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에 관한 50가지 궁금증 - 속옷에 감춰진 몸의 역사, 역사의 베일을 벗겨 보자 지식톡 시리즈 3
타냐 로이드 카이 지음, 김미진 옮김, 로스 키네어드 그림, 배수정 감수 / 톡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원제 - 50 Underwear Questions: A Bare-all History, 2011

  부제 - 속옷에 감춰진 몸의 역사, 역사의 베일을 벗겨 보자

  저자 - 타냐 로이드 카이

  그림 - 로스 키네어드

 

 

 

 

 

  원시 시대부터 현재까지, 속옷이 어떻게 왜 발달해왔고 그 결과 사람들의 인식이라든지 문화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다루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각한 역사적 고찰이나 철학적 사회적 현상에 대해 심각하게 다루고 있는 건 아니다. 어린 친구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짧고 간결하면서 쉽고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런 점은 소제목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3장의 '감옥 같은 속옷'이라는 소제목을 보면, 그 당시 속옷이 사람들을 억압했는지 알 수 있었다. 뒤를 이은 4장의 소제목은 '끈을 풀다'이다. 사람들이 그 전시대에 유행했던 갑갑한 속옷을 벗고 편한 옷을 입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내가 봐도 신기한 이야기가 많으니, 어린 조카가 보기에는 얼마나 신기했을까? 요즘은 예전처럼 책을 읽다가 '고모 그거 알아?'라는 질문을 잘 던지지 않는다. 하지만 혼자서 '헐'하면서 읽는 모습을 보니 책이 신기하고 재미있나보다.

 

  옛날 사람들은 허리감개라는 것을 입었는데, 겉옷으로 사용했다는 부분에서 '슈퍼맨'이 떠올랐다. 아, 그래서 팬티를 겉으로……. 게다가 옛날에는 날이 추울 때만 숄이나 판초를 걸쳤다는 대목에서 왜 그가 망토를 두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슈퍼맨은 역사를 공부한 히어로였나 보다. 중세에는 사과의 표시로 옷을 벗고 속옷만 입었고, 그 때문에 속옷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것이 부끄러움의 상징이 되었다는 페이지에서는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옷을 다 갖춰 입고 다니는 게 얼마나 힘든데……. 그렇다면 요즘 젊은 친구들의 노출이 심한 옷차림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열망을 표출한 것일까? 아이돌 기획자들도 공부를 많이 하나보다. 속옷의 발전을 다룬 부분에서 제일 기대를 하는 것은 일본의 한 회사가 발표한 '속옷의 나노 섬유가 마찰을 통해 지방을 태워 살을 빠지게 해준다,'는 내용이다. 제발 실용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꼭! 반드시! 기필코! 필연적으로!



 

  속옷이라는 한정된 소재로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었다. 게다가 더 나아가 역사에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여지도 있었다. 미라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서 이집트에 관련된 책을 뒤져볼 수도 있고, 교황과 황제의 싸움이라든지 헨리 8세에 관한 내용을 알고 싶어서 다양한 자료를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내 조카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고모는 어디서 이런 신기한 책을 알았냐고 물어본 것으로 봐서 재미는 있었나 보다. 고모랑 할머니도 재미있었는데.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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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Insidious: Chapter 3, 2015

  감독 - 리 워넬

  출연 - 스테파니 스콧, 더모트 멀로니, 린 샤예, 앵거스 샘슨

 

 

 

 

  죽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퀸은 영매사 앨리스를 찾아가 엄마를 불러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녀는 누군가 주위에 맴도는 기분이 든다며, 그것이 엄마인지 알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날 이후, 퀸에게는 이상한 일이 자꾸 일어난다. 뭔가가 그녀를 지켜보는 것도 모자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 엄마가 나한테 이럴 리 없어! 퀸은 공포에 질린다. 한편 앨리스 역시 퀸이 이상한 곳에 있는 꿈을 꾸고 그녀가 위험에 빠졌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과연 퀸을 노리는 존재의 정체는 무엇인가? 앨리스는 자신을 죽이려는 악령의 방해를 뚫고 퀸을 구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애인님을 만나서 본 영화인데, 하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 ‘제임스 완’ 이라든지 ‘컨저링’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작품은 당분간 피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패턴이 익숙해져서인지 ‘대충 여기서 하나 나오겠고, 이쯤에서 비명한번 질러 주겠네.’라는 짐작이 가능했다.

 

  거기에 매번 비슷한 결론이자 교훈인 가족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귀한 것이라는 마무리까지 아주 식상하다. 아! 가족애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작품이 저런 교훈을 주고 있는 걸 보자니, 마치 정부 부처에서 만든 홍보 영화 같았다. 그러고 보니 십대가 나오는 공포 영화는 잘 해결해가는 것 같지만, 막판에 반전을 남기고 끝이 난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어른들이 개입하면서 그 사건은 끝이 난다. 다만 다른 사건이 이어져서 그렇지……. 그러니까 어려운 일이 있으면 꼬꼬마들끼리 해결한답시고 나서지 말고,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거기에 죽은 존재보다 살아있는 사람이 더 강하다는 말도 포함하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더 낫다는 의미로 보면 되는 걸까?

 

  영화는 중간중간 소소하게 깜짝 놀라게 하는 장치를 갖추고 있지만, 그리 오싹하지 않았다. 사실 예고편이 더 무서웠다. 그 말은 예고편이 다라는 것과 비슷하다. 퀸이 폭주하는 부분이 그리 길지 않아서 아쉬웠다.

 

  어둠 속에서 밖으로 나가고 싶은, 살아있는 인간의 몸을 차지해서 빛이 있는 세상으로 나오고 싶어 하는 악령들. 가족 중의 한 명을 목표물로 삼고 공격하는 악령과 이를 물리치기 위해 똘똘 뭉친 가족과 그들을 돕는 영매사를 비롯한 영능력자들. 이런 설정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영화 ‘폴터가이스트 Poltergeist, 1982’이다. 영화는 거기에 여러 괴담을 잘 엮어놓았다. 윗집에서 쿵쾅거려 찾아갔더니 아무도 안사는 곳이라거나 수호령에 관한 이야기, 벽을 타고 다니는 괴생명체, 친구인줄 알았는데 친구는 다른 곳에 있었다는 등등. 폴터가이스트에 제임스 완 특유의 스타일을 접목시킨 것 같다.

 

  퀸이 잘못한 것이라면 엄마를 그리워하다 못해 주문을 외운 것뿐인데, 대가가 너무 컸다. 교통사고로 두 다리에 기브스를 한 것도 모자라서, 악령이 그녀를 들었다 놨다 던져버리면서 목도 기브스하게 만들고, 부러진 다리 또 부러뜨리고……. 상대를 움직일 수 없게 만들어놓고 천천히 괴롭히는, 아주 악질 악령이었다. 살아있었다면 집단 괴롭힘 주동자거나 고문 기술자였을 것 같다.

 

  사실 처음에 3편이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1편인가 2편에서 영매사가 한 소녀를 만나고 깜짝 놀라면서 끝이 난다. 그래서 그 소녀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 상상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시리즈의 프리퀄답게 1,2편과 관련되는 부분이 조금씩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면 앨리스를 죽이려는 악령은 1, 2편에서 달튼의 육체을 원했던 그 귀신이었고, 달튼의 아버지인 조쉬에 관한 언급도 지나간다. 영매사인 앨리스를 중심으로 이야기들을 연결시키고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좀 허무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여름에 보기에 좀 더운 작품이었다. 하지만 알고 있다. 내년에 나오면 또 볼 것이라는 것을. 파블로프의 개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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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The Hills Have Eyes (힐즈 아이즈) (2006)(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20th Century Fox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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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Hills Have Eyes , 2006

  감독 - 알렉산드르 아야

  출연 - 아론 스탠포드, 캐슬린 퀸랜, 비네사 쇼, 에밀리 드 라빈

 

 

 

 

 

  웨스 크레이븐이 1977년에 만들었던 것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영화 ‘혼스 Horns, 2013’을 만든 아야 감독의 예전 작품이다.

 

  영화의 오프닝은 인상적이다. 평화로운 노래를 배경으로 여러 핵폭발 장면이 이어진다. 거기에 그 영향으로 기형으로 태어난 사람들의 사진이 보인다. 그 실험이 일어났던 사막 지역이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이다. 사막에 놀러온 게 아닌, 단지 길을 잘못 들어 그곳을 지나가던 한 가족이 있다. 자동차 고장으로 멈춰선 그들은 보기에도 끔찍한 외모를 가진 존재들의 습격을 받는다. 한 명씩 집중적으로 사냥하는 존재들의 공격에 가족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는데…….

 

  아, 무척이나 잔혹하게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특히 이놈들은 제일 먼저 남자들을 공격하고 여자들은 남겨둔다. 왜냐하면 사막에서 그 존재들이 먹고 살만한 것이라고는……. 그리고 후손을 이은 방법은……. 그 때문일까? 살아남은 사람들의 반격을 무력화시키려는 듯이 한 명을 죽이더라도 꼼꼼하고 잔인하게 죽인다.

 

  누군가 가족들을 보고 있는데, 그들은 그런 것도 모르고 먹고 말다툼하고 잠이 든다. 무척 조마조마했다. 그들의 공격이 얼마나 계획적이고 은밀한지, 놈들은 아버지를 공터에서 불태워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동시에 캠핑카 안에서 딸들을 강간한다. 그 장면은 참으로 역겹고 끔찍했다. 이놈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외딴 집에서 시체를 모아놓고 부위별로 정리를 하는 설정은 다른 영화에서도 흔히 나오는 것이다. 아마 ‘텍사스 전기톱 학살 The Texas Chain Saw Massacre, 1974’ 이후 널리 퍼진 모양이다. 그래도 그런 종류의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런 존재들이 생겨난 배경일 것이다. 다른 영화들은 대개 가문 내력이 그런 정신병이나 광기 내지는 범죄 기질이 있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그런 존재들이 생겨나고 외떨어져 살아야하는 이유는 바로 핵실험의 결과였다.

 

  영화는 대놓고 과거에 무분별하게 이루어졌던 미국의 핵실험을 비판하고 있었다. 보아라, 너희들이 행했던 실험의 결과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태어났는지 확인해봐라. 숨기려고 했겠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비밀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잔인성이 더 많이 부각되어 핵실험의 부작용이 기억에서 사라진다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은 누군가 이 상황을 다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며 끝난다. 누구였을까? 그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가끔 놈들에게 습격당해 식재료를 제공하는 군인? 아니면 비밀 기관? 뒷맛이 참 개운치 않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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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북 ThanksBook Vol.10 - 좋은 책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매거진
땡스기브 엮음 / 땡스기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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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부제 - 좋은 책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매거진

  엮은이 - 땡스기브

 

 

 

 

  여름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땡스북도 여름에 걸맞은 소재를 다루고 있었다. 방학을 맞이하여 가볼만한 장소 소개라든지 '물‘에 관련된 서적들이 눈에 띈다.

 

  우선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문학 답사’라는 책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문화 답사라고 잘못 읽어서 ‘문화 유적지 소개인가?’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문학 답사다. 전국에 위치한 문학가들의 발자취를 찾아가 볼 수 있는 자료였다. 좋아하는 한국 문학가가 있는 아이들이라면 무척 신기해하고 반길 것 같았다. 모르는 문학가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할 테고 말이다.

 

  다음 소재인 ‘물’도 신선했다. 물의 역사에서부터 물에 얽힌 신기한 이야기들, 현재 물과 관련된 문제들 그리고 물이 소재인 소설들까지. 사용법이 다양하고 응용이 다양한 물처럼 관련 도서도 많았다.

 

  이기적인 부모에 대한 이야기는 마음이 아팠다. 부모는 아니지만, 이기적인 어른이 되어 아이들을 대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말로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 하지만, 실상은 어른들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 그러는 게 아닐까하는 의문도 생겼다.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상임대표의 인터뷰에서도 또 다른 고민거리를 내놓았다. 아이들도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인식하는데 사회에서 요구하는 가치는 그게 아니니까 속으로 답답한 거예요.(p.23) 그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느끼는 답답함이다.

 

  책은 얇았지만, 이래저래 난제를 잔뜩 던져주었다.

 

  아! 새로운 용어를 배웠다. ‘수동적 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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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아 더 나이트
데니스 간젤 감독, 카롤리네 헤어퍼스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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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We Are the Night, Wir Sind Die Nacht,2010

  감독 - 데니스 간젤

  출연 - 카롤리네 헤어퍼스, 니나 호스, 제니퍼 울리히, 안나 피셔

 

 

 

 

 

  뱀파이어물이다! 게다가 포스터에는 매력적인 세 명의 여자가 야시시한 옷을 입고 당당한 자세로 정면을 보고 있다. 그들 밑에는 한 남자가 목을 드러내고 누워있었다. 원래 뱀파이어가 나오는 영화는 약간 에로틱한 분위기가 있으니까, 어쩐지 기대가 되었다.

 

  영화의 오프닝은 오래된 명화와 사진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그 모든 그림과 사진 속에 똑같은 얼굴을 한 여인이 들어있는 것이다. 화면이 바뀌어 현재. 도둑질로 살아가던 레나는 어느 클럽에서 우연히 루이즈를 만나고, 그녀에게 물린다. 집으로 돌아와서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게 된 레나는 루이즈를 찾아가고,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된다. 루이즈, 샤롯, 그리고 노라는 바로 뱀파이어였다. 그들과 함께 지내게 되면서,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되듯이 숨겨왔던 미를 뽐내는 노라. 지금까지 꿈도 꿀 수 없었던 향락에 빠져 살아간다. 하지만 계속되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의 포위망이 그들을 향해오고, 안전했던 삶에 균열이 생기는데…….

 

  영화는 내 기대와 많이 달랐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뱀파이어 영화와는 달리, 사람들에게 공포를 자아내면서 습격하는 장면이나, 에로틱하게 사람을 유혹해 목을 무는 장면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레나의 혼란과 루이즈의 집착, 노라의 어린아이 같은 무분별함 그리고 샤롯의 우울한 시니컬만이 보였다. 다들 과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느낌이었다.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더 자유분방하게 행동하고,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계속 머물러 있었다.

 

  왜 루이즈가 그렇게 레나에게 집착하는지 이유는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그냥 그녀가 오랫동안 누군가를 찾고 있었고, 그 기준에 레나가 맞아떨어졌다는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흐음, 오랫동안 찾아 헤맨 사람이었기에 무조건적으로 베풀고 배려하고 모든 것을 다 받아주었던 걸까? 그 때문에 자신과 친구들이 죽을 위기에 처해도?

 

  아무리 약을 하거나 먹고 마시고 섹스를 해도, 그들은 살이 찌지도 않고 중독되지도 취하지도 임신하지 않는다. 살이 안 찐다니! 갑자기 부러워졌다. 아, 어쩌면 이 영화에서의 뱀파이어는 여자들이 부러워하는 것을 갖고 있는 존재로 표현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세계에서 남자 뱀파이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너무나 멍청하고 시끄러워서 멸종하거나 살해당했다고 했다. 그래서 여자들에게만 뱀파이어가 되는 기회가 주어진다. 오직 여자들만이 그 자유와 특권을 누리는 것이다. 다만 낮에 돌아다닐 수 없다는 것만 빼고 말이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축복이자 기적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저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샤롯에게는 저주였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자신의 딸을 그리워한 나머지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으니까. 루이즈는 뱀파이어로 변하는 과정을 기적이라고 말한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미운 오리가 백조가 되듯이, 레나의 변신은 놀라웠다. 기적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 물론 분장의 힘이겠지만. 천덕꾸러기로 재를 뒤집어쓰고 있던 어린 소녀가 무도회에서 제일 아름다운 공주로 재탄생하는 것 같았다. 영화에서도 그런 비슷한 암시를 한다. 처음으로 드레스를 차려입은 레나가 말한다. '신발이 없어요.'

 

  루이즈가 레나에게 보여준 세계를 왕자의 무도회라고 한다면, 영화는 12시를 향해 달려간다. 파티의 끝이자 다시 재투성이로 돌아와야 할 시간. 그러면 왕자는 누구일까?

 

  신데렐라 영화치고는 꽤나 우울한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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