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척추가 위험하다 - 평생 바른 몸 만드는 내 아이의 자세 습관
이동엽 지음 / 예담Friend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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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평생 바른 몸 만드는 내 아이의 자세 습관

  저자 - 이동엽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앉아있는 몸이 옆으로 기울어져있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허리와 목이 많이 아팠다. 병원에 가니 바르지 않은 자세 때문에 몸의 균형이 어긋나있다고 한다. 한쪽으로 가방을 들고 다니지 말고, 양쪽으로 메는 가방을 갖고 다니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랬더니 아픈 것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바른 자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요즘 막내 조카에게 휴대전화가 생겼는데, 아주 가관이다. 구부정하게 허리를 굽히고 앉아서 게임을 하기도 하고, 엎드려서 화면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옆으로 누워서도 게임을 하고 있다. 물론 그러다 들키면 압수지만, 들키지 않을 때까지는 게임도 하고 영상도 본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자세가 망가질 수밖에 없다. 밥 먹을 때 조카가 제일 많이 듣는 말은 두 가지. “골고루 먹어야지.”와 “바르게 앉아야지” 이다. 하지만 어른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질풍노도의 사춘기 입문단계 어린이답게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대꾸만 돌아온다. 개가 아니니까 건드리지!

 

  이 책은 아이들의 몸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휴대 전화나 컴퓨터, 공부 등으로 휘어진 척추, 그 때문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아 바르게 자라지 못하는 아이들의 신체 여러 부분, 그리고 결국 통증을 호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심리적으로 위축감까지 느끼는 아이들의 심리까지 다루고 있었다.

 

  그런 것을 예방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 지, 저자는 여러 가지 그림을 곁들여서 보여주었다. 아이들의 척추가 휜 것을 알아보는 방법, 바르게 앉는 건 무엇인지, 어떤 의자가 아이들의 몸에 좋은 것이고, 컴퓨터를 할 때나, 텔레비전이나 책을 볼 때 바른 자세 등등이 그림으로 그려져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하아, 책을 보면서 기억을 더듬어보니 나도 좋지 않다는 자세는 다 해본 것 같다. 그리고 막내 조카도 역시 좋지 않은 자세만 골라서 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척추 측만증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의 사례를 읽다보니,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나도 아파서 병원엘 가봤으니까.

 

  조카에게 이 책의 몇몇 부분을 보여주었다. 자세가 바르지 않아 척추에 문제가 생긴 여러 가지 경우를 읽더니 조금 심각해진 얼굴이었다. “이제 알겠냐? 어른들이 너보고 왜 바르게 앉으라고 그러는지? 껌 씹는 것도 좋지 않다고 나오잖아. 스마트 폰도 너무 오래 하면 안 좋고.”

 

  하지만 조카는 내가 원한 게 아닌,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근데 이거 봐요. 오래 앉아있으면 안된데요, 고모. 그리고 여기, 나가 놀아야 한데요. 아싸!”

  .

  .

  .

  .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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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5-04-19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척추부터요 ㅋㅋ

바다별 2015-04-19 20:19   좋아요 0 | URL
자, 이제 잠시 시선을 모니터에서 떼고 맨손 체조를 하십니다!!

비로그인 2015-04-28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 척추부터 우선 ㅋㅋ

바다별 2015-04-28 23:33   좋아요 0 | URL
어른들도 문제죠 ㅜㅜ
 
BBC 셜록 : 시즌 2 (2disc) - 본편 + 부가영상
폴 맥기건 감독, 마틴 프리먼 외 출연 / KBS 미디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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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herlock, 2012

  원작 - 코난 도일

  극본 - 스티븐 모팻, 마크 게티스

  출연 -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틴 프리먼

 

 

 

 

 

  이제 셜록과 왓슨은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홈즈는 자기 블로그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왓슨이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한 사건 이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인터뷰 요청도 들어오고, 신문에도 얼굴이 실리면서 두 사람은 바쁜 나날을 보낸다. 애인 사이로 오해받는 것 때문에 화를 내는 왓슨의 표정도 볼만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벨그레비어 스캔들 A Scandal in Belgravia'이다. 원작인 '보헤미아 왕국의 스캔들' 에서 홈즈가 유일하게 경애의 뜻을 담아 말하는 그녀, 아일린 애들러가 등장한다. 원작 못지않게 아름답고 배짱 있으며 총명하기 이를 데 없는 여성으로 나온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그녀만 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른 점은 원작에서는 남자를 유혹했지만 여기서는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셜록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그녀가 보여준 대범함은 놀라웠다. 허를 찌르는 공격이었다.

 

  사소하게 스쳐지나갈 법한 초반의 사건들이 하나로 이어지는 마지막 반전은 보면서 짜릿했다. 와, 그런 거였구나. 극본을 맡은 사람들에게 존경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대단하잖아! 게다가 허드슨 부인의 과거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냥 평범한 하숙집 주인은 아닌 것 같다. 과거에 스파이였거나 범죄 조직과 관련이 있었을 거 같다.

 

  그나저나 아이린 애들러가 셜록의 휴대전화에 설정해놓은 문자 착신음, 나도 갖고 싶다.

 

 

  두 번째 이야기는 '바스커빌의 개 The Hounds of Baskerville'이다. 와앙, 이번 시즌에서 이게 제일 마음에 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이린을 향한 내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이야기 형식으로는 이번 편이 더 내 취향에 맞았다는 뜻이다. 제목 그대로, 원작은 장편 '바스커빌의 개'이다. 소설도 좋았는데, 드라마도 마음에 든다.

 

  원작에서는 작위와 재산을 노리는 범인이 커다란 개를 사용했다면, 드라마에서는 유전자 변형을 둘러싼 실험이 원인이었다. 초반에 담배 금단 현상과 마음에 드는 사건을 만나지 못해 짜증으로 가득한 홈즈와 그런 그를 측은하게 바라보는 허드슨 부인과 존의 대비는 좀 웃겼다.

 

  지난 편이나 이번 편에서 마이크로프트는 잘난 동생 때문에 고생을 한다. 지난번에서는 몇 년 동안 계획한 작전이, 아! 그 얘기는 여기까지 하겠다. 잘못하면 스포일러가 되버리니까. 하여간 이번 편에서는 동생이라고 하나 있는 녀석이 형 신분증을 훔쳐다가……. 제한된 시간 내에 연구소를 돌아보며 원하는 것을 알아내야 하는 셜록과 왓슨. 마이크로프트의 신분증을 도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들킬까봐 잔뜩 긴장하며 둘을 따라갔다. 그런데 동생의 신분 도용을 알게 된 마이크로프트의 어이없다는 표정이 나오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원작에서도 왓슨이 보살이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왓슨이 셜록에게 눈치 좀 있으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또 빵 터지고 말았다. 보살이지만 할 말은 다 하는 남자였구나.

 

 

  마지막 이야기는 '라이헨바흐 The Reichenbach Fall'이다. 원작은 '마지막 사건'이다. 그러니까 셜록이 모리아티와의 대결을 벌이다가 폭포에서 떨어져 죽은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셜록과 왓슨은 이제 엄청난 유명 인사가 되었다. 그런 두 사람의 앞에 모리아티가 나타난다. 하지만 그는 모리아티지만 모리아티가 아니라고 말한다. 모든 것은 셜록이 이름을 알리기 위해 벌인 사기극이라고 주장한다. 모리아티라는 사람도 사실은 가공의 인물이고, 그가 해결한 사건도 어쩌면 자작극이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너무도 간단하게 그런 주장을 믿는다.

 

  언론과 대중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직접 발로 뛰지 않고 인터넷 사이트나 온라인 카페 같은 곳에 올라오는 가십성의 이야기를 기사화하고 심지어 남이 올린 기사를 복붙하여 자기 이름만 바꾸는 파렴치한 기자들과 그런 기사를 사실이라 믿으며 제대로 확인해보지 않고 무조건 '우-'하고 따라하는 대중. 너무도 쉽게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너무도 쉽게 그것을 믿는다. 그리고 또 너무도 빨리 생각이 바뀐다. 자기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기능이 사라지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 뿐인가? 누군가는 사람들의 그런 성향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도 한다. 이번 이야기는 그런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원작처럼 셜록은 죽는다. 폭포는 아니지만 건물 옥상에서 떨어져서. 원작에서는 나중에 폭포 아래에 있는 바위에 떨어져서 살았다고 나오지만, 다음 시즌에서는 어떻게 살아왔다고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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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공놀이 노래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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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惡魔の手毬唄, 1960

  작가 - 요코미조 세이시

 

 

 

 

  전에 읽은 '이누가미의 일족', '옥문도', 그리고 '팔묘촌'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외딴 마을, 대립하는 세력, 얽히고설킨 불륜 관계 그리고 연이은 살인. 덧붙이자면 긴다이치 코스케는 살인마가 다 죽이려는 대상을 거의 다 죽인 다음에야 범인을 밝혀낸다.

 

  이런 말이 있다. 혹시 여행을 가는데 일행에 김전일과 코난이 있으면 그 일정을 다 취소하라! 그런데 그건 긴다이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 어쩌면 그건 명탐정이라 이름을 날린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는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포와로도 은퇴하고 호박을 기르다가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해결했고, 홈즈 역시 비슷한 일을 겪는다. 어쩌면 그들에게 휴식은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일 중독자이거나 죽음을 부르는 사신일지도.

 

  휴양을 하러 한적한 시골 마을을 추천받아 쉬러 온 긴다이치. 처음 며칠은 유유자적하게 쉬는 것 같았지만, 촌장의 죽음을 시작으로 마을의 젊은 아가씨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간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의 살해 현장이나 수법이 마을에서 전해 내려오는 동요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 배후에는 20여 년 전에 마을 유지에게 사기를 치다 죽음을 당한 한 남자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과연 동요에 맞춰 아가씨들을 죽이는 범인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리고 왜 그들을 죽이는 것인가?

 

  꽤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그 중의 한 사건에서는 엘러리 퀸의 소설이 떠올랐다. 범인이 쓴 트릭이라기보다 피해자가 평소에 하던 짓이 이 소설에서도 비슷하게 나왔다. 자세히 쓰면 엄청난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동요라는 것이 옛날에는 무척이나 음산했다는 생각을 했다. 서양의 ‘마더구스 mother goose’도 그렇고, 이 책에 나온 동요도 가사가 도저히 아이들에게 들려줄 내용이 아니었다. 해맑은 얼굴로 공놀이를 하면서 그런 노래를…….

 

  남자는 세 끝을 조심하라는 말이 있는데, 이 이야기는 그걸 함부로 휘둘렀던 사람 때문에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아니, 함부로가 아니라 계획적이라고 봐야할까? 사실 그건 긴다이치의 추측이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 하여간 그걸 마구 휘둘렀던 사람 때문에 온 마을은 죽음의 공포에 휩싸이고, 미모의 젊은 아가씨들은 처참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그 와중에 집안끼리의 알력으로 중요한 힌트를 줄 수도 있었던 사람은 입을 다문다. 그 놈의 가문이 뭔지…….

 

  그러니까 잘 생긴 외모에 말만 번드르르 잘하는 사람은 믿을 게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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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4-16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유명한 말도 있죠...
˝내 이름은..함정...바로 고난..이죠˝
라는..코난의 대사 패러디.
동요나 그 지방 민요로 시작해 죽음을 부르는
스토리는 참 재미지기도 하고 일단 희생자가 많다는것과 꼭 가문과 미스터리와 함께 있다는 것.

바다별 2015-04-16 14:31   좋아요 1 | URL
동요는 어린이들에게 밝고 맑은 꿈을 길러줘야하는 건데 왜 가사를 이상하게 지어서 부르게했는지....민요는 그렇다고 쳐도 말이죠

[그장소] 2015-04-16 16:51   좋아요 0 | URL
자장가의 섬뜩함이 저는 젤로 소름였어요!첨 알았을때..그 충격..
역시..어른들은..정부와 tv광고와 같아..라고..생각했다니까요..

바다별 2015-04-16 18:13   좋아요 1 | URL
그런 어른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방금 들었어요 ^^

[그장소] 2015-04-16 18:15   좋아요 0 | URL
바다별님은 이미지 컷의 그 웃음을 그대로 지닌 분이실 것으로..생각됩니다^^!

바다별 2015-04-16 18:16   좋아요 1 | URL
와앙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거짓말은 왜 자꾸 커질까? 괜찮아, 괜찮아 6
헬레나 그랄리즈 글, 수지 브리젤 그림 / 두레아이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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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Koko Raste Laz

  작가 - 헬레나 그랄리즈

  그림 - 수지 브리젤

 

 

 

 

  희망과 불안 그리고 두근거림이 가득한 신학기. 톰은 친구인 얀과 함께 학교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하는 기타 교습을 듣기로 한다. 다음날, 교습비를 가지고 학교에 가던 톰은 장난감 가게에서 아주 멋진 최신식 스포츠카를 발견한다. 용돈을 모아서 사기 전에 다 팔리면 어떡하나 걱정하던 톰은 교습비로 자동차를 사버린다. 뒤늦게 후회를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할머니는 기타를, 예전에 기타를 배웠다는 피터 삼촌은 기타 받침대를 선물로 주며 톰의 연주를 듣게 될 날을 기대한다. 그런 상황에서 톰은 어찌할 바를 모르며 매주 화요일 기타를 들고 집을 나와 거리를 배회한다. 그러다가 다가온 아빠의 생일날. 온 가족이 모여서 생일 축하를 하는 가운데, 피터 삼촌이 톰과 함께 연주를 하자고 제의하는데…….

 

  이 책을 같이 읽은 어머니와 막내 조카는 거짓말은 하는 게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막내 조카는 자긴 거짓말 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있는 나와 어머니는 그냥 웃기만 했다.

 

  한 번 거짓말을 하면, 그걸 덮기 위해서 또 다른 거짓말을 하고, 다시 그것을 무마하기 위해 새로운 거짓말을 해야 한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사람들에게서 신뢰를 잃게 된다.

 

  예전에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 Criminal Minds’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나왔다. 여러 신분을 만들어서 사기를 치는 남자 이야기였는데, 나중에 상대에게 자신이 어떤 이름을 말했는지 헷갈려하다가 결국 의심하는 사람들을 죽이고 다녔다. 물론 드라마는 극단적인 예이지만, 거짓말을 반복하다보면 나중에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고 억지를 부리거나 우기는 경우도 간혹 볼 수 있다. 그런 일이 한두 번 반복되면, ‘아, 저 사람이 하는 말은 믿을 게 못되는 구나. 녹음을 해놓거나 아예 약속이라든지 그런 걸 안 하는 게 낫겠구나.’라는 판단을 하게 된다. 그 당시 곤란한 상황은 모면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더 큰 것을 잃게 된다.

 

  이 책은 짧았지만, 속에 담긴 의미는 꽤 묵직했다. 굳이 교훈적인 대사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아이의 심리를 통해 충분히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좀 태클을 걸자면, 이 집 식구들 은근히 오지랖이다. 특히 삼촌. 생일 축하 연주라는 걸 하려면 미리 연습을 하자고 얘기를 했어야 하지 않을까? 배운지 얼마 안 되는 애한테 갑자기 같이 연주를 하자고 하다니, 자기 조카가 무슨 기타 천재라도 되는 줄 아는 건가? 아니면 서툰 아이의 연주쯤이야 충분히 맞춰줄 수 있다는 자신감인가? 솔직히 조카를 위하는 것 같지만, 뜯어보면 순전히 자기 위주로 행동하는 사람 같았다. 그 덕분에 톰이 자신의 거짓말을 고백하는 계기가 만들어지긴 하겠지만, 실생활에서 저런 식으로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삼촌이 있다면……. 어쩐지 꺼려질 거 같다. 아무리 어린 조카라지만 미리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 편한 데로 끌어들이는 거,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학교에서 인터넷 뱅킹을 해놓았으면 톰이 교습비를 쓸 일도 없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과학 기술의 발달이 이런 점에서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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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과학자 프래니 1 - 도시락 괴물이 나타났다 도시락 1
짐 벤튼 지음, 박수현 옮김 / 사파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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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도시락 괴물이 나타났다

  원제 - Franny K. Stein, Mad Scientist #1: Lunch Walks Among Us, 2003

  작가 - 짐 벤튼

 

 

 

 

 

  달력을 보니 어린이날이 얼마 안 남았다. 언제나 막내 조카에게 명작 동화라든지 역사나 예술관련 책을 선물로 해줬기에, 이번에는 뭔가 색다른 책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뭐가 좋을까 이리저리 검색하다가, 눈에 들어온 제목이 있었다. 과학자라니 과학에 쪼금 흥미를 보이고 있어서 괜찮을 것 같고, 엽기라니 음, 이건 고모 취향에 맞을 것 같았다. 우선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와아 이거 재미있다. 딱 내 취향이다.

 

  다른 아이들과 달라도 너무 다른 프래니. 또래 여자 아이들이 바비 인형을 갖고 놀 때, 프래니는 괴물 인형을 직접 제작한다. 또한 아이들이 땅콩 버터를 바른 샌드위치 도시락을 가지고 올 때, 그녀는 생고기를 칼에 꿰어 직접 구워 먹는다. 그 뿐일까? 다른 여자아이들은 분홍분홍에 레이스로 방을 꾸미는데 비해, 그녀는 박쥐라든지 타란툴라 거미에 피라냐가 들어있는 방을 좋아한다.



 

  새로 전학 온 학교에서, 프래니는 친구를 사귀고 싶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변신을 하기로 결심한다. 역시 직접 제조한 약을 먹고 아이들과 친하게 된 프래니. 하지만 며칠 전에 그녀가 쓰레기통에 버린 게살 수프에 다른 아이들이 버린 이런저런 쓰레기들이 반응을 일으켜 거대한 괴물이 만들어진다. 프래니, 수프에 뭘 넣은 거니. 게호박 괴물은 담임인 셀리 선생을 납치해서 깃대에 오른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프래니는 중대한 결심을 한다.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그녀는 아이들의 도시락에서 햄을 꺼내 실로 꿰매 햄괴물을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게호박 괴물을 무찌르고 선생님을 무사히 구출한다. 모든 상황이 마무리 된 후, 프래니는 아이들이 다시 자신을 싫어하고 피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감동적이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걸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책이었다. 프래니가 다른 아이들과 다른 취향을 가진 것은, 그 또래 아이들과 비교해봤을 때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샤방샤방 핑크핑크한 것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어두침침 칙칙한 것을 좋아하는 것도, 다른 아이들이 샌드위치를 먹을 때 그녀는 직접 만든 따끈따끈한 음식 먹기를 원하는 것도, 야구공이 아닌 박쥐를 던지고 야구를 하고 싶어 해도, 119를 부르기보다는 직접 햄과 샌드위치를 사용해 괴생명체를 만들어서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것도, 그녀의 머리 한 부분이 잘못되어 이상해졌다거나 틀린 게 아니었다.

 

  그냥 남들과 다른 것이었다.

 

  그녀가 잘못되거나 틀린 거였다면, 부모가 그냥 내버려둘 리가 없었을 것이다. 이웃에서도 난리가 났을 테고 말이다. 그런데 모두들 그녀가 하는 행동을 그냥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자기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직접 해결하고 반성하는 과정을 통해 성숙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라 생각한다. 셀리 선생도 말한다. 프래니가 남들을 똑같이 따라 해서 그들의 애정을 바라는 것보다, 본래 그녀의 모습을 더 좋아한다고.

 

  남들과 똑같이 되려고 애쓸 필요가 없고, 모든 아이들이 획일화되어서 자신만의 개성이나 생각을 잃어버리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 보여주고 있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지금까지 몰랐던 멋진 것들을 알 수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처음에는 만지기도 어려워했던 반 친구들이 프래니의 발명품으로 노는 것도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고, 다른 것도 인정할 수 있어야 모르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타인을 100% 이해하는 건 어렵지만, 적어도 무조건 배척하지는 않게 된다. 모르는 게 약이라지만, 요즘은 그러면 안 된다. 적어도 인터넷에 올라오는 말들을 믿고 '우-'하고 따라다니는 생각 없는 사람으로 살아서는 안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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