계에는 여러 형태의 셰어하우스가 있다. 직업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사는 곳도 있고, 오랜 친구끼리 사는 곳도 있다고 한다. 처음 든 생각으로는 대학가 주위나 회사가 밀집한 곳에 많지 않을까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결혼하여 아이가 있는 가정이나 노인들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거주하는 셰어하우스가 있다는 사실을 읽으면서 무척 놀라웠다. 저자도 언급했지만, 도심 속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인터넷 뉴스를 보니, 한국에도 셰어하우스가 느는 추세라는 기사가 눈에 띈다. 하긴 집, 아니 방을 원하는 사람은 많고 주택은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혼자 살면서 모든 공과금이나 식비 등을 감당하기엔 물가가 너무 높다. 그리고 좁은 방에서 혼자 지내는 것보다, 넓은 장소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서 외로움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괜찮은 생각인 것 같다. 혼자 살면서 애완동물마저 외롭게 만들기보다는, 사람들과 접점이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리 저렴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런 단점을 상쇄시켜주는 면이 있으니까.

 


  다른 사람과 같이 산다는 건, 무척이나 불편한 일이다. 생활 리듬이나 사고방식 내지는 생활 패턴이 다른 사람이 만난다면, 헬 게이트가 열리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인터뷰한 사람들은 대화를 중요시한다. ‘넌 왜 이 모양이냐’는 지적질이 아니라, 미리 입주하기 전에 주의할 점에 대해 얘기하고, 살면서도 얘기를 나누어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득 책은 너무 장점만 늘어놓은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단점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부분은 과감히 생략해버렸다. 왜 그럴까 고민해봤다. 그러다 이런 결론을 냈다. 다른 사람과 같이 살면서 생기는 문제는, 개인적인 것들이 많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동안 각자가 살아온 생활 패턴이나 사고방식이 갈등의 원인이 될 것이다. 그건 저자가 가이드라인을 정해줄 수 없는 문제이다. 살아가면서 서로 깨달을 수밖에 없다. 정 안되면 집을 나가는 게 최선의 방법일수도 있다. 단지 저자는 이런 주거 형태도 있다고 소개할 뿐이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고, 무조건 장점만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할 것이다. 피를 나눈 혈육과도 살면서 다툼이 있는데, 하물며 생판 남과 살면서 무조건 100% 평화로울 리는 없다. 다 나와 같은 마음일리도 없고.

 


  요즘같이 주택난이 심각한 시대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주거 형태를 하나 알게 되었다. 나중에 좀 더 나이가 들면, 저런 공동체 성격의 셰어하우스에서 사는 것도 고려해볼만하겠다. 처음에 제목만 보고 로맨스 소설인가라고 착각했던 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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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공부다 - 18시간 공부 몰입의 법칙
강성태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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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18시간 공부 몰입의 법칙

  저자 - 강성태

 

 

 

 

  얼마 전 자주 가는 사이트에 '공부를 못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한 인터넷 강사의 강의 캡쳐가 올라온 적이 있다. 그는 여러분들이 공부를 못하는 이유는 안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부를 안 할 핑계만 대고 안 하고 있기에 못하는 것이라고, 또한 공부를 열심히 한 선배들의 경험담이나 비법을 읽어보기만 하고, 따라하겠다고 마음만 먹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라 딱 잘라 얘기했다. 그 게시글은 상당히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수많은 댓글이 달렸었다.

 

  그 때는 사람 마음에 비수 꽂는 방법을 잘 아는 강사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그런데, 헐? 읽다보니까 이 책의 저자가 바로 저 사람이었다.

 

  책은 자신의 경험담, 시골에서 전학 와 괴롭힘을 당하던 공부 못하는 찌질이 소년이 어떤 결심으로 공부를 하기로 했는지에 대한 얘기로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이 공부했던 방법을 펼쳐놓는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는 '와, 독종이다.'라는 생각이 절로 나왔다. 하루에 18시간 공부라니, 밥 먹는 시간도 아끼려고 반찬을 잘게 잘라서 먹었다니……. 이건 뭐, 공부가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이 정도로 하면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특이하게 저자는 잠을 억지로 줄이지 말라고 얘기한다. 잠을 줄이겠다고 무리하다가 하루의 컨디션을 망치지 말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 맞는 말이다. 잠 줄이겠다고 괜히 늦게 자거나 일찍 일어났다가 오전 시간을 낭비하고, 오후엔 밀려오는 잠 때문에 또 멍하니 보내면 그건 아무 것도 안 하느니 못한 일이다. 물론 그렇다고 평소처럼 8시간 자라는 말은 아닐 거다. 18시간 공부하려면 음, 잠은 최대 6시간 정도? 하지만 옷 입고 세수하고 화장실가고 그런 시간을 빼면…….

 

  그 외에도 저자는 공부할 때 걸리는 여러 가지 상황과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 지, 역시 자신의 경험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의 예를 들어서 얘기하고 있다. 아! 여기서 다른 사람들이란, 공신닷컴이라는 사이트를 같이 만든 동생과 사이트에 가입해 도움을 주는 여러 대학생들을 말한다. 줄여서 ‘공신’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저자가 말한 것들이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서 검증받은 여러 가지 방법들이라는 뜻이다.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라는 마음도 조금 있었고, 이왕 공부하기로 길을 정했으면 후회 없이 해보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도 해봤다.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쓰는 지금은 후자의 마음이 더 크다. 이도저도 아닌 마음가짐으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가 나중에 ‘그 때 좀 열심히 할 걸…….’하고 후회하느니, 지금 당장 힘들더라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게임에 미치고 노는 것에도 미치는 데, 공부에 미치지 못할 이유는 없으니까.

 

  사람마다 다르니 저자처럼 18시간 앉아서 공부하는 건 좀 힘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0시간 아니 5시간이라도 공부할 수 있다면, 나중에 후회는 덜 할 것 같다. 공부하겠다는 친구들에게 강제로라도 읽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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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 Star 6 : Student Book (Paperback + CD-ROM) Super Star 6
A*List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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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인 - A*List

 

 

 

 

  막내조카가 6학년이라 6개월만 지나면 중학생이다. 그동안 학교에서 학원에서 집에서 공부를 시키긴 했는데,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그런 생각은 고모인 나뿐만 아니라 할머니, 아빠 엄마, 심지어 큰아빠 큰엄마 사촌 누나 형까지 다 하고 있는 것 같다. 문득 과보호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방금 들었다. 하지만 반찬 나르며 상차리기와 먹은 밥상 정리하기는 기본에 자기 실내화 빨래하기나 화장실 청소하기로 용돈벌이(...)를 시키는 걸 감안하면, 그리 과보호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곧잘 공부를 따라하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영 허술하기만 한 막내 조카를 걱정하는 마음은 온 식구가 다 갖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집안에서 제일 어린 막내라 모두가 다 아기로만 보는 걸지도 모르겠다.

 

  막내조카에게 제일 걱정스러운 과목을 꼽으라면, 영어는 꼭 들어간다. 듣기, 말하기(대화하기), 읽기(독해), 쓰기가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완성이 되기 때문에 무척이나 어렵게 보이는 모양이다.



 

  이 책은, 뭐가 좋을까 이러 저리 둘러보다가 눈에 들어온 교재이다. 전에 공부했던 리스닝 교재는 어렵지 않아 쉽게 공부했었다. 그런데 어느 단계 이상은 나오지 않아 아쉬웠는데, 이 책의 난이도를 보니 이어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막내조카는 뒤쪽으로 가면서 길어지는 읽기 부분에 약간 질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차근차근하다보니 그리 어렵다는 느낌이 안 들었나보다. 한 페이지 가득한 읽기를, 유창하지는 않지만 읽어 내려가면서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잘한다고 왜 괜히 겁먹고 그랬냐고 하니, 자기가 언제 그랬냐며 묻는다.



 

  책은 모두 8개의 단원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각각의 단원은 4부분으로 구성되어있다. 처음엔 간단한 대화문으로 질문과 대답하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단어와 문장을 이용한 문법을 배우고, 그 다음은 그것을 이용해서 반복학습을 한다. 즉, 질문과 대답을 다양한 패턴으로 익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에서 배운 것을 이용한 이야기를 읽어보고, 총정리 문제를 푼다. 두 단원이 끝날 때마다 한 페이지 분량의 이야기 읽기가 나온다. 막내조카가 책을 넘겨보다가 걱정했던 바로 그 부분이다.

 

  쓰기만 하면 재미가 없을까봐 스티커를 붙이는 부분도 있다. 자기가 이 나이에 스티커붙이는 걸 하게 될 줄 몰랐다고 좋아했다. 유치원 때 해보고 오랜만에 해본다나.



 

  아직 끝까지 다 해보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는 무리 없이 잘 하고 있다. 6학년이라는 이유로 6번째 단계의 책을 골라서 조금 걱정을 했지만, 말하기(대화하기)부분에서 조금 혀가 꼬이는 것 빼고는 그럭저럭 잘해내고 있다. 조금 일찍부터 접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조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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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로버트 멀리건 감독, 그레고리 펙 외 출연 / 피터팬픽쳐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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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o Kill A Mockingbird , 1962

  감독 - 로버트 멀리건

  출연 - 그레고리 펙, 메리 배드햄, 필립 알포드, 존 메그나

 

 

 

 

 

  얼마 전에 읽은 소설 '앵무새 죽이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주연으로는 한때 어머니의 사랑이었던 그레고리 펙이 맡고 있다. 어떻게 저 사람이 어머니의 사랑인줄 알았냐면, 예전에 케이블에서 그가 나오는 영화를 보시면서 "옛날에 저 사람 참 좋아했는데."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은 변하는 법. 최근까지는 배용준이나 소지섭을 좋아하셨다.

 

  영화의 줄거리는 소설과 별로 다르지 않다. 오빠 젬과 방학마다 놀러오는 옆집 꼬마 딜과 함께 선머슴아처럼 동네를 뛰어노는 여섯 살 먹은 여자아이 스카우트가 주인공이다. 두 남매의 아버지는 변호사인데, 백인 여자를 강간했다고 지목된 흑인의 변호를 맡게 된다. 두 남매와 한 친구는 여름 방학을 즐기며, 즉 온갖 소문이 떠도는 옆집 탐방하기라든지 몰래 재판정 구경하기 등등의 여러 활동을 하면서, 어른들의 세계를 엿보게 된다.

 

  이번 작품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낀 것은, 원작이 있는 영화는 반드시 원작을 나중에 봐야한다는 것이었다. 영화는 굵직한 사건들만 다루어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나야했는지 세세한 부분까지는 얘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원작은 어떻게 보면 스카우트의 3년에 걸친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었는데, 영화는 그냥 누명을 쓴 흑인을 돕는 정의로운 백인의 이야기로 그치고 말았다. 그 점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특히 혼신을 다해 변호를 마친 그레고리 펙을 향한 흑인 방청객들의 일동 기립장면은 으음……. 오글거린다는 말을 능가하는 단어를 찾지 못해서 안타깝기만 하다.

 

  인종 차별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듯하지만, 결국 백인 쓰레기를 치우는 백인 용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여기서 흑인은 그냥 부수적인 피해자에 불과했다. 백인 용사가 백인 쓰레기를 처리할 명분을 주는 동기였다. 이건 마치 나쁜 초능력자와 착한 초능력자가 싸우면, 일반인이 옆에서 구경하다가 날벼락을 맞는 것 같은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착한 초능력자가 위기에 처했을 때 그를 도울 수 있는 건, 같은 초능력자이지 지나가던 일반인이 아니었다. 스카우트와 젬이 공격을 받았을 때 둘을 구한 것이 은둔자 내지는 히키코모리로 살아가던 옆집의 부였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흑인은 백인에게 도움을 받아야하는 존재이지, 감히 백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는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영화를 보면서는 왜 그런 걸까? 음, 역시 그레고리 펙을 너무 부각시켜서가 아닐까하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역시 재판정에서 그를 향한 흑인들의 단체 기립은 무리수였던 것 같다.

 

  스카우트네 집안을 향한 주위 사람들의 멸시, 그러니까 백인 여자를 강간한 못된 흑인을 변호한다는 이유로 친척에게서도 모욕을 받는 과정이 빠졌기 때문이 어딘지 모르게 영화는 싱거웠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젬과 스카우트는 같은 사람을 피부색 때문에 차별하는 것에 의문을 품고 옳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게 빠졌기에 두 꼬마의 내적 성장 과정이 생략되었다.

 

  차라리 백인 쓰레기와 백인 용사의 대결을 부각시키려면, 아이들의 성장을 그렇게 생략할 거였으면, 백인 쓰레기의 나쁜 짓을 더 두드러지게 보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건 원작을 너무 파괴하는 것이라 부담스러웠을까?

 

  원작을 읽지 않고 영화를 받으면 나름 감동을 받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원작을 읽은 뒤라 트집 잡을 부분만 눈에 들어왔다. 아쉽다.

 

  부 역할을 맡은 배우가 로버트 듀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왜 젬과 스카우트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이름을 부르는 걸까? 홍길동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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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 2015-07-31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지를 이름으로 부르는건 한국식 정서에는 맞지 않지만, 미국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이들을 각각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하려는 애티커스의 교육철학을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영화는 아직 못 봤는데, 보고 싶네요 ㅎㅎ

바다별 2015-07-31 23:46   좋아요 0 | URL
영화는 시간적 제한때문인지 몰라도 많은 부분을 삭제했어요. 그래도 볼만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