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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 - Korean Classic Movie Collection
이용민 감독, 정애란 외 출연 / DVD Top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영제 - A
Bloodthirsty Killer, 1965
감독 - 이용민
출연 - 정애란, 도금봉, 이예춘, 이빈화, 남궁원
무서워야할 공포 영화지만 보는 내내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이건 저 당시 영화를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응이긴 하다. 지금과는 너무 다른
1960년대 영화 특유의 발성내지는 대사 때문이다. "너무해!"가 아니라 "이건 너무하다!"라는 대사라니……. 그 때문에 자신에게 닥친 비극에
몸부림치는 여주인공의 절규부분에서도 푸훗, 귀신을 보고 놀라는 장면에서 크크크……. 하아,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귀신이 단정하게 입고
나오니, 음? 이건 '월하의 공동묘지 1967'에서도 비슷하게 느꼈던 것이다. 거기서도 귀신이 너무도 깔끔하게 머리에 비녀까지 꽂고
나왔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 코미디 같은 영화는 아니었다. 보다가 '헐!'하고 놀라는 장면이 군데군데 있었다. 시체를 숨긴 장소에 가서 확인을
해보는데, 귀신이 뒤에서 물끄러미 보고 있는 장면은 좀 오싹했다. 특히 여기서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이시목은 어느 화랑에서 10년 전에 죽은 부인 애자의 초상화를 발견한다. 얼떨결에 화가에게서 초상화를 받아든 시목. 그런데 화가는 석연치 않은
죽음을 맞이하고, 시목은 그림을 집으로 가지고 도망쳐온다. 이후 그의 주변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친분이 있는 의사가 살해당하고,
정체불명의 한 여인이 등장해 시목에게 경고의 말을 남긴다. 그뿐만 아니라, 어머니 허씨는 아이들의 피를 빠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두 번째
부인인 혜숙의 앞에는 애자의 혼령이 나타나며, 급기야 아이들마저 사라지는데…….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는 말이 뭔지 보여주는 영화였다. 요즘 같으면 별로 흉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이유로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구박하고,
부잣집에 시집와 닭살 돋게 잘 사는 육촌언니를 부러워한 동생은 그녀를 함정에 빠뜨리기로 한다. 또한 오랜 친구였던 의사는 자신의 비밀을 위해
위험한 약을 준비하고, 유학비가 부족했던 화가는 아무 연관도 없는 여자를 모함하고 강간하려 든다.
시목과 애자 주변엔 적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들이 적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친구이고 가족이라고 여겼다. 그러니 그들의 말을
철석같이 믿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악은 부지런하다는 말처럼, 그들은 만에 하나 일어날 사태까지 대비했다. 착하고 순해빠진 부부는 덫에 걸려들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한을 품고 죽은 사람의 복수심은 상상외로 집요하고 크다는 점이었다.
착하게 살아야한다고, 죄를 지으면 언젠가는 벌을 받는다고 말하는 것 같지만 글쎄? 착하게 살다가 결국은 살해당한 애자에게 이승에서 남편과 사는
게 좋아 복수하고 저승에서 혼자 사는 게 좋아라고 물어보고 싶다.
이상한 점. 영화에 나오는 큰 딸은 애자가 낳은 게 아닌, 후처가 낳은 것이다. 그런데 열 살은 훨씬 넘어 보인다. 옥의
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