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구경 가는 날
장혜영 글, 조세정 그림 / 북베베(Bookbebe)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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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장혜영

  그림 - 조세정

 

 

 

 

 

  '귀……귀여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든 생각이다. 토끼도 귀엽고, 사슴도 귀엽고, 곰도 귀엽고, 다람쥐도 귀엽고, 그 누구보다 할아버지가 제일 귀여웠다. 어떻게 보면 산타 할아버지와 비슷하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쉽죠?'라고 염장질을 하던 외국 화가 아저씨를 연상시키는 외모를 갖고 있다. 어쩌면 그렇게 친근한 이미지라서 동물들이 거리낌 없이 다가갔을 수도 있다.

 

  장터에 농작물을 팔러 가는 할아버지 앞에 여러 동물들이 나타난다. 마을 구경을 하고 싶은 토끼와 사슴, 다른 마을로 이사 가는 곰 아저씨네 가족, 그리고 배웅을 나왔던 다람쥐까지. 할아버지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수레에 다 태우고 마을로 향한다. 마을에 도착한 동물들은 각자 사고 싶었던 물건을 사고 구경도 한다. 할아버지 역시 물건을 팔아 필요한 생필품을 구입한다. 그리고 하늘에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산으로 돌아간다.



 

  색연필? 파스텔? 그런 것으로 칠한 그림은 동물들의 털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었다. 처음에 토끼 눈을 보고, 좀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그 애가 사는 물건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눈을 저렇게 그렸구나.

 

  마을 장터에서 동물들이 쇼핑을 하는데, 사람들이 하나도 놀라지 않는 그림을 보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산에서 사는 동물들은 이미 여러 번 인간 세상에 내려왔던 게 아닐까? 게다가 인간들의 물건을 사용하는 것에 익숙한 것을 보니, 한두 번 써본 게 아니었다. 어쩌면 각자 집에서 케이블 텔레비전을 보면서 사랑이가 귀엽다든지 무한도전이 재미있었다고 키득거릴지도 모르겠다. 그런 상상을 하니까, 혼자 미소가 지어졌다.



 

  어머니와 난 동물들과 평화롭게 사는 세상이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사춘기의 까칠함을 보여주는 막내 조카는 이런 평을 남겼다. “수레를 끄는 말은 힘들겠다. 다른 애들은 다 수레에 타고 편하게 가는데, 혼자 끌잖아.” 그……그건 그러네. 하지만 조카야, 그냥 예전처럼 동화는 동화로 봐주면 안 될까? 말이 좀 불쌍하긴 하지만, 혹시 그 애는 운동을 열심히 하는 걸지도 모르잖아. 물론 곰 가족까지 태우는 걸 보고 고모도 좀 놀라긴 했지만 말이야.

 

  그래도 위에서 말한 것처럼 말이 끄는 수레와 산속에서의 생활, 그리고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도시화에 집을 잃어버린 동물들의 가슴 아픈 사연만 읽다가, 오랜만에 모두가 다 행복해지는 결말이 참 훈훈했다.

 

 

* 모든 사진 출처는 출판사에서 인터넷 사이트에 제공한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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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5-01-23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하은양이 학교에서 금붕어를 받아와 난리입니다 ㅋㅋ 햄스터 키우자 그러고 ㅠ ㅠ

바다별 2015-01-23 23:24   좋아요 0 | URL
이제 강아지도 기르자고 하고 고양이도 길러보고 싶고 나중에는 이구아나 내지는 거미까지 기르자고 하는 거죠. 새도 길러보고 싶다고 하고....^^
 
독수리 오형제
사토 토야 감독, 스즈키 료헤이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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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Gatchaman , 2013

  감독 - 사토 토야

  출연 - 마츠자카 토오리, 아야노 고, 고리키 아야메, 하마다 타츠오미

 

 

 

 

 

  여자아이가 하나 끼어있고 백조나 부엉이 같은 다른 종류의 새도 같은 팀에 있는데, 왜 하필 대장의 상징인 독수리이고 남자를 뜻하는 오형제인지 아직도 모르겠는 만화영화가 있다. 다만 내 어린 시절에 동생과 함께 시간 맞춰서 보려고 노력했던 만화이고, 큰조카는 싸우는 걸 싫어해서 별로 안 좋아했지만, 둘째 조카와 막내 조카는 너무도 좋아했던 만화였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난 그 만화 영화를 띄엄띄엄 이라고 해도 적어도 네 번은 본 것이다. 그렇지만 결말은 절대로 생각나지 않는 그 만화가 바로 ‘독수리 오형제’이다.

 

  실사 버전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조금 기대를 했었다. 만능 해결책인 버드 미사일은 어떻게 표현되는지, 알렉터 군단과의 전투 장면은 발전된 CG 기술로 어떻게 묘사될지 궁금했었다. 거기에 그 당시 꽃미남이었던 1,2호와 꽃미녀 3호의 배역을 누가 맡을 것인지도 은근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언젠가도 말했지만, 일본 작품을 보다보면 ‘악당에게도 사연이 있고, 알고 보면 무척 불쌍한 놈이다.’라는 인식을 강요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예를 들자면, 예전의 피해자나 그 관련자가 가해자로 나온다든지, 피해자가 죽어 마땅한 사람이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범인은 구구절절 자신의 안타까운 사연을 풀어놓으며, 사람들의 동정을 산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것일까? 그런 점이 무척 거슬렸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부분이 무척 부각되면서, 어딘지 모르게 내 추억을 망가뜨린 기분이 들어서 화가 났다. 아니 왜! 부수적인 재미였던 팀원들 사이의 연애 감정을 극대화시키다 못해, 없던 과거 연애사까지 들먹여서 악당에게 동정의 여지를 남기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왜 주인공은 과거의 기억 때문에 힘들어해야하고, 혼자 죄책감을 지고 있어야하는지 모르겠다.

 

  난 그냥 어릴 적에 신나게 보았던 싸우는 장면을 기대했던 것이지, 인물의 심리극을 보고 싶었던 건 아니다. 과거 회상 장면 분량이 너무 많았던 건 아닐까하는 느낌이었다. 또한 이야기 진행이 너무 평범했다. 과거와 연결 지어 갈등을 유발시키려고 했는데, 그게 영화 진행의 발목을 잡은 분위기였다.

 

  게다가 악당 두목의 카리스마 부재도 문제였다. 왜 동정표를 유발하는 거람? 너희들이 날 버려서 내가 얼마나 슬펐는지 알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가 이 길을 택한 거라고! 뭐 이런 식? 하지만 비슷한 상황에서도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캐리건은 카리스마가 철철 흘러넘치는 악당이었는데?

 

  그리고 나도 만화 속에서는 나름 꽃미남 꽃미녀였던 세 명이 다 미남미녀배우로 캐스팅된다는 게 힘들 것이라는 건 예상했다. 하지만 적어도 한 명은 그런 배우를 캐스팅해주는 게 상도가 아닐까? 관객의 추억을 이렇게 망가뜨리다니, 제작진 참 나쁜 사람이다. 아, ‘고리키 아야메’가 못생겼다는 말은 아니지만, 기억 속의 3호와는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그나저나 영화에서 갤럭터 (옛날 내가 본 만화영화에서는 알렉터) 군단이 지구를 공격한 시기가 바로 올해, 2015년이다. 올해 무슨 마가 끼었나……. 사도가 나타나는 해도 2015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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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읽어 주는 신기한 이야기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지음, 박성준 외 옮김 / 레디셋고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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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Just So Stories, 1902

  작가 -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제목은 ‘아빠가 읽어주는’이지만 ‘고모가 읽어주면 안 될 게 뭐가 있어?’라는 생각으로 고른 책이다. 제목 그대로 참으로 신기한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예전에 읽은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Baron Munchausen, 1785’보다 규모 면으로는 훨씬 대단했다. 음, 옛날 사람들은 뻥도 창조적으로 잘 쳤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어린 아이들에게 아빠가 들려주는 옛날 옛적에 있었던, 여러 가지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다. 낙타의 혹은 왜 생겼는지, 캥거루는 왜 그렇게 껑충껑충 뛰는지, 알파벳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등등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동화가 그림과 함께 들어있었다. 특이하게도 총 12개의 이야기를 네 명의 아빠가 세 개씩 맡아서 번역을 했다. 아, 그래서 아빠가 읽어주는 이야기인가보다. 그래서 이야기가 세 개 끝날 때마다, 그것을 번역한 사람의 간단한 소감이라든지 이 책에 대한 생각이 들어있다.

 

  그런데 읽다가 ‘어?’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코끼리의 코는 왜 길어졌을까?’라는 글인데, 예전에 어디선가 읽고 막내조카에게 잠자기 전에 들려줬던 이야기였다. 매일은 아니지만 어렸을 적에 고모와 자고 싶다고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면 동화를 대여섯 개 이야기해주고 동요 열곡을 불러주는 걸 두 번은 반복해야 자곤 했다. 그 때, 이 이야기도 꽤 재미있게 들었다. 악어가 아기 코끼리 코를 물었다는 대목에서 ‘앙!’하면서 조카 코를 물겠다고 하면, 자기 코를 움켜쥐고 자긴 사람이라고 발버둥을 치곤했다.

 

  책을 읽던 막내 조카도 그 기억이 났는지, ‘고모, 이 이야기!’하면서 아는 척을 했다. 그러면서 ‘고모는 옛날에 이 책을 읽었구나.’라면서 놀라워한다. ‘물론이지, 고모는 책을 많이 읽었어.’라고 말하자, ‘대단해.’라면서 감탄한다. 아, 이렇게 아는 척을 하면 안 되는데……. 이러면 고모를 모르는 게 없는 사람으로 알 텐데……. 그건 나중에 닥치면 생각하자.

 

  읽으면서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야,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어쩜 이런 뻥을 진지하고 나름의 논리를 갖춰서 칠 수 있을까? 진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파시 교도의 케이크를 빼앗아 먹은 대가로 가려움증에 걸려서 가죽이 쭈글쭈글해진 코뿔소의 얘기는 ‘삥뜯지 말자’는 큰 교훈을 줬다. 덩치만 믿고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면, 큰 코 당한다는 내용이었다. 환경에 맞게 자신의 피부색과 가죽무늬를 바꾼 에티오피아 사람과 표범의 이야기는 묘한 느낌을 주었다. 예전에는 인간과 맹수가 힘을 합쳐 사냥을 했다는 말이잖아? 그런데 의문이 들었다. 왜 작가는 굳이 콕 집어서 에티오피아 사람이라고 했을까? 어쩌면 흑인이라는 인종차별적인 단어를 쓰지 않기 위함일까? 이미 백 년 전에 올바른 언어를 사용하는 작가가 있었다니, 대단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아직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고양이는 어떻게 동굴에 들어가게 되었을까?’라는 제목인데, 왜 남자와 개가 고양이의 마지막 말에 꼬투리를 잡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여전히 혼자 다니는 야생 고양이이고, 나에겐 어디나 다 비슷하답니다.”라는 말이 그렇게 빈정상할 대답일까? 그 말만 안 했으면 자기들도 고양이를 좋아했을 텐데, 그 말 때문에 괴롭힌다는 게 좀 어이가 없었다. 어쩌면 그 둘은 고양이를 동굴에 들여놓기 싫었기에 괜히 트집을 잡아 괴롭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동물이 주된 소재이지만, 인간 중심의 시각을 갖고 있다. 하긴 인간이 적었으니 당연한 말이겠다.

 

  상상력에 놀라고, 전개에 놀라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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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북 ThanksBook Vol.7 - 좋은 책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매거진
땡스기브 엮음 / 땡스기브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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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좋은 책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매거진

  엮은이 - 땡스기브

 

 

 

 

  처음 접하는 잡지다. 물론 여성지나 시사 주간지 같은 잡지를 읽어본 적이 있지만, 책에 대한 것은 처음이다.

 

  굳이 따지자면 어릴 적에 보았던 '리더스 다이제스트'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다른 점을 꼽자면, 이 잡지는 '책'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의 힘'이라는 글부터 시작해서, 독서 편지라든지, 고전 읽기에 대한 글, 미디어의 이해 그리고 서포터즈가 먼저 읽은 책 소개 등등이 '아, 이 잡지는 오직 책을 위한 것이구나.'라는 느낌을 주었다.

 

  제일 흥미 읽게 읽은 부분은, '시간'을 주제로 이어지는 '독서 편지'와 '키워드로 찾아가는 책의 얼개'였다. 독서 편지에서는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를 중심으로 시간과 아이들에 대해서 얘기한다. 아, 이 편지는 현재 삼척의 모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보낸 것이다. 그 뒤를 이어 키워드로 이어가는 책의 얼개는 시간을 다룬 많은 동서양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소설도 있고, 역사서도 있고, 인물 평전도 있으며 동화도 있다. 예를 들면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라든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그리고 '시간과 권력의 역사' 등이 있다.

 

  그뿐 아니라, '난독증'에 대한 것을 짧게나마 다루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조카들이 어릴 적에 책을 잘 못 읽으면 속으로 '얘가 설마?'하고 걱정을 했었다. 이 고모는 없는 걱정도 사서 하는 성격이라……. 그런데 그런 성격의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어야 한다. 하여간 그런 걱정을 앞서 하는 사람에게 적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였다. 거기에 서포터즈가 먼저 읽었다는 책들 중 몇몇은,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어졌다. 역시 세상은 넓고 책은 그보다 더 많다.

 

  특정 장르를 열광적으로 좋아해서, 그 이외의 장르는 어떤 책이 괜찮을지 모르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괜찮은 지침서가 될 것 같은 잡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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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9 (양장) - 셜록 홈즈의 사건집 셜록 홈즈 시리즈 9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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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Case-book of Sherlock Holmes, 1927

  작가 - 코난 도일

  삽화 - 시드니 파젯

 

 

 

 

 

  이번엔 진짜 셜록 홈즈의 마지막 이야기집이다. 더 읽고 싶어도, 더 이상 읽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코난 도일 경이 이 책을 내고 3년 후인 1930년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와는 서술 형식이 좀 다르다. 왓슨이 적은 글도 있고, 홈즈가 직접 적은 이야기도 있다.

 

 

  『거물급 의뢰인』은 한 아가씨의 결혼을 막아달라는 신기한 의뢰에 관한 이야기였다. 보통 결혼이라면 홈즈가 거들떠보지도 않겠지만, 이번에 아가씨가 결혼하려는 상대인 그루너 남작이 돈 때문에 전 부인을 살해했고 여러 여자들의 인생을 망친 전적이 있기 때문에 의뢰를 맡는다. 나쁜 남자에게 약한 것이 여자라고 하던가? 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이번 이야기의 여성은 왓슨의 표현을 빌면, 세뇌를 당해서 철저하게 그를 믿고 있었다. 하지만 사건이 풀리는 과정은 음……. 세뇌보다 무서운 것은 외모인가보다.

 

  그루너 남작이 자기가 지금까지 거쳐 간 여자들의 초상화와 간단한 프로필, 특징 등을 적은 노트를 갖고 있다는 부분에서 요즘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는 노트에 초상화와 간단한 글이지만, 지금은 사진 내지는 동영상으로 간직해서 협박용이나 돈벌이 수단으로 써먹고 있다. 흐음, 그 때나 지금이나 나쁜 XX들의 머릿속은 비슷한 모양이다.

 

 

  『탈색된 병사』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뭔지 확실히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큰 병이라 진단을 받으면, 다른 병원에도 가보라는 말이 왜 타당한 지 알 수 있다.

 

  이 이야기는 홈즈가 적은 것인데, 재미있는 문장이 있다. ‘내 친구 왓슨은 새 아내를 맞아 나를 버리고 갔는데, 그것은 우리 두 사람의 협력 관계에서 단 한 번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내 기억에 남아 있다. 나는 혼자였다.’-p.58 어쩐지 무시무시한 원망이 느껴졌다. 노트를 펼쳐놓고 ‘나쁜 사람’이라고 적는 홈즈의 모습이 연상되어서 좀 웃겼다.

 

 

  『마자랭의 다이아몬드』에서는 ‘셜록 홈즈의 귀환 The Return of Sherlock Holmes, 1905’에서 나왔던 홈즈의 모형이 대활약을 보인다. 그리고 홈즈의 썰렁한 실없는 장난이 마무리를 허무하게 장식한다.

 

 

  『세 박공 집』에서는 아름답지만 무정한 여인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녀가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자신의 불장난이 소설화가 되는 것을 두려워했다면, 애초에 왜 불장난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런 걸 두려워했다면 그 많은 남자들을 어떻게 거느렸는지 이해가 안 간다.

 

 

  『서섹스의 흡혈귀』는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하고 있다. 하지만 오해가 생기기 전에 솔직히 대화를 했다면, 그 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세 명의 개리뎁』은 ‘빨간 머리 연맹’이 떠올랐다. 그때보다 더 기발하고 사악한 트릭이 등장한다. 그런데 개리뎁이 그렇게 희귀한 성씨였나?

 

 

  『토르 교 사건』은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갈팡질팡,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기 어려운 얘기였다. 하지만 그 남자만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 그래서 그가 처벌을 받지 않고 끝나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그녀가 모든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기어다니는 남자』는 무분별한 실험은 자신을 망치는 길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여기서 제일 인상적인 것은 홈즈가 왓슨에게 보낸 메시지였다. ‘괜찮다면 곧 오게나. 아니 괜찮지 않아도 오게나.’ 와, 이 패기! 남자다움! 역시 상남자!

 

 

  『사자의 갈기』는 은퇴하고 양봉을 하는 홈즈가 겪은 사건이다.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삼각관계. 그런데 그 중 한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결말 부분에서 홈즈가 무척이나 겸손하게 반성한다. 그가 반성하는 말을 하다니……. 나이가 들어서일까?

 

 

  『베일 쓴 하숙인』은 왜 남의 비극적인 과거사를 그렇게 밝혀내려고 하는 건지, 라는 속상한 기분이 들었다.

 

 

  『쇼스콤 관』은 참, 뭐라고 해야 할까? 한 편의 희극이라고 하면 어울릴까? 역시 거의 모든 사건의 배후에는 사랑과 돈이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특히 이번 이야기에서는 돈이다. 도박은 좋지 않다.

 

 

  『은퇴한 물감 제조업자』는 어쩐지 실제 있었던 범죄자가 떠올랐다. 자기 집에 온갖 장치를 해두고 사람들을 유인해 죽였는데,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범죄자의 수법과 비슷한 사건이었다. 하여간 홈즈에게 도전장을 내밀면 그냥 X되는 거다.

 

 

  이것으로 셜록 홈즈의 이야기는 다 끝이 났다. 그의 사건들은 장편보다 단편이 더 재미있었다. 코난 도일 경이 홈즈를 죽였다가 되살려낸 것이 어떻게 보면 신의 한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가 홈즈를 죽인 기간 동안 비축분을 많이 모아두지 않은 게 아쉽기만 하다. 그랬다면 더 많은 사건들을 읽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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