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이블 5: 최후의 심판
폴 W.S. 앤더슨 감독, 미셸 로드리게즈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원제 - Resident Evil: Retribution , 2012

  감독 - 폴 W.S. 앤더슨

  출연 - 밀라 요보비치, 미셸 로드리게즈, 케빈 듀런드, 시에나 길로리

 

 

 

 

 

  처음 이 시리즈를 봤을 때 ‘밀라 언니 너무 멋져! 날 가져요 엉엉’이라며 빠져들었었다. 괴물들에 맞서 물러서지 않고 당당하게 싸우는 모습이 무척이나 멋졌고, 그녀의 몸매 역시 예술이었다. 거기다 다국적 기업의 무한 이기주의, 위기를 앞둔 인간들의 여러 모습, 사람을 도구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 등등도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또한 자극적이면서 화려한 액션 장면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러 생명체들의 변이한 모습은 그야말로 ‘헉’ 소리가 날 정도로 멋졌다.

 

  그래서 난 이 시리즈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하지만 편수가 거듭될수록, 이야기의 진행이 지지부진해질수록,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라는 노래가 자연스레 연상되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다음 편을 또 기다리게 만들었다. 이 영화의 대본가는 한국 일일 드라마의 광팬인 게 확실하다. 하지만 이번 5편은 개봉하고 나서 볼 기회를 놓친 이후, 아예 까맣게 잊고 있었다. 밀라 언니 미안해요.

 

  이번 편은 지난 4편의 마지막 장면과 이어진다. 배에 있던 사람들을 겨우 구해냈는데, 갑자기 나타난 엄브렐러 사의 공격. 그리고 앨리스가 나타나 1편부터 4편까지의 내용을 요약한다. 아, 밀라 언니는 친절하기도 하지. 역시 내 여자. 눈을 뜬 앨리스가 있는 곳은 어느 커다란 방. 그곳에서 그녀는 예전 ‘제 5원소 The Fifth Element, 1997’에서의 붕대 패션과 맞먹는 수건 패션을 선보인다. 그리고 그곳을 탈출한 앨리스는 에이다라는 여인의 도움으로 게임을 하듯이 기지에 설치된 여러 구역들을 통과하는데…….

 

  마치 아프리카 TV나 유튜브에 올라온 게임 플레이 영상을 보는 것 같았다. 다른 점이라면 화질이 무척이나 좋았고, 주인공이 예쁘다는 것 정도? 그 정도로 앨리스와 에이다는 각 구역에 설치된 세계 여러 도시 모형을 거침없이 파괴하며 지나간다. 또한 구역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괴물들의 난이도가 높아진다. 진짜 게임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여러 돌연변이 괴물뿐만 아니라, 엄브렐러 사에서 만들어낸 옛 동료들의 복제인간과 세뇌당한 지인들까지 모습을 드러낸다. 나름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쏴야하는 심정은 어떨까? 뿐만 아니라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수많은 자신의 복제품을 보는 마음은 또 어땠을까? 문득 ‘에이리언 4 Alien : Resurrection, 1997’에서 리플리가 배양에 실패한 자신의 복제품을 보며 절규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면, 앨리스는 자신의 복제품이 딸로 키웠던 어린 소녀를 끝까지 보호하려고 애쓴다. 리플리도 ‘에이리언 2 Aliens, 1986’에서 어린 여자아이를 구하고 보호한다. 음, 여전사로 무자비하게 상대를 죽여가지만, 한편으로는 모성애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일까? 그런데 왜 여자가 주인공이면 모성애가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눈 속에서 펼쳐지는 앨리스와 질의 격투 장면은 화려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최첨단 무기를 갖고 있으면서 꼭 마지막 싸움은 주먹질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두 사람의 주먹질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노출이 없는 꽉 달라붙는 옷을 입어도 섹시할 수 있었다. 역시 패션의 완성은 몸매!

 

  이번 5편은 앨리스가 지하에서부터 지상까지 올라오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다. 각 층마다 엄브렐러 사에서 준비한 극악한 돌연변이 괴물들이 기다리고 있다. 만화나 게임에서 주로 잘 사용되는 설정이다. 예전 무협 영화에서도 그런 게 있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음……. 게임 ‘스타크래프트 StarCraft, 1998’에서 ‘저그 Zerg’의 습격을 받은 ‘테란 Terran’ 기지를 보는 기분이었다. 진짜 멋졌다.

 

  영화에서 또 마음에 드는 부분은, 기지에서 탈출하는 비행기 안의 장면이었다. 거기에서 한 남자가 에이다의 허벅지에 손을 올려놓으면서 미소를 짓는데, 에이다가 그의 손을 밀어낸다. 와, 대개 같이 고난을 겪은 남녀가 영화 마지막에서는 키스하는 걸로 끝나는 게 많은데 여기서는 단호하다. 에이다의 눈빛이 마치 ‘전쟁 중에 이러고 싶냐, 미친놈아.’ 이런 것 같다. 아! 이런 분위기, 너무 좋다.

 

  그런데 진짜 최후의 심판이라고 제목에 적어놓고 다음 편에 계속이라니. 너무한다. 이번 편도 역시 이야기는 별로 없다. 아마 두세 줄로 요약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스포일러가 될 테니까 패스하고. 두세 줄짜리 내용을 한 시간 반이 넘게 만들었으니, 볼거리에 치중한 건 당연하다. 다음 편은 그렇게 만들지 않겠지?

 

  별점은 내 빠심의 결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ariah Carey - 스페셜 베스트 앨범 #1 To Infinity
머라이어 캐리 (Mariah Carey)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가수 - 머라이어 캐리 (Mariah Carey)

 

 

 

 

 

  머라이어 캐리의 빌보드 1위곡만 모은 앨범이다. 신곡을 포함한 총 수록곡이 19개나 되니, 18곡은 1위한 노래라는 뜻이다. 1위한 노래로만 앨범 하나를 만들 수 있다니……. 몇 년 전에 비틀즈의 1위를 모은 앨범이 나왔었는데, 여자로는 머리이어 캐리가 처음 아닌가 싶다.

 

  그런데 그녀는 어째서인지 우리나라 공연만 왔다 가면 안 좋은 소리가 들린다. 공연을 적집 보지 못해서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목소리 관리를 잘 못했나? 다른 나라 공연을 유투브에서 찾아보면 진짜 엄청나던데.

 

  이 앨범은 들으면 ‘아!’하고 다 아는 친숙한 노래들로 구성되어있다. 1990년 그녀의 데뷔 앨범에 수록되었던 ‘Vision Of Love’는 지금 다시 들어도 감동이다. 스무 살의 어린 나이에 어떻게 이런 감정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앨범인 ‘MTV Unplugged’에 실렸던 ‘I’ll Be There’ 역시 지금 다시 들어도 좋다. 어린 마이클 잭슨의 목소리로 듣는 것도 좋았지만, 머라이어 캐리의 목소리로 들으면 진짜 애절하고 안타까우면서 그리움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그러다가 ‘Fantasy’라든지 ‘Always Be My Baby’ 그리고 ‘Emotions’을 들으면 어깨가 들썩인다. 아, 그녀의 노래는 2000년대 이후 내놓은 최신 곡보다는 1990년대에 불렀던 예전 곡이 더 내 취향이다.

 

  시대 순으로 수록되어있어서, 노래 분위기라든지 부르는 스타일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물론 머라이어 캐리하면 떠오르는 새가 지저귀는 듯한 고음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새로 녹음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앨범에서 발췌한 것 같다. 내가 알기로는 머라이어 캐리가 소속사를 몇 번 옮겼었는데, 구별 없이 다 수록되었다. 가을부터 즐겨듣는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없는 걸 보니, 그 노래는 1위를 하지 못했나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캐롤 중에서는 내 마음 속에서 1위니까 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제 - 澤村さん家のこんな每日 平均年齡60歲

  작가 - 마스다 미리

 

 

 

 

  평균 연령 60세라는 제목이 재미있다. 정년퇴직한 아버지, 전업주부인 어머니 그리고 40대 독신녀 딸의 나이를 합쳐서 평균을 내니 거의 60에 가깝게 나왔기 때문이란다.

 

  은퇴하고 많아진 시간을 운동과 도서관을 오가며 나름 바삐 보내려는 아버지 사와무라 시로씨. 운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곁눈질하며 젊어 보이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새로 시작하는 노년의 삶을 즐기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예전과 달라진 경제력에 안타까워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잔소리도 하지만, 마음이 따뜻하다는 걸 알 수 있는 어머니 사와무라 노리에씨. 결혼도 애인도 없는 딸을 걱정하여 말끝마다 노처녀라든지 결혼에 대해 얘기하지만, 한편으로는 계속 딸이 자신의 옆에 있어주길 바라기도 한다. 퇴직한 남편이 집에 있는 바람에 하루 세 끼를 차려야하는 일에 조금 힘들어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집안의 무남독녀 사와무라 히토미. 40세이지만, 어떻게 보면 어린애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리어 우먼이기도 하다. 자기가 맡은 일은 확실하게 처리하는 것 같다. 몇 안남은 비슷한 연령대의 미혼인 회사 동기들과 시간 보내는 것을 즐겨한다.

 

  책은 세 사람의 평범한 하루하루를 짧은 컷으로 그려내고 있다.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맞아, 그럴 때가 있지.’라고 공감하기도 하고, ‘이건 좀…….’하면서 피식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어떻게 작가는 나이도 성별도 성격도 다른 세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잘 표현해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물론 아버지의 비중이 다른 두 사람에 비하면 좀 적었지만…….

 

  표지에는 아마도 가족사진을 찍으려는 듯 자세를 취한 세 사람이 그려져 있다. 그 아래에 띠지가 있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도 좋구나”라고 말하게 되는 코 끝 찡한 일상. 책에서 나온 가족들은 별다른 문제도 없이 평범하고 잔잔하게 살아가고 있다. 언성을 높이는 일도, 얼굴을 붉힐 일도 없었다. 먼저 양보하거나 서로를 배려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일 것 같다. 딸은 딸대로 뭔가 행동을 하다가 ‘만약에 내가 엄마아빠였다면?’하고 생각하기도 하고, 엄마는 엄마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서로를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 때문에 큰 불화 없이 조용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양이다.

 

  아마 어떻게 보면 각자 선을 지키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부모라고 무조건적으로 자식에게 간섭하고 강요하고 윽박지르지 않고, 자식이라고 무조건 부모에게 희생하라고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어머니가 간혹 말끝마다 딸의 나이라든지 결혼에 대해 언급하지만, 그리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만 끝이 난다. 딸도 어머니가 자신을 걱정해주기 때문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얼굴을 붉히지 않는다. 각자의 경계선을 인정해주고 침범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인 것 같다. 딸의 결혼에 대해 포기했다기보다는, 믿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딸이 결정한 삶의 방식을 존중해주고 있는 것이다.

 

  존중하고 배려하고 각자의 입장을 생각해주고. 음, 이 집안 어떻게 보면 평범하지 않다. 처음에는 흔히 볼 수 있는 가족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저렇게 훈훈하게 살아가는 가족이 흔할 리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 개의 달 (1disc)
김동빈 감독, 박한별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영제 - The Sleepless , 2012

  감독 - 김동빈

  출연 - 박한별, 김지석, 박진주, 라미란

 

 

 

 

  숲 속의 외딴 집에서 눈을 뜬 세 사람. 공포소설가인 소희, 대학생 석호 그리고 고등학생 인정. 이곳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기억을 하지 못하고, 밖으로 가기위해 숲으로 가도 어느새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있기를 반복한다. 게다가 가끔씩 들리는 이상한 숨소리와 환각들. 뭔지 모를 존재가 그들을 보고 있는 느낌까지 든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게 행동하는 소희. 이상한 숨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면 어김없이 그녀가 있었다. 게다가 인정과 석호에게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기억해내라고 다그친다. 그녀의 이상한 행동에 불안해하는 석호와 인정. 설상가상으로 한 중년 여인도 모습을 드러내는데, 갑자기 죽어버린다. 하지만 그 여인의 시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는 비슷한 설정이라 여겨지는 외국 영화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냥 그런 스타일이겠거니 하고, 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호?’ 초반을 넘어가면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딘지 모르게 연상되는 영화가 하나 있었지만, 뭔지 좀 달랐다. 그리고 중반 이후 드러나는 사실 하나가 ‘와아’하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했다.

 

  진짜 색다른 설정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본은 무척이나 짜임새 있게 잘 구성되어있었다. 중간에 지나가는 화면 하나, 대사 하나가 다 복선이었고 허투루 낭비된 것이 없었다. 오프닝과 엔딩에 흘러나오는 두 소녀의 대화마저 그냥 넘기면 큰일 난다.

또한 시간이 갈수록 미쳐가는 석호의 변신은 무서울 정도였다. 그리고 중년 여인의 섬뜩하면서도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눈빛과 표정은 으아……. 환한 대낮 장면에서도 오싹한 느낌이 절로 드는 것이 정말 좋았다.

 

  하지만…….

 

  영화는 긴장감이 부족했다. 한 시간 26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상영 시간이지만, 중간에 늘어진다는 느낌이 좀 들었다. 어쩌면 중후반에 모든 것을 다 보여주기 위해 앞부분을 꽁꽁 싸매둬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후반부는 그야말로 폭풍처럼 휘몰아쳤는데 전반부는 진행이 느렸다. 힌트를 조금만 더 분산시켰으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 장면은 어떻게 보면 열린 결말이었다. 이렇게 보면 이렇게 생각되고, 저렇게 보면 저렇게 생각되기도 했다. 그 생각을 말하면 엄청난 스포일러가 될 테니까 말하지 않겠다. 그런데 어떻게 생각해도 괜찮은 결말이다. 물론 엔딩에 나오는 두 소녀의 대화를 생각하면 결론은 한가지로 결정나겠지만, 좀 우겨보면 다른 결말도 충분히 가능하다.

 

  설정이라든지 이야기는 참 좋았다. 다만 힌트의 배분이 좀 더 균형 있게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포스터를 보고 처음에는 이승연씨가 나온 줄 알았다. 출연진 이름을 보고 '헐'하고 놀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5춘기부터 중2병까지 - 어른들을 향해 외치는 우리 시대 10대들의 목소리
중앙일보 특별취재팀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제 - 어른들을 향해 외치는 우리 시대 10대들의 목소리

  저자 - 중앙일보 특별취재팀

 

 

 

 

 

  표지에 두 아이가 보인다. 바가지 머리를 한, 아니 어떻게 보면 버섯돌이 머리를 한 아이는 풍선껌을 불면서 시선을 외면하고 있다. 다른 생각을 하거나 뭔가 말하기 싫다는 분위기가 난다. 옆의 아이는 갈래머리를 하고 있는데, 말을 걸면 “왜? 뭐? 됐어.”라는 대답만 들을 것 같다. 두 사람 다 섣불리 말을 걸지 못할 느낌을 준다. 어쩌면 보통 생각하는 십대의 이미지와 비슷하다. 어른들과 대화하기를 꺼려하고,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대답도 잘 하지 않는 그런 청소년.

 

  요즘 ‘중2병’이라는 말이 유행인데, 난 그 단어가 참 싫다. 편견이나 선입견일지 모르지만, 비슷한 시기를 설명하는 말인 ‘사춘기’와는 느낌이 완전 다르다. ‘사춘기’라고 하면, 자연스런 성장의 한 단계이고 낭만적인 느낌을 준다. 반항을 하지만 이유 있는 반항이며,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청소년이 연상된다. 하지만 ‘중2병’이라는 말은 허세에 찌들어서 아무 생각 없이 반항만 하고 대책 없이 오글거리는 행동과 말만 한다는 느낌을 준다. 요즘 어른들이 자신들의 역량이 부족해서 아이들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그런 행동을 비하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이 책을 그래서 읽어보고 싶었다. 도대체 중2병이 무엇인지, 아이들과 어른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이 책의 첫 부분은 『중2병과 3.5춘기의 목소리 “내가 보기엔 엄마가 중2병이야”』라는 소제목이 붙어있다. 십대 초중등학생의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중2병이라는 말과, 왜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것, 예를 들면 공부보다 게임이나 카톡 같은 것에 더 집중하는지, 교복은 왜 줄이는지, 왜 화장을 하는지에 대한 솔직한 답변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 부분인『어른들의 목소리 “도대체 뭘 어쩌라는 거니?”』는 중2가 되는 자녀를 둔 엄마, 아빠와 담임교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이 느끼는 아이들과의 거리감과 분노 그리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까지 잘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대안의 목소리 “중2병은 불치병이 아니다”』에서는 중2병이라는 것에 대해 전반적인 얘기를 하고 있다.

 

  중2병은 그리 걱정할 것도, 겁낼 것이 아니라고 책은 말하고 있다. 위에서 말했지만, 사춘기가 바로 중2병인 것이다. 성장기에 누구나 겪는, 어린이에서 청년이 되가는 단계로 여러 가지 변화를 겪고 있는 단계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렇지만 지금까지처럼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닌 것 같기 때문에 ‘아니오’라는 대답을 한다. 그러나 처음으로 ‘아니오’라는 답변을 들은 부모 입장에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일일 것이다. 시키는 대로 잘하던 우리 아이가 갑자기 반항을 하다니! 그 때부터 자기주장을 말하고 싶은 아이와 어른의 말을 따르라는 부모의 싸움이 시작된다.

 

  대화가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고 책은 말하고 있다. 어차피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야 하는 일이라면, 당연한 경험이라고 인정해야한다고 얘기한다. 여기에서 나온 용어가 ‘지랄 총량의 법칙’이다. 전에 읽은 다른 책에서도 나온 개념이다. 한 사람이 평생 떨 지랄의 양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빠르건 늦건 사춘기를 꼭 거친다는 것이다.

 

  문득 조카들이 떠올랐다. 큰조카는 중고등학교 때 오라버니와 올케의 말을 엄청 안 들었다. 그러면서 밖에서는 생글생글 예의바르고 귀엽게 하고 다녀서, 주변 어른들은 그 녀석이 집에서 엄마하고 싸운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지금은 오라버니와 올케에게 엄청 애교를 부리면서 화기애애하게 지내고 있다. 반면에 중고등학교 때 누구보다 듬직하고 말 잘 들으며, 누나와 싸워 마음 상해있는 엄마를 달래주던 둘째조카는 대학생이 되면서 엄청 속을 썩인다고 한다. 음, 그걸 보면 지랄 총량의 법칙이 맞는 것 같다.

 

  막내 조카는 이제 6학년이 되는데, 확실히 사춘기다. 예전에는 ‘네’라는 대답을 잘 했는데, 요즘은 ‘왜?’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거기에 가끔 ‘싫은데…….’도 따라온다. 그리고 어떨 때는 왜 싫은지 이유를 곁들일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고모는 지금까지 읽은 책을 떠올리면서, ‘참을 인자’를 외운다. 그래, 논리적으로 이유를 말하는 게 어디냐. 이해하자. 대화하자. 화내지 말자. 소리 지르지 말자.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이를 둔, 아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해봐야겠다. 아이들은 말하지 않지만, 이 책을 읽으면 속내를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아이들과 대화하기가 조금은 더 쉬워질지도 모를 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