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인문학 - 하루를 가장 풍요롭게 시작하는 방법
다이앤 애커먼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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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제 - 하루를 가장 풍요롭게 시작하는 방법

  원제 - Dawn Light: Dancing With Cranes And Other Ways To Start The Day, 2009

  저자 - 다이앤 애커먼

 

 

 

 

  인문학이라고 해서 철학이나 문학에 대한 얘기가 펼쳐져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런 부분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개의 이야기는 저자가 새벽에 눈을 떠서 바라본 주변 자연에 대한 사색으로 이루어져있었다.

 

  사전에서 본 인문학의 정의는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영역으로, 인간의 가치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한다.’고 되어있었다. 흐음, 그러면 제목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이 책은 저자가 주변 자연의 사물들과 거기에서 연상되는 여러 가지 생각의 흐름을 적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이라든지 인간이 잃어버린 것에 대한 것을 다루고 있으니까, 인문학의 다른 표현법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인문 사색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지도.

 

  이 책은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이렇게 각 계절마다 저자가 새벽에 바라본 하늘이라든지, 그 날 맨 처음 만난 동물이나 식물에 대한 첫인상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이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있고,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을 것이라고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때로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그들의 생활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이라든지 인간과의 관계 등등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제일 첫 번째인, 봄의 첫 이야기를 읽는 순간 ‘우왕!’했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동물들의 이름을 알고, 구별할 수 있는 걸까? 그리고 어떻게 이런 감각적이면서 진솔한 문장을 쓸 수 있는 걸까? 그러면서 어떻게 너무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은, 이런 독특한 분위기를 풍길 수 있는 걸까? 게다가 어떻게 저자는 이 많은 분야를 다 꿰고 있는 걸까? 화가면 화가, 언어학이면 언어학, 문학이면 문학……. 그리고 어떻게 저자는 자연과 인간을 이리도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수 있는 걸까?

 

  계절마다, 아침마다 새로운 자극을 만나는 저자가 부럽기도 했다.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서일까? 아니면 자연과 함께 하려고 노력해서 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아는 것이 많고, 생각을 깊이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 걸까?

 

  어쩌면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이지만, 모든 것을 새롭게 보고 다른 의미를 부여하며 평범하게 보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해 깊이, 여러 각도로 생각하고 상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책의 띠지에 보면, ‘매일 새벽, 우리는 죽음에서 깨어난다.’라고 적혀있다. 처음 책을 집었을 때는, 이게 무슨 말인가 했다. 하지만 한 장 두 장 읽어가면서 ‘아!’하고 알았다. 죽음에서 깨어나는 것은 부활하는 것이다.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과거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것이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나로 살아갈 기회를 더 얻는 것이다. 그러기위해서는 시작이 중요하다. 그래서 저자는 하루의 시작인 새벽에 하는 사색을 통해 그 날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제시하는 것 같다.

 

  어디서 들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침에 눈을 떠서 그 날의 계획을 세우면 하루를 활기차고 의욕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요즘 사람들은 일이나 학업에 치여서 눈뜨자마자 일어나서 활동하기 바쁘다. 하지만 조금 일찍 눈을 떠서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생각한다면, 좀 더 하루의 시작이 뿌듯하지 않을까 한다. 너무 깊고 긴 사색을 하다가 늦는 건 안 되지만.

 

  ‘모네는 그저 깨어났을 때의 짜릿한 느낌이라든가 우리 모두가 맞닥뜨리는 순간순간의 경험을 내세우고 찬미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안타깝게도 그런 것들을 쓸모없고 자기중심적이고 비생산적이라고 치부하거나 우리 자신을 진정한 자아에서 분리하기 위해 고안된 용어를 들어 무시하려고 한다. 자아를 해방시켜 자연에 함몰할 때 우리는 엄청난 자유를 느낄 수 있다. 언제, 어디에서든 살아 있는 순간을 느낄 수 있다.’ - p.83

 

 

 비록 저자처럼 새벽형 인간은 못되지만, 아침에 눈을 떠서 하루에 대해, 내 자신에 대해, 주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주위의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를 하면 내 하루하루는 나날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몸은  일상에 묶여있을지라도, 정신만은 자유로운 인간이 되고 싶다.

 

 

 그리고 비둘기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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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산책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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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夜步く, 1973

  작가 - 요코미조 세이시

 

 

 

 

  가끔 한 작가의 소설을 차례대로 읽을 때, 당혹스러운 경우가 있다. 바로 책의 출판연도와 발표 시기가 다른 경우일 때 그렇다. 이 이야기만 해도 1948년도에 잡지에 연재가 되었다고 하는데, 책의 출판연도는 1973년이다. 이런 경우에 출판 연도를 따라야하는지, 아니면 연재된 순서를 따라야하는지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처음 발표된 순서를 따라야 시대상이라든지 주인공 탐정의 변화를 알 수 있으니까, 연재된 순서를 따르기로 했다.

 

  이번 이야기는 ‘팔묘촌 八つ墓村’이나 ‘혼진 살인사건 本陣殺人事件’처럼 다른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도중에 아가사 크리스트와 엘러리 퀸의 소설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책들의 제목을 말하는 건, 엄청난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나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해야겠다. 아무래도 요코미조 세이시의 초기 작품들은 그 두 작가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리 알려지지 않은 추리소설 작가인 ‘야시로’는 친구이자 후원자인 ‘나오키’의 부탁으로 그의 집을 방문한다. 이 이야기는 야시로가 그곳에서 보고 겪은 것을 적은 것이다.

 

  나오키의 집안은 대대로 후루가미 가를 모시고 있는데, 그 가문에서는 대대로 꼽추가 태어난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집안에서 아름다운 딸 ‘야치로’가 태어났을 때, 그녀는 꼽추의 부인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받았다고 한다. 야시로가 도착했을 때, 마침 그곳에 꼽추 화가로 유명한 ‘하치야’가 야치요의 남편감으로 머물러있었다.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의 신경전이 극에 달했을 때, 목이 잘린 시체가 발견된다. 처음에는 그 시체가 하치야라고 여겨졌지만, 유모의 증언으로 야치요의 꼽추 오빠이자 후루가미 가의 후계자인 ‘모리에’일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리고 후루가미 가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가는데…….

 

  특히 피가 섞이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여동생을 향한 욕정과 집착을 감추지 않는 오라비, 꼽추라는 것에 콤플렉스를 느껴서인지 지배적이고 가학적인 성행위를 요구하는 변태적인 약혼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즐기는 것 같으면서 한편으로는 포기한 듯한 소녀의 관계는 어떻게 저런 상황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들게 했다.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어딘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야치로의 어머니인 류 그리고 알콜 중독자이자 나오키의 부친인 센고쿠의 관계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이 아니었다. 불륜과 근친으로 얽혀있는 그들이 빚어내는 감정의 대립과 퇴폐적인 분위기는 글을 전반적으로 우울하고 암울하게 만들었다.

 

  그 때문일까? 가끔 튀어나오는 긴다이치 긴다이치 코스케의 농담도 분위기 전환에는 전혀 도움에 되지 않았다. 어쩌면 ‘나’라는 서술자가 따로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왜 굳이 서술자를 따로 두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후반부에 가서 그 이유가 밝혀진다. 그 부분을 읽자마자 ‘이건 불공평해!’라는 생각이 들면서, 화가 났다. 크리스티 소설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이번은 더 심했다. 하아, 그 이유를 말하면 엄청난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하겠다. 말하고 싶어서 입, 아니 손가락이 근질근질하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후루가미 가문이 겉으로는 명망 있고 유서 깊은 집안이라지만, 속으로는 곪을 대로 곪아서 망하기 일보직전으로 보였다. 그래서 그런 사건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문득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평소에 화를 안내다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깨달았다. 그러니까 평소에 자잘한 화를 많이 내야 정신건강이나 대인관계에서도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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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Criminal Minds: Season 7 (크리미널 마인드 시즌 7)(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Paramount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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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riminal Minds

  제작 -마크 고든

  출연 - 토마스 깁슨, 조 맨테그나, 페짓 브루스터, 쉐마 무어, 매튜 그레이 구블러, 커스틴 뱅스니스

 

 

 

 

 

  지난 시즌에서 혹시나 하는 떡밥을 던졌던 프렌티스의 죽음에 얽힌 비밀이 풀리고 JJ도 돌아오면서 팀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다만 리드가 JJ에게 조금 꽁한 모습을 보이지만, 곧 예전처럼 서로를 대하기는 한다. 이제 JJ도 프로파일러로 활동을 하고, 그녀가 맡았던 연락관 임무는 가르시아가 겸임하게 된다.

 

  이번 시즌에서 제일 미친놈을 뽑으라고 하면, 음 두 번째 에피소드인 ‘Proof’의 범인을 뺄 수 없다. 마음에 둔 여자에게 채인 앙갚음으로 그녀와 비슷한 외모의 소녀들을 납치해서 끔찍한 고문을 자행한다. 마음에 두었을 뿐 고백도 안 해봤으면서 다른 남자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그 망상에 얼마나 많은 소녀들이 희생되었는지……. 자뻑이 너무 심하면 이래서 문제다.

 

  자뻑과 망상으로 치면 다섯 번째 에피소드인 ‘From Childhood's Hour’과 일곱 번째 이야기인 ‘There's No Place Like Home’, 열한 번째인 ‘True Genius’ 그리고 열아홉 번째 이야기인 ‘Heathridge Manor’도 뺄 수 없다. 자기만의 환상과 망상에 시달려서 다른 사람들을 제물로 삼는 미친놈들이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니, 많이 끔찍하다. 그건 미국만의 일이 아닐 테니까.

 

  열두 번째 에피소드인 ‘Unknown Subject’는 성폭행을 당한 이후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 진짜 이런 소재는 마음이 아프다. 열네 번째 이야기인 ‘Closing Time’ 역시 어떻게 보면 피해를 입은 사람이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서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이야기다.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열다섯 번째 이야기 ‘A Thin Line’에서는 정치가의 교활함에 대해 다루고 있다. 와, 진짜 못돼먹은 놈이 나온다. 그런 마인드로 권력을 쥐면 좋을까? 뒤이어 열여섯 번째 ‘A Family Affair’에서는 빗나간 모정을 보여준다. 아무리 자기 자식이 소중하다지만, 어떻게 그런 짓까지 할 수 있을지.

 

  화나는 에피소드라면 스무 번째인 ‘The Company’를 뺄 수 없다. 여자들에게는 가족을 죽이겠다고 협박을 해서 강제로 노예 계약서에 서명하게 한 다음에 목줄을 채우고 감금하다시피해서 성욕을 채우는 다수의 개자식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 모임이 있어서 서로 여자를 사고팔기도 하고 양도하기도 한다는 데, 와 진짜 보면서 화가 났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건, 그런 상태로 갖게 된 아이에 대한 여자들의 반응이었다. 나 같으면 강간으로 낳은 아이라면 꼴도 보기 싫을 텐데, 그녀들은 그 아이 때문에 남자들에게서 떠날 수가 없다. 아이를 볼모로 그녀들은 남자들의 온갖 요구에 묵묵히 따르고 심지어 협조까지 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마지막 편에 JJ의 아들로 나왔던 꼬마가 무척 귀여웠다. 검색해보니 그녀의 친아들이라고 한다. 얘도 나중에 크면 엄마 닮아서 한 미모할 것 같다. 그리고 드디어 하치가 새로운 여자를 만났는데, 이번에는 눈물 흘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6시즌을 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7시즌까지 몰아봐서 그런지, 아니면 드라마 자체가 조금은 느슨해진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이제 어지간한 범죄 수사물에 면역이 생긴 것인지 몰라도, 이번 이야기들은 그냥 그랬다. 그 전까지의 크리미널 마인드 시리즈에서 느꼈던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팀원들과 개인적으로 얽히는 사건들이 등장하면서, 너무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맛있는 것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체하거나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을 정도로 물리게 되는데, 아마 그런 영향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다음 시즌은 좀 있다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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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벌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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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女王蜂, 1973

  작가 - 요코미조 세이시

 

 

 

 

  이 책 역시 잡지에 연재된 시기는 1951년이지만, 출판연도는 1973년이다. 연재 순서대로 읽었다.

 

  '도모코'는 할머니, 가정교사 히데코 그리고 고용인들과 월금도라는 섬에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열여덟이 되자, 양아버지인 '긴조'가 사는 도쿄로 가게 된다. 그녀를 데리러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긴다이치. 왜냐하면 그녀를 섬에서 도쿄로 불러내지 말라는 협박장이 도착했기 때문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려는 긴조의 대책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도쿄에 도착한 그녀는 긴조가 준비해둔 세 명의 남편 후보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하나둘씩 살해당하는데…….

 

  너무도 아름다운 소녀였던 '고토에'와 그녀의 미모와 재산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도모코'. 그런 그녀를 노리는 남자들. 밀실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는 남편 후보자들과 그 장소에 어김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렌타로'라는 남자와 의문의 노인.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은, 19년 전의 어느 여름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모코의 친아버지인 '구사카베'의 정체는 무엇이고 왜 죽었을까? 그는 진짜로 도모코의 어머니인 '고토에'에게 살해당한 것일까? 과연 협박장을 보낸 것은 누구인가?

 

  밀실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시체로 발견된 사건이 연속으로 일어나다보니, 왜 이리도 밀실 사건이 흔할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무척이나 정교하고 완성시키기 어렵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런 걸 세 번이나 실행한 범인은 무척이나 똑똑한 사람이라는 감탄마저 들 정도였다. 아, 아니다. 완성시켰다면 긴다이치에게 발각될 리가 없잖아?

 

  책은 다른 이야기들에 비해 좀 두꺼운 편이었다. 하지만 연달아 일어나는 살인 사건과 긴다이치 탐정 습격 사건의 영향으로 중간에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도모코와 긴다이치를 제외한 등장인물들이 다 비밀을 한두 가지씩을 갖고 있어서, 용의자를 추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물론 이야기를 읽다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있었다. 도모코는 왜 양아버지가 골라준 약혼자 후보들에 대해 아무런 반론 없이 받아들인 걸까? 아나 진짜, 읽어보면 다들 수준 미달인 것 같았는데 말이다. 엄청난 미모에 여왕 같은 기품과 위엄까지 갖췄으면서, 왜 그딴 놈들에게……. 게다가 중간 중간에 사람다루는 것을 보니 보통이 아닌 것 같은데! 그 당시 시대상황으로는 여자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결국 자기 의견을 제시할 수 없었다는 걸까? 문득 섬에서 그녀를 그렇게 키워낸 가정교사 히데코의 능력이 엄청났다는 걸 깨달았다. 타고난 것도 있었겠지만, 다른 사람과의 아무런 접점도 없이 평생을 섬에서 살면서 가정교사의 교육만으로 그런 능력을 가지다니……. 이 소설에 등장하는 도모코나 히데코, 둘 다 굉장한 능력자들이었다. 역시 소설 주인공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과연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특히 2대에 걸친 사랑, 그러니까 어머니와 그 딸을 이어서 사랑하는 것이 가능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딸을 온전히 그녀로 봐주는 것인지, 아니면 엄마의 모습을 투영해서 바라보는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그런 것이라면 딸이 너무 불쌍하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 아닐까? 이 책의 범인 같은 경우라면 정신병에 더 가까울 것 같다. 이기적인 사랑 때문에 한 남자는 죽어야했고, 한 소녀는 연인을 죽였다는 자책으로 괴로워했으며, 다른 소녀는 버림받았다는 생각으로 자라야했다. 그리고 병에 가까운 집착 때문에 세 남자는 영문도 모르고 살해당했다.

 

  음, 사랑이라고 무조건 다 좋은 건 아니다. 소설 속에서처럼 유해한 사랑도 존재하는 법이다. 건전한 사랑을 해야겠다.

 

  전에 이 소설을 드라마화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 때는 도모코와 고토에 역을 쿠리야마 치아키가 맡았었는데, 소설과는 다른 이미지였다. 소설에서는 어머니와 딸의 성격이 다른 것으로 나오는데, 여기서는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부분이 있다. 518쪽에 보면 '모자 2대에 걸친 사랑'이라고 나오는데, 고토에와 도모코는 엄마와 딸이니까 모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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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셜록 (2disc)
폴 맥기건 감독, 루퍼트 그레이브스 외 출연 / KBS 미디어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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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herlock, 2010

  대본 - 스티븐 모팻, 마크 게티스

  출연 -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틴 프리먼

 

 

 

 

  셜록 홈즈 시리즈를 다 읽은 다음에 곧장 드라마를 다시 봤어야 했는데, 어찌어찌하다가 이제야……. 그래서인가? 드라마를 보면서 ‘어, 이거 책에서 읽은 거 같은데?’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떤 이야기였는지 헷갈렸다. 다시 찾아보는 게 귀찮아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내 기억력이 많이 감퇴한 것도 아니……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불쌍하다. 엉엉엉

 

  영국 드라마는 미국 드라마처럼 일 년에 23편정도 방영하지 않고, 짧으면 3편 정도이고 길면 13편정도 방영한다. 그런데 시간은 좀 더 길다. 쉽게 말하면 영국 드라마는 짧고 굵은 스타일이고, 미국 드라마는 가늘고 길게 가는 형식이다. 이 드라마도 3부작이긴 했지만 편당 상영 시간이 무려 한 시간 30분이나 한다. 블록버스터가 아닌 B급 공포 영화 한 편정도 보는 시간과 맞먹는다.

 

 

  1편은 ‘주홍색 연구 A Study in Pink’이다. 홈즈가 나오는 첫 번째 이야기 'A Study in Scarlet'를 모티브로 한 것 같다. 1880년대를 배경으로 했던 소설의 설정을 현대적으로 고스란히 담아왔다. 왓슨이 참전했던 곳은 아프가니스탄으로, 셜록이 왓슨의 가정 상황에 대해 알아차린 시계는 휴대 전화로 바뀌었다. 그리고 셜록은 현대 문명의 이기인 인터넷이나 휴대 전화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아는 설정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원작에서 죽은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나쁜 놈들이었지만, 드라마에서는 그렇게 나오지 않았다. 요즘 대세라는 묻지마 범죄를 보여주기 위함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범인의 동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알아차리지 못했던 걸까? 범인의 정체는 원작을 생각하면 알 수 있었다. 동기는 잘 모르겠지만, 범인의 직업은 짐작 가능했다. 하긴 그걸 그렇게 바꾸는 게 제일 어울릴 것이다.

 

 

  2편은 ‘눈 먼 은행원 The Blinder Banker’인데, ‘춤추는 사람 그림’이 떠올랐다. 거기에 좁은 곳에도 자유롭게 들락날락하는 살인자의 묘사에서는 ‘네 사람의 서명 The Sign of Four’도 생각났는데, 그걸 응용한 제목은 3시즌에 있었다.

 

  소설에서는 종이나 집안 곳곳에 그려진 암호문이었는데, 드라마에서는 벽에 글자와 그림을 기호화한 ‘그라피티 graffiti’로 변환시켰다. 제일 웃겼던 장면은 벽에 그려진 암호문을 발견한 왓슨이 셜록을 불렀을 때 두 사람의 상황이었다. 둘이 돌아왔을 때 그림은 사라져있었고, 셜록은 왓슨의 기억력을 의심하는 말투로 오감을 자극해서 기억해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때, 주머니에서 휴대 전화를 꺼내는 왓슨. 사진을 찍어놓은 것이다. 그걸 본 셜록의 그 표정이란…….

 

 

  3편은 ‘잔혹한 게임 The Great Game’으로 ‘브루스파팅턴 호 설계도’에다가 다른 여러 가지 단편을 엮어놓았다. '쇼스콤 관'도 중간에 약간 인용된다.

 

  셜록의 형인 마이크로프트가 사건의뢰를 하면서 자기는 한국에서 선거가 있어서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한다. 음, 저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에 한국에서 총선이 있었던가? 마이크로프트가 소설과 달리 꽤나 활동적이고 상당한 음모가로 그려졌다. 원작의 삽화에서는 그냥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었는데, 여기서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교활한 중년이었다. 이번 편에서 두 형제를 비교해보면, 둘 다 머리가 좋아서 서로에게 지기 싫어해서 경쟁을 하는데 어쩐지 동생이 밀리는 느낌이다. 동생이 무엇을 하든지 형은 '나는 다 알고 있다. 나는 관대하다.'라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 같고, 동생은 틱틱대는 분위기? 음, 형인 마이크로프트 역할을 맡은 사람이 대본을 쓴 사람 중의 한 명이니까 다 알고 있긴 할 거다.

 

  원작에서는 왓슨이 홈즈의 활약상을 책으로 내지만, 드라마에서는 블로그에 연재를 한다. 꽤 많은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고 나온다. 거기에 설계도가 USB에 들어있는 것도 상당히 현실성이 있었다.

 

 

  드라마는 처음 봤을 때 무척이나 정신없었다. 예전에 본 셜록 홈즈 드라마도 그 정도로 빠르지 않았다. 그 시리즈는 어떻게 보면 느릿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는데, 이건 완전히 달랐다. 하긴 현대는 빠른 것이 미덕인 시대니까.

 

  각본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9세기에 나온 원작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면서 동시에 현대적인 감각도 놓치지 않았다. 그러면서 두 시대의 만남이 어색하지 않았고, 자연스러웠다. 어쩐지 영국에 가면 진짜 베이커가의 하숙집이 있고, 이층을 두드리면 누군가 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 홈즈가 빨리 말을 할 때는 어쩐지 영국 드라마 '닥터 후'의 닥터가 떠올랐다. 특히 데이비드 테넌트가 연기를 한 닥터가 연상되었다. 대본을 맡은 사람이 똑같아서 그런가?

 

  마지막 장면에서 왓슨과 셜록 둘 다 모리아티의 함정에 빠진다. 하지만 원작을 읽은 사람은 알고 있다. 아직 죽을 때가 아니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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