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워커 랜치
스티브 버그 외 감독, 스티브 버그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제 - Skinwalker Ranch , 2013

  감독 - 데빈 맥긴

  출연 - 테일러 베이트먼, 스티브 버그, 에린 카힐, 카일 데이비스

 

 

 

 

 

 

  스킨워커 랜치라는 곳이 있다. 말로는 엄청 넓은 농장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곳을 산 한 가족에게 엄청난 일이 닥친다. 어린 아들 코디가 엄마아빠의 눈앞에서 빛과 함께 사라진 것! 사람들은 아빠가 아들을 어떻게 하고 거짓말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한다. 홈비디오를 통해 아이가 사라지는 장면까지 있지만, 조작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근처에서 소들이 불가사의한 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 기이한 일들이 끊이지 않자, 그것을 조사하기 위해 사람들이 도착한다. 각종 첨단기기로 무장한 그들. 집과 농장, 헛간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나 지켜본다. 처음에는 별 일 없었지만,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박쥐들이 떼로 죽고, 급기야 사라졌던 코디의 형체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리고 우연히 길에서 만난 한 소녀를 보호하던 중, 그들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데…….

 

  스킨워커라는 것은 미국 원주민 전설에 나오는 괴물이라고 한다. 동물들을 죽이고 사람을 납치해간다고 한다. 이 영화는 그런 전설에 외계인에 의한 것이라 믿는 가축 도살 사건과 외계인이 그려졌다고 믿는 동굴 벽화 이야기, 미스터리 서클, UFO에서 나오는 빛이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체불명의 불빛 등등의 이야기를 골고루 섞어서 만들었다.

 

  그 말은 미스터리적인 면이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진짜로 있었던, 하지만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사건들을 모아서 보여주기 때문에 과연 진짜인가 아닌가 의심을 하게 된다. 엔딩 크래딧과 함께 나오는 신문 기사들은, 진짜 그 농장에서 영화에서 다루었던 사건들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게다가 배우들의 연기를 최소화하고 영상만 보여주는 페이크 다큐 형식이니, '설마?'하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넘어가면 ㅂ…….

 

  위에서도 말했지만, 영화는 확실히 미스터리적인 면이 강했다. 뭐하나 확실히 말해주기보다는 설치된 CCTV에 녹화된 영상으로 모든 것을 생각하게 했다. 각자 알아서 보고 생각하고 믿든지 말든지 하라는 제작진의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설정을 담아서인지, 아니면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제작진의 압박감 내지 책임감 때문인지 영화의 후반부는 좀 황당했다. 대놓고 보여주는 감독의 연출에 '헐'하고 놀랄 뿐이었다. 전설의 괴물과 외계인을 연관시키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굳이 모습을 그렇게 보여줘야만 했을까?

 

  아니, 그걸 그렇게 적나라하게 보여주면 어뜩하냐고요.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아야 추측하고 설레면서 '있을지도 몰라'라며 부푼 꿈을 안고 지낼 수가 있잖아요! 그런데 내 꿈을 산산조각 내다니! 내가 상상하는 외계인짱이나 정체불명 괴물짱은 그렇게 생기지 않았다고! 으앙!

 

  아! 페이크 다큐 형식이라 지루해할 수도 있다. 조사하러 온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자기 얘기하고, 다른 사람이 뭐하나 찍어놓은 거 돌려보고, 가끔 녹화 상태가 안 좋은지 화면이 지지직거리기도 하고. 후반부에 막 몰아치긴 하지만, 그 전까지는 간간히 사건이 일어나는 것 빼고는 좀 잔잔했다.

 

  잔인하게 누군가 죽어나가는 장면은 없었다. 그런 영상을 기대하고 보면 엄청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외계인에 관련된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괜찮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은 날은 전부 휴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원제 - 殘り全部バケ-ション, 2012

  작가 - 이사카 고타로

 

 

 

 

  이름은 몇 번 본 작가이다. 영화 원작인 소설도 있었고, 호기심을 끄는 제목인 책도 있었다. 하지만 ‘내 인생에 더 이상의 일본 작가는 그만’이라는 엉뚱한 생각 탓에 책을 들춰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언제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반전의 묘미가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 인생에 일본 작가 한 명 더’라고 생각이 바뀔 거라고 어떻게 상상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총 다섯 편의 중편이 실려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이 각각 연결이 되어있으니까, 연작 소설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첫 번째 이야기인 『남은 날은 전부 휴가』에서는 주요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부스지마’라는 암흑계의 거물 밑에서 일하는 ‘미조구치’와 ‘오카다’. 주로 남을 등쳐먹거나 협박해서 돈이나 다른 재산을 빼앗는 일을 한다. 그런 일에 염증을 느낀 오카다는 부스지마에게서 벗어나고자 한다. 랜덤으로 메일을 보내 친구하자는 말에 답이 오면 눈감아주겠다는 미조구치의 제안에 문자를 보낸 오카다. 뜻밖에도 부모의 이혼과 딸의 기숙사 생활로 해체하기 직전의 가족에게서 답이 온다. 오카다는 세 식구와 드라이브 여행을 떠나는데…….

 

 

  『성가신 어른의 오지랖』은 미조구치와 오카다가 헤어지기 전의 일을 그리고 있다. 부스지마의 명으로 협박질을 하던 둘의 눈에 아버지에게서 학대를 당하고 있는 어린 소년이 들어온다. 오카다는 소년을 구하기로 마음먹고 곤도라는 사람을 끌어들여 기상천외한 작전을 펼친다.

 

 

  『불길한 횡재』는 오카다가 부스지마에 의해 제거된 이후, 미조구치와 새 파트너 오타가 맞닥뜨린 황당한 사건을 그리고 있다. 의뢰를 받은 목표물인 여자를 납치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의원 습격 사건으로 교통이 통제되고 검문을 받게 된다. 그런데 어럽쇼? 검문을 끝내고 현장을 벗어나 트렁크를 여니, 돈다발이 들어있는 게 아닌가? 언제 누가 왜 돈을 여기에 넣은 걸까? 납치된 인질까지 가세해 진상을 추리하는 세 사람. 뜻밖에도 사건은 의원 습격 사건과 불륜 치정 사건에까지 연결이 되는데…….

 

 

  『작은 병정들의 비밀 작전』은 첫 번째 이야기에서 오카다가 흘리듯이 했던 말, ‘친구 아버지가 스파이였다.’는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다. 아버지를 스파이로 알았던, 오카다의 초등학교 친구였던 한 영화감독의 인터뷰 겸 회상이다. 여기서 오카다가 뜻밖에도 남을 잘 배려하지만 표현이 서툰 소년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날아가면 8분, 걸어가면 10분』은 교통사고 사기를 벌이다가 진짜로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 미조구치. 그런데 뜻밖에 그곳에 부스지마도 사고를 당해 입원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부스지마를 죽이려고 노리는 사람이 있다는 첩보가 입수된다. 새로 미조구치의 파트너가 된 다카다는 부스지마의 심복으로 똑똑하다는 평을 듣는다. 다카다는 누가 왜 부스지마를 노리는지, 어떻게 그를 죽이려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한다. 마침내 범인을 알아낸 다카다. 하지만 거기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었는데…….

 

 

  등장하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다 개성적이었다. 두목인 부스지마는 냉정하지만 카리스마가 철철 넘쳤고, 세 번째 이야기에서 납치당한 여자는 엉뚱하면서도 이성적이었다. 첫 번째 이야기의 세 가족의 엄마는 속을 알 수 없지만 자상했고, 딸인 사키는 어리지만 영특하고 눈치가 빨랐다. 그런 개성들이 글에 생동감과 긴장감을 주고 동시에 집중하게 했다. 부스지마가 나오는 부분은 조마조마하기까지 했다. 글만으로도 위압감이 느껴지는데, 으…….

 

  사람들을 협박하고 사기치고 온갖 나쁜 짓을 벌이지만, 결국 미조구치도 사람이었다. 정이 있고 다정다감하고 책임감도 있고. 처음에는 자신에게 그런 감정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나중에 깨닫게 된다. 어쩌면 그 시작은 오카다에 대한 죄책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겉으로 보기에는 미조구치가 이 책의 주인공이지만, 숨겨진 주인공은 오카다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이야기마다 그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는다.

 

  마지막장까지 읽은 다음에야 제목의 의미를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휴가처럼 유유자적하게 지내라는 게 아니었다. 평소에 하고 싶지만 못했던 일들을 휴가 때 하는 것처럼,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일을 하라는 의미였다. 그래야 나중에 후회 없는 삶을 살 테니까 말이다.

 

  처음에 모든 이야기마다 다른 ‘나’라는 화자가 등장해서 누가 누군지 알아차리는데 조금 혼란스러웠다. 대개 이야기들은 주인공이 ‘나’라고 이야기를 서술하는데 비해, 이 책은 각각의 이야기마다 화자가 달랐다. 특히 첫 번째 이야기는 사키와 오카다의 시점으로 왔다 갔다 해서, 누가 말하는 것인지 파악하느라 좀 힘들었다. 그래서 읽은 부분을 재차 넘겨보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생각을 정리해야했다. 물론 익숙해지면 그 다음부터는 방해받지 않고 진도가 술술 나갔다.

 

  책은 인물과 이야기만 톡톡 튀는 게 아니라, 대사마저 상큼하면서 취향저격이었다.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꽤 있었다.

 

  “과거만 돌아보고 있어봐야 의미 없어요. 차만 해도, 계속 백미러만 보고 있으면 위험하잖아요. 사고가 난다고요. 진행방향을 똑바로 보고 운전해야지. 지나온 길은 이따금 확인해보는 정도가 딱 좋아요.”-p.40

 

  “멋대로 좋아하는 녀석들은 반대로 멋대로 화내고 멋대로 미워하기 마련이니까.”-p.179

 

  “그보다는 걸어서 집까지 찾아온 남자가 ‘네가 좋아!’하고 직접 말하는 편이 감동적일 텐데.”

  “상대에 따라 달라요, 분명.”나는 대답한다. 요즘 시대에 남자가 느닷없이 집까지 찾아오는 것은 감동보다 공포다.-p.2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he Beatles - 1 (One)
비틀즈(The Beatles) 노래 / 이엠아이(EMI) / 2000년 11월
평점 :
품절


  가수 - The Beatles

 

 

 

 

 

  머라이어 캐리 앨범을 듣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그녀 말고도 1위한 노래로만 앨범을 만든 사람이 또 있지 않나? 아하! 엘비스 프레슬리와 그룹 비틀즈! 머라이어도 해낸 일을 그 둘이 하지 못했을 리가 없지.

 

  생각난 김에 먼지가 쌓인 CD들을 뒤집기 시작했다. 어디에 뒀더라? 그런데 CD를 뒤지다보니 ‘내가 이런 것도 샀었나?’하는 의문이 드는 앨범들이 몇 개 발견되었다. 비닐 포장도 뜯지 않은 Creed 앨범에서부터 Michael Bolton, Queen에다가 Suede까지. 게다가 클래식 소품 앨범에 재즈 컴필레이션 앨범 시리즈도 발견되었다. 헐, 뒤편에 수줍게 꽂혀있는 찬송 앨범은 또 뭐람? 도대체 어린 시절의 나는 어떤 취향의 아이였던 걸까? 문득 내 자신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책을 펴들고 틀어놓은 비틀즈의 앨범은 좋았다. ‘좋다’라는 단어 외에 다른 말을 쓰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한다. 좋으니까. 좋아하니까 앨범을 구입했을 것이고 버리지 않고 고이 모셔두지 않았을까? 비록 가끔 먼지를 털어주고 있지만…….

 

  총 27개의 노래가 수록되어있다. 대개 들어보면 제목은 잘 몰라도, ‘아! 들어봤어.’하면서 고개를 끄덕일 노래가 많다. 요즘 노래도 좋지만, 이들이 활동했던 시절의 스타일도 괜찮다. 시작부터 흥겨운 ‘SHE LOVES YOU’나 ‘CAN'T BUY ME LOVE’는 언제 들어도 신이 난다. 그렇게 초반에 ‘이래도 흥이 안 나?’라는 흐름이 지나가면, 조금 분위기가 바뀌면서 ‘YESTERDAY’나 ‘ELEANOR RIGBY’가 그 때까지 들떴던 마음을 진정시킨다. 그리고 마무리로 ‘LET IT BE’와 ‘THE LONG AND WINDING ROAD’. 마치 본 운동을 마치고 숨쉬기 운동을 하는 것 같다.

 

  기계음이 거의 섞이지 않은, 기타와 키보드 그리고 드럼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형식의 연주가 색다른 맛을 준다. 그러니까 가끔 생각나는, 달걀을 묻혀 부친 분홍 소시지와 볶은 김치로 싼 도시락이라고 할까?

 

  처음 노래부터 마지막 노래까지 질리지 않고 들을 수 있는 앨범이다. 비슷한 분위기인 것 같으면서 다른 느낌을 주고, 노래 가사도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한마디로 골라 듣는 재미가 있다는 뜻.

 

  내일은 분홍 소시지를 사다가 달걀을 묻혀 부쳐 먹어야겠다. 후훗. 어째 리뷰가 기승전 분홍 소시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스
알렉상드르 아야 감독, 다니엘 래드클리프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원제 - Horns, 2013

  감독 - 알렉산드르 아야

  출연 - 다니엘 래드클리프, 주노 템플, 헤더 그레이엄, 사브리나 카펜터

 

 

 

 

 

  연인 메린의 살해혐의로 체포되었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이그. 마을로 돌아왔지만, 가족을 비롯한 사람들 모두가 그를 살인자로 확신한다. 좌절과 절망감, 연인을 잃은 슬픔에 빠져 살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머리에 두 개의 뿔이 솟아났다. 게다가 그를 본 사람들은 뿔에 대해 아무런 이상한 생각도 하지 않고, 마음 속 깊이 감췄던 욕망과 비밀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마치 뿔에 대고 고해성사라도 하듯이 말이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그는 자신의 뿔을 이용해 메린을 죽인 범인을 찾아내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그는 가족을 비롯한 친구들, 그리고 어릴 적부터 알아왔던 사람들의 추악한 본성을 알게 되는데…….

 

  예전에 신간 목록을 보다가 '뿔 Horns'라는 책을 보았다. 소개가 꽤나 흥미 있어 보였는데, 작가에 대한 것을 읽고는 좀 망설였다. 나와 애인님은 스티븐 킹을 무척 좋아한다. 달리 말하면 우린 킹느님의 빠커플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작가들도 좋아하지만, 킹느님은 우리가 서로를 알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뿔'이라는 책을 쓴 조 힐이라는 작가가 그 킹느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는, 망설였다. 게다가 사진을 보니 이건 완전 킹느님의 판박이! 아빠의 후광을 받지 않으려고 이름도 바꿨다지만, 어쩐지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그런데 헐? 영화를 보면서 '어머, 이 원작 소설은 꼭 읽어야 해!'라는 결심을 했다. 원작이 있는 영화는 대개 소설의 재미를 100%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한다. 그러니까 영화의 스토리텔링이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원작은 몇 배 더 재미있다고 봐도 된다는 말이다.

 

  영화는 괜찮았다.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해리 포터 시리즈'를 끝내고 찍은 영화중에 제일 괜찮았다. 해리 포터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이그'라는 인물에 잘 어울렸다. 연인을 잃은 슬픔, 사람들의 비밀을 알아갈수록 길어지는 뿔과 비례해 차오르는 세상에 대한 분노와 조롱 같은 것이 잘 드러났다.

 

  그리고 누구나 한 가지씩 숨기고 있는 욕망이 가감 없이 드러내는 사람들의 변신도 볼만했다. 사근사근하던 종업원의 황당한 욕구불만, 평범한 중년 남성의 변태가학적인 성적 욕구, 언제나 자상한 엄마의 독설, 심지어 평화를 말하던 성직자의 마음속에 들어있던 잔인함의 표출까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 말이 떠올랐다. 그래, 옛 말 중에 그른 게 하나도 없다니까.

 

  후반부에 보인 이그의 변신은 좀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잘 흘러왔던 물줄기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역주행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뒤이은 또다른 변신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메린은 구원이자 신의 은총이었지만, 그녀를 죽인 범인을 잡기 위해 이그가 악마와 손을 잡았다는 걸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것 같았다. 그 부분을 보면서 꼭 원작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부분을 어떻게 표현을 했는지, 영화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착각 내지는 오해가 얼마나 무서운지 다시금 알 수 있는 영화였다.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말이 납득이 갔다. 거기다 인간은 자기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만 생각한다는 것도 덧붙여야겠다.

 

  엔딩 크래딧이라고 해야 하나? 영화의 마지막에 출연진과 스태프 이름이 뱀을 연상시키는 서체로 나오는데 멋졌다. 영화 내내 뱀이 등장했는데, 마지막까지 뱀이 장식한다. 뱀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영화에서는 꽤 멋졌다.

 

  조만간 원작 소설을 꼭 읽어야겠다.

 

 

  아! 후반부에 가서는 좀 잔인한 장면이 나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몬스터즈
나카다 히데오 감독, 이시하라 사토미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영제 - MONSTERZ , 2014

  감독 - 나카타 히데오

  출연 - 후지와라 타츠야 , 야마다 타카유키 , 이시하라 사토미 , 타구치 토모로오

 

 

 

 

 

  영화 ‘링 リング, 1998’의 감독.

  병맛 드라마 ‘용사 요시히코 勇者ヨシヒコと魔王の城’ 시리즈의 요시히코.

  영화 ‘데스 노트 デスノート,2006’의 키라.

드라마 ‘퍼즐 パズル Puzzle,2008’과 ‘잠자는 숲 眠りの森, 2014’의 이시하라 사토미.

  게다가 원작은 한국 영화 ‘초능력자’.

 

  이렇게만 보면 이 영화, 엄청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감독의 최근작들은 예전만 못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고, 요시히코 역을 맡은 배우 야마다 타카유키는 내 기억에 찌질함의 대명사로 남아있었고, 키라 역을 맡았던 후지와라 타츠야 역시 별로였다는 것을 떠올리니, 어쩐지 기대가 팍 줄어들었다.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은 원작인 한국 영화와 비슷하게 흘러갔다. 눈으로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아버지를 죽게 하고 어머니에게 살해당할 뻔했던 타츠야. 유일하게 타츠야의 능력에 영향을 받지 않고 어떤 사고를 당해도 죽지 않는 몸을 가진 다카유키. 그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서 서로를 죽이려는 싸움을 벌인다. 그런데 두 사람의 사이에 경찰 특수팀이 끼어들면서 사건은 복잡해지는데…….

 

  다른 점을 짚어보자. 우선 한국 원작은 쪼잔하게 전당포만 터는데, 일본 영화에서는 은행을 턴다. 그것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다른 사람을 조종해 돈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다. 스케일이 커졌다. 그래서 아마 경찰의 주목을 끌었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사장의 죽음에 얽힌 비밀이 더 복잡해지고, 어떤 의미로는 잔인해졌다. 원작에서는 사장을 조종해서 자살하도록 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딸을 이용해 아버지를 죽이도록 한다. 그 때문에 다카유키가 아무에게도 진상을 털어놓지 못하고 직접 나서는 계기가 되었다. 자신에게 처음으로 따뜻하게 대해주었던 여자였으니 연정을 품은 것은 당연한 것. 그리고 이시하라 사토미가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외모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원작에서 오지랖이라 보이기도 했던 주인공의 행동이 짝사랑하는 여자를 위한 행동이자, 막지 못한 자책에서 비롯된 책임감으로 여길 수도 있었다.

 

  음, 그리고 원작보다 더 잔인했다. 다카유키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타츠야가 선택한 방법은 으……. 극장에 모였던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죄람?

 

  뭐니 뭐니 해도 제일 다른 점은 경찰의 개입이라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 현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다카유키를 봐왔던, 특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내는 임무를 가진 경찰팀의 등장은 다른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나중에 그가 신인류 운운하면서 변이와 진화에 대해 얘기라는 장면에서는 ‘이건 뭘까?’하는 어이없음이 들었다. 일본은 왜 이리도 뉴 타입을 좋아하는 걸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구 인류와 신인류의 대립 구도로 몰아가고 싶은 걸까? 음, 미국 영화 ‘엑스맨 X-Men, 2000’에서의 설정을 차용한 것 같기도 했다.

 

  결말은 달랐다. 아마 한국 원작과 다른, 경찰의 개입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긴 경찰 특수팀이 꾸려질 정도였으니 한국처럼 끝낼 수는 없었겠지.

 

  타츠야의 어머니가 어린 시절 그의 손에 쥐어준 만화 ‘아키라 Akira, 1982’도 특수 능력을 가진 소년의 얘기를 그린 거였다는 사실이 무척 의미심장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