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충격 - 대한민국 기후변화 탐사 리포트
온케이웨더 취재팀 지음 / 코난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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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제 - 대한민국 기후변화 탐사 리포트

  저자 - 온케이웨더 취재팀

 

 

 

 

 

  몇 년도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 날의 풍경은 아직도 기억난다. 3월의 어느 날, 서울은 하루 종일 눈이 내렸다. 그것도 조금 온 게 아니라, 펑펑 쏟아졌다. 그래도 일하러 가야겠다고 길을 나섰었는데, 버스가 한 대도 오지 않는 것이다. 평소에 이십분이면 도착할 지하철역을 걸어가겠다고 나섰다가 발목까지 쌓인 눈 때문에 도저히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로 했는데, 이런! 집까지 되돌아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3월에 눈이라니, 조만간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 해인지 역시 잘 모르겠지만, 비가 너무너무 많이 내린 적도 있었다. 그 해 여름은 해가 뜬 날보다 비가 온 날이 더 많았다. 한번 쏟아졌다하면 엄청나게 퍼부어서, 지하층에 사는 사람은 물을 퍼내느라 바빴고 우리 집 같은 경우에는 옥상에 물이 너무 많이 고여서 천장이 조금씩 새기 시작했다. 하아, 그 해에는 진짜 물 때문에 물난리가 났었다. 이러다가 하늘에 구멍이 뚫려서 무너지는 건 아닐까 걱정했었다.

 

  요즘은 기상이변이라는 말이 너무도 자주 들려온다. 어느 나라는 더워서 문제인데, 지구 반대편 어느 곳에서는 추워서 큰일이다. 영하 40도라든지 영상 40도라는 말은 신문이나 뉴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도대체 뉘 집 개 이름도 아닌데 말이다. 미친 X 널뛰는 것도 아닌데, 온도는 참으로 변화무쌍하다. 어제는 여름옷을 꺼내야하나 고민하게 만들더니만, 오늘은 추워서 다시 겨울옷을 입게 한다. 매일 날씨를 확인하고 어떤 옷을 입어야 하나 고민고민하게 만든다. 이효리는 고민고민하지 말라고 노래를 불렀는데, 날씨는 고민고민 좀 해보라고 한다. 그래서 기상예보가 틀리면 막 화가 난다. 아니, 왜 그거 하나도 딱딱 못 맞추는 거야! 내가 얼마나 고민을 했는데!

 

  이 책은 날씨가 이렇게 변덕을 부리는 요즘, 어떻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준비하면 좋을지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변화를 적게 할 수 있을지 말하고 있다. 또한 조금만 더 변화가 지속되면,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배우는 '한국의 특징은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문장이 교과서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어쩌면 이제 술 먹고 해장할 때 북엇국을 먹는 건 어려워질지도 모른다고 긴장하게 만든다. 그 뿐인가? 노가리나 명란젓, 창란젓도 보기 힘들어질지 모른다는 청천 벽력같은 암시를 하고 있다. 헐, 나 명란젓 좋아하는데…….



 

  게다가 예전보다 더위가 오래가는 여름과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에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제일 큰 문제는 돈이었다. 난방비와 냉방비를 부담할 수 없는 사람들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작게는 개개인의 생활 여러 부분, 크게는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주는 여러 기후 변화에 대해 이 책은 짚어주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여름과 겨울의 냉난방 문제도 그렇고, 점점 사라지는 계절의 변화와 동식물의 생장 환경의 이동 등으로 인한 먹을거리의 변화 등등이 점점 범위를 넓혀가면서 지구 전체에 위험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어쩌면 조만간 살아남는 것조차 어려워지는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아니, 살아남는 것이 최대의 과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의자에 오래 앉아서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엉덩이만 아픈 게 아니라, 다른 신체부분까지 조금씩 영향을 받아 안 좋아진다. 목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심하면 어깨와 손목까지 아파온다. 지구의 상황도 그렇다. 지금까지 인간의 편의를 위해서 다른 생명체를 희생시켜왔다. 어떤 종류는 멸종시키기도 하고, 복구시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는 생명체들에게 변화가 생기면서, 후폭풍이 닥치기 시작했다.


  준비는 시험 볼 때만 하는 게 아니다. 모든 것에 준비는 필요하다. 잠자기 전에 이 닦는 것도 준비이고, 밥 먹기 전에 밥을 먼저 하는 것도 준비다. 자연 환경이 바뀌고 있다면,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라고 손 놓고 있을게 아니라 준비를 해야 한다. 어쩌면 이건 천재지변이 아니라 자연의 시험일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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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보 2015-04-19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러게요..저 또한 훗날 투모로우같은 기후 재난이 올까봐 걱정되는 1인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바다별 2015-04-19 20:21   좋아요 0 | URL
아예 안 오면 좋겠지만,요즘 날씨를 보면....감사합니다 ^^
 
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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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三つ首塔

  작가 - 요코미조 세이시

 

 

 

 

 

  ※ 경고 - 이 리뷰에는 다소 역겨울 수 있거나 눈살을 찌푸릴 표현이 좀 들어있습니다. 책을 읽은 솔직한 느낌을 그대로 적다보니 순화시키긴 했지만 본의 아니게 과격한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1955년부터 잡지에 연재되었던 글이다. 1950년대 후반의 걸작으로 꼽힌다는 책 소개가 있는데, 어쩐지 못 믿겠다. 사실 트릭적인 면이나 글의 설정이나 배경 같은 것은 괜찮았다. 하지만 인물은 으……. 최악이다.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의 결혼을 조건으로 친척에게서 엄청난 유산을 상속받을 주인공 오토네. 약혼자가 살해당하는 날, 그녀는 운명의 남자 다카토를 만난다. 하지만 그에게 강간을 당하고 그녀는 엄청난 충격에 빠진다. 한편 오토네의 단독 상속은 약혼자의 죽음으로 무산되고, 친척의 살아있는 조카들에게 균등 분배되는 걸로 결론지어진다. 그때부터 상속자들이 하나둘씩 살해당하고, 공교롭게도 오토네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그녀는 다카토가 시키는 대로 도망을 다니면서 점차 그에게 빠져드는데…….

 

  밀실에 가까운 살인, 엄청난 재산을 둘러싼 인간의 탐욕, 비정상적인 집착 등등이 잘 드러나 있는 이야기였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트릭이나 설정은 좋았다. 거기다 잔인한 인간의 본성까지 노골적이지만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읽으면서 책을 네 번이나 덮어야했다. '이걸 계속 읽어 말아?'라고 고민을 하고, 그냥 결말만 볼까라는 유혹도 들었다. 진짜 읽으면서 속에서 열불이 나서, 그걸 참느라 이 추위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야했다. 그래도 추운 줄 몰랐다. 읽다가 화내느라.

 

  원흉은 바로 주인공인 오토네와 다카토였다. 와, 명색이 주인공이라면서 어떻게 저따위 XX들이 등장하는 건지 모르겠다.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서 자기 것으로 해야겠다고 강간하는 다카토 개XX나, 이미 버린 몸이라고 그가 시키는 대로 온갖 플레이를 하는 오토네 X이나……. 이건 무슨 추리물이 아니라, 주인공의 납치 감금 능욕물인 것 같다. 등장하자마자 기절하고 강간당하고, 납치당하고 묶이고, 탈출하다가 또 다른 놈에게 납치당하고, 풀려나서는 다카토에게 안겨서 절정을 느끼면서 이미 타락한 몸이라고 징징거리고……. 제일 압권은 말라버린 우물 같은 곳에 빠져 갇힌 주제에 다카토와 몇날며칠 섹스만 했다는 부분이다. 그러고 싶은가? 진짜로? 나갈 곳을 찾아볼 생각은 안 해? 땅이라도 파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어? 아, 파긴 했다. 서로의 몸을.

 

  그리고 다카토 강간마 XX는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오토네가 다른 놈에게 며칠 납치당했다가 풀려나자, 그녀가 혹시 그 놈과 관계를 맺지는 않았는지 의심한다. 사랑해서 강간한다는 개똥같은 소리나 지껄이고 말이다. 미친 놈. 그런데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자길 버리지 말라고 애원하는 오토네 역시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 넌 그게 사랑이라고 믿는 거냐? 진짜로? 병신도 여러 가지다, 진짜.

 

  이런 내용을 유명 작가라는 사람이 버젓이 내놓으니까 납치 조교물이 일본에서 성행하는 거다. 강간해도 사랑한다고 하면 오케이니까. 거기다 다카토와 오토네는 해피엔딩이었으니까.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거겠지.

 

  아! 그러고 보니 이 작가 초기에도 그런 비슷한 설정의 단편을 썼다. 그건 키워서 잡아먹는 거였고, 이건 납치 조교하는 거다. 드라마로도 여러 번 만들어졌다는데, 당연하다. 걸핏하면 섹스 장면이 등장하는데, 성인 대상 심야 드라마로는 딱이잖아? '[짤리기 전에 보세요] 백억 대 상속녀 전신 타이즈 차림으로……. avi' 라든지 '[몰카]미모의 여대생과 본디지 플레이를.avi' 또는 '[내성소] 내 성노를 소개합니다.avi' 등등 응용할 부분은 무궁무진하다.

 

  결론은 지치지 않는 체력과 테크닉?

 

  그건 그렇고 긴다이치는 뭐한 거지? 둘이 섹스하는 거 구경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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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피센트
로버트 스트롬버그 감독, 안젤리나 졸리 외 출연 / 월트디즈니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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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aleficent , 2014

  감독 - 로버트 스트롬버그

  출연 - 안젤리나 졸리 , 엘르 패닝 , 샬토 코플리 , 레슬리 맨빌

 

 

 

 

 

  말레피센트, 그러니까 공주 오로라를 잠재우는 저주를 내리고 나라를 가시덤불로 뒤덮은 마녀는 왜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 진짜 속이 배배 꼬여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꼴 보기 싫어서 그런 것일까?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글러먹은 인성을 갖고 있는 거였을까? 아니라면 왜 그랬을까?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읽고 한번이라도 이런 의문을 품은 사람이 만들었을 것 같은 영화이다. 왜 그녀는 그런 무시무시한 짓을 저질렀을까?

 

  영화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하기 위해, ‘사랑’과 ‘배신’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했다. 사랑과 전쟁이 아니어서 좀 아쉬웠다.

 

  말레피센트는 크고 아름다운 날개와 환한 미소를 가진 귀여운 어린 요정으로, 비옥한 땅을 노리는 인간에게서 요정들을 지키는 것이 그녀의 임무였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온 인간 소년 스테판. 그를 믿었던 말레피센트는 자신의 약점을 말했고, 권력에 눈이 멀게 된 스테판은 그것을 이용해 그녀를 파멸시켰다. 몰래 그녀의 날개를 잘라낸 스테판은 공주와 결혼해 왕위에 올랐고, 말레피센트는 배신감에 눈물을 흘리며 그 전까지의 환한 미소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복수심에 불타 스테판의 딸인 오로라에게 바늘에 찔려 잠이 들 것이라는 저주를 내린 그녀. 하지만 어린 공주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는데…….

 

  ‘난 너를 믿었기에 내 비밀을 알려줬고, 그 어느 날 너와 내가 만났던 날 밤에 넌 내 날개를 잘라가졌고 딴 여자와 결혼을 했었지~ 그제서야 난 느낀 거야 진정한 사랑이란 없다는 걸~’ 라는 노래 가사가 절로 나오는 영화였다. 말레피센트의 행동에 정당성을 주기위해, 스테판 왕이 나쁜 놈이 되어버렸다. 흐음, 나중에 혹시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대하 서사 영화가 나오는 건 아닐까? 사실 내가 그녀를 배신한 것은 이런 이유가 있어서였다 이러면서.

 

  말레피센트가 오로라에게 진정한 사랑의 입맞춤으로만 깨어날 수 있다고 저주를 내린 것은 절대로 풀릴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스테판이 사랑한다고 해놓고서 그녀를 배신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녀는 일부 몰지각한 남자들, 특히 권력가들이나 야심가들의 속성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막말로 술 취해 쓰러져있거나 잠자는 여자를 어떻게 해보지 못해 안달이 난 XX들이 많은데, 오로라는 요정의 주인공 보정으로 엄청 예쁘기까지 한 소녀다. 사랑한다는 마음보다는 ‘어디 한 번?’이라는 마음으로 집적대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니 진정한 사랑은 개뿔, 오로라의 입술이 닳지 않으면 다행이다.

 

  아, 잔혹 동화 버전이었던가? 거기서 잠자는 공주는 왕자의 키스로 깨어나지 않는다. 왕자가 왕이 될 때까지, 나중에 임신해서 그 아기들 때문에 눈을 뜰 때까지 오랜 시간동안 그녀는 그의 섹스돌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온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그런 이유로 오로라에게 왕자가 키스해도 그녀는 깨어나지 않는다.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기 전에 입술부터 들이대니까. 마음이 다급해진 요정 대모들은 급기야 남자란 남자는 다 끌고 올 기세였다.

 

  나중에 오로라가 눈을 뜨긴 한다. 왕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키스 때문에. 그 장면을 보고 디즈니가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왕국 Frozen, 2013’에서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 남녀 간의 사랑보다는 다른 것을 더 중요시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가족 간의 사랑이고, 달리 보면 성별과는 관계가 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하긴 사랑에 나이나 성별, 국적이 무슨 상관일까.

 

  마녀 역할을 맡은 안젤리나 졸리는 훌륭했다. 너무 훌륭해서 공주는 빛을 잃었고, 왕자는 존재감이 없었다. 하긴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은 건 공주도 왕자도 아니었다. 순수했던 소녀가 배신당한 여인이 되고, 독기를 품었던 그녀가 어떻게 예전의 마음을 되찾는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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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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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惡魔がりて笛を吹く, 1973

  작가 - 요코미조 세이시

 

 

 

 

  역시 1951년도부터 잡지에 연재되었던 소설이다. 범인의 트릭과 범행은 신출귀몰했고, 동기는 안타까우면서 역겨웠다. 2차 대전 이후 어려웠던 생활상도 엿볼 수 있었고, 그 당시 사회 분위기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음, 전쟁을 일으킨 전범국으로의 반성은 별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 건 다른 이야기에서도 느꼈던 점이긴 하다. 전쟁의 후폭풍으로 어려워진 생활상에 대한 설명은 있었지만, 왜 그런 어려움을 겪어야했는지에 대한 반성이나 고찰은 없었다. 단지 전쟁의 여파로 청산가리가 무작위로 제조되어 유포된다고 한탄하는 의사만 나올 뿐이었다.

 

  천은당 사건의 용의자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은 몰락한 화족인 츠바키 자작이 자살한다. 그런데 몇 달 후, 자작의 집에서는 그의 모습을 봤다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의 딸인 미네코는 긴다이치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집으로 와서 진짜 아버지가 살아있는 것인지 아닌지 밝혀달라는 것이다. 점을 치는 날을 맞이하여 츠바키 저택으로 온 긴다이치. 그곳에는 츠바키 자작의 부인인 아키코와 유모, 자작의 친구 아들인 도타로 그리고 아키코의 오빠인 신구 백작 부부와 그 아들, 거기에 아키코의 백부인 다마무시 노백작과 그의 첩 기쿠에까지 와서 살고 있었다. 점을 치던 도중, 츠바키 자작이 남긴 플롯 연주곡이 흘러나와 사람들을 공포에 질리게 만든다. 그리고 그날 밤, 다마무시 노백작이 살해당하는데…….

 

  거의 완벽에 가까운 알리바이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조장하는 범인의 천재적인 능력은 놀랄 정도였다. 하긴 비밀이 많고 지은 죄가 있는 사람들이니까 작은 일에도 깜짝 깜짝 놀라고 분위기에 휩쓸리기 쉬운 모양이다. 그래서 더 효과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근친의 부작용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귀족의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근친혼을 남발한 가운데, 자손들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게 태어났다. 어떻게 보면 귀족이라는 사람들이 일반인들보다 더 성적으로 문란하고 부도덕했다. 그 순간 즐거우면 끝이었다. 뒤처리는 가문의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상대방이 받을 고통이나 아픔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그런 게 있다는 것조차 몰랐을 것이다. 그게 문제였다. 그래서 비극이 시작되었다.

 

  범인의 동기 부분을 읽으면서는 뒷맛이 참 좋지 않았다. 결국 기성세대가 싸놓은 똥을 다음세대가 처리해야하는 격이었기 때문이다. 자기가 싼 똥은 자기가 직접 치우는 게 당연한데 말이다. 문득 생각해본다. 나는 내가 싼 똥을 치우지 않고 어딘가에 버려두지는 않았을까?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 치우도록 방치하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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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슈갈이다 어린이 나무생각 문학숲 3
한영미 글, 남궁선하 그림 / 어린이나무생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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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한영미

  그림 - 남궁선하

 

 

 

 

 

  ‘괴롭힘’은 모두가 다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생각일 뿐이고, 실제로는 다른 이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 가족을, 자기 동료를, 자기 후배를 더 나아가 모르는 사람까지. 문제는 그게 괴롭힘이라고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괴롭힘은 대물림이 되고 있다. 어른들이 어떤 행위를 괴롭힘이라고 알지 못하고 또 그것이 나쁘다는 것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아이들은 그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본받아 서로를 괴롭히고 있다.

 

  이 책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괴롭힘, 왕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신학기 첫 날, 평소와 다름없이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가 선생님에게 걸린 수아. 튀어나온 입과 엄마 취향의 프릴 달린 원피스 때문에 다른 아이들의 주목을 받는다. 그리고 학교 얼짱이라는 태영이에게서 ‘못생겼다’는 말과 함께, 그 일당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하는데……. 동생까지 들먹이며 협박하는 태영이와 그 일당들 때문에 수아는 어쩔 수 없이 그 애들의 요구를 들어주게 된다.

 

  요즘 아이들의 괴롭히는 수준은 상상 이상이다. 금품 갈취는 기본이고 자기들이 할 일을 대신 시키거나, 폭행 같은 신체적 물질적 폭력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폭력까지 가하고 있다.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서 계속해서 카톡을 보내 피해아이가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만든다거나, 카톡방을 나가지도 못하게 한다. 거기에 심각한 수준의 언어폭력까지 가한다. 전학을 간다고 해도 요즘처럼 SNS가 발달한 시대에 먼 거리쯤은 문제가 아니다.

 

  주동자와 동조자 그리고 방관자만이 남은 교실에서 아이들은 고립되었다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그리 효과적이지는 못하다. ‘걔가 당할 만하니까 그랬겠지.’라고 말하거나, ‘걔는 너무 나대서 좀 괴롭힘을 당해도 싸.’라는 말이 돌아오는 곳이 더 많으니까. 학교는 가능하면 큰 문제없이 쉬쉬하면서 넘어가길 바라고, 부모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렇게 약자를 하나 정해서 집단으로 괴롭히는 것이 더 나아가 학교 신입생 군기 잡기, 후임 군기 잡기, 입사 후배 군기 잡기라는 개똥같은 행위로 변해서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전해지고 있다.

 

  나와 다른 점을 인정하지 않고 획일화시키는 교육이 원인 중의 하나인 것 같다. 학창 시절에는 나보다 뚱뚱하니까, 키가 작으니까, 목소리가 크니까, 공부를 못하니까, 선생님에게 많이 지적당하니까 괴롭혀도 괜찮아. 사회 생활할 때는 나보다 어리니까 괴롭혀도 괜찮아. 이런 인식이 팽배해있어서,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약자라고 인식하고 온갖 괴롭힘을 행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뚱뚱하고 키가 작고 목소리 크고 공부 못하는 게 어때서? 나이가 어린 게 왜?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그 정도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인성도 길러주지 못하는 사회라서 인종 차별, 성차별, 성소수자 차별, 학력 차별이 당연시되고 있는 것이다. 아, 쓰다 보니 흥분했다.

 

  괴로워하던 수아는 엄마 가게에서 일하는 벙글 씨의 조언으로 자신의 약점을 받아들이고 맞서기로 결심한다. 어른들은 둔해서 잘 알아채지 못하니까 적극적으로 은밀하게 알리고, 방패말을 만들어서 아이들의 놀림을 맞받아치기로 한다. 아이들이 입이 튀어나왔다고 갈갈이라고 놀리면, ‘슈퍼 갈갈이’ 줄여서 슈갈이라고 부르라고 대응하는 것이다.

 

  결론은 아이들 동화답게 해피엔딩이었다. 현실에서처럼 당할 만하니까 당했다고 반박하는 부모들도 없었고, 다들 사과를 했다. 태영이가 여왕으로 군림하려고 한 이유가 가정형편 때문이라는 것이 좀 식상하긴 했지만, 모두들 화해하고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다시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안 좋은 아이들만 남을 괴롭히는 건 아닌데……. 예전에 읽은 ‘양파의 왕따 일기’도 비슷한 경우였다. 어쩐지 그런 아이들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주는 건 아닐까하는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꼭 불우한 환경에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니까.

 

  하여간 남을 차별하고 괴롭히는 놈들은 똑같이 당해봐야 한다. 어릴 때는 몰라도, 나잇살 먹어서도 그런 짓을 하는 놈들은 진짜 밑바닥까지 겪게 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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