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버전트
닐 버거 감독, 테오 제임스 외 출연 / 노바미디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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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Divergent , 2014

  감독 - 닐 버거

  출연 - 쉐일린 우들리, 테오 제임스, 케이트 윈슬렛, 애슐리 쥬드

 

 

 

 

 

  디스토피아적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십대가 주인공인 소설 원작의 삼부작 영화중 첫 번째 편이다. 이 문장 하나면 영화에 관한 설명은 끝난 것 같다.

 

  디스토피아적 미래라면, 아마 사람들을 재능에 따라 나누어서 직업을 갖게 할 것이고, 가족보다는 능력에 따른 구별을 더 중시하는 사회가 배경일 것이다. 그런 사회에서 이단아처럼 등장하여 반항하는 것이 주인공이고 말이다. 게다가 십대라니! 질풍노도의 십대가 주인공이면 반항은 기본에 연애질도 하고, 친구들과 경쟁도 하며 때로는 질투의 대상이 되는 게 기본이다. 아마 직업을 정해야하는 나이에 처한 주인공이 그런 체제가 마음에 들지 않아 튕겨보거나 부셔버리겠다고 나대는 내용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삼부작 중의 첫 번째라니 배경 설명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다.

 

  영화는 딱 이런 구조를 갖고 있다.

 

  전쟁으로 모든 곳이 파괴되고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은 다행히 파괴되지 않은 도시 시카고에 모여 산다. 그들은 다섯 개의 분파로 이루어진 사회를 구성해 그 곳에서 살고 있다. 모든 사람들은 분파의 규칙을 엄격히 지켜야하고, 그곳에서 벗어나면 무분파가 되어 노숙자처럼 살아가야 한다. 아이들은 열여섯 살이 되면, 적성 검사를 하고 그에 맞는 분파에 속해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에러다이트’는 지식과 연구를 담당하는, 이른바 과학자 집단이다. ‘애머티’는 농작물을 재배하는 무리이고, ‘캔더’는 법과 질서를 수호한다. ‘돈트리스’는 군인과 경찰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주인공 트리시가 태어난 ‘애브니게이션’은 봉사를 중시하는 분파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특징만 갖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 트리시는 어느 분파에도 속하지 않는, 달리 말하면 모든 분파의 특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다이버전트’ 판정을 받는다. 그 사실을 들키면 쫓겨나거나 잡혀갈 수 있기에, 트리시는 그것을 숨기고 평소에 동경하던 ‘돈트리스’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그녀는 두 가지 큰 문제에 맞닥뜨린다. 하나는 군사 훈련에서 낙제하지 않고 진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특성을 들키지 않는 것이다.

 

  한편 한정된 자원을 쓸모없다 여기는 무분파들에게까지 배급하는 ‘애브니게이션’이 못마땅했던 ‘에러다이트’의 지배층. 그들은 ‘돈트리스’ 수뇌부와 손을 잡고 군인들을 세뇌시켜 전쟁을 일으키려 하는데…….

 

  군사 훈련을 받는 과정 중의 몇 장면은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느끼게 하는 화면의 연속이었다. 모의 전투를 끝내고 줄에 매달려 도시 중심부를 가로지르며 내려가는 장면은, 그야말로 아찔한 롤러코스터를 보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주인공은 그런 감정을 느끼고 싶어 돈트리스에 지원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준에 미달하면 탈락한다는 규정은 참으로 무시무시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돌아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핏줄보다 분파라는 명분아래, 탈락자들은 무분파가 되어 보호받지 못하고 떠돌게 된다. 그 때문에 친구와 경쟁자가 공존하는 훈련소는 방심할 수가 없는 곳이었다. 문득 요즘 사회를 보는 것 같아서 씁쓸했다. 자신의 등급을 올리기 위해 다른 이의 학업을 방해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이나 미래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인가보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에러다이트가 애브니게이션을 말살하려는 장면에서도 역시 뭔가 떠올랐다. 비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규칙에서 어긋나는 행동을 해도 좀 봐주는 애브니게이션의 존재가 어쩌면 엄격한 통제를 중시하고 한정된 자원을 유지해야하는 지도층에게는 불필요하고 방해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말로는 평화와 안정을 외치지만, 사실은 자기들이 권력을 잡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들 말을 잘 따르는 사람들만 남겨두는 것이 이로울 것이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세뇌시킨 자들을 이용해 평화를 깨고 무능하며 사회를 좀먹는 존재라는 죄명으로 제거하고 말이다. 어쩐지 미국 영화에서 익숙한 향기가 난다.

 

  첫 번째 이야기라서, 초중반까지는 배경 설명과 주인공의 훈련 과정이 전부였다. 거기에 사건 해결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뭐야, 달리기도 못하고 총도 못 잡아봤던 애브니게이션 출신들이 어쩌면 잘 뛰고 잘 쏘는 걸까? 본격적인 이야기는 두 번째 편에서나 진행될 것 같다. 올해 2편이 개봉하고, 3편이 이부작으로 내년과 내후년에 개봉 예정이라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나저나 마지막 장면은 음……. 자식 키워봤자 소용이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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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8 (양장) - 홈즈의 마지막 인사 셜록 홈즈 시리즈 8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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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is Last Bow,1914

  작가 - 코난 도일

 

 

 


 

  제목은 ‘마지막 인사’지만, 아쉬워하지 마시라! 아직 전집에는 한 권이 더 남아있다! 그래서일까? 이번 단편집에는 여덟 개의 이야기밖에 들어있지 않다. 다른 책들이 비해 두께가 얇다.

 

  『등나무 집』은 TV 프로그램인 ‘세상에 이런 일이!’에 제보를 해도 어울릴 것 같은 사건이 나온다. 스콧 에클스는 우연히 알게 된 가르시아에게 초대를 받아 그의 집을 방문한다. 하지만,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집주인 가르시아는 물론이고 하인들까지 몽땅 사라지는 기막힌 일이 일어난다. 게다가 사라졌던 가르시아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되자, 제일가는 용의자가 된 것이다. 살해당한 남자가 남긴 편지에서 홈즈는 살해범을 찾아낸다.

 

  『소포 상자』는 한 여인에게 사람에게서 잘라낸 귀 두 개가 배달되어온다. 도대체 누가 왜 조용히 살아가는 여인에게 그런 것을 보냈을까? 그리고 도대체 누구의 귀일까? 아, 사건의 설명을 읽으면서 무척이나 기분이 좋지 않았다. 누구의 잘못일까? 사랑이 의심으로 변한 질투?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 이간질을 이기심? 사랑하는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 불신? 그것도 아니면 집착? 사람 사이의 일은 양쪽의 말을 들어봐야 하지만, 여기서는 그럴 수가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그나저나 홈즈, 여기서 엄청난 말을 남긴다. “이번 사건에서 내 이름은 아예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좀 까다로운 사거에만 명함을 내밀고 싶으니까요.” -p.80  와, 잘난 척 쩐다. 하지만 그럴 만한 사람이 하니까 재수 없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붉은 원』은 기묘한 하숙생에 대한 이야기다. 방밖으로 한발자국도 나오지 않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 하숙생의 정체는 무얼까?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는 말이 떠오르는 단편이었다.

 

  『브루스파팅턴 호 설계도』는 영국 해군성에서 설계도를 잃어버리는 내용이다. 음, 역시 매 단편집마다 한 번씩 잃어버리지 않으면 재미가 없지.『그리스 어 통역관』에서 처음 등장했던 홈즈의 형이 직접 동생네 집에 와서 사건을 의뢰한다. 시체로 발견된 직원의 주머니에서 잠수함 설계도의 일부가 발견되었는데, 중요한 세 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동생 홈즈에게 누가 설계도를 훔쳤는지 알아내고, 그 직원이 왜 살해당했는지 그리고 남은 세 장을 찾아오라고 부탁한다.

 

  『빈사의 탐정』에서 홈즈는 최고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몇날며칠을 굶으며 완벽하게 아픈 사람 연기를 해낸다.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멋졌다. 하지만 ‘왓슨을 바보로 만들다니! 친구를 뭐로 보는 거야!’라는 생각과 함께, 혹시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친구라기보다는 아주 친밀한 팬과 우상의 사이가 아닐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프랜시스 카팍스 여사의 실종』에서는 진짜 진짜 나쁜 XX들이 등장한다. 와 진짜,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그러니까 남자건 여자건 좋은 말만 해대면서 괜히 친근하게 구는 사람을 믿으면 큰일 난다.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은, 말빨만 좋은 걸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을 믿으면 X되는 거다.

 

  『악마의 발』에서는 홈즈가 불쌍하기까지 했다. 과로 때문에 요양하러 간 시골마을에서 기이한 사건을 떠맡았으니 말이다. 음, 그러고 보니 포와로도 그렇고 엘러리 퀸도 다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이건 명탐정들의 운명 같은 건가보다. 그나저나 독성을 실험해보겠다고 왓슨까지 끌어들여 이상한 향정신성 기체를 마시다니! 실험 정신이 투철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무모하다고 해야 할까?

 

  『마지막 인사』는 1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다. 아니, 그 전부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영국에 암약하고 있는 독일인 첩보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한 홈즈와 왓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번 단편집 중에서 제일 별로라는 느낌을 받은 이야기라서 더 이상의 감상은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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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7 (양장) - 셜록 홈즈의 귀환 셜록 홈즈 시리즈 7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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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Return of Sherlock Holmes, 1905

  작가 - 코난 도일

 

 

 

 

  오오오오오오오오오, 드디어 공식적으로 돌아왔다! 누구냐고? 지난 ‘셜록 홈즈의 회상록 Sherlock Holmes - Memorirs of Sherlock Holmes, 1894’에서 모리아티와 함께 폭포에서 몸을 날렸던 바로 그! 셜록 홈즈! 물론 ‘바스커빌 가문의 개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1902’에서도 나오긴 했지만, 그건 예전 사건을 내놓은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공식적으로 그의 귀환을 알린 것은 바로 이 책이다.

 

  거의 십년 동안 그의 귀환을 기다렸던 사람들을 위해서인지. 책이 꽤 두툼했다.

 

 

  『빈집의 모험』은 홈즈가 돌아와 모리아티 교수의 부하들을 잡는 내용이다. 그가 살아 돌아온 것을 보고 기절하는 왓슨이 좀 불쌍했다. 영국 드라마 ‘셜록 Sherlock’에서는 홈즈에게 분노의 주먹을 날리는데, 여기서는 가녀린 소녀처럼 기절만 한다.

 

   『노우드의 건축업자』에서는 진짜 사이코패스 같은 놈이 등장한다. 자기 잘못은 모르고,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한 일만 꽁해서 몇 년 동안 복수할 기회를 노렸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그에게 한 일도 엄밀히 생각해보면, 그 사람의 잘못이었다. 결국 내 잘못도 남의 잘못, 남의 잘못도 남의 잘못. 이건 뭐 개소리인지 모르겠다. 그래놓고 뭘 잘했다고 징징대는지…….

 

  『춤추는 사람 그림』은 이런 이야기가 있다. 암호로 된 글자 퍼즐을 풀 때, 제일 많이 나오는 기호에 'e‘를 대입하는 사람은, 이 단편을 읽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도 빈 칸에 철자를 넣는 퀴즈를 풀 때, 무조건 ’e'를 넣어본다. 이 이야기의 영향은 그 정도로 막강하다.

 

  『자전거 타는 사람』을 보면서는 혈압이 올라갔다. 아니, 그러니까 그 당시 영국은 여자의 권리를 뭐로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납치감금해서 결혼식을 올리면 만사 오케이로 생각하는 무식하고 비열한 것들! 만약에 사이비 목사가 사실 적법한 자격증을 갖고 있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으아,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프라이어리 학교』는 간단하게 말하면, 남편의 어린 시절 사랑 때문에 한 가족이 붕괴되는 이야기이다. 엉겁결에 끼어들어 살해당한 불쌍한 남자도 한 명 나온다. 그러니까 우유부단한 아버지 때문에 어린 꼬맹이만 크나큰 상처를 받았다. 소년은 이제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고, 더 나아가 인간 자체를 믿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 불쌍한 꼬맹이. 그래도 바르게 성장했길 빌어본다.

 

  『블랙 피터』는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마무리가 지어졌다. 포악한 성격으로 유명한 한 남자가 살해당했는데, 그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오래 전에 있었던 다른 사건으로 이어진다. 은행이나 주식에 관한 사건은, 보면 볼수록 착잡하다. 돈을 가진 놈이 있으면, 억울하게 빼앗긴 사람이 있다는 얘기니까.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턴』은 다른 사람의 개인적인 비밀을 알아내 사람들을 협박하는 놈의 이름이다. 도대체 그가 가진 편지에는 어떤 내용이 적혀있기에, 귀족가의 여자들이 벌벌 떠는지 모르겠다. 요즘은 우스갯소리로 결혼식에 손잡고 들어가기 전까지 남녀관계는 모른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어릴 적에 사귀던 남자에게 편지 하나 보낸 것 때문에 파멸 운운하는 게 좀 우습기까지 하다. 그녀가 사귀던 남자들도 다 누군가의 남편이 되어 있을 텐데, 왜 여자들만 파멸을 한다는 건지……. 그럼 그 남자들은 다 누구랑 연애했다는 걸까? 매춘부? 아니면 귀신? 그런 편지 하나 때문에 자살했다는 남자 얘기는 그냥 어이없기만 했다. 도대체 부인이 야설이라도 써서 애인에게 보냈나?

 

  요새는 야설도 잘 쓰면 책이나 영화로도 나오고 돈도 잘 벌 수 있는데. 음, 이 이야기도 현대적으로 바꾸면 SNS의 폐해라든지 이메일 해킹등으로 꽤나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여섯 점의 나폴레옹 상』은 ‘셜록 홈즈의 모험 The Adventure of Sherlock Holmes, 1892’에 나왔던 『푸른 카벙클』과 비슷하다. 하지만 좀 더 폭력적이고 사람들이 더 많이 죽는다.

 

  『세 학생』은 대학가에서 벌어진 문제지 유출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기밀문서도 관리 못해서 도난당하는 분위기인데, 하물며 시험지쯤이야……. 나라가 전반적으로 보안 불감증에 걸린 것 같다. 아, 남 말 할 때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잖아?

 

  『금테 코안경』은 러시아 혁명에 관련된 사건이었다. 동지를 밀고하고 도망친 배신자를 찾는, 그 와중에 전도유망한 청년이 희생당한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신분세탁은 잘 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겨주었다.

 

  『실종된 스리쿼터백』은, 뭐라고 할까? 오지랖과 선의의 애매한 사이에서 방황하는 애기였다. 사람마다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기 마련인데…….

 

  『애비 그레인지 저택』은 홈즈가 범인을 경찰에 넘기지 않는다. 왓슨과 둘이 배심원과 판사를 다 해먹고는, 범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그들의 사정이야 물론 딱하지만, 사람이 죽었는데? 죽은 사람이 좀 비열하고 나쁜 놈이긴 하지만, 그래도 처참하게 죽었는데? 흐음, 두 사람이 범인을 놓아주는 건 이번이 두 번째이다. 위에 나온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턴』도 두사람은 범인을 놓아준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이해를 하겠는데, 이 이야기는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두번째 얼룩』은 영국 공무원들이 얼마나 기밀문서 보관에 허술한가 알려주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그동안 여러 번 문서를 도난당하거나 잃어버렸는데도, 여전하다. 아, 남 말 할 때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뭐…….

 

  그런데 어럽쇼? 사건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여기서 다시 의문이 든다. 도대체 영국 귀족가의 딸들은 결혼 전에 뭔 짓을 하고 다니는 걸까? 진짜 연애편지라고 쓰고 야설이라 읽히는 편지를 애인에게 보내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귀족가의 딸들은 일정하게 바람둥이나 난봉꾼들과 한번쯤 사귀어야 한다는 불문율이라도 있는 걸까? 무슨 필수 교양 코스인가? 명문가 귀족 남자들은 서류 같은 중요한 것을 한 번씩은 잃어버려야 하고, 여자들은 남이 보면 부끄러운 편지를 한 번씩은 보내야 하는 암묵적인 규칙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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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미널 마인드 시즌 4 (7 Disc)
에드워드 앨런 버네로 감독, 조 만테나 외 출연 / 월트디즈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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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riminal Minds, 2008

  제작 - 마크 고든, 에드워드 앨런 베네로

  출연 - 조 맨테그나, 파젯 브뤼스타, 쉬머 무어, 매튜 그레이 거블러, 에이 제이 쿡, 커스틴 뱅스니스, 토마스 깁슨 등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은 진짜 맞는 말 같다. 지난 시즌 마지막 편에 엄청난 떡밥을 던져놓고 다음 시즌을 애타게 기다리게 하지만, 막상 다음 편을 보면 범인의 정체나 동기가 너무도 허무하게 밝혀지고 잡히는 것도 순식간인 경우가 있다. 이번 4시즌의 1편도 비슷했다. 지난 시즌의 그 강력한 마지막 장면 때문에 엄청 놀랐지만, 정작 범인의 정체나 동기는 그 정도 강력함은 주지 못했다. 좀 허무했다. 마치 쓸데없이 너무 복잡하게 사건을 배배꼬아놓은 것 같았다. 흐음, 혹시 동기나 프로파일만 완성되면 범인을 잡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이번 편에서 역시 팀원들은 골고루 어려운 일을 겪는다. 하치는 부상 때문에 고생하고, 프렌티스는 광신도 집단에 잠입했다가 정체가 발각 나는 바람에 엄청 뚜드려 맞는다. 잔인한 놈들, 여자인데도 자비가 없다. 그리고 리드는 어쩌면 자기 아버지가 유괴범일지도 모른다는 어린 시절의 기억에 괴로워한다. 게다가 ‘Amplification’ 편에서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노출되기도 한다. 아아, 저번에 연쇄 살인범에게 잡혀서 정신적인 고문을 당한 것에 이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보는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데 재미를 들린 제작진은 마지막 장면에서 역시나…….

 

  전에는 기디언을 노리는 미친놈이 나왔다면, 이번에는 하치를 노리는 연쇄 살인마가 나온다. 열여덟 번째 에피소드인 ‘Omnivore'에 등장하는 놈인데, 겨우 잡았지만 유유히 감옥을 탈출한다. 그리고 하치를 농락한다. 나쁜 놈!

 

  그렇다고 해서 팀원들에게 나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외모로는 여신급인 J.J가 아들을 낳고 돌아온다. 팀원들은 마치 자기 친조카를 얻은 것처럼 싱글벙글 이다. 오랜만에 하치가 웃는 모습을 보니 짠하다. 그나저나 아무리 생각해도 J.J와 그 남편으로 나오는 사람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미스 캐스팅같다.

 

  제일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꼽으라면 팀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처참하게 발린 연쇄 살인마가 나오는 여덟 번째 ‘Masterpiece’. 범인의 외모가 N 포털에 연재되었던 학원물의 이사장을 닮았다. 그리고 X 파일의 부국장님의 광기어린 카리스마가 돋보였던 열한 번째 이야기 ‘Normal’, 소시오패스 의심자의 무표정한 얼굴이 인상적인 스물한 번째 에피소드 ‘A Shade of Gray’. 끝으로 노숙자를 납치해서 온갖 실험 재료로 쓰는 미친놈이 나왔던 마지막 편인 ‘To Hell... And Back’이 있다. 자기 이외의 사람들은 쓸모없는 존재라고 여기며, 다른 사람들을 실험실의 쥐로 여긴다. 동물 실험도 금지하는 마당에 인간을 실험하다니……. 그리고 돼지가 무슨 죄야! 이 돼지만도 못한 놈!

 

  계속 봐서 무뎌진 것인지 아니면 요즘 뉴스에 더 자극적인 사건이 많아서인지, 이번 시즌의 범죄행각은 그리 소름이 끼치거나 놀라운 부분이 그리 많지 않았다. 동기적인 부분을 더 다루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프렌티스의 뱅헤어는 영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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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4 (양장) - 공포의 계곡 셜록 홈즈 시리즈 4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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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herlock Holmes - The Valley of Fear, 1914

  작가 - 코난 도일

 

 

 

 

 

  순간 어리둥절했다. 왜냐하면 이 책은 홈즈가 살아 돌아온 이후에 출판되었기 때문이다. 즉, 모리어티와 대결은 이미 끝난 뒤였다. 하지만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내가 모리어티 교수 얘기를 했던 것 생각나지?”

  “과학을 범죄에 활용하는 유명한 범죄자, 범죄자들의 세계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P.8

 

  아직 그들의 세계에서 모리어티는 살아있었다. 으음, 그러니까 이건 아직 홈즈와 모리어티의 정면 승부가 일어나기 전에 있었던 사건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야기의 구조가 그 전에 나왔던 ‘주홍색 연구 A Study in Scarlet, 1887’나 ‘네 사람의 서명 The Sign of Four, 1890’처럼 앞부분에는 현재 일어난 사건과 그 해결이, 뒷부분에는 왜 범인이 그런 짓을 해야 했는지 예전에 있었던 과거를 다루고 있다. 마땅히 죽어도 싼 놈이었어! 이런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아, 바로 직전에 읽은 ‘바스커빌 가문의 개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1902’와는 글을 이끌어가는 힘이나 사건의 강약 조절 등에서 너무 차이가 났다. 코난 도일이 예전에 써둔 것을 늦게 내놓았나보다.

 

  모리어티를 쫓기 위해 첩자를 심어둔 홈즈에게 암호문이 배달된다. 모리어티가 벌스톤이라는 마을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홈즈가 암호를 푼 직후, 경시청의 맥 경감이 사건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찾아오는데, 공교롭게도 벌스톤 영주관에서 더글라스가 살해당했다는 내용이었다. 모리어티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파헤치기 위해, 홈즈와 왓슨은 벌스톤으로 향한다.

 

  이번 이야기는 그냥 그랬다. 특히 여성을 대놓고 비하하는 홈즈의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상황을 보면, 남편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아내가 남편 친구가 시체를 보지 말라고 하자, 자기 방에 가 있었다. 그 얘기를 들은 홈즈가 왓슨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여자라는 족속을 그렇게 우러러보는 축에 들지 않네. 하지만 인생 경험을 통해, 눈곱만큼이라도 남편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는 여자라면 남편의 시체를 코앞에 두고 외간 남자의 말 때문에 돌아서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네.” -P.99

 

  아, 진짜 이건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코난 도일이 이렇게 쓴 건지 알 수가 없지만, 같은 말이라도 부드럽게 할 수는 없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포와로나 엘러리 퀸은 여자에 대해 비록 비난을 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라도, 이런 표현을 쓰는 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몸주인(bodymaster)’라는 단어가 후반부에 자주 나오는데, 볼 때마다 웃음이 나와서 집중하기 힘들었다. 후반부는 미국 광산에서 있었던, 살인 방화 협박을 일삼는 조직 폭력배화한 광산 노동자들의 조직에 대해 다루고 있다. ‘몸주인’이라는 단어는 아마 그곳의 직책을 말하는 것 같은데, 아, 진짜 볼 때마다 웃음이 나왔다.

 

  “그대는 어떤 상황에서든 몸주인의 지배를 받아들일 텐가?” -p.194

  “존경하는 대몸주인님” -.p 200

 

  저 대화에서 19금적인 상황을 연상하다니……. 진짜 내가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불치병 환자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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