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홍의 황금시대 - 긴 사랑의 여정을 떠나다
추이칭 지음, 정영선 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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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제 - 긴 사랑의 여정을 떠나다

  저자 - 추이칭

 

 

 

 

 

  중국 문학은 ‘서유기’와 ‘삼국지’ 정도에서 멈춰있기에, 역시 이 책의 주인공인 샤오홍이라는 이름은 낯설기만 하다. 샤오홍은 1930년대에 활동을 한 여류작가로 본격적으로 집필한 10년 동안 100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그러다가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홍콩에서 결핵으로 사망했다. 이 책은 짧지만 강렬한 삶을 살다간 샤오홍의 일생을 그린 이야기이다.

 

  부제와 어울리게, 이 책은 그녀가 일생동안 만나고 사랑했던 일곱 명의 남자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우선은 그녀의 어린 시절, 어린 손녀를 사랑하고 지켜줬던 ‘할아버지’. 그와 함께 성장하면서 샤오홍은 여러 가지 추억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추억들은 후일 그녀의 작품에서 배경으로 살아난다. 그리고 학창 시절 첫사랑이었던 ‘루쩐쑨’. 집안에서 정해주는 남자가 아닌 그에게 마음을 빼앗겨 사랑의 도피까지 했지만, 결국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둘 사이는 끝이 난다. 할아버지는 그녀의 정신적인 고향이었고 아련함과 추억이라면, 루쩐쑨은 현실과 이상의 차이에 대해 뼈저리게 깨우쳐준 사람이었다.

 

  그리고 두 번이나 약혼을 파기하고 도망간 샤오홍을 돌봐줬던 ‘왕언지아’. 솔직히 내가 그의 입장이라면, 결혼을 앞두고 두 번이나 도망갔던 여자가 길거리에서 고생하고 있으면 속으로 고소하다고 생각하고 그냥 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외면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짧은 동거 생활 역시 끝이 난다. 돈을 빌리러 집으로 갔던 그에게서 소식이 완전히 끊겼기 때문이다. 임신한 몸으로 혼자 여관에 남게 된 샤오홍.

 

  그런 그녀에게 나타난 남자는 신문사에서 일하는 ‘샤오쥔’이었다. 그녀가 보낸 칼럼을 읽고 문학적 재능을 알아준 사람이었다. 그와 지내면서 샤오홍은 본격적인 문학가로 활동하고, 다양한 문인들과 친분을 맺는다. 그리고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도 받는다. 샤오쥔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어쩌면 작가로 명함도 못 내밀어보고 생을 마감했을 수도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있어서,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수 있는 계기를 이끌어준 존재였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다보니, 알게 모르게 경쟁을 하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마초 정신이 강한 남자라면, 자기가 여자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게 되면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게 된다. 거기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심지어 샤오쥔은 샤오홍에게 손찌검을 할 때도 있었다. 이런 나쁜 XX! 여자를 때리다니!

 

  이때 샤오홍에서 나타난 남자가 있었으니, 문학청년을 꿈꾸는 ‘두안무홍량’이었다. 이 둘의 만남은, 지인들에게서 지탄을 받게 된다. 샤오홍은 샤오쥔의 여자였기에, 두안무가 사이에 끼어들어 선배의 여자를 빼앗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안무는 샤오홍과 결혼을 하고, 그녀가 글만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샤오홍이 결핵에 걸려 병원에 있는 동안, 그는 돈을 벌어야 했다. 혼자 병실에 누운 샤오홍은 외로워했다. 병원비가 많이 들어가는 건 머리로 알고 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이런 그녀를 위로해준 것은, 동생의 추천으로 알게 된 후배 작가 ‘뤄빈지’였다. 그는 병상에 누운 그녀를 간호해주면서, 그녀의 마지막을 지켰다. 물론 이 때 샤오홍은 두안무와 혼인 상태였다. 불륜인가……. 아니면 바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온 남자는 ‘루쉰’이었다. 그와 샤오홍의 관계는 보통 선후배 작가 사이라기보다는 아빠와 딸 같은 관계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녀의 재능을 처음 알아본 것이 샤오쥔이었다면, 그 재능에 양분을 부어주고 싹이 자랄 수 있게 도와준 것은 루쉰이었다. 언제나 그녀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그녀의 작품에 추천사를 써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시켰다.

 

  작가라는 것을 빼고 보면, 참 남성 편력이 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삶이었다.

 

  생각해보자, 한 여자아이가 있다. 어린 시절 집안에서 정한 남자가 싫다고 학교에서 만난 선배랑 눈 맞아 도망갔다가 먹고살 길이 막막하니 다시 집으로 기어들어오고, 다시 결혼할 생각하니 싫어서 도망치고. 그러다가 파혼한 약혼자를 만났는데 사람이 알고 보니 괜찮아서 살다가, 남자가 행방불명. 만삭의 몸으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한 남자를 만나서 동거 시작. 그런데 그 남자가 좀 고집이 세고 걸핏하면 여자를 무시하고 폭력을 써서 정떨어지고 있을 때 쯤, 다정다감한 남자가 나타나 따뜻하게 대해주니 홀랑 마음이 가버린다. 그 사람과 결혼까지 해서 잘 사나 싶었는데, 전쟁 중 집안이 기울면서 설상가상 그녀는 병원에 입원. 남자가 병원비 마련한다고 잘 와보지도 않으니까 또 마음이 흔들린다. 마침 동생이 소개한 후배가 ‘선배 아프지 마요.’라고 다가와 잘 해주니까 고민에 빠진다. 그러다 그녀가 낸 결론은 이거다. ‘사랑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서 상대방에게 따뜻한 위로와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면 얼마나 소중한 인연인가.’ 나쁘게 말하면 돈 벌어오는 남자 따로, 옆에서 챙겨주는 남자 따로……. 아침 드라마 소재로 딱인 것 같다. 이 때 후배가 재벌집 후계자로 실장님이면 금상첨화.

 

  어쩌면 그녀는 일처다부제를 꿈꾸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명은 돈 벌어오고, 한 명은 옆에서 다독여주고, 한 명은 문학적 조언을 해주고 등등. 저자는 그녀가 아버지나 새어머니에게서 제대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해서, 사랑하는 법도 사랑받는 법도 몰라 애정 결핍에 걸려서 그렇다는 식으로 서술을 해놓는데, 흐음.

 

  결국 그녀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다. 오직 자기 자신만 사랑했을 뿐이다. 단지 그녀에게 잘 해주고, 어려울 때 도와주는 사람이면 아무나 다 좋은 것이었다. 어리광쟁이라고 해야 할까? 그녀의 글을 읽어보지 않아서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신적으로는 미성숙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과 애정, 보살핌을 갈구하여 그것을 주는 사람을 따르지만, 한편으로는 인정받고 싶고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녀가 고향에서 가족들에게 말했던 ‘평생 남의 말을 들으면서 살 수 없고,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가고 싶은 길을 가며,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결국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만 가능한 것이었다. 그 주위 사람들은 남자들이었다. 그렇게 얽매이고 싶지 않아 도망쳤던 남자라는 존재의 도움으로만 살 수 있었다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그녀가 원하는 자유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음, 그러니까 놀고먹으면서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쓸 수 있는 상태를 뜻하는 거였을까?

 

  아! 그리고 저자의 지나친 감정 이입 강요가 조금은 역효과가 난 것 같다. 읽으면서 '그건 저자님 마음이죠'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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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치 2: 히어로
풍덕륜 감독, 양가휘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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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aichiⅡ , 2012

  감독 - 풍덕륜

  출연 - 원효초, 양가휘, 안젤라 베이비, 펑위옌

 

 

 

 

  지난 1편에서 마침내 진옥랑과 결혼하게 된 양로선. 그래서 진가권을 배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마을을 떠났던 진재앙이 돌아와, 외부인이 진가권을 배우는 것은 멸족을 당한다는 전설을 들어 반대한다. 그와 동시에 마을에서는 여러 좋지 않은 사건이 일어난다. 재앙은 로선이 진가권을 배우면서 시작된 불행이라고 얘기한다. 한편 로선에게 크게 당해 한발 물러섰던 방자경은 청나라 대신과 영국 동인도 회사와 손을 잡고 마을을 공격하는데…….

 

  영화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정신없이 흘러간다. 위에 적은 내용은 단지 전반부에 해당하는 것이다. 후반부에는 마을에 큰 위험아 닥쳐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로선과 옥랑이 길을 떠난다. 그것까지 적으면 줄거리 요약만으로 한 페이지는 나올 것 같아서 생략.

 

  진재앙의 얘기에서는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장남으로 태어나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자질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기에 느꼈던 좌절과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이 얼마나 컸을지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는 여기서 잘못된 노력을 했다. 무술 실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눈을 속이기 위한 노력을 했다. 그 때문에 아버지에게서 버림을 받았지만, 그는 자신을 무시한 아버지에게 분노하기만 했다. 마음이 아팠다.  하긴 아들 이름을 재앙이라고 지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그 아들이 마음에 안 들었던게지.

 

  주위 사람들의 지나친 기대가 한 사람을 어떻게 망칠 수 있는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너무 무관심한 것도 문제가 되지만, 너무 큰 관심도 좋지 않았다. 아니, 아이에 대한 정확히 알지도 못하고 당연히 누구 자식이니까 잘 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는 좋지 않았다. 그래서 성적표를 고치거나 중간에 가로채기도 하고, 부모와 공부에 관한 말은 안하려고 하는 아이들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잘 할 수 있는 걸 밀어줘야지, 무조건 내 자식이니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 역시 옳지 못하다. 진장홍이 손재주가 뛰어난 진재앙을 격려했더라면, 그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무술은 못해도 그림을 잘 그리고 발명에 뛰어난 아들이었는데 말이다. 중국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양로선이 팔괘문의 사부를 만나기 위해 여덟명의 고수와 대결하는 장면은 전편처럼 짧게, 그렇지만 경쾌하고 속도감 있게 흘러갔다. 노래도 그렇고 흐름도 빨랐지만, 주요 장면은 빼놓지 않고 보여준다. 문득 게임을 시작할 때 주요 장면만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 주방에서의 대결 장면 역시 참 신기하고 멋졌다. 음식 위에 먼지가 쌓이지 않게 잘 싸우는 것이 관건인가보다. 우리 집에서 싸운다면……. 영화에서처럼 넓지도 않지만 먼지가 풀풀 날릴 것이다. 청소를 좀 더 깨끗이 해야겠다.

 

  방자경이 마을을 공격한 대포는 1편의 기계 못지않게 웅장했다. 진짜 존재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영화적 상상력으로 만든 것이겠지. 그게 진짜 있었다면 중국이 외세에 그렇게 허무하게 넘어갔을 리가…….

 

  방자경의 집착을 보면서, 혀를 찼다. 아,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지만 남자가 한을 품으면 자기를 갉아먹는구나. 그런데 한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집착 내지는 오만함 같은데. 하지만 그 덕분에 다음 편이 또 나올 것 같으니까 봐줄까? 아무래도 다음 편이 나온다면 로봇이 등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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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5 (양장) - 셜록 홈즈의 모험 셜록 홈즈 시리즈 5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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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Adventure of Sherlock Holmes, 1892

  작가 - 코난 도일

  삽화 - 시드니 파젯

 

 

 

 

  본격적으로 홈즈가 수사하고 왓슨이 기록하는 사건집으로, 총 열 두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에 접했던 이야기들의 대부분이 들어있었다. 몇몇 단편은 트릭이 기발해서 ‘우왕!’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고, 어떤 이야기들은 읽다가 화가 나서 속상했다. 특히 어린 여자아이에게 남겨진 재산이 있을 때 어떤 불이익과 피해를 입는지 적나라하게 나와서, 읽는 내내 욕을 해댔다.

 

 

  『보헤미아 왕국 스캔들』은 홈즈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여성 ‘아일린 애들러’가 등장한다. 그녀는 그동안 홈즈가 상대했던 덜떨어진 다른 범죄자들보다 대범하고 배짱이 두둑하며 총명한 여인이었다. 물론 나중에 나오는 모리아티 교수는 빼고 말이다. 그녀는 홈즈를 상대로 성공을 거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빨간 머리 연맹』은 참으로 영리한 범인이 나온다. 그 당시 경제가 어려웠기에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자는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데, 그 수법이 참으로 단순한 것 같으면서 영악했다. 아니 어떻게 사람의 머리색을 이용할 생각을 했는지……. 한국에서는 시도도 못할 계획이다. 한국은 다 검은 머리니까.

 

  그런데 머리색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흐린 빨간 머리’는 도대체 어떤 것을 말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옅은 색을 뜻하는 걸까?

 

 

  『신랑의 정체』. 여기서는 와, 진짜 나쁜 놈이 나온다. 19세기 영국에서는 미혼의 딸이 재산을 물려받으면 남자 형제나 아버지가 관리를 하고 있었나보다. 그러다 결혼하면 남편이 관리하는 게 그 당시 법인가보다. 그래서 이번 사건 같은 안타까운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거다. 읽으면서 욕이 마구 나왔다. 순화해서 표현하자면, 이런 십장생, 조카 신발, 조카 크레파스는 열여덟 색 같은 것들이 튀어나왔다.

 

 

  『보스콤 계곡 사건』은 뭐라고 해야 할까, 과거의 잘못이 현재까지 영향을 주는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죄짓고는 못산다고 말하고 있었다. 잘못하면 자기뿐만 아니라 자식들까지 그 피해를 입으니까. 그건 그렇고 옛날의 가해자가 현재의 피해자라고 징징대는 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은 K.K.K단과 얽힌 이야기다. 미국에서 있던 일이 영국까지 이어지고 있다. 원한이란 시간적 공간적 거리를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

 

 

  『입술 삐뚤어진 사나이』는 단순하지만 사람의 허를 찌르는 트릭이 숨어있는 이야기였다. 그걸 생각해낸 사람도 대단하고, 그걸 알아낸 홈즈도 놀라웠다. 남의 돈 버는 걸 쉽게 생각하면 안되는 거였다.

 

 

  『푸른 카벙클』은 평범한 모자와 거위 한 마리가 사건의 시작이었다.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거위가 제일 불쌍했다. 만찬 재료로 쓰이는 것도 모자라서, 그딴 맛없는 걸 먹어야 했다니…….

 

 

  『얼룩 띠의 비밀』에서는 아주 사악한 계부가 나온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미혼인 딸의 재산은 아버지나 남자형제가 관리해야한다는 그 당시의 법 때문에 이런 비극이 생기는 것 같다. 아니, 왜 여자가 자기 재산을 관리하지 못하게 하는 거야! 제대로 교육도 시키지 않고, 여자는 이런 거 못한다고 규정짓는 게 얼마나 웃긴지 모르나? 그 당시 저런 법 때문에 목숨을 잃거나 피해를 본 여자가 얼마나 많을지……. 아니, 잠깐만. 그런데 저 나라 여왕도 있었잖아? 헐, 그러면 여왕의 재산은 누가 관리한 거지?

 

 

  『어느 기술자의 엄지손가락』은 ‘아닌 밤중의 홍두깨’라는 말이 뭔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서 돈 좀 벌어보겠다는 사람을 그런 식으로 등치다니……. 하여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서민 등치는 것들은 벌을 받아야 한다.

 

 

  『귀족 독신남』은 돈과 명예의 결합이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말하고 있다. 재물이나 명예보다 중요한 건 사랑이었다.

 

 

  『녹주석 보관』에서 주는 교훈은 남의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고 편견을 버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사고만 치고 다니는 걸로 알았던 사람이 사실 정이 많고 의로운 행동을 했으며, 말 잘 듣고 순해보이던 사람이 그런 식으로 뒤통수를 칠 줄을 누가 알았을까?

 

 

  『너도밤나무 집』에서도 역시 재산 관리를 자신이 못하던 여인의 수난사가 펼쳐지고 있다. 역시나 구역질나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계부도 아니고 친아버지라는 작자가……. 돈이 얼마나 사람을 추악하게 만들 수 있는지 확실히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삽화가가 바뀌었다. 지난 1,2권을 담당했던 사람은, 딱 그 두 권만 맡아서 그렸다고 한다. 흔히 홈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번 삽화가의 공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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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2 (양장) - 네 사람의 서명 셜록 홈즈 시리즈 2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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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Sign of Four, 1890

  작가 - 아서 코난 도일

  삽화 - 리하르트 거트슈미트

 

 

 

 

 

 

 

 

  지난 ‘주홍색 연구 A Study in Scarlet, 1887’이후 3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이야기다.

 

  첫 장부터 약에 취한 홈즈의 모습으로 충격을 안겨준다. 단지 자기의 마음에 드는 재미난 사건이 없어 심심하다는 이유로 홈즈는 오늘은 모르핀, 내일은 코카인을 사용한다. 헐, 이럴 수가! 그냥 줄담배를 피우는 골초로만 기억하는데, 약쟁이였다니! 어린아이들이 읽을 책이라서 그냥 담배로 순화시킨 모양이다. 왓슨이 옆에서 말려보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약물들이 규제 대상이 아니었나보다. 요즘 같으면 경찰서 아니면 병원행일 텐데. 심심해서 예민함이 극에 달한 홈즈는 왓슨이 발표한 소설도 태클을 건다. 자신을 주연으로 한 소설인데,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왓슨이 보살이다. 그래도 친구라고 옆에서 챙겨주니 말이다.

 

  이런 약과 함께 무료한 하루를 보내던 홈즈 앞에 한 여인이 나타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 십년동안 진주 한 알을 보내온다. 그러다 올해는 직접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홈즈와 왓슨은 그녀를 도와 익명의 후원자를 만나러 간다. 그런데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잠긴 방 안에서 살해당한 남자였다.

 

  이번 이야기 역시, 전반부는 홈즈가 범인을 추리하고 추적하여 잡는 과정 그리고 마지막 두 챕터는 왜 범인이 그런 짓을 저질러야 했는지를 얘기한다. 그래도 지난번보다는 많이 줄어든 양이다.

 

  요새는 자동차 추격 장면이 있겠지만, 홈즈의 시대에서는 강 위에서 벌어지는 배 추격전이 등장한다. 쾌속선이 아니라 옛날 증기선이라 상상하기는 힘들지만, 꽤 분위기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난 강이라고는 한강밖에 못 봐서 자꾸만 한강 유람선만 떠오른다. 음, 그건 또 나름대로 운치가 있어 보이는데…….

 

  예전에 헤이스팅즈가 포와로를 도와 사건을 수사하다가 만난 여자와 결혼하는 이야기가 있다. ‘골프장 살인사건 Murder on the Links, 1923’이다. 포와로가 중매쟁이 역할을 제대로 한 작품이다. 갑자기 헤이스팅즈 얘기를 꺼낸 이유는, 바로 이번 이야기에서 왓슨이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음, 이 책이 먼저 나왔으니까 크리스티가 재미있는 설정이라고 생각하고 적용해본 걸까? 그러고 보니 엘러리 퀸도 사건 수사 중에 만난 여자와 결혼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

 

  하여간 왓슨과 결혼하는 여자는 바로 사건을 의뢰한 마리다. 왓슨은 마리를 보는 순간 호감을 갖지만, 사건이 잘 풀려 그녀가 부유한 상속녀가 될까봐 전전긍긍해한다. 그러면 자기가 가까이 다가가기도 어려운 존재가 될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사건은 잘 풀렸지만 마리가 예상처럼 부자가 되지 않자, 무척 좋아한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걸까? 왓슨, 위에서 보살이라고 한 거 취소다!

 

  그나저나 고민이다. 이 시리즈 역시 작품의 출간 순서가 아닌, 출판사 임의대로 장편 먼저 단편 나중으로 번호가 붙어있다. 아홉 권밖에 되지 않으니까, 내 멋대로 출간 연도별로 읽을까 말까?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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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터시 나이트
마이클 오블로비츠 감독, 루머 윌리스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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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Ganzfeld Haunting , 2014

  감독 - 마이클 오블로윗츠

  출연 - 루머 윌리스, 테일러 콜, 도미닉 퍼셀, 다이아나 카마초

 

 


 

 

  사람의 무의식과 의식, 기억과 진실 사이의 그 무엇을 밝히기 위해 실험을 시작한 네 명의 학생들. 일명 초감각 지각 실험인 ‘간즈펠드 실험’을 시도하는데, 그 와중에 네 사람은 자기도 알지 못했던 욕망과 거짓 같은 추악하나 감정들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는데…….

 

  사람이 극한에 달하면 뇌와 감각이 그 자극을 통해 어떻게 변이를 일으키며,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다룬 영화였다. 인간의 큰 욕구 중의 하나인 성욕에 초점을 맞추어서, 간간이 배우들의 노출신과 간만 보다 끝나는 감질 나는 섹스신도 들어 있다. 결국 인간은, 이성을 마비시키면 본성만 남는다는 걸 확실히 말하고 있었다. 거기에 오감을 벗어난 육감과 초자연적 현상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감각이 극대화하거나 망상과 환상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도 얘기한다.

 

  특히 자유분방하고 자극에 민감한 젊은 사람들을 등장시켜, 약물과 섹스, 환상, 환각, 이성의 마비, 중독 같은 자극 추구, 숨겨왔던 비밀과 거짓 그리고 진실 앞에서 무너지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그들이 어리고 미숙했기에 더 쉽게 넘어갔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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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더 이상 좋게 포장할 말이 생각이 안 난다. 나만 당할 수 없다는 심정으로 어떻게든 좋게 미사여구를 늘어놓으려고 했는데, 양심과 내 표현력의 한계로 더 이상은 못 하겠다.

 

  포스터에 ‘당신은 견.딜.수.있.는.가!’라고 적혀있다. 도대체 글자하나마다 점을 찍다니! 예전 인소를 읽을 때, 센 척하거나 강조를 하기 위해 사용하는 걸 본 기억이 난다. 훗, 난 견뎌냈다. 시작하고 오분 만에 이건 똥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꾹 참고 끝까지 봤으니까. 중간에 나오는 배우들의 노출신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이 영화는 숙제 한다는 핑계로 친구네 놀러가서 그 집 부모님이 꼭꼭 숨겨둔 야동을 보던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다만 얘들은 야동을 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했으며, 우리는 떡볶이를 먹었지만 얘들은 술과 마약을 했다. 그래서 약에 취해서 헛것을 보고 뻘짓을 하다가 그냥 자기들끼리 싸우고……. (이하 생략)

 

  그러니까 과도한 음주와 약물은 좋지 않다.

 

  아, 이거 교육 영화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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